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에는 모여 개를 잡아먹는 게 풍속이다. 정묘년(1747) 6월 1일은 초복이었다. 이날 마침 일이 있어 다음날로 미루어 현곡의 청문당에서 복달임을 하였다. 술이 거나해지자 광지(光之, 강세황(姜世晃))에게 부탁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여 뒷날의 볼거리로 삼고자 하였다. 모인 사람은 모두 11명이었다. 방안에 앉은 사람이 덕조(德祖, 유경종(柳慶種)), 문밖에 책을 들고 마주 앉은 사람이 유수(有受, 유경용(柳慶容)), 가운데 앉은 사람이 광지, 옆에 앉아서 부채를 부치는 사람이 공명(公明, 유경농(柳慶農)), 마루 북쪽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이 순호(醇乎, 박도맹(朴道孟)), 갓을 벗은 채 머리를 드러내고 대국하는 사람이 박성망(朴聖望), 그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강우(姜佑), 맨발인 사람이 중목(仲牧)이다. 관례를 하지 않은 젊은이는 두 사람인데 책을 읽고 있는 자가 경집(慶集, 강흔(姜俒)), 부채를 부치고 있는 자가 산악(山岳, 유성(柳煋))이다. 대청마루 아래에 서서 대기하고 있는 자는 심부름꾼 귀남(貴男)이다. 이때 장맛비가 막 걷히자 초여름 매미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문고와 노랫소리가 번갈아 일어나는 가운데, 술 마시고 시 읊조리며 피곤함을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그림이 완성되자 유경종이 기문을 짓고, 다들 각각 시를 지어 그 아래에 붙였다.
伏日, 設家獐會飮俗也. 丁卯六月一日, 爲初伏. 是日有故, 其翌日追設, 玆會于玄谷之淸聞堂. 酒闌, 屬光之爲圖, 以爲後觀. 會者凡十一人, 坐室中者爲德祖, 戶外執書而對坐者爲有受, 中坐者爲光之, 傍坐搖扇者爲公明, 奕于軒北者爲醇乎, 露頂而對局者爲朴君聖望, 側坐者爲姜佑, 跣足者爲仲牧. 童子二人, 讀書者爲慶集, 搖扇者爲山岳. 軒下侍立者爲家僮貴男. 于時積雨初收, 新蟬流喝. 琴歌迭作, 觴詠忘疲, 致足樂也. 畵成, 德祖爲記, 諸人各爲詩, 系其下.
- 유경종(柳慶種, 1714~1784)의 강세황 그림 ‘현정승집도(玄亭勝集圖)’에 부친 기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