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포럼/이익

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27권 > 경사문(經史門) >사시오제(四始五際)

청풍선비 2011. 4. 19. 17:45

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27권 > 경사문(經史門) >사시오제(四始五際)

 

한(漢)의 낭의(郞顗)가 상서하기를, “네 시초의 결함이요 다섯 제회의 액운입니다[四始之缺 五際之厄].”고 했는데, 내가 일찍이 네 시초와 다섯 제회의 설을 두루 상고하여 약간 발휘한 것이 있었으나 조카 병휴(秉休)의 기록이 더욱 상세히 갖춰짐을 깨달았기에 거듭 여기에 기재하여 뒷날의 교열이 있기를 기다리는 바다.
《한서(漢書)》 낭의전(郞顗傳)에, “네 시초의 결함이요 다섯 제회의 액운이다.” 하고, 익봉전(翼奉傳)에, “제시(齊詩)는 다섯 제회의 중요함을 천명했다.” 한 것이 다 그것이며, 또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다섯 제회는 묘(卯)ㆍ유(酉)ㆍ오(午)ㆍ술(戌)ㆍ해(亥)인데 음양의 끝과 처음이 되는 그 제회의 해[歲]가 이에 해당하면 변개(變改)되는 정치가 있다.” 했으니, 이는 한영(韓嬰) 자신의 창조한 말이 아니고, 그 어원이 위서(緯書)에서 나온 것이다.
《춘추위(春秋緯)》의 연공도(演孔圖)에, “시(詩)는 다섯 제회를 함축했다.” 했으며, 《시위(詩緯)》의 범력추(汎歷樞)에는, “대명(大明)은 해(亥)에 있으니 물의 시초이고 사모(四牡)는 인(寅)에 있으니 나무의 시초이고, 가어(嘉魚)는 사(巳)에 있으니 불의 시초이고, 홍안(鴻雁)은 신(申)에 있으니 쇠의 시초이다.” 하고 또, “오(午)ㆍ해(亥)의 제회는 혁명(革命)이 되고 묘(卯)ㆍ유(酉)의 제회는 개정(改正)이 되며, 술(戌)은 천문(天門)에 있으니 드나들면서 엿보거나 듣는 것이고, 묘(卯)는 천보(天保)이고 유(酉)는 기보(祈父)이고 오(午)는 채기(采芑)이고 해(亥)는 대명이다.” 했는데, 공영달(孔穎達)의 정의(正義)에는, “해는 혁명이 되니 첫째의 제회이고, 해는 또 천문이 되어 드나들면서 엿보고 들으니 둘째의 제회이고, 묘는 음양의 교대하는 즈음이 되니 셋째의 제회이고 오는 음이 사라지고 양이 일어나는 즈음이 되니 넷째의 제회이고 유는 음이 왕성하고 양이 미약해지는 즈음이 되니 다섯째의 제회이다.” 하였다.
내가 《시위》의 범력(汎歷)이란 두 글자에 의거하여 가만히 네 시초와 다섯 제회의 뜻을 탐구해 보니, 대개 주시(周詩)로써 해[歲]의 운행에 맞추어 그 융성하고 쇠퇴한 제회를 상고한 것이었다. 대명이 해에 속한 것은 그 해가 음이 극성하여 양을 항거하는 제회를 당하면 혁명의 기상이 있는데 대명에는 무왕(武王)이 상(商) 나라를 정벌한 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그 뜻이 서로 배합되는 것이고, 사모가 인에 속한 것은 그 인이 양의 시초를 당하면 처음 정치하는 기상이 있는데, 사모에는 임금이 애써 신하로 하여금 힘껏 정치를 도모하게 하는 뜻을 말했기 때문에 서로 배합되는 것이고, 천보(天保)가 묘에 속한 것은 그 묘가 음양의 교대하는 때를 당하면 어지러움으로부터 차츰 다스려지는 기상이 있는데, 천보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보답하여 더욱 왕성해가는 뜻을 말했기 때문에 서로 배합되는 것이고, 가어가 사에 속한 것은 그 사가 양의 왕성할 때를 당하면 태평의 기상이 있는데 가어에는 임금과 신하의 연락(宴樂)하는 뜻을 말했기 때문에 서로 배합되는 것이고, 채기가 오에 속한 것은 그 오가 음이 사라지고 양이 일어나는 즈음을 당하면 어지러움을 바로잡아 중흥하는 기상이 있는데 채기에는 선왕(宣王)의 중흥하는 정치를 칭찬했기 때문에 서로 배합되는 것이고, 흥안이 신에 속한 것은 그 신이 음의 시초를 당하면 장차 어지러워질 기상이 있는데 홍안에는 선왕에 대한 유민(流民)들의 원망을 깨우쳐 주었기 때문에 서로 배합되는 이고, 기보가 유에 속한 것은 그 유가 음이 왕성하고 양이 미약해질 때를 당하면 다스려짐으로부터 어지러움에 들어갈 기상이 있는데 기보에는 선왕의 말년 정치[暮政]에 대한 어지러움을 풍자했기 때문에 서로 배합되는 것이니, 네 시초의 이름과 뜻이 본래부터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섯 제회로 말하자면, 해ㆍ오는 음양의 극성한 제회를 당하기 때문에 다 대단한 변혁의 기상이 있고, 묘ㆍ유는 음양의 교체되는 제회를 당하기 때문에 다 약간의 개정되는 뜻이 있으니 한씨(韓氏)의 이른바, “음양의 끝과 처음이 되는 제회의 해에 변개되는 정치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위》에 이미, “술이 천문에 있어 드나들면서 엿보고 듣는다.” 했고, 정의에 또 “해가 천문이 되어 엿보고 듣는다.” 한 것은 건(乾)이 술ㆍ해의 사이면 술ㆍ해는 천문의 기상이 있는데, 술이란 개[狗]이니 또 드나들면서 엿보고, 듣는 기상이 있는 것이다. 《시위》는 술의 개로부터 말했기 때문에 술이 천문에 있고, 정의는 천문으로부터 말했기 때문에 해가 천문이 된 것이니, 글이 비록 조금 다르기는 하나 그 뜻은 마찬가지이다.
나는 생각하건대, 주시(周詩)의 다스려지고 어지러움은 세운(歲運)와 왕성하고 쇠퇴함과 본래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인데, 이제 《시위》를 볼 때 억지로 안배(安排)를 더하여 하나하나를 따져 배합시킨 것인즉, 마침내 방술(方術)에 귀착된 것이니 높이 평가하여 믿을 것이 못되지만, 그냥 덮어두어 전하지 않는 것은 역시 애석한 일이므로, 삼가 그 학설에 의거하여 배열해서 도본[圖]을 만들고 그 밑에 약간의 주석을 첨가해 두니 옛것을 좋아하는 선비라면 혹시 취할 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 학설을 얻어 탐구해본 결과 이것은 주 나라 말년의 속된 선비들이 성주(成周)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다스려지고 어지러웠던 것을 인하여 배열하고 감정해서 말한 것에 불과할 뿐, 후세에 전술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를 읽는 이들이 다만 옛말을 이어받아 그 어떤 심오하고 은밀한 내용이 감춰져 있는가를 의심하기 때문에 이 말을 꺼내어 의혹을 깨뜨리는 바다.

[주C-001]사시오제(四始五際) : 《類選》經史篇1 經書門.
[주D-001]위서(緯書) : 경서(經書)에 가탁하여 미래의 일을 설명한 책. 《역위(易緯)》ㆍ《시위(詩緯)》ㆍ《서위(書緯)》ㆍ《예위(禮緯)》ㆍ《악위(樂緯)》ㆍ《춘추위(春秋緯)》ㆍ《효경위(孝經緯)》 등이 있다.
[주D-002]대명(大明) : 대명(大明)을 비롯하여 그 밑에 나오는 사모(四牡)ㆍ가어(嘉魚)ㆍ홍안(鴻鴈)ㆍ천보(天保)ㆍ채기(采芑)는 다 《시경》의 편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