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선생문집 제22권_발어류(跋語類)_천문도(天文圖)의 지(誌)
양촌선생문집 제22권_
발어류(跋語類)_
천문도(天文圖)의 지(誌)
하니, 상께서 옳게 여기므로 지난 을해년(1395, 태조4) 6월에 새로 중성기(中星記) 한 편을 지어 올렸다. 옛 그림에는 입춘(立春)에 묘성(昴星)이 저녁의 중성이 되는데 지금은 위성(胃星)이 되므로, 24절기가 차례로 어긋난다. 이에 옛 그림에 의하여 중성을 고쳐서 돌에 새기기가 끝나자 신(臣) 근(近)에게 명하여 그 뒤에다 지(誌)를 붙이라 하였다.
신 근은 삼가 생각건대, 자고로 제왕이 하늘을 받드는 정사는 역상(曆象 달력)으로 천시(天時)를 알려 주는 것을 급선무로 삼지 않는 이가 없다. 요(堯)는 희화(羲和)를 명하여 사시(四時)의 차례를 조절하게 하고, 순(舜)은 기형(璣衡)을 살펴 칠정(七政)을 고르게 하였으니, 진실로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의 일에 부지런함을 늦추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삼가 생각건대, 전하께서는 성스럽고 인자하시므로 선위를 받아 나라를 두신지라, 중외가 안일하여 태평을 누리니 이는 곧 요순(堯舜)의 덕이며, 먼저 천문(天文)을 살펴 중성(中星)을 바루니 이는 곧 요순의 정치이다. 그러나 요순이 천문을 보고 기구를 만들던 마음을 구한다면 그 근본은 다만 공경에 있을 뿐이니, 전하께서도 또한 공경을 마음에 두어 위로 천시(天時)를 받들고 아래로 민사(民事)를 부지런히 하시면, 그 신성한 공렬(功烈)이 또한 요순과 같이 높아질 것이다. 하물며 이 그림을 정민(貞珉)에 새겼음에랴! 길이 자손 만대에 보배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주D-002]중성(中星) : 28수(宿) 중 해가 질 때와 돋을 때 정남(正南)쪽에 보이는 별. 혼중성(昏中星)과 단중성(旦中星)으로 분리된다.
[주D-003]기형(璣衡) : 선기옥형(璇璣玉衡)의 약칭으로 혼천의(渾天儀)라고도 한다. 해ㆍ달ㆍ별의 천상(天象)을 그려서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관측하던 기계인데, 사각(四脚)의 틀 위에 올려 놓고 회전시키면서 관측하도록 되어 있다.
[주D-004]칠정(七政) : 일(日)ㆍ월(月)과 오성(五星)인 금(金)ㆍ목(木)ㆍ수(水)ㆍ화(火)ㆍ토(土) 곧 천체를 이른다.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선기옥형(璇璣玉衡)을 살펴 칠정의 운행을 바로잡는다.” 하였다.
[주D-005]정민(貞珉) : 굳고 고운 돌인데, 비석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