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포럼/고전명구.산문

백성이 있은 뒤에야 나라가 있다

청풍선비 2011. 3. 17. 21:05

고전명구 - 백 쉰 네 번째 이야기

백성이 있은 뒤에야 나라가 있다

2011. 3. 17. (목)

나라는 백성에 의지하고 백성은 나라에 의지하니,
백성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나라가 있다.

   
 

國依於民。民依於國。有民然後方有國。
국의어민。민의어국。유민연후방유국。

- 정조(正祖 1752~1800)

  <일득록(日得錄)>
 《홍재전서(弘齋全書)》(한국문집총간 267집)

[해설]

  1783년 전국에 걸쳐 기근(饑饉)이 들었습니다. 정조 임금이 백성들의 고통을 통감(痛感)하고 백성에게서 거두는 세금을 줄이도록 하자, 담당 관리들이 국가 재정의 부족을 염려하여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정조 임금이 말하기를, “나라는 백성에 의지하고 백성은 나라에 의지하니, 백성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나라가 있다. 나는 백성을 위할 줄만 알 뿐이다. 어찌 국가의 재정을 염려하겠는가.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습니다.

  며칠 전 방송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남편의 100여만 원 수입으로는 생활할 수가 없어 자신이 직접 포장마차를 차려 근근이 살아왔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포장마차를 계속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였습니다. 취업도 쉽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 경제 성장이 6.1%이고, 경상수지는 300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국민 모두가 경축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사정은 그럴 수만은 없는 형편입니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제는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을 살리는 정책을 강구할 때입니다. 백성이 있은 뒤에야 나라가 있다는 정조 임금의 말씀을 다시금 되뇌어 봅니다.

 

글쓴이
양기정(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