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포럼/고전명구.산문

[고전명구] 믿음을 우선해야

청풍선비 2015. 2. 7. 12:25

- 이백쉰세 번째 이야기
'고전명구'는 올해 새로이 서인숙 선임연구원, 허윤만 연구원, 이정욱 선임연구원,
박재영 선임연구원 등 네 분의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5년 1월 1일 (목)
믿음을 우선해야
나의 진실한 마음을 사물에 시행하면,
하는 일마다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감동시켜 응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이다.

以我實心 施於事物 無所爲而非眞也 無所感而不應也
이아실심 시어사물 무소위이비진야 무소감이불응야

- 권근(權近, 1352~1409)
「신재기(信齋記)」
『양촌집(陽村集)』 권14

 


위 구절은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이자 학자인 권근(權近)이 동료 한상경(韓尙敬)의 서재인 ‘신재(信齋)’에 대해 쓴 기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의 진실한 마음을 사물에 시행하면, 하는 일마다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감동시켜 응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이다. 크게는 천지(天地), 그윽하게는 귀신, 작게는 곤충까지도 모두 믿음으로써 감동시킬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경우이겠는가? 『서경(書經)』에는, “지극한 정성은 귀신을 감동시킨다.[至誠感神]” 하였고, 『주역(周易)』에는, “믿음이 돼지와 물고기에까지 미친다.[信及豚魚]” 하였으니, 이는 진실한 마음을 말한 것이다. 무릇 배우는 자로서 자신을 닦는 방법과 임금이 다스리는 요령은 이보다 더 간절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공자(孔子)는 사람을 가르치면서, “삼가고 미덥게 하라.[謹而信]” 하였고, 또 “충과 신을 위주로 하라.[主忠信]” 하였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매사를 신중히 하고 미덥게 하라.[敬事而信]” 하였다.

공자의 말씀처럼 사람을 가르치거나 국가를 다스릴 때 믿음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은 국민과 국가 사이에 불신이 가득 차있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는 엉킨 실타래를 풀 때 급히 서두르다 보면 실타래가 더 꼬이고 엉켜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을 두고 침착하게 일일이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혼란과 절망 속에서도 사람 간의 신뢰만이 지금의 불신과 단절을 끊을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 믿는다. 남이 아닌 우선 나부터 다른 사람을 진심을 다해 믿어주고 기회를 주어, 상대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믿음은 미물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데,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신뢰를 회복하여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일을 실천해 나갈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켜 화합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오는 한 해이지만 늘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올 한 해 서로 믿고 믿음 주는 따뜻한 한 해였다고 추억할 수 있는 연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 : 서인숙(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