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乾)[ ]·곤(坤)[ ]은 천지(天地)의 도(道)이고 음(陰)·양(陽)의 근본이므로 상편(上篇)의 머리가 되었고, 감(坎)[ ]과 이(離)[ ]는 음(陰)·양(陽)의 바탕을 이룬 것이므로 상편(上篇)의 끝이 되었다. 함(咸)[ ]·항(恒)[ ]은 부부(夫婦)의 도이고 낳고 기르는 근본이므로 하편(下篇)의 머리가 되었고, 미제(未濟)[ ]는 감(坎)[ ]·이(離)[ ]가 합한 것이고 기제(旣濟)[ ]는 감(坎)·이(離)가 사귄 것이니, 합하고 사귀면 만물을 낳는 바 음양(陰陽)의 공(功)을 이룬 것이므로 하편(下篇)의 끝이 되었다.
두 편의 괘(卦)가 이미 나누어진 뒤에 그 뜻을 미루어 차례를 정하였으니, 〈서괘전(序卦傳)〉이 이것이다. 괘(卦)가 나누어진 것은 음(陰)·양(陽)으로 기준하였으니, 양(陽)이 성한 것은 상편(上篇)에 있고 음(陰)이 성한 것은 하편(下篇)에 있다.
이른바 성하다는 것은 혹은 괘(卦)로써 기준하고 혹은 효(爻)로써 기준하였으니, 괘와 효에 뜻을 취한 것이 같지 않다. 가령 박(剝)[ ]은 괘로써 말하면 음(陰)이 장성하고 양(陽)이 깎이는 것이나 효로써 말하면 양(陽)이 위에 지극하고 또 한 양(陽)이 여러 음(陰)의 주인이 되며, 가령 대장(大壯)[ ]은 괘로써 말하면 양(陽)이 장성하고 씩씩한 것이나 효로써 말하면 음(陰)이 위에서 성한 것이니, 쓰여짐이 각각 그 장소에 따라 서로 해롭지 않다.
건(乾)[ ]은 아버지이니 이보다 높은 것이 없고, 곤(坤)[ ]은 어머니이니 건(乾)이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괘에 건(乾)이 있는 것은 상편(上篇)에 있고 곤(坤)이 있는 것은 하편(下篇)에 있는데, 복(復)[ ]은 양(陽)이 생기는 것이고 임(臨)[ ]은 양(陽)이 크는 것이고 관(觀)[ ]은 양(陽)이 성한 것이고 박(剝)[ ]은 양(陽)이 지극한 것이니, 비록 곤(坤)이 있으나 상편(上篇)에 있다. 구( )[ ]는 음(陰)이 생기는 것이고 돈(遯)[ ]은 음(陰)이 크는 것이고 대장(大壯)[ ]은 음(陰)이 성한 것이고 쾌( )[ ]는 음(陰)이 지극한 것이니, 비록 건(乾)이 있으나 하편(下篇)에 있다. 그 나머지 건(乾)이 있는 것은 모두 상편(上篇)에 있으니, 태(泰)[ ]·비(否)[ ]·수(需)[ ]·송(訟)[ ]·소축(小畜)[ ]·이(履)[ ]·동인(同人)[ ]·대유(大有)[ ]·무망(无妄)[ ]·대축(大畜)[ ]이다.
곤(坤)[ ]이 있으면서 상편(上篇)에 있는 것은 모두 양(陽)이 하나인 괘이다. 괘에 음(陰)이 다섯이고 양(陽)이 하나이면 한 양(陽)이 주인이 되기 때문에 양(陽)이 하나인 괘는 모두 상편(上篇)에 있으니, 사(師)[ ]·겸(謙)[ ]·예(豫)[ ]·비(比)[ ]·복(復)[ ]·박(剝)[ ]이다. 그 나머지 곤(坤)이 있는 것은 모두 하편(下篇)에 있으니, 진(晉)[ ]·명이(明夷)[ ]·췌(萃)[ ]·승(升)[ ]이다.
괘에 음(陰)이 하나이고 양(陽)이 다섯인 것은 모두 건(乾)이 있으며 또 양(陽)이 많고 성하니, 비록 여러 양(陽)이 한 음(陰)을 기뻐하나 기뻐할 따름이요 한 양(陽)이 여러 음(陰)의 주인이 되는 것과는 같지 않다. 왕필(王弼)이 “한 음(陰)이 주인이 된다.” 라고 말하였으니, 잘못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陰)이 하나인 괘는 모두 상편(上篇)에 있으니, 소축(小畜)[ ]·이(履)[ ]·동인(同人)[ ]·대유(大有)[ ]이다.
괘에 양(陽)이 둘인 것은 곤(坤)[ ]이 있으면 하편(下篇)에 있지만 소과(小過)[ ]는 비록 곤(坤)이 없으나 음(陰)이 지나친 괘이므로 또한 하편(下篇)에 있고, 그 나머지 양(陽)이 둘인 괘는 모두 한 양(陽)이 아래에서 생겨 위에 도달한 것이고, 또 두 체(體)가 모두 양(陽)이면 양(陽)이 성한 것이므로 모두 상편(上篇)에 있으니, 둔(屯)[ ]·몽(蒙)[ ]·이( )[ ]·습감(習坎)[ ]이다.
양(陽)이 아래에서 생긴다는 것은 진(震)[ ]과 감(坎)[ ]이 아래에 있는 것을 말하니, 진(震)은 아래에서 생기고 감(坎)은 가운데에서 시작하며, 위에 도달한다는 것은 한 양(陽)이 위에 이르거나 혹 바른 자리〔正位〕를 얻음을 말한다. 아래에서 생겨 위에 도달함은 양(陽)의 통창함이 성한 것이요, 양(陽)이 아래에서 생겼으나 위에 도달하지 못하고, 또 음(陰)이 많고 양(陽)이 적으며 다시 바른 자리를 잃음은 양(陽)이 약한 것이니, 진(震)[ ]과 해(解)[ ]이다.
위에 양(陽)이 있고 아래에 양(陽)이 없는 것은 근본이 없는 것이니, 간(艮)[ ]과 건(蹇)[ ]이다. 진(震)[ ]·감(坎)[ ]·간(艮)[ ]은 괘(卦)로 말하면 양(陽)이나 효(爻)로 말하면 모두 처음 변하여 미약하고, 진(震)의 위와 간(艮)의 아래에는 양(陽)이 없고 감(坎)은 양(陽)이 빠졌으니 모두 양(陽)이 성한 것이 아니나, 오직 습감(習坎)[ ]은 양(陽)이 위에 도달한 것이므로 양(陽)이 성한 것이 된다.
괘에 음(陰)이 둘인 것은 건(乾)[ ]이 있으면 양(陽)이 성함을 알 수 있으니, 수(需)[ ]·송(訟)[ ]·대축(大畜)[ ]·무망(无妄)[ ]이요, 건(乾)이 없으면서 성함이 되는 것은 대과(大過)[ ]와 이(離)[ ]이다. 대과(大過)는 양(陽)이 가운데에서 성하고 상하(上下)의 음(陰)이 약하다. 양(陽)이 위와 아래에 있으면 음(陰)의 기강이 되니 이(離)가 이것이요, 음(陰)이 위와 아래에 있으면 양(陽)을 주관하여 제어하지 못하여 도리어 약하다. 반드시 위와 아래에 각각 두 개씩 음(陰)이 있고 가운데에 양(陽)이 둘인 뒤에야 이김이 되니, 소과(小過)[ ]가 이것이니, 대과(大過)·소과(小過)의 이름에서 볼 수 있다. 이(離)[ ]는 두 체(體)의 위와 아래가 모두 양(陽)인데 음(陰)이 실제로 걸려 있으니 양(陽)이 성한 것이다. 그 나머지 음(陰)이 둘인 괘는 두 체(體)가 모두 음(陰)이면 음(陰)이 성한 것이므로 모두 하편(下篇)에 있으니, 가인(家人)[ ]·규( )[ ]·혁(革)[ ]·정(鼎)[ ]·손(巽)[ ]·태(兌)[ ]·중부(中孚)[ ]이다.
괘에 음(陰)이 셋이고 양(陽)이 셋인 것은 대등한 것이니, 대등하면 의리로써 이김을 삼는 바, 음양(陰陽)·존비(尊卑)의 뜻과 남녀(男女)·장소(長少)의 차례는 하늘과 땅의 큰 법이다. 양(陽)이 음(陰)보다 어리더라도 위에 있으면 이기는 것이 되니, 고(蠱)[ ]는 어린 양(陽)이 큰 음(陰)의 위에 있고, 비(賁)[ ]는 소남(少男)이 중녀(中女)의 위에 있으니, 모두 양(陽)이 성한 것이다. 감(坎)[ ]은 비록 양괘(陽卦)이나 양(陽)이 음(陰)에 빠진 바가 되었고 또 음괘(陰卦)와 겹치면 음(陰)이 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양(陰陽)이 대등하면서 감(坎)이 있는 것은 모두 하편(下篇)에 있으니, 곤(困)[ ]·정(井)[ ]·환(渙)[ ]·절(節)[ ]·기제(旣濟)[ ]·미제(未濟)[ ]이다.
혹자가 “한 체(體)에만 감(坎)이 있어도 오히려 양(陽)이 빠지는데 두 체(體)가 다 감(坎)인데도 도리어 양(陽)이 성함이 됨은 어째서입니까?” 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한 체(體)에 감(坎)이 있는 것은 양(陽)이 음(陰)에 빠진 것이 되고 또 음괘(陰卦)와 겹치기 때문이요, 두 체(體)가 모두 감(坎)인 것은 양(陽)이 아래에서 생겨 위에 도달한 것이고 또 두 체(體)가 모두 양(陽)이니 〈양(陽)이〉 성하다고 할 수 있다.”
남(男)이 여(女)의 위에 있는 것은 떳떳한 이치이니 성함이 되지 않으나 만약 바른 자리를 잃고 음(陰)이 도리어 존위(尊位)에 있으면 약함이 된다. 이 때문에 항(恒)[ ]·손(損)[ ]·귀매(歸妹)[ ]·풍(豊)[ ]이 모두 하편(下篇)에 있다.
여(女)가 남(男)의 위에 있는 것은 음(陰)이 이긴 것이므로 여(女)가 위에 있는 것은 모두 하편(下篇)에 있으니, 함(咸)[ ]·익(益)[ ]·점(漸)[ ]·여(旅)[ ]·곤(困)[ ]·환(渙)[ ]·미제(未濟)[ ]이다.
오직 수괘(隨卦)[ ]와 서합( )[ ]은 남(男)이 여(女)에게 낮추는 것이고 여(女)가 남(男)을 이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괘(隨卦)의 〈단전(彖傳)〉에 “강(剛)이 와서 유(柔)에게 낮추었다.” 하였고, 서합( )의 〈단전(彖傳)〉에 “유(柔)가 중(中)을 얻어 위로 올라갔다.” 하였다. 큰 양(陽)은 어린 음(陰)이 대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장남(長男)으로 중녀(中女)와 소녀(少女)의 아래에 있기 때문에 낮춤이 되는 것이다.
만약 장소(長少)가 대등하여 세력이 비슷하면 음(陰)이 위에 있는 것은 능멸함이 되고, 양(陽)이 아래에 있는 것은 약함이 되니, 함(咸)[ ]·익(益)[ ]과 같은 유(類)가 이것이다.
함(咸) 또한 여(女)에게 낮추는 상(象)이 있으나 장남(長男)이 소녀(少女)에게 낮추는 것이 아니고 두 젊은이[소남, 소녀]가 서로 감동하여 서로 더부는 것이니, 능멸을 불러오게 된다. 이 때문에 “정(貞)함이 이롭다.”는 경계가 있는 것이다. 곤(困)[ ]은 비록 여(女)가 남(男)보다 어리나 양(陽)이 빠져서 음(陰)에게 가리워졌으니, 서로 낮추는 뜻이 없다.
“소과(小過)[ ]는 두 양(陽)이 네 음(陰)의 가운데에 있으면 음(陰)이 성한 것이 되는데, 중부(中孚)[ ]는 두 음(陰)이 네 양(陽)의 가운데에 있어도 양(陽)이 성한 것이 되지 않음은 어째서입니까?”
“양체(陽體)는 실(實)한데 중부(中孚)는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 ]는 가운데에 음(陰)이 넷이니 빈 것이 아닙니까?”
“이( )는 두 체가 모두 양괘(陽卦)이고 근본과 끝이 모두 양(陽)이니 성함이 지극하고, 중부(中孚)는 두 체(體)가 모두 음괘(陰卦)이고 위와 아래가 각각 두 양(陽)이어서 근본과 끝의 상(象)을 이루지 못하고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중부(中孚)가 되었으니, 음(陰)이 성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