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벽괘(辟卦)로 사람의 시종을 비유한 데 대한 변증설(고전간행회본 권 14)
12벽괘(辟卦)로 사람의 시종을 비유한 데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14)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1 - 경전류 1 > 역경(易經
대역(大易 역리(易理)의 전체를 뜻함.)의 상형(象形)이 만물을 포괄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12벽괘(辟卦)에 이르러서는 그 체용(體用)이 광대하여 그 순환(循環)이 끝이 없고 두루 유통하여 쉬지 않는데, 그 소식 영허(消息盈虛)의 이치를 탐구해 보면 더욱 신묘 불측(神妙不測)하여, 크게는 천지의 시종(始終)을 형상하고 작게는 만물의 소장(消長)을 형상하므로 생각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깝게 자기 몸에서 취하여 그 법칙을 본다면 아무리 우매(愚昧)한 사람이라도 남이 깨우쳐 줌을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그 사람의 몸에 형성된 것을 구체적으로 논하여 한편으로 재성보상(裁成補相)의 도를 삼고, 한편으로 참찬위육(參贊位育)의 공을 삼으려 한다. 천지의 조화는 자신의 신명을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천지의 조화도 거의 멸식될 것이다.
사람이란 것은 천지의 마음[心]이요, 만물의 영장(靈長)이다. 소 부자(邵夫子 부자는 높임말. 이름은 옹(雍))는 “그 마음으로 하늘의 뜻을 대신하며, 입으로 하늘의 말을 대신하며, 손으로 하늘의 공교함을 대신하며, 몸으로 하늘의 일[事]을 대신하여 천지를 다스리고 조화를 출입시킨다.” 하였으니, 장하도다 이말이여! 먼저 자기 한 몸에 조화시킬 줄을 알지 못하면 어찌 천지에 참여할 수 있으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천지 음양의 기운과 부모의 정혈(精血)이 서로 응결되어 포태(胞胎)되기 마련인데, 이때 건도(乾道)는 남자를 이루고, 곤도(坤道)는 여자를 이루어 그 형체가 갖추어졌다가 기운이 충족하면 인간에 태어나게 되니, 이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사람의 얼굴에 이미 팔괘(八卦)의 형상이 나타나게 되니, 이마가 둥글고 턱이 모난 것은 천지가 그 위치를 정한 것이요, 코가 산같이 높고 입이 못같이 깊은 것은 산ㆍ택(山澤)이 기운을 통한 것이요, 눈이 밖으로 빛나고 혀 밑에서 진액이 나는 것은 수ㆍ화(水火)가 서로 해하지 못함이요,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고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은 뇌ㆍ풍(雷風)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다.
건(乾)은 머리가 되므로 머리는 둥글어 하늘을 형상하였고, 하늘에는 칠성(七星)이 있으므로 머리에는 일곱 구멍이 있으며, 건금(乾金)이 감수(坎水)를 생(生)하므로 머리털이 검게 자란다. 이(離)는 눈[目]이 되므로 눈은 밖으로 밝으며 안으로 어둡다. 이괘(離卦)의 생김새가 바깥은 양(陽)이요 안은 음(陰)이니, 병(丙)은 왼쪽 눈이 되고 정(丁)은 오른쪽 눈이 된다. 털은 감수(坎水)에 속하였으므로 눈썹[眉]도 수(水)에 속하였는데, 눈썹이 다른 털에 비해 짧은 것은 화(火 눈을 가리킴)가 아래에 있고, 수(水 눈썹을 가리킴)가 위에 있어서 수화가 서로 극(克)하기 때문이다. 감(坎)은 귀[耳]가 되고 함(陷)이 되어 굴(窟)이 있으므로 귀에는 구멍이 있고, 달바퀴[月輪]가 있으므로 귀가 그것을 형상하였다. 감괘(坎卦)의 상은 중간이 이어졌으므로 안은 양이요 밖은 음이기 때문에 귀는 안으로 밝다. 간(艮)은 산이 되어 코가 일어난 것이 산과 같고, 산맥이 낮은 곳은 택(澤)이 되며 천(泉)이 되므로 코에는 구멍이 있는데, 왼쪽 구멍은 양기(陽氣)가 출입하고 바른쪽 구멍은 음기가 출입하는 것이다. 태(兌)는 입[口]이 되고 입은 못[澤]이 되며 못의 기운은 비가 되고 구름이 되므로 입가에 수염이 나는 것이 빗발 같으니, 이것은 모두 사람의 형체가 괘를 형상한 것의 대략이다.
다시 벽괘(辟卦)로써 그 성쇠를 형상하는 것이 또한 가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태어나서 탯줄을 끊게 되면 한 점의 진기(眞氣)가 기혈(氣穴)에 붙어서 코로 쉼쉬고 눈방울이 단정하게 되니 이것이 하늘에서 받은 성품이다. 이 성품이 몸에 붙어서 낮에는 두 눈에 있고 이환(泥丸 두뇌)에 저장되며, 밤에는 양신(兩腎 콩팥)에 있고 단정(丹鼎)에 비축되어 오장(五臟)을 기르며[乳養] 기운은 육부(六腑)에 조화된다. 그러므로 약한 뼈가 차차 굳어지고 연한 살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은 정(精)의 지극한 것이며, 보는데 눈을 깜작이지 아니하며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화(和)의 지극한 것이다.
숨을 쉬며 나날이 자라서 16세가 되면 천지의 진기 3백 60수(銖)를 얻고 원래 타고난 부모의 원기[祖氣] 24수(銖)와 합하여 3백 84수를 얻어 1주천(周天)의 조화를 이룩하며 1근(斤)의 단약(丹藥)을 얻게 되니, 이것은 주역에 3백 84효와 부합된다.
대개 아이가 처음 어미에게서 갓 태어나면, 아기[赤子]는 혼돈 순정(混沌純靜)한 기운이 음에 속하여 곤(坤 )괘가 되며, 1세로부터 3세까지는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1양이 복(復
)괘에서 나온 것이며, 5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그 양이 임(臨
)괘에서 나온 것이며, 8세가 되면 또 원기 46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3양이 태(泰
)괘에서 나온 것이며, 11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4양이 대장(大壯
)괘에서 나온 것이며, 13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5양이 쾌(夬
)괘에서 나오게 되며, 16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6양이 건(乾
)괘에서 나오게 된다.
이것은 순양(純陽)이 완전히 한 근(斤)의 온전한 수를 얻게 되어 스스로 건건(乾健)의 체(體)를 이루게 되며, 삼원(三元)이 모이고 오행(五行)이 갖추게 되어 애욕(愛慾)에 얽매이며 음사(陰私)에 탐닉(貪溺)하게 되는 것이다. 양이 다하여 한 번 동하면 괘가 변하여 이(離 )괘가 되기 때문에 남자는 16세가 되면 진정(眞精)이 통하며, 여자는 14세가 되면 월경[天癸]이 있게 되니, 이후부터는 음기가 점차 자라나고 양기가 점점 줄어든다. 16세부터 24세가 되면 진원(眞元) 64수가 소모되니 이것은 1음이 구(姤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32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2음이 돈(遯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40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3음이 비(否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48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4음이 관(觀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56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5음이 박(剝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64세가 되면 진원 64수와 천지부모의 근원인 24수를 합한 3백 84수가 모두 소모되니, 이것은 6음이 곤(坤
)괘에서 나온 것으로 순음한 근의 전체수가 완전히 소모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괘로써 인간의 시종(始終)을 부합시킨 것이다.
6양에서 시작하여 6음에서 마치니 양은 더하고 음은 감하여, 더하면 살고 감하면 죽으니, 그 살고 죽는 이치가 12괘에 붙어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인하여 수련하면 1백 일 만이면 다시 원기 64수를 얻어 복괘의 1양이 생함을 얻게 될 것이며, 1천 2백 일이 되어서 복괘ㆍ임괘ㆍ태괘ㆍ대장괘ㆍ쾌괘ㆍ건괘를 지나게 되어 6양이 회복되고 3백 84수인 한 근의 완전한 수를 얻게 되니, 이것이 반환(返還)의 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괘에 붙여서 사람에게 형상을 취함이 크다고 하겠다.
12벽괘(辟卦)로 …… 변증설 : 12벽괘(辟卦)로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변증한 말. 12벽괘는 즉 12월을 괘(卦)에 붙인 명칭인데, 정월은 태괘(泰卦), 2월은 대장괘(大壯卦), 3월은 쾌괘(夬卦), 4월은 건괘(乾卦), 5월은 구괘(姤卦), 6월은 돈괘(遯卦), 7월은 비괘(否卦), 8월은 관괘(觀卦), 9월은 박괘(剝卦), 10월은 곤괘(坤卦), 11월은 복괘(復卦), 12월은 임괘(臨卦). 《協紀辨方書 原本一 十二月 辟卦》
재성보상(裁成補相) : 그른 것을 제재하여 바른 것으로 이루며, 부족함을 보충해 돕는 것. 《한서(漢書)》 율력지(律曆志)에, “后以裁成天地之道補相天地之宜”라고 보인다.
참찬위육(參贊位育) : 천지에 참여하여 귀천 상하가 그 위치를 안정하고 만물이 육생하는 것. 《중용(中庸)》에, “致中和天地位焉 萬物育焉”이라 보인다.
머리털이 검게 자란다. : 건(乾)은 오행(五行)의 금(金)에 속하고, 감(坎)은 오행의 수(水)에 속하여, 오행상생(五行相生) 법에 금은 수를 생하고 [金生水], 수는 방위로 북방, 오색(五色) 중 흑(黑)에 해당되므로 머리가 검게 자란다는 것이다.
단정(丹鼎) : 원래 도가(道家)에서 약을 달이는 그릇인데, 여기에는 단전(丹田)의 오기인 듯함. 단전은 하복부 즉, 남자는 정낭(精囊), 여자는 자궁(子宮)이 있는 곳이다.
수(銖) : 무게의 단위, 기장[黍] 10개의 무게를 1유(絫)라 하고 10유가 1수(銖), 24수가 1냥(兩), 16냥이 1근(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