고전포럼/퇴계선생
퇴계집_언행록 6_부록_제문(祭文) [이덕홍(李德弘)]
청풍선비
2011. 4. 19. 17:07
퇴계집_언행록 6_부록
제문(祭文) [이덕홍(李德弘)]
공손히 생각하노니, 우리 선생은 순수한 자질과 화순(和順)한 덕으로 정주(程朱)의 도학에 공맹(孔孟)의 심법을 지니고 밝힘[明]과 정성[誠]을 아울러 힘쓰고 정(情)과 성(性)을 함께 기르니, 겉과 속은 서로 이어지고 움직임과 그침은 모두 바르도다. 즐거울 때 나아가 행하고 걱정될 때 떠나 물러서니, 경우에 따라 다 편안하였도다. 구슬은 물속에 감추어졌고, 옥은 산에 묻히었도다. 염계(濂溪)의 광풍제월(光風霽月)이요, 연평(延平)의 빙호추월(氷壺秋月)이라, 아득히 끊어진 그 실 끝을 생각하지 않고도 스스로 얻었도다. 한 나라의 시귀(蓍龜)이며 이 학문의 태산과 북두(北斗)였도다. 일대의 종장(宗匠)이 되고 백세의 존경할 분이로다. 그 문하를 바라보고 달려오니, 많은 선비들이 모였도다. 예로써 그들을 나아오게 하고 차례대로 그들을 면려하였다. 월란(月瀾)에 계시던 그 어느 날, 한밤에 혼자 일어났을 때, 마침 덕홍이 곁에 있다가 경(敬) 자의 뜻을 물었더니, 말하기를, “의관을 정제하는 것이다.” 또 “생각을 전일하게 하는 것이니, 어떤 일이나 그렇게 하면 성현이 될 수 있다.” 하였도다. 선생은 사랑해 주심이 어버이 같았는데, 나는 자식같이 섬기는 예를 다하지 못하였도다. 나의 정성은 타작마당 하나 다지는 것도 안 되니, 그 죄가 천지에 끝이 없어라. 시내에 봄이 돌아와 모든 풀들이 때를 얻었는데, 산 매화는 슬픔을 토하고 시내 버들은 시름을 머금었도다.
[주D-001]광풍제월(光風霽月) : 황산곡(黃山谷)이 주돈이(周敦頤)의 인품을 칭찬하여, 광풍제월과 같다 하였는데, 광풍은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면 풀잎이 바람에 흔들려서 햇빛에 빛나기 때문에 일컫는 것이고, 제월은 비 갠 뒤로 새로 나오는 달을 말한 것이다.
[주D-002]빙호추월(氷壺秋月) : 빙호는 옥병에 들어 있는 얼음[玉壺氷]이고 추월은 가을 달을 말하는데, 청렴하고 결백한 마음을 나타낸다.
[주D-002]빙호추월(氷壺秋月) : 빙호는 옥병에 들어 있는 얼음[玉壺氷]이고 추월은 가을 달을 말하는데, 청렴하고 결백한 마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