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선생문집 제41권_잡저(雜著)_이산서원(伊山書院) 원규(院規)
퇴계선생문집 제41권_잡저(雜著)
이산서원(伊山書院) 원규(院規)
1. 제생(諸生)들은 독서하는 데 사서(四書)ㆍ오경(五經)을 본원으로 삼고 〈소학(小學)〉과 〈가례(家禮)〉를 문호(門戶)로 삼으며, 국가의 인재를 진작시키고 양성하는 방법을 따르고 성현의 친절한 교훈을 지켜서 온갖 선(善)이 본래 내게 갖추어진 것을 알고 옛 도(道)가 오늘날에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믿어서, 모두 몸으로 행하고 마음으로 체득하며 체(體)를 밝히고 용(用)을 적합하게 하는 학문에 힘쓰도록 한다. 여러 사서(史書)와 자서(子書)와 문집, 문장(文章)과 과거 공부 또한 널리 힘쓰고 두루 통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마땅히 내외(內外)ㆍ본말(本末)의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의 차례를 알아서 항상 스스로 격려하여 타락하지 않게 하고, 그 나머지 사특하고 요망하고 음탕한 글은 모두 원내(院內)에 들이어 눈에 가까이 해서 도(道)를 어지럽히고 뜻을 미혹하지 못하게 한다.
1. 제생들 가운데 뜻을 굳게 세우고 나아가는 길을 정직하게 하며, 사업은 원대한 것으로 스스로 기약하고 행실은 도의를 귀추(歸趨)로 삼는 자는 잘 배우는 것이고, 마음가짐이 비천하고 취사(取捨)가 현혹되며, 지식은 저속하고 비루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뜻과 희망이 오로지 이욕에만 있는 자는 잘못 배우는 것이다. 만일 성품과 행실이 괴이하여 예법을 비웃고 성현을 업신여기며 정도(正道)를 위반하고 추한 말로 친한 이를 욕하며,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법도를 따르지 않는 자는 원중(院中)에서 함께 의논하여 쫓아내도록 한다.
1. 제생들은 항상 각자 서재에서 조용히 있으면서 오로지 독서에 정진하고, 의심나고 어려운 것을 강론하는 일이 아니면 부질없이 다른 방에 가서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을 보내어 피차간에 생각을 거칠게 하거나 학업을 폐해서는 안 된다.
1. 까닭 없이 알리지 않고 자주 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무릇 의관과 행동거지와 언행에 대해 각기 간곡하게 권면하도록 힘쓰며 서로 보고 선(善)해지도록 한다.
1. 성균관의 명륜당(明倫堂)에 이천(伊川) 선생의 〈사물잠(四勿箴)〉과 회암(晦菴) 선생의 〈백록동규(白鹿洞規)〉 10훈(十訓)과, 진무경(陳茂卿)의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을 써서 걸었는데 이 뜻이 매우 좋다. 원중에도 또한 이것을 벽에 게시하여 서로 타이르고 일깨우도록 하다.
1. 책은 문밖에 내갈 수 없고 여색(女色)은 문안에 들여올 수 없으며, 술은 빚어서는 안 되고 형벌은 써서는 안 된다.
1. 서원의 유사는 근처에 사는 청렴하고 재간 있는 품관(品官) 두 사람으로 정하고, 또 선비 중에 사리를 알고 조행(操行)이 있어서 여러 사람이 추앙하고 복종할 수 있는 사람 하나를 골라서 상유사로 삼되 모두 2년마다 교체한다.
1. 제생과 유사는 힘써 예모로써 서로 대하고, 공경과 믿음으로 서로 대우하여야 한다.
1. 원속들을 잘 돌봐 주도록 한다.
1. 서원을 세워서 선비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에서 문교를 숭상하고 학교를 일으켜 인재를 새로 길러 내는 뜻을 받드는 것이니, 누군들 마음을 다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 이 고을에 부임하는 자는 반드시 서원의 일에 대하여 제도를 증가시키고 그 규약을 줄이지 않는다면 사문(斯文)에 있어 어찌 다행이 아니겠는가.
1. 동몽(童蒙)들은 수업을 받거나 초청한 경우가 아니면 입덕문(入德門)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1. 임시로 서원에 있는 생도들은 관례(冠禮)의 여부와 상관없이 정해진 인원 없이 재목을 이루어야 서원에 오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