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포럼/남명집

남명(南冥) 조 선생(曺先生)의 죽음을 애도한 만사_한강집 제1권 _ 정구

청풍선비 2012. 5. 1. 13:14

남명(南冥) 조 선생(曺先生)의 죽음을 애도한 만사

 

정구 [鄭逑]

1543(중종 38)~ 1620(광해군 12).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하늘이 호걸 내어 이 나라에 보내 주니 / 天生豪傑兮惠我東土
우주처럼 뜻이 크고 고금 드문 용맹으로 / 志大宇宙兮勇邁前古
과거 시험 멀리하고 초연히 높이 날아 / 早謝場屋兮浩然高翔
부와 귀는 뜬구름 도 맛 깊이 즐기셨네 / 富貴浮雲兮道味深長
충신으로 바탕 삼고 경의로써 학문하여 / 忠信爲質兮敬義爲學
식견이 고매하고 기풍 절조 우뚝한데 / 見識迢邁兮風節卓犖
세상에 못 쓰이고 후세에도 못 전해 / 進不用世兮退不傳後
우리네 도 끝났구나 내 뉘를 허물하리 / 吾道已矣兮吾又誰咎
일만 겹의 두류산 산 높고 물 맑은 곳 / 萬疊頭流兮山高水潔
유택(幽宅) 비장 몇 해런가 오늘을 기다리니 / 幾年慳秘兮有待今日
이곳에서 살으시다 이곳에 묻히시네 / 生於焉順兮沒於焉寧
상서로운 구름 기운 천년 만년 감아 돌고 / 祥雲瑞氣兮萬歲千齡
범과 표범 멀리 도망 이무기도 몸 숨기며 / 虎豹遠迹兮蛟龍遁藏
산신령이 보호하고 초동 목수 근접 마소 / 神物保佑兮樵牧不驚
이 소자 상여 끈 잡고 평소 은혜 생각할 제 / 小子執紼兮感念平生
다시 못 볼 선생 모습 어디서 찾아볼꼬 / 九原不作兮誰復儀刑
의문 풀 길이 없고 책망 들을 곳 없으니 / 有疑莫質兮有過莫督
서글퍼라 이내 신세 답답함을 못 면하리 / 悵此身世兮未免墻壁
부끄럽네 글 못 짓고 시 또한 못 이루어 / 愧我不文兮詩又不成
만사로써 표한 애도 속정 어찌 다 쏟으리 / 詞以助哀兮詎盡心情

[주C-001]남명(南冥) …… 만사 : 작자의 스승 조식(曺植)의 죽음을 애도한 작품이다. 조식은 72세를 일기로 1572년(선조5) 2월 8일 병으로 죽어 그해 4월 6일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천산재(天山齋) 뒷산에 장사 지냈다. 작자의 나이는 이때 30세이며 이 작품 이외에 조식을 애도한 별도의 제문이 본 문집 제 11권에 실려 있다.
[주D-001]이곳에서 …… 묻히시네 : 장재(張載)가 지은 〈서명(西銘)〉의 “효자가 살아생전에는 어버이 뜻에 순종하고, 죽을 때는 마음이 편안하여 어버이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存吾順事 沒吾寧也〕”라고 한 문구를 인용하여 조식이 지리산 자락에서 평생을 살다가 역시 지리산 기슭에 편안히 묻혔다는 뜻으로 전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