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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18권 > 경사문(經史門) >사시ㆍ오제(四詩五際)

청풍선비 2011. 4. 20. 09:22

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18권 > 경사문(經史門) >사시ㆍ오제(四詩五際)

 

옛적 시학(詩學)에 사가(四家)가 있었으니 노시(魯詩)ㆍ제시(齊詩)ㆍ한시(韓詩)ㆍ모시(毛詩)이다. 지금 전하는 것은 다만 모시 뿐이다.
소자유(蘇子由)가 양절(兩浙)에게 올리는 글에 “시(詩)를 말하는 자는 오제(五際)의 자오묘유(子午卯酉)의 일을 말한다.” 하였는데, 지금 사람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모른다. 상고하건대 익봉(翼奉)이 처음에 제시를 배워서 오제(五際)의 요(要)를 들었으므로, 시월지교(十月之交) 편에서 일식(日食)ㆍ지진(地震)의 징험을 분명히 알았으니, 마치 둥우리[巢]에 사는 것이 바람을 알고, 구멍에 사는 것이 비[雨]를 아는 것과 같다 하였다. 정현(鄭玄)이 육예론(六藝論)을 지으면서 시위(詩緯)인 《범력추(汎歷樞)》에 “오(午)ㆍ해(亥)의 어름[際]은 혁명(革命)이 되고, 묘유(卯酉)는 개정(改正)이 되며, 진(辰)은 천문(天門)에 있어 출입하면서 엿보아 듣는 것이니, 곧 묘(卯)는 천보(天保)요, 유(酉)는 기보(祈父)요, 오(午)는 채기(采芑)요, 해(亥)는 대명(大明)이다. 해는 혁명이 되니 1제(際)요, 진은 천문이 되어 출입하면서 엿보아 들으니 2제요, 묘(卯)는 음양(陰陽)의 교제(交際)가 되니 3제요, 오(午)는 양(陽)이 하직하고 음(陰)이 흥하는 것이 되니 4제요, 유(酉)는 음이 성하고 양이 미(微)함이 되니 5제다.”라는 것을 인용하였다.
그 뒤에는 그 설(說)에 대해 말하는 자가 없었더니, 후한(後漢) 순제(順帝) 때에 와서 북해(北海)사람 낭의(郞顗)가, “한(漢)이 일어난 이래로 3백 39년이니, 시(詩)에 있어서 3기(朞)이다. 고조(高祖)는 해중(亥仲) 2년이요, 지금은 술중(戌仲) 10년에 있다.”고 했다. 《범력추》에 “묘(卯)와 유(酉)는 혁정(革政)이 되고, 오(午)와 해(亥)는 혁명이 되고, 신(神)은 천문(天門)에 있어 출입하면서 엿보고 듣는다.” 하였으니, 이것은 신(神)이 술해(戌亥)에 있어서 제왕(帝王)의 흥쇠(興衰)ㆍ득실(得失)을 엿보아서 선(善)하면 창성[昌]하게 하고 악하면 망하게 한다는 말이다. 금년에 중(仲)이 끝나고 내년에 계(季)로 들어가니, 중(仲)의 마지막, 계(季)의 처음에 역운(歷運)이 변개(變改)되므로 개원(改元)하여야 할 것이니, 즉 천도(天道)에 순응(順應)하는 것이다.” 하였다.
지금 그 설들을 합하여 미루어 본다면 해(亥)ㆍ묘(卯)ㆍ진(辰)ㆍ오(午)ㆍ유(酉)가 5제(際)가 되는 것인데, 낭의는 진(辰)을 신(神)이라 하고 또 신(神)이 술해(戌亥)에 있다 하였으니,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대개 십이진(十二辰)에는 각각 백(伯)ㆍ중(仲)ㆍ계(季)가 있어, 30년을 한도(限度)로 하여 해백(亥伯) 10년 뒤에 해중(亥仲)으로 들어가고, 해중(亥仲) 10년 뒤에 해계(亥季)로 들어가고, 해계 10년 뒤에 자백(子伯)으로 들어가서 3백 60년을 지나면 1주(周)가 된다. 그러므로 고조(高祖)의 해중(亥仲) 2년으로부터 순제(順帝)의 술중(戌仲) 10년에 이르기까지가 3백 39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깊이 고증할 수는 없다.

[주C-001]사시ㆍ오제(四詩五際) : 사시(四詩)는 노인(魯人) 신배(申培)가 전한 《노시(魯詩)》와 제인(齊人) 원고생(轅固生)이 전한 《제시(齊詩)》, 연인(燕人) 한영(韓嬰)이 전한 《한시(韓詩)》, 그리고 노인(魯人) 모형(毛亨)이 전한 《모시(毛詩)》를 가리킴. 오제(五際)는 묘(卯)ㆍ유(酉)ㆍ오(午)ㆍ술(戌)ㆍ해(亥)라고도 하고, 군신(君臣)ㆍ부자(父子)ㆍ형제(兄弟)ㆍ부부(夫婦)ㆍ붕우(朋友)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전자를 말한다.
[주D-001]소자유(蘇子由) : 자유는 송(宋) 나라 소순(蘇洵)의 둘째 아들[첫째 아들은 식(軾)임]이자 당송 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소철(蘇轍)의 자(字).
[주D-002]익봉(翼奉) : 한(漢) 나라 사람. 자는 소군(小君). 그는 제시(齊詩)에 밝았을 뿐만 아니라 율력(律曆)ㆍ음양(陰陽)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주D-003]정현(鄭玄) : 후한(後漢)의 학자. 자는 강성(康成)이며, 모든 경(經)에 정통하여 한대(漢代)의 경학(經學)을 집대성하였다.
[주D-004]《범력추(汎歷樞)》 : 《시경》 위서(緯書)의 하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주D-005]천보(天保) : 《시경》 소아(小雅)의 장명인데, 6장(章) 6구(句)로 되었다.
[주D-006]기보(祈父) : 《시경》 소아의 장명인데, 3장 4구로 되었다.
[주D-007]채기(采芑) : 《시경》 소아의 장명인데, 4장 12구로 되었다.
[주D-008]대명(大明) : 《시경》 대아(大雅)의 장명인데, 총 8장으로, 4장은 6구, 4장은 8구로 되었다.
[주D-009]낭의(郞顗) : 후한(後漢)의 종자(宗子), 자는 아광(雅光). 풍각(風角)과 성산(星算)을 잘하였고 경전(經典)에도 밝았음. 순제(順帝) 때 재이(災異)가 자주 나므로 공거(公車)로 낭의를 부르니, 그가 상소하여 일곱 가지의 편의(便宜)를 진술하자, 순제는 그를 낭중(郞中)에 임명하였으나 사절했다. 그의 동향에 사는 흉악한 손례(孫禮)가 그의 이름을 사모하여 가까이하려 하였으나, 의는 본체도 하지 않았다. 의는 이 때문에 끝내 손례에게 피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