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광의리/청풍 한벽루(寒碧樓) 관련 시조

[고산유고(孤山遺稿)] - 부친을 대신해서 정언 강대진에게 차운하여 답하다

청풍선비 2021. 9. 26. 16:46

고산유고는 조선 중기의 문신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시문집

《고산유고(孤山遺稿)》를 번역한 것이다.

 

[제목] : 〔代嚴君次韻酬姜正言大晉 六首○甲寅〕 6수○갑인년(1614, 광해군6)

           부친을 대신해서 정언 강대진에게 차운하여 답하다

 

한벽의 선경을 독차지하고 / 寒碧領仙景
맑고 호방하게 서 있는 누대
/ 爲樓淸且豪
은총과 치욕을 잊게 해 주나니 / 能令忘寵辱
한번 산호를 휘두를 만하도다 / 可以揮山毫
소리도 듣기 좋은 긴 여울이요 / 長瀨聲容好
기상도 드높은 뭇 산봉우리라 / 群峯氣象高
병든 몸으로 승경에 오르기 어렵지만 / 沈痾難濟勝
손잡고 감상한다면 수고롭다 말하리오 / 携賞豈言勞

도담에게 축하하는 말을 전하노니 / 寄語賀島潭
금일의 손님은 영호하신 분이니까 / 今日客英豪
도담은 내가 보지 못했다마는 / 島潭吾不見
그대의 휘호만은 보고 싶은걸 / 欲見子揮毫
그 절경 참으로 어떤 형상일까 / 奇勝眞何狀
여기와 어디가 더 낫다 할지 / 與此孰爲高
머지않아 나도 배 저어 가며 / 早晩刺舟去
결코 고생을 사양치 않으리라 / 吾亦不辭勞

 

용모를 정제하고 서 있는 봉우리들 / 群峯整容立
신선과 호걸들이 한데 뒤섞였네 / 羽客雜人豪
푸른 옥색이 두 눈을 밝게 하나니 / 玉色明雙眼
한 터럭도 봉심이 있지 않다오 / 蓬心無一毫
강의 흐름은 맑음이 이미 극에 달하고 / 江流淸已極
새소리는 성운(聲韻)이 여전히 높아라 / 禽鳥韻猶高
현포가 어찌 이보다 나을 수 있으리오 / 玄圃何能勝
이제 꿈속에 그리는 수고를 덜겠도다 / 今除夢想勞

 

청풍이라 처음에 누가 지었나 / 淸風始誰作
땅을 보니 사람도 호탕하겠네 / 相地人應豪
물가는 깨끗해서 벽옥과 같고 / 洲渚淨如玉
강물은 맑아서 터럭도 비친다오 / 江流澄鑑毫
수려한 봉우리는 신선이 모여 선 듯 / 秀峯仙侶會
비낀 능선에는 그림 병풍 드높아라 / 橫嶂畫屛高
심신이 상쾌해짐을 앉아서 깨닫노니 / 坐覺心神爽
어찌 안력의 수고를 저어하리오 / 何嫌眼力勞

 

산이 만약 묘한 이치 토론한다면 / 山如論妙理
여울은 필시 맑고 호방함 다투리라 / 瀨必角淸豪
제작하느라 누구의 손을 빌렸을까 / 制作煩誰手
신기함이 붓 속에 자세히 들어 있네 / 新奇細入毫
안개와 노을은 윤색할 줄을 알고 / 煙霞知潤色
물고기와 새는 각자 낮고 높아라 / 魚鳥自卑高
작은 고을에 할 일이 없다 해도 / 小邑雖無事
이 때문에 응접하느라 바쁘다오 / 斯爲應接勞

 

한 해가 다 가도록 선경을 차지하니 / 經年占仙境
몸은 병들어도 뜻은 오히려 호쾌해라 / 身病意猶豪
저녁노을은 푸른 기운을 내뿜고 / 暮靄噓靑氣
물새는 젖은 털을 볕에 말리네 / 晴鷗曬白毫
기이한 경치를 겨루는 강산이요 / 江山較奇勝
높고 낮게 난분분한 화훼로세 / 花卉亂低高
너희들이 돌아갈 생각을 막으니 / 爾輩沮歸計
벼슬하는 노고를 다시 잊겠도다 / 還忘作吏勞

 

- 한벽(寒碧)의 …… 누대 : 충청북도 제천군(提川郡) 청풍면(淸風面)에 있는 한벽루(寒碧樓)를 말한다. 고려 때 세워졌으며,

   조선 태종(太宗) 때 군수 정수홍(鄭守弘)이 중건하였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14 忠淸道 淸風郡》

- 한번 …… 만하도다 : 산호(山毫)는 중산호(中山毫)의 준말로, 모필(毛筆)을 말한다. 중산(中山)의 토끼털로 만든 붓이

  최고의 명필로 일컬어졌으므로, 보통 좋은 붓을 중산옥토호(中山玉兔毫) 혹은 줄여서 중산호ㆍ옥호(玉毫)라고 부르게

  되었다. 대본에는 ‘可以渾山毫’로 되어 있으나, ‘渾’은 ‘揮’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 봉심(蓬心) : 쑥대가 우거져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게 꽉 막힌 마음을 말한다. 장주(莊周)가 친구인 혜시(惠施)

  와 문답을 나누다가 “그대는 아직도 쑥대가 우거진 것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夫子猶有蓬之心也夫〕”라고 비판한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莊子 逍遙遊》

- 현포(玄圃) : 위로 천계(天界)와 통한다고 일컬어지는 곤륜산(崑崙山)의 정상에 있다는 신선의 거처를 말한다. 그 위에는

  금대(金臺), 옥루(玉樓)와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해 있다고 하는데, 보통 선경(仙境)의 뜻으로 쓰인다. 현포(懸圃)

  혹은 현포(縣圃)라고도 한다.

 

<출처 : 헌국고전종합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