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28권 > 시문문(詩文門) >육합(六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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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육합(六合)이란 글자를 흔히 쓰는데, 해석자는 상하(上下)와 사방(四方)이라고 풀이한다.
나는 보니, “음양가(陰陽家)에도 육합의 설이 있는데, 십이 지지(十二地支)에 각기 배합(配合)이 있어 육(六)이 된다.”고 생각한다.
상고하건대, 《회남자(淮南子)》도응훈(道應訓)에, “천지의 사이와 육합의 안을 역시 도야(陶冶)하여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천지란 것은 상ㆍ하를 말함이요, 육합이란 것은 사방을 말함이다. 지상(地上)을 따라서 말한 때문에 십이 지지를 들어 육합이라고 한 것이다.
대개 지상의 방위는 지남침(指南針)으로 단정하는데, 해 그림자에 준하면 지남침이 임자(壬子)와 병오(丙午)의 사이에서 곧아지므로 술가(術家)에서 해 그림자로 봉침(縫針)을 삼으니, 이는 천지의 봉합(縫合)이 이에 있다는 것을 말함이다.
그렇다면 자(子)와 축(丑)이 합(合), 인(寅)과 해(亥)가 합, 묘(卯)와 술(戌)이 합, 진(辰)과 유(酉)가 합, 사(巳)와 신(申)이 합, 오(午)와 미(未)가 합이어서 각기 상대를 들어 말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술가(術家)에게는 또 삼합(三合)의 설이 있다. 옛날에도 역시 근거가 있었으니, 굴원(屈原)의 천문(天問)에, “음양(陰陽) 삼합이 어느 것이 본(本)이며, 어느 것이 화(化)인가?”라는 구절이 있다. 지지(地支)는 신ㆍ자ㆍ진이 합, 사ㆍ유ㆍ축이 합, 해ㆍ묘ㆍ미가 합, 인ㆍ오ㆍ술이 합이고, 천간(天干)은 건(乾)ㆍ갑(甲)ㆍ정(丁)이 합, 곤(坤) 임(壬)ㆍ를(乙)이 합, 손(巽)ㆍ경(庚)ㆍ계(癸)가 합, 간(艮)ㆍ병(丙)ㆍ신(辛)이 합이다.
육합의 예로 미루어 본다면, 또한 마땅히 사합(四合)이라는 것도 있어야겠다. 임ㆍ계가 합, 신ㆍ갑이 합, 경ㆍ을이 합, 병ㆍ정이 합이다. 나는 음양가의 설을 알지 못하니 과연 그러한지 모르겠다.
[주D-001]예나 지금이나 …… 풀이한다 : 이 대문은 《여씨춘씨(呂氏春秋)》 심분람(審分覽)에, “神通乎六合 德耀乎海外”라고 한 데 대해, 고유(高誘)의 주(註)에, ‘六合 四方上下也’라고 한 것 등을 지적함, 이밖에도 육합에 대한 설은, 《회남자》 시칙훈(時則訓)에, “六合 孟春與孟秋爲合 仲春與仲秋爲合 季春與季秋爲合 孟夏與孟冬爲合 仲夏與仲冬爲合 季夏與季冬爲合”이라 한 것들이 보임.
[주D-002]십이 지지(十二地支) : 자(子)ㆍ축(丑)ㆍ인(寅)ㆍ묘(卯)ㆍ진(辰)ㆍ사(巳)ㆍ오(午)ㆍ미(未)ㆍ신(申)ㆍ유(酉)ㆍ술(戍)ㆍ해(亥).
[주D-003]《회남자(淮南子)》 :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작은아들인 장(章)의 장남)의 찬(撰)임. 본래 도(道)를 논한 내편(內篇) 21편, 잡설(雜說)을 실은 외편(外篇) 33편, 도합 54편이었는데, 산일(散佚)되고 지금 전하는 것은 내편이라 함. 이 책은 찬자가 그의 빈객(賓客) 방술지사(方術之士)를 동원하여 도교(道敎)에 촛점을 두고 종횡무진으로 논한 백과전서류의 책이라 함. 주석서(註釋書)에는 후한 고유(高誘)의 주(註)가 있음. 《四庫全書總目提要 子部》
[주D-004]봉침(縫針) : 옷을 꿰매는 바늘.
[주D-005]굴원(屈原) : 전국 시대 초(楚) 나라 사람으로, 문장가이자 정치가. 이름은 평(平), 별호는 영균(靈均). 저서에는 《초사(楚辭)》가 유명함. 《史記 屈原傳》
[주D-006]천문(天問) : 《초사(楚辭)》의 편명.
[주D-007]음양(陰陽) …… 화(化)인가? : 이 대문은 “明明闇闇 惟時何爲 陰陽三合 何本何化”의 대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