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포럼/고전명구.산문

복어의 독을 조심하라

청풍선비 2012. 4. 17. 08:16

- 백 여든 두 번째 이야기
2012년 4월 12일 (목)
복어의 독을 조심하라
사람들은 매우 아름다운 것 속에 지극히 나쁜 것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人不知至美之中有至惡也
인부지지미지중유지악야

- 성현 (成俔 1439∼1504)
<아언(雅言)>
《부휴자담론(浮休子談論)》

《부휴자담론(浮休子談論)》은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 선생이 부휴자(浮休子)라는 가공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 나타나는 병리 현상을 풍자, 비판한 책입니다. 위의 글은 ‘아언’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저자가 예로 든, 매우 아름다운 것 속에 지극히 나쁜 것이 들어 있는 사례가 바로 독버섯과 복어입니다.

이제 한창 봄이라 나물 캐러 산으로 들로 다니는 분들이 많아지시겠군요. 올해는 제발 빛깔 곱다고 독버섯을 식용으로 잘못 알고 드시는 사고는 없었으면 합니다. 버섯도 버섯이지만 복어는 참으로 맛좋은 생선입니다. 얼마나 좋으면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두고 ‘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까지 하였겠습니까. 실제로 요즘도 복어를 먹다 목숨을 빼앗기는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걸 보면, 소동파의 표현이 그냥 하는 말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겉보기에 나쁜 것이 과연 속까지 나쁜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겉보기에 나쁜 것은 사람들이 누구나 나쁘다고 생각하고 피할 줄 알기 때문에 오히려 그 피해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겉보기에 아무런 해가 없어 보이거나, 혹은 다른 것보다 더 좋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을 경우입니다. 독버섯이나 복어처럼 사람들이 그 색과 맛에 현혹되어 방심하고 접근하다가 그 독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그때의 피해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바탕의 선거 열풍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한동안 누구는 ‘의원님’으로 살아가실 테고, 누구는 김씨나 이씨 등 자연인의 하나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우선 되고 보자는 생각에, 대책도 없이 화려한 공약을 내세운 의원님들도 더러는 있었을 텐데, 실현 방법이나 비용에 대한 검증도 없이, 우선 귀를 솔깃하게 하는 달콤한 공약에 취해 그들을 덥석 지지한 것은 아닌지, 혹 그 공약이 복어나 독버섯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사후에라도 잘 살피고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