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광의리/고전 청풍

단양산수가를 지어 남고에게 보이다[丹陽山水歌示南皐]

청풍선비 2010. 12. 24. 00:43

다산시문집 제2권

시(詩)

 

단양산수가를 지어 남고에게 보이다[丹陽山水歌示南皐]

 

내 옛날 두 재 넘어 남쪽 지방 유람하고 / 我昔南游度二嶺
돌아올 제 죽령 통해 단양으로 달려가니 / 歸由竹嶺趨丹陽
단양이라 그 산수 너무나도 절묘하여 / 丹陽山水殊絶妙
연지 곤지 단장한 듯 온 고을이 환하였네 / 一郡皎如紅粉妝
푸른 벼랑 비단 바위 사십 리에 깔렸는데 / 翠壁綺巖四十里
절반 이상 황폐해져 이름 함께 사라졌고 / 太半蕪沒名俱藏
깎아지른 일천 길 사인암 바윗돌은 / 削碾千尺舍人石
뿌리 감싼 맑은 물에 수정마냥 빛났었지 / 澄泓裏根玻瓈光
구름낀 재 고운 자태 물길 돌아 어울리고 / 雲嶺窈窕水洄合
해묵은 솔 기울어져 푸른 그늘 길었다면 / 古松側挂蒼陰長
주름진 골 나는 뫼 큰 강물 흘러나오고 / 峽束峯飛大江出
귀담이라 도담이 한 가운데 자리잡아 / 龜潭島潭棲中央
서애 상공 지난날 은둔하던 곳으로서 / 西厓相公舊遯跡
옹달샘 바위벽에 그 체취가 남아 있고 / 泉眼石面皆流芳
묵객이라 오염이 여기에 숨어 살아 / 墨客吳琰此棲隱
윤건에다 우선으로 선인노릇 광인노릇 / 綸巾羽扇仙且狂
적쇠에 버섯 굽고 시내 쏘가리 회를 쳐 / 丳灸松菌鱠溪鱖
즐겁게 웃고 떠들며 객중 배를 채웠기에 / 歡然笑謔充客腸
세상에 드문 고상한 구경했다 여기고서 / 自言幽賞頗拔俗
친구에게 우리 함께 노닐자고 말했었네 / 說與親友偕徜徉
금년 봄에 나그네 단양에서 올라와 / 今春客自丹陽至
내가 전에 지나온 건 평범하다 일러주니 / 謂我所歷皆尋常
만일 다시 삼선벽을 구경하지 않는다면 / 若復不見三仙壁
빈 궤 사고 구슬은 돌려주는 격이렷다 / 還珠買櫝誠無當
남고 노인 한평생 강해 노닌 나그네라 / 南皐一生江海客
호호망망 넓은 우주 마음 놓고 즐기거니 / 笑傲宇宙都茫茫
고운 꽃 비단 바위 가을 되면 아름다워 / 琪花錦石秋來好
나막신 손질하여 안개 서리 밟아보소 / 會理蠟屐凌煙霜

[주D-001]서애 상공 :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柳成龍).
[주D-002]오염 : 누구인지 자세치 않다.
[주D-003]윤건에다 우선 : 윤건은 푸른실로 엮어 만든 두건으로 제갈량이 창제하였다는 제갈건이고, 우선은 새깃으로 만든 부채이다. 명사의 소지품을 말할 때 흔히 인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