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광의리/고전 청풍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

청풍선비 2010. 12. 25. 14:14

농암집 별집 제2권

 

부록(附錄) 1

 

제문 [권상하(權尙夏)]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

숭정(崇禎) 81년 무자년(1708, 숙종34) 5월 20일 을미에 안동(安東) 권상하는 근자에 돌아간 삼주(三洲) 선생 김공(金公)의 장례(葬禮)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병 때문에 직접 가서 영결하지 못하고 종자(從子) 섭(燮)으로 하여금 대신 영전에 닭과 술로 전(奠)드리게 하면서 고합니다.

아, / 嗚呼
화양동이 적막해지자 / 華陽寂寞
선비들은 의지할 곳을 잃고 / 士失帲幪
다투어 공리를 좇느라 / 功利趨競
도의는 어두워졌는데 / 道義昏蒙
이 세상을 돌아보니 / 顧瞻斯世
우뚝 선 이는 공뿐이라 / 卓立者公
원근의 선비들 귀의하여 / 遠近歸仰
모두들 종사(宗師)로 삼았네 / 洽然師宗
공의 밝고 슬기로움은 / 蓋公明睿
하늘에서 타고났는지라 / 得之於天
천하의 모든 책을 / 凡天下書
두루 꿰뚫었다네 / 無不貫穿
마음을 다잡고 연구하여 / 刻意硏窮
조금도 남기지 않았으니 / 細大不捐
드러내어 문장을 지으면 / 發爲文章
끝없이 넓고도 깊었다네 / 浩浩淵淵
무엇보다 주자의 글을 / 最於朱書
더욱 전심으로 공부하여 / 用工益專
정밀하고 오묘함 깨달아 / 精透妙契
심오한 근원을 환히 보았네 / 洞見奧原
끝내 성취하게 될 바를 / 畢竟所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는데 / 靡有涯量
어찌하여 오늘에 와서 / 云胡今日
이다지도 바삐 떠났는가 / 乘化斯忙
조야가 모두 탄식하고 / 朝野咨嗟
사림이 모두 슬퍼하네 / 士林哀傷
나처럼 어리석은 이도 / 若余窾啓
동지의 무리에 끼어서 / 忝居輩行
한벽루와 한수재에서 / 碧樓寒齋
오래 절차탁마하였고 / 磨切日長
스승을 함께 모실 적에는 / 共陪皐比
산수 아름다운 고을이었네 / 水石之鄕
이 지극한 즐거움은 / 謂此至樂
옛날에도 없다고 여겼는데 / 終古莫當
상전벽해 누차 변하여 / 滄桑屢變
서로 헤어져 애를 태웠네 / 雲樹傷情
잊지 못하는 그대가 / 所懷伊人
물 저편에 있어 만나진 못해도 / 在水一方
연달아 편지를 주고받으니 / 札翰聯翩
이치와 의리가 상세하여 / 理義消詳
수레의 두 바퀴 새의 두 날개처럼 / 如車兩輪
함께 서로 도왔었는데 / 若翼偕翔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으니 / 今成陳迹
어찌 창자가 끊어지지 않으랴 / 曷不摧腸
마치지 못해 한스러운 건 / 所嗛者存
주서차의 손질하는 일이라네 / 箚疑之修
공은 병들고 나는 우둔하여 / 公病我鈍
그저 허송세월하였기에 / 拖過悠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 覺寢身跳
책을 펴니 눈물이 흐르네 / 開卷涕流
부지런히 계속하여 / 庶幾孜孜
지난 잘못 갚으려 했으나 / 以續前尤
이제는 질정할 곳 없으니 / 然無可質
이 한스러움 끝이 있으랴 / 此恨何休
지음이 없어지니 / 知音已矣
아양곡 끊어져
/ 絃斷峨洋
세상에 남은 이 늙은이는 / 白首人間
쓸쓸히 그림자만 바라보네 / 顧影涼涼
세월은 빨리도 흘러가 / 日月易邁
곧 장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 將掩玄堂
멀리 외딴 산에 숨어 / 遠蟄窮山
병석에 누워 있자니 / 病臥在床
상복도 입지 못하고 / 加麻非服
상여도 따를 수 없네 / 素車無路
슬픔 담은 글을 보내 / 緘辭寓哀
영원히 작별한다오 / 一訣千古
아, 슬프구나 / 嗚呼哀哉

[주D-001]지음(知音)이 …… 끊어져 :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연주하니,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듣고서 “산이 드높다.” 하였고, 백아가 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연주하니, 종자기가, “강이 넘실거린다.” 하여, 백아의 마음을 알아보았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흔히 지기지우가 세상을 떠난 것을 비유한다. 《呂氏春秋 本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