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
농암집 별집 제2권
부록(附錄) 1
제문 [권상하(權尙夏)]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
숭정(崇禎) 81년 무자년(1708, 숙종34) 5월 20일 을미에 안동(安東) 권상하는 근자에 돌아간 삼주(三洲) 선생 김공(金公)의 장례(葬禮)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병 때문에 직접 가서 영결하지 못하고 종자(從子) 섭(燮)으로 하여금 대신 영전에 닭과 술로 전(奠)드리게 하면서 고합니다.
아, / 嗚呼
화양동이 적막해지자 / 華陽寂寞
선비들은 의지할 곳을 잃고 / 士失帲幪
다투어 공리를 좇느라 / 功利趨競
도의는 어두워졌는데 / 道義昏蒙
이 세상을 돌아보니 / 顧瞻斯世
우뚝 선 이는 공뿐이라 / 卓立者公
원근의 선비들 귀의하여 / 遠近歸仰
모두들 종사(宗師)로 삼았네 / 洽然師宗
공의 밝고 슬기로움은 / 蓋公明睿
하늘에서 타고났는지라 / 得之於天
천하의 모든 책을 / 凡天下書
두루 꿰뚫었다네 / 無不貫穿
마음을 다잡고 연구하여 / 刻意硏窮
조금도 남기지 않았으니 / 細大不捐
드러내어 문장을 지으면 / 發爲文章
끝없이 넓고도 깊었다네 / 浩浩淵淵
무엇보다 주자의 글을 / 最於朱書
더욱 전심으로 공부하여 / 用工益專
정밀하고 오묘함 깨달아 / 精透妙契
심오한 근원을 환히 보았네 / 洞見奧原
끝내 성취하게 될 바를 / 畢竟所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는데 / 靡有涯量
어찌하여 오늘에 와서 / 云胡今日
이다지도 바삐 떠났는가 / 乘化斯忙
조야가 모두 탄식하고 / 朝野咨嗟
사림이 모두 슬퍼하네 / 士林哀傷
나처럼 어리석은 이도 / 若余窾啓
동지의 무리에 끼어서 / 忝居輩行
한벽루와 한수재에서 / 碧樓寒齋
오래 절차탁마하였고 / 磨切日長
스승을 함께 모실 적에는 / 共陪皐比
산수 아름다운 고을이었네 / 水石之鄕
이 지극한 즐거움은 / 謂此至樂
옛날에도 없다고 여겼는데 / 終古莫當
상전벽해 누차 변하여 / 滄桑屢變
서로 헤어져 애를 태웠네 / 雲樹傷情
잊지 못하는 그대가 / 所懷伊人
물 저편에 있어 만나진 못해도 / 在水一方
연달아 편지를 주고받으니 / 札翰聯翩
이치와 의리가 상세하여 / 理義消詳
수레의 두 바퀴 새의 두 날개처럼 / 如車兩輪
함께 서로 도왔었는데 / 若翼偕翔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으니 / 今成陳迹
어찌 창자가 끊어지지 않으랴 / 曷不摧腸
마치지 못해 한스러운 건 / 所嗛者存
주서차의 손질하는 일이라네 / 箚疑之修
공은 병들고 나는 우둔하여 / 公病我鈍
그저 허송세월하였기에 / 拖過悠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 覺寢身跳
책을 펴니 눈물이 흐르네 / 開卷涕流
부지런히 계속하여 / 庶幾孜孜
지난 잘못 갚으려 했으나 / 以續前尤
이제는 질정할 곳 없으니 / 然無可質
이 한스러움 끝이 있으랴 / 此恨何休
지음이 없어지니 / 知音已矣
아양곡 끊어져 / 絃斷峨洋
세상에 남은 이 늙은이는 / 白首人間
쓸쓸히 그림자만 바라보네 / 顧影涼涼
세월은 빨리도 흘러가 / 日月易邁
곧 장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 將掩玄堂
멀리 외딴 산에 숨어 / 遠蟄窮山
병석에 누워 있자니 / 病臥在床
상복도 입지 못하고 / 加麻非服
상여도 따를 수 없네 / 素車無路
슬픔 담은 글을 보내 / 緘辭寓哀
영원히 작별한다오 / 一訣千古
아, 슬프구나 / 嗚呼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