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선비 2010. 12. 22. 22:03

홍재전서 제105권

경사강의(經史講義) 42 ○ 역(易) 5 갑진년(1784, 정조8)에 선발된 이서구(李書九)ㆍ정동관(鄭東觀)ㆍ한치응(韓致應)ㆍ한상신(韓商新)ㆍ홍의호(洪義浩) 등이 답변한 것이다

 

[익괘(益卦)]

 

‘혹익지십붕지귀불극위(或益之十朋之龜弗克違)’라고 한 것은 손괘(損卦)의 육오(六五) 효사(爻辭)와 같다. 대개 익(益)과 손(損)의 두 괘는 서로 반대가 되는데 익괘(益卦)의 육이(六二)는 곧 손괘의 육오이다. 《본의》에서 손괘 육오에 대하여 풀이하기를, “십붕(十朋)의 거북은 큰 보배이다. 혹자가 이것을 더하여 주는데 사양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주자(朱子)의 뜻은 ‘혹익지십붕지귀(或益之十朋之龜)’를 한 구로 본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선대 학자의 말은 대다수가 ‘혹익지(或益之)’를 한 구로 보고, ‘십붕지귀불극위(十朋之龜弗克違)’를 한 구로 보았다. 곽옹(郭雍)의 《전가역설(傳家易說)》에는 “‘혹익지(或益之)’라는 것은 사람이 더하여 주는 것이고, ‘십붕지귀불극위(十朋之龜弗克違)’라는 것은 귀신이 더하여 주는 것이며, ‘왕용향우제길(王用享于帝吉)’이라는 것은 하늘이 더하여 주는 것이다. 하늘도 어기지 않는데, 더구나 사람과 귀신이겠는가.” 하였다. 그 학설을 후세의 학자들이 상당히 취하였는데, 강원(講員)의 뜻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서구가 대답하였다.]
《정전》과 장횡거(張橫渠)와 양구산(楊龜山)의 학설은 모두 ‘귀불극위(龜弗克違)’를 구로 삼으니, 후세의 학자들이 이를 따라서 해석하기를, “‘혹익지(或益之)’라고 한 것은 곧 《서경》 홍범(洪範)에서 ‘경사(卿士)가 따르고, 서민(庶民)이 따른다.’고 한 것과 같은 것이고, ‘귀불극위(龜弗克違)’라고 한 것은 곧 홍범에서 ‘거북도 따르고, 시초도 따른다.’고 한 것과 같은 것이다.” 하였습니다. 경문(經文)을 고찰하여 보면 말이 통하고 이치도 순하니, 신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것을 정의(正義)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육이(六二)는 곧 신하의 자리이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곧 천자(天子)의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임금이 상제에게 제향(祭享)을 드린다.”고 한 것은 어째서인가?

[이서구가 대답하였다.]
“임금이 상제에게 제향(祭享)을 드린다.”고 한 것은 ‘임금이 육이를 써서 상제에게 제향을 드리는 것’인데, 이는 마치 성탕(成湯)이 이윤(伊尹)을 써서 천심(天心)에 들어맞게 하고 태무(太戊)가 이척(伊陟)을 써서 상제를 이르게 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상은 익괘(益卦)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