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세상의 모질고 무식한 이들은 처자를 사랑할 줄은 알면서 부모를 잊곤 한다.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이 생기면 반드시 처자와 나누면서 집에 계신 부모는 추위와 굶주림을 면하지 못해도 유념하지 않는다. 이러고도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까마귀는 미물인데도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지금 사람들은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아 효도하고 봉양하는 도리에 힘쓰지 않는다. 심지어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패악한 말까지 하니, 이는 새만도 못한 것이다. 슬픈 일이 아닌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자식을 키워 봐야 부모의 은혜를 안다.” 하였다. 지금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자식 사랑할 줄은 알지만, 이를 돌이켜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처자만 먹일 줄 알고 부모는 춥고 굶주려도 내버려둔다. 자식이 부모를 섬길 적에 먹고 입는 것을 넉넉하게 해 드리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지 못하면 불효가 되거늘, 하물며 의복과 음식으로 봉양하는 것마저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3천 가지 죄 가운데 불효가 가장 크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문]
世間冥頑無識之類, 或私其妻子而忘其父母, 凡得可衣可食之物, 必與妻子共之, 父母在堂, 不免飢寒, 而莫之顧念, 此可謂人乎. 慈烏微物也, 而能有反哺之誠, 今之人不思父母之恩, 不勉孝養之道, 甚至於違拂其心, 加以悖辭, 是乃禽鳥之不若, 豈不可哀哉. 古語曰, 養子方知父母恩, 今雖至愚之人, 莫不知愛其子, 而能以此反思父母之恩者或鮮, 徒知呴哺其妻子, 乃忍寒餓其父母. 凡子事父母之道, 雖或厚其衣食, 不能承順其心, 猶爲不孝, 况幷其衣食供奉而不能致誠者乎. 罪列三千, 不孝爲大, 豈不可懼哉.
- 조유선(趙有善, 1731~1809), 「고을 백성 이흥찬 형제에게 타이르는 글[諭郡民李興贊兄弟]」, 『나산집(蘿山集)』 권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