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1권 > 천지문(天地門) >태을술(太乙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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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을(太乙) 육임(六壬)의 방법은 장량(張良)의 《적정경(赤霆經)》에서 나왔다. 괴벽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그 방법을 전수하여 간혹 맞히는 수도 있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고 세상에 전한다. 나는 본시 이런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인조(仁祖) 갑신년(1644)에 심기원(沈器遠)의 일당인 권두창(權斗昌)이란 사람이 특이한 재주를 지녀서 세상에서 관중(管仲)과 제갈량이라고 하였다. 태을의 수로 추측해 보고 “이해에 천하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반란 사건이 비로소 평정된다.” 하였는데, 이해에 명(明) 왕조가 망하였으나, 제가 어떻게 이것을 알아냈겠으며, 또 어디에서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넓은 천하에 수억만 개가 되는 나라와 지역에서 어떻게 큰 숫자만 가지고 추측해 낼 수 있겠는가? 명(明) 왕조가 망한 것이 우연히 이 시기에 들어맞았을 뿐이다. 남단과 북단, 극동과 극서의 운명이 반드시 다 같을 이치가 없을 것인즉, 결국은 아무 소용이 닿지 않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나의 할아버지 지평공(持平公)께서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 “공자의 옷을 입고 공자의 말을 말하는가? 내가 보니 권두창(權斗昌)은 눈이 단정한 듯하면서도 간사스럽고 얼굴은 근엄한 듯하면서도 애교를 부리고 말은 엄숙한 듯하면서 편협하고 모든 일에 옛날 경전을 인용하면서 성질이 못되었고 바르지 못하였다. 그 사람을 어떻게 훌륭하다고 하겠는가?” 하였는데, 이 말을 듣는 사람이 공에 대하여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가 처형을 당하게 되자 모든 사람은 비로서 탄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