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장인이 신경을 쏟고 부역자들이 부지런히 일하되 새벽과 밤으로만 성과를 거두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정자가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백성들이 정자를 짓는 줄도 모르다가 완성되자 바라보며 말하기를, “우리 원님은 옛날의 이른바 신명하다는 분이 아닐까? 정자를 어찌 우리도 모르게 지었을까?” 하면서 서로 쳐다보고 감탄하며 새로운 정자를 경축하였다. 이제 세상의 관리들을 보면 취한 듯 꿈꾸는 듯 허송세월하며 관청 보기를 여관 보듯 하다 보니, 기울어진 뒤에야 기둥을 바꾸고 비가 샌 뒤에야 새는 곳을 막는다. 심한 자는 기와 한 장도 갈지 않고 “내가 백성을 사랑해서”라고 하며, 풀 한 포기도 뽑지 않고 “뜰에 송사가 없어서”라고 하니, 관사가 퇴락하는 것은 항상 이런 자들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적극 일을 추진하여 처음부터 도모할 수 있는 자가 있겠으며, 더구나 어찌 백성 모르게 이러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자가 있겠는가.
[원문]
工者勵, 役者勤, 晨夜奏功, 不月而告成. 其始也, 民不知亭焉, 旣成則望之曰: “吾守得未古之所謂神明者乎? 亭何使我不與知也.” 相與瞻仰齎咨, 慶其新焉. 今觀世之官守者, 醉夢玩愒, 視官府如蘧廬, 傾而後柱之, 漏而後塞之. 甚者, 一瓦不易而曰: “吾能字民也”; 一草不除而曰: “吾庭無訟也”. 廨舍之圮敗, 恒由此輩. 豈有能奮事謀始者? 又豈有能使民不與知, 以就於此者?
- 김수녕(金壽寧, 1437~1473), 『동문선(東文選)』권82,「용인신정기(龍仁新亭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