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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地獄)에 대한 변증설

청풍선비 2011. 5. 1. 00:08

지옥(地獄)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20)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3 - 석전류 2 > 석전잡설(釋典雜說)

 

지옥에 대한 말을 옛날에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세속에서 명부(冥府), 혹은 음부(陰府)라 하고, 또는 풍도(酆都)라 하며, 《패설(稗說)》에 “풍도는 산(山) 이름으로 북쪽 음극(陰極) 지방에 있는데, 그 산에 대제(大帝)가 있어 인간 세상의 지옥을 주관한다.”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詩)에 “남쪽 두성(斗星)은 인간의 이생 호적을 주관하고, 북쪽 풍도는 죽은 사람의 성명을 조사한다.[南斗主生籍 北酆比死名]” 하였다. 다시 구유옥(九幽獄)이라고도 부른다.
구유옥은 바로 구천(九泉)의 유음(幽陰)한 지옥이다. 땅 속에 황천(黃泉)이 있는데 옛사람이 삼천(三泉)ㆍ구천(九泉)이라 불렀으며, 지옥이란 말은 불전(佛典)에서 나왔다.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를 살펴보면 “근본(根本)은 여덟 개의 큰 지옥이 있으나 그 하나마다 다 16개의 지옥으로 되어있으니, 이것을 근변(近邊)이라 말한다. 이를 통틀어 말하면 1백 36개의 지옥인데, 혹 2백 72개의 지옥이 되기도 한다. 첫째는 알부타(頞部陀), 둘째는 니랄부타(尼剌部陀), 셋째는 알찰타(頞哳吒), 넷째는 확확파(臛臛婆), 다섯째는 호호파(虎虎婆), 여섯째는 올발라(嗢鉢羅)로 일명(一名)은 청련화(靑蓮華)이다. 일곱째는 발특마(鉢特摩)로 일명은 홍련화(紅蓮華), 여덟째는 마하발특마(摩訶鉢特摩)로 일명은 대홍련화(大紅蓮華)이다. 이상은 추위의 괴로움을 당하기 때문에 팔한(八寒)이라 한다. 또 첫째는 등활(等活), 둘째는 흑승(黑繩), 셋째는 중합(衆合), 넷째는 호환(嘷喚), 다섯째는 대호환(大嘷喚), 여섯째는 초열(焦熱), 일곱째는 대초열(大焦熱), 여덟째는 무간(旡間)으로 일명은 아비(阿鼻)이다. 이상은 더위의 벌을 당하기 때문에 팔열(八熱)이라 한다. 일본(日本)에 지옥이 있는데 모두 높은 산꼭대기로 항상 불이 타올라 온천(溫泉)이 끊이지 않고, 천축(天竺)이나 중국(中國)에도 높은 산에 모두 지옥이 있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온천에 화염(火焰)이 솟아오르는 산을 일반에서 지옥이 있는 곳으로 일컫는다.” 하였다.
불전(佛典)에 의하면, 지옥이 18층이 있는데, 조근옥(弔觔獄)ㆍ유왕옥(幽枉獄)ㆍ화갱옥(火坑獄)은 모두 생전(生前)에 온갖 악업을 저지르다가 사후(死後)에 죄명(罪名)을 받는 곳이요, 풍도옥(酆都獄)ㆍ발설옥(拔舌獄)ㆍ박피옥(剝皮獄)은 다만 불충(不忠)하고 불효(不孝)하여 사람의 도리를 해치고, 말은 부처처럼 하면서 뱀의 마음을 가진 자가 떨어지는 곳이요, 마최옥(磨摧獄)ㆍ대도옥(碓搗獄)ㆍ거붕옥(車崩獄)은 바로 자기의 양심을 속여 공도(公道)를 지키지 않고 언어(言語)를 교묘하게 꾸며 몰래 남을 해친 자가 떨어지는 곳이요, 한빙옥(寒氷獄)ㆍ탈각옥(脫殼獄)ㆍ추장옥(抽腸獄)은 모두 크게는 말[斗]이나 적게는 저울눈으로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다가 재앙으로 하여금 자신을 연루(連累)시키는 곳이요, 유와옥(油鍋獄)ㆍ흑암옥(黑暗獄)ㆍ도산옥(刀山獄)은 모두 강포(强暴)하여 선량한 사람을 속이다가 머리를 감추고 목을 움츠려 독한 괴로움을 받는 곳이요, 혈지옥(血地獄)ㆍ아비옥(阿鼻獄)ㆍ칭간옥(秤杆獄)은 재리(財利)만을 도모하여 인명(人命)을 해쳐 음흉한 꾀가 많고 생명 있는 축류(畜類)를 마구 도살하여 죄가 깊은 자가 떨어지는 곳이다. 지옥에 한번 떨어지면 천년토록 풀려나오기 어렵고 영원토록 침륜(沈淪)하여 뛰쳐나오지 못하므로, 하늘이나 땅을 보고 울부짖어도 구원해 주는 이가 없고 시름에 잠긴 눈썹과 쭈글쭈글한 얼굴로 벌벌 떨면서 지내게 된다. 이 밖에 또 육도(六道)로 윤회(輪廻) 보응(報應)한다는 설도 있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명부(冥府)에서 선악부(善惡簿)를 비치하여 선행(善行)이 많은 자는 복적(福籍)에 기록한다. 그러므로 선근(善根)을 심은 것을 복전(福田)이라 말한다. 따라서 시왕(十王)의 호가 있고 경(經)도 《시왕경(十王經)》이 있다. 염마왕(閻摩王)을 혹은 염마라(閻摩羅)라 이름하기도 하고 또는 중략하여 염라(閻羅)라고도 이름하는데, 이를 쌍왕(雙王)이라고 한다. 《우란분기(盂蘭盆記)》에 ‘오빠와 누이가 다 지옥의 임금이 되어, 오빠는 남자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누이는 여자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므로 쌍왕이라 이름한다.’ 하였다. 왕중에 첫째는 진광왕(秦廣王) 부동(不動)이요, 둘째는 초강왕(初江王) 석가문불(釋迦文佛)이요, 셋째는 송제왕(宋帝王) 문수(文殊)요, 넷째는 오관왕(五官王) 보현(普賢)이요, 다섯째는 염마왕(閻摩王) 지장(地藏)이요, 여섯째는 변성왕(變成王) 미륵(彌勒)이요, 일곱째는 대산왕(大山王) 약사(藥師)요, 여덟째는 평등왕(平等王) 관음(觀音)이요, 아홉째는 도시왕(都市王) 세지(勢至)요, 열째는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아미타(阿彌陀)이니, 오도는 바로 지옥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ㆍ인도(人道)ㆍ천도(天道)가 그것이다. 지장보살(地藏菩薩)은 모든 중생(衆生)이 지옥으로 떨어져 여러 고초를 받는 것을 불쌍히 여긴 나머지, 맹세코 그들을 구원해 주기 위하여 지옥에 이를 적마다 육환장(六環杖)을 울리면 지옥문이 저절로 열리게 되는데, 그는 바로 신수(神水)를 가지고 고초를 받는 모든 중생에게 뿌려 주고, 따라서 업풍(業風)으로 그들을 불어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 준다.” 하였는데, 대체로 불교에서 지옥에 대하여 말한 것이 황당무계한 것이 매우 많다.

정림(亭林) 고영인(顧寧人 영인은 고염무(顧炎武)의 자)의 《산동고고록(山東考古錄)》에
“어떤 사람이 ‘지옥에 대한 말이 송옥(宋玉)의 초혼(招魂)에서 근본하였는데, 장인(長人)이나 토백(土伯)야차(夜叉)나찰(羅刹) 같은 유이며, 난토(爛土)뇌연(雷淵)도산(刀山)검수(劍樹) 같은 것이다.’ 하였다. 이는 문인(文人)의 우언(寓言)이지만 그 뜻은 이미 지옥론에 가까운 것이다. 이 때문에 위(魏)ㆍ진(晉) 이후의 문인들이 마침내 그의 말을 부연(敷衍)하여 불교의 글에다 부합시킨 것이다. 옛적에 송유(宋儒) 호인(胡寅)은 ‘염입본(閻立本)이 지옥변상도(地獄變相圖)를 만들었는데 주흥(周興)과 내준신(來俊臣)이 그것을 입수하여 더욱 심한 지옥론을 이룩하였다.’ 하였으니, 이는 사실 송옥의 초혼이 지옥론의 시초가 된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하였다.
근세에 영도(寧都) 사람 위숙자 희(魏叔子禧)는 지옥보유론(地獄補遺論)을 지어, 흑암옥(黑暗獄)이니 시뇨옥(屎尿獄)이니 하는 지옥설로 세상을 속여 이름을 훔치는 소인(小人)들을 증거하면서 “《수능엄경(首楞嚴經)》에 ‘장삼(長衫)을 빌어 입고서 석가여래(釋迦如來)를 팔아먹은 자는 지옥으로 떨어진다.’ 하였는데, 아! 오늘날 공자(孔子)ㆍ맹자(孟子)를 팔아먹은 자는 마침내 어떻게 될 것인가?” 하였으니, 생각건대 이는 세상 사람들의 하는 짓에 울분하여 지은 것일 것이다.
지옥설은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무지(無知)한 어린아이도, 사람이 죽으면 지옥으로 들어간다고 말할 줄 알므로 지옥설이 이미 굳어져 깨뜨릴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지옥이 죽은 사람의 귀신을 가둔 곳이고 보면 천지 개벽(開闢) 이래로 죽은 사람의 귀신을 그 수효도 알 수 없고, 또 지옥에다 다 수용할 수도 없다. 그런 까닭에 우주(宇宙) 안의 각국 모든 고을에 성황신(城隍神)이 있어 지옥을 만들어 놓고 각각 자기 지방의 죽은 사람의 귀신들을 맡아 처리한다.” 하는데, 이는 누가 보고서 이렇듯 매우 자상하게 이야기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조제(謝肇淛)의 《오잡조(五雜組)》에는 “사람이 죽어서 염라왕(閻羅王)이 된 이가 있으니, 이를테면 한금호(韓擒虎)ㆍ채양(蔡襄)ㆍ범중엄(范仲淹)ㆍ한기(韓琦) 등이 모두 전기(傳記)에 자주 나타나고, 근일(近日)에 해서(海瑞)ㆍ조용현(趙用賢)ㆍ임준(林俊) 같은 이도 모두 어떤 사람이 저승에서 그들을 보았다.” 하니, 이 말이 과연 사실이라면 지옥설이 거짓말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신상촌집(申象村集)》에 실린 세억(世億)이란 사람의 고사가 매우 괴이하다.
상촌의 산중독언(山中獨言)에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는 태어나면서부터 특이한 기질이 있어 신동(神童)이라 불리었다. 처음으로 벼슬하여 조정에 올라가서도 대절(大節)을 지켰고 을사사화(乙巳士禍)가 일어나려 하자, 지방관(地方官)으로 나가기를 요청하여 옥과 현감(玉果縣監)에 제수되었다가 마침내는 벼슬을 그만 두고 시골에서 일생을 마쳤다. 공(公)이 돌아간 지 수년 후에 공의 이웃에 사는 세억이란 자가 병이 들었는데, 하루는 숨이 끊겼다가 다시 살아나서 자기 아들에게 이야기하기를 ‘내가 숨이 끊어졌을 때 어느 사람에게 압송(押送)되어 어느 큰 아문(衙門)에 도착하니 관우(館宇)가 깊고 길며 이졸(吏卒)들이 모여 왔다갔다 하였다. 내가 허리를 굽히고 빨리 걸어 앞으로 나아가니, 당상(堂上)에 앉은 재상(宰相)이 나를 보고 이곳에 오게 된 까닭을 물은 다음 나를 불러 말하기를 「올해가 너의 기한이 아닌데, 네가 잘못 온 것이다. 나는 바로 너의 이웃에 살았던 김모(金某)이다.」 하면서,


이름은 세억이요 자는 대년이란 사람이 / 世億其名字大年
구름 헤치고 멀리 자미선에게 하소연하누나 / 排雲遙叫紫微仙
일흔 일곱 살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 七旬七後重相見
인간으로 돌아가거든 부질없는 이야기 말게나 / 歸去人間莫浪傳


세억이란 자는 문자도 모르는데 이 시를 잘 전하였고, 그는 과연 일흔 일곱 살에 죽었다.” 하였으니, 괴이한 일이다.


나는 생각하건대, 지옥이 이미 죽은 사람의 귀신을 관할한 곳이고 보면 반드시 음(陰)에 속한다. 무릇 사람이 태어나면 양계(陽界)에 붙어 있다가 죽으면 음계(陰界)로 돌아가므로, 일을 꾸미기 좋아한 자가 지옥설을 부회(傅會)시킨 것인데, 이른바 염라(閻羅)란 것은 바로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재앙을 주는 이치이다.
《개산도(開山圖)》에는 “태산(泰山)은 왼쪽에 있고 항보(亢父)는 오른쪽에 있는데, 항보는 산 사람을 주관하고 양보(梁父)는 죽은 귀신을 주관한다.” 하였으니, 이것이 아마 지옥설의 시초인가 보다. 《박물지(博物志)》에는 “태산이 귀신을 다스리는데, 태산의 일명(一名)은 천손(天孫)이라고도 한다. 태산은 사람의 혼백(魂魄)을 불러들이고 또 생명의 장단을 정리하는 일을 주관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지옥설은 태산에 의해 생겨났는가 보다.
위숙자 희(魏叔子禧)가 어떤 사람과 지옥을 논한 글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전인 삼대(三代 하(夏)ㆍ은(殷)ㆍ주(周)) 이전에는 일찍이 한 사람도 지옥에 들어간 자가 없었는데, 후세에 사람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는 비로소 지옥에 대한 일을 이야기하였으니, 이는 허탄(虛誕)한 것이 아니면 습관적으로 들은 것에 젖어 망령되게 신식(神識)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다.’ 하자, 나는 말하기를 ‘한(漢)ㆍ당(唐) 이전에 호돌(狐突)은 공태자(共太子)를 보았고, 순언(荀偃)은 여공(厲公)을 송사하였으니, 이것 역시 이미 그 일을 입증하여 준 것이다. 그리고 바로 말하지만 예부터 지옥설이 없었더라도 삼대(三代) 이후에 만들어내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 하면, 천하의 일이 죄다 무(無)에서 유(有)가 생기기 때문이다. 천지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천지도 없었고, 만물이 언제부터 생겨났는가, 생겨나기 이전에는 만물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이 목욕하고 옷의 먼지를 털어 입으면 어찌 벼룩이나 이가 있겠는가. 그러나 오래되면 벼룩이나 이가 자연히 생기게 되고, 또 오래되면 벼룩이나 이의 암컷과 수컷들이 새끼를 번식하게 된다. 오늘날 사람들이 벼룩이나 이가 없다가 갑자기 벼룩이나 이가 있게 되어도 조금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언제나 있다는 것에 습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세(末世)에는 착한 사람에게 상(賞)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 벌(罰)을 주는 것이 잘못 처리되므로 인심(人心)에 울분이 맺히면 반드시 귀신이 생겨 그 불평을 쏟게 된다. 그것이 연대가 오래됨에 따라 사람의 귀로 듣는 것에도 귀신이 있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에도 귀신이 있으며, 은혜에 감사하여 축복을 드리고 원수를 보복하려고 저주하는 것에도 귀신이 있게 되어, 마침내 지옥이 생기게 된 것이다.
쇠똥구리[蜋]가 쇠똥을 굴리어 환약(丸藥) 모양으로 만들 때 거기에 온 정신을 통일시키면 하얗게 꿈틀거리는 것이 환약 같은 속에 생기게 되고, 금단(金丹)을 제조하는 자가 밤낮으로 정신을 통일시키면 신단(神丹)이 그릇에서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이 기(氣)를 낳을 수 있고 기가 정을 통일시킬 수 있고 정이 형체를 이룰 수 있다 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귀신은 형체가 없는데 어떻게 그를 잡아서 곤욕을 줄 수 있겠는가.」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주역(周易)》에 「정기(精氣)가 뭉쳐져 만물이 나고, 영혼이 흩어져 죽게 된다. 그러므로 귀신의 정상(精狀)을 알 수 있다.」 하였다. 대개 상(狀)이 있으면 형체가 있고 정(精)이 있으면 지각(知覺)이 있기 마련인데, 형체가 있으면 그것을 구속하여 제재할 수도 있고 지각이 있으면 그것을 아프게 하여 고초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대는 꿈에서 체험해 보지 않았는가. 꿈은 형체가 없는 것이지만, 꿈속에 채찍을 맞으면 꿈속의 몸이 아프고, 꿈속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꿈속의 입이 달게 느껴진다. 대개 형체 있는 것으로 형체 있는 것을 제재하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고, 형체 없는 것으로 형체 없는 것을 제재하기 때문에 귀신이 귀신을 다스린다. 그러므로 귀신도 잡아서 곤욕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이 ‘부처가 지옥을 말하였지만, 나쁜 사람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지옥을 말하여도 아무 도움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하기에, 나는 말하기를 ‘공자(孔子)가 《춘추(春秋)》를 지었지만, 후세에 난신(亂臣)ㆍ적자(賊子)가 그치지 않는다면, 《춘추》도 지을 필요가 없다고 이를 것인가. 이러므로 지옥설과 살생(殺生)을 경계한 말에 대하여, 나는 옛날 성현(聖賢)들의 미급한 바를 보충시킬 만하다고 생각한다.’ 했다.” 하였는데, 위씨의 비유가 그럴 듯하다.

대개 천당(天堂)ㆍ지옥설은 바로 불씨(佛氏)가 스스로 창작하여 말한 것인데, 중국으로 유입(流入)되어 유현(儒賢)들이 그 요망(妖妄)한 것을 엄하게 배척하였지만, 일반 풍속에서 몹시 신봉하여 끝내는 깨뜨릴 수 없는 철안(鐵案)이 되어버려 만회(挽回)할 수 없게 되었다. 아, 성인(聖人)의 도(道)가 이미 멀어지자 사설(邪說)이 도리어 승(勝)하게 되었으니,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패사(稗史)》에 “섭형(葉衡)이 정승(政丞)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느 날 병이 위중하여 여러 손님들에게 묻기를 ‘내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는데, 다만 죽은 뒤의 저승이 좋은지 나쁜지를 모르겠습니다.’ 하자, 어느 한 선비가 ‘저승이 대단히 좋습니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섭형이 놀라면서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하고 묻자, 그 선비가 ‘죽어서 저승이 좋지 않다면, 죽은 자들이 반드시 도망쳐 되돌아와 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 죽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이것으로 저승이 좋은 줄을 압니다.’고 대답하니, 좌중의 모든 손님들이 다 웃었다.” 하였다.
이것이 비록 익살로 한 말이지만, 도(道)를 깨우칠 수 있는 말이다. 대개 사는 것은 붙여 있는 것이요 죽는 것은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죽어서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끝내 죽으려고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천당과 지옥이 과연 있다면, 군자(君子)는 반드시 천당으로 올라갈 것이요 소인(小人)은 반드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어, 지옥설이 있음으로 인해 허물을 고쳐 선(善)에 옮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착한 사람은 적고 나쁜 사람이 많고 보면, 지옥설은 끝내 사람을 속이는 하나의 함정이 될 뿐이다.
나의 생각에는 사람이 죽으면 기(氣)는 하늘로 올라가 천기(天氣)에 보태지어고 질(質)은 땅으로 잠겨 지질(地質)에 보태어지는데, 이것이 천당을 올라가고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말보다 낫다고 여긴다.

 

송옥(宋玉)의 초혼(招魂) : 송옥은 초(楚) 나라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굴원이 추방당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구변(九辯)을 지어 슬퍼하였고, 또 초혼(招魂) 등을 지었는데, 문장이 교려(巧麗)하여 한(漢)ㆍ위(魏)ㆍ육조(六朝)의 사풍(詞風)을 세웠다.
장인(長人) : 키가 큰 사람. 송옥(宋玉)의 초혼(招魂)에 “장인은 키가 천 길이나 된다.” 하였다.
토백(土伯) : 후토(后土)의 후백(侯伯). 송 옥(宋玉)의 초혼(招魂)에 “토백은 꼬리가 아홉 개나 달렸고, 뿔은 뾰족하여 날카롭다.” 하였다.
야차(夜叉) : 사나운 귀신으로 사람 고기나 독충(毒蟲) 등속을 먹는다고 한다. 《法華經》
나찰(羅刹) : 사람의 피와 고기를 먹고 살며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육지를 걸어다니기도 한다는 사나운 귀신. 《慧琳音義》
난토(爛土) : 사람의 신체를 썩게 만드는 흙. 《宋玉 招魂》
뇌연(雷淵) : 뇌신(雷神)이 사는 연못. 《宋玉 招魂》
도산(刀山) : 불가(佛家)의 말로 지옥에 있다는 칼을 꽂아 놓은 산.
검수(劍樹) : 불가의 말로 칼을 나무처럼 꽂아 놓은 검수지옥(劍樹地獄)을 말한다.
호돌(狐突)은 …… 보았고 : 호돌은 춘추 시대 진(晉) 나라 대부(大夫)이다. 진 나라 공태자(共太子) 신생(申生)이 죽은 뒤, 호돌이 하국(下國 : 신생이 있었던 곡옥(曲沃))을 지나다 태자를 만났는데, 태자가 말하기를 “이오(夷吾 : 진 혜공〈晉惠公〉의 이름)가 무례(無禮)하니, 내가 상제(上帝)에게 주청(奏請)하여 곧 진(晉)을 진(秦)에게 주려 한다. 그러면 진(秦)이 나를 제사지내 줄 것이다.” 하였다. 《左傳 僖公 10年》
순언(荀偃)은 …… 송사하였으니 : 순언은 춘추 시대 진(晉)의 대부 중행 언(中行偃)을 가리키는데, 《사기(史記)》 진세가(晉世家)에 의하면, 중행 언이 난서(欒書)와 함께 여공(厲公)을 시해하고 도공(悼公)을 영립(迎立)시킨 일은 있으나, 여공이 죽은 뒤에 송사하였다는 말은 자세하지 못하다.
금단(金丹) : 신선이나 도사가 금액(金液)과 단사(丹砂)로 제조하였다는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영약(靈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