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27권 > 경사문(經史門) >잡괘(雜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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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厚庵) 이광지(李光地)는 복건(福建) 사람인데, 강희(康熙) 무렵에 각로(閣老)가 되었다.
그의 학문이 《역경(易經)》에 깊었는데, “잡괘는 괘(卦) 호체(互體)에서 나왔다.”고 하였다.
그가 그린 도표(圖表)에, 안팎 4개의 권(圈 동그라미)을 직선(直線)으로 그 중앙을 나누어 두 쪽을 만들어 동ㆍ서를 구별하되, 가장 안의 1권을 왼쪽에 양(陽)이라 쓰고 위쪽에는 음(陰)이라 썼으며, 밖에 3권은 좌우로 각각 그 중앙에 횡선을 그어 갈라 4쪽을 만들고 상하를 구별하였으되, 제2권의 왼편 아래쪽 및 오른편의 위쪽에 모두 건ㆍ곤(乾坤)이라 쓰고, 위편 아래쪽과 왼편 위쪽에는 모두 기제(旣濟)ㆍ미제(未濟)라고 썼으며, 또한 그 다음의 2권을 그 중앙에 사선(斜線)을 그어 나누어 8쪽으로 만들되, 제3의 권 왼편 아래 1쪽에는 또한 건ㆍ곤(乾坤)이라 쓰고 다음 위쪽에는 박ㆍ복(剝復)이라고 썼으며, 다음 위편 1쪽에는 점(漸)ㆍ귀매(歸妹)라고 쓰고 다음 위편 1쪽에는 건(蹇)ㆍ해(解)라 썼으며, 오른편 위의 1쪽에는 쾌(夬)ㆍ구(姤)라 쓰고, 다음 아래 1쪽에는 이(頤)ㆍ대과(大過)라고 썼으며, 다음 아래 1쪽에는 가인(家人)ㆍ규(睽)라 쓰고, 다음 아래 1쪽에는 또한 기제ㆍ미제라고 썼다.
가장 밖에 1권이 또한 8쪽인데, 왼편 아래 1쪽에는 건(乾)ㆍ곤(坤) 및 박(剝)ㆍ복(復)ㆍ대과(大過)ㆍ가(頤)ㆍ구(姤)ㆍ쾌(夬) 등 8괘를 썼는데, 이는 건ㆍ곤(乾坤)에서 생겨난 것이고, 다음 위편 1쪽에는 비(比)ㆍ사(師)ㆍ임(臨)ㆍ관(觀)ㆍ둔(屯)ㆍ몽(蒙)ㆍ손(損)ㆍ익(益) 등 8괘를 써 놓았는데, 이는 박ㆍ복(剝復)에서 생겨난 것이며, 다음 위편 1쪽에는 대축(大畜)ㆍ무망(无妄)ㆍ췌(萃)ㆍ승(升)ㆍ비(否)ㆍ태(泰)ㆍ수(隨)ㆍ고(蠱) 등 8괘를 썼는데 이는 점(漸)ㆍ귀매(歸妹)에서 생겨난 것이고, 다음 위편 1쪽에는 겸(謙)ㆍ예(豫)ㆍ서합(噬嗑)ㆍ비(賁)ㆍ진(震)ㆍ간(艮)ㆍ진(晉)ㆍ명이(明夷) 등 8괘를 썼는데 이는 건(蹇)ㆍ해(解)에서 생겨난 것이며, 오른편 위의 1쪽에 함(咸)ㆍ항(恒)ㆍ대장(大壯)ㆍ돈(遯)ㆍ대유(大有)ㆍ동인(同人)ㆍ혁(革)ㆍ정(鼎) 등 8괘를 써 놓았는데 이는 쾌(夬)ㆍ구(姤)에서 생겨난 것이고, 다음 아래편 1쪽에 환(渙)ㆍ절(節)ㆍ소과(小過)ㆍ중부(中孚)ㆍ풍(豊)ㆍ여(旅)ㆍ가(離)ㆍ감(坎) 등 8괘를 썼는데 이는 이(頤)ㆍ대과(大過)에서 생겨난 것이고, 다음 아래편 1쪽에는 태(兌)ㆍ손(巽)ㆍ정(井)ㆍ곤(困)ㆍ소축(小畜)ㆍ가(履)ㆍ수(需)ㆍ송(訟) 등 8괘를 썼는데 이는 가인(家人)ㆍ규(睽)에서 생겨난 것이고, 다음 아래편 1쪽에는 해(解)ㆍ건(蹇)ㆍ규(睽)ㆍ가인(家人)ㆍ점(漸)ㆍ귀매(歸妹) 및 기제(旣濟)ㆍ미제(未濟) 등 8괘를 써 놓았는데 이는 기제와 미제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의 해설(解說)에, “64괘 중에 호괘(互卦)로 된 것은 16괘에 지나지 않으니, 제3의 권(圈)에 쓴 것이 이것이요, 16괘 중에 호괘(互卦)로 된 것은 4괘에 지나지 않으니 제2의 권에 써놓은 건(乾)ㆍ곤(坤)과 기제(旣濟)ㆍ미제(未濟)가 이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위차(位次)가 딱딱 맞아 그 의의(意義)를 속일 수 없게 되었으나, 잡괘(雜卦)의 차서에 대보아 맞지 않는 바가 많다. 그러나 제3의 권(圈) 16괘를 제쳐 놓고 그 나머지 48괘 중에 오직 12괘만 맞지 않고, 그 나머지는 모두 맞으니, 이 어찌 우연히 그러하겠는가?
《역경》의 오묘한 이치를 쉴게 알 수는 없으나 괘(卦) 속에 원래 이러한 뜻이 있는 것은 분명하니, 《역경》을 읽는 자들은 마땅히 자세히 보아야 할 것이요, 반드시 이리저리 바꾸어 놓고서 의심할 것은 아니다.
이와 소한중(蕭漢中)의 《서괘설(序卦說)》은 모두 천고(千古)에 독특한 견해로 귀하게 여길 만한 것들이다.
[주D-001]각로(閣老) : 당대(唐代)에는 중서사인(中書舍人)을 각로라 하였고, 명대(明代)에는 재상(宰相)을 각로라 했음.
[주D-002]호체(互體) : 곧 호괘(互卦)를 이름인데, 상ㆍ하 두 괘 중에서 2ㆍ3ㆍ4효(爻)나 혹은 3ㆍ4ㆍ5 효를 가져다가 새로운 한 괘가 되는 것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