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지산집易象說

계사 하전(繫辭下傳)

청풍선비 2010. 8. 29. 09:40

계사 하전(繫辭下傳)

 

길흉(吉凶)과 회린(悔吝)은 동함에서 생기는 것이다.[吉凶悔吝 生乎動者也]

○ 주(註)에 나오는 운봉 호씨의 설 가운데 ‘미동(未動)’의 동(動)은 중(重) 자의 오자인 듯하다.

강(剛)과 유(柔)는 근본을 세우는 것이요, 변(變)과 통(通)은 때에 따르는 것이다.[剛柔者 立本者也 變通者 趣時者也]

○ 여기에 이르러서 비로소 시(蓍)의 변화를 말하였다.

천지의 도는 항상 보여 주는 것이다.[天地之道 貞觀者也]

주에 나오는 운봉 호씨의 설 가운데 ‘연역(然亦)’의 사이는 말뜻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천지의 큰 덕을 생(生)이라 하고, 성인의 큰 보배를 위(位)라 한다. 무엇으로써 위(位)를 지키는가. 사람이다. 무엇으로써 사람을 모으는가. 재물이다. 재물을 다스리고 말을 바르게 하며 백성들의 비행(非行)을 금함을 의(義)라 한다.[天地之大德曰生 聖人之大寶曰位 何以守位 曰仁 何以聚人 曰財 理財 正辭 禁民爲非 曰義]

주에서 주자(朱子)가 ‘고역왈(故易曰)’이라 하였는데, 역(易) 자는 연문(衍文)이다.
○ ‘천지의 큰 덕을 생(生)이라 한다’ 한 곳에서의 생(生)은 인(仁)이다. 성인은 천지의 덕이 있으므로 인(仁)으로써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더욱 순하다. 쌍호 호씨가 인자설(仁字說)을 지었다.
○ 주에 나오는 평암 항씨(平庵項氏)의 설과 같이 본다면, 말을 바르게 하고 백성들의 비행을 금함은 모두 재물을 다스리는 가운데 포함된다. 다만 주자(朱子)의 ‘교화가 문득 말을 바르게 하는 가운데에 들어 있다.[敎化便在正辭裏面]’는 한마디 말로 본다면, 단지 재물을 다스리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문을 이중으로 하고 목탁을 쳐서 포악한 나그네를 대비하였다.[重門擊柝 以待暴客]

○ ‘탁(柝)’은 두 나무를 갈라서 문에다 끼워 기틀[機]로 삼는 것인데, 이를 서로 쳐서 밤에 경보를 울린다. 지금 황성(荒城)에서 대부분 북을 두드리면서 밤을 지새우는 것은 이 제도의 남은 모습이다. 또 《설문(說文)》에 이르기를, “밤중에 길을 가면서 두드리는 것이다.” 하였다.

‘제2장(第二章)’의 장 아래 나오는 주 가운데 구헌 정씨(苟軒程氏)의 설에서 말한 ‘건천(乾天)’ 두 글자는 아마도 ‘명결(明決)’의 오자인 듯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쾌괘(夬卦)의 괘 모양은 하체(下體)가 건(乾)이고 상체(上體)가 태(兌)인데, 태는 구설(口舌)이 된다. 그러므로 ‘망언지태(忘言之兌)’라고 한 것이다. 건(乾)은 천(天)이 되는데, 천이란 것은 이치로써 말을 한다. 그러므로 거짓[僞]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자벌레가 몸을 굽힘은 폄을 구하기 위해서이다.[尺蠖之屈 以求信也]

○ 《설문》을 보면, ‘척확(尺蠖)은 몸을 굽혔다가 펴는 벌레이다. 육전(陸佃)은 말하기를, “‘척확(尺蠖)’은 일명 즉축(蝍蹴)이라 하며, 일명 보굴(步屈)이라고 한다. 누에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나뭇잎을 먹고 산다. 늙으면 역시 실을 토하여 고치를 만들고, 고치에서 화하여 나비가 된다.” 하였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서 척(尺)의 뜻을 취한 것은 지금 사람들이 손가락을 펴서 척을 구하는 데에서 취한 것으로, 한 번 구부리고 한 번 펴는 것이 마치 자벌레가 기어가는 것과 같다.

의(義)를 정밀히 하여 신묘한 경지에 들어감은 씀을 지극히 하기 위해서이다.[精義入神 以致用也]

○ 주에서 임천 오씨(臨川吳氏)가 말하기를, “정신이 바깥으로 치달리지 않아 들어온 것이 나감이 없다.[神不外馳 入者无出]” 운운하였는바, ‘입신(入神)’의 뜻이 주자(朱子)의 말과는 다른 듯하다.

역(易)에 이르기를, “돌에 곤(困)하며, 질려(蒺藜)에 앉아 있다. 집에 들어가도 아내를 만나 보지 못하니 흉하다.” 하였다.[易曰 困于石 據于蒺藜 入于其宮 不見其妻 凶]

○ 주자가 말하기를, “‘석(石)’은 사효(四爻)를 가리킨다. ‘질려(蒺藜)’는 이효(二爻)를 가리킨다. ‘궁(宮)’은 삼효를 이르며, ‘처(妻)’는 육효이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본 곤괘(困卦)를 보면, 구사(九四)가 양강(陽剛)이니 석(石)의 상이 있는 것이다. 구이(九二) 역시 양강이며 또 감체(坎體)인데, 감(坎)은 총극(叢棘)이 되니 질려(蒺藜)의 상이 있는 것이다. 삼효는 그가 있는 곳이 바로 궁(宮)이다. 주자가 또 말하기를, “육삼(六三)은 양의 자리에 있는 음효(陰爻)이고, 상육(上六)은 음의 자리에 있는 음효이다. 그러므로 육삼을 가지고 말하면 상육이 처(妻)가 되는 것이다.” 하였다.

천지의 기운이 얽히고설키매 만물이 화(和)하여 엉기고, 남녀가 정(精)을 맺으매 만물이 화생(化生)한다. 역(易)에 이르기를,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을 덜고, 한 사람이 가면 그 벗을 얻는다.” 하였으니, 이는 하나에 지극함을 말한 것이다.[天地絪縕 萬物化醇 男女構精 萬物化生 易曰 三人行 則損一人 一人行 則得其友 言致一也]

○ 주에서 주자가 말하기를, “화생(化生)은 기화(氣化)를 가리켜서 말한 것으로, 초목(草木)이 그것이다.[化生 指氣化而言 草木是也]” 하였다. 살펴보건대, ‘화생(化生)’ 이하는 뜻이 상세하지 않으니, 아마도 ‘지(指)’ 자 아래에 ‘방(方)’ 자가 있고 ‘목(木)’ 자 아래에 ‘역(亦)’ 자가 있는 듯하다. ‘기화(氣化)’는 본의(本義)에 나오는 기화(氣化)와는 뜻이 같지 않다.
○ 주자가 말하기를, “정자(程子)의 설에 운운하였다.” 하였다. 초효와 이효는 두 양이고, 사효와 오효는 두 음이며, 삼효와 상효는 응(應)의 관계이니, 모두 양쪽이 서로 더부는 것이다.

그 이름을 칭함이 잡란(雜亂)하나 어그러지지 않는다.[其稱名也 雜而不越]

○ 주에 운봉 호씨가 운운하였다. 주자의 뜻은 대개 괘효(卦爻)의 뜻은 비록 잡란하나 음양의 변화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여긴 데 반해 운봉 호씨는 복희씨의 역(易)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이는 주자의 설과 합치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호씨의 설 역시 이치에 맞으니 하나의 설이 될 만하다.

그 이름을 칭함은 작으나 유(類)를 취함은 크다. 뜻이 원대하며, 말이 문채로우며, 말이 곡진하면서도 맞으며, 일이 진열되어 있으면서도 은미하다.[其稱名也小 其取類也大 其旨遠 其辭文 其言曲而中 其事肆而隱]

○ 호씨(胡氏)는 ‘명(名)’을 괘의 이름으로 여겼다.
○ 주에 나오는 임천 오씨의 설이 좋다.

곤(困)은 덕의 분별이다.[困 德之辨也]

○ 본의(本義)에 나오는 ‘곤으로써 스스로 그 능력을 시험하고[困以自驗其力]’라고 한 곳에서의 ‘역(力)’은 정력(定力)이다.

항(恒)은 잡란(雜亂)하나 싫지 않다.[恒 雜而不厭]

○ 항상 오래하면서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록 잡란한 가운데에 처해 있으나 떳떳한 덕이 싫지 않은 것이다. 이는 덕을 가짐이 한결같음을 말한 것이다. 주자의 뜻은 이와 같다. 그런데 절재 채씨(節齋蔡氏)는 “잡(雜)이란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나, 항괘(恒卦)의 잡은 싫어하지 않는다.[雜者 人厭之 而恒之雜 則不厭]” 하였다. 이는 항(恒)에 잡란의 뜻이 있는 것이다. 어찌 일의 변화가 많은데도 지키는 바를 변하지 않으므로 그 잡란함을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른 것이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주자의 설과 차이가 없는 것이며, 다만 싫어하는 것에 다른 사람과 자신의 구별이 있는 것이다.

물건을 뒤섞음과 덕을 잡음과 시비(是非)를 분변함은 가운데 효가 아니면 구비하지 못한다.[若夫雜物 撰德 辨是與非 則非其中爻 不備]

○ 주(註)에 이르기를, “《춘추좌전》 가운데 한 곳에서 점을 쳐서 관괘(觀卦)를 얻은 데 대하여 말하였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진(陳)나라의 공자(公子) 완(完)이 젊었을 적에 주(周)나라 태사(太史)가 《주역》으로 점을 치니, 관괘(觀卦)가 비괘(否卦)로 변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그러자 태사가 말하기를, “이 괘는 ‘나라의 빛남을 볼 것이니, 왕의 빈객이 되기에 이롭다.[觀光之國 利用賓于王]’ 할 것입니다. 이분이 진(陳)나라 군주를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릴 것입니다.” 하고, 그 괘의 체(體)에 대해서 말하기를, “곤(坤)은 흙[土]이고 손(巽)은 바람[風]이고 건(乾)은 하늘[天]이니, 바람이 흙 위의 산에서 하늘이 되는 격입니다. 그리고 산에 재목이 있는데, 하늘의 빛이 그것을 비추는 것입니다.” 하였다. 대개 관괘(觀卦)와 비괘(否卦)는 삼효, 사효, 오효가 간(艮)의 괘가 되고, 이효, 삼효, 사효가 역시 간(艮)이 된다. 그러므로 산(山)이라고 한 것이다. 이 기사는 《춘추좌전》 장공(莊公) 22년 조에 나온다.

능히 마음에 기뻐하고 생각에 연구하여 천하의 길흉을 정하며, 천하의 힘써야 할 일을 이룬다.[能說諸心 能硏諸侯之慮 定天下之吉凶 成天下之亹亹者]

○ 성인의 마음에는 건곤(乾坤)의 이치가 들어 있으므로 능히 이와 같을 수가 있는 것이다.

[주D-001]주에 …… 않았다 :

운봉 호씨가 말하기를, “고(固)란 것은 인사(人事)의 당연한 바이고, 상(常)이란 것은 천리(天理)의 필연(必然)이다. 천하의 동함은 길(吉)이 흉(凶)을 이기는 것이 아니면 흉(凶)이 길(吉)을 이기는 것이다. 이 둘은 항상 서로 이겨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천하의 바른 이치이다.[二者 常相勝不已 然亦天下之正理也]” 하였다.


[주D-002]주에서 …… 연문(衍文)이다 :

주자가 말하기를, “하늘은 위에서 확연(確然)하고 땅은 아래에서 부드러우면서, 하나도 하는 바가 없이 단지 사물을 생(生)하는 것만을 일삼는다. 그러므로 역(易)에 말하기를,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라 한다.’하였다.[故易曰 天地之大德曰生]” 하였다.


[주D-003]평암 항씨(平庵項氏)의 설 :

평암 항씨가 말하기를, “‘재(財)’라는 것은 온갖 사물의 총체적인 이름으로, 모두 백성들이 이익으로 삼는 바이다. ‘정사(正辭)’는 귀천(貴賤)을 나누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법도가 있게 하고, 취여(取予)를 밝혀서 백성들로 하여금 의리가 있게 하고, 명실(名實)을 판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신의가 있게 하는 것이다. 대개 이익이 있는 바에는 이끌어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의리를 알게 하지 않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금민위비(禁民爲非)’는 금령(禁令)을 만들고 형벌(刑罰)을 시행하여 따르지 않는 자를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다. 대개 길러 주고 가르쳐 준 다음에 형벌로 다스리는 법으로, 성인의 차마하지 못하는 정사가 여기에서 다하는 것이다.” 하였다.


[주D-004]제1장(第一章)의 …… 정(貞) 자 :

쌍호 호씨가 말하기를, “‘강(剛)과 유(柔)는 근본을 세우는 것이요, 변(變)과 통(通)은 때에 따르는 것이다.’라는 것은, 강(剛)과 유(柔)가 서로 미루어 주어 변(變)이 그 가운데 있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길과 흉은 항상 이기는 것이다.[吉凶者 貞勝者也]’ 한 이하는 또 이를 거듭 밝힌 것이다. ‘길흉(吉凶)과 회린(悔吝)은 동함에서 생기는 것이다.’라는 한 구절은, 천지(天地)의 도는 정(貞)하여서 이기고, 일월(日月)의 도는 정(貞)하여서 밝으며, 천하의 동함 역시 오직 한결같이 정함으로써 이김이 마땅함을 이른 것이다.” 하였다.


[주D-005]제2장(第二章)의 …… 글자 :

구헌 정씨(苟軒程氏)가 말하기를, “서계(書契)는 망언(忘言)의 태(兌)를 대신할 수 있고, 건천(乾天)은 서계의 거짓을 막을 수 있다.[書契 可以代忘言之兌 乾天 可以防書契之僞]” 하였다.


[주D-006]육전(陸佃) :

송(宋)나라 산음(山陰) 사람으로, 자가 농사(農師)이며, 호가 도산(陶山)이다. 예가(禮家)의 명수설(名數說)에 뛰어났으며, 저서로는 《도산집(陶山集)》, 《비아(埤雅)》, 《예상(禮象)》, 《춘추후설(春秋後說)》등이 있다.


[주D-007]돌에 …… 흉하다 : 곤괘(困卦) 육삼효(六三爻)의 효사(爻辭)이다.
[주D-008]세 사람이 …… 얻는다 : 손괘(損卦) 육삼효의 효사이다.
[주D-009]정자(程子)의 설에 운운하였다 :

주자가 말하기를, “정자의 설에 ‘초효와 이효, 삼효와 상효, 사효와 오효는 모두 양쪽이 서로 더부니, 스스로 기뻐하여 좋음을 얻은 것이다.’ 하였다.” 하였다.


[주D-010]운봉 호씨가 운운하였다 :

운봉 호씨가 말하기를, “복희씨의 세 획(畫)으로 된 괘의 이름은 건일(乾一)로부터 곤팔(坤八)에 이르기까지가 저절로 그러한 순서가 있으며, 그를 인하여 거듭 그은 육십사 괘의 이름도 역시 그러하다. 문왕(文王)이 괘의 이름을 칭함에 이르러서는 잡란하여 복희씨의 순서를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 이름을 칭한 것이 비록 잡란하기는 하나, 복희씨의 역에 비교해 볼 때 일찍이 어긋난 것은 없다.” 하였다.


[주D-011]임천 오씨의 설 :

임천 오씨가 말하기를, “‘부역(夫易)’에서부터 이 부분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문왕(文王)의 단사(彖辭)가 비록 유(類)를 취함이 크나, 말이 문채롭고 일이 진열되어 있으면서도 은미함을 논하였으며, 효사(爻辭) 역시 그러함을 논하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전적으로 단사에 대해서만 말하였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