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지산집易象說

설괘전(說卦傳)

청풍선비 2010. 8. 29. 09:41

설괘전(說卦傳)

옛날에 성인이 역(易)을 지을 적에 그윽이 신명(神明)을 도와 시초(蓍草)를 내었다.[昔者 聖人之作易也 幽贊於神明而生蓍]

○ ‘그윽이 신명을 도와[幽贊於神明]’에 대하여 살펴보면,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 주자는 ‘신명이 돕는 바가 되어[爲神明所贊]’라고 하였는바, 본경(本經)의 소주(小註)와는 같지가 않다.


하늘에서 셋을 취하고 땅에서 둘을 취하여 수(數)를 의지하였다.[參天兩地而倚數]

○ 주를 보면, 건안 구씨(建安丘氏)의 설이 주자의 설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 설이 아주 정묘하여 하나의 설이 될 수 있다.


음양에서 변(變)을 보아 괘(卦)를 세우고, 강유(剛柔)에서 발휘하여 효(爻)를 낳았다.[觀變於陰陽而立卦 發揮於剛柔而生爻]

○ 음양(陰陽)은 기(氣)인바, 괘(卦)를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기(氣)를 가리켜서 말한 것이다. 강유(剛柔)는 질(質)인바, 이미 괘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질(質)을 가리켜서 말한 것이다. ‘생효(生爻)’라고 이른 것은, 이것은 노양(老陽)의 효(爻)이고, 저것은 소양(少陽)의 효이고, 이것은 노음(老陰)의 효이고, 저것은 소음(少陰)의 효라고 세밀하게 구별한 다음에야 여섯 효가 있음이 보이는 것이다.


‘제1장(第一章)’의 장(章) 아래에 있는 주(註)에 나오는 한상 주씨(漢上朱氏)의 말 가운데, ‘설설시분괘(說揲蓍分卦)’라고 한 곳에서의 괘(卦) 자는 괘(掛) 자의 오자인 듯하다.


옛날에 성인이 역(易)을 지은 것은 장차 성명(性命)의 이치를 순히 하려고 해서였다.[昔者 聖人之作易也 將以順性命之理]

○ 주를 보면, 건안 구씨의 설이 아주 분명하다.

○ 쌍호 호씨의 설이 아주 묘하다.

○ ‘순성명(順性命)’은 바로 도덕(道德)에 화순(和順)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역(易)이 여섯 자리에 문장(文章)을 이룬 것이다.[故 易 六位而成章]

○ 주자의 뜻은 단지 음양(陰陽)의 자리와 획이 서로 섞여서 문장(文章)을 이룸을 말하였을 뿐으로, 애당초 시초(蓍草)를 세어 괘획(卦畫)을 구하는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물을 흔듦은 바람보다 빠름이 없다.[撓萬物者 莫疾乎風]

○ ‘요(撓)’는 거성(去聲)으로, 《운회(韻會)》를 보면 ‘요(擾)’이며 ‘굴(屈)’이라고 하였다. 장자(莊子)가 말한 “만물이 마음을 흔들기에 부족하다.[萬物不足以撓心]” 할 때의 요(撓) 자와 같다.


감(坎)은 귀가 되고 이(離)는 눈이 된다.[坎 爲耳 離 爲目]

○ 주에 나오는 한상 주씨의 설 가운데 ‘일합일벽 목명이청(一闔一闢 目瞑耳聽)’은 그 뜻이 상세하지 않다. 아마도 한 번 닫고 한 번 여는 사이에 눈은 비록 감더라도 귀는 듣는다는 뜻인 것 같다.


건(乾)은 하늘이 되고 둥근 것이 된다.[乾 爲天 爲圜]

○ 본의(本義)에 “용이 되고, 곧음이 되고, 옷이 되고, 말이 된다.[爲龍 爲直 爲衣 爲言]” 하였다. ‘용(龍)’은 본디 건괘(乾卦)에서 상을 취한 것이다. ‘직(直)’은 본디 계사 상전(繫辭上傳)에서 말한 “건은 그 동함이 곧다.[乾 其動也直]”는 뜻이다. ‘의(衣)’는 본디 황제(黃帝)와 요순(堯舜)이 의상(衣裳)을 드리운 것으로, 건괘와 곤괘의 상을 취한 것이다. 어(語)는 양(陽)에 속하고, 묵(默)은 음(陰)에 속한다. 대개 곤(坤)은 닫힘[闔]이니 이것은 묵(默) 상이며, 건(乾)은 열림[闢]이니 이것은 어(語) 상이다. 그러므로 건(乾)이 ‘언(言)’의 상을 취한 것이다.


곤(坤)은……삼베가 된다.[坤……爲布]

○ 본의에 “암컷이 되고, 혼미함이 되고, 네모짐이 되고, 주머니가 되고, 치마가 되고, 황색이 되고, 명주베가 되고, 음료가 된다.[爲牝 爲迷 爲方 爲囊 爲裳 爲黃 爲帛 爲漿]” 하였다. ‘빈(牝)’의 상(象)과 ‘미(迷)’의 상은 곤괘(坤卦) 단전(彖傳)에 있고, ‘방(方)’의 상은 곤괘 이효(二爻)에 있고, ‘낭(囊)’의 상은 곤괘 사효에 있고, ‘상(裳)’의 상과 ‘황(黃)’의 상은 곤괘 오효에 있다. ‘백(帛)’의 상과 ‘포(布)’의 상은 진재 서씨(進齋徐氏)가 이른 바와 같이 동(動)하여 열려져서 넓게 되므로 포(布)가 되는 것이다. ‘장(漿)’은, 《주례》 장인(漿人)을 살펴보면 여섯 가지 음료 가운데 하나로, 미즙(米汁)을 물에 타서 만드는데 색깔이 탁하면서 맛이 두텁다. 그러므로 곤(坤)의 음(陰) 상을 취한 것이다.


진(震)은……꽃이 되고……왼발이 흼이 된다.[震……爲旉……爲馵足]

○ ‘부(旉)’는 부(敷)로도 되어 있다. ‘주(馵)’는 말의 네 발굽이 모두 흰 것이다. 육전(陸佃)이 말하기를, “대개 그 성질이 조급하므로 그 발 두 개를 잡아맨 것을 취한 것으로, 말하자면 제압하여 움직이게 한 것이다.” 하였다. -육전 역시 역상(易象)을 가지고 말하였다.- 환(䭴)은 그 발 하나를 잡아맨 것이고, 주(馵)는 그 발 두 개를 잡아맨 것이다.

○ 본의에 “옥이 되고, 고니가 되고, 북이 된다.[爲玉 爲鵠 爲鼓]” 하였다. ‘옥(玉)’은 진(震)의 모양새가 양강(陽剛)이 안에 있고 음유(陰柔)가 바깥에 있는바, 안은 단단하면서 강하고 바깥은 따스하면서 부드러운 상을 취한 것이다. ‘곡(鵠)’은, 진(震)이 양(陽)이 동하는 괘인데, 양의 색깔은 희며, 또 동하여서 위로 나아가므로 그 상을 취한 것이다. 고니는 색깔이 희면서 높이 날아가는 새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한 기(奇)가 아래에 있으니 신(身)의 상이 있는 것이고, 두 우(偶)가 나뉘어 열려 있으니 두 날개인 양익(兩翼)의 상이 있는 것이다.” 하였다. ‘고(鼓)’는 중부괘(中孚卦) 삼효(三爻)의 호체에 그 상이 있다.


손(巽)은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된다.[巽 爲木 爲風]

○ 본의에 “버드나무가 되고 황새가 된다.[爲楊 爲鸛]” 하였다. ‘양(楊)’의 상은 대과괘(大過卦) 이효에 들어 있다. ‘관(鸛)’은, 당본(唐本)에는 학(鶴)으로 되어 있는데, 의심스럽다. ‘관(鸛)’은 나는 것으로 풍족(風族)인데, 손(巽)이 풍(風)이 된다. 그리고 ‘관(鸛)’은 못가에 사는 새인데, 손(巽)의 반체가 태(兌)로 태(兌)는 못이 된다. 그러므로 상을 취한 것이다. 만약 ‘학이 된다[爲鶴]’ 한다면, 중부괘(中孚卦)에 태(兌)의 상이 있는데, 역시 손(巽)의 반체이다. 학 역시 못가에 사는 새이다.


감(坎)은……궁륜이 된다.[坎……爲弓輪]

○ 주에서 진재 서씨(進齋徐氏)가 ‘궁개이십팔(弓蓋二十八)’이라 하였다. 살펴보건대, 개(蓋)는 수레의 덮개이고, 궁(弓)은 덮개의 살[橑]이다. 《주례》 윤인(輪人)의 주(註)에 왕소우(王昭禹)가 말하기를, “바퀴는 바퀴살[輻]이 30개로 일월(日月)을 형상하고, 덮개는 덮개살[弓]이 28개로 별[星]을 형상한다.” 하였다.

○ 본의에 “집이 되고, 율(律)이 되고, 가함이 되고, 기둥이 되고, 총생하는 가시나무가 되고, 여우가 되고, 질려(蒺藜)가 되고, 질곡(桎梏)이 된다.[爲宮 爲律 爲可 爲棟 爲叢棘 爲狐 爲蒺藜 爲桎梏]” 하였다. ‘궁(宮)’은 본디 곤괘(困卦) 삼효의 상이다. ‘율(律)’은 본디 사괘(師卦) 초효의 상이다. ‘동(棟)’은 본디 대과괘(大過卦)의 체(體)가 그와 비슷하다. ‘총극(叢棘)’은 본디 감괘(坎卦) 상효의 상이다. ‘호(狐)’는 본디 미제괘(未濟卦) 초효와 해괘(解卦) 이효의 상이다. ‘질려(蒺藜)’는 본디 곤괘(困卦) 삼효의 상이다. ‘질곡(桎梏)’은 본디 몽괘(蒙卦) 초효의 상이다. ‘가(可)’는 감(坎)이 수(水)가 되는데, 수(水)라는 것은 땅의 형세를 그대로 따르며 사람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 흐른다. 그러므로 그 상을 취한 것이다.


간(艮)은……과일과 풀의 열매가 된다.[艮……爲果蓏]

○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을 과(果)라고 한다. 땅에 달려 있는 것을 나(蓏)라고 하는데, 오이나 박 따위가 그것이다.

○ 본의에 “코가 되고, 범이 되고, 여우가 된다.[爲鼻 爲虎 爲狐]” 하였다. 관로(管輅)가 말하기를, “비(鼻)라는 것은 사람 가운데 산(山)이다.” 하였다. -주자(朱子)의 마의역변(麻衣易辨)이 있다.- ‘호(虎)’는 본디 이괘(頤卦) 오효의 상이다. ‘호(狐)’는 본디 해괘(解卦) 이효가 변한 호체의 상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여우의 색깔은 붉으니, 양(陽)이 밖에 있는 상이다. 그리고 성질이 의심이 많으니, 음(陰)이 안에 있는 상이다.” 하였다.


태(兌)는……무당이 되고……금과 소금이 된다.[兌……爲巫……爲剛鹵]

○ 《주례》를 보면, 사무(司巫)에 남무(男巫)와 여무(女巫)의 관원이 있다. ‘강로(剛鹵)’는, 《손자(孫子)》에 “척택을 끊었다.[絶斥澤]”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에 “척(斥)은 소금밭[鹹鹵]의 땅이다. 수초(水草)조차도 습한 것을 싫어하는바, 군대가 주둔할 수 없다.”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척택(斥澤)은 오곡(五穀)이 자라지 못하는 곳이다.” 하였다. 또 《사기(史記)》를 보면 “동방(東方)에서는 염척(鹽斥)을 먹고, 서방(西方)에서는 염로(鹽鹵)를 먹는다.” 하였다. 이는 대개 소금밭임은 마찬가지인데, 동방에서는 염척이라 하고 서방에서는 염로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염척이나 염로는 모두 소금기가 있는 습지로서, 건조하면 바짝 마르고 습하면 진흙탕이 되어, 초목조차도 살 수가 없는 곳이다.

○ 본의에 “상(常)이 되고, 뺨과 볼이 된다.[爲常 爲輔頰]” 하였다. ‘상(常)’은, 태(兌)가 택(澤)이 되는데, 택이란 것은 멈추어 있으면서 흐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상을 취한 것이다. ‘보협(輔頰)’은 함괘(咸卦) 상효에 그 상이 있다.


[주D-001]본경(本經)의 소주(小註) :

주자가 말하기를, “능히 화육(化育)을 도와서 화기(和氣)가 가득 찬다. 그 때문에 능히 이 물건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였다.


[주D-002]건안 구씨(建安丘氏)의 설 :

건안 구씨가 말하기를, “천(天)은 양(陽)이다. 양은 기(奇)를 형상한다. 기(奇)의 한 획은 가운데가 차 있는바, 삼분(三分)으로 이루어진 삼천(參天)의 수를 얻은 것이다. 지(地)는 음(陰)이다. 음은 우(偶)를 형상한다. 우(偶)의 한 획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바, 이는 양(陽) 가운데 일분(一分)이 빠진 것으로, 이분(二分)으로 이루어진 양지(兩地)의 수를 얻는 것이다. ‘의(倚)’는 의지한다는 뜻으로, 괘획(卦畫)의 수가 이에 의지하여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기수(奇數)가 모여 건(乾)이 되니, 삼천(參天)의 수가 셋으로 9가 된다. 이것을 노양(老陽)이라고 한다. 세 개의 우수(偶數)가 모여 곤(坤)이 되니, 양지(兩地)의 수가 셋으로 6이 된다. 이것을 노음(老陰)이라고 한다. 두 기수와 한 우수가 손(巽), 이(離), 태(兌)가 되니, 두 삼천에 한 양지로 8이 된다. 이것을 소음(少陰)이라고 한다. 두 우수에 한 기수가 진(震), 감(坎), 간(艮)이 되니, 두 양지에 한 삼천으로 7이 된다. 이것을 소양(少陽)이라고 한다. 7, 8, 9, 6의 수를 인하여 음양(陰陽)과 노소(老少)의 획(畫)을 정한다. 이것이 괘(卦)를 세우고 효(爻)를 내는 근본이다.” 하였다.


[주D-003]한상 주씨(漢上朱氏) :

송나라의 학자인 주진(朱震)으로, 자가 자발(子發)이며, 경학(經學)에 뛰어나 세상에서는 한상 선생(漢上先生)이라고 칭하였다. 《한상역전(漢上易傳)》을 저술하였다.


[주D-004]건안 구씨의 설 :

건안 구씨가 말하기를, “위에서는 이치를 궁구하고 성(性)을 다하여 명(命)에 이름을 말하였고, 이곳에서는 성명(性命)의 이치를 순(順)히 함을 말하였다. 그러니 역(易) 가운데에서 말한 이치는 모두 성명(性命)인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성명의 이치라는 것은 바로 음양(陰陽), 강유(剛柔), 인의(仁義)가 그것이다. 효(爻)로써 나누어 보면, 위의 두 효가 하늘의 음양이 되고, 아래의 두 효가 땅의 강유가 되고, 가운데의 두 효가 사람의 인의가 된다. ‘삼재를 겸하여 두 번 하였다.[兼三才而兩之]’는 것은 중괘(重卦)를 이른다. 바야흐로 괘가 작게 이루어져서 세 획이 되는데, 여기에 이미 삼재(三才)의 도가 갖추어져 있다. 이를 거듭하여서 여섯 획이 되면 천도(天道), 인도(人道), 지도(地道)가 각각 둘이 된다. 이것이 이른바 ‘여섯 번을 그으매 괘가 이루어진다.[六畫成卦]’는 것이다. ‘음으로 나뉘고 양으로 나뉘었다.[分陰分陽]’는 것은 위(位)로써 말한 것이다. 무릇 괘는 초효, 삼효, 오효의 자리는 양(陽)이 되고, 이효, 사효, 상효의 자리는 음(陰)이 된다.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는 음과 양이 각각 반씩이다. 그러므로 ‘분(分)’이라고 한 것이다. ‘강과 유를 차례로 쓴다.[迭用剛柔]’는 것은 효(爻)로써 말한 것이다. 유(柔)는 육(六)을 말하고, 강(剛)은 구(九)를 말한다. 양(陽)의 자리[位]에는 강(剛)이 그 자리에 있고, 유(柔)도 역시 그 자리에 있으며, 음(陰)의 자리에는 유가 그 자리에 있고 강도 역시 그 자리에 있는 바, 혹 유가 있기도 하고 혹 강이 있기도 하여 서로 번갈아 가면서 쓰임이 된다. 그러므로 ‘질(迭)’이라고 한 것이다. 그것을 나누어서 경(經)을 보이고, 번갈아 써서 위(緯)를 삼아, 경위(經緯)가 서로 얽히어서 찬란하게 문채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여섯 자리에 문장을 이룬다.[六位成章]’는 것이다” 하였다.


[주D-005]관로(管輅) :

삼국 시대 위(魏)나라의 평원(平原) 사람으로, 자(字)가 공명(公明)인데, 천문(天文)과 점상(占相)에 아주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