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기타자료

괘상(卦象)을 그릴 때 밑에서부터 그어서 위로 올라감에 대한 변증설

청풍선비 2011. 4. 30. 16:53

괘상(卦象)을 그릴 때 밑에서부터 그어서 위로 올라감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37)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1 - 경전류 1 > 역경(易經)

 

무릇 글씨를 쓸 때에는 반드시 위로부터 아래로 써내리고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써 가는 것은 곧 자연의 이치인데, 지금 괘상을 그릴 때에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그으니 이것은 무슨 이치인가?
음양의 기운이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는 것은 곧 이치이다. 동지(冬至) 때에는 추운데 샘물이 따뜻한 것은 아래 흙이 항조(亢燥)해져서 양의 기운이 아래에서 생기기 때문이요, 하지(夏至) 때에는 더운데 샘물이 유독 찬 것은 아래 흙이 진습(津濕)해서 음의 기운이 아래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겨울은 어찌하여 따뜻하지 않은가? 양의 기운이 땅에 있어서 나오지 못하고 음의 기운이 죄다 위로 밀려나기 때문에 추운 것이다. 여름은 어찌하여 춥지 않은가? 음의 기운이 땅에 있어 올라오지 못하고 양의 기운이 죄다 위로 밀려나기 때문에 더운 것이다.
태허(太虛 우주(宇宙). 즉 공간을 말함) 가운데는 한 기운이 왕래함에 지나지 않으므로 한 괘를 잘라 6계단으로 만들면 사라지고[消] 자라나는[長] 차례를 볼 수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나무가 먼저 뿌리에서부터 시작되고 사람이 먼저 신장(腎臟)에서부터 비롯되는 것도 모두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이치이다. 또한 현저한 것으로, 우레와 구름과 바람과 비가 위로 하늘에 행하는데 그 근본인즉 다 땅으로부터 올라간 것이며, 한 해의 기운은 위로 직상(直上)하고 태허의 기운은 옆으로 퍼지는 것이다.
괘에는 비록 그 수에서 하나의 획을 더하거나 줄이려 하되 그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괘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생겨서 먼저 그은 것이 초효(初爻), 중간이 차효(次效), 끝이 곧 상효(上爻)이니, 이것이 《역(易)》의 차서이다.
그러나 그 근본 이치를 연구해 보면 역시 태(胎)에서 기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생물들이 태 속에 있을 때는 거꾸로 생겨나지[倒生] 않는 것이 없다. 아래로부터 생겨나는 것은 괘효의 차서이지만 태를 조화(造化)하는 이치와 은연 중에 부합되니, 지극한 이치는 자연에 부합되는 법이다.
무릇 풀과 나무와 여러 곡식의 열매도 다 거꾸로 생겨나서 머리가 그 줄기에 매어졌는데, 열매의 위인 꼭지 달린 부분이 도리어 뿌리가 되는 것이며, 사람과 새짐승의 포태하는 데에도 머리가 다 스스로 아래로 있으니, 여기에서 충분히 하늘과 땅 조화의 뜻을 볼 수 있다.
《역》이란 역수(逆數)를 뜻한 것이다. 괘를 긋는 것이 애래로부터 생기니, 어찌 역수란 것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괘상(卦象)을 …… 변증설 : 괘획(卦畫)을 그을 때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은 음양의 기운이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이치를 따른 것임을 변증했는데, 이로써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워지는 이치이며, 나무가 뿌리부터 시작되고 사람이 신장(腎臟)부터 생기는 이치를 밝혀 《역》의 이치는 자연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항조(亢燥) : 동지(冬至)가 되면 1양이 처음으로 생겨 땅속에 눌려 있으므로 모든 음기가 자연히 위로 밀려나와 기후는 차지만, 샘물은 땅속에 눌려 있는 양에 의하여 따뜻한 것이다. 동지에 해당되는 지뢰복괘(地雷復卦)만 보아도 알 수 있다. 1양이 아래에 있고 5음이 위에서 누르고 있으므로 압축이 심하여 땅속은 따뜻한 반면에 5음이 땅 위로 배출되어 온 천지가 추운 것이다.
진습(津濕) : 하지(夏至)가 되면 1음이 처음으로 생겨 땅속에 잠복해 있으므로 모든 양기가 지상으로 밀려나와 기후는 몹시 덥지만 지하의 샘물은 차갑다. 역시 하지에 해당되는 천풍구괘(天風姤卦)를 보아도 동지와의 반대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