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음허화동(陰虛火動)의 질병에 걸리면 열에 하나도 살아남지 못한다. 무엇 때문인가? 대체로 발병 초기에는 음식도 예전처럼 잘 먹고 잠자리나 일상생활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낸다. 단지 가래 낀 기침을 한두 번씩 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하면서 병을 숨기고 의사를 피한 채 몸이 망가질 때까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결국 병상에 눕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악화된 뒤라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내 생각에, 이 병은 발병 초기에 세 가지를 잘 지켜야만 치료할 수 있다. 세 가지란, 첫째 실력이 뛰어난 의사를 만나는 것이고, 둘째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고, 셋째 금기사항을 잘 지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완치할 수 없다.
近世陰虛火動之疾, 十無一活, 何也? 蓋其始也, 飮食如舊, 起居如常, 惟痰嗽一二聲, 自謂無恙, 諱疾忌醫, 滅身無悟. 及蔓延日久, 倒臥於床, 而堅氷已至, 不可復救. 余意揆之, 方疾之始, 必致謹於三事而後可. 三者維何? 一要遇明醫, 二要肯服藥, 三要守禁戒. 三者缺一, 不可治也.
- 서유구(徐有榘, 1764~1845),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인제지(仁濟志)」 권6, 「조삽(燥澁, 진액이 마르고 피부가 꺼칠해지는 질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