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지산집易象說

쾌괘(夬卦 )

청풍선비 2010. 8. 29. 09:26

쾌괘(夬卦 )

 

쾌(夬)는 왕의 조정에서 드러냄이다.[夬 揚于王庭]

○ ‘양(揚)’은 양(陽)의 명(明) 상이다. 괘 전체의 복체가 박괘(剝卦)이니 ‘왕정(王庭)’의 상이 있다.

   사읍(私邑)부터 고하고 병란(兵亂)에 나아감은 이롭지 않으며,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告自邑 不利卽戎

   利有攸往]

 

○ ‘고(告)’는 태(兌)의 구(口) 상이다. ‘읍(邑)’은 태(兌)가 곤(坤)의 상효(上爻)를 얻었으니 읍의 상이 된다. 혹자가 말하기를, “하괘인 건(乾)의 복체인 곤(坤)의 상이다.” 하였다. ‘융(戎)’은 태(兌)의 금(金) 상이다. ‘불리즉융(不利卽戎)’은 태(兌)의 열(說) 상이다. ‘이왕(利往)’은 가면 쾌괘(夬卦)를 말미암아서 건(乾)이 된다.

상에 이르기를, “못이 하늘에 올라감이 쾌(夬)이니, 군자가 보고서 녹(祿)을 베풀어 아래에 미친다.” 하였다.[象曰 澤上於天 夬 君子以 施祿及下]

 

○ 못의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면 수증기가 되었다가 비로 변하니, 바로 터지는 궤결(潰決)의 상이다. 군자가 이를 본받아서 녹(祿)을 베풀어 아래에 미치게 하는 것이다. 못이 어찌 하늘로 올라갈 리가 있겠는가. 기(氣)로써 말한 것일 뿐이다. 한자(韓子)가 말하기를, “하늘에서 장차 비가 오려고 하면 수증기가 위로 올라간다.” 하였다.

초구는 앞발에 건장함이다.[初九 壯于前趾]

 

○ 양효로서 양의 자리에 있는 데다가 또 건체(乾體)이기까지 하니 건장한 상이 있는 것이다. ‘지(趾)’는 초효가 아래에 있는 상이다.

상에 이르기를, “이길 수 없는데도 가는 것이 허물이다.” 하였다.[象曰 不勝而往 咎也]

○ ‘왕(往)’은 양(陽)의 진(進) 상이다. ‘불승(不勝)’은 초효의 미약한 상이다. 반씨(潘氏)가 말하기를, “포의(布衣)를 입고 있으면서 권신(權臣)을 논핵(論劾)하는 것과 같으니, 전혀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구이는 두려워하고 하소연함이니, 늦은 밤에 적병이 있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九二 惕號 莫夜 有戎 勿恤]

○ ‘척(惕)’은 태(兌)의 상이다. 《소문(素問)》에, “금(金)을 뜻에 두는 것이 걱정이 된다.” 하였다. ‘호(號)’는 태(兌)의 구(口) 상이다. ‘막야(莫夜)’는 하체(下體)가 이위(離位)의 끝인 상이다. ‘융(戎)’은 태(兌)의 금(金) 상이다. ‘물휼(勿恤)’은 점사(占辭)이다.

     구삼은 광대뼈에 건장하여 흉함이 있고, 홀로 가서 비를 만나니, 군자는 결단함을 쾌하게 한다. 젖는 듯이

     여겨 노여워함이 있다.[九三 壯于頄 有凶 君子夬夬 獨行遇雨 若濡有慍]

○ ‘장(壯)’은 괘 전체의 모양이 대장괘(大壯卦)와 비슷한 데서 상을 취한 것이다. ‘구(頄)’는 건(乾)의 수(首) 상이다. ‘군자(君子)’는 삼효의 상이다. ‘쾌쾌(夬夬)’에 대해서 식재 여씨(息齋余氏)가 말하기를, “삼효와 오효에서 모두 쾌쾌(夬夬)라고 하였다. 한 효는 음과 응(應)의 관계이고 한 효는 양과 비(比)의 관계로, 배(倍)가 아니어서 결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독(獨)’은, 구삼이 다섯 양효 가운데에 있으면서 상육과 응의 관계에 있으므로 ‘독행(獨行)’이라고 한 것이다. ‘우(雨)’는, 상괘인 태(兌)의 택(澤) 상으로, 못의 기운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니 비가 내리는 상이 있다. ‘유(濡)’는 우(雨)를 인하여 상을 취하였다. ‘온(慍)’은 여럿을 어기고 상효에 응하는 데에서 상을 취하였다.” 하였다.

구사는 볼기짝에 살이 없으며 그 감을 머뭇거리니, 양을 끌듯이 하면 뉘우침이 없겠으나 말을 들어도 믿지 않으리라.[九四 臀无膚 其行次且 牽羊 悔亡 聞言 不信]

○ ‘둔(臀)’은, 태(兌)가 손(巽)의 반체인데 손이 고(股)가 된다. 사효는 고(股)의 위에 있으니, 바로 볼기짝인 ‘둔(臀)’의 상이 되는 것이다. 피부인 ‘부(膚)’는 음유(陰柔)한 물체이니, ‘무부(无膚)’는 구사효의 강(剛) 상이다. ‘행차저(行次且)’는 손(巽)이 나아가고 물러남을 과감히 하지 못하는 상이 된다. ‘양(羊)’은 태(兌)의 상이다. 사효가 태체(兌體)의 뒤에 있으니 양을 끄는 ‘견양(牽羊)’의 상이 있는 것이다. ‘언(言)’은 태(兌)의 구(口) 상이다. ‘문언 불신(聞言不信)’은 태체(兌體)가 감이(坎耳)의 안을 막은 상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볼기짝인 ‘둔(臀)’은 앉으면 아래에 있고 서면 위에 있게 된다. 태(兌)는 손(巽)의 반체이니 앉는 상이 있다. 쾌괘(夬卦)의 사효에서 말한 둔(臀)은 앉아 있을 때의 볼기짝 상이고, 구괘(姤卦)의 삼효에서 말한 둔(臀)은 서 있을 때의 볼기짝 상이다.” 하였다.

구오는 비름나물을 쾌하게 끊듯이 하면 중도(中道)를 행한다.[九五 莧陸夬夬 中行]

○ ‘현(莧)’과 ‘육(陸)’은 모두 연못에서 자라는 풀이다. 태(兌)가 택(澤)이 되므로 상을 취한 것이다. ‘쾌쾌(夬夬)’는 양효인 강(剛)으로서 강(剛)의 자리에 있는 상이다. ‘중행(中行)’은 오효가 가운데에 있는 상이다. 운봉 호씨가 말하기를, “쾌괘(夬卦)는 삼월(三月)의 괘이니, 비름나물[莧]이 처음으로 자라는 때이다. 구괘(姤卦)는 오월(五月)의 괘이니, 오이[瓜]가 처음으로 맺히는 때이다. 그러므로 그것으로써 상을 취한 것이다.” 하였다.

상육은 소리침이 없으니, 끝내 흉함이 있다.[上六 无號 終有凶]

○ ‘호(號)’는 태(兌)의 구(口) 상이다. ‘무호(无號)’에 대해서 운봉 호씨가 말하기를, “구이(九二)의 ‘척호(惕號)’는 뭇 양(陽)에게 소리치는 것이다. 상육은 한 음(陰)뿐이니 어디에다가 소리치겠는가.” 하였다. ‘종(終)’은 상효의 상이다. ‘종유흉(終有凶)’은 끝내 다섯 양(陽)이 결단하여 한 음을 제거하는 것이다.

[주D-001]반씨(潘氏) : 반병(潘柄)을 가리킨다. 반병은 송나라 사람으로, 자가 겸지(謙之)이다. 주희의 문하에서 종유하였으며, 세상에서는 과산 선생(瓜山先生)이라고 칭한다. 저서로는 《역해(易解)》, 《상서해(尙書解)》가 있다.
[주D-002]식재 여씨(息齋余氏) : 여사서(余芑舒)를 가리킨다. 송나라 사람으로 주희의 학문을 배웠다. 저서로는 《채서전의(蔡書傳疑)》, 《서전해(書傳解)》, 《역해(易解)》가 있다.
[주D-003]구괘(姤卦)의 …… 둔(臀) : 구괘 삼효의 효사에 “구삼은 볼기짝에 살이 없으나 그 감을 머뭇거리니, 위태롭게 여기면 큰 허물이 없다.[九三 臀无膚 其行 次且 厲 无大咎]” 하였다.
[주D-004]구괘(姤卦)는 …… 때이다 : 구괘 오효의 효사에 “구오는 기(杞)나무 잎으로 오이를 싸는 것이니, 아름다움을 함축하면 하늘로부터 떨어짐이 있으리라.[九五 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하였다.
[주D-005]구이(九二) : 원문에는 ‘九三’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