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당전집

잡지(雜識)

 

일전(日躔)황도(黃道)를 한 바퀴 돌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거쳐 네 철이 차례로 가름하여 일세(一歲)를 이루는 것이다. 일세는 삼백육십오 일로 영수(零數)가 있으니 이는 한 가지의 일이다. 이는 세실(歲實)이라 한다.
달은 백도(白道)를 걸쳐 한 바퀴 돌면 초하루ㆍ조금ㆍ보름ㆍ그믐을 지나 해를 추급(追及)하여 일삭(一朔)을 이룬다. 십이의 합삭(合朔)은 모두 삼백오십사 일로 영수(零數)가 있으니 이것이 또 한 가지의 일이다.
옛날 성인은 백성들이 절기(節氣)가 궁(宮)을 지나도 쉽게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인하여 우선 합삭의 일주(一周)를 따라 한 달로 삼고 합삭의 십이주로 일 년을 삼았으니, 진실로 생명(生明)생백(生魄)은 고개만 쳐들면 보기가 쉽기 때문에 그 수시(授時)의 편의함을 취한 것이요 합삭의 십이주를 곧 세실이라 한 것은 아니다.
세실은 스스로 세실이 되고 합삭은 스스로 합삭이 되어 하늘에 있어서는 각자 운행하여 본래 한 궤도[一軌]가 아닌데 지금 이미 합삭을 빌려서 세실을 기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실은 모두 삼백육십오 일로 영수가 있어 십이의 합삭과 비교하면 열 하루의 약(弱)이 더 많으니 기영(氣盈)이란 것은 이 열 하루의 약이요, 십이의 합삭은 모두 삼백오십사 일로 영수가 있으니 세실에 비교하여 열 하루의 약이 적다. 삭허(朔虛)라는 것은 이 열 하루의 약이다.
이 년이 되면 이십일 일이 많고 영수가 있는데 동지(冬至)는 장차 제 십이월인 때문에 삼 년이면 반드시 윤(閏)을 둔다. 대개 세실은 삼주(三周)가 차면 이미 삼십칠 합삭을 지나서 영수가 있는 때문에 하나의 합삭이 많아서 그것이 윤이 된 것이다.
채주(蔡注)에는 이미 “일행(日行)의 수와 월행(月行)의 수”라 이르고서 또 이르기를 “삼백 육십이란 한 해의 상수(常數)이다.”라 하였으니, 일ㆍ월의 행도(行度)의 밖에 이는 또 무슨 수란 말인가. 전혀 두루뭉수리가 되어 분별이 없으니 강해(强解)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요, 또 “기영(氣盈)과 삭허(朔虛)를 합하여 윤(閏)이 생긴다. 해는 하늘과 더불어 모이기 때문에 오 일이 많고 달은 해와 더불어 모이기 때문에 오 일이 적다. 그러므로 한 해의 윤의 율(率)은 곧 십 일이다……” 하였으니 그 오 일이 많은 것은 계산에 들 수 있겠거니와 오 일이 적은 것은 또 어떻게 계산에 들어가서 십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 또한 두루뭉수리가 되어 분별할 수가 없으니 강해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이다.
이십팔수(二十八宿)의 별은 비로소 《주례(周禮)》 빙상씨(馮相氏)에 나타났으나 그 명목은 자상하지 않다. 《이아(爾雅)》 석천(釋天)에는 별이 십칠수만 있고 여(女)ㆍ위(危)ㆍ위(胃)ㆍ자(觜)ㆍ삼(參)ㆍ정(井)ㆍ귀(鬼)ㆍ성(星)ㆍ장(張)ㆍ익(翼)ㆍ진(軫)은 없으며 월령(月令 《예기》편명)에는 겨우 이십육성(星)뿐인데, 대개 건(建)호(弧) 들어 있고 기(箕)ㆍ묘(昴)ㆍ귀(鬼)ㆍ장(張)은 없다.
《사기》역서(曆書)에 비로소 이십팔성의 호(號)가 자상히 갖추어졌는데 건(建)ㆍ벌(罰)ㆍ낭(狼)ㆍ호(弧)만 있고 두(斗)ㆍ자(觜)ㆍ정(井)ㆍ귀(鬼)는 없으며 또 필(畢)을 탁(濁)이라 이르고 묘를 유(留)라 이르고 유(柳)를 주(注)라 일러서 지금과는 같지 않으며, 지금 전하는 이십팔수의 명목은 비로소 《회남자(淮南子)》 시훈해(時訓解) 및 《한서》 역지(曆志)에 나타났다. 대략은 금성(金星)이 해와 사십 도의 거리에서 나타나므로 태백이 낮에 나타났다 한 것이다. 옛날에는 추보(推步)가 없었고 지금은 윤(輪)의 교(交)를 측차(測次)하여 본천(本天)의 안에 들어가면 땅과 가까워 주현(晝見)의 경계를 얻는 것이며 다시 위도(緯度)로써 남북을 가감(加減)하여 주현의 시기를 정하는 것이다.

예(禮)는 태일(太一)에 근본한 것이다.
복희(伏羲)는 십언(十言)의 교(敎)를 지었는데 건(乾)ㆍ곤(坤)ㆍ진(震)ㆍ손(巽)ㆍ감(坎)ㆍ리(离)ㆍ간(艮)ㆍ태(兌)ㆍ소(消)ㆍ식(息)이다.
문자가 없는 것을 역(易)이라 이른다.
육 선공(陸宣公) 주의(奏議)의 균세(均稅)ㆍ휼백성(恤百姓) 육조(六條)에 이르기를 “대범 천지의 사이에 나서는 오재(五材)의 용(用)이 제일 급한 것이 되는데 오재란 것은 금ㆍ목ㆍ수ㆍ화ㆍ토(金木水火土)이다. 수ㆍ화는 작위(作爲)를 자뢰하지 않고 금ㆍ목은 스스로 산택(山澤)에 나며 오직 토만은 파식(播植)을 주로 하므로 힘이 아니면 이루지를 못한다.”라 하였다.
북두의 칠성은 이른바 “선(璇)으로 한 기(璣)와 옥(玉)으로 한 형(衡)으로 칠정(七政)을 제(齊)한다.”는 것이다. 표(杓)는 용각(龍角)을 연하고 형(衡)은 남두(南斗)의 은(殷)이요, 괴(魁)는 삼성(參星)의 머리를 베개한다. 황혼을 이용하여 중을 가리킨 것은 표(杓)이며, 두(斗)는 제거(帝車)가 되어 중앙에 운전하고 사방을 임제(臨制)하며 음양을 나누고 사시(四時)를 가리키고 오행(五行)을 고르게 하고 절도(節度)를 옮기고 모든 기(紀)를 정하는 것은 모두 두에 매였다. 두(斗)ㆍ괴(魁)는 대광(戴匡)의 육성(六星)인데 문창궁(文昌宮)이라 이르며 괴 아래 육성이 둘 둘로 배비(排比)된 것은 이름을 삼태(三能)라 한다.

《춘추》의 운두추(運斗樞)에 이르기를 “두(斗)의 제일은 천추(天樞)요, 제이는 선(璇)이요, 제삼은 기(璣)요, 제사는 권(權)이요, 제오는 형(衡)이요, 제육은 개양(開陽)이요, 제칠은 요광(搖光)이며, 제일에서 제사까지는 괴(魁)가 되고 제오에서 제칠까지는 표(標)가 되며 합하면 두가 된다.”고 하였다.
낭성(狼星)의 근지에 큰 별이 있어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이라고 하는데 그 노인성이 나타나면 정치가 편안하다고 했다. 노인성의 한 별은 호성(狐星)의 남쪽에 있는데 인주(人主)가 수명을 연장하는 조응(照應)이 된다. 그러므로 수창(壽昌)이라 하며 천하가 안녕하다. 항상 추분(秋分)의 새벽에는 경방(景方)에 나타나고 춘분의 저녁에는 정방(丁方)에 나타난다.

석씨찬(石氏贊)에 이르기를 “노인성이 밝으면 임금이 수하고 창성하다.”라 하였다.

별이란 금(金)의 산기(散氣)로서 그 본(本)은 화(火)이며 한(漢 하한(河漢)을 말함)도 금의 산기로서 그 본은 수(水)이다. 한에 별이 많으면 물이 많고 별이 적으면 가물다.

《건착도(乾鑿度)》에 이르기를 “세(歲)는 삼백육십오 일인데 일(日)을 사분(四分)한 하나를 괘(卦)로써 용사(用事)한다. 한 괘는 효(爻)가 여섯이요, 효는 하루로 치면 무릇 육 일이다. 칠분(七分)은 윤(閏)으로 돌아간다. 초효(初爻)가 용사하는 일일(一日)은 천왕제후에 해당되고 이일은 대부(大夫)에 해당되고 삼일은 경(卿)이요, 사일은 삼공(三公)이요, 오일은 벽(辟)이요, 육일은 종묘(宗廟)이다. 효사(爻辭)가 좋으면 좋고 흉하면 흉하다.” 하였고 정강성(鄭康成)의 주(注)에 이르기를 “벽(辟)은 천자이다. 천왕제후란 것은 제후를 말한 것이요 그 길흉을 받는 것은 오직 천자일 따름이다.”라 하였다.

대부(大夫) 이하는 주(主)가 없다는 것은 정(鄭)의 의(義)라 하겠지만 그러나 특생궤식례(特牲饋食禮)에 “축(祝)이 작(酌)을 씻어 국그릇의 남쪽에 전(奠)하면 주인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축은 왼편에 있다.” 하였으며 정주(鄭注)에 “축이 왼편에 있는 것은 마땅히 주인을 위하여 신에게 말을 풀이하기 위함이다.”라 하였은즉 역시 정(鄭)도 사(士)로서 주(主)가 있음을 삼은 것이다. 교특생(郊特牲)“직제(直祭)에는 주에 축(祝)한다.”라 했고, 정주에는 “천숙(薦熟)의 때를 이름이니 특생(特牲) 소뢰궤식(少牢饋食)을 하는 것과 같다.”라 했으며, 정의(正義)에는 “천숙하는 정제(正祭)의 때에 축관이 축사(祝詞)로써 주(主)에게 고(告)함을 말한 것이다.”라 하였으니, 정(鄭)도 또한 대부ㆍ사의 예에 의거하여 풀이한 것이다.

《의례(儀禮)》에 말하기를 “달을 간격하여 담(禫)한다. 이달에 길제(吉祭)하되 오히려 배(配)를 아니한다.”하였고, 특생(特牲)ㆍ궤식(饋食)의 명서(命筮)하는 사(詞)에도 조(祖)만 말하고 배(配)에 미치지 않았으니 정히 이와 더불어 합치된다. 그런데 제가(諸家)들은 이로 인해 담월(禫月)에 조고(祖考)를 합제(合祭)할 때에도 다만 조(祖)만 제하고 비(妣)로써 배하지는 않는다 하고 있으나 모(某)의 생각은, 《의례》의 말한 바 배(配)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개 담월에 조묘의 길제를 만나면 새로 죽은 이를 조에 배식(配食)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비가 조에 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특생은 바로 사(士)의 상제(常祭)이며 담월의 길제에만 그친 것이 아닌데 어찌 그 배를 말하지 아니했다 하여서 상제에도 역시 비(妣)를 배하지 않는다고 이른다면 되겠는가.

훈호처창(焄蒿悽愴)은 주ㆍ소(注疏)가 다 백물(百物)의 정(精)으로써 말했는데 후유(後儒)들이 마침내 조고(祖考)의 신령(神靈)으로써 해당하게 하였으니, 모르괘라 이것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백물의 정이란 그 정(精) 자는 신(神) 자와 더불어 크게 다르니 “신의 나타남이다[神之著]”라는 신으로써 혼합하여 보아 넘겨서는 불가하다.
이로써 미루어 보면 훈호처창은 그 윗대문에 보이는 소명(昭明)과 또 크게 다르니 정과 신의 차(差)와 인(人)과 물(物)의 별(別)과 음과 양의 계(界)가 대단(大段)은 통할 수가 없다. 훈호처창의 정에 속하는 것과 신의 저(著)를 연대어 보면 어떠하겠는가. 대개는 소명(昭明)의 아래와 신의 저의 위에 문득 이 “훈호처창은 백물의 정이다.”라는 한 구절을 꽂아 넣어 위로도 붙지 아니하고 아래로도 연하지 아니하고 중간에 고립하여 귀속된 바가 없으며 “물의 정을 인하여[因物之精]”라는 구절에 끌고 와서야 비로소 연합될 수 있다.
그러나 “신의 나타남”이라는 한 구절이 또 두 사이에 가로질러 있어 혹은 끊기고 혹은 연하며, 연했다 다시 끊기어 일기(一氣)로써 아래에 접속됨이 없으니 이는 절대 착안(着眼)해야 하며 놓아 넘길 곳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조고의 신으로써 훈호처창에 구한다면 한갖 의의(擬議)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백물의 정 한 구절의 백(百)이 또한 너무도 군더더기가 아니겠는가.
대개 중생(衆生)이란 두 글자는 인과 물을 아울러 끌어 백물의 정에 관철시킨 것 같은데 “이를 귀신이라 이른다[此之爲鬼]”라는 한 구절로써 보면 이미 분별지어 말하여 정연하게도 어그러지지 않으며 더구나 명명귀신(明命鬼神)이라는 것은 곧 물의 정을 인한 것으로서 마치 인과 물을 아우른 것같이 되었으니 그렇다면 물도 또한 귀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모르괘라 어떻게 풀이해야 할 것인가. 이 한 절(節)이 가장 해석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소가(疏家)는 위에 나타난 백물의 정에 있어서는 분별지어 말하고 아래에 있는 인물지정(因物之精)에는 인과 물을 혼병하여 분별한 바 없으니 예로부터 읽기 어려움이 이와 같은 것이다.

《대학》의 명명덕(明明德)은 정주(鄭主)에 “명명덕은 그 지덕(至德)을 현명(顯明)한다.” 일렀는데, 지금 급고각본(汲古閣本)에는 현(顯) 자가 재(在) 자로 와전되었다. 명명이란 것은 현명의 의이다. 《시》노송(魯頌)에 “공소(公所)에 있으면 명명하다.”라 했으며, 그 전(箋)에 역시 《대학》을 끌어 증거로 삼았다. 공소(孔疏)에는 몸에 명덕이 있는 것으로써 말을 했으나 정의 의는 아니다.
《맹자》에 나타난 “인(仁)이란 것은 인(人)이다.”와 《중용》에 나타난 “인(仁)은 인(人)이다.”와는 어의(語義)가 동일하지 않다. 《맹자》의 “인이란 것은 인이다.”는 곧 능히 인은(仁恩)을 행하는 자는 사람이라는 것이요, 《중용》의 인(人)이란 것은 정(鄭)은 읽기를 상인우(相人偶)의 인과 같이 했다. 상인우는 곧 사람이 서로 존문(存問)하는 의를 뜻한 것이다.

강백석(姜白石) 요장(堯章)은 이르기를 “세상에서 중니(仲尼)가 계찰(季札)의 묘(墓)에 표(表)하기를 이러이러 했다고 전한다.”라 하였으니, 백석같이 금석에 정박(精博)한 사람으로서 고서를 끌어 인증하지 아니하고 단지 “세상에서 전한다.” 일렀다면 고서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가히 소급해 알 수 있다.
또 구양공(歐陽公)은 이르기를 “중니의 각국 순방을 상고해 봐도 오(吳)에 이르렀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며 또 글자가 특별히 크니 옛 글자가 아니다.”라 했다. 더구나 구비(舊碑)를 살펴보니 글자 크기가 한자[一尺]가 넘을 뿐더러 묘에는 본시 제자(題字)가 없었는데 동한(東漢)에 와서야 비로소 있었고 춘추 이상(以上)에는 풍비(豐碑)나 환영(桓楹)에 명전(銘鐫)이 있단 말을 듣지 못했으니 이는 뒷사람이 의탁한 것이 너무도 적확하다. 고서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 나라 장종신(張從申)의 발(跋)에 이르기를 “현종(玄宗)이 일찍이 은중용(殷仲容)을 명하여 모탑(摹榻)했는데 대력(大曆) 연간에 윤주자사(潤州刺史) 소정(簫定)이 계자(季子)의 묘(廟)를 짓고 이 비에 중각(重刻)하여 지금까지 전해온다.” 하였으니, 그 최고로 증거할 수 있는 것은 당 나라 사람의 문자가 된다.

일본(日本) 문자의 연기(緣起)는 백제(百濟)의 왕인(王仁)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나라 글은 그 나라의 일컫는 바에 의하면 황비씨(黃備氏)가 제정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중국과 통하지 못하고 무릇 중국에 관계되는 서적은 모두 우리나라에 의뢰했다. 지금 족리대학(足利大學)에 보존된 고경(古經)은 바로 당 나라 이전의 구적(舊蹟)이다.
일찍이 《상서(尙書)》를 번조(翻雕)한 것을 얻어 보았는데 제ㆍ양(齊梁)의 금석(金石)과 더불어 글자의 체가 서로 동일하며 또 신라 진흥왕비의 글자와도 같으니 이는 필시 왕인 시대에 얻어갔던 것으로서 지금 천년이 지난 나머지에도 고스란히 수장되어 있다. 이는 진실로 천하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황간(皇侃)의 《논어의소(論語義疏)》나 소길(蕭吉)의 《오행대의》같은 등의 서는 다 중국에도 하마 없어진 것인데 오히려 그쪽에는 보존되어 있으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조감(晁監) 주연(奝然)은 지금 상고할 수가 없고 서경(西京) 동도(東都)의 사이에 그들의 한다는 문은 감루(弇陋)하고 벽유(僻謬)할뿐더러 그 언어를 따라 곧장 나가며 문세(文勢)는 부앙(俯仰) 전절(轉折)과 상하(上下) 토납(吐納)의 의가 없다.
《무림전(武林傳)》같은 것은 구두도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백여 년 이래로 등수(藤樹)ㆍ 물부(物部)의 학이 크게 성함과 동시에 시ㆍ문(詩文)은 전혀 창명(滄溟)을 숭상하여 약간 속체(俗體)를 변해 갔다. 그러나 옛날의 물든 것이 하마 고질이 되어 졸지에 면모를 고치기는 어려웠다.
지금 동도(東都) 사람 조본렴(篠本廉)의 문자 세 편을 보니 감루하고 벽유한 버릇을 깨끗이 씻어 사채(詞采)가 환발(煥發)하며 또 창명의 문격(文格)을 쓰지 아니하여 중국의 작가로도 더할 수가 없었다.
아! 장기(長崎)의 선박이 날로 중국과 더불어 호흡이 서로 통하여 사동(絲銅)의 무역은 오히려 제이에 속하고 천하의 서적도 산과 바다로 실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옛날에는 우리에게 의뢰해야만 했는데 마침내는 우리보다 먼저 보는 것도 있으니 조본렴이 아무리 글을 잘 아니하고자 해도 아니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일만 보고서도 천하의 대세를 알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사동(絲銅)이나 서적 이외에 중국에서 얻어가는 것이 또 있다는 사실을 어찌 알리오. 아!

고금의 시법(詩法)이 도정절(陶靖節)에 이르러 하나의 결혈(結穴)이 되고 당의 왕 우승(王右丞)ㆍ두 공부(杜工部)가 각기 하나의 결혈이 된다.
왕은 혼솔이 없는 천의(天衣)와도 같으며 또 천녀(天女)의 산화(散花)와도 같아 많건 적건 막론하고 세간의 범상한 꽃으로서는 비의(比擬)할 바가 아니며 두는 마치 토석(土石)과 와전(瓦塼)을 땅으로부터 쌓아 올려 오봉루(五鳳樓)의 재목이 그 경중을 재량하여 이루어진 것과 같다. 그리하여 하나는 바로 신리(神理)요 하나는 바로 실경(實境)으로서 인자(仁者)가 보면 인(仁)이라 이르고 지자(知者)가 보면 지(知)라 이를 것이며 백성은 날로 써도 알지 못한다. 마치 하나의 문호를 각기 한 것 같지만 그러나 우ㆍ직(禹稷)과 안회(顔回)는 그 법이 한 가지다. 분별과 동이를 논할 것 없이 능히 이 한 관문을 뚫고 난 연후라야 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산(李義山 이상은(李商隱))ㆍ두번천(杜樊川 두목(杜牧)) 같은 이는 다 공부(工部)의 적파(嫡派)이며 백향산(白香山 백거이(白居易))이 또 하나의 결혈이 되어 그 광대교화(廣大敎化)의 명목에 부끄럽지 않다.
송의 소ㆍ황(蘇黃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은 또 하나의 결혈이 되며 육무관(陸務觀 육 유(陸游))의 칠언근체(七言近體)는 고금을 통하여 능히 구율(彀率)을 다한 것이며 금(金)의 원유지(元裕之)와 원(元)의 우백생(虞伯生)이 또 하나의 결혈이 되는데 우(虞)로 말하면 성정(性情)과 학문이 합쳐져 일사(一事)로 되었다.
명 나라 삼백 년에 와서는 하나도 족히 칭할 것이 없다가 왕어양(王漁洋 왕사정(王士禎))에 이르러 역하(歷下)와 경릉(竟陵)의 퇴풍(頹風)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또 능히 하나의 결혈이 되었으니 부득불 추대하여 일대의 정종(正宗)으로 삼지 않을 수 없으며 주죽타(朱竹垞)는 어양(漁洋)과 더불어 태화산(太華山)의 쌍봉(雙峯)이 아울러 일어난 것과 같아 갑을(甲乙)할 수 있다. 이 밖에는 다 방문(旁門) 산성(散聖)일 뿐이다.

문체(文體)의 유(類)는 열세 가지인데 그 문이 되는 것은 여덟 가지로서 이른바 신ㆍ리(神理), 기ㆍ미(氣味), 격ㆍ율(格律), 성ㆍ색(聲色)이다. 신ㆍ리, 기ㆍ미는 문의 정(精)이요, 격ㆍ율 성ㆍ색이란 것은 문의 추(粗)이다. 그러나 진실로 그 추를 놓아버리면 정이란 것이 어디에 부치리오.
배우는 자가 옛사람에 대하여 반드시 처음에는 그 추를 만나고 중간에는 그 정을 만나고 종경(終竟)에는 그 정한 것만 쓰며 그 추한 것은 버려야 하는 법이다. 지금 그 추를 만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정을 만나서, 그 정을 쓰며 그 추를 버리는 데 이를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매양 문(文)을 소도(小道)라 하여 경홀히 여기고 있는데 이는 문을 유희(遊戲)로 삼는 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며 문이 아니면 도가 부칠 곳이 없게 된다. 그러니 문과 도는 서로 필수적이며 갈라서 둘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역(易)》의 문언(文言)이 문의 조(祖)가 된 것이며 그 말단에 길(吉)한 사람의 말과 조(躁)한 사람의 말을 결부하여 거듭거듭 말하였으니 문의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이다.
어찌하여 붓을 잡으면 쉬지 않고 재제(裁制)하는 바도 없이 길을 달려 마구 나가 글자와 글구를 쌓고 쌓음으로써 문을 삼을 수 있겠는가. 이는 더욱이 크게 경계할 바이다. 어느 겨를에 그 정을 만나고 그 추를 만나는 것을 논할 수 있겠는가.

동인(東人)의 병체(騈體)는 임진년 이후부터 갑자기 변하여 송ㆍ원(宋元) 이후의 풍기가 되어 마침내는 하나의 공령문(功令文)의 웅(雄)이 되었다. 이는 근자의 형세로 보아 면치 못할 바이지만 비록 문원(文苑)의 대수필(大手筆)도 대체로 이와 같다.
대저 우리나라의 임진년은 이 무슨 백육(百六)의 대운(大運)이기에 위로는 국가의 전장(典章)으로부터 아래로 여항의 풍속에 이르기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없어 지금까지 옛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문장ㆍ서화 같은 소도(小道)도 역시 따라서 천사(遷謝)되어 마침내 만회된 것이 없어서 명종ㆍ선조 이상의 왕성한 대아(大雅)의 풍(風) 같은 것은 얻어볼 수 없다.

고문(古文)의 체는 기정(奇正)ㆍ농담(濃擔)ㆍ상략(詳略)에 대하여 본래 일정한 법은 없으나 그 글을 만드는 지의(旨義)를 요약하면 네 가지가 있으니 도를 밝히는 일, 세상을 다스리는 일, 깊숙한 것을 드러내는 일, 속(俗)을 바르게 하는 일들이다. 이 네 가지를 지닌 뒤에 법률로써 묶는 것이다. 무릇 이렇게 한 연후라야 경ㆍ사(經史)를 우익(羽翼)하여 천하 후세에 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친척 고구(故舊)에 관한 취산(聚散)과 존몰(存沒)의 느낌에 이르러는 한때에 기억된 바 있어 글로써 선양하여 그 성명(姓名)을 문집 속에 부현(附見)하게 하는 것도 있다.
이는 그 사람의 사적이 원래 고거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일체를 빼버리고 싣지 않은 것이며 본시 기록할 만한 것이 있는데도 글을 만드는 의법(義法)을 위해 생략하기를 이와 같이 한 것은 아니다.

혼ㆍ계(惲桂) 두 집(集)은 과연 바로 남천이우(南遷二友)라는 말에 비해 그다지 사양할 것이 없겠다.
혼집(惲集)은 십 년 전에 구득한 것인데 이제야 비로소 천풍(天風) 해도(海濤)의 속에서 쾌히 읽게 되니 역시 묵연(墨緣)이 속해 있는 것인가? 그 문은 근대 사람 중에 약간 백력(魄力)이 있어 비록 망계(望溪)의 파류(派流)는 아니지만 망계ㆍ해봉(海峯)ㆍ매애(梅厓)ㆍ석포(惜抱 요내(姚鼐)) 여러 사람들의 지키고 있는 정궤(正軌)를 잃지 않았다. 그러므로 망계로부터 석포에 이르기까지 각각 미사(微詞)가 있기는 하나 현저히 배척하기를 죽정(竹汀 전대흔(錢大昕))과 같이 아니하고 한결같이 정궤로 돌렸으니 역시 조금 공안(公眼)을 가졌으며 분박(噴薄) 규노(叫呶)의 버릇은 내보이지 않았다.
대개 그 인품이 항상(伉爽)하고 문 역시 그와 같아서 왕척보(王惕甫) 같이 초잡(稍雜)하고 원자재(袁子才)의 검색이 없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평심(平心)하여 논한다면 석포의 평아(平雅)와 한담(閒澹)은 끝내 미쳐가기 어려우니 다만 백력(魄力)만으로 뒤덮으려 해서는 안 되며, 석포의 성취한 것도 역시 철저한 곳이 있으니 그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못한 것인데 또 하물며 망계를 올라섰다 할 수 있으랴. 진소현(秦小峴)조미신(趙味辛) 제가도 역시 이와 같은 데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계집(桂集)은 너무도 영성(零星)하나 역시 한두 가지 볼 만한 것이 있으며 성운(聲韻)을 전치(專治)하였고 고문의 궤칙(軌則)에 이르러는 소장(所長)이 아니다. 그 인품이 매우 높아서 담계(覃溪)ㆍ운대(芸臺)가 자주 칭도(稱道)하였으니 영성한 문자 사이에 있지 않은 모양이다.

의상이 이르러 가지 않는 곳에 / 意想不到處
봉만이 갑자기 절로 열려라 / 峯巒忽自開


 

산 경지(境地) 곳을 따라 아름다우니 / 山境隨處佳
잘못 찾아와도 역시 기쁘네 그려 / 誤到亦可喜


만약 이 경지를 터득하고 나면 낱낱이 다 도(道)요 일일이 걸림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증남풍(曾南豐)의 시에

흐르는 물 차가워라 더구나 맑고 / 流水寒更澹
비인 창은 깊어도 저절로 밝네 / 虛窓深自明


 

외길이라 솔 밑으로 들어가 보니 / 一逕入松下
두 봉우리 말 앞에 비끼었구려 / 兩峯橫馬前


 

호상으로 경구와 마주 앉아라 / 壺觴對京口
말 웃음이 양주에 떨어지누나 / 笑語落揚州


라는 글귀는 다 아름다워 자못 도ㆍ사(陶謝 도연명(陶淵明)과 사영운(謝靈運))의 가법을 얻었다 하겠으며, 서중거(徐仲車)진형중(陳瑩中)에게 부친 시는 웅쾌하고 통절하여 소아(小雅)의 항백(巷伯 장명(章名)임) 과 더불어 기풍을 함께 하였으니 이는 정(正)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직(直)으로 기를 기른 공력이다. 어찌 괴방(怪放)하다 하랴. 그는 일찍이 학자에게 이르기를 “문자를 하려거든 섬려(纖麗)는 배우지 말고 모름지기 혼혼(渾渾)하여 고기(古氣)가 있어야 한다.” 했는데, 이는 자기를 두고 말한 것이다. 맹동야(孟東野) 시에,

천지가 가슴속에 들어를 오니 / 天地入胸臆
갑자기 천둥치고 바람이 이네 / 吁嗟生風雷
문장은 그 미묘를 얻었다며는 / 文章得其微
물상은 나에게서 재량이 되네 / 物象由我裁

라 하였으니 시를 논하여 이 지경에 이르면 조화를 배태(胚胎)한 것이다. 또 이를테면,

남산이 천지를 채워 있으니 / 南山塞天地
해와 달이 돌 위에 돋아나누나 / 日月石上生
산중이라 사람이 절로 바르고 / 山中人自正
길은 험해도 마음 역시 평평하구나 / 路險心亦平
일본(一本)에는 이 아래에 “천태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으니, 걸핏하면 적성(赤城)의 놀이 밟히네”라는 열 글자가 있음.
신령한 지경이라 물마다 곧아 / 靈境物皆直
만 그루 솔 하나도 비스듬 없네 / 萬松無一斜

이 등의 글귀는 자못 심경이 공활(空濶)하여 온갖 인연이 물러가버림을 깨닫겠으니 어찌 한검(寒儉)하다고 지목할 수 있으랴.
무릇 시도(詩道)는 광대하여 구비하지 않은 것이 없어 웅혼(雄渾)도 있고 섬농(纖濃)도 있고 고고도 있고 청기(淸奇)도 있으므로 각기 그 성령의 가까운 바를 따르며 일단(一段)에만 매이고 엉겨서는 아니 되는 것인데, 시를 논하는 자들이 그 사람의 성정은 논하지 아니하고 자기가 습숙(習熟)한 것만으로써 단정하여 웅혼을 치켜들고 섬농을 그르다 한다면 어찌 만상(萬象)을 혼함(渾函)하고 촌심(寸心)이 천고(千古)라는 의가 될 수 있으랴.
이 때문에 두(杜)가 있고 왕ㆍ맹(王孟)이 있고 백(白)이 있고 한(韓)이 있고 의산(義山)이 있고 번천(樊川)이 있고 또 장길(長吉 이하(李賀))ㆍ노동(盧仝)이 있는 것이다. 지금 특별히 증남풍ㆍ서중거를 들고 끝맺음에 맹동야를 든 것은 따로 한 길을 찾자는 것이 아니니 정상(頂上)에 눈이 있는 자는 마땅히 거울과 거울이 서로 비치리라 믿는다. 오당(悟堂) 이아(李雅)가 시상(詩想)이 매우 묘하여 나에게 와서 시도(詩道)를 묻고 또 감산(甘山)의 시를 보여주기에 이를 써서 답한다.

오강의 물일랑 마시지 마소 / 莫飮吳江水
가슴속에 파도가 일까 두렵네 / 胸中恐有波濤起
상강의 고길랑 먹지를 마소 / 莫食湘江魚
분통터져 슬픈 울음 나오게 하네 / 令人寃憤成悲呼
상강 대는 화살을 만들 만하고 / 湘江之竹可爲箭
오강 물은 칼을 갈기 매우 좋거든 / 吳江之水好淬劍
화살로는 소인놈의 심장을 뚫고 / 箭射讒夫心
칼로는 소인놈의 얼굴을 베서 / 劍硏讒夫面
소인놈 심장은 깨졌다 해도 / 讒夫心雖破
가슴속의 쓸개는 오히려 크고 / 胸中膽猶大
소인놈 얼굴은 깨졌다 해도 / 讒夫面雖破
입 안의 혀 상기도 남아 있는 걸 / 口中舌猶在
살아서는 사람의 근심이 되고 / 生能爲人患
죽어서는 귀신 되어 해를 끼치네 / 死能爲鬼害
근심되고 해 끼치니 장차 어쩌리 / 患兮害兮將奈何
두 잔의 막걸리에 긴 노랫가락 / 兩巵薄酒一長歌
바람 향해 뿌리고 물에 흘리어 / 灑向風煙付水波
서산이랑 멱라에 조문하세나 / 遣弔胥山共汨羅

유자산(庾子山)의 시는 대장(對仗)이 가장 공(工)하다. 마침내 육조(六朝) 이후에 오고(五古)를 돌려 오율(五律)을 만드는 시작이라 하겠다. 그는 글귀를 만들되 능히 새롭고 고사를 사용함에 흔적이 없어 하수부(何水部)에 비하면 보다 나을 것도 같다. 무릉(武陵) 진윤천(陳允倩)이 이르기를 “두소릉(杜小陵)은 남(藍)에서 청(靑)이 나오지 못하고 곧장 걸으면 걷고 달려가면 달려가곤 하는 식이다.”라 한 것은 또한 너무나 심한 말이다. 그 명구(名句)로는 보허사(步虛詞)에 이르기를,

한제는 복숭아씨를 바라고 / 漢帝看桃核
제후는 대추꽃을 묻네 / 齊侯問棗花

라 하였고, 산지(山池)에 이르기를,

연꽃바람 멱 감는 새를 놀래고 / 荷風驚浴鳥
교(橋) 그림자에 노는 고기 모여드네 / 橋影聚行魚

라와 우문 내사(宇文內史)에 화답하기를,

나무에는 앵두를 문 새가 잠자고 / 樹宿含櫻鳥
꽃에는 꿀을 캐는 벌이 앉았네 / 花留釀蜜蜂

라와, 군행(軍行)에 이르기를,

변새는 멀어 유엽이 번득이고 / 塞逈翻楡葉
관산은 차니 기러기 털이 떨어지누나 / 關寒落鴈毛

라와, 법연(法筵)에 이르기를,

부처의 영은 호인이 기록하고 / 佛影胡人記
경의 글은 한어로 번역되도다 / 經文漢語翻

라와, 설 문학(薛文學)에게 수답(酬答)하기를,

양장은 구절판을 연대어 잇고 / 羊腸連九阪
웅이는 쌍봉을 마주 대했네 / 熊耳對雙峯

라와, 사람에게 화답하기를,

이른 우뢰 칩호를 놀라게 하고 / 早雷驚蟄戶
날리는 눈 하원을 길게 하누나 / 流雪長河源

라와, 원정(園庭)에 이르기를,

초부 은사 언제나 길 함께 가고 / 樵隱恒同路
사람과 새 더러는 집 마주하네 / 人禽或對巢

라와, 맑은 새벽에 조수에 다다라 이르기를,

잔나비 파람하니 바람 급하고 / 猿嘯風還急
닭이 우니 조수가 밀어 닥치네 / 鷄鳴潮欲來

라와, 겨울사냥[冬狩]에 이르기를,

놀랜 꿩은 매를 쫓아 날아가고 / 驚雉逐鷹飛
뛰는 원숭이 화살을 보고 굴러가네 / 騰猿看箭轉

라와, 사람에게 화답하기를,

여치는 틀이 없이 베를 짜는데 / 絡緯無機織
나는 반디 불을 띠고도 추운가봐 / 流螢帶火寒

라와, 화병을 읊다[詠畫屛]에 이르기를,

돌 험하니 소나무는 가로 꽂히고 / 石險松橫植
바위 매달리니 시내 서서 흐르네 / 巖懸澗竪流
고요를 사랑하여 고기 뛰놀고 / 愛靜魚爭樂
사람에게 의지하니 새 품에 드네 / 依人鳥入懷

라와, 꿈에 당내에 들다[夢入堂內]에 이르기를,

햇빛 받자 비녀 색깔 어른거리고 / 日光釵焰動
창 그림자에 거울꽃이 흔들리누나 / 窓影鏡花搖

라는 등의 글귀는 소릉의 이른바 청신(淸新)이란 것이 자못 이를 두고 이름이라 하겠다.

산중의 재상이라 선골을 지녔으니 / 山中宰相有仙骨
잿마루에 나는 하얀 구름을 사랑하네 / 獨愛嶺頭生白雲
이 그림을 벽에 걸면 놀래 넘어질테니 / 壁張此畫定驚倒
먼저 사람을 불러 부축하라 요청하게 / 先請喚人扶着君

라와,

난산이라 깊은 곳에 아지랑이 노을들이 / 亂山深處是煙霞
자욱한 비 갠 볕에 아침 저녁 아름답네 / 雨暗晴暉日夕佳
알괘라 선생님은 일찍이 여기 와서 / 要識先生曾到此
일부러 희필 남겨 그대 집에 걸렸구려 / 故留戲筆在君家

라는 등은 미원휘(米元暉 미우인(米友仁))의 제화시(題畫詩)인데 너무나 아름다워 한점도 연화(煙火)의 기는 없다.

문장의 논이 정해지기란 고금을 통하여 어려운 일이다. 원자재(袁子才)는 왕완정(王阮亭)의 시를 일컬어 “재주와 힘이 박하다.” 하면서도 부득불 추앙하여 일대(一代)의 정종(正宗)으로 삼았으니 이는 끝내 그가 차지한 지위를 뒤덮어 아주 빼앗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가사 그가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봐도 재력(才力)과 정종이 함께 의논에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심여(蔣心餘)는 또 당인(唐人)이 임서한 진첩(晉帖)으로써 비교했으니 역시 미사(微詞)라 하겠으나 오늘날에 만약 당모(唐摹)의 한 글자만 얻는다면 그 보배롭고 중함이 또한 진적(眞跡)에 내리지 않을 것이니 어찌 송ㆍ원 이후의 안각(贋刻)과 더불어 논할 수 있겠는가. 매양 굉장한 이름을 가지면 사람들이 다 증오하고 있으니 이는 모두 깊이 경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능히 그 실지에 부응되지도 못하면서 우뚝이 스스로 거만을 떠는 자에 이르러는 도적도 빼앗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원ㆍ장은 진실로 당시의 척안(隻眼)이나 오히려 도적을 자초함을 면치 못했거든 하물며 이보다 못한 자들이랴.
그러므로 소릉(少陵)의 시에 보이는 “문장은 천고의 일이라면 득실은 촌심이 아는 거로세[文章千古事 得失寸心知]”의 한 마디 말은 전혀 혼전(渾全)하여 고금을 궤뚫은 것이다.
우연히 시를 논한 제십(諸什)을 뒤져보고 부질없이 이렇게 말을 마구 한다. 기우(屺友 강자기(姜慈屺))와 더불어 서로 보고 한번 웃으며 한 통(通)의 해설을 하게 했다.

강엄(江淹)의 의혜휴시(擬惠休詩)에 이르기를,

해 저무니 파란 구름 어울리는데 / 日暮碧雲合
아름다운 사람 자못 오지를 않네 / 佳人殊未來

라 했는데 지금 사람들이 마침내 휴상인(休上人)의 시로 쓰고 있으니 고사가 이처럼 그르친 것은 당(唐)의 시대부터 이미 그러했다.
석양남애(夕陽嵐靄)는 당자화(唐子華)의,

반조는 시내 동쪽을 지나는데 / 返照過溪東
중은 돌아가네 파란 안개 속으로 / 僧歸嵐翠裏
늦은 매미 소리를 실컷 들으니 / 厭聽晩蟬聲
대숲의 동산이 삼사리로세 / 竹園三四里

라를 모방하였고, 나소화(羅小華)의 사경(寫經)의 묵(墨)으로써 운서노인(雲西老人)을 임(臨)했는데,

열 길이라 우담의 저 숲 속에 / 十丈優曇林
현담하자 향기가 얼굴에 붙네 / 玄譚香着面
나무 밑에 경을 외던 그 사람은 / 樹底誦經人
달 비끼니 찾아도 보이지 않네 / 月斜尋不見

라 하였고, 노련(老蓮)은 전주(篆籒)의 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고졸(古拙)한 품이 위ㆍ진(魏晉) 시대의 수필(手筆)과 같아서 마치 고대의 신선 사람을 만난 것 같다. 그 제시에,

적막한 산마을 울타리 안에 / 寂寞山籬下
가을 뽕나무 높이 몇 자일는고 / 秋桑幾尺高
숨은 선비 장 중위를 찾고자 하니 / 欲尋張仲蔚
삼경이 봉호 속에 묻히었구려 / 三徑沒蓬蒿
미숙(美叔)의 제화시(題畫詩)는 연화(煙火)를 먹지 않은 것 같다.

옛사람들은 한 시를 함께 지을 경우라도 반드시 운을 같이 짓지는 않았으며 곧 운을 같이 하더라도 역시 한 운 중에서 가려서 쓰며 반드시 글귀마다 차운(次韻)하지는 않았는데 원ㆍ백(元白 원진(元稹) 백거이(白居易))으로부터 창시되어 피일휴(皮日休)육구몽(陸龜蒙)이 창화(唱和)함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심해져서 운(韻)으로써 주장을 삼고 뜻으로써 서로 따르게 되니 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얼른 통달하지 못했다.
근대에는 오로지 이로써 장점을 보이며 이름은 화운(和韻)이라고 하지만 실상인즉 운을 따르는 것이니 마땅히 그 혈맥이 가로 뻗히고 구연(句聯)의 뜻이 끊기게 된다. 뜻있는 선비는 마땅히 속상(俗尙)에 얽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심귀우(沈歸愚)의 말이다.

심 진사(沈進士) 두영(斗永)이 기기(奇氣)가 천 길이어서 가어(駕馭)를 할 수 없으며 시(詩) 역시 그 인물과 같아서 평소에 자질구레한 말은 쓰지 않았다. 일찍이 모화관(慕華館)에서 우모(羽旄)를 바라보며 지은 시구가 있는데,

산은 만마를 따라 맴돌며 내려오고 / 山隨萬馬逶迤下
구름은 떼 용을 끼고 나풀대며 다니누나 / 雲擁群龍綷行

라 한 것은 심히 기굴(奇崛)하며 금강산에 들어가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이생이 마휘령에 먼저 올라 하는 말이 / 李生先上摩暉語
팔월이라 높은 산에 하얀 눈이 쌓였다고 / 八月高山白雪長
옛날에 들은 것은 모두가 황홀할 뿐 / 昔者所聞都怳惚
갑자기 대하자니 지극히 황당하네 / 猝然相對極荒唐
멀리 보니 가을 일러 붉은 잎은 전혀 없고 / 遠看秋早無紅葉
가직이 오니 해 높아도 석양이 많다마다 / 近到日高多夕陽
쉬흔이라 네 해 동안 능사를 다 마치고 / 五十四年能事了
오늘에야 이 몸은 금강에 들었구려 마휘령(摩暉嶺) / 此身今日入金剛

또 그 아름다운 글귀로 이를테면,

각각으로 날아오르니 모두들 노한 듯도 / 落落飛騰如共怒
무리지어 끼고 읍하니 서로가 예쁜가봐 / 群群拱揖似相憐
만 이천봉 꼭대기에 마음 한번 풀어놓으니 / 放心萬二千峯上
오십 년이 지났어라 하계의 전생일레 헐성루(歇惺樓) / 下界前生五十年

또 이르기를,

바람 우레 아래서 이니 말 웃음이 평화롭고 / 風雷下作平談笑
하늘과 땅 중간이 비니 앉고 서기 자유롭네 / 天地中虛任起居
만리라 아득아득 동해의 갓이라면 / 萬里蒼蒼東海上
외로운 봉 우뚝이 선 석양의 처음일레 비로봉(毗盧峯) / 孤峯落落夕陽初

또는,

하늘에서 떨어져 서니 위태롭다 안정되고 / 從天落立危初定
바다 건너 날아오니 기세는 쉬지 않네 백운대(白雲臺) / 超海飛來勢未休

라는 등은 다 창해(滄海)를 거꾸로 뒤집고 은하를 구부려 쏟으려는 뜻이 들어 있다 하겠다.

서법이 변천함에 따라 유파(流波) 또한 혼란되었으니 그 근원을 거슬리지 않으면 어떻게 옛으로 돌려 놓을 수 있겠는가. 대개는 예(隸)의 글자가 변하여 정서(正書)가 되고 행초(行草)가 되었는데 그 전이(轉移)는 한말(漢末) 위ㆍ진(魏晉)의 사이에 있었으며 정서 행초가 남ㆍ북의 양파로 나누어진 것에 대해서는 동진(東晉)ㆍ송(宋)ㆍ제(齊)ㆍ양(梁)ㆍ진(陳)이 남파가 되고 조(趙)ㆍ연(燕)ㆍ위(魏)ㆍ제(齊)ㆍ주(周)ㆍ수(隋)는 북파가 된다.
남파는 종유(鍾繇)ㆍ위관(衛瓘)을 경유하여 왕희지ㆍ헌지ㆍ승건(僧虔)에 미쳐 지영(智永)ㆍ우세남(虞世南)에 이르렀으며, 북파는 종유ㆍ위관ㆍ색정(索靖)을 경유하여 최열(崔悅)노침(盧湛)고준(高遵)심복(沈馥)요원표(姚元標)조문심(趙文深)정도호(丁道護) 등에 미쳐 구양순(歐陽詢) 저수량(褚遂良)에 이르렀다.
남파는 수(隋)의 시대에는 드러나지 못하고 당 나라 정관(貞觀)에 이르러 비로소 크게 드러났다. 그러나 구ㆍ저 여러 인물들이 근본은 북파에서 나왔으며 영휘(永徽) 이후로 곧장 개성(開成)에 이르러는 비판(碑版)이나 석경(石經)이 오히려 북파의 여풍이 흘렀다. 남파는 바로 강좌(江左)의 풍류로서 소방(疏放)하고 연묘(姸妙)하여 계독(啓牘)에 장점을 가졌으나 필획을 감하여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전예(篆隸)의 유법(遺法)도 동진(東晉) 시대에 이미 고치고 변한 것이 많았으니 송ㆍ제는 논할 것도 없다.
북파는 바로 중원의 옛법으로서 구근(拘謹)하고 졸루(拙陋)하여 비(碑)와 방서(牓書)에 장점을 가졌으며 채옹(蔡邕)위탄(韋誕)한단순(邯鄲淳)위개(衛覬)장지(張芝)두도(杜度)의 전ㆍ예(篆隸)ㆍ팔분(八分)ㆍ초서에 대한 유법(遺法)은 수의 말기 당의 초엽에 이르러도 오히려 보존된 것이 있다.
두 파는 갈라짐이 강하(江河)와 같아서 남북의 세족(世族)이 서로 통하여 익히지 않았다.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것은 공통된 논이 아니다. 구양은청(歐陽銀靑)의 구성(九成) 화도(化度) 같은 것은 정호(精毫)가 아니면 불가능하며 추호(麤毫)를 가지고도 정필(精筆)처럼 쓸 따름이다. 삼묘(三泖)에서 윤생(尹生) 시영(始榮)에게 보이다.
“초미(貂尾)는 진재(珍材)로 붓을 만들어 쓸 수 있다.[貂尾珍材眞可筆]”는 것은 바로 황산곡(黃山谷)의 글귀이다. 박혜백(朴蕙百)이 자못 제필(製筆)에 공하여 청서(靑鼠)를 낭호(狼毫)의 상으로 삼으면서 스스로 그 묘리를 얻었다고 여기는 동시에 사람이 혹 그렇지 않다 해도 개의하지 않았다. 그는 급기야 초미를 보고서 크게 칭찬을 하며 품(品)이 낭호나 청서의 위라고 하는데 그 말이 진실로 빗나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밖에 또 초미나 낭호보다 더한 것이 있어 등수(等數)로서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있겠지만 호영(湖穎)의 여러 품종을 두루 보이어 그로 하여금 그 안목을 넓히게 할 수 없는 것이 한이다.
옛 선백(禪伯)이 이른바 “지붕 밖에 푸른 하늘이 있으니 다시 이를 보라.”는 말도 있거니와 동쪽 사람들이 원교(圓嶠)의 필에 묶여 있어 다시 왕허주(王虛舟)ㆍ진향천(陳香泉) 여러 거벽(巨擘)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필을 일컫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한번 웃음이 터진다. 천하의 일이란 견정(堅定)하고 주수(株守)하곤 할 수 없는 것이 마침내 이와 같음을 말해 둘 뿐이다.

황모필(黃毛筆)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숭상하는 바이나 살짝 거칠고 미끄러운 흠이 있다. 중국에서 뽑아낸 황영(黃穎) 같은 것은 또 동쪽에서 나와서 통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와 같은 진재(珍材)는 일찍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지도 않으며 역상(譯商)들이 다니면서 파는 것은 또 하나의 하품ㆍ열품(劣品)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깨닫지 못한다. 초미는 이것이 중국의 자영(紫穎)과 같은데 중국 사람들은 또 황모(黃毛)를 초호(貂毫)라고 한다. 지금 통행하는 초호 소필은 다 초호라는 두 글자를 새겼는데 역시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것과는 같지 않으니 감히 초ㆍ황의 사이에 이름을 정하지 못하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컫는 청서(靑鼠)도 역시 중국 붓에서는 보지 못했으며 자영(紫穎)이 청서와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한데 자영은 본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컫는 초미요 청서는 아니다.

양호(羊毫)는 효자(孝子)나 순손(順孫)이 부조(父祖)의 뜻을 먼저 알아 받들어 순히 하는 것과 같으며 자영과 같은 일종(一種)은 너무 강하여 완력(腕力)이 약한 자는 거의 쓸 수가 없다.
일찍이 희헌유풍(羲獻流風)이라 새겨진 일종의 필을 보았는데 대나무 같이 강하고 딱딱했다. 유성현(柳誠懸)도 능히 희ㆍ헌의 유법(遺法)으로 된 붓을 쓰지 못한 것은 그것이 너무 강한 때문이었다. 지금 이 종의 붓은 과연 우군이 옛날 만들어 쓰던 그 유제(遺制)로 된 것인지는 모르나 희헌유풍의 위에는 다시 이보다 더한 것이 없다. 이 필이 제일 상품이 되어 양호의 위에 있으니 이 묘법을 터득한 연후라야 필을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컫는 황모나 청서에 이르러는 어찌 대해(大海)의 구경에 참여할 수 있으랴. 곧 오봉루(五鳳樓)에의 옹유(甕牖)와 승추(繩樞)일 뿐이다.

결구(結搆)의 원만(圓滿)한 것은 전법(篆法)과 같고, 표양(飄颺)하고 쇄락(灑落)한 것은 장초(章艸)와 같고, 흉하고 험하여 두려워할 만한 것은 팔분(八分)과 같고, 요조(窈窕)하게 출입하는 것은 비백(飛白)과 같고, 경계(耿介)하여 우뚝이 선 것은 학의 머리와 같고, 울장(鬱杖)하고 종횡(縱橫)한 것은 고예(古隸)와 같으며, 점을 만들 때에는 반드시 붓을 거두는 데 있어 긴하고 중함을 귀히 여기며, 획을 만들 때는 반드시 늑(勒)으로 하는데 껄끄러우면서 더디고, 측(側)은 그 붓을 평평하게 해서는 안 되며, 늑은 그 붓을 뉘어서는 안 되며 모름지기 필봉이 먼저 가야 한다.
노(努)는 곧은 것만이 좋지 않으니 곧으면 힘을 상실하며, 적(趯)은 그 필봉을 보존하여 세(勢)를 얻어서 출봉(出鋒)해야 하며 봉을 끌고 내려가 세를 잡아 가슴을 내밀고 서며, 책(策)은 앙필(仰筆)로 나가 거두어야 하며, 약(掠)은 필봉이 왼편으로 나가되 예리해야 하며, 탁(啄)은 붓을 눕혀 빨리 나가 덮어야 하며, 책(磔)은 전필(戰筆)로서 출발하여 뜻을 얻어 서서히 출봉해야 한다.
무릇 점은 준각(峻角)을 요하여 원평(圓平)을 꺼리고 통변(通變)을 귀히 여기며, 합책(合策)하는 곳의 책은 년(年)의 글자가 그것이며, 합늑(合勒)하는 곳의 늑은 사(士)의 글자가 그것이다. 무릇 횡획(橫畫)이 모두 위는 앙획 아래는 부획(覆畫)으로 하는데 사(士)의 글자를 말한 것이며, 세 횡획이 어울리면 위는 평획(平畫) 중은 앙획(仰畫) 위는 부획(覆畫)으로 되는데 춘(春)ㆍ주(主)의 글자가 그것이다. 무릇 세 횡획에는 다 사용한다. 일설은 상은 앙획 중은 평획 하는 부획이라고 함. 측(側)은 그 붓을 측하여 내려가고 먹은 정(精)해야 하며, 늑은 그 붓을 뉘여서는 안되며 중은 높고 두 머리는 낮은데 필심(筆心)으로써 누른다.
단획(短畫)의 조(祖)로서 제일은 책의 법인데 앙필 역봉(䟐鋒)으로 가벼이 들고 나아가서 마치 편책(鞭策)의 세(勢)와 같이 한다. 두 머리는 높고 중은 낮다. 유종원(柳宗元)은 이르기를 “책은 앙필로 거두어 살짝 쳐든다.” 했다. 기(其)ㆍ천(天)ㆍ부(夫)ㆍ재(才)와 같은 유로써 무릇 단획은 다 책이 된다.
종파(從波)의 ⓐ은 오정(五停)인데 수(首) 일(一), 중(中) 삼(三), 미(尾) 일이요 횡파(橫波)의 ⓐ은 오정인데 수 일, 중 이, 미 이이다. 대체로 앙획을 만들 때에는 준(蹲)을 아니하고 봉으로써 겉으로 싸며, 준(蹲)은 삼면(三面)에 힘이 충만히 가서 순지(順指)로 비스듬히 내려가 힘이 가득차면 살짝 머물러 쳐들면서 삼과(三過)하여 출봉한다. 필획 중에는 또 삼과가 있어 수파(水波)가 기복(起伏)하는 것과 같다. 전(戰)은 전(顫)의 뜻인데 전동(顫動)하며 서서히 나간다는 뜻을 취한 것이며, 준(蹲)은 거(踞)의 뜻인데 돈주(頓駐)의 비유이며, 역(䟐)은 음이 역(歷)인데 가는 것이요, 석(趞)은 음이 석(昔)인데 측행(側行)하는 것이며, 억(抑)은 석행(趞行)하여 더디고 꺼끄럽게 나간다는 뜻이다. 서법에 또 수()가 있는데 수(竪)의 글자와 더불어 뜻이 같다. 수필(筆)이란 것은 짧은 노(努)를 말함이다. 이미 노의 법이 있는데 또 이 조목을 설치한 것은 진실로 췌문(贅文)이다. 각 본에는 또 오기(誤記)하여 수()로 되어 있는데 수()는 그 글자가 없다.
무릇 서를 공부하는 문(門)은 열 두 종의 은필(隱筆)의 법이 있으니 바로 지필(遲筆)ㆍ 질필(疾筆)ㆍ역필(逆筆)ㆍ순필(順筆)ㆍ도필(倒筆)ㆍ삽필(澀筆)ㆍ전필(轉筆)ㆍ와필(渦筆)ㆍ제필(提筆)ㆍ탁필(啄筆)ㆍ엄필(罨筆)ㆍ역필(䟐筆)이다.
무릇 용필(用筆)에 있어 생사(生死)의 법은 유은(幽隱)에 있고 지필의 법은 질((疾)에 있고 질필의 법은 지(遲)에 있다. 역입(逆入) 도출(倒出)하여 세를 취해 가감(加減)하고 때를 살펴 조정(調停)한다. 그 묘리를 믿기까지는 모름지기 공력(功力)이 깊어야 하며 쉽게 얻으려 들면 얻기 어려운 것이다.

붓의 가벼운 것은 양(陽)이 되고 무거운 것은 음(陰)이 된다. 무릇 글자 중에 두 개의 직획(直畫)이 있는 것은 왼편 획은 가늘고 바른편의 획은 굵어야 하며 글자 속의 주(柱)는 굵어야 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늘어야 한다. 이는 음양을 나눈 법이다.

정봉(正鋒) 편봉(偏鋒)의 설이 고본(古本)에는 없었는데 근래 사람들이 오로지 축경조(祝京兆 축윤명(祝允明))를 배우고자 하여 짐짓 이를 빌려 말한 것이다. 정(正)으로써 골(骨)을 세우고 편(偏)으로써 태(態)를 취하는 것은 자연 말자고 해도 말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서가 비록 장봉(藏鋒)을 귀히 여기지만 모호(糢糊)한 것으로써 장봉이라 할 수는 없으며 모름지기 붓을 쓰기를 태아검(太阿劍)이 자르고 베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대개 경리(勁利)로써 세를 취하고 허화(虛和)로써 운(韻)을 취하여 인(印)으로 인주를 찍는 것 같이 하며 송곳으로 모래를 긋는 것 같이 해야만 되는 것이다.

조문민(趙文敏 조맹부(趙孟頫)) 이 용필(用筆)을 잘 하는데 쓰는 붓이 완전(宛轉)하여 뜻과 같이 나가는 것이 있을 때는 그 붓을 선뜻 짜개어 그 정호(精毫)만을 가려서 따로 모은다. 그리하여 붓 세 자루의 정호((精毫)만을 합쳐 필공에게 주어 한 자루로 매게 하면 진서(眞書)ㆍ초서(草書)의 거세(巨細)를 막론하고 던지면 아니되는 것이 없으며 여러 해가 가도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서가(書家)가 이르기를 “진서(眞書)를 쓰면서 능히 전주(篆籒)의 법을 붙여 나가면 고금에 높다.”라 했다.

서법은 시품(詩品)ㆍ화수(畫髓)와 더불어 묘경(妙境)은 동일하다. 이를테면 서경(西京)의 고예(古隸)가 못[釘]을 베고 철(鐵)을 자른 것 같으며 흉하고 험하여 두렵게 뵈는 것은 곧 건(健)을 쌓아 웅(雄)이 되는 의(義)이며, 청춘(靑春)의 앵무(鸚鵡)는 꽃을 꽂은 무녀(舞女)가 거울을 당겨 봄에 웃는 의이며, 유천희해(遊天戲海)는 곧 앞으로 삼신(三辰)을 부르고 뒤로 봉황을 끄는 의로 시와 더불어 통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상(象)의 밖에 초월하여 그 환중(環中)을 얻는다는 한마디 말에 벗어나지 않는다. 능히 이십사품(二十四品)의 묘오(妙悟)가 있다면 서경(書境)이 곧 시경(詩境)인 것이다. 이를테면 뿔을 떼어 놓은 영양(羚羊)과 같아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는 저절로 신해(神解)가 들어 있으니 신(神)으로써 밝혀 나가는 것은 또 종적으로는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은 은술(隱術)로 십수 가지 법이 있으니 지(遲)ㆍ질(疾)ㆍ순(順)ㆍ역(逆)ㆍ도(倒)ㆍ삽(澀)ㆍ전(轉)ㆍ와(渦)ㆍ엄(罨)ㆍ탁(啄)ㆍ제(提)ㆍ역(䟐) 등의 법을 들고 있으니 발등(撥鐙)의 예행(例行)하는 통법(通法)으로써 제한하는 것은 불가하다. 이는 나이 젊어 완숙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자는 엽등(躐等)하여 나갈 수는 없는 것이며, 삼십 년의 노련한 공력이 있지 아니하면 절대로 망행(妄行)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한예(漢隸)의 한 글자가 해행(楷行)의 열 글자를 당할 만한데 요즘 사람들이 익히는 것은 다 동경(東京) 말에 만들어진 것이며 서경(西京)에 이르러서는 손을 댈 수가 없으니 능히 진예(晉隸)를 만들 수 있는 것만도 역시 다행이다.

예리하고 가지런하고 건강하고 둥근 것은 필의 네 가지 덕이다.

난곡(蘭谷)의 서법은 너무도 해숭위(海嵩尉)의 필의(筆意)를 지녔으니 어찌 그 연원이었던가? 창울(蒼鬱)하고 돈좌(頓挫)하여 속본(俗本)과는 매우 틀린다. 필은 봉(鋒)이 가지런하고 허리가 강한 것을 요하며 벼루는 윤택함과 껄끄러움이 서로 겸하여 거품이 뜨고 먹이 빛나는 것을 취한다.

백양산인(白陽山人)의 서법은 손건례(孫虔禮)양소사(楊少師)의 규도(規度)가 있으니 바로 초법(草法)의 정종(正宗)이다. 초법이 손ㆍ양을 말미암지 않으면 다 진택부(鎭宅符 집 지키는 부적)를 만들 뿐인데 동인(東人)은 더욱 심하여 악찰(惡札)이 아닌 것이 없다.

소재(蘇齋 옹방강의 호)는 원조(元朝)에 참깨 하나에다 천하태평(天下太平)의 네 글자를 썼는데 이때 소제의 나이 칠십팔 세였다. 글자가 승두(蠅頭)와 같은데도 역시 안경도 쓰지 않았으니 또한 이상한 일이다. 또 원조로부터 금경(金經)을 쓰기 시작하여 종이 한 장을 일과로 삼아 그믐날에 끝마쳐 법원사(法源寺)에 시주했다. 그리고 또 내가 공양하는 대사(大士)의 소정(小幀)에 제자(題字)한 글씨는 몹시 가는데 다 동시의 일이다.

육조(六朝)의 비로서 무평(武平)의 제석(諸石)과 조준(刁遵)ㆍ진사왕비(陳思王碑) 같은 것은 다 극적(劇迹)이며 정도소(鄭道昭)의 비는 곧장 초산명(焦山銘)과 더불어 갑을을 다툴 만하다. 이를 알지 못하면 어떻게 비궤(棐几 우군(右軍)을 이름)의 풍류(風流)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랴.

옛사람이 글씨를 쓴 것은 바로 우연히 쓰고 싶어서 쓴 것이다. 글씨 쓸 만한 때는 이를테면 왕자유(王子猷)의 산음설도(山陰雪棹)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면 돌아오는 그 기분인 것이다. 때문에 행지(行止)가 뜻에 따라 조금도 걸릴 것이 없으며 서취(書趣)도 역시 천마(天馬)가 공중에 행하는 것 같다.
지금 글씨를 청하는 자들은 산음에 눈이 오고 안 오고를 헤아리지 않고 또 왕자유를 강요하여 곧장 대안도(戴安道)의 집으로 향해 가는 식이니 어찌 크게 답답하지 않겠는가. 지금 서극(西極)의 용매(龍媒)로 하여금 어노(圉奴)의 기적(羈靮)을 받아 준판(峻阪)에 올라가게 한다면 어떻게 섭운(籋雲)의 걸음을 펼 수 있겠는가. 필을 놓고 한번 웃는다.

홍보명(洪寶銘)은 역시 아름답다. 비록 시평(始平) 무평(武平)에 미치지는 못하나 오히려 북조(北朝)의 고격(古格)을 증명할 수 있다.
용용용필(用筆)의 법은 다섯 손가락을 사면에 성글게 벌리며 붓대를 식지 가운데 마디의 끝에 세워 잡아당겨 안으로 향하고, 엄지손가락의 나문(螺紋) 있는 곳으로써 눌러 밖으로 향하며 가운데손가락으로 그 양(陽)을 걸고 무평지와 새끼손가락으로 그 음(陰)을 받치면 손가락은 실하고 손바닥은 비어 운전하기가 편하고 빠르며, 운전하는 법에 있어서는 식지의 뼈는 반드시 가로 대어 필세(筆勢)로 하여금 왼편으로 향하게 하고 엄지손가락의 뼈는 반드시 밖으로 튀어나 필세로 하여금 바른편으로 향하게 해야만 만호(萬毫)가 힘을 가지런히 하고 필봉이 마침내 중으로 가게 된다. 만약 단단히 잡기만 하고 돌리지 않으면 힘은 붓대에만 있고 호(毫)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구양영숙(歐陽永叔)의 이른바 “손가락으로 하여금 운용하여 완(腕)은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며, 동파(東坡)의 이른바 “비고 너그럽게 한다.”는 것이다. 가로 다붙이는 기(機)는 무명지의 손톱과 육(肉)의 사이에 있으며 밖으로 튀어나는 묘는 가운데손가락의 강하고 부드러운 그 사이에 있는 것이며, 또 “무명지의 손톱과 육의 사이로써 붓대를 떠받아 위로 향하게 한다.”는 말도 있다.

측(側)을 점(點)이라 하지 않고 굳이 측이라 한 것은 측으로 비스듬히 쏟아 점을 만드는 형세가 있음으로 해서이다. 면(宀)의 윗점 같은 것에 이르러는 역시 측이라 불러서는 불가하니 파(波)를 날(捺)이라 하고 별(撇)을 불(拂)이라 하는 호칭(互稱)과는 같지 않다.

“호를 편다[伸毫]”는 것은 바로 고금 서가의 들어보지 못하던 말이다. 필봉은 항상 필획의 안에 있어야 하며 한 획의 속에서도 기복이 봉초(鋒抄)에서 변하며 한 점의 속에서도 육좌(衄挫)가 호망(毫芒)으로 달라진다 하였는데 이는 본시 종유ㆍ 색정 이래의 진결(眞訣)로서 고금을 통하여 바꾸지 못하는 것이며 인(印)과 인처럼 서로 전하는 것이다. 근일에 동인의 이른바 호를 펴는 한 법은 곧 바람벽을 향하여 허위조작한 것으로 전혀 낙착(落着)이 없다. 만약 별(撇)의 말필(末筆)을 만난다면 장차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는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후학들이 다 이의 그르침을 입어 점점 귀굴(鬼窟)로 들어간 것이다.

법은 사람마다 전수받을 수 있지만 정신과 흥회(興會)는 사람마다 스스로 이룩하는 것이다. 정신이 없는 것은 서법이 아무리 볼 만하다 해도 능히 오래두고 완색하지 못하며 흥회가 없는 것은 자체(字體)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껏해야 자장(字匠)이란 말 밖에 못 듣는다. 가슴속에 잠재한 기세(氣勢)가 글자 속과 줄 사이에 유로(流露)되어 혹은 웅장하고 혹은 우여(紆餘)하여 막자도 막아낼 수 없는 것인데 만약 겨우 점ㆍ획의 면에서 기세를 논한다면 오히려 한 층이 가로막힌 것이다.

박군 혜백(蕙百)이 글씨를 나에게 물으며 서의 원류(源流)를 터득하는 방법을 청하므로 나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나는 젊어서부터 글씨에 뜻을 두었었다. 이십사 세 적에 중국 연경(燕京)에 들어가 여러 명석(名碩)들을 만나보고 그 서론(緖論)을 들어본 바 발등법(撥鐙法)이 머리를 세우는 제일의 의가 되며 지법(指法)ㆍ필법(筆法)ㆍ묵법(墨法)으로부터 분항(分行)ㆍ포백(布白)ㆍ과파(戈波)ㆍ점획(點畫)의 법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익히는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한ㆍ위(漢魏) 이하 금석(金石)의 문자가 수천 종이 되어 종ㆍ색(鍾索) 이상을 소급하고자 하면 반드시 북비(北碑)를 많이 보아야만 비로소 그 조계(祖系)의 원류의 소자출(所自出)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악의론(樂毅論)은 당의 시대부터 이미 진본은 없어졌고 황정경은 육조 시대 사람이 쓴 것이며 유교경(遺敎經)은 당 나라 경생(經生)의 글씨이며, 동방삭찬(東方朔贊)ㆍ조아비(曹娥碑) 등의 글씨도 전혀 내력이 없으며, 각첩(閣帖)은 왕저(王著)가 번모(飜摹)한 것으로써 더욱 오류(誤謬)가 되어 이미 당시에 미원장(米元章)ㆍ황백사(黃伯思)ㆍ동광천(董廣川 동기창(董其昌) 같은 이가 일일이 박정(駁正)한 바 있으니 중국의 유식자들은 악의ㆍ황정 등의 서로부터 각첩(閣帖)에 이르러는 다 말하기조차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다. 대개 악의ㆍ황정 등의 서는 만약 근거될 만한 진본이었다면 당의 구ㆍ저ㆍ우(虞 우세남(虞世南))ㆍ설(薛 설직(薛稷),ㆍ안(顔 안진경(顔眞卿))ㆍ유(柳 유공권(柳公權))ㆍ손(孫 손건례(孫虔禮))ㆍ양(楊 양응식(楊凝式))ㆍ서(徐 서계해(徐季海))ㆍ이(李 이옹(李邕)) 여러 사람들의 쓴 글씨가 하나도 황정ㆍ 악의와 같은 것이 없으니 그 황정ㆍ 악의로부터 입문하지 않은 것을 입증할 만하며 다만 여러 북비와는 인과 인이 서로 합할 뿐만 아니라 방경(方勁)하고 고졸(古拙)하여 모릉(模綾)이 원숙한 것은 없다.
근일에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서가의 이른바 진체(晉體)니 촉체(蜀體)니 하는 것은 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며 곧 중국에서 이미 울 밖에 버려진 것들을 가져다가 신물(神物)과 같이 보고 규얼(圭臬)과 같이 받들며 썩은 쥐를 가지고서 봉새를 쪼으려 든다[腐鼠嚇鳳]는 격이니 어찌 가소롭지 아니한가.
혜백은 말하기를 “이 추사의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전일에 정(鄭)ㆍ이(李) 여러 사람에게 익히 들었던 것은 모두 남원(南轅)에 북철(北轍)인 격이 아니겠소?" 하므로 나는 또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것은 정ㆍ이 여러 사람들의 허물이 아니다. 정ㆍ이 여러 사람들은 다 천분(天分)은 지녔지만 궁려(窮廬)에 묻혀 있어 옛사람의 선본(善本)을 보지 못했으며 또 유도(有道)의 대방가(大方家)들에게 취정(取正)하지 못하고 모두 옹유 승추(甕牖繩樞)로서 많이 보고 많이 들은 것은 없으나 그 학을 하는 고심(苦心)에 있어서는 무시하지 못할 점이 있다. 그래서 어렴풋이 그림자만 찾고 황홀하게 소리만 어루만져서 내심으로 생각하기를 “천상(天上) 옥경(玉京)의 경루(瓊樓) 금궐(金闕)도 반드시 응당 이렇고 이러리라.” 하며 능히 눈으로 보고 발로 가지는 못했으니 어떻게 경루ㆍ금궐의 실상을 증명할 수 있으랴.
옛날 동파(東坡)가 나한복호(羅漢伏虎)를 찬한 글귀에,

일념의 차로써 / 一念之差
비이에 떨어졌네 / 墮此髬髵
도사가 비민히 여겨 / 導師悲憫
너를 위해 빈탄하도다 / 爲汝嚬歎
너 같은 맹렬로서 / 以爾猛烈
본성 찾기 어렵잖네 / 復性不難

라 하였으니, 제군들도 다 일념의 차로써 타락을 면치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맹렬한 것도 역시 본성을 되찾기가 어렵지 않은데 특히 도사의 비민을 만나지 못한 탓이다 하고서 서로 크게 웃었다. 그 실상을 헤아려 보면 실로 정ㆍ이의 허물이 아니니 이는 책비(責備)만 해서는 옳지 않은 것이다.
원교(圓嶠)의 필결에 이르러는 가장 가르침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터럭을 편다는 법이라 하겠는데 이것이 더욱더 틀려나가서 그른 것이 쌓여 옳은 것을 이길 작정으로 구ㆍ저 여러 사람들을 다 무시하고 위로 종ㆍ왕(鍾王)에 접속하려 드니 이는 문 앞길도 거치지 아니하고 곧장 방 아랫목을 밟겠다는 격이라, 그것이 되겠는가.
조자고(趙子固)는 말하기를 “진(晉)을 배우려면서 당 나라 사람을 거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요량없는 것을 내보일 뿐이다. 해서(楷書)에 들어가는 길이 셋이 있으니 화도(化度)ㆍ구성(九成)ㆍ묘당(廟堂)의 세 비(碑)일 따름이다.”라 했으니, 자고(子固)의 때에 어찌 악의ㆍ황정이 없어서 이 세 비를 들어 말했겠는가. 때문에 악의ㆍ황정은 유식자로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황정은 오히려 육조 사람이 쓴 진본이 있어 사람이 다 볼 수 있으니 만약 이를 임서하고 싶으면 바로 우연히 한번 희묵(戲墨)으로 시험하는 데 불과할 따름이며 이 어찌 법을 세우는 정종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황정의 진본은 필세가 가볍게 드날려 근일에 행세하는 묵각(墨刻)과는 특별히 다르기만 할 뿐 아니라 빙탄(氷炭)과 훈유(薰蕕)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하여 진체(晉體)라 일러 집집마다 떠받드는지 모를 일이다.

안평원(顔平原)의 글씨는 순전히 신으로써 나가 이는 곧 저법(褚法)으로부터 왔으나 저와는 일호도 서로 근사한 것이 없다. 황산곡(黃山谷)은 바로 진인(晉人)의 신수(神髓)라 했는데 사람들은 혹 우군의 과파(戈波)가 없다 하여 미사(微詞)가 있으니 다 그 변한 곳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논한 것이다.
근일의 유석암(劉石庵) 같은 이는 동파(東坡)의 서로부터 들어가 곧장 산음(山陰)의 문정(門庭)에 이르렀는데 지금 파서(坡書)의 형상을 가지고서 석암을 가책(苛責)한다면 되겠는가. 고예(古隸)도 역시 이와 같아서 한비(漢碑)를 보면 허화(虛和)하고 졸박(拙朴)하고 흉험가외(凶險可畏)의 상이 있는데 근세 사람들의 천량(淺量)과 소견(小見)으로는 오히려 문형산(文衡山)ㆍ동향광(董香光)의 한 획조차 능히 만들지 못하니, 어떻게 해서 동경(東京)의 한 파(波)인들 만들며 또 어떻게 해서 서경(西京)의 한 횡(橫)인들 만들 수 있으리오.
지금 한비로 현재 보존된 것은 겨우 사십 종류이며 또 잔금영전(殘金零塼)으로도 모추(摹追)할 만한 것이 있는데 촉천(蜀川)과 서로 통하는 곡부(曲阜) 제령(濟寧)의 밖에는 형언할 수 없이 괴괴기기(怪怪畸畸)하여 마치 공양(公羊)의 비상하고 가괴(可怪)한 것은 좌씨(左氏)에만 익숙한 자로는 규측(窺測)할 바 못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의심하여 심한 사람은 혹 묶어 저장해 놓고만 있으니 이 비록 하나의 소도(小道)이나 그 어려움이 이와 같아서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일찍이 이원교(李圓嶠)가 황산곡의 글씨를 여지없이 논척(論斥)한 것을 보았는데 이는 곧 조미숙(晁美叔)의 말을 주워 모은 것에 불과하며 미숙의 이 말이 이미 산곡에게 감파(勘破)되었다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다.
대개 논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고 망령되이 스스로 존대(尊大)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원교마냥 곧장 당ㆍ송ㆍ육조를 뛰어넘어 지레 산음의 비궤(棐几)를 침범하려 드는 것은 바로 지붕 밖에 푸른 하늘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격이다.
원교는 십가(十駕)로도 안평(安平)ㆍ석봉(石峯)에게 미치지 못하고 또 안평ㆍ석봉은 십가로도 동현재(董玄宰)에게 미치지 못하고 현재는 또 십가로도 동파(東坡)와 산곡에게 미치지 못할 터인데 그런 처지로서 어떻게 함부로 산곡을 논한단 말인가. 원교의 글씨는 어찌 일찍이 산곡의 파절(波折)의 법만이라도 지녔던가. 만약 원교가 파절을 모른다 한다면 사람들이 반드시 크게 놀랄 터이지만 실상은 파절의 오정(五停)하는 고법을 모른다.

조자고는 말하기를 “진(晉)을 어찌 쉽게 배울 수 있으랴. 당(唐)을 배우면 오히려 규구(規矩)는 잃지 않는다. 진을 배운다면서 당 나라 사람을 따르지 않는 것은 너무도 요량 모르는 것을 내보일 뿐이다. 해서(楷書)에 들어가는 것이 겨우 세 가지가 있으니 화도(化度)ㆍ구성(九成)ㆍ묘당(廟堂)이다.”라 했다. 지금 조자고의 시대를 들어 말하자면 이미 육칠백 년이 지났으니 지금 통행하는 황정ㆍ악의ㆍ유교 등의 법서 같은 것은 어찌 자고가 이를 보지 못했겠는가. 그렇지만 반드시 이 세 비만을 뽑아든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황정은 산음(山陰)의 글씨가 아니며 악의론은 이미 그때에 선본(善本)이 없어져서 표준으로 삼을 수 없으며 유교는 곧 당의 시대 경생(經生)의 글씨라 부득불 이 세 비에서 구할 수밖에 없으며 비록 석본(石本)이라 할지라도 원석이 상기 보존되어 있으니 진적(眞跡)에 비하여 한 등급이 낮지만 후세 석각(石刻)의 자꾸자꾸 서로 번모(飜摸)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서법은 신라 고려 두 시대에 오로지 구체(歐體)만을 익혀서 지금 남아 있는 구비(舊碑)로써 오히려 그 한두 가지를 거슬러 얻을 수 있는데 본조부터 이래로는 다 송설(松雪)의 한 길로만 쏠리었다. 그러나 신장(申檣)ㆍ성임(成任) 같은 여러 분들이 쓴 문방(門榜)의 액(額)은 웅기(雄奇)하고 고아하여 대단히도 옛법을 지녔으며 석봉에 이르러도 비록 송설의 기미는 있으나 역시 정성껏 옛법을 따랐던 것이다.
뒤에 와서 스스로 힘을 다하여 고법을 만회한다고 여기는 자들이 걸핏하면 다 황정ㆍ악의의 진체(晉體)를 말하고 있는데 모르괘라 황정ㆍ악의는 과연 이것이 무슨 본이었던가.
마침내 원교에 이르러는 또 예로부터 내려온 유규(遺規)를 다 말살하고 한 법을 억조(臆造)하여 붓 잡는 법에 있어서도 현비(懸臂)와 발등(撥鐙)을 익히지 아니하고 결자(結字)에 있어서는 “왼편은 위를 가지런히 하고 바른편은 아래를 가지런히 한다.”는 등의 법으로 예로부터 감히 바꾸지 못한 것을 알지도 못하며 온 세상이 육침(陸沈)이 되어 거의 돌이켜 깨닫는 자가 없었으니 이는 서가의 하나의 큰 변이라 하겠다.

글씨를 배우는 자가 진을 쉽게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당 나라 사람을 경유하여 진에 들어가는 지름길을 삼는다면 거의 그릇됨이 없을 것이다.
고현(古賢)이 글자를 만듦에 있어 공중에 올려 곧장 내림으로써 능히 신품(神品)에 들어가지 않는 자가 없는데 이는 현비(懸臂)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현비를 하면 공제(空際)에서 선전(旋轉)하여 가는 곳에 따라 살찌건 여위건 간에 다 묘취(妙趣)를 이룬다. 그러므로 장득천(張得天) 사구(司寇)는 글씨를 배움에 있어 먼저 현비를 하고서 원권(圓圈)을 그려 삼개월이 지나 그 권자(圈子)가 둥글고 깨끗하며 순숙(純熟)할 때를 기다려서 붓을 쓰면 자연히 주경(遒勁)하고 원전(圓轉)하여 여유가 작작하며 붓을 눌러 글자를 만들면 스스로 편봉이 없게 된다고 하였다. 다만 권자만으로는 다 되지 못하며 지운(指運)으로써 참(參)해야 한다.

종정(鍾鼎)의 고문자는 다 예법(隸法)이 이로부터 나오게 된 것이니 예를 배우는 자가 이를 알지 못하면 바로 흐름을 거스르고 근원은 잊어버린 격이다.

우리들이 한예(漢隸)의 글자를 배웠다지만 모두 결국 당예(唐隸)를 쓰게 되고 만다. 그러나 당예도 미쳐가기 어렵다. 당예는 하나의 명황(明皇) 효경(孝經)에만 그치고 말 따름이 아니다. 한비(漢碑)에 없는 글자는 함부로 만들어 내서는 안 되며 만약 당비(唐碑)에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그 모양에 의해 만들 수도 있으니 전체(篆體)와 같이 지극히 엄하지는 않다. 전자(篆字)는 결코 당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니 비록 이소온(李少溫)의 전(篆)이라도 단연코 따라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강백석(姜白石 강기(姜虁))이 수장한 정무난정(定武蘭亭)은 바로 조자고(趙子固)의 낙수본(落水本)이다. 소미재(蘇米齋 옹방강(翁方綱)의 재호임)가 손수 모(摹)하여 호리(毫釐)의 차와(差訛)도 없다. 또 강개양(姜開陽)이 산음(山陰)에서 각을 했으니 난정이 강씨에게 있어 크나큰 묵연(墨緣)이라 하겠다.

서가(書家)는 반드시 우군의 부자(父子)를 들어 준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왕(二王)의 서는 세상에 전본(傳本)이 없으며 진적으로 상기 보존된 것은 쾌설시청(快雪時晴)과 대령(大令)의 송리첩(送梨帖) 뿐이어서 모두 계산해도 백자(百字)를 넘어가지 않으니 천재(千載)의 아래에 있어 비궤(棐几)의 가풍을 추소(追溯)할 것은 이에 그칠 뿐이다. 이 역시 내부(內府)로 들어가서 외인으로는 얻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모(劉摹)나 장각(章刻) 같은 것은 오히려 한번 번모(飜摹)한 것으로서 모법(摹法)이나 각법(刻法)이 하마 송ㆍ원 시대에 미치지 못하는데 또 어찌 양모(梁摹) 당각(唐刻)을 상대하여 논할 수 있으랴.
육조(六朝)의 비판(碑版)은 자못 전본(傳本)이 있어 구ㆍ저가 모두 이에서 나왔다. 그러나 송ㆍ원(宋元)의 여러 분들이 그다지 칭도(稱道)함이 없는 것은 그 이왕(二王)의 진적이 지금과 같이 다 없어지지는 않은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마땅히 북비(北碑)로부터 하수(下手)해야만 제 길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초산명(焦山銘)ㆍ예학명(瘞鶴銘)은 곧 육조 사람의 글씨이며 또 정도소(鄭道昭)의 여러 석각 같은 것도 다 볼 만하다. 황산곡 같은 이는 자주 초산(焦山)은 언급했지만 정(鄭)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니 역시 이상한 일이다.

형방비(衡方碑)ㆍ하승비(夏承碑)를 올려 보내는데 하승비의 원석(原石)은 이미 있지 않으며 이는 다 중각(重刻)한 통행본이다.

윤백하(尹白下)의 글씨는 문형산(文衡山)에게서 나왔는데 세상이 다 알지 못하며 우선 백하(白下) 자신도 또한 말하지 않았다. 문(文)의 글씨로서 소해(小楷) 적벽부 묵탑본(墨塌本)이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이 있는데 백하가 전심하여 이것을 배웠다. 그 짧은 수획(竪畫)의 위는 풍성하고 아래는 빤 것은 바로 문(文)에게서 얻어온 법인데 문의 서는 청완(淸婉)하고 경리(勁利)한 반면 백하는 살짝 둔하고 조금 살찌며 우선 문의 결구는 다 구ㆍ저(歐褚) 안ㆍ유(顔柳)의 서로 전하는 옛 식에 들어 맞는데 백하는 다 되는 대로 썼으며 한 글자의 안에서 그 횡(橫)ㆍ수(竪)ㆍ점(點)ㆍ날(捺)에 따라 늘어놓기만 했다. 그러나 그 천품이 매우 특이한데다 인공마저 더하여 끝내 하나의 가수(家數)를 이룬 것은 형산을 비근하다 여기지 아니하고 머리를 숙여 배우고 익히곤 하여 먼 데로 치달려 스스로 대단한 척하기를 근래의 종ㆍ왕을 망칭(妄稱)하는 사람같이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그 대해(大楷)의 금석비판(金石碑版) 전면(前面) 글자는 오로지 파공(坡公)의 표충비(表忠碑)를 법받았으며 그 반초(半艸)는 미남궁(米南宮)을 귀숙(歸宿)으로 삼아서 모두가 송인(宋人)의 권자(圈子) 밖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곧 그 식력(識力)이 크게 상량(商量)을 가진 곳이다.
그 문하에서 진수를 얻은 사람으로는 원교를 제일로 삼거니와 원교의 초년에 쓴 해자는 곧 사문(師門)과 더불어 조금도 다름이 없어 한 솜씨와 같았다. 실상 모를 일은 단지 사문의 써낸 것에서만 배우고 일찍이 한번도 사문이 어디로부터 왔는가는 더듬어 보지 않은 점이니 이는 또 웬일이며 사문 역시 자기의 나온 바를 일러주지 않은 것은 또 웬일인가.
다시 생각하면 사도(師道)가 너무도 엄하여 감히 함부로 묻지 못했던 것이었던가. 사문이 일러주지 않은 것도 또한 박(璞)을 보여주지 않은 의에서였던가.
백하는 양호필(羊毫筆)을 썼던 모양이다. 서단양(徐丹陽)은 일찍이 말하기를 “사문의 쓰는 붓을 보니 중국의 대호로써 희기가 눈 같은데 끝내 무슨 붓이 되는지를 알지 못했고 또한 끝내 청해 묻지도 못했다.”고 했다. 대개 옛사람은 사도(師道)가 엄하다는 것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서ㆍ이(徐李)는 모두 그 고족(高足)이며 이(李)는 또 그 필법마저 물려받았으나 모두 양호인지는 알지 못했으며 비록 알았다 해도 백하는 능히 부려 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필성(筆性)으로 보아 맞지 않을 것이다.

강표암(姜豹庵) 글씨는 바로 저하남(褚河南)에서 나왔으나 역시 어디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이 백하와 같으니 옛사람들은 이와 같은 곳이 많았다.

미남궁(米南宮 미불(米芾))의 글씨는 나양(羅讓)에게서 나왔는데 세상은 다만 미(米)를 알 뿐이요, 나(羅)가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난정(蘭亭)은 하나는 구(歐)의 모본(摹本)이요, 하나는 저(褚)의 임본(臨本)으로서 구는 구의 체가 있고 저는 저의 체가 있는데 세상에서는 다만 산음(山陰)의 것인 줄만 알고 도리어 이것은 구, 이것은 저임을 알지 못하며 만약 구ㆍ저의 서(書)를 들어 말을 하면 비록 구성(九成)ㆍ화도(化度)ㆍ삼감(三龕)ㆍ성교(聖敎 저(褚)의 안탑성교(雁塔聖敎)를 말함)라도 모두가 경홀히 여긴다. 중국 사람들은 일찍이 이와 같지 않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말살하려 든다. 이를테면 송ㆍ원의 여러 사람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침폄(鍼砭)하려 들며 서경(西京)ㆍ동경(東京)으로 곧장 뛰어넘어 올라가려 하나 그 실상인즉 화도ㆍ삼감을 보지도 못하고서 공연스레 허세와 공갈로만 오만을 부리는 것이다.
미남궁은 저임(褚臨)을 들어 천하의 제일로 삼았는데 그 당시에는 정무본(定武本)이 적지는 않았으나 반드시 저(褚)를 중히 여겼으니 남궁의 감식(鑑識)은 의당 참증한 바 있어 뒷사람의 천량(淺量)으로는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황 산곡(黃山谷) 같은 이는 또 정무본은 추켜들었으며 강백석(姜白石)ㆍ조이재(趙彝齋)가 다 정무를 진(眞)으로 삼았으니 후세 사람들이 정무를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상세창(桑世昌)유송(兪松) 여러 감상가들은 오로지 정무를 제일로 삼지 아니하고 아울러 저본(褚本)을 들었다.

악의론(樂毅論)의 양모ㆍ당각(梁摹唐刻)은 이미 북송(北宋) 시대부터 대단히 드물었으며 근세에 유행하는 속본(俗本)은 바로 왕저(王著)의 글씨이다. 동쪽 사람들은 더욱이 감별이 없어서 비궤(棐几)의 진영(眞影)으로 인식하고 아이 때부터 머리가 하얗토록 익혀 마침내 깨닫지 못하니 마치 채구봉(蔡九峯 채 침(蔡沈))이 전(傳)을 한 서경(書經)의 고문(古文)은 다 매색(梅賾)의 위본(僞本)임을 모르는 것과 같다.
서와 화(畫)는 도가 한 가지이다. 화가가 반드시 위로 조불흥(曹不興)장승유(張僧繇)만 찾는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며 만약 왕우승(王右丞 왕유(王維))의 강간설재(江干雪霽) 전본(傳本)이나 오도현(吳道玄)의 보살천왕(菩薩天王) 모필(摹筆)을 얻는다면 받들기를 천구(天球)와 홍벽(弘璧)같이 한다. 송의 연문귀(燕文貴)역원길(易元吉)의 것 같은 것도 세상에 드문 보배로 삼으며 원의 사대가(四大家) 조송설(趙松雪) 예운림(倪雲林) 황대치(黃大痴) 왕몽(王蒙)를 말하더라도 역시 그 진본은 얻기 어렵다. 비록 명의 심석전(沈石田)ㆍ유완암(劉完庵)ㆍ문형산ㆍ동향광 같은 지극히 가까운 시대 사람들의 작품도 보기를 금과 옥조(金科玉條)처럼 하는데 글씨만은 그렇지 아니하여 반드시 종ㆍ왕을 준칙으로 삼으며 이것이 아니면 선뜻 다 경홀히 여긴다.
무릇 구ㆍ저 같은 이는 다 진인(晉人)의 신수(神髓)인데도 이원교는 방판(方板)이라 칭하여 하찮게 여기며 “우군은 이렇게 쓰지 않았다.” 하고 있으나 그 평생을 두고 익힌 것은 바로 왕저가 쓴 악의론임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 것이다. 동향광은 바로 서가로서 하나의 큰 결국(結局)인데도 마구 말살하여 넘어뜨리고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동이 임서한 난정시(蘭亭詩)를 난정의 팔주첩(八柱帖) 안에 꽂아넣어 적파(嫡派) 진맥(眞脈)이 서로 전하는 것과 같이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목이 훨씬 중국의 감상가들보다 나아서 그렇단 말인가. 너무도 요량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만약 원교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고 창정(暢整) 경객(敬客)의 글씨로 향하여 배우고 익혔더라면 그만한 천품으로써 구ㆍ저를 거슬러 가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니 또한 반드시 깊이 가책(苛責)을 가할 것도 아니다.
이왕(二王)의 진적으로 지금도 오히려 중국에 남아 있는 것은 우군(右軍)의 쾌설시청(快雪時晴) 원생(袁生) 등의 첩(帖)과 대령(大令)의 송리첩(送梨帖) 같은 것인데 이런 것도 그들은 다 심상(尋常)히 거쳐 가고 심상히 모습(摹習)하는 터이며 또 우모난정(虞摹蘭亭)ㆍ저본난정(褚本蘭亭)ㆍ풍(馮)의 난정ㆍ육(陸)의 난정ㆍ
개황난정(開皇蘭亭) 같은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찌 꿈엔들 이에 미쳤으랴. 이러한 도리를 알지 못하고 한결같이 미오(迷誤)되어 돌아오지 못하며 삼전(三錢)의 계모필(鷄毛筆)을 견집하여 걸핏하면 진체(晉體)라 칭하고 있으나 그들의 말하는 진체는 과연 무슨 본인고 하면 왕저의 악의론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한탄스럽지 아니하랴.
우연히 손과정(孫過庭 손건례 (孫虔禮))의 사자부(獅子賦)ㆍ임조(林藻)의 심위첩(深慰帖)을 펴보고 저도 몰래 신이 나서 한번 써 보았는데 손ㆍ임은 곧 진인(晉人)의 규칙이다. 초법(草法)을 배우고자 하면서 손의 문경(門逕)을 말미암지 않으면 또 촌구석 가게에나 술집 바람벽에 붙이는 하나의 진택부(鎭宅符)의 악찰(惡札)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가슴속에 오천 권의 문자가 있어야만 비로소 붓을 들 수 있다. 서품(書品)이나 화품(畫品)이 다 한 등급을 뛰어나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다 속장(俗匠) 마계(魔界)일 따름이다.
구(歐)의 서는 기화(奇花)가 갓 맺은 것 같아서 함축하고 드러내지 않는다. 옹사탑명(邕師塔銘)은 그 신(神)이 행하고 환(幻)이 나타난 곳으로서 사람들이 그 그림자나 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저의 삼감(三龕)ㆍ맹법사(孟法師)ㆍ성교(聖敎) 등의 서는 해[歲]가 새로워짐을 보는 것 같고 꽃이 벌어지는 것을 만난 것 같아 유행하고 변형(變形)하여 헤아릴 수 없지 않는 것이 없다. 화엄누각(華嚴樓閣)이 한 손가락으로 탄개(彈開)하는 것은 미륵이 아니고서는 이를 판출(辦出)할 수 없고 선재(善財)가 아니면 이에 들어갈 수 없어 바라볼 수는 있어도 나아가지는 못한다.

서(書)는 현완(懸腕)ㆍ발등(撥鐙)ㆍ포백(布白) 등의 법과 부앙(俯仰)ㆍ향배(向背)ㆍ상하(上下)ㆍ조응(照應)에 여러 묘(妙)가 있으며 점과 획이 청초(淸楚)하고 장법(章法)이 구비해야 되는 것이다. 우선 종ㆍ색(鍾索) 이래로 능히 바꾸지 못하는 한 법식이 있으니 좌우의 글자 이것이다. 우가 짧으면 아래를 가지런히 하고 좌가 짧으면 우를 가지런히 하며 간가(間架) 결구(結搆)의 팔십여 격(格)도 이로부터 들어가지 아니하고서 함부로 한 획을 긋고 맹목적으로 한 파(波)를 뽑기를 근일의 속장(俗匠)과 같이 전도(顚倒)하고 창광(猖狂)하면 모두 다 이 악찰(惡札)일 뿐이다.
영정본(穎井本)ㆍ왕문혜본(王文惠本)은 소재(蘇齋)가 그다지 허여하지 않았으니 이는 반드시 소재의 정법안(正法眼)만이 심정(審定)할 바이며 얕은 사람으로는 또 망령되이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상구진씨(商邱陳氏)의 송탁구본(宋拓舊本)은 운대(芸臺)가 이것을 정무(定武)의 원석(原石)이라 하였고 소재(蘇齋)는 송의 번본(飜本)이라 했으니 소재의 정확은 마땅히 특식(特識)을 갖추어 범안(凡眼)으로는 능히 뚫고 갈 바가 아니다.
운대는 고목난원본(古木蘭院本)을 두 돌에 각하여 하나는 고목난원에 두고 하나는 문선루(文選樓)의 가숙(家塾)에 두었으며 전매계(錢梅溪) 영(泳)은 조오흥(趙吳興 조맹부(趙孟頫))의 십삼발(十三跋)을 각했는데 이는 불에 타지 않은 이전의 완본이다.
조자고의 낙수본은 장씨(蔣氏)의 집 물건이 되었는데 소재가 빌려다 재중(齋中)에 두고 평소에 공력들인 것이 이에 있었다. 근자에 들으니 역시 내부(內府)로 들어갔다 한다. 조오흥(趙吳興) 십삼발의 이미 타다 남은 것은 현재 영후재(英煦齋)에 소장되어 있는데 역시 소재의 품정(品定)을 거친 것이다.

난정첩(蘭亭帖)은 다 당 태종(唐太宗) 때에 비로소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수(隋) 나라 개황(開皇) 연대에 이미 각본(刻本)이 있었다. 그 “변재(辨才)가 단단히 감춰둔 것을 소익(蕭翼)이 속여서 내왔다.”라는 말을 준신하여서는 아니될 것 같다. 지금 통행하는 정무본은 바로 구모(歐摹)요, 신룡본(神龍本)은 저임(褚臨)인데 구는 구의 체가 있고 저는 저의 체가 있으니 모르괘라 이 두 본 중에 어느 것이 과연 산음의 진영(眞影)이었던가?
미남궁은 저본을 평생의 진완(珍玩)으로 삼았고 황산곡은 정무본을 가장 칭찬했다. 그래서 송ㆍ원 이래로 정무본이 마침내 세상에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감상가들은 또 많이 저본을 주장하여 정무와 더불어 서로 갑을(甲乙)하였다.
회인(懷仁)이 성교서를 집자(集字)할 때에 혹은 구본의 글자를 취하기도 하고 혹은 저본의 글자를 취하기도 했다. 그때에 궁중에 수장된 것도 역시 각각 두 본이 있어 아울러 취한 것이니 다 진(眞)을 모하는 데에 해로움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가? 탕(湯)ㆍ풍(馮) 같은 여러 모본에 이르러는 또 어느 곳에 유장(留藏)되었던 것인가? 지금 중국 내부(內府)에 수장된 것은 백 수십 본이어서 그 사이에는 기체(奇體)도 많아 또 지금 통행본과는 크게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지 지금 통행하는 양 본을 난정의 진면으로 삼는다면 또 하나의 각주구검(刻舟求劍)에 불과하다 하겠다.
소릉(昭陵)에서 발굴한 이래 옥갑(玉匣)의 진본이 다시 나와 장사꾼의 손으로 들어가서 정강(靖康 송휘종(宋徽宗)의 연호) 연간에 직녀(織女)의 지기석(支機石)과 더불어 서울에 팔러온 것을 가사도(賈似道)가 직접 목도하였는데 이윽고 휘종(徽宗) 흠종(欽宗)이 북으로 가게 되어 마침내 그 물건이 간 곳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신물(神物)은 반드시 연운(煙雲)과 더불어 환멸(幻滅)할 리는 없고 마땅히 인간에 있을 텐데 특별히 사람들이 묵륜(墨輪)의 윤전(輪轉)할 때를 만나지를 못하고 있으니 오직 가섭(迦葉)의 출정(出定)한 해를 기다려야만 다시 제본(諸本)을 감험(勘驗)할 수 있을 것이다.

진(晉)ㆍ송(宋)의 사이에는 세상이 헌지(獻之)의 서를 중히 여기고 우군의 서는 도리어 중히 여기지 않았다. 양흔(羊欣)이 자경(子敬)의 정ㆍ예(正隸) 서를 중히 여겨 세상이 모두 존중하였던 것이다.
양(梁) 나라가 망한 이후로 비각(祕閣)에 수장된 이왕(二王)의 서가 처음으로 북조(北朝)에 들어가서 진위(眞僞)가 혼잡되어 당시에도 이미 분변하기 어려웠다.
도 은거(陶隱居)가 양 무제(梁武帝)에게 답한 계(啓)에 이르기를 “희지(羲之)가 선령(先靈)에 고하고 벼슬하지 않은 이후로는 대략 자수(自手)로 쓰지 아니하고 대서(代書)하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세상이 얼른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으며 그 느리고 다른 점을 보면 만년의 글씨라서 이렇다고만 했으나 그 실은 우군의 진서가 아니다. 자경이 나이 십칠팔 세에 전혀 이 사람의 글씨를 모방했다.”고 했다.
지금 이왕(二王)의 글씨는 일단 이와 같이 분별하기 어려운데 나아가서 경서를 읽으며 낡은 것만 고수하고 빠진 것을 안아서 끊어지지 않음이 실낱과 같은 것이 또 어찌 하나의 서가와 대비해 논할 수 있는 정도랴. 이는 학자로서 열백 번 신중히 생각해야 할 곳이다.
성저(成邸 성친왕(成親王))의 글씨는 송설(松雪)로부터 들어갔는데 늦게는 구의 화도비ㆍ송탁구본을 얻어 차츰 변하여 깊이 그 당오(堂奧)에 들었으며 초서의 법은 더욱 손건례(孫虔禮)의 구법(舊法)에 특장(特長)이 있어 악찰의 진택부(鎭宅符)의 속습을 깨끗이 씻어냈으니 족히 뒷사람의 법식이 될 만하다.
이 권은 대개 조(趙)의 필의가 많지만 그러나 한 체로 이름짓지 않고 종왕의 여러 법이 각각 그 묘를 나타냈다. 고순첩(苦荀帖)은 그가 수장한 것이며 내부(內府)에 비장한 진ㆍ당 이래의 극적(劇迹)은 다 그가 익숙히 익혀 침자(枕藉)하던 것이니 아무리 잘 쓰고 싶지 않지만 되겠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력도 알지 못하는 각첩(閣帖)ㆍ난정ㆍ악의를 가지고서 곧장 산음의 정맥을 거스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삼가촌락의 동홍(冬烘) 선생이 고두강장(高頭講章)으로서 소릉(召陵) 북해(北海)에게 버티고자 하는 것이다.

일찍이 법원사(法源寺)에서 성친왕이 쓴 찰나문(刹那門)이라는 삼대자(三大字)를 보았는데 금시(金翅)가 바다를 가르고 향상(香象)이 바다를 건너가는 기세가 있어, 우리나라의 석봉으로는 열이라도 당해낼 수 없거니와 만약 다시 석암(石庵)ㆍ담계(覃溪)의 웅강(雄强)이라면 또 어떤 구경거리를 만들었을는지, 자신도 모르게 망연자실이 된다.

지영선사(智永禪師)는 철문한(鐵門限)을 만들고서 그 선조 우군의 가법을 독실히 익혀 횡획은 반드시 여위고 직획은 반드시 살찌니 이는 필세(筆勢)의 자연으로 말자도 말지 못하는 곳이다.
우군의 글씨도 역시 이와 같아서 혹은 은봉(隱鋒)하여 쓴 것도 있는데 그 절각(節角)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흔연한 일색(一色)으로 되어 비ㆍ수(肥瘦) 대ㆍ소(大小)의 구분이 없으나 자세히 보면 역시 차등이 있다. 이는 서가(書家)가 모를 깎아 원을 만드는 하나의 전변(轉變)인 것으로서 마치 양한(兩漢)의 문체가 종경에는 글귀를 단련하고 글자를 조탁하며 누런 것을 뽑아 흰 것과 대하여 문선(文選)의 이(理)로 된 것과 같다. 지금의 글씨 쓰는 자는 이러한 원류를 알지 못하고 걸핏하면 글씨란 크로 작은 획이 없다 하여 드디어 그 음양ㆍ향배ㆍ추세(麤細)ㆍ비수(肥瘦)로써 예로부터 일정하여 감히 바꾸지 못하는 체식(體式)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하나의 산자(算子)를 만드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종ㆍ색(鍾索) 이하의 서가는 다 전하는 비결이 없고 오직 입과 입으로 서로 주고받고 할 뿐이었는데 지영(智永)에게 와서 비로소 영자팔법(永字八法)을 글로 만들어 놓았으며 또 야(也)의 글자의 한 법이 있었으나 오로지 과구(窠臼)에 얽매이지는 않았다. 팔법이 차츰 변하여 칠십여 칙(則)이 되었으며 또 은술(隱術)로 십여의 필이 있어 언어와 문자로는 형용할 바 아니니 신(神)으로써 밝혀나가야 할 것이다.

백정(白丁)은 운남(雲南)의 중인데 난초를 잘 그렸다. 매양 문을 닫고 혼자서 그리며 물로써 그 지면에 뿜어 먹빛이 나를듯이 피어나는데 아무도 그 법을 터득한 자 없고 오직 정판교(鄭板橋)만이 그것을 배웠다. 백정(白丁)의 난정에 제함.

이는 봉안(鳳眼)과 상안(象眼)으로 통행하는 법인데 이것이 아니면 난을 만들 수 없다. 비록 이것이 소도(小道)지만 법이 아니면 이루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아가 이보다 큰 것에 있어서랴.
그렇기 때문에 잎 하나 꼭지 하나도 스스로 속이지 못하거니와 또 남을 속여서도 안 된다. 열 눈이 보는 바요 열 손이 가리키는 것이니 얼마나 무서운가. 이 때문에 난(蘭) 그림에 손을 대고자 한다면 마땅히 스스로 속임이 없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자고(趙子固)가 그린 난은 한 획 한 획이 좌로 향했다. 소재노인(蘇齋老人)이 자주 칭했다.

원 나라 사람이 그린 그림은 고묵(枯墨)으로써 시작하여 차츰차츰 먹을 쌓아 나가므로 끝마치지 못한 나무와 탑용(闒茸)한 산도 다 천기(天機)를 따라 얻어냈다. 대치(大痴)는 대치의 준(皴)이 있고 운림(雲林)은 운림의 준이 있으니 인력을 빌려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오(靜悟)는 청록(靑綠)을 연구한 삼십 년에 원인(元人)의 필로써 당인(唐人)의 기운을 운전하고 송인(宋人)의 구학(邱壑)을 만들었는데 붓끝에는 금강저(金剛杵)가 있어 천마(天馬)가 공중을 다니는 것도 같고 천의(天衣)가 꿰맴이 없는 것도 같고 신룡(神龍)이 머리만 나타내고 꼬리를 보이지 않는 것도 같았다.

백목단(白牧丹)을 두고 지은 시에 이르기를,

신선의 무리 속에 풍류롭긴 쉽지마는 / 神仙隊裏風流易
부귀의 마당 안에 본색 갖긴 어렵구려 / 富貴場中本色難

라 했고, 백도화(白桃花) 시에 이르기를,

후정의 노래 멎자 술기운이 다 깨고 / 後庭歌罷酲初醒
전에 간 사람 오자 귀밑 하마 하얗도다 / 前度人來鬢已華

라와, 또,

식국을 망하기는 홍분의 누로써요 / 亡息國因紅粉累
진인을 피한 것은 바로 백의의 존자로세 / 避秦人是白衣尊

라 한 것이 있으니, 시란 이(理)를 말하지 아니해도 참으로 이를 말한 것이 있다. 이를테면 당 나라 사람이 바둑을 두고 읊기를,

인심이 헤아릴 수 없는 곳엔 / 人心無算處
국수도 지고 말 때가 있구려 / 國手有輸時

와 돛을 두고 읊기를,

하마 몸이 머문 줄만 알았는데 / 恰認己身住
도리어 저 언덕으로 옮겨가는가 / 飜疑彼岸移

와, 눈을 두고 지은 시에,

무슨 수로 백성들의 따뜻함을 얻어볼꼬 / 何由更得齊民煖
숙맥에 하 많이 못 내린 것 한이로세 / 恨不偏於宿麥深

와, 구름을 두고 지은 시에,

한없는 가뭄벼가 말라져 다 죽는데 / 無限旱苗枯欲盡
한가하다 유유히 기봉만 만들다니 / 悠悠閒處作奇峯

라 하였다. 태제(台濟)에게 보임.
동정귤(洞庭橘)ㆍ당금귤(唐金橘)ㆍ소귤(小橘)ㆍ금귤(金橘) 네 종(種)이 상(上)이 되며 별귤(別橘)은 품종이 가장 귀하나 종자가 몹시 드물어서 능히 공납에 충당을 못한다. 산귤(山橘)은 가장 많으나 가장 하질이며 청귤(靑橘)ㆍ석금귤(石金橘)은 다 맛이 좋지 못하며 대귤(大橘)은 보지 못했으며, 감자(柑子)ㆍ등자(橙子)는 다 중국이나 일본산만 같지 못하다. 유감(乳柑)은 조금 시원하나 산미(酸味)가 많으며 당유자(唐柚子)는 농창하게 익어 봄을 지낸 것이라야 달고 시원하다. 감자는 향이 없으며 지각(枳殼)은 청귤과 함께 약에 들어간다.

동정귤은 고성(高姓)의 집 사원(私園)에 단지 두 그루가 있고 관원(官園)에는 단 한 그루뿐이며 당금귤(唐金橘)은 관원(官園)에 한 그루가 있을 뿐이다.
건초척(建初尺)은 성척(省尺)의 칠촌 오푼과 절척(浙尺)의 팔촌 사푼에 해당된다.
《원사(元史)》의 태조본기(太祖本紀) 및 야율초재전(耶律楚材傳)에 의거하면 “제(帝)가 동인도에 이르러 철문(鐵門)에 머물렀는데 각단(角端)이 나타나서 회군하게 되었다.”라 했는데 이것은 대개 송자정(宋子貞)이 지은 초재(楚材)의 신도비(神道碑)를 근본으로 삼은 것이며 태조의 군사가 설산(雪山)을 넘어서 북인도에 그쳤다는 것을 몰라서였다. 북인도에까지 왔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빈해(瀕海)의 동인도에 이르렀겠는가. 철문 같은 데는 가지 못했으며, 설산은 북인도와 거리가 상기도 멀다. 《담연집(湛然集)》을 상고해 보면 초재(楚材)가 서역에 있던 십 년 동안에 심사간성(尋思干城)에 머물렀으니 우연히 철문에 이르렀더라도 인도까지 갔을 리는 없다. 신도비를 짓는 사람이 공을 초재에게 돌리려고 했기 때문에 인도의 일을 철문에 옮겨 써서 부회(傅會)한 것이나 여러 가지가 서로 맞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몽고원류(蒙古源流)》에 이르기를 “성길사한(成吉思汗)이 장차 액납특아극(額納特阿克)을 정벌하기 위하여 곧장 제탑납능령(齊塔納凌嶺)의 산등성이에 당도하자 하나의 외뿔 돋은 짐승을 만났는데 제 이름은 새노(賽魯)라 이르며 한(汗)의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니 한은 말하기를 ‘저 액납특아극은 바로 대성인이 강생(降生)한 곳인데 지금 기이한 짐승이 앞에 왔으니 자못 하느님이 뜻을 보인 것이다.’ 하고 회군하여 처소로 돌아왔다.”라 하였다. 이는 분명히 짐승을 만난 곳은 바로 설산에서이고 철문도 아니요 동인도도 아니요 또 초재의 간언(諫言) 때문도 아님을 말한 것이다.
대개 초재는 서역에 있은 십여 년에 머물러 심사간성을 지켰는데 곧 새마 이한성(賽馬爾罕城)이다. 종신토록 인도 북의 대설산에 가지 못했는데 뒷사람이 야율(耶律)의 신도비를 지으면서 반드시 공을 초재에게 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설산의 일을 철문에 옮기어 천취(遷就)한 것이나 천리의 어긋남을 모른 것이다. 그런데 《원사》도 인습하고 《명사(明史)》도 인습하였다.

원 태조의 군사가 설산을 넘었으니 단실(端實)을 추산(追算)하면 북인도에 이르러 그쳤으며 중인도까지 친히 가지는 못하였다. 장춘서행기(長春西行記)가 있어 입증이 된다. 만약 겨우 철문에 그쳤다면 북인도도 오히려 가지 못했는데 하물며 중인도를 넘어 빈해(瀕海)의 동인도에까지 갔겠는가. 이는 만리(萬里)의 오류(誤謬)이지만 역시 야율의 신도비에서 비롯되어 《원사》가 인습하고 《명사》가 인습한 것이다.
오인도(五印度)의 강역(疆域)은 남인도는 큰 바다로써 한계하고 서인도는 홍해(紅海)ㆍ지중해(地中海)가 있어 한계하여 예나 이제나 절연(截然)하여 어긋나지 않으며 오직 동ㆍ북의 두 인도는 육지의 경계가 각국과 들쑥날쑥하다. 그러나 동인도는 항해(航海)가 서로 통하여 상이(商夷)가 모두 익히 내왕하며 북인도는 총령(蔥嶺)의 서쪽이 간격이 되어 내왕하지를 못한다. 또 원ㆍ명 이후에는 나라 이름이나 땅의 이름이 당 나라 이전과는 서로 일관되지 못하며 다행한 것은 극십미이(克什彌爾)가 당ㆍ송의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이 되어 천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대설산이 있어 그 북을 경계했는데 그를 근거로 하여 북인도의 계빈(罽賓)이 되었다.

《원사》에서 철문을 들어 동인도로 삼았고 《명사》에는 새마이한을 들어 고 계빈(古罽賓)을 삼아서, 중중첩첩(重重疊疊)으로 빗나간 것이 이로부터 일어났으니 이를 가려놓지 않으면 인도 북경(北境)은 끝내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 시대에 대월씨(大月氏)가 점령한 대하(大夏)의 지역은 바로 새마이한의 지역이며 겸하여 지금의 오한포합이(敖罕布哈爾)ㆍ애오한(愛烏罕) 여러 부(部)의 지역이다. 가정(嘉靖) 이후로부터 입공(入貢)하였는데 한 나라에서 왕이라 칭하는 자가 오십여 명이었으니 이미 사분오열(四分五裂)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총령 서쪽에는 다시 새마이한의 이름이 없으며 서역의 그림 그리는 자들도 그 구국(舊國)을 열거하여 총령 제부(蔥嶺諸部)를 총괄하였으며 곤여(坤輿)ㆍ직방(職方)의 제도(諸圖)나 해국문견록(海國聞見錄)ㆍ장씨지구도(莊氏地球圖)도 아울러 그러하다. 자못 실지를 고사하여 이제를 따르는 의가 아니기 때문에 상세히 분별하는 것이다.

[주D-001]일전(日躔) : 해의 운행하는 전차(躔次)임. 《방언(方言)》에 “日運爲躔”이라 하였고, 《원사(元史)》 역지(曆志)에는 “非日躔 無以交其列舍”라 하였음.
[주D-002]황도(黃道) : 천문학 용어임. 천구(天球) 상의 한 대권(大圈)이 1년 내에 지구상에서 보이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이 되어 곧 지구 궤도의 평면이 천구와 서로 어울리는 선(線)이다. 지구 궤도의 평면을 황도면이라 하고, 적도면과 비스듬히 어울려 23도 27분의 각(角)을 이루면 황적대거(黃赤大距)라 하고, 또 천구의 중심을 통과하여 황도면의 직선과 수직이 되면 황도축(黃道軸)이라 하고, 이 축이 천구의 점(點)과 어울리면 황도의 극(極)이라 하는데 생략하여 황극이라 칭함.
[주D-003]백도(白道) : 달이 다니는 길로서 황적도와 더불어 비스듬히 어울리는데 오직 춘분ㆍ추분 절서에는 적도와 교점(交點)을 이룸.
[주D-004]궁(宮) : 역법(曆法)에 30도를 궁으로 삼는데 곧 원주(圓周) 12분의 1임.
[주D-005]생명(生明) : 재생명(哉生明)인데 초사흘의 달을 말함. 《서경(書經)》 무성(武成)에 “厥四月 哉生明”이 있음.
[주D-006]생백(生魄) : 재생백(哉生魄)인데 16일로서 이른바 달의 기망(旣望)을 말함. 재는 시(始)의 뜻임. 《한서(漢書)》 왕망전(王莽傳)에 “公以八月哉生魄庚子”가 있음.
[주D-007]수시(授時) : 옛날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책력을 만들어 민간에 반포하여 농시(農時)를 알려 주었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乃命羲和 欽若昊天 曆象日月星辰 敬授人時”라 하였음.
[주D-008]삭허(朔虛) : 《서경(書經)》 요전(堯典) 기삼백(期三百)의 채전(蔡傳)에 나와 있음.
[주D-009]이십팔수(二十八宿) : 고대의 천문학에는 주천(周天)의 성(星)을 나누어 이십팔수를 만들어 사방에 각기 칠수(七宿)가 있으니, 동방은 각(角)ㆍ항(亢)ㆍ저(氐)ㆍ방(房)ㆍ심(心)ㆍ미(尾)ㆍ기(箕), 북방은 두(斗)ㆍ우(牛)ㆍ여(女)ㆍ허(虛)ㆍ위(危)ㆍ실(室)ㆍ벽(壁), 서방은 규(奎)ㆍ누(婁)ㆍ위(胃)ㆍ묘(昴)ㆍ필(畢)ㆍ자(觜)ㆍ삼(參), 남방는 정(井)ㆍ귀(鬼)ㆍ유(柳)ㆍ성(星)ㆍ장(張)ㆍ익(翼)ㆍ진(軫)으로 되었음.
[주D-010]빙상씨(憑相氏) : 관명(官名)인데 《주례》춘관(春官)의 속(屬)임. 《주례(周禮)》 춘관(春官)빙상씨의 주에 “빙은 승(乘)이요, 상은 시(視)인데 대대로 고대(高臺)에 올라 천문의 차서를 살펴본다.” 하였음.
[주D-011]건(建) : 두성(斗星)에 가까이 위치한 별자리임.
[주D-012]호(弧) : 별 이름인데 낭성(狼星)의 동부에 있어 하늘의 활이라 이름.
[주D-013]벌(罰)ㆍ낭(狼) : 벌은 벌삼성(罰三星)을 말함이요, 낭은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 “其東有大星曰狼”이라 하였음.
[주D-014]추보(推步) : 일월(日月) 오성(五星)의 도(度)와 혼단(昏旦) 절기(節氣)의 차(差)를 추측함을 이름. 《後漢書 注》. 지금은 의기(儀器) 및 산술을 이용하여 천상(天象)을 고측(考測)하는 것을 추보라 이름.
[주D-015]태일(太一) : 《예(禮)》 예운(禮運)에 “夫禮必本於太一”이라는 대문이 있고, 그 소(疏)에 “천지가 나누어지지 않았을 때의 혼돈의 원기를 이름이다. 극히 큰 것을 천(天)이라 하고 나누어지지 않은 것을 일(一)이라 하는데 그 기(氣)가 극히 크면서도 나누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태일이라 이른다.” 하였음.
[주D-016]육 선공(陸宣公) : 육지(陸贄)는 당 가흥인(嘉興人)으로 자는 경여(敬輿), 시호는 선공이다. 덕종(德宗) 때에 한림학사가 되었다. 조정에 있어 논간(論諫)함에 말이 개절(剴切)하여 그 주의(奏議)가 후세에서 존봉(尊奉)하는 바 되었음.
[주D-017]용각(龍角)을 연하고 :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 “杓携龍角”이란 말이 있고 그 집해(集解)에 “맹강(孟康)은 말하기를 ‘표(杓)는 북두의 표요, 용각은 동방의 별이며, 휴(携)는 연한다는 말이다.” 하였음.
[주D-018]은(殷) :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 집해(集解)에 “형(衡)은 남두(南斗)의 중앙이요, 은(殷)은 중(中)의 뜻이다.” 하였음.
[주D-019]대광(戴匡) : 광(匡)은 해갑(蟹甲)인데 형상이 광(匡)과 같아서 대광이라 함.
[주D-020]삼태(三能) : 능(能)은 태(台)와 통하므로 여기서는 능을 태로 읽음.
[주D-021]경방(景方) : 경은 본디 병(丙)인데 당시대에 어휘(御諱)로서 글자를 바꾸어 경이 되었음.
[주D-022]《건착도(乾鑿度)》 : 서명인데 역위(易緯) 8종의 제이(第二)이다. 구본(舊本)에는 정강성(鄭康成)의 주라고 칭했는데 당(唐) 이전에는 설경 제가(說經諸家)가 항상 서로 인용하였음. 그 태을행구궁법(太乙行九宮法)은 바로 후세의 낙서(洛書)가 이로부터 나온 것이다.
[주D-023]특생궤식례(特牲饋食禮) : 《의례(儀禮)》의 편명인데 특생은 큰 제사 때 쓰는 소 온 마리와 돼지 온 마리를 말함.
[주D-024]교특생(郊特牲) : 《예기》의 편명인데 교는 제천(祭天)의 이름이며 제천에 있어서는 붉은 송아지 온 마리를 쓴다. 그러므로 특생이라 한 것임.
[주D-025]직제(直祭)에는……축(祝)한다 : 《예기(禮記)》 교특생(郊特牲)에 보이는 대문으로 정주(鄭注)에 “직제의 직(直)은 정(正)인데 제(祭)는 숙(熟)을 정(正)으로 삼는다.” 하였음.
[주D-026]훈호처창(焄蒿悽愴) : 《예(禮)》 제의(祭儀)에 나오는데 그 주(注)에 “훈(焄)은 향취이고 호는 기(氣)가 증출(蒸出)하는 모양을 이름이다.” 하였으며, 소(疏)에는 “이 향취가 뭉게뭉게 위로 솟아서 그 기운이 호연(蒿然)함을 이름이다.” 하였음.
[주D-027]소명(昭明) : 《예(禮)》 제의(祭儀)에 나타난 훈호처창(焄蒿悽愴)의 윗 대문에 “其氣發揚于上爲昭明”이라는 글이 있는데, 그 주에 “發揚于上 爲昭明者 言此升上 爲神靈光明也”라 하였음.
[주D-028]강백석(姜白石) : 이름은 기(夔), 자는 요장(堯章)인데 송(宋) 파양인(鄱陽人)으로 무강(武康)에 우거(寓居)하여 백석동천(白石洞天)과 더불어 이웃을 하였으므로 호를 백석도인(白石道人)이라 하였음. 그 시는 풍격이 고수(高秀)하며 사(詞)는 더욱 정심화묘(精深華妙)하여 음절문채(音節文采)가 다 한때에 으뜸이었다.
[주D-029]계찰(季札)의 묘(墓) : 계찰은 오(吳) 계찰을 이름인데 춘추 시대 오 나라의 공자(公子)이다. 그의 아버지가 그를 임금으로 세우고자 하였으나 사양하고 받지 아니하므로 연릉(延陵)에 봉하였다. 그러므로 연릉계자(延陵季子)라 칭하였다. 그는 상국(上國)에 빙(聘)하여 당시의 현대사부(賢士大夫)를 두루 교제하였으며, 노(魯) 나라에 들러 악(樂)을 관찰하고 열국(列國)의 치란 흥쇠(治亂興衰)를 알았다. 춘추 시대의 현자(賢者)임. 세상에서 전하기를 중니(仲尼)가 계찰의 묘에 표하기를 “有吳延陵季子之墓”라 했다고 하여 그 글씨가 중니의 수필(手筆)이라 하는데 고증가들에 의하여 위작임이 판명되었음.
[주D-030]환영(桓楹) : 목비(木碑)임. 제7권 주 153) 참조.
[주D-031]장종신(張從申) : 당 나라 오군인(吳郡人)인데 진사제(進士第)에 뽑혀 관은 대리사직(大理寺直)에 이르고 글씨를 잘 써서 세상이 독보라 칭하였음.
[주D-032]은중용(殷仲容) : 당 나라 사람인데 무후(武后) 때에 비서승(祕書丞)으로 신주자사(申州刺使)를 지냈으며 인물ㆍ화조(花鳥)를 잘 그리고 전예(篆隷)를 잘 썼음.
[주D-033]천녀(天女)의 산화(散花) : 《유마경(維摩經)》에 “천녀산화의 꽃은 사리불등(舍利佛等)의 몸에 붙으면 떼어버리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였음. 《심지관경 1(心地觀經 一)》에 “六欲諸天來供養 天花亂墜徧虛空”이라 하였음.
[주D-034]광대교화(廣大敎化) : 광대교화주(廣大敎化主)의 약칭임. 당(唐) 장위(張爲)가 주객도(主客圖)를 찬(撰)하면서 시가(詩家) 6인을 세워 주(主)를 만들고 나머지는 입실(入室)ㆍ승당(升堂)ㆍ급문(及門)으로 나누어 객(客)을 삼았다. 백거이(白居易)는 광대교화주, 맹운경(孟雲卿)은 고고오일주(高古奧逸主), 이익(李益)은 청기아정주(淸奇雅正主), 맹교(孟郊)는 청기벽고주(淸奇僻古主), 포용(鮑溶)은 박용굉발주(博容宏拔主), 무원형(武元衡)은 괴기미려주(瓌奇美麗主)라 하였다.
[주D-035]구율(彀率) : 활을 당기는 법을 이름. 《맹자(孟子)》 진심(盡心)에 “羿不爲拙射變其彀率”이란 대문이 보임. “率"은 “律"과 통용함.
[주D-036]원유지(元裕之) : 금(金)의 수용인(秀容人)으로 이름은 호문(好問), 자는 유지, 호는 유산(遺山)인데 7세에 능시(能詩)하여 관(官)은 상서성 좌사원외랑(尙書省左司員外郞)에 이르렀으며, 금(金)이 망하자 벼슬하지 아니하였음. 학술이 침심(沈深)하고 재기(才氣)가 탁월하여 금ㆍ원(金元) 시대의 문학하는 자로는 호문이 가장 드러났음. 《유산집》40권이 있음.
[주D-037]우백생(虞伯生) : 원(元) 인수인(仁壽人)으로 이름은 집(集), 자는 백생, 호는 도원(道園)인데, 홍재박식(弘才博識)하여 시용(施用)하면 적의치 않은 곳이 없었다. 관은 규장각 시서학사(奎章閣侍書學士)에 이르렀으며 일시의 대전책(大典冊)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저술로는 《도원학고록(道園學古錄)》 50권이 있음.
[주D-038]경릉(竟陵) : 명(明) 종성(鍾惺)의 자는 백경(伯敬)이요, 경릉인인데 원굉도(袁宏道)가 왕세정(王世貞)ㆍ이반룡(李攀龍) 시의 폐단을 교(矯)하여 청진(淸眞)을 외쳐서 공안파(公安派)를 이루었는데 종성이 다시 그 폐단을 교하여 변해서 유심고초(幽深古峭)를 만들었다. 그래서 동리(同里) 사람 담원춘(譚元春)과 함께 당인(唐人)의 시를 평선(評選)하여《고시귀(古詩歸)》를 만들었다. 그래서 종ㆍ담의 이름이 천하에 가득했으며 이를 경릉체라 이름함.
[주D-039]주죽타(朱竹坨) : 청 수수인(秀水人)으로 이름은 이준(彝尊), 자는 석창(錫鬯), 호는 죽타인데 강희(康熙) 시에 박학굉사(博學宏詞)에 시(試)하여 검토(檢討)에 제수되었으며, 고학(古學)에 사력(肆力)하여 글이라면 안 본 것이 없었으며 시문(詩文)이 승(勝)하고 금석 고증의 학(學)도 겸하였다. 8만 권의 서(書)를 저술하였으며 《폭서정전집(曝書亭全集)》이 있음.
[주D-040]산성(散聖) : 지위가 없이 세상에 떠돌며 사람의 존경을 받는 것을 이름인데 말하자면 출가한 포대화상(布袋和尙)과도 같음.
[주D-041]병체(騈體) : 사륙(四六) 대우(對偶)의 문(文)을 이름.
[주D-042]혼ㆍ계(惲桂) : 혼은 청 무진인(武進人)으로 이름은 경(敬), 자는 자거(子居), 호는 간당(簡堂)이며 고문을 전치(專治)하여 소순(蘇洵)과 더불어 서로 상하(上下)하며 법가(法家)의 언(言)에 가까웠다. 세상에서 양호파(陽湖派)라 칭함. 계는 계복(桂馥)인데 청 곡부인(曲阜人)으로 자는 동훼(冬卉), 호는 미곡(未谷)이요, 건륭 진사로 운남(雲南) 영평지현(永平知縣)에 데두되었다. 소학(小學) 및 금석, 전각에 정(精)했으며 일찍이 《설문(說文)》과 제경(諸經)의 의(義)를 취해 서로 소증(疏證)하여《설문해자의증(說文解字義證)》을 찬집(撰輯)하였음.
[주D-043]남천이우(南遷二友) : 송 소식(蘇軾)이 영해(寧海) 간에 귀양가 있던 시절에 도연명(陶淵明)ㆍ유 자후(柳子厚) 두 집(集)을 가장 좋아하여 남천이우라 일렀음. 《老學菴筆記 9》
[주D-044]해봉(海峯) : 유대괴(劉大槐)인데 청 동성인(桐城人)으로, 자는 경남(耕南), 호는 해봉, 고문(古文)은 장자(莊子)를 희학(喜學)하고 더욱 창려(昌黎)를 역추(力追)하였음. 요희전(姚姬傳)이 그를 종유하여 드디어 동성파의 지목이 있었음.
[주D-045]왕척보(王惕甫) : 청 장주인(長洲人)으로 이름은 기손(芑孫), 자는 염풍(念豐), 호는 척보이며 또 호는 능가산인(楞伽山人)이다. 공시(工詩) 선서(善書)하여 《연아당시문집(淵雅堂時文集)》의 저술을 남겼음.
[주D-046]원자재(袁子才) : 청 전당인(錢塘人)인데 이름은 매(枚), 자는 자재, 호는 간재(簡齋)요, 건륭 진사로 강녕(江寧)에 출재(出宰)하다가 소년(少年)으로 기관(棄官)하고 강녕성 서쪽에 수원(隨園)을 복축(卜築)하여 음영 저작(吟詠著作)으로 낙을 삼았다. 저술로는 《소창산방시문집(小倉山房詩文集)》 및 필기(筆記) 등이 있음.
[주D-047]진소현(秦小峴) : 청 무석인(無錫人)으로 이름은 영(瀛), 자는 능창(凌滄), 일자는 소현이며, 건륭 거인(擧人)으로 가경(嘉慶) 때에 관은 형부 우시랑(刑部右侍郞)에 이르렀다. 시와 고문이 다 고인의 품격을 역추(力追)하여 능히 자득(自得)한 바 있었으며 저술로는 《소현산인시문집(小峴山人詩文集)》이 있음.
[주D-048]조미신(趙味辛) : 청 무진인(武進人)인데 이름은 회옥(懷玉), 자는 억손(億孫), 일자는 미신이며 건륭 거인으로 관은 등주지부(登州知府)이다. 호학 심사(好學深思)하고 공시(工詩)하여 동리(同里)의 손성연(孫星衍)ㆍ홍양길(洪良吉)ㆍ황경인(黃景仁)과 더불어 손홍황조(孫洪黃趙)라 병칭(並稱) 되었으며, 저술로는 《역유생재집(亦有生齋集)》이 있음.
[주D-049]증남풍(曾南豐) : 송 남풍인(南豐人)으로 이름은 공(鞏), 자는 자고(子固)임. 가우(嘉祐) 진사로 중서사인(中書舍人)에 발탁되었다. 경술(經術)에 깊고 문장에 공(工)하여 저술로는 《원풍유고(元豐類稿)》가 있음. 당송팔가(唐宋八家)의 한 사람임. 또한 《전국책(戰國策)》에 주(注)하고 고문전각(古文篆刻)을 모아 《금석록(金石錄)》을 만든 바 있음.
[주D-050]서중거(徐仲車) : 송 산양인(山陽人)으로 이름은 적(積), 자는 중거임. 3세에 부친이 죽었는데 부친의 이름이 석(石)이었으므로 종신토록 석기(石器)를 쓰지 아니하였으며, 길을 걷다가도 돌을 만나면 밟지 않았다. 정화(政和) 중에 시(諡)를 내려 절효처사(節孝處士)라 하였으며 그의 한 아들에게 벼슬을 주었다. 《절효어록(節孝語錄)》과 《절효집》이 있음.
[주D-051]진형중(陳瑩中) : 송인(宋人)인데 이름은 관(瓘), 자는 형중, 호는 요옹(了翁)임. 학문이 있어 진사 갑과(進士甲科)에 올랐다. 간관(諫官)이 되었을 때 채경(蔡京)을 써서는 안된다고 극언(極言)하였으므로 채경이 깊이 유감을 품어 누차 귀양을 갔었는데 사면을 받아 다시 돌아오곤 하였다. 시호는 충숙(忠肅)이며 학자가 요재선생(了齋先生)이라 칭했다. 저술로는 《요옹역설(了翁易說)》ㆍ《존요집(尊堯集)》이 있음.
[주D-052]맹동야(孟東野) : 당 호주인(湖州人)인데 이름은 교(郊), 자는 동야이며 숭산(嵩山)에 은거하였다. 천성이 경개(耿介)하여 해합(諧合)이 적었는데 한유(韓愈)는 한번 보고 망형(忘形)의 벗이 되었음. 나이 50에 진사제(進士第)를 얻어 평양현(平陽縣)에 조용(調用)되었음. 시체(詩體)는 철마(鐵馬)를 깊이 몰아 층빙(層氷)을 밟아 깨뜨리는 것 같았고 문체(文體)는 춘산(春山)의 고죽(孤竹)에 두우(杜宇)가 피를 흘리며 우는 것 같았음.
[주D-053]촌심(寸心)이 천고(千古) : 두보의 시에 “ 文章千古事 得失寸心知”라는 글귀가 있음.
[주D-054]노동(盧仝) : 당인(唐人)으로 누거 부중(累擧不中)하여 동도(東都)에 살면서 스스로 옥천자(玉川子)라 하였다. 한유가 하남윤(河南尹)이 되어 그의 시를 사랑하여 후례(厚禮)를 올리고 시를 지어 보냈음.
[주D-055]정상(頂上)에……자 : 불가어로서 정문상유안(頂門上有眼)의 약칭임. 마해수라천(摩醯首羅天)에 삼목(三目)이 있는데 그 수(竪)의 한 척안(隻眼)은 정문안이라 이르며 그 눈은 가장 상안(常眼)보다 뛰어나다. 《벽암(碧巖)》 35칙 수시(垂示)에 若不是頂門上有眼 肘臂下有符往往當頭蹉過”라 하였음.
[주D-056]서산 : 오자서(伍子胥)는 춘추시대 초인(楚人)인데 이름은 원(員)이다.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섬겨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무너뜨리고 패업(霸業)을 이루었는데 뒤에 태재(太宰) 비(嚭)의 참소를 듣고 자서에게 칼을 내려 자결하게 하였다. 서산은 자서의 묘(廟)가 있는 곳임.
[주D-057]멱라 : 초 나라 굴원(屈原)이 처음 삼려대부(三閭大夫)로 있다가 참소를 입고 상강(湘江)으로 귀양가서 이소(離騷)ㆍ구가(九歌)를 지어 임금의 회오(悔悟)를 기다렸으나 뜻대로 되지 않으므로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죽었음.
[주D-058]유자산(庾子山) : 남북조(南北朝) 신야인(新野人)으로 이름은 신(信), 자는 자산이며, 군서(群書)를 박람하고 문장의 이조(摛藻)가 염려(艶麗)하여 서릉(徐陵)과 더불어 제명(齊名)하였다. 그래서 당시에 서유체(徐庾體)라 일컬었음. 양 원제(梁元帝) 때에 우위장군(右衛將軍)을 지냈으며 누천(累遷)하여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ㆍ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가 되었으므로 세상에서는 유개부(庾開府)라 칭한다. 유신은 직위가 비록 현달했지만 행상 향관(鄕關)의 생각이 있어 애강남부(哀江南賦)를 지었다. 그 병우(騈偶)의 문(文)은 실로 육조(六朝)의 집대성이었음.
[주D-059]하수부(何水部) : 남조(南朝) 양(梁) 동해(東海) 섬인(郯人)으로 이름은 손(遜), 자는 중언(仲言)임. 8세에 능히 시를 지었으며 약관(弱冠)에 범운(范雲)과 더불어 망년(忘年)의 교호(交好)를 맺었다. 관(官)은 상서수부랑(尙書水部郞)에 이르고 문(文)은 유효작(劉孝綽)과 더불어 제명하여 당시에 하류(何劉)라 칭하였음.
[주D-060]진윤천(陳允倩) : 청 전당인(錢塘人)으로 이름은 조명(祚明), 자는 윤천임. 박학하여 속문(屬文)을 잘 하였음. 생활이 가난하여 경사(京師)에서 용서(傭書)하다가 객관(客館)에서 죽었으며 저술로는 《계류산인집(稽留山人集)》이 있는데 《폐추집(敝帚集)》이라고도 함.
[주D-061]산중의 재상 : 도홍경(陶弘景)은 남북조 때 말릉인(秣陵人)으로 자는 통명(通明)인데 제고제(齊高帝) 때에 일찍이 제왕(諸王)의 시독(侍讀)이 되었다가 뒤에 구곡산(句曲山)에 숨어 화양은거(華陽隱居)라 자호(自號)하고 늦게는 화양진일(華陽眞逸), 또는 화양진인(華陽眞人)이라 호하였다. 국가에서 매양 큰 일이 있으면 찾아와서 자문하므로 당시 사람들이 산중 재상이라 불렀다. 그는 일찍이 시를 지었는데 “ 比中何所有 嶺上多白雲 只可自怡悅 不堪持贈君”이라 하였음.
[주D-062]장심여(蔣心餘) : 청 연산인(鉛山人)으로 이름은 사전(士銓), 자는 심여인데, 건륭 진사로 관은 편수(編修)이며 시와 고문사(古文辭)에 공(工)하여 성명(盛名)을 짊어졌다. 그가 찬(撰)한 구종곡(九種曲)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음.
[주D-063]미사(微詞) : 《공양전(公羊傳)》 정공(定公) 원년(元年)에 “定哀多微詞”라는 대문이 있는데 이는 존자(尊者)를 위하여 휘(諱)하며 그 과실을 현저하게 드러내고자 아니하여 살짝 그 뜻만 보인 것임.
[주D-064]강엄(江淹) : 남조(南朝) 양(梁) 고성인(考城人)으로 자는 문통(文通)이요, 관은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에 이르렀다. 젊어서 문장으로써 이름이 났는데 말년에는 재사(才思)가 미퇴(微退)하여 시문(詩文)에 가구(佳句)가 없으니 시인(時人)이 재진(才盡)이라 일렀음.
[주D-065]노련(老蓮) : 진홍수(陳洪綬)의 별호인데 명말(明末) 제기인(諸曁人)으로 자는 장후(章侯)임. 명경(明經)으로써 등제(登第)하였으나 벼슬하지 않다가 숭정(崇禎) 간에 불러들여 공봉(供奉)을 삼았다. 산수(山水)ㆍ인물을 잘 그려 용면(龍眠)ㆍ오흥(吳興)의 묘를 겸했고 설색(設色)은 도자(道子)를 배워 역량과 기국이 구영(仇英)ㆍ당인(唐寅)의 위에 있었으며 당시에 삼백 년 내에는 이런 필묵이 없다고 일렀다.
[주D-066]피일휴(皮日休) : 당 양양인(襄陽人)으로 자는 습미(襲美)요, 문장에 능하여 진사에 올랐으며 맹호연(孟浩然)과 더불어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여 스스로 취사(醉士)라 호하였고 또 주민(酒民)이라 하였다. 육구몽(陸龜蒙)과 벗이 되어 《송릉창화시집(松陵唱和詩集)》 이 있음
[주D-067]육구몽(陸龜蒙) : 당 장흥인(長興人)으로 자는 노망(魯望)이요, 젊어서부터 고방(高放)하여 송강(松江) 보리(甫里)에 살면서 강호산인(江湖散人)이라 자호(自號)하며 혹은 보리 선생(甫里先生)이라 하였다. 뒤에 고사(高士)로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았음.
[주D-068]심귀우(沈歸愚) : 청 장주인(長洲人)으로 이름은 덕잠(德潛), 호는 귀우이며, 건륭 진사로서 늦게 예부 시랑에 발탁되었는데 연력(年力)이 쇠약하므로 고귀(告歸)를 허락하고 원함(原銜)으로 녹을 받게 하였다. 졸년(卒年)이 97이며 시호는 문각(文慤)임.
[주D-069]심 진사(沈進士) 두영(斗永) : 청송인(靑松人)인데 전남 옥과(玉果) 출신으로 시(詩)에 공(工)하여 일세(一世)의 교유(交遊)가 모두 현사대부(賢士大夫)였었고, 특히 김이양(金履陽)과는 망형(忘形)의 교분이었음.
[주D-070]위관(衛瓘) : 진(晉) 안읍인(安邑人)으로 자는 백옥(伯玉), 관은 상서령(尙書令)이며 상서랑(尙書郞) 색정(索靖)과 더불어 때를 같이하여 초서를 잘 쓰니 시인(時人)이 이름하여 일대이묘(一臺二妙)라 하였음.
[주D-071]지영(智永) : 남북조 진(陳)의 영흔사(永欣寺) 승(僧)으로 속성(俗姓)은 왕(王)이요, 회계인(會稽人)인데 호는 영선사(永禪師)라 했다. 선서(善書)하여 능히 제체(諸體)를 겸했고 초서는 더욱 승(勝)하여 임서(臨書)한 30년에 진초 천문(眞草千文) 8백여 본을 만들었음.
[주D-072]최열(崔悅) : 후조(後趙) 동무성인(東武城人)으로 자는 도유(道儒)인데 석호(石虎)에게 벼슬하여 벼슬은 사도우장사(司徒右長史)이며 재학(才學)으로 일컬음을 받고 글씨를 잘 써 범양(范陽) 노침(盧湛)과 더불어 제명(齊名)하였는데 침(湛)은 종유(鍾繇)을 본받고 열(悅)은 위관(衛瓘)을 본받았음.
[주D-073]노침(盧湛) : 제8권 주 72) 참조.
[주D-074]고준(高遵) : 후위(後魏) 수인(蓨人)으로 자는 세례(世禮)요, 문사(文史)를 섭렵하여 자못 필찰(筆札)에 공(工)했으며 제주자사(濟州刺史)에 올랐음.
[주D-075]심복(沈馥) : 북위 선무제(宣武帝) 때 사람으로 서(書)에 공했다. 후위(後魏) 경명(景明) 3년에 일찍이 정정비(定鼎碑)를 정서하였는데 일명은 어사비(御射碑)라고도 함.
[주D-076]요원표(姚元標) : 북조 제(齊) 위군인(魏郡人)으로 관은 좌광록대부(左光祿大夫)에 이르렀으며 공서(工書)로써 이름이 당시에 알려졌음.
[주D-077]조문심(趙文深) : 북주(北周) 완인(宛人)으로 자는 덕본(德本)임. 어려서 예해(隷楷)를 배워 11세 때에 글씨를 위제(魏帝)에게 올렸는데 자못 종ㆍ왕(鍾王)의 법칙이 있었음.
[주D-078]정도호(丁道護) : 수인(隋人)으로 관은 양주제주종사(襄州祭酒從事)에 이르렀으며 정서(正書)를 잘 써 후위(後魏)의 유법을 겸했다. 수ㆍ당(隋唐)의 즈음에 선서(善書)하는 자가 많았으나 다 한 법에서 나왔는데 도호의 얻은 바가 가장 많았다. 그가 쓴 양양(襄陽) 계법흥국사비(啓法興國寺碑)가 가장 정(精)하여 우세남(虞世南) ㆍ 구양순(歐陽詢)의 소자출(所自出)이 되었음.
[주D-079]채옹(蔡邕) : 동한 진류인(陳留人)으로 자는 백개(伯喈)이며, 영제(靈帝) 때에 낭중(郞中)에 제수되어 양사(楊賜) 등과 더불어 육경(六經)의 문자를 주정(奏定)하여 비(碑)를 태학문(太學門) 밖에 세웠는데 이윽고 사건이 생겨 면관(免官)되었다. 동탁(董卓)이 불러 좨주(祭酒)를 삼아 누천(累遷)하여 중랑장(中郞將)에 이르렀는데 뒤에 탁당(卓黨)으로 지목되어 옥중에서 죽었음.
[주D-080]위탄(韋誕) : 삼국 시대 위(魏) 경조인(京兆人)으로 자는 중장(仲將)인데 문재(文才)가 있어 사장(辭章)을 잘 하고 또 선서(善書)로 이름났다. 태화(太和) 중에 능서(能書)로써 시중(侍中)에 보직되어 관은 광록대부(光祿大夫)로 마쳤으며 위씨(魏氏)의 보기 명제(寶器銘題)는 다 그가 쓴 것임.
[주D-081]한단순(邯鄲淳) : 삼국 시대 위(魏) 영천인(穎川人)으로 자는 자숙(子叔)이요, 박학유재(博學有才)하여 창아충전(蒼雅蟲篆)을 잘 썼음.
[주D-082]위개(衛凱) : 삼국 위 안읍인(安邑人)으로 자는 백유(伯儒)요. 젊어서부터 재학(才學)으로써 칭도(稱道)되었다. 한말(漢末)에 사공연(司空掾)이 되어 상서(尙書)에 이르렀으며 위국(魏國)이 건립되어서는 시중(侍中)에 제수되어 왕찬(王粲)과 더불어 제도(制度)를 맡았다. 그는 문장으로 현달하여 고문을 좋아하며 조전예초(鳥篆隷草)를 잘 하지 못한 것이 없었음.
[주D-083]장지(張芝) : 후한 서가(書家)인데 주천인(酒泉人)으로 자는 백영(伯英)이요, 초서를 잘 썼다. 임지학서(臨池學書)하자 못물이 다 검어졌으며 세상에서 초성(草聖)이라 일컬음.
[주D-084]두도(杜度) : 후한 사람으로 자는 백도(伯度)임. 초서에 공하였고 그 법을 최원(崔瑗)ㆍ최 실(崔實) 부자가 이어받았음.
[주D-085]왕허주(王虛舟) : 청 금단인(金壇人)으로 자는 약림(若霖), 호는 허주, 또는 양상산인(良常山人)이라 한다. 강희 진사로 관은 이부 원외랑(吏部員外郞)에 이르고 서화에 공하였음. 저술로는 《우공보(禹貢譜)》ㆍ《학용본의(學庸本義)》ㆍ《정주격물법(程朱格物法)》ㆍ《순화각첩고정(淳化閣帖考正)》 등이 있음.
[주D-086]오봉루(五鳳樓) : 《명의고(名義考)》에 “양 태조(梁太祖)가 오봉루를 건립했는데 주한(周翰)이 이른바. 땅에서 백 길을 솟아 하늘의 반공(半空)에 있어 다섯 봉이 날개를 쳐든다는 것과 같다.” 하였음.
[주D-087]옹유(甕牖)와 승추(繩樞) : 깨진 항아리 입으로 문을 만들고 노끈으로 돌조구를 동인다는 것으로 극히 가난한 집을 이름.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에 “陳涉甕牖繩樞之子”라는 대문이 보임.
[주D-088]환중(環中) : 공허를 비유한 말임.《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樞始得其環中 以應無窮”이라는 대문이 있고, 그 주(注)에 “시비가 반복하여 서로 다함이 없으므로 환(環)이라 이른다. 환중은 공(空)이니 지금 시비로써 고리를 삼아 그 중(中)을 얻은 자는 시도 없고 비도 없다.” 하였음.
[주D-089]손건례(孫虔禮) : 당 진류인(陳留人)으로 이름은 과정(過庭), 관은 솔부녹사참군(率府錄事參軍)에 이르렀으며 서(書)에 공하여 일찍이 서론(書論)을 저술했는데 절묘하여 그 지취(旨趣)를 다했으니, 곧 서보(書譜)이다. 원서(原書)는 6편인데 지금 전하는 진적(眞蹟)은 겨우 그 총서(總序)의 문(文)만 있고 전서(全書)는 이미 없어졌음.
[주D-090]양소사(楊少師) : 오대(五代) 주(周)의 화음인(華陰人)으로 이름은 응식(凝式), 자는 경도(景度)임. 외모는 못생겼으나 정신이 영오(穎悟)하여 문조(文藻)가 부유함으로 당시 사람들이 중히 여겼다. 후한(後漢)에서 소부(少傅)ㆍ소사(少師)를 지냈으므로 세상이 양 소사라 칭한다. 시가(詩歌)에 장(長)하고 더욱 필찰(筆札)을 잘 하였으며 서법은 안진경(顔眞卿) 이후로는 따라갈 자가 없었다. 황정견(黃庭堅)은 그 서(書)가 산승입성(散僧入聖)과 같다고 일렀으며, 조맹부(趙孟頫)는 그 서가 견지(見知)의 밖에 벗어났다고 일렀다. 구화첩(韭花帖) 일종은 더욱 유명함.
[주D-091]정도소(鄭道昭) : 북위(北魏) 형양인(滎陽人)으로 출사(出仕)하여 광주자사(光州刺史)가 되었으며 스스로 중악 선생(中岳先生)이라 칭하였음. 서(書)에 공하여 처음에는 심히 드러나지 않았는데 청(淸) 가ㆍ도(嘉道) 간에 이르러 운봉산(雲峯山)의 여러 석각(石刻)이 발견됨에 따라 포세신(包世臣)ㆍ장기(張琦)ㆍ오희재(吳熙載) 등이 극히 추중(推重)하여 마침내 북비(北碑)를 익히는 자의 종(宗)하는 바가 되었음.
[주D-092]초산명(焦山銘) : 초산정명(焦山鼎銘)을 이름.
[주D-093]왕자유(王子猷) : 진인(晉人)으로 이름은 휘지(徽之), 자는 자유이며, 희지(羲之)의 아들이다. 산음(山陰)에 살면서 하루는 밤눈이 개자 달빛을 타고 대안도(戴安道)를 찾아가 그 문앞에 당도하여 들어가지 아니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흥을 타고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데 어찌 꼭 만나보아야 하느냐.”고 대답하였다.
[주D-094]용매(龍媒) : 준마(駿馬)의 이칭임. 한 무제(漢武帝)의 천마가(天馬歌)에 “天馬徠兮龍之媒”라 하였음. 당(唐)에는 비황(飛黃)ㆍ길량(吉良)ㆍ용매ㆍ도여(騊駼)ㆍ쾌재(駃騠)ㆍ천원(天苑) 등 육한(六閑)이 있는데 모두 천자의 말을 기르는 곳임.
[주D-095]섭운(籋雲) : 섭(籋)은 섭(躡)과 같음. 사장(謝莊)의 무마부(舞馬賦)에 “蘊籋雲之銳景 戢追電之逸足”이라 하였음.
[주D-096]육좌(衄挫) : 육(衄)은 절(折)로서 꺾는다는 뜻이고 좌(挫)도 같은 뜻임. 서법의 술어임.
[주D-097]발등법(撥鐙法) : 제7권 주 328) 참조.
[주D-098]분항(分行)ㆍ포백(布白) : 서법에 관한 말인데 분항은 줄을 나누는 것이요, 포백은 곧 그 공백처와 착묵처(着墨處)를 포치(布置)하여 소밀(疏密)이 상간(相間)하게 하는 것임.
[주D-099]황백사(黃伯思) : 송인(宋人)으로 자는 장예(長睿), 별자는 소빈(宵賓)이며, 운림자(雲林子)라 자호하였다. 원부(元符) 진사로 비서랑(祕書郞)에 제수되었으며 책부(冊府)의 장서를 종관(縱觀)하여 침식까지 잊을 정도였다. 천성이 고문 기자(古文奇字)를 좋아하여 이기관지(彝器款識)를 모두 능히 변증하였으며, 육경(六經) 및 자사 백가(子史百家)를 정구(精究)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시문에도 공(工)했다. 글씨로는 전(篆)ㆍ예(隷)ㆍ행(行)ㆍ초(草)ㆍ비백(飛白)이 다 묘절(妙絶)했다. 저술로는《동관여론(東觀餘論)》 및 문집이 있음.
[주D-100]부서혁봉(腐鼠嚇鳳) : 《莊子》에서 나온 말인데 위에 자세히 보임.
[주D-101]비이 : 범이 성을 내어 갈기털이 꼿꼿하게 서는 모양을 말한 것임. 장형(張衡)의 서경부(西京賦)에 “孟毅髬髴"의 구가 있음.
[주D-102]책비(責備) : 책현자비(責賢者備)의 준말로서 어진 자에게는 항상 구비하기를 책한다는 뜻임. 춘추(春秋)의 법은 항상 현자에게 책비하였으므로 나온 말임.
[주D-103]훈유(薰蕕) : 《좌전(左傳)》 희공(僖公) 4년에 “一薰一蕕 十年尙猶有臭”라는 대문이 있는데, 훈은 향초요 유는 취초(臭草)로서 두 가지를 한 곳에 모아 두면 아무리 십 년이 가도 오히려 취기가 있다. 그러니 선(善)은 소멸되기 쉽고 악은 제거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가어(家語)》 치사(致思)에 “薰蕕不同器而藏”이라 하였음.
[주D-104]조미숙(晁美叔) : 송인으로 이름은 단언(端彦), 자는 미숙이며 장돈(章惇)과 더불어 동생(同生)하여 동방급제(同榜及第)이고 또 관(館)의 직을 함께 지냈다. 그래서 항상 서로 삼동(三同)이라 불렀다. 소성(紹聖) 초에 장돈이 입상(入相)하자 단언이 그의 소위를 보고 힘써 간하다가 쫓겨나서 협수(陜守)가 되었다. 문장과 서법이 조야(朝野)의 종상(宗尙)하는 바 되었음.
[주D-105]이소온(李少溫) : 당 조군인(趙郡人)으로 이름은 양빙(陽氷), 자는 소온이며 건원(乾元)간에 진운령(縉雲令)이 되었다가 뒤에 당도령(當塗令)으로 옮겼는데 전서를 잘 썼음. 서원여(舒元輿)는 그 전서를 이사(李斯)에게 내리지 않는다고 일렀다. 지금도 그 유적이 전해 옴.
[주D-106]윤백하(尹白下) : 이름은 순(淳), 자는 중화(仲和), 호는 백하인데 해평인(海平人)으로 이조 판서 유(游)의 제(弟)이다. 숙종(肅宗) 계사년에 문과에 올라 관은 이조 판서에 이르고 문형(文衡)을 맡았으며, 경신년에 평안 감사로 임소(任所)에서 졸했다. 선서(善書)하여 절예(絶藝)를 이루었으며 후학을 계발한 공이 석봉(石峯)ㆍ안평(安平)에 비할 바 아니었음. 원교(圓嶠)가 그 문하로서 사문(師門)의 진수를 얻었다 함.
[주D-107]박(璞)을……였던가 :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마원이 유소시(幼少時)에 큰 뜻이 있어 일찍이 제시(齊詩)를 배우면서도 능히 장구(章句)에 뜻이 가지 아니하므로 마침내 형 황(況)을 하직하고 변군(邊郡)으로 나가서 목축(牧畜)을 하고자 하니, 황은 말하기를 ‘너는 대재(大才)라 마땅히 만성(晩成)할 것이니 양장(良匠)은 사람에게 박(璞)으로써 보이지 않는다. 너의 소호(所好)를 따르라.’ 했다.” 하였음.
[주D-108]고족(高足) : 품학(品學)이 넉넉한 문인(門人)을 이름.《세설(世說)》 문학(文學)에 “鄭玄在馬融門下 三年不得相見 高足弟子傳授而已”라 하였음.
[주D-109]강표암(姜豹庵) : 이름은 세황(世晃), 자는 광지(光之), 호는 표암이요, 진주인(晉州人)으로 일찍이 부사(副使)가 되어 연경(燕京)에 갔었는데 청조(淸朝) 사람들이 세황의 서화(書畫)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청하는 자가 구름처럼 모였다. 세황은 소기(小技)를 자랑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마지못해 몇 사람에게만 응하고 말았다. 일강관(日講官) 석암(石菴) 유용(劉鏞)ㆍ담계(覃溪) 옹방강(翁方綱)이 글씨로 천하에 유명하였는데 세황의 글씨를 보고 천골개장(天骨開張)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음.
[주D-110]상세창(桑世昌) : 송 회해인(淮海人)으로 천태(天台)에 세거(世居)하였으며 육유(陸游)의 생(甥)이다. 저술로는《난정고(蘭亭考)》가 있으며《회문유취(回文類聚)》를 편집하였음.
[주D-111]유송(兪松) : 송 전당인(錢塘人)으로 자는 수옹(壽翁), 호는 오산(吳山)이며, 관은 승의랑(承議郞)이다. 저술로《난정속고(蘭亭續考)》가 있음.
[주D-112]조불흥(曹不興) : 삼국 시대 오(吳)의 오흥인(吳興人)인데 황무간(黃武間)에 화명(畫名)으로써 일시에 관절(冠絶)하였음. 이때 오 나라에 팔절(八絶)이 있었는데 불흥이 그 중 하나에 참여했으며, 그 화룡(畫龍)이 더욱 묘하다고 함.
[주D-113]장승유(張僧繇) : 남북조 양(梁)의 화가인데 오인(吳人)으로 관은 우군장군(右軍將軍)ㆍ오흥태수(吳興太守)에 이르렀으며, 산수와 불상을 잘 그렸다. 또 일찍이 네 용을 그리고 점정(點睛)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굳이 점정하기를 청하여 점정하자 점 찍힌 두 마리 용은 벽을 부수고 날아가고 점 찍지 않은 것은 그대로 있었다 함.
[주D-114]오도현(吳道玄) : 오도자(吳道子)인데 당 양적인(陽翟人)으로 회사(繪事)를 잘하여 필법이 초묘(超妙)하니 당시에 화성(畫聖)이라 칭하였다. 현종(玄宗) 때에 불러들여 공봉(供奉)이 되었으며, 또 불상을 잘 그렸음.
[주D-115]연문귀(燕文貴) : 송 오흥인(吳興人)으로 도화원(圖畫院)에 들어왔는데 인물ㆍ산수를 잘하여 세쇄 청윤(細碎淸潤)하여 일가(一家)를 자성(自成)하였음.
[주D-116]역원길(易元吉) : 송 장사인(長沙人)으로 자는 경지(慶之), 사생(寫生)을 잘하여 집 후원에 원포(園圃)를 쌓고 물새와 산 짐승을 순양(馴養)하여 그 동정을 엿보아 화사(畫思)의 바탕을 삼았다. 더욱이 노루와 원숭이를 잘 그려 식자(識者)는 서희(徐熙) 이후 일인이라 일렀음.
[주D-117]심석전(沈石田) : 명 장주인(長洲人)으로 이름은 주(周), 자는 계남(啓南), 호는 석전이며, 군서(群書)를 박람하여 문(文)은 좌씨(左氏)를 배우고 시는 백거이ㆍ소식을 배우고 글씨는 황정견을 배웠다. 더욱이 화(畫)에 공하여 당인(唐寅)ㆍ문징명(文徵明)ㆍ구영(仇英)과 더불어 병칭하여 명의 사가(四家)가 되었음.
[주D-118]임조(林藻) : 당인으로 피(披)의 아들인데 자는 위건(緯乾)임. 소싯적부터 기지(奇志)를 품어 농(農)이 되기를 부끄럽게 여겼다. 구양첨(歐陽詹)과 더불어 문학에 각의(刻意)하여 굉사과(宏詞科)에 탁제(擢第)하였음. 관은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임.
[주D-119]소릉(昭陵)에서……옥갑(玉匣) : 소릉은 당 태종(唐太宗)의 능임. 태종이 평소에 왕희지의 진적(眞跡)을 몹시 아껴 차마 손에서 놓지 못했는데, 그 뒤 고종(高宗)이 그것을 옥갑에 넣어 소릉에 저장하였음.
[주D-120]가사도(賈似道) : 송 태주인(台州人)인데 이종(理宗) 때에 자기 누나가 귀비(貴妃)로 되는 바람에 누진(累進)하여 관은 좌승상(左丞相)에 이르렀으며 추밀사(樞密使)를 겸했다. 원병(元兵)이 건강(建康)에 육박하자 송군(宋軍)이 자주 패하니, 진의중(陳宜中) 등이 사도의 죄를 탄핵하여 내쳤는데 도중에서 피살되고 말았음.
[주D-121]양흔(羊欣) : 진(晉) 남성인(南城人)으로 유소시(幼少時)부터 정묵(靖黙)하여 용지(容止)가 아름답고 언소(言笑)를 잘 하였으며, 경적을 박람하고 더욱 예서(隷書)에 장(長)하였음. 흔의 나이 12세 때에 왕헌지(王獻之)가 오흥태수(吳興太守)가 되어 몹시 지애(知愛)하였다. 그 서법은 더욱 당송인(唐宋人)의 일컫는 바가 되었음.
[주D-122]도 은거(陶隱居) : 도홍경(陶弘景)을 말함. 제8권 주 61) 참조.
[주D-123]건초척(建初尺) : 건초는 한 장제(漢章帝) 연호인데 그 당시 통용하던 동척(銅尺)을 말함. 완당이 옹성원(翁星源)으로부터 건초척 탁본을 기증받은 바 있음.
[주D-124]야율초재전(耶律楚材傳) : 원(元)의 명신으로 자는 진경(晉卿)이요, 요동단왕(遼東丹王) 돌욕(突欲)의 후손인데 군서(群書)를 박람하여 원 세조는 군국(軍國)의 대사를 맡길 만하다고 하였다. 태종(太宗) 때에 중서령(中書令)이 되어 몽고의 누풍(陋風)을 다 개혁하였으며, 원 나라의 입국 규모(立國規模)는 다 초재의 소정(所定)이었음.
[주D-125]각단(角端) : 짐승 이름임.《송서(宋書)》 부서지(符瑞志)에 “각단은 하루 1만 8천 리를 가며 또 사예(四裔)의 언어를 이해한다.” 하였고,《원사(元史)》에는 “원 태조(元太祖)가 동인도(東印度)에 이르러 각단이 능히 말하는 것을 보았다.” 하였음.
[주D-126]《담연집(湛然集)》 : 야율초재가 저술한 문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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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 <도>라고 말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
名可名非常名(명가명비상명) :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無名天地之始(무명천지지시) :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천지의 원천이며
有名萬物之母(유명만물지모) :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 만물의 모태다
故常無欲以觀其妙(고상무욕이관기묘) : 그러므로 언제나 욕심내지 많으면 그 오묘함을 볼 수 있으며
常有欲以觀其徼(상유욕이관기요) : 언제나 욕심냄이 있으면 그 나타남만을 볼 수 있다
此兩者同(차량자동) : 이 두 가지는 근원 같으나
出而異名(출이이명) : 나타나 이름이 다르다
同謂之玄(동위지현) : 같이 이를 신비롭다고 말한다
玄之又玄(현지우현) : 신비롭고 또 신비로우니
衆妙之門(중묘지문) : 모든 신비의 문이다

 

 

2. 
天下皆知美之爲美(천하개지미지위미) : 세상 모두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斯惡已(사악이) : 추함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皆知善之爲善(개지선지위선) : 착한 것을 착한 것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斯不善已(사불선이) : 착하지 않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故有無相生(고유무상생) : 그러므로 가지고 못 가짐도 서로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難易相成(난이상성) : 어렵고 쉬움도 서로의 관계에서 성립되는 것
長短相較(장단상교) : 길고 짧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
高下相傾(고하상경) : 높고 낮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音聲相和(음성상화) : 악기 소리와 목소리도 서로의 관계에서 어울리는 것
前後相隨(전후상수) : 앞과 뒤도 서로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
是以聖人處無爲之事(시이성인처무위지사) : 따라서 성인은 무위로써 이를 처리하고
行不言之敎(행불언지교) :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한다
萬物作焉而不辭(만물작언이불사) : 모든 일 생겨나도 마다하지 않고
生而不有(생이불유) : 모든 것을 이루나 가지려 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불시) : 할 것 다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 : 꿈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夫唯弗居(부유불거) :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是以不去(시이불거) :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

 

 

3. 
不尙賢(불상현) : 훌륭하다는 사람 떠받들지 말라
使民不爭(사민불쟁) : 사람들 사이에 다투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 귀중하다는 것 귀히 여기지 말라
使民不爲盜(사민불위도) : 사람 사이에 훔치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見可欲(불견가욕) : 탐날 만한 것 보이지 마시라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 : 사람의 마음 산란해지지 않을 것이다
是以聖人之治(시이성인지치) : 그러므로 성인이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도
虛其心(허기심) : 마음은 비우고
實其腹(실기복) : 배는 튼튼하게 하며
弱其志(약기지) : 뜻은 약하게 하고
强其骨(강기골) : 뼈는 튼튼하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상사민무지무욕) : 사람들로 지식도 없애고 욕망도 없애고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불감위야) : 영리하다는 자들 함부로 하겠다는 짓도 못하게 한다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칙무불치) : 억지로 하는 함이 없으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4. 
道沖而用之(도충이용지) : 도는 그릇처럼 비어 그 쓰임에
或不盈(혹불영) : 넘치는 일이 없다
淵兮似萬物之宗(연혜사만물지종) : 심연처럼 깊어 온갖 것의 근원이다
挫其銳(좌기예) :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解其紛(해기분) : 얽힌 것을 풀어 주고
和其光(화기광) : 빛을 부드럽게 하고
同其塵(동기진) : 티끌과 하나가 된다
湛兮似或存(담혜사혹존) : 깊고 고요하여 뭔가 존재하는 것 같다
吾不知誰之子(오불지수지자) : 누구의 아들인지 난 알 수 없지만
象帝之先(상제지선) : 하느님보다 먼저 있었음이 틀립없다

 

 

5.
天地不仁(천지불인) : 하늘과 땅은 편애하지 않는다
以萬物爲芻狗(이만물위추구) : 모든 것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한다
聖人不仁(성인불인) : 성인도 편애하지 않는다
以百姓爲芻狗(이백성위추구) : 백성들을 모두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한다
天地之間(천지지간) : 하늘과 땅 사이는
其猶槖籥乎(기유탁약호) : 풀무의 바람통
虛而不屈(허이불굴) : 비어 있으나 다함이 없고
動而愈出(동이유출) : 움직일수록 더욱더 내놓은 것
多言數窮(다언수궁) :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법
不如守中(불여수중) :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6. 
谷神不死(곡신불사) : 계곡의 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
是謂玄牝(시위현빈) : 그것은 신비의 여인
玄牝之門(현빈지문) : 여인의 문은
是謂天地根(시위천지근) : 하늘과 땅의 근원
綿綿若存(면면약존) : 끊어길 뜻하면서도 이어지고
用之不勤(용지불근) : 써도 써도 다할 줄을 모른다

 

 

7. 
天長地久(천장지구) : 하늘과 땅은 영원하니
天地所以能長且久者(천지소이능장차구자) :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은
以其不自生(이기불자생) : 자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故能長生(고능장생) : 그러기에 참된 삶을 사는 것이다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 성인도 마찬가지 자기를 앞세우지 않기에 앞서게 되고
外其身而身存(외기신이신존) : 자기를 버리기에 자기를 보존한다
非以其無私邪(비이기무사사) : 사사로운 나로 하지 않기에
故能成其私(고능성기사) : 진정으로 나를 완성하는 것 아니겠는가

 

 

8. 
上善若水(상선약수) :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불쟁) :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악) : 모두가 싫어한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이다
故幾於道(고기어도) :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居善地(거선지) : 낮은 데를 찾아가 사는 지혜
心善淵(심선연) : 심연을 닮은 마음
與善仁(여선인) : 사람됨을 갖춘 사귐
言善信(언선신) : 믿음직한 말
正善治(정선치) : 정의로운 다스림
事善能(사선능) : 힘을 다한 섬김
動善時(동선시) : 때를 가린 움직임
夫唯不爭(부유불쟁) : 겨루는 일이 없으니
故無尤(고무우) : 나무람을 받을 일도 없다

 

 

9. 
持而盈之(지이영지) :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不如其已(불여기이) :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다
揣而銳之(췌이예지) : 너무 날카롭게 벼리고 갈면
不可長保(불가장보) : 쉽게 무디어집니다
金玉滿堂(금옥만당) :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莫之能守(막지능수) : 이를 지킬 수가 없다
富貴而驕(부귀이교) : 재산과 명예로 교만해짐은
自遺其咎(자유기구) : 재앙을 자초한다
功遂身退(공수신퇴) : 일이 이루어졌으면 물러나는 것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길이다

 

 

10.
載營魄抱一(재영백포일) : 혼백을 하나로 감싸안고
能無離乎(능무리호) :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專氣致柔(전기치유) : 기에 전심하여 더없이 부드러워지므로
能嬰兒乎(능영아호) : 갓난아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滌除玄覽(척제현람) :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能無疵乎(능무자호) : 티가 없게 할 수 있겠는가
愛民治國(애민치국) :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能無知乎(능무지호) : “무위”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天門開闔(천문개합) : 하늘 문을 열고 닫음에
能無雌乎(능무자호) : 여인과 같을 수 있겠는가
明白四達(명백사달) : 밝은 깨닭음 사방으로 비춰 나가
能無爲乎(능무위호) : 무지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겠는가
生之畜之(생지축지) : 낳고 기르시오
生而不有(생이불유) :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마시오
爲而不恃(위이불시) : 모든 것 이루나 거기 기대려고 하지 마시오
長而不宰(장이불재) :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려 하지 마시오
是謂玄德(시위현덕) : 이를 일컬어 그윽한 덕이라 한다

 

 

11.
三十輻共一(삼십폭공일) : 설른 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車之用(유차지용) : 수레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埏埴以爲器(연식이위기) :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器之用(유기지용) :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室之用(유실지용) : 방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12.
五色令人目盲(오색령인목맹) : 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
五音令人耳聾(오음령인이롱) : 다섯 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
五味令人口爽(오미령인구상) :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진다
馳騁畋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령인심발광) : 말달리기 사냥하기로 사람의 마음이 광분하고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령인행방) : 얻기 어려운 재물로 사람의 행동이 그르게 된다
是以聖人爲腹(시이성인위복) : 성인은 배를 위하고 
不爲目(불위목) : 눈을 위하지 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 그러므로 후자는 뒤로하고 전자를 취한다

 

 

13.
寵辱若驚(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何謂寵辱若驚(하위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寵爲下(총위하) :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得之若驚(득지약경) :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失之若驚(실지약경) :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是謂寵辱若驚(시위총욕약경) :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고 한다
何謂貴大患若身(하위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吾所以有大患者(오소이유대환자) :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爲吾有身(위오유신) :내 몸이 있기 때문
及吾無身(급오무신) : 내 몸이 없어진다면
吾有何患(오유하환) : 무슨 고난이 있겠는가
故貴以身爲天下(고귀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若可寄天下(약가기천하) :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愛以身爲天下(애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若可託天下(약가탁천하) : 가히 세상을 떠맡을 수 있을 것이다

 

 

14.
視之不見(시지불견) :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名曰夷(명왈이) : 이름하여 <이>라 하여 보자
聽之不聞(청지불문) :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名曰希(명왈희) : 이름하여 <희>라 하여 보자
搏之不得(박지불득) :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을
名曰微(명왈미) : 이름하여 <미>라 하여 보자
此三者(차삼자) : 이 세 가지로도
不可致詰(불가치힐) : 밝혀 낼 수 없는 것
故混而爲一(고혼이위일) : 그래서 세 가지가 하나로 혼연 일체를 이룬 상태
其上不曒(기상불교) : 그 위라서 더 밝은 것도 아니고
其下不昧(기하불매) : 그 아래라서 더 어두운 것도 아니다
繩繩不可名(승승불가명) : 끝없이 이어지니 무어라 이름 붙일 수도 없다
復歸於無物(복귀어무물) : 결국, <없음>의 세계로 돌아간다
是謂無狀之狀(시위무상지상) : 이를 일러 <모양 없는 모양>이고
無物之象(무물지상) : <아무것도 없음의 형상>이라 한다
是謂惚恍(시위홀황) : 이것을 <황홀>이라 하겠다
迎之不見其首(영지불견기수) : 앞에서 맞아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隨之不見其後(수지불견기후) : 뒤에서 좇아도 그 뒤를 볼 수 없다
執古之道(집고지도) : 태고의 도를 가지고
以御今之有(이어금지유) : 오늘의 일을 처리하라
能知古始(능지고시) : 태고의 시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是謂道紀(시위도기) : 이를 일컬어 <도의 실마리>라 한다

 

 

15.
古之善爲士者(고지선위사자) :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微妙玄通(미묘현통) : 미묘현통하여
深不可識(심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夫唯不可識(부유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니
故强爲之容(고강위지용) : 드러난 모습을 가지고 억지로 형용을 하라 한다면
豫焉若冬涉川(예언약동섭천) : 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猶兮若畏四隣(유혜약외사린) : 사방의 이웃을 대하듯 주춤거리고
儼兮其若容(엄혜기약용) : 손님처러 어려워하고
渙兮若氷之將釋(환혜약빙지장석) : 녹으려는 얼름처럼 맺힘이 없고
敦兮其若樸(돈혜기약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소박하고
曠兮其若谷(광혜기약곡) : 계곡처럼 트이고
混兮其若濁(혼혜기약탁) : 흙탕물처럼 탁하다
孰能濁以靜之徐淸(숙능탁이정지서청) : 누가 탁한 것을 고요히 하여 점점 맑아지게 할 수 있을까
孰能安以久動之徐生(숙능안이구동지서생) : 누가 능히 가만히 있던 것을 움직여 점점 생동하게 할 수

있을까
保此道者(보차도자) : 도를 체득한 사람은
不欲盈(불욕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夫唯不盈(부유불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 :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16.
致虛極(치허극) : 완전한 비움에 이르게 하고
守靜篤(수정독) : 참된 고요함을 지키라
萬物竝作(만물병작) : 온갖 것 어울려 생겨날 때
吾以觀復(오이관복) : 나는 그들의 되돌아감을 눈여겨 본다
夫物芸芸(부물운운) : 온갖 것 무성하게 뻗어 가나
各復歸其根(각복귀기근) : 결국 모두 그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
歸根曰靜(귀근왈정) : 그 뿌리로 돌아감은 고요함을 찾음이다
是謂復命(시위복명) : 이를 일러 제 명을 찾아감이라 한다
復命曰常(복명왈상) : 제 명을 찾아감이 영원한 것이다
知常曰明(지상왈명) : 영원한 것을 아는 것이 밝아짐이다
不知常(불지상) :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하면
妄作凶(망작흉) : 미망으로 재난을 당한다
知常容(지상용) : 영원한 것을 알면 너그러워진다
容乃公(용내공) :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公乃王(공내왕) : 공평해지면 왕같이 된다
王乃天(왕내천) : 왕같이 되면 하늘같이 된다
天乃道(천내도) : 하늘같이 되면 도같이 된다
道乃久(도내구) : 도같이 되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沒身不殆(몰신불태) : 몸이 다하는 날까지 두려울 것이 없다

 

 

17.
太上不知有之(태상부지유지) :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其次親而譽之(기차친이예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其次畏之(기차외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其次侮之(기차모지) :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信不足焉(신불족언) :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
有不信焉(유불신언) :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된다
悠兮其貴言(유혜기귀언) :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낀다
功成事遂(공성사수) :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百姓皆謂我自然(백성개위아자연) :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다>고

 

 

18.
大道廢(대도폐) : 대도가 폐하면
有仁義(유인의) : 인이니 의니 하는 것이 나서고
慧智出(혜지출) : 지략이니 지모니 하는 것이 설치면
有大僞(유대위) : 엄청안 위선이 만연하게 된다
六親不和(륙친불화) : 가족 관계가 조화롭지 못하면
有孝慈(유효자) : 효니 자니 하는 것이 나서고
國家昏亂(국가혼란) :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有忠臣(유충신) : 충신이 생겨난다

 

 

19.
絶聖棄智(절성기지) : 성스런 체함을 그만두고 아는 체함을 버리면
民利百倍(민리백배) : 사람에게 이로움이 백 배나 더할 것이다
絶仁棄義(절인기의) : 인을 그만두고 의를 버리면
民復孝慈(민복효자) : 사람이 효성과 자애를 회복할 것이다
絶巧棄利(절교기리) : 재간 부리기를 그만두고 이익보려는 마음을 버리면
盜賊無有(도적무유) : 도둑이 없어질 것이다
此三者以爲文不足(차삼자이위문불족) : 이 세 가지는 문명을 위하는 일이지만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故令有所屬(고령유소속) : 그러므로 뭔가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見素抱樸(견소포박) : 물들이지 않은 명주의 순박한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는 것
少私寡欲(소사과욕) : <나>중심의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20.
絶學無憂(절학무우) : 배우는 일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
唯之與阿(유지여아) :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의
相去幾何(상거기하) :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善之與惡(선지여악) : 선하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의
相去若何(상거약하) :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人之所畏(인지소외) :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不可不畏(불가불외) : 나도 두려워해야 하는가
荒兮其未央哉(황혜기미앙재) : 얼마나 허황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인가
衆人熙熙(중인희희) : 딴 사람 즐거워하기를
如享太牢(여향태뢰) : 모두 소 잡아 제사 지내는 것처럼 하고
如春登臺(여춘등대) : 봄철 망두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는데
我獨泊兮其未兆(아독박혜기미조) : 나 홀로 멍청하여 무슨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如嬰兒之未孩(여영아지미해) : 아직 웃을 줄도 모르는 갓난아이 같기만 한다
儽儽兮若無所歸(래래혜약무소귀) : 지친 몸이나 돌아갈 곳 없는 사람과 같다
衆人皆有餘(중인개유여) : 세상 사람들 모두 여유 있어 보이는데
而我獨若遺(이아독약유) : 나 홀로 빈털터리 같습니다
我愚人之心也哉(아우인지심야재) : 내 마음 바보의 마음인가
沌沌兮(돈돈혜) : 흐리멍텅하기만 한다
俗人昭昭(속인소소) : 세상 사람들 모두 총명한데
我獨昏昏(아독혼혼) : 나 홀로 아리송하고
俗人察察(속인찰찰) : 세상 사람들 모두 똑똑한데
我獨悶悶(아독민민) : 나 홀로 맹맹하다
澹兮其若海(담혜기약해) : 바다처럼 잠잠하고
飂兮若無止(료혜약무지) : 쉬지 않는 바람 같다
衆人皆有以(중인개유이) : 사람들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而我獨頑似鄙(이아독완사비) : 나 홀로 고집스럽고 촌스럽게 보인다
我獨異於人(아독이어인) : 나 홀로 뭇사람과 다른 것은
而貴食母(이귀식모) : 나 홀로 어머니 젖먹을을 귀히 여기는 것이다

 

 

21.
孔德之容(공덕지용) : 위대한 덕의 모습은
惟道是從(유도시종) : 오로지 도를 따르는 데서 나온다
道之爲物(도지위물) : 도라고 하는 것은
惟恍惟惚(유황유홀) : 황홀할 뿐이다
惚兮恍兮(홀혜황혜) : 황홀하기 그지 없지만
其中有象(기중유상) : 그 안에 형상이 있다
恍兮惚兮(황혜홀혜) : 황홀하기 그지 없지만
其中有物(기중유물) : 그 안에 질료가 있다
窈兮冥兮(요혜명혜) : 그윽하고 어둡지만
其中有精(기중유정) : 그 안에 알맹이가 있다
其精甚眞(기정심진) : 알맹이는 지극히 참된 것으로서
其中有信(기중유신) : 그 안에는 미쁨이 있다
自古及今(자고급금) : 예부터 이제까지
其名不去(기명불거) : 그 이름 없은 적이 없다
以閱衆甫(이열중보) : 그 이름으로 우리는 만물의 시원을 볼 수 있다
吾何以知衆甫之狀哉(오하이지중보지상재) : 내가 무엇으로 만물의 시원이 이러함을 알 수 있었겠는가
以此(이차) : 바로 이 때문이다

 

 

22.
曲則全(곡즉전) : 휘면 온전할 수 있고
枉則直(왕즉직) : 굽으면 곧아질 수 있고
窪則盈(와즉영) : 움푹 파이면 채워지게 되고
幣則新(폐즉신) : 헐리면 새로워지고
少則得(소즉득) : 적으면 얻게 되고
多則惑(다즉혹) : 많으면 미혹을 당하게 된다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시이성인포일위천하식) :

그러므로 성인은 <하나>를 품고 세상의 본보기가 된다
不自見故明(불자견고명) :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
不自是故彰(불자시고창) :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고
不自伐故有功(불자벌고유공) :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고
不自矜故長(불자긍고장) :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간다
夫唯不爭(부유불쟁) : 겨루지 않기에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 :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한다
古之所謂曲則全者(고지소위곡즉전자) : 옛말에 이르기를, 휘면 온전할 수 있다고 한 것이
豈虛言哉(개허언재) : 어찌 빈말이겠는가
誠全而歸之(성전이귀지) : 진실로 온전함을 보존하여 돌아가시오

 

 

23.
希言自然(희언자연) :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故飄風不終朝(고표풍불종조) : 회오리 바람도 아침 내내 볼 수 없고
驟雨不終日(취우불종일) : 소낙비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孰爲此者(숙위차자) : 누가 하는 일인가
天地(천지) : 하늘과 땅이다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 하늘과 땅도 이처럼 이런 일을 오래 할수 없는데
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 하물며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故從事於道者(고종사어도자) : 그러므로 도에서 일을 따르는 사람은
道者同於道(도자동어도) : 도는 도에서 하나가 되고
德者同於德(덕자동어덕) : 덕은 덕에서 하나가 된다
失者同於失(실자동어실) : 잃음을 따르는 사람은 잃음과 하나가 됩니다
同於道者(동어도자) : 도와 하나된 사람
道亦樂得之(도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하고
同於德者(동어덕자) : 덕과 하나된 사람
德亦樂得之(덕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하고
同於失者(동어실자) : 잃음에서 하나된 사람
失亦樂得之(실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할 것이다
信不足焉有不信焉(신불족언유불신언) : 신의가 모자라면 불신이 따르게 마련이다

 

 

24.
企者不立(기자불립) : 발끝으로 서는 사람은 단단히 설 수 있고
跨者不行(과자불행) : 다리를 너무 벌리는 사람은 걸을 수 없다
自見者不明(자견자불명) :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사람은 밝게 빛날 수 없고
自是者不彰(자시자불창) : 스스로 의롭다 하는 사람은 돋보일 수 없고
自伐者無功(자벌자무공) :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自矜者不長(자긍자불장) :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오래갈 수 없다
其在道也(기재도야) : 도의 입장에서 보면
曰餘食贅行(왈여식췌행) : 이런 일은 밥찌꺼지 군더더기 같은 행동으로
物或惡之(물혹악지) :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다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 그러므로 도의 사람은 이런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25.
有物混成(유물혼성) : 분화되지 않은 완전한 무엇
先天地生(선천지생) :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다
寂兮寥兮(적혜요혜) :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고
獨立不改(독립불개) : 무엇에 의존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周行而不殆(주행이불태) : 두루 편만하여 계속 움직이나 없어질 위험이 없다
可以爲天下母(가이위천하모) : 가히 세상의 어머니라 하겠다
吾不知其名(오불지기명) : 나는 그 이름을 모른다
字之曰道(자지왈도) : 그저 <도>라 불러 본다
强爲之名曰大(강위지명왈대) : 구태여 명명하라 한다면 <크다>고 하겠다
大曰逝(대왈서) : 크다고 하는 것은 끝없이 뻗어 간다는 것
逝曰遠(서왈원) : 끝없이 뻗어 간다는 것은 멀리 멀리 나가는 것
遠曰反(원왈반) : 멀리 멀리 간다는 것은 되돌아가는 것이다
故道大(고도대) : 그러므로 도도 크고
天大(천대) : 하늘도 크고
地大(지대) : 땅도 크고
王亦大(왕역대) : 임금도 크다
域中有四大(역중유사대) :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而王居其一焉(이왕거기일언) : 사람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人法地(인법지) : 사람은 땅을 본받고
地法天(지법천) : 땅은 하늘을 본받고
天法道(천법도) : 하늘은 도를 본받고
道法自然(도법자연) :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26.
重爲輕根(중위경근) :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이다
靜爲躁君(정위조군) : 조용한 것은 조급한 것의 주인이다
是以聖人終日行(시이성인종일행) : 그러므로 성인은 하루 종일 다닐지라도
不離輜重(불리치중) : 짐수레를 떠나지 않는다
雖有榮觀(수유영관) : 화려한 경관이 있을지라도
燕處超然(연처초연) : 의연하고 초연할 뿐이다
柰何萬乘之主(내하만승지주) : 만 대의 전차를 가진 나라의 임금이
而以身輕天下(이이신경천하) : 어찌 세상에서 가볍게 처신할 수 있겠는가
輕則失本(경즉실본) : 가볍게 처신하면 그 근본을 잃게 되고
躁則失君(조즉실군) : 조급하게 행동하면 임금의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27.
善行無轍迹(선행무철적) : 정말로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달린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善言無瑕謫(선언무하적) : 정말로 잘하는 말에는 흠이나 티가 없다
善數不用籌策(선수불용주책) : 정말로 계산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계산기가 필요없다
善閉無關楗而不可開(선폐무관건이불가개) : 정말로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리지 않는다
善結無繩約而不可解(선결무승약이불가해) : 정말로 잘 맺어진 매듭은 졸라매지 않아도 풀리지 않는다
是以聖人常善求人(시이성인상선구인) : 그러므로 성인은 언제나 사람을 잘 도와 주고
故無棄人(고무기인) :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
常善救物(상선구물) : 물걸을 잘 아끼고
故無棄物(고무기물) :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是謂襲明(시위습명) : 이를 일러 밝음을 터득함이라 한다
故善人者(고선인자) : 그러므로 선한 사람은
不善人之師(불선인지사) : 선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요
不善人者(불선인자) : 선하지 못한 사람은
善人之資(선인지자) : 선한 사람의 감이다
不貴其師(불귀기사) : 스승을 귀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不愛其資(불애기자) : 감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雖智大迷(수지대미) : 비록 지혜롭다 자처하더라도 크게 미혹된 상태이다
是謂要妙(시위요묘) : 이것이 바로 기막힌 신비이다

 

 

28.
知其雄(지기웅) : 남성다움을 알면서
守其雌(수기자) : 여성다움을 유지하라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의 협곡이 될 것이다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의 협곡이 되면
常德不離(상덕불리) : 영원한 덕에서 떠나지 않고
復歸於嬰兒(복귀어영아) : 갓난아기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知其白(지기백) : 흰 것을 알면서
守其黑(수기흑) : 검은 것을 유지하라
爲天下式(위천하식) : 세상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式(위천하식) : 세상의 본보기가 되면
常德不忒(상덕불특) : 영원한 덕에서 어긋나지 않고
復歸於無極(복귀어무극) : 무극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知其榮(지기영) : 영광을 알면서
守其辱(수기욕) : 오욕을 유지하라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되면
常德乃足(상덕내족) : 영원한 덕이 풍족하게 되고
復歸於樸(복귀어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樸散則爲器(박산즉위기) : 다듬지 않은 통나무를 쪼개면 그룻이 된다
聖人用之(성인용지) : 성인은 이를 사용하여
則爲官長(즉위관장) : 지도자가 된다
故大制不割(고대제불할) : 정말로 훌륭한 지도자는 자르는 일을 하지 않는다

 

 

29.
將欲取天下而爲之(장욕취천하이위지) : 세상을 휘어잡고 그것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吾見其不得已(오견기불득이) : 내가 보건대 필경 성공하지 못하고 만다
天下神器(천하신기) : 세상은 신령한 기물
不可爲也(불가위야)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할 수 없다
爲者敗之(위자패지)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하는 사람 그것을 망치고
執者失之(집자실지) : 그것을 휘어잡으려는 사람 그것을 잃고 말 것이다
故物或行或隨(고물혹행혹수) : 그러므로 만사는 다양해서 앞서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도 있고
或歔或吹(혹허혹취) : 숨을 천천히 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빨리 쉬는 것도 있고
或强或羸(혹강혹리) :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도 있고
或挫或隳(혹좌혹휴) : 꺾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것도 있다
是以聖人(시이성인) : 따라서 성인은
去甚去奢去泰(거심거사거태) : 너무함, 지나침, 극단 등을 피한다

 

 

30.
以道佐人主者(이도좌인주자) :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 : 무력을 써서 세상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其事好還(기사호환) : 무력을 쓰면 반드시 그 대가가 돌아오게 마련이어서
師之所處(사지소처) : 군사가 주둔하던 곳엔
荊棘生焉(형극생언) : 가시엉겅퀴가 자라나고
大軍之後(대군지후) : 큰 전쟁 뒤에는
必有凶年(필유흉년) : 반드시 흉년이 따르게 된다
善有果而已(선유과이이) :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不敢以取强(불감이취강) : 감히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果而勿矜(과이물긍) : 목적을 이뤘으되 자랑하지 않고
果而勿伐(과이물벌) : 목적을 이뤘으되 뽐내지 않고
果而勿驕(과이물교) : 목적을 이뤘으되 교만하지 않는다
果而不得已(과이불득이) : 목적을 이뤘으나 할 수 없어서 한 일
果而勿强(과이물강) : 목적을 이뤘으되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物壯則老(물장즉로) : 무엇이나 기운이 지나치면 쇠하게 마련
是謂不道(시위불도) : 도가 아닌 까닭이다
不道早已(불도조이) : 도가 아닌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끝장이 난다

 

 

31.
夫佳兵者(부가병자) : 훌륭하다는 무기는
不祥之器(불상지기) : 상서롭지 못한 물건
物或惡之(물혹악지) : 사람이 모두 싫어한다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 그러므로 도의 사람은 이런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君子居則貴左(군자거즉귀좌) : 군자가 평소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用兵則貴右(용병즉귀우) : 용병 때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
兵者不祥之器(병자불상지기) :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
非君子之器(비군자지기) : 군자가 쓸 것이 못 된다
不得已而用之(불득이이용지) : 할 수 없이 써야 할 경우
恬淡爲上(념담위상) : 조용함과 담담함을 으뜸으로 여기고
勝而不美(승이불미) : 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화하지 않는다
而美之者(이미지자) : 이를 미화한다는 것은
是樂殺人(시락살인) : 살인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夫樂殺人者(부락살인자) : 살인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則不可得志於天下矣(즉불가득지어천하의) : 세상에서 큰 뜻을 펼 수 없다
吉事尙左(길사상좌) : 길한 일이 있을 때는 왼쪽을 높이고
凶事尙右(흉사상우) : 흉한 일이 있을 때는 오른쪽을 높인다
偏將軍居左(편장군거좌) : 둘째로 높은 장군은 왼쪽에 위치하고
上將軍居右(상장군거우) : 제일 높은 장군은 오른쪽에 위치한다
言以喪禮處之(언이상례처지) : 이는 상례로 처리하는 까닭이다
殺人之衆(살인지중) : 많은 사람을 살상하였으면
以哀悲泣之(이애비읍지) : 이를 애도하는 것
戰勝以喪禮處之(전승이상례처지) :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를 상례로 처리해야 한다

 

 

32.
道常無名(도상무명) : <도>는 영원한 실재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엇인데
樸雖小(박수소)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天下莫能臣也(천하막능신야) : 이를 다스릴 자 세상에 없다
侯王若能守之(후왕약능수지) :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킬 줄 알면
萬物將自賓(만물장자빈) : 모든 것이 저절로 순복할 것이요
天地相合(천지상합) : 하늘과 땅이 서로 합하여
以降甘露(이강감로) : 감로를 내릴 것이요
民莫之令而自均(민막지령이자균) :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이 스스로 고르게 될 것이다
始制有名(시제유명) : 다듬지 않은 통나무가 마름질을 당하면
名亦旣有(명역기유) : 이름이 생깁니다
夫亦將知止(부역장지지) : 이름이 생기면 멀출 줄도 알아야 한다
知止可以不殆(지지가이불태) :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는다
譬道之在天下(비도지재천하) : 이를테면 세상이 도로 돌아감은
猶川谷之於江海(유천곡지어강해) : 마치 개천과 계곡의 물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듦과 같다

 

 

33.
知人者智(지인자지) : 남을 아는 것이 지혜라면
自知者明(자지자명) :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이다
勝人者有力(승인자유력) : 남을 이김이 힘있음이라면
自勝者强(자승자강) : 자기를 이김은 정말로 강함이다
知足者富(지족자부) : 족하기를 아는 것이 부함이다
强行者有志(강행자유지) : 강행하는 것이 뜻있음이다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 : 제자리를 잃지 않음이 영원이다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 죽으나 멸망하지 않는 것이 수를 누리는 것이다

 

 

34.
大道氾兮(대도범혜) : 큰 도가 넘쳐 있음이여
其可左右(기가좌우) : 이쪽 저쪽 어디에나
萬物恃之而生而不辭(만물시지이생이불사) : 온갖 것이 이에 의지하고 살아 가더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功成不名有(공성불명유) : 일을 이루고도 자기 이름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衣養萬物而不爲主(의양만물이불위주) : 온갖 것 옷입히고 먹이나 그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는다
常無欲(상무욕) : 언제나 욕심이 없으니
可名於小(가명어소) : 이름하여 <작음>이라 하겠다
萬物歸焉(만물귀언) : 온갖 것 다 모여드나
而不爲主(이불위주) :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으니
可名爲大(가명위대) : 이름하여 <큼>이라 하겠다
以其終不自爲大(이기종불자위대) : 그러므로 성인은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지 않는다
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 : 그러기에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35.
執大象(집대상) : 위대한 형상을 굳게 잡으십시오
天下往(천하왕) : 세상이 모두 그대에게 모여들 것이다
往而不害(왕이불해) : 그대에게 모여들어 해받음이 없을 것이다
安平太(안평태) : 오직 안온함과 평온함과 평화만이 깃들 것이다
樂與餌(락여이) : 음악이나 별미로는
過客止(과객지) : 지나는 사람 잠시 머물게 할 수 있으나
道之出口(도지출구) : 도에 대한 말은
淡乎其無味(담호기무미) : 담박하여 별맛이 없다
視之不足見(시지불족견) : 도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聽之不足聞(청지불족문) :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用之不足旣(용지불족기) : 써도 다함이 없다

 

 

36.
將欲歙之(장욕흡지) : 오므리려면
必固張之(필고장지) : 일단 펴야 한다
將欲弱之(장욕약지) : 약하게 하려면
必固强之(필고강지) : 일단 강하게 해야 한다
將欲廢之(장욕폐지) : 폐하게 하려면
必固興之(필고흥지) : 일단 흥하게 해야 한다
將欲奪之(장욕탈지) : 빼앗으려면
必固與之(필고여지) : 일단 줘야 한다
是謂微明(시위미명) : 이것을 일러 <미묘한 밝음>이라 한다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 :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깁니다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 : 물고기가 연못에서 나와서는 안됨같이
國之利器(국지리기) : 나라의 날카로운 무기도
不可以示人(불가이시인) :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37.
道常無爲而無不爲(도상무위이무불위) : 도는 언제든지 억지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 된 것이 없다
侯王若能守之(후왕약능수지) :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키면
萬物將自化(만물장자화) : 온갖 것 저절로 달라집니다
化而欲作(화이욕작) : 저절로 달라지는데도 무슨 일을 하려는 욕심이 생기면
吾將鎭之以無名之樸(오장진지이무명지박) : 이름없는 통나무로 이를 누른다
無名之樸(무명지박) : 이름없는 통나무로
夫亦將無欲(부역장무욕) : 욕심을 없애노니
不欲以靜(불욕이정) : 욕심이 없으면 고요가 찾아들고
天下將自定(천하장자정) : 온누리에 평화가 깃들 것이다

 

 

38.
上德不德(상덕불덕) : 훌륭한 덕의 사람은 자기의 덕을 의식하지 않는다
是以有德(시이유덕) : 그러기에 정말로 덕이 있는 사람이다
下德不失德(하덕불실덕) : 훌륭하지 못한 덕의 사람은 자기의 덕을 의식한다
是以無德(시이무덕) : 그러기에 정말로 덕이 없는 사람이다
上德無爲而無以爲(상덕무위이무이위) : 훌륭한 덕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지 않으니

억지로 일을 할 까닭이 없다
下德爲之而有以爲(하덕위지이유이위) : 훌륭하지 못한 덕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나니

억지로 일을 할 까닭이 많다
上仁爲之而有以爲(상인위지이유이위) : 훌륭한 인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나니

억지로 일을 할 까닭이 있다
上義爲之而有以爲(상의위지이유이위) : 훌륭한 의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나니

억지로 일을 할 까닭이 많다
上禮爲之而莫之應(상례위지이막지응) : 훌륭한 예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나니

그러나 아무도 응하지 않기에
則攘臂而扔之(즉양비이잉지) : 소매를 걷고 남에게 강요한다
故失道而後德(고실도이후덕) : 도가 없어지면 덕이 나타나고
失德而後仁(실덕이후인) : 덕이 없어지면 인이 나타나고
失仁而後義(실인이후의) : 인이 없어지면 의가 나타나고
失義而後禮(실의이후례) : 의가 없어지면 예가 나타난다
夫禮者(부례자) : 예는
忠信之薄(충신지박) : 충성과 신의의 얄팍한 껍질이며
而亂之首(이란지수) : 혼란의 시작이다
前識者(전식자) : 앞을 내다보는 것은
道之華(도지화) : 도의 꽃이며
而愚之始(이우지시) : 어리석음의 시작이다
是以大丈夫處其厚(시이대장부처기후) : 그러므로 성숙한 사람은 두꺼운 데 머무르고
不居其薄(불거기박) : 얄팍한 데 거하지 않는다
處其實(처기실) : 열매에 머무르고
不居其華(불거기화) : 꽃에 거하지 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 후자는 버리고 전자를 택한다

 

 

39.
昔之得一者(석지득일자) : 예부터 <하나>를 얻은 것들이 있다
天得一以淸(천득일이청) :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고
地得一以寧(지득일이녕) :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하고
神得一以靈(신득일이령) : 신은 하나를 얻어 영묘하고
谷得一以盈(곡득일이영) : 골짜기는 하나를 얻어 가득하고
萬物得一以生(만물득일이생) : 온갖 것 하나를 얻어 자라나고
侯王得一以爲天下貞(후왕득일이위천하정) : 왕과 제후는 하나를 얻어 세상의 어른이 되고
其致之(기치지) : 이 모두가 하나의 덕이다
天無以淸(천무이청) : 하늘은 그것을 맑게 하는 것 없으면
將恐裂(장공렬) : 갈라질 것이고
地無以寧(지무이녕) : 땅은 그것을 편안하게 하는 것 없으면
將恐發(장공발) : 흔들릴 것이고
神無以靈(신무이령) : 신은 그것을 영묘하게 하는 것 없으면
將恐歇(장공헐) : 시들 것이고
谷無以盈(곡무이영) : 골짜기는 그것을 가득하게 하는 것 없으면
將恐竭(장공갈) : 마를 것이고
萬物無以生(만물무이생) : 온갖 것 그것을 자라게 하는 것 없으면
將恐滅(장공멸) : 없어져 버릴 것이고
侯王無以貴高(후왕무이귀고) : 왕과 제후는 그들을 어른되게 하는 것 없으면
將恐蹶(장공궐) : 넘어질 것이다
故貴以賤爲本(고귀이천위본) : 그러므로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高以下爲基(고이하위기) :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한다
是以後王自謂孤(시이후왕자위고) : 이런 까닭으로 왕과 제후는 스스로를 <고아 같은 사람>,
寡不穀(과불곡) : <짝잃은 사람>, <보잘 것없는 사람'이라 부른다
此非以賤爲本邪非乎(차비이천위본사비호) : 이것이 바로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 아니겠는가
故致數輿無輿(고치수여무여) : 지극히 영예로운 것은 영예로움이 아니다
不欲琭琭如玉(불욕록록여옥) : 구슬처럼 영롱한 소리를 내려 하지 말고
珞珞如石(락락여석) : 돌처럼 담담한 소리를 내시오

 

 

40.
反者道之動(반자도지동) : 되돌아 감이 도의 움직임이다
弱者道之用(약자도지용) : 약함이 도의 쓰임이다
天下萬物生於有(천하만물생어유) : 온 세상 모든 것은 <있음>에서 생겨나고
有生於無(유생어무) :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났다

 

 

41.
上士聞道(상사문도) : �어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勤而行之(근이행지) : 힘써 행하려 하고
中士聞道(중사문도) : 어중간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若存若亡(약존약망) : 이런가 저런가 망설이고
下士聞道(하사문도) : 못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大笑之(대소지) : 크게 웃습니다
不笑不足以爲道(불소불족이위도) :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가 없다
故建言有之(고건언유지) : 그러므로 예부터 내려오는 말에 이르기를
明道若昧(명도약매) : <밝은 도는 어두운 것같아 보이고
進道若退(진도약퇴) : 앞으로 나아가는 도는 뒤로 물러가는 것같아 보이고
夷道若纇(이도약뢰) : 평탄한 도는 울퉁불퉁한 것같이 보이고
上德若谷(상덕약곡) : 제일 가는 덕은 골짜기같이 보이고
大白若辱(대백약욕) : 희디흰 것은 더러운 것같이 보이고
廣德若不足(광덕약불족) : 넓은 덕은 모자라는 것같이 보이고
建德若偸(건덕약투) : 굳은 덕은 보잘 것 없는 것같이 보이고
質眞若渝(질진약투) : 참된 실재는 변하는 것같이 보이고
大方無隅(대방무우) : 큰 모퉁이에는 모퉁이가 없고
大器晩成(대기만성) : 큰 그릇은 더디 이루어지고
大音希聲(대음희성) : 큰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大象無形(대상무형) : 큰 모양에는 형체가 없다<고 했다
道隱無名(도은무명) : 도는 숨어 있어서 이름도 없는 것
夫唯道(부유도) : 그러나 도만이
善貸且成(선대차성) : 온갖 것을 훌륭히 가꾸고 완성시켜 준다

 

 

42.
道生一(도생일) : 도가 <하나>를 낳고
一生二(일생이) : <하나>가 <둘>을 낳고
二生三(이생삼) : <둘>이 <셋>을 낳고
三生萬物(삼생만물) : <셋>이 만물을 낳는다
萬物負陰而抱陽(만물부음이포양) : 만물은 <음>을 등에 업고 <양>을 가슴에 안았다
沖氣以爲和(충기이위화) : <기>가 서로 합하여 조화를 이룬다
人之所惡(인지소악) :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唯孤寡不穀(유고과불곡) : <고아 같은 사람>, <짝잃은 사람>,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而王公以爲稱(이왕공이위칭) : 이것은 임금이나 공작이 자기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故物或損之而益(고물혹손지이익) : 그러므로 잃음으로 얻기도 하고
或益之而損(혹익지이손) : 얻음으로 잃는 일도 있다
人之所敎(인지소교) :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
我亦敎之(아역교지) : 나도 가르친다
强梁者不得其死(강량자불득기사) : 강포한 자 제명에 죽지 못한다고 한다
吾將以爲敎父(오장이위교부) : 나도 이것을 나의 가르침의 으뜸으로 살으려 한다

 

 

43.
天下之至柔(천하지지유) : 세상에서 그지없이 부드러운 것이
馳騁天下之至堅(치빙천하지지견) : 세상에서 더할 수 없이 단단한 것을 이겨 낸다
無有入無間(무유입무간) : <없음>만이 틈이 없는 곳에도 들어갈 수가 있다
吾是以知無爲之有益(오시이지무위지유익) : 그러기에 나는 <억지로 하지 않음>의 유익을 안다
不言之敎(불언지교) : 말없는 가르침,
無爲之益(무위지익) : 무위의 유익에
天下希及之(천하희급지) : 미칠 만한 것이 세상에 드물다

 

 

44.
名與身孰親(명여신숙친) : 명성과 내 몸 어느 것이 더 귀한가
身與貨孰多(신여화숙다) : 내 몸과 재산 어느 것이 더 중한가
得與亡孰病(득여망숙병) : 얻음과 잃음 어느 것이 더 큰 관심거리인가
是故甚愛必大費(시고심애필대비) : 그러므로 무엇이나 지나치게 좋아하면 그만큼 낭비가 크고
多藏必厚亡(다장필후망) : 너무 많이 쌓아 두면 그만큼 크게 잃게 된다
知足不辱(지족불욕) :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知止不殆(지지불태) : 적당할 때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는다
可以長久(가이장구) : 그리하여 영원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45.
大成若缺(대성약결) :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모자란 듯하다
其用不弊(기용불폐) : 그러나 그 쓰임에는 다함이 없다
大盈若沖(대영약충) : 완전히 가득 찬 것은 빈 듯하다
其用不窮(기용불궁) : 그러나 그 쓰임에는 끝이 없다
大直若屈(대직약굴) : 완전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다
大巧若拙(대교약졸) : 완전한 솜씨는 서툴게 보인다
大辯若訥(대변약눌) : 완전한 웅변은 눌변으로 보인다
躁勝寒(조승한) : 조급함은 추위을 이기고
靜勝熱(정승열) : 고요함은 더움을 이긴다
淸靜爲天下正(청정위천하정) : 말고 고요함 이것이 세상의 표준이다

 

 

46.
天下有道(천하유도) : 세상의 도를 따르면
却走馬以糞(각주마이분) : 달리는 말이 그 거름으로 땅을 비옥하게 한다
天下無道(천하무도) : 세상이 도를 져버리면
戎馬生於郊(융마생어교) : 전쟁에 끌려간 말이 성 밖에서 새끼을 치게 된다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불지족) : 화로 말하면 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咎莫大於欲得(구막대어욕득) : 허물로 치면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다
故知足之足常足矣(고지족지족상족의) : 그러므로 족한 줄 아는 데서 얻는 만족감만이

영원한 만족감이다

 

 

47.
不出戶(불출호) :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知天下(지천하) : 천하를 다 알고
不闚牖(불규유) : 창으로 내다보지 않고도
見天道(견천도) : 하늘의 도를 볼 수 있다
其出彌遠(기출미원) :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其知彌少(기지미소) : 그만큼 덜 알게 된다
是以聖人不行而知(시이성인불행이지) : 그러므로 성인은 돌아다니지 않고도 알고
不見而名(불견이명) : 보지 않고도 훤하고
不爲而成(불위이성) : 억지로 하는 일 없이도 모든 것을 이룬다

 

 

48.
爲學日益(위학일익) :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 가는 길
爲道日損(위도일손) :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길
損之又損(손지우손) : 없애고 또 없애
以至於無爲(이지어무위) : 억지로 함이 없는 지경에 다다르라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 억지로함이 없는 지경에 이르면 되지 않는 일이 없다
取天下(취천하) :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常以無事(상이무사) : 억지로 일 꾸미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及其有事(급기유사) : 아직도 억지 일을 꾸미면
不足以取天下(불족이취천하) : 세상을 다스리기엔 충분하지 못하다

 

 

49.
聖人無常心(성인무상심) : 성인들에겐 고정된 마음이 없다
以百姓心爲心(이백성심위심) : 백성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습니다
善者吾善之(선자오선지) : 선한 사람에게 나도 선으로 대하지만
不善者吾亦善之(불선자오역선지) : 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선으로 대한다
德善(덕선) : 그리하여 선이 이루어집니다
信者吾信之(신자오신지) : 신의 있는 사람에게 나도 신의로 대하지만
不信者吾亦信之(불신자오역신지) : 신의 없는 사람에게도 신의로 대한다
德信(덕신) : 그리하여 신의가 이루어진다
聖人在天下歙歙焉(성인재천하흡흡언) : 성인은 세상에 임할 때 모든 것을 포용하고
爲天下渾其心(위천하혼기심) : 그의 마음에는 일체의 분별심이 없다
聖人皆孩之(성인개해지) : 성인은 그들을 모두 아이처럼 되게 한다

 

 

50.
出生入死(출생입사) : 태어남을 삶이라 하고 들어감을 죽음이라 한다면
生之徒十有三(생지도십유삼) : 삶의 길을 택하는 사람이 십분의 삼 정도요
死之徒十有三(사지도십유삼) : 죽음의 길을 택하는 사람이 십분의 삼 정도요
人之生(인지생) : 태어나서
動之死地(동지사지) : 죽음의 자리로 가는 사람도
亦十有三(역십유삼) : 십분의 삼 정도이다
夫何故(부하고) : 왜 그러합니까
以其生生之厚(이기생생지후) : 모두 삶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蓋聞善攝生者(개문선섭생자) : 듣건대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陸行不遇虎兕(륙행불우호시) : 육지에서 외뿔난 들소나 범을 만나지 않고
入軍不被甲兵(입군불피갑병) : 전쟁터에서 무기의 상해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無所投其角(무소투기각) : 들소는 그 뿔로 받을 곳이 없고
虎無所措其爪(호무소조기조) : 범은 그 발톱으로 할퀼 곳이 없고
兵無所容其刃(병무소용기인) : 무기는 그 칼날로 파고들 곳이 없다고 한다
夫何故(부하고) : 왜 그러합니까
以其無死地(이기무사지) : 그에게는 죽음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51.
道生之(도생지) : 도는 모든 것을 낳고
德畜之(덕축지) : 덕은 모든 것을 낳고 기르고
物形之(물형지) : 물는 모든 것을 낳고 꼴지우고
勢成之(세성지) : 세는 모든 것을 낳고 완성시킨다
是以萬物莫不存道而貴德(시이만물막불존도이귀덕) : 그러기에 모든 것은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道之尊(도지존) : 도를 존중하고
德之貴(덕지귀) :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夫莫之命而常自然(부막지명이상자연) : 명령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故道生之(고도생지) : 그러므로 도가 모든 것을 낳고
德畜之(덕축지) : 덕이 모든 것을 기르고
長之(장지) : 자라게 하고
育之(육지) : 양육하고
亭之(정지) : 감싸주고
毒之(독지) : 실하게 하고
養之(양지) : 먹여주고
覆之(복지) : 덮어줍니다
生而不有(생이불유) : 낳으나 가지려 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불시) :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불재) : 기르나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是謂元德(시위원덕) : 이를 일컬어 그윽한 덕이라 한다

 

 

52.
天下有始(천하유시) : 세상 만사에는 시작이 있는데
以爲天下母(이위천하모) : 그것은 세상의 어머니이다
旣得其母(기득기모) : 어머니를 알면
以知其子(이지기자) : 그 자식을 알 수 있고
旣知其子(기지기자) : 그 자식을 알고
復守其母(복수기모) : 그 어머니를 받들면
沒身不殆(몰신불태) : 몸이 다하는 날까지 위태로울 것이 없다
塞其兌(새기태) : 입을 다물어라
閉其門(폐기문) : 문을 꽉 닫으라
終身不勤(종신불근) : 평생토록 애쓰는 일이 없을 것이다
開其兌(개기태) : 입을 열어라
濟其事(제기사) : 일을 벌려 놓아라
終身不救(종신불구) : 평생토록 헤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見小曰明(견소왈명) : 작은 것을 보는 것이 밝음이다
守柔曰强(수유왈강) : 부드러움을 받드는 것이 강함이다
用其光(용기광) : 빛을 쓰라
復歸其明(복귀기명) : 그러나 밝음으로 돌아가라
無遺身殃(무유신앙) : 몸을 망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是爲習常(시위습상) : 이것이 영원을 배우는 것이다

 

 

53.
使我介然有知(사아개연유지) : 내개 겨자씨만한 앎이 있다면
行於大道(행어대도) : 대도의 길을 걸으며
唯施是畏(유시시외) : 이에서 벋어날까 두려워하리라
大道甚夷(대도심이) : 대도의 길이 그지없이 평탄하다
而民好徑(이민호경) : 사람들 곁길만 좋아한다
朝甚除(조심제) : 조정은 화려하나
田甚蕪(전심무) :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倉甚虛(창심허) : 곳간이 텅 비었습니다
服文綵(복문채) : 그런데도 한 쪽에서는 비단옷 걸쳐입고
帶利劍(대리검) : 날카로운 칼을 차고
厭飮食(염음식) : 음식에 물릴 지경이 되고
財貨有餘(재화유여) : 계산은 쓰고도 남으니
是謂道夸(시위도과) : 이것이 도둑 아니고 무엇인가
非道也哉(비도야재) : 정말로 도가 아니다

 

 

54.
善建者不拔(선건자불발) : 도에 굳건히 선 사람은 뽑히지 않고
善抱者不脫(선포자불탈) : 도를 확실히 품은 사람은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子孫以祭祀不輟(자손이제사불철) : 그 자손은 대대로 제사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修之於身(수지어신) : 도를 자신에게 실천하면
其德乃眞(기덕내진) : 그 덕이 참될 것이고
修之於家(수지어가) : 가정에서 실천하면
其德乃餘(기덕내여) : 그 덕이 넉넉하게 될 것이고
修之於鄕(수지어향) : 마을에서 실천하면
其德乃長(기덕내장) : 그 덕이 자라날 것이고
修之於國(수지어국) : 나라에서 실천하면
其德乃豊(기덕내풍) : 그 덕이 풍성해질 것이고
修之於天下(수지어천하) : 세상에서 실천하면
其德乃普(기덕내보) : 그 덕이 두루 퍼질 것이다
故以身觀身(고이신관신) : 그러므로 자신으로 자신을 보고
以家觀家(이가관가) : 가정으로 가정을 보고
以鄕觀鄕(이향관향) : 마을로 마을을 보고
以國觀國(이국관국) : 나라로 나라를 보고
以天下觀天下(이천하관천하) : 세상으로 세상을 보시오
吾何以知天下然哉(오하이지천하연재) : 내가 세상이 이러함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以此(이차) : 이를 통해서이다

 

 

55.
含德之厚(함덕지후) : 덕을 두터이 지닌 사람은
比於赤子(비어적자) : 갓난아이와 같다
蜂蠆蛇不螫(봉채사불석) : 독이 있는 벌레나 뱀이 쏘지도 못하고
猛獸不據(맹수불거) : 사나운 짐승이 덤벼들지도 못하고
攫鳥不搏(확조불박) : 무서운 날짐승이 후려치지도 못한다
骨弱筋柔而握固(골약근유이악고) : 그 뼈도 약하고 그 힘줄도 부드러우나 그 잡는 힘은 단단하다
未知牝牡之合而全作(미지빈모지합이전작) : 아직 남녀의 교합을 알지 못하나
精之至也(정지지야) : 음경도 일어서고 정기도 지극하다
終日號而不嗄(종일호이불사) :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다
和之至也(화지지야) : 이것이 완전히 조화이다
知和曰常(지화왈상) : 조화를 아는 것이 영원이다
知常曰明(지상왈명) : 영원을 아는 것이 밝음이다
益生曰祥(익생왈상) : 수명을 더하려 하는 것은 불길한 일이요
心使氣曰强(심사기왈강) : 마음으로 기를 부리려 하는 것은 강포이다
物壯則老(물장즉로) : 무엇이나 기운이 지나치면 쇠하게 마련
謂之不道(위지불도) : 도가 아닌 까닭이다
不道早已(불도조이) : 도가 아닌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끝장이 난다

 

 

56.
知者不言(지자불언) :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언자불지) :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塞其兌(새기태) : 입을 다물고
閉其門(폐기문) : 문을 꽉 닫는다
挫其銳(좌기예) :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解其分(해기분) : 얽힌 것을 풀어주고
和其光(화기광) : 빛을 부드럽게 하고
同其塵(동기진) : 티끌과 하나가 된다
是謂玄同(시위현동) : 이것이 <신비스런 하나됨>이다
故不可得而親(고불가득이친) : 그러므로 도를 터득한 사람은 가까이할 수만도 없고
不可得而疏(불가득이소) : 멀리할 수만도 없다
不可得而利(불가득이리) : 이롭게 할 수도 없고
不可得而害(불가득이해) : 해롭게 할 수도 없다
不可得而貴(불가득이귀) : 귀하게 할 수도 없고
不可得而賤(불가득이천) : 천하게 할 수도 없다
故爲天下貴(고위천하귀) : 그러기에 세상이 이를 귀하게 여긴다

 

 

57.
以正治國(이정치국) :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올바름이 필요한다
以奇用兵(이기용병) : 전쟁에 임할 때는 임기응변이 있어야 한다
以無事取天下(이무사취천하) : 그러나 세상을 얻기 위해서는 <함이 없음>을 실천하라
吾何以知其然哉(오하이지기연재) : 이렇게 해야 할 까닭을 내가 어떻게 알까
以此(이차) : 다음과 같은 사실 때문이다
天下多忌諱(천하다기휘) : 세상에 금하고 가리는 것이 많을수록
而民彌貧(이민미빈) : 사람이 더욱 가난해지고
民多利器(민다리기) : 사람 사이에 날카로운 무기가 많을수록
國家滋昏(국가자혼) : 나라가 더욱 혼미해지고
人多伎巧(인다기교) : 사람 사이에 잔꾀가 많을수록
奇物滋起(기물자기) : 괴상한 물건이 더욱 많아지고
法令滋彰(법령자창) : 법이나 명령이 요란할수록
盜賊多有(도적다유) : 도둑이 더욱 많아진다
故聖人云(고성인운) :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셨습니다
我無爲而民自化(아무위이민자화) : <내가 억지로 일을 하지 않으므로 백성이 절로 바뀌고
我好靜而民自正(아호정이민자정) : 내가 고요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백성이 저절로 바르게 되고
我無事而民自富(아무사이민자부) : 내가 일을 꾸미지 않으므로 백성이 저절로 부하게 되고
我無欲而民自樸(아무욕이민자박) : 내가 욕심을 내지 않으므로 백성이 저절로 통나무가 된다.>

 

 

58.
其政悶悶(기정민민) : 정치가 맹맹하면
其民淳淳(기민순순) : 백성이 순박해지고
其政察察(기정찰찰) : 정치가 똑똑하면
其民缺缺(기민결결) : 백성이 못되게 된다
禍兮福之所倚(화혜복지소의) : 화라고 생각되는 데서 복이 나오고
福兮禍之所伏(복혜화지소복) : 복이라고 생각되는 데 화가 숨어 있다
孰知其極(숙지기극) : 누가 그 끝을 알 수 있겠는가
其無正(기무정) :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正復爲奇(정복위기) : 올바름이 변하여 이상스런 것이 되고
善復爲妖(선복위요) : 선한 것이 변하여 사악한 것이 된다
人之迷(인지미) : 사람이 미혹되어도
其日固久(기일고구) : 실로 한참이다
是以聖人方而不割(시이성인방이불할) : 그러므로 성인은 모가 있으나 다치게 하지는 않고
廉而不劌(렴이불귀) : 예리하나 잘라 내지는 않고
直而不肆(직이불사) : 곧으나 너무 뻗지는 않고
光而不燿(광이불요) : 빛나나 눈부시게 하지는 않는다

 

 

59.
治人事天莫若嗇(치인사천막약색) : 사람을 지도하고 하늘을 섬기는 일에 검약하는 일보다

좋은 것은 없다
夫唯嗇(부유색) : 검약하는 일은
是以早服(시이조복) : 일찌감치 도를 따르는 일이다
早服(조복) : 일찌감치 도를 따른다는 것은
謂之重積德(위지중적덕) : 덕을 많이 쌓은 일이다
重積德(중적덕) : 덕을 많이 쌓으면
則無不克(즉무불극) : 이겨 내지 못할 것이 없다
無不克(무불극) : 이겨 내지 못할 것이 없으면
則莫知其極(즉막지기극) :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다
莫知其極(막지기극) :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면
可以有國(가이유국) : 나라를 맡을 만하다
有國之母(유국지모) : 나라의 어머니를 모시면
可以長久(가이장구) : 영원할 것이다
是謂深根固柢(시위심근고저) : 이것이 바로 깊은 뿌리, 튼튼한 바탕으로서
長生久視之道(장생구시지도) : 영원한 삶, 오래봄의 길이다

 

 

60.
治大國若烹小鮮(치대국약팽소선) :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작은 생선을 조리하는 것과 같다
以道莅天下(이도리천하) :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면
其鬼不神(기귀불신) : 귀신도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非其鬼不神(비기귀불신) : 귀신이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其神不傷人(기신불상인) : 힘이 있어도 사람을 해칠 수가 없는 것이다
非其神不傷人(비기신불상인) : 그 힘이 사람을 해칠 수 없다기보다는
聖人亦不傷人(성인역불상인) : 성인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夫兩不相傷(부량불상상) : 양쪽을 모두 해치지 않으니
故德交歸焉(고덕교귀언) : 그 덕이 서로에게 돌아간다

 

 

61.
大國者下流(대국자하류) : 큰 나라는 강의 하류
天下之交(천하지교) : 온 세상이 모여드는 곳
天下之牝(천하지빈) : 그것은 세상의 여인
牝常以靜勝牡(빈상이정승모) : 여성은 언제나 그 고요함으로 남성을 이긴니다
以靜爲下(이정위하) : 고요히 스스로를 낮춥니다
故大國以下小國(고대국이하소국) : 그러므로 큰 나라는 작은 나라 아래로 스스로를 낮춤으로
則取小國(즉취소국) : 작은 나라를 얻고
小國以下大國(소국이하대국) :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향해 내려감으로
則取大國(즉취대국) : 큰 나라를 얻습니다
故或下以取(고혹하이취) : 그러므로 한 쪽은 스스로를 아래에 있음으로 남을 얻고
或下而取(혹하이취) : 다른 한 쪽은 스스로 내려감으로 남을 얻는다
大國不過欲兼畜人(대국불과욕겸축인) : 큰 나라가 오로지 바랄 것은 사람을 모아 보양하는 것
小國不過欲入事人(소국불과욕입사인) : 작은 나라가 오로지 바랄 것은 들어가 남을 섬기는 것
夫兩者各得其所欲(부량자각득기소욕) : 큰 나라 작은 나라가 자기들 바라는 바를 얻으려면
大者宜爲下(대자의위하) : 큰 나라가 먼저 스스로를 낮추어야 할 것이다

 

 

62.
道者萬物之奧(도자만물지오) : 도는 모두의 아늑한 곳
善人之寶(선인지보) : 선한 사람에게 보배요
不善人之所保(불선인지소보) : 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은신처이다
美言可以市(미언가이시) : 아름다운 말은 널리 팔리고
尊行可以加人(존행가이가인) : 존경스런 행위는 남에게 뭔가를 더해 줄 수도 있다
人之不善(인지불선) : 사람 사이의 선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何棄之有(하기지유) : 어찌 버릴 것이 있겠는가
故立天下(고립천하) : 그러므로 천자를 옹립하고
置三公(치삼공) : 삼공을 임명할 때
雖有拱壁以先駟馬(수유공벽이선사마) :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를 앞세우고 아름드리 옥을 바치나
不如坐進此道(불여좌진차도) : 오히려 무릎을 끊고 이 도를 바치는 것이 더 좋다
古之所以貴此道者何(고지소이귀차도자하) : 옛사람이 이 도를 귀하게 여긴 까닭이 무엇인가
不曰以求得(불왈이구득) : 도로써 구하면 얻고
有罪以免邪(유죄이면사) : 죄가 있어도 면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故爲天下貴(고위천하귀) : 그러므로 세상이 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63.
爲無爲(위무위) : 억지로 함이 없는 함을 실천하고
事無事(사무사) : 일함이 없는 일을 실행하고
味無味(미무미) : 맛없는 맛을 맛보십시오
大小多少(대소다소) : 큰 것을 작은 것으로 여기고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생각하라
報怨以德(보원이덕) : 원한을 덕으로 갚으시오
圖難於其易(도난어기이) : 어려운 일을 하려면 그것이 쉬울 때 해야하고
爲大於其細(위대어기세) : 큰 일을 하려면 그것이 작을 때 해야 한다
天下難事(천하난사) : 세상세서 제일 어려운 일도
必作於易(필작어이) :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
天下大事(천하대사) : 세상에서 제일 큰 일도
必作於細(필작어세) :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是以聖人終不爲大(시이성인종불위대) : 그러므로 성인은 끝에 가서 큰 일을 하지 않는다
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 : 그래서 큰 일을 이루는 것이다
夫輕諾必寡信(부경낙필과신) : 무릇 가볍게 수락하는 사람은 반드시 믿음성이 없는 법이고
多易必多難(다이필다난) : 너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어려운 일을 맞게 마련이다
是以聖人猶難之(시이성인유난지) : 그러므로 성인이라도 일을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故終無難矣(고종무난의) : 그러기 때문에 끝에 가서 어려운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64.
其安易持(기안이지) : 안정된 상태에 있을 때 유지하기 쉽고
其未兆易謀(기미조이모) : 아직 기미가 나타나기 전에 도모하기 쉽고
其脆易泮(기취이반) : 취약할 때 부서지기 쉽고
其微易散(기미이산) : 미세할 때 흩어지기 쉽다
爲之於未有(위지어미유) : 아직 일이 생기기 전에 처리하고
治之於未亂(치지어미란) : 혼란해지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
合抱之木(합포지목) : 아름드리 나무도
生於毫末(생어호말) : 털끝 같은 싹에서 나오고
九層之臺(구층지대) : 구층 누대도
起於累土(기어루토) : 한 줌 흙이 쌓여 올라가고
千里之行(천리지행) : 천릿길도
始於足下(시어족하) : 발 밑에서 시작된다
爲者敗之(위자패지) : 억지로 하는 자 실패하게 마련이고
執者失之(집자실지) : 집착하는 자 잃을 수 밖에 없다
是以聖人無爲故無敗(시이성인무위고무패) : 따라서 성인은 하지 않음으로 실패하는 일이 없고
無執故無失(무집고무실) : 집착하지 않음으로 잃는 일이 없다
民之從事(민지종사) : 사람이 일을 하면
常於幾成而敗之(상어기성이패지) : 언제나 거의 성공할 즈음에 실패하고 만다
愼終如始(신종여시) : 시작할 때처럼 마지막에도 신중하면
則無敗事(즉무패사) :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是以聖人欲不欲(시이성인욕불욕) : 그러므로 성인은 욕심을 없애려는 욕심만이 있고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 귀하다고 하는 것을 귀히 여기지 않고
學不學(학불학) : 배우지 않음을 배우고
復衆人之所過(복중인지소과) : 많은 사람이 지나쳐 버리는 것으로 돌아갑니다
以輔萬物之自然(이보만물지자연) : 온갖 것의 본래적인 자연스러움을 도와 줄 뿐
而不敢爲(이불감위) : 억지로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65.
古之善爲道者(고지선위도자) : 옛날 도를 잘 실천하던 사람은
非以明民(비이명민) : 사람을 총명하게 하려 하지 않고
將以愚之(장이우지) : 오히려 어리석게 만들었다
民之難治(민지난치) : 사람을 다스리기가 어려운 것은
以其智多(이기지다) : 아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故以智治國(고이지치국) : 그러므로 아는 것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國之賊(국지적) : 나라에 해가 되고
不以智治國(불이지치국) : 앎이 없이 다스리는 것이
國之福(국지복) : 나라에 복이 된다
知此兩者亦稽式(지차량자역계식) : 이 두 가지를 깨닫은 것이 하늘의 법도를 깨닫는 것이다
常知稽式(상지계식) : 언제나 하늘의 법도를 깨닫고 있음을
是謂玄德(시위현덕) : 그윽한 덕이라 한다
玄德深矣(현덕심의) : 그윽한 덕은 너무나도 깊고
遠矣(원의) : 멀어서
與物反矣(여물반의) : 사물의 이치에 반하는 것 같지만
然後乃至大順(연후내지대순) : 결국 도에 크게 따름이다

 

 

66.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 : 스스로 낮추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故能爲百谷王(고능위백곡왕) : 그래서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것이다
是以欲上民(시이욕상민) : 백성 위에 있고자 하면
必以言下之(필이언하지) : 말을 스스로를 낮추어야 하고
欲先民(욕선민) : 백성 앞에 서고자 하면
必以身後之(필이신후지) : 스스로 몸을 뒤에 두어야 한다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시이성인처상이민불중) : 그러므로 성인은 위에 있어도 백성이

그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고
處前而民不害(처전이민불해) : 앞에 있어도 백성이 그를 해롭게 여기지 않는다
是以天下樂推而不厭(시이천하락추이불염) :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이 그를 즐거이 받들고
以其不爭(이기불쟁) : 싫어하지 않는다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 : 겨루지 않기에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한다

 

 

67.
天下皆謂我道大(천하개위아도대) : 세상 모든 사람 이르기를 나의 도는 크지만
似不肖(사불초) : 똑똑하지 못한 듯하다고 한다
夫唯大(부유대) : 크기 때문에
故似不肖(고사불초) : 똑똑하지 못한 듯한 것이다
若肖久矣(약초구의) : 만약 똑똑했다면 오래전에
其細也夫(기세야부) : 작게 되고 말았을 것이다
我有三寶(아유삼보) : 내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持而保之(지이보지) : 이를 지니고 보존한다
一曰慈(일왈자) : 첫째는 <자애>
二曰儉(이왈검) : 둘째는 <검약>
三曰不敢爲天下先(삼왈불감위천하선) : 셋째는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음>이다
慈故能勇(자고능용) : 자애 때문에 용감해지고
儉故能廣(검고능광) : 검약 때문에 널리 베풀 수 있고
不敢爲天下先(불감위천하선) :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음 때문에
故能成器長(고능성기장) : 큰 그릇들의 으뜸이 될 수 있다
今舍慈且勇(금사자차용) : 이제 자애를 버린 채 용감하기만 하고
舍儉且廣(사검차광) : 검약을 버린 채 베풀기만 하고
舍後且先(사후차선) : 뒤에 서는 태도를 버린 채 앞서기만 한다면
死矣(사의) : 이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夫慈以戰則勝(부자이전즉승) : 자애로 싸우면 이기고
以守則固(이수즉고) : 자애로 방어하면 튼튼하다
天將救之(천장구지) : 하늘도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면
以慈衛之(이자위지) : 자애로 그들을 호위한다

 

 

68.
善爲士者不武(선위사자불무) : 훌륭한 무사는 무용을 보이지 않는다
善戰者不怒(선전자불노) : 훌륭한 무사는 성내지 않는다
善勝敵者不與(선승적자불여) : 훌륭한 승리자는 대적하지 않는다
善用人者爲之下(선용인자위지하) : 훌륭한 고용인은 스스로를 낮춘니다
是謂不爭之德(시위불쟁지덕) : 이를 일러 <겨루지 않음의 덕>이라 한다
是謂用人之力(시위용인지력) : 이를 일러 <사람 씀의 힘>이라 한다
是謂配天古之極(시위배천고지극) : 이를 일러 <하늘과 짝함>이라 하는데 예부터 내려오는

지극한 원리이다

 

 

69.
用兵有言(용병유언) : 전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吾不敢爲主而爲客(오불감위주이위객) : 내 편에서 주인 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노릇하고
不敢進寸而退尺(불감진촌이퇴척) : 한 치 전진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한 자 정도 물러서라는 것이다
是謂行無行(시위행무행) : 이를 일러 나아감이 없이 나아감
攘無臂(양무비) : 팔이 없어 소매를 걷음
扔無敵(잉무적) : 적이 없이 쳐부숨
執無兵(집무병) : 무기 없이 무기잡음이라 한다
禍莫大於輕敵(화막대어경적) : 모든 화 중에 적을 가볍게 여기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輕敵幾喪吾寶(경적기상오보) : 적을 가볍게 여기다가는 내 편의 보물을 거의 다 잃고 만다
故抗兵相加(고항병상가) : 그러므로 군사를 일으켜 서로 맞서 싸울 때에는
哀者勝矣(애자승의) : 슬퍼하는 쪽에서 이기는 법이다

 

 

70.
吾言甚易知(오언심이지) : 내 말은 알기도 그지없이 쉽고
甚易行(심이행) : 실행하기도 그지없이 쉬운데
天下莫能知(천하막능지) : 세상 사람들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莫能行(막능행) : 실행하지도 못한다
言有宗(언유종) : 말에는 종지가 있고
事有君(사유군) : 사물에는 중심이 있다
夫唯無知(부유무지) : 사람들 이를 알지 못하기에
是以不我知(시이불아지) : 나는 알지 못한다
知我者希(지아자희) : 나를 아는 사람 드물고
則我者貴(즉아자귀) : 나를 따르는 사람 귀하다
是以聖人被褐懷玉(시이성인피갈회옥) : 이래서 성인은 굵은 칡베옷을 입지만 가슴에는

구슬을 품고 있다

 

 

71.
知不知上(지불지상) :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
不知知病(불지지병) :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하는 것은 병이다
夫唯病病(부유병병) : 병을 병으로 알 때만
是以不病(시이불병) : 병이 되지 않는다
聖人不病(성인불병) : 성인은 병이 없다
以其病病(이기병병) :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是以不病(시이불병) : 그래서 병이 없다

 

 

72.
民不畏威, 則大威至. : 성인은 병됨이 없다. 그것은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병되지 않는 것이다.
無押其所居, 無厭其所生, 夫唯不厭, 是以不厭. :

백성들이 두려워하지 않으면 곧 큰 두려움이 닥쳐올 것이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삶에 자연스럽게 순응하여 편안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부자연하게 욕망을 추구하는 것 같은 행동은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是以聖人自知不自見, 自愛不自貴. : 자기의 환경을 좁다고 생각하지 말며 자기의 삶을 싫어하지 말라.

오직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이 어떤 것이든 간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싫어하지 말아야 그 삶이

싫어지지 않을 것이다.
故去彼取此. : 그런 까닭에 성인은 스스로 아는 것으로 자족(自足)할 뿐 그것을 나타내어서

스스로 과대(誇大)하게 보이려고 하지 않으며, 성인은 사랑하지만 스스로 존귀하게 되기 위하여

부자연하게 욕구하지 않는다.

 

 

73.
勇於敢則殺(용어감즉살) : 감행하는 데 용감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勇於不敢則活(용어불감즉활) : 감행하지 않는 데 용감한 사람은 살아남는다
此兩者或利或害(차량자혹리혹해) : 이 둘 가운데 하나는 이롭고 하나는 해로운 것이다
天之所惡(천지소오) : 하늘이 싫어하는 것
孰知其故(숙지기고) : 누가 그 까닭을 알리까
是以聖人猶難之(시이성인유난지) : 성인마저도 그것을 어려운 것으로 여긴다
天之道(천지도) :
不爭而善勝(불쟁이선승) : 하늘의 도는 겨루지 않고도 훌륭히 이기는 것이고
不言而善應(불언이선응) :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고
不召而自來(불소이자래) :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고
繟然而善謀(천연이선모) : 느슨하면서도 훌륭히 꾸미는 것이다
天網恢恢(천망회회) : 하늘의 그물은 광대하여
疏而不失(소이불실) : 엉성한 것 같지만 놓치는 일이 없다

 

 

74.
民不畏死(민불외사) :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奈何以死懼之(나하이사구지) : 어떻게 죽음으로 그들을 위협할 수 있겠는가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약사민상외사이위기자) : 사람들이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하도록 하고

이상스런 짓을 하는 자가 있어
吾得執而殺之(오득집이살지) : 내가 그를 잡아 죽인다 한들
孰敢(숙감) : 누가 감히 그런 일을 하겠는가
常有司殺者殺(상유사살자살) : 언제나 사람 죽이는 일을 맡은 이가 있어 사람을 죽인다
夫代司殺者殺(부대사살자살) : 사람 죽이는 일 맡은 이를 대신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是謂代大匠斲(시위대대장착) : 이것을 일컬어 위대한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일과 같다고 하겠다
夫代大匠斲者(부대대장착자) : 위대한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자
希有不傷其手矣(희유불상기수의) : 그 손을 다치지 않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75.
民之饑(민지기) : 백성이 굶주리는 것
以其上食稅之多(이기상식세지다) : 윗사람이 세금을 너무 많이 받아 먹기 때문이다
是以饑(시이기) : 그 때문에 굶주리는 것이다
民之難治(민지난치) :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
以其上之有爲(이기상지유위) : 윗사람이 뭔가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是以難治(시이난치) : 그 때문에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民之輕死(민지경사) :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
以其上求生之厚(이기상구생지후) : 윗사람이 지나치게 삶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是以輕死(시이경사) : 그 때문에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夫唯無以生爲者(부유무이생위자) : 삶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
是賢於貴生(시현어귀생) : 삶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

 

 

76.
人之生也柔弱(인지생야유약) :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其死也堅强(기사야견강) :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진다
萬物草木之生也柔脆(만물초목지생야유취) : 풀과 나무같은 온갖 것들도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지만
其死也枯槁(기사야고고) : 죽으면 말라 뻣뻣해진다
故堅强者死之徒(고견강자사지도) :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사람은 죽음의 무리이고
柔弱者生之徒(유약자생지도) : 부드럽고 약한 사람은 삶의 무리이다
是以兵强則不勝(시이병강즉불승) : 그래서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木强則兵(목강즉병) :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
强大處下(강대처하) : 강화고 큰 것은 밑에 놓이고
柔弱處上(유약처상) :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이게 된다

 

 

77.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도는
其猶張弓與(기유장궁여) :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高者抑之(고자억지) : 높은 쪽은 누르고
下者擧之(하자거지) : 낮은 쪽은 올린다
有餘者損之(유여자손지) : 남으면 덜어주고
不足者補之(불족자보지) : 모자라면 보태 준다
天之道損有餘而補不足(천지도손유여이보불족) : 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내어 모자라는 데에

보태지만
人之道則不然(인지도즉불연) : 사람의 조는 그렇지 않아
損不足以奉有餘(손불족이봉유여) : 모자라는 데서 덜어내어 남는 데에 바친다
孰能有餘以奉天下(숙능유여이봉천하) : 남도록 가진 사람으로 세상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唯有道者(유유도자) : 오로지 도 있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是以聖人爲而不恃(시이성인위이불시) : 그러므로 성인은 할 것 다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功成而不處(공성이불처) : 공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其不欲見賢(기불욕견현) : 자기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78.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

그런 까닭에 성인은 자신이 해놓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자기의 공이라고 자처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의 현명한 것을 나타내고자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신의 유여(有餘)한 것을 덜어서 남의 부족한 것에 보충하는 것이다.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능히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 어떤 것도 물과 바꿀 만한 것이 없다.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不祥, 是謂天下王. :

약한 것(물)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모진 것을 이기는 것을 천하에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이것을 능히 자신에게 옮겨서 실행하지는 못한다.
正言若反. : 그런 까닭에 성인은 말한다. '나라의 온갖 구욕(垢辱)을 자신에게 받아들여 용납하는 자를

사직(社稷)의 주인이라 하고, 나라의 온갖 상서롭지 않은 일을 자신에게 받아들여 참는 자를 천하의

왕자(王者)라고 한다.'

 

 

79.
和大怨(화대원) : 깊은 원한은 화해하더라도
必有餘怨(필유여원) : 여한이 남는 법이다
安可以爲善(안가이위선) : 이것이 어찌 잘된 일이라 하겠는가
是以聖人執左契(시이성인집좌계) : 그러므로 성인은 빚진 자의 입장에 서서
而不責於人(이불책어인) : 사람을 다그치는 일이 없다
有德司契(유덕사계) : 덕이 있는 사람은 계약을 관장하고
無德司徹(무덕사철) : 덕이 없는 사람은 조세를 관장한다
天道無親(천도무친) : 하늘의 도는 편애하는 일이 없이
常與善人(상여선인) : 그저 언제나 선한 사람의 편에 설 따름이다

 

 

80.
小國寡民(소국과민) : 인구가 작은 나라
使有什佰之器而不用(사유십백지기이불용) : 열 가지 백 가지 기계가 있으나 쓰이지 않도록 하라
使民重死而不遠徙(사민중사이불원사) : 백성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가는 일이 없게 하라
雖有舟輿(수유주여) :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無所乘之(무소승지) : 타는 일이 없고
雖有甲兵(수유갑병) : 비록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無所陳之(무소진지) : 내보일 일이 없다
使人復結繩而用之(사인부결승이용지) : 사람들 다시 노끈을 매어 쓰도록 하고
甘其食(감기식) : 음식을 달게 여기며 먹도록 하고
美其服(미기복) : 옷을 아름답게 생각하며 입도록 하고
安其居(안기거) : 거처를 편안하게 생각하여 살도록 하고
樂其俗(락기속) : 풍속을 즐기도록 하라
隣國相望(린국상망) :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鷄犬之聲相聞(계견지성상문) :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民至老死不相往來(민지로사불상왕래) : 사람들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는 일이 없다

 

 

81.
信言不美(신언불미) :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美言不信(미언불신) :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善者不辯(선자불변) : 선한 사람은 변론하지 않고
辯者不善(변자불선) : 변론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는다
知者不博(지자불박) :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못하고
博者不知(박자불지) :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하다
聖人不積(성인불적) : 성인은 쌓아 놓지 않는다
旣以爲人(기이위인) : 사람들을 위해 뭐든지 하지만
己愈有(기유유) : 그럴수록 더욱 많이 가지게 되고
旣以與人(기이여인) : 사람들을 위해 모두들 희사하지만
己愈多(기유다) : 그럴수록 더욱 많아지게 된다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도는
利而不害(리이불해) : 이롭게만 할 뿐 해로운 일이 없다
聖人之道(성인지도) : 성인의 도는
爲而不爭(위이불쟁) : 하는 일이 있더라도 겨루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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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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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道德經 全文>

 

 

一.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無, 名天地之始, 有, 名萬物之母, 故常 無, 欲以觀其妙, 常有, 欲以觀其 , 此兩者,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 玄, 衆妙之門.

 

도를 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참 도가 아니고, 이름을 이름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참 이름이 아니다. 무명은 천지의 시작이요, 유명은 만물의 어머니이다. 그러무로 상모로써 그 묘를 보려하고, 상유로써 그 요를 보려한다. 이 양자는 같은 근본에서 나왔으나 그 이름을 달리한다. 이것을 한 가지로 말할 때 현이라 한다. 현하고 현한데, 이는 중묘의 문이다.

 

二.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故有無相生, 難易相 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 之敎,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 去.

 

천하가 다 미가 미임을 알지만 이는 악일 뿐이고, 다 선이 선임을 알지만 이는 불선이 다. 그러므로 있고 없음이 서로 생기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고, 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되고, 높고 낮음은 서로 기울고, 음성은 서로 화하고,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이런 관계로 성인은 무위의 일에 몸을 두고 무언의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이 일어나도 막지 않고, 생겨도 갖지 않으며, 어떤 일을 해도 의지하지 않고, 공을 이루어도 앉지 않는다.

다만 앉지 않으니, 이로써 떠나지도 않는다.

 

三. 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是 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常使民無知無欲, 使夫智者不 敢爲也, 爲無爲, 則無不治.

 

현능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을 다투지 않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안흥면 백성을 도둑질하지 않게 하며, 갖고 싶어하는 것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그 마음을 비게 하여 그 배를 채 우고, 그 뜻을 약하게 하여 그 뼈를 튼튼하게 한다. 그리하여 항상 백성을 무지무욕하게 하고, 이른바 아는 자로 하여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이 무위를 행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법이 없다.

 

四. 道, 沖而用之, 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湛兮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도는 텅 비었지만, 이를 활용해도 차지 않으며, 깊고 깊어서 만물의 근본 같다. 도는 만물의 예리한 끝을 꺾어 그 분을 풀고, 그 빛을 부드럽게 하여 그 티끌에도 뒤섞이니, 깊고 깊어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내가 누구의 아들인지 모르겠는데, 천제보 다 앞선 것 같다.

 

五.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天地之間, 其猶 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천지는 정이 없어 만물을 추구로 삼았고, 성인은 정이 없어 백성을 추구로 삼았다. 천 지의 사이는 풀무와 같은 것인가. 비었지만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욱 나온다. 그러 나 말이 많으면 반드시 막히니, 중을 지키는 것이 좋다.

 

六.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곡신은 죽지 않으니 이를 현빈이라 한다. 현빈의 문이 바로 천지의 근원이다. 면면히 있는 듯한데, 이를 활용해도 지치지 않는다.

 

七.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 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구원하다. 천지가 진실로 영원하고 구원한 까닭은 그 스스로 생 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영원히 산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그 몸을 뒤로 하지만 도리어 몸이 앞서지고, 그 몸을 소외하지만 도리어 몸을 영존케한다. 그 사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진정한 성인은 그 자아를 이루는 것이다.

 

八.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여 다투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싫 어하는 곳에 있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거처로는 땅을 좋다고 하고, 마음은 깊은 것을 좋다고 하고, 사귀는 데는 어진 것을 좋다고 하고, 말은 진실한 것을 좋다고 하고, 정치 와 법률은 다스려짐을 좋다고 하고, 일에는 능숙한 것을 좋다고 하고, 움직임에는 때에 맞음을 좋다고 한다. 오직 싸우지 않으니, 그러므로 허물이 없다.

 

九. 持而盈之, 不如其已, 취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 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

 

지속적으로 이를 채우려 하면 이를 그만두는 것보다 못하며, 갈아서 이를 날카롭게 하 면 오래 보전하지 못한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여도 이를 지키지 못하며, 부귀하여 교 만하면 스스로 그 허물을 남긴다. 공을 세우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하늘의 도리다.

 

十.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專氣致柔, 能孀兒乎, 滌除玄覽, 能無疵乎, 愛民治 國, 能無知乎, 天門開闔, 能無雌乎, 明白四達, 能無爲乎, 生之畜之, 生而不 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영백에 타고 하나를 안아, 진실로 떨어지지 아니한다면. 정기를 오로지하여 유연한 자 세를 이루어, 진실로 영아가 될 것인가. 마음속을 깨끗하게 하여 흠이 없게 할 것인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려 진실로 무위를 행할 것인가. 천문을 열고 닫아 진실로 여성이 될 것인가. 명백사달하여 진실로 무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낳게 하고 기른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고, 장성시키되 주재하지 않으니, 이것을 현 덕이라 한다.

 

十一. 三十輻共一 , 當其無, 有車之用, 선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 유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삼십개의 바퀴살이 한 바퀴통에 꽂혀 있으나 그 바퀴통의 빈 것 때문에 수레의 효용이 있는 것이며, 찰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드나 그 가운데를 비게 해야 그릇으로서의 쓸모가 있으며, 문과 창을 뚫어서 방을 만드나 그 방안이 비어 있어야 방으로서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유로써 이롭게 하는 것은, 무로써 그 용도를 다하기 때문이다.

 

十二.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전獵令人心發狂, 難得 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오미는 사람의 입을 상하게 하고, 말을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발광케 하고,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의 행동을 방해한다. 르거므로 성인은 배를 충실히 하도록 하고, 눈을 위해 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 그리하여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十三.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何謂寵辱若驚, 寵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 謂寵辱若驚, 何謂貴大患若身,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及吾無身, 吾有 何患,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

 

총욕에 놀라는 것 같이 하여 대환능 귀하게 여기기를 자기 몸과 같이 한다. 무엇을 일 러 총욕에 놀라는 것 같다고 하는가. 총을 상으로 보고 욕을 하고 보아, 이를 얻어도 놀 라는 것 같고, 이를 잃어도 놀라는 것 같으니, 이것을 총욕에 놀라는 것 같다고 이르는 것이다. 무엇을 일러 대환을 귀하게 여기기를 자기 몸같이 한다고 하는가. 나에게 대환 이 있다고 보는 까닭은, 내가 몸을 유라고 보기 때문이다.내가 몸을 무로 보면 나에게 무슨 재앙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몸을 구하게 여기기를 천하같이 하면 그에게 천하를 맡 길 만하고, 몸을 사랑하기를 천하같이 하면, 그에게 천하를 맡길 만하다.

 

十四. 視之不見, 名曰夷, 聽之不聞, 名曰希, 搏之不得, 名曰微, 此三者, 不可 致詰, 故混而爲一, 其上不교, 其下不昧, 繩繩不可名, 復歸於無物, 是謂無狀 之狀, 無物之狀, 是謂恍惚, 迎之不見其首, 隨之不見其後, 執古之道, 以御今 之有, 能知古始, 是謂道紀.

 

이를 보아도 보이지 않는지라 이름하여 이라고 하고, 이를 들어도 들리지 않는지라 이 름하여 희라고 하고, 이를 잡으려 하나 잡을 수 없는지라 이름하여 미라고 한다. 이 셋 으로는 밝힐 수 없다. 그러므로 섞여서 하나가 된다. 그 위로 밝지 않고, 그 아래도 어둡 지 않으며, 승승하여 이름지을 수 없으며, 무의 세계로 복귀하니, 이것을 無狀의 象, 無 像의 象이라 하며, 이를 일러 홀황이라 한다. 이것을 맞이해도 그 머리를 보지 못하고, 이것을 따라가도 그 꼬리를 보지 못한다. 예날의 도를 잡아서 지금의 유를 다스린다. 진 실로 고시를 아는데, 이것을 도기라고 한다.

 

十五.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豫焉若冬 涉川, 猶兮若畏四隣, 儼兮其若容, 渙兮若氷之將釋, 敦兮其若樸, 曠兮其若 谷, 混兮其若濁,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久動之徐生, 保此道者, 不欲 盈, 夫唯不盈, 故能蔽不新成.

 

옛날의 참으로 선비인 자는 미묘현통하여 깊이를 알지 못한다. 대저 단지 알지 못하므 로, 억지로 이를 형영한다. 망설임이 마치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과 같고, 우물쭈물함 이 마치 사방이 적국에 포위되어 이를 두려워하는 것 같고, 엄숙하고 의젓하여 마치 손 님과 같고, 산뜻하여 얼음이 장차 녹으려는 것 같고, 돈독하기는 막 찍어낸 통나무와 같 고, 넓기가 골짜기와 같고, 혼연하여 혼탁한 물과 같다. 누가 진실로 혼탁한 것으로써 이 를 진정시켜 서서히 맑게 할 것인가. 또 누가 진실로 편안하게 함으로써 이를 움직여 서 서히 생하게 할 것인가. 이 도를 보지한 자는 가득 차기를 원하지 않는다. 대저 단지 차 지 않는지라, 그러므로 진실로 해져서 새로와진다.

 

十六.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知常容, 容乃公, 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허를 이루기를 지극히 하고, 정을 지키기를 두터이 하면 만물이 함께 일어나는데, 나 는 그것이 도에 복귀함을 안다. 대저 만물은 무성하지만 각각 그 근원에 돌아간다. 근원 에 돌아가는 것을 정이라고 하고, 이것을 명에 돌아간다고 한다. 명에 돌아가는 것을 상 이라고 하고, 상을 아는 것을 명이라 한다. 상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어 화를 자초한ㄷ.

상을 알면 관용하고, 관용하면 곧 공평해진다. 공평하면 왕이고, 왕이 되면 곧 하늘이고, 하늘이 되면 곧 도이다. 도가 되면 곧 영원하니, 몸이 끝날 때까지도 위태롭지 않다.

 

十七. 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信不足焉, 有不信 焉,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태상은 이래서 이것이 있음을 알 뿐이고, 그 다음은 친하여 이를 칭챁하고, 그 다음은 이를 두려워하고, 그 다음은 이를 업신여긴다. 그러므로 믿음이 부족하면 신뢰를 받지 못함이 있다. 유연하게 그 말을 잊으며, 공을 이루고 일을 성취하니, 백성이 모두 나를 자연이라 한다.

 

十八. 大道廢有仁義, 慧智出有大僞, 六親不和有孝慈, 國家昏亂有忠臣.

 

대도가 없어지면 인의가 있고, 지혜가 나오니 대위가 있고, 가족이 화하지 않아 효와 사랑이 있고, 국가가 혼란하여 충신이 있다.

 

十九.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此三者 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見素抱樸, 少私寡欲.

 

성을 끊고 지혜를 버리면 이익이 백배나 되고, 인을 끊고 의를 버리면 백성이 효도와 사랑으로 돌아가고, 교를 끊고 이를 버리면 도둑이 없다. 이 셋으로는 문장이 부족하다 고 본다. 그러므로 속하는 곳이 있게 해야 하는데, 소를 나타내고 박을 지니며, 사심과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이다.

 

二十. 絶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 善之與惡, 相去若何, 人之所畏, 不可不 畏, 荒兮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臺, 我獨泊兮其未兆, 如孀兒 之未孩, 兮若無所歸, 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我愚人之心也哉, 沌沌 兮, 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 澹兮其若海, 료兮若無止, 衆 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我獨異於人, 而貴食母.

 

학문을 끊으면 근심이 없다. 유와 아가 서로 떨어짐이 얼마이며, 선과 악이 서로 떨어 짐이 얼마이뇨. 남들이 두려워하는 바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으니 황막하여 아직 다하 지 못하였도다.

중인은 희희하여 큰 잔치상을 받은 것 같고, 봄철에 누대에 오르는 것 같거늘, 나만 홀로 고요하여 아직 움직일 기척조차 없어 어린아이가 아직 웃지 못하는 것 같고, 내래 하여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다. 중인은 모두 여유가 있는데, 나 홀로 버려진 것 같다.

나는 우인의 마음인가, 돈돈하도다.

속인은 영특하지만, 나 홀로 우매하도다. 속인은 찰찰하지만, 나 홀로 민민하도다. 넘 실거려 바다와 같고, 휙휙 멎지 않는 것 같다. 중인은 모두 쓸 데가 있는데 나만 홀로 어리석어 촌뜨기 같다. 나 홀로 남과 달라서 어머니에게 길러짐을 귀하게 여긴다.

 

二十一.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 惚兮, 其中有物, 窈兮冥兮, 其中有精, 其中有信, 自古及今, 其名不去, 以閱 衆甫, 吾何以知衆甫之狀哉, 以此.

 

큰 덕의 풍모는 오직 이 도만을 따르나, 도라는 것은 단지 황이요, 홀이다. 홀하고 황 한데 그 가운데 형상이 있고, 황하고 홀한데 그 가운데 사물이 있다. 요하고 명한데 그 가운데 정기가 있으니, 그 정기는 매우 순수하며, 그 가운데 신이 있다. 옛부터 오늘까지 그 이름을 보자하여, 만물의 근원을 통솔한다. 내가 무엇으로 만물의 근원의 실상을 알 까. 이것, 즉 도로써 아는 것이다.

 

二十二.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幣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抱一爲天 下式, 不自見, 故明, 不自是, 故彰, 不自伐, 故有功, 不自矜, 故長, 夫唯不 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구부러지면 온전하고, 굽으면 곧 펴고, 오목하면 곧 차고, 해지면 곧 새로워지며, 적으 면 곧 얻고, 많으면 곧 미혹된다. 이런 관계러 성인은 하나, 즉 도를 지녀 천하의 법식이 된다. 스스로 나타내지 않는지라 그러므로 뚜렷해지고, 스스로 옪다고 하지 않는지라 그 러므로 선이 밝혀지고, 스스로의 공을 자랑하지 않는지라 그러므로 오래 존경을 받는다.

오직 싸우지 않는지라 그러므로 천하가 진실로 이와 싸우지 않는다. 옛날의 이른바 구부 러지면 온젛나다 함이 어찌 헛된 말이겠는가. 참으로 완전히 하여 이를 돌린다.

 

二十三.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 久, 而況於人乎, 故從事於道者, 道者同於道, 德者同於德, 失者同於失, 同於 道者, 道亦樂得之,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信不足 焉, 有不信焉.

 

희언은 자연이니, 그런고로 회오리바람은 아침을 마치지 못하며, 소나기는 하루를 마 치지 못하니 누가 이것을 하는가? 곧 천지이다. 그 천지조차 오히려 오래할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그러므로 도에 종사하는 자는, 도가 있는 자에게는 도에 같아지 고, 덕이 있는 자에게는 덕에 같아지고, 실이 있는 자에게는 실에 같아진다. 도에 같아지 면 도가 있는 자도 또한 이를 얻어서 즐거워하고, 덕에 같아지면 덕이 있는 자도 또한 이를 얻어서 즐거워하며, 실에 같아지면 실도 또한 이를 얻어서 즐거워하니, 신실함이 부족하면 신뢰받지 못하게 된다.

 

二十四.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 長, 其在道也, 曰餘食췌行,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발돋움하는 자는 서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자는 가지 못하고, 스스로 나타내는 자는 뚜렷해지지 않고, 스스로 옿다고 하는 자는 나타나지 못하고, 자기 공을 자랑하는 자는 공이 무너지고, 자만하는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것들은 도에 있어서 찬밥이 요 쓸모없는 행동이라, 누구나가 항상 이를 미워한다. 그러므로 유도자는 거기에 몸담지 않는다.

 

二十五.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료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 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故道 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人法地, 地法天, 天法 道, 道法自然.

 

여기에 하나의 물이 있는데, 뒤섞여 이루어져 천지에 앞서서 생겼다. 그것은 적막하여 소리가 없으나 독립하여 영구불변하고, 널리 행하여 위태롭지 않으니, 따라서 천하의 어 머니라고 할 만하다. 나는 그 이름을 모르나 그의 자를 도라고 하고, 억지로라도 이것에 이름을 붙인다면 대라고 한다. 크므로 움직여서 가고, 가므로 멀어지고, 멀어지므로 되돌 아온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도 크고,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왕도 또한 크다. 세상 중에 는 사대가 있는데, 왕은 그 중의 하나이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 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二十六. 重爲輕根, 靜爲躁君, 是以聖人終日行不離輜重, 雖有榮觀, 燕處超然, 柰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輕則失本, 躁則失君.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요, 고요함은 시끄러뭉의 임금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종일 가 도 치중을 떠나지 않고,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도 편안하게 있어 초연하다. 어찌하여 만 승의 임금으로서, 몸을 천하에 가볍게 할 것인가. 가볍게 하면 곧 근본을 잃고, 떠들썩 하면 곧 임금을 잃는다.

 

二十七. 善行, 無轍迹, 善言, 無瑕謫, 善數, 不用籌策, 善閉, 無關楗而不可開, 善結, 無繩約而不可解, 是以聖人常善求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 是謂襲明,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不貴其師, 不愛其 資, 雖智大迷, 是謂要妙.

 

잘 가는 자는 바퀴자국이 없고, 잘 말하는 자는 흠이 없고, 잘 세는 자는 주책이 필요 하지 않으며, 잘 닫는 자는 빗장이 없으나 열지 못하고, 잘 묶는 자는 밧줄이 없으나 풀 지 못한다.

이것으로써 성인은 항상 사람들을 잘 구하는지라, 그러므로 사람을 버리지 않고 항상 물을 잘 구한다. 그러므로 물을 버리지 않으니 이것을 명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인은 불선인의 스승, 불선인은 선인의 도움이 되니, 그 스승을 귀하게 여 기지 않고 그 도움을 사랑하지 않으면, 비록 지혜로운 자라도 크게 미혹할 것이니 이것 을 현묘한 진리라 한다.

 

二十八.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영兒, 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爲天下式, 常德不특, 復歸於無極, 知其榮, 守其辱, 爲天 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故 大制不割.

 

그 남성적인 것을 알면서 그 여성적인 것을 지키면 천하의 골짜기가 되고, 천하의 골 짜기가 되면 상덕이 몸에서떠나지 않아, 어린아이의 무심에로 복귀하게 된다.

그 백을 알고 그 흑을 지키면 천하만민의 모범이 되고, 천하만민의 모범이 되면상덕에 서 어긋나지 않고, 무의 극치인 도에 복귀한다.

통나무를 절단하여 그릇을 만드는데, 무의 자연의 성인이 이럼 이치로 천하만민을 활 용할 경우, 그들을 관장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큰 절단이란 베지 않는 것이다.

 

二十九.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 者失之, 故物, 或行或隨, 或허或吹, 或强或羸, 或挫或--, 是以聖人去甚, 去 奢, 去泰.

 

천하를 취하려 하여 이를 행하는 자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나는 본다. 천하는 신기이 라, 인력으로 하려다가는 실패하고, 손으로 잡으려 하다가는 놓친다. 대저 만물은 스스로 가기도 하고 남의 뒤를 따라가기도 하며, 또 어떤 것은 강하고 어떤 것은 약하며, 어떤 것은 죄절되고 어떤 것은 무너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과도한 것을 버리고, 과욕을 버리 고, 교만을 머린다.

 

三十.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자생焉, 大軍之 後, 必有凶年, 善有果而已, 不敢以取强,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 而不得已, 果而勿强,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도로써 임금을 보좌하려는 자는 무력으로 천하에 강대한 자가 되려 하지 않는데, 그 일은 도에 돌아오기를 좋아한다. 대저 군대가 있는 곳에는 형극이 생기고, 큰 전쟁 후에 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 그러므로 정치를 잘하는 자는 저저로 이루게 하는 것이다. 그리 하여 억지로 강대해지려 하지 않으니, 무위로 이루어 자랑하지 않고, 무위로 이루어 자 기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무위로 이루어 교만하지 않고, 무위로 이루어 부득이하고, 무 위로 이루어 강대하지 않는다. 물은 강장하면 곧 노쇠하니 이것을 도에 어긋난다고 하는 데, 도에 어긋나면 곧 앞길이 막힌다.

 

三十一.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 貴右,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괄淡爲上, 勝而不美, 而 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得志於天下矣,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 以喪 禮處之.

 

대저 훌륭한 병기는 상서롭지 못한 것이라 만물이 항상 이를 미워한다. 그러므로 유도 자는 그것에 몸담지 않는다. 그래서 군자는 평상시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병기를 쓸 때는 바른쪽을 귀히 여긴다.

병기란 상서롭지 못한 것, 군자가 소지할 것이 못 된다. 부득이하여 이를 쓰게 되면 염담한 것을 최상으로 삼아야 한다. 승리하여도 찬미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이를 찬미 한다면 이는 살인을 즐거워하는 것이니, 대저 살인을 즐거워한다면 곧 뜻을 천하에 얻 지 못한다. 길한 일에는 왼쪽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바른쪽을 숭상한다. 편장군은 왼 쪽에 있으며 상장군은 바른쪽에 있으니, 상례로써 이에 대처함을 의미한다.

사람 죽이기를 많이 했으니 비애로써 이에 임할 것이고, 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상례 로써 이에 대처한다.

 

三十二. 道常無名, 樸, 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 相合, 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 可以不殆,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도의 진실, 즉 참된 도에는 이름이 없으며, 박이 비록 작으나 천하의 누구도 신하로 삼지 못한다. 후왕이 만일 이 소박성을 지키면, 천하만물이 자연히 귀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천지가 서로 교합하여 태평성대의 징조로서 감로를 내리고, 백성들에게 명 령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다스려진다.

소박한 통나무를 잘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은 그릇을 만들 듯이, 무위 자연의 도를 이 세상에 전개하면, 그런 이름이 붙은 것들은 자기의 머무를 바를 알게 된다. 그런데 그 머무를 바를 알게 되면 조금도 위태롭지 않다. 도가 천하에 있다는 것은 비유해 말하면, 마치 모든 내와 골짜기의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드는 것과 같다.

 

三十三.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스스로를 아는 자는 현명하며, 남에게 이기는 자는 힘이 있 고, 스스로에 이기는 자는 강하며, 족함을 아는 자는 부유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고, 그 자리를 잃지 않는 자는 영구하고, 죽어도 망하지 않는 자는 장수한다.

 

三十四.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 爲主,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 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큰 도는 부평초가 물에 흔들리는 것같이 자유자재로 좌우로 움직일 수가 있다. 만물이 이를 의지하여 생겨나도 사양하지 않는데, 공을 이루어도 이름을 갖지 않으니 만물을 의 양하되 주재자가 되지 않는다. 항상 무욕하니 소라고 이름할 만하고 만물이 이것에로 귀 일하되 주인이 되지 않으니, 이름하여 대라고 할 것이다. 그것이 종내 스스로 대라고 하 지 않으니, 그리하여 진실로 그 대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三十五.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 其無味,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대상을 잡아 천하에 가면, 어디를 가나 해를 입지 않으며, 안락하고 평온하고 태평하 다. 음악과 요리에는 과객이 발을 멈추지만, 도가 입에서 나올 때는 담담하여 맛이 없 다. 보아도 볼 만한 것이 없고, 들어도 들을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면 다 함이 없다.

 

三十六. 將欲흡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 奪之, 必固與之, 是謂微明, 柔弱勝剛强,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 人.

 

장차 이를 움츠리게 하려면 반드시 잠시 이를 펴게 하고, 장차 이를 약하게 하려면 반 드시 잠시 이를 강하게 하고, 장차 이를 폐하려고 하면 반드시 잠시 이를 일으키고, 장 차 이를 뺏으려 하면 반드시 잠시 이를 준다. 이것을 미명이라고 이른다. 유약은 강한 것에 이기니 물고기는 못에서 빠져 나오지 말 것이며, 나라의 이기는 남에게 보이지 말 것이다.

 

三十七. 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化而欲作, 吾將鎭之以 無名之樸, 無名之樸, 夫亦將無欲, 不欲以靜, 天下將自定.

 

참 도는 무위이면서 하지 않음이 없다. 후왕이 진실로 이것을 지키면, 만물은 장차 저 절로 화육될 것이다. 화육되어도 욕심이 일어나면, 나는 장차 이를 무명의 박으로 진정 할 것이다. 무명의 박은 또한 장차 무욕의 경지에 이르게 할 것이니, 욕심을 내지 않아 허정해지면, 천하는 장차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

 

三十八. 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上德無爲而無以爲, 下德 爲之而有以爲, 上人爲之而有以爲, 上義爲之而有以爲, 上禮爲之而莫之應, 則攘臂而잉之, 故失道而後德, 失德而後仁, 失仁而後義, 失義而後禮, 夫禮 者, 忠信之薄, 而亂之首, 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 是以大丈夫處其厚, 不 居其薄, 處其實, 不居其華, 故去彼取此.

 

상덕은 덕이라 하지 않는지라 그러므로 덕이 있으며, 하덕은 덕을 잃지 않으려 하는지 라 덕이 없다. 상덕은 무위이므로 작위가 없으며 하덕은 유위이므로 작위가 있다. 상인 은 유위이지만 그러나 작위가 없으며, 상의 는 유윙며 그러므로 작위가 있다. 상례는 유 위인데, 이에 응함이 없으면 곧 팔을 휘두르면서 이에 대든다.

그러므로 도를 잃은 후에 덕이 잇고, 덕을 잃은 후에 인이 있고, 인을 잃은 후에 의가 있고, 의를 잃은 후에 예가 있다. 대저 예란 것은 충신이 박해진 것이며 분란의 시작이 다. 전식은 도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며 어리석음의 시초이다. 그런 관계로 대장부 는, 그 중후한 곳에 처하지 그 천박한 곳에 처하지 않으며, 그 착실한 곳에 처하지 그 부화한 곳에 처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三十九.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 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 天無以淸, 將恐裂, 地無以寧, 將恐 發, 神無以靈, 將恐歇, 谷無以盈, 將恐竭, 萬物無以生, 將恐滅, 侯王無以貴 高, 將恐蹶, 故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是以後王自謂孤, 寡, 不穀, 此非以 賤爲本邪, 非乎, 故致數輿無輿, 不欲 如玉, 珞珞如石.

 

옛날의 하나를 얻은 자는,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편안하고, 신은 하나를 얻어서 영하고, 골짜기는 하나를 얻어서 차고, 만물은 하나를 얻어서 생기 고, 후왕은 하나를 얻어서 천하의 군장이 되거니와, 그것들이 이것을 이루는 것은 하나 이다.

하늘이 맑음이 없으면 장차 파열할까 두렵고, 땅이 편안함이 없으면 장차 발동할까 두 렵고, 신이 영함이 없으면 장차 그칠까 두렵고, 골짜기가 참이 없으면 장차 말라 버릴까 두렵고, 만물이 생함이 없으면 장차 멸할까 두렵고, 후왕이 고귀함이 없으면 장차 넘어 질까 두렵다.

그러므로 귀한 것은 천한 것으로써 근본을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으로써 기초를 삼 는다. 이리하여 후왕은 자신을 고과불곡이라 부르거니와, 이것은 천한 것으로써 근본을 삼음이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자주 칭찬한다면 칭찬이 없는 것이니, 아름답기 구슬처럼 되려 하지 말고, 볼품없는 돌과 같이 되라.

 

四十.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복귀한다는 것은 도의 움직임이고, 유약하다는 것은 도의 작용이니, 천하만물은 유에 서 생하며, 유는 무에서 생한다.

 

四十一. 上士聞道, 勤而行之, 中士聞道, 若存若亡, 下士聞道, 大笑之, 不笑不 足以爲道, 故建言有之,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뢰, 上德若谷, 大白若 辱, 廣德若不足, 建德若偸, 質眞若투,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 無形, 道隱無名, 夫唯道, 善貸且成.

 

상사는 도를 들으면 힘써 이를 행하고, 중사는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하고, 하사는 도 를 들으면 크게 웃는다. 욱세 하지 않는 것은 족히 도라고 할 것이 못 된다. 그러므로 격언데 이런 것이 있는데, 즉 밝은 도는 어두운 것 같고, 전진하는 도는 물러가는 것 같 고, 평탄한 도는 울퉁불퉁한 것 같으며, 상덕은 골짜기 같고, 가장 결백한 것은 오욕처럼 보이고, 광대한 덕은 부족한 것 같으며, 확립된 덕은 임시변통 같고, 질박한 덕은 변통하 는 것 같으며, 크게 모난 것은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 음은 소리 가 희미하고, 큰 형상을 가진 자는 아무 형태가 없다. 도는 숨겨져 무어라 이름붙일 수 없다. 대저 도는 아낌없이 베풀고 또 만물을 성취시킨다.

 

四十二.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人 之所惡, 唯孤, 寡, 不穀, 而王公以爲稱, 故物, 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人 之所敎, 我亦敎之, 强梁者, 不得其死, 吾將以爲敎父.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으니, 만물은 음기를 포함하고 양기를 지녀, 혼연히 하나로 풀려 화합한다. 사람들이 미워하는 바는 오직 고, 과, 불곡인데, 그러나 왕공은 이것으로 칭호를 삼는다. 그러므로 사물은 항상 이것을 줄이면 이익이 되고, 항상 이것을 유익하게 하면 줄어든다.

사람들이 가르치는 바는 나 또한 가르치려 한느데, 강강한 자는 올바로 죽지를 못한다 고 하니, 나는 장차 이 강강을 배제하는 것으로 가르침의 근본을 삼으리라.

 

四十三.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간,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 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천하의 지유는 천하의 지견을 마음대로 구사하고, 형태가 없는 것은 틈새가 없는 데까 지 들어간다. 그러므로 나는 무위가 유익하다는 것을 안다. 말없는 가르침과 무위의 이 로움, 천하에 이것을 당할 자는 거의 없다.

 

四十四.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명성과 생명은 어느 것이 더 절실하고, 생명과 재화는 어느 쪽이 더 소중하고, 얻음과 잃음은 어는 것이 더 걱정일까. 그러므로 심히 애착하면 반드시 크게 소모하고, 재화를 많이 간직하면 반드시 엄청나게 잃는다. 욕망을 눌러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 고, 분수를 지켜 자기 능력의 한계에 머무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언제까지나 편안할 수 있다.

 

四十五.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 若訥, 躁勝寒, 靜勝熱, 淸靜爲天下正.

 

아주 완성된 것은 도리어 훼손된 듯하나 그 활용은 다함이 없고, 가장 충만한 것은 도 리어 빈 듯하나 그 활용은 역시 다함이 없다. 매우 곧은 것은 도리어 굽은 것 같고, 매 우 교묘한 것은 도리어 서투른 것 같고, 뛰어난 웅변가는 도리어 더듬는 것 같다. 조하 면 추위를 이기고 정하면 더위를 이긴다. 청정하여 천하의 표준이 된다.

 

四十六. 天下有道, 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禍莫大於不知足, 咎莫 大於欲得, 故知足之足常足矣.

 

천하에 도가 있으면 군령을 전하는 말을 민간에게 불하하여 논밭을 경작하게 하고, 천 하에 도가 없으면 군마가 들판에서 새끼를 낳게 된다. 재앙은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 보다 더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족한 것을 아는 것에 만족하면, 항상 만족하다.

 

四十七. 不出戶, 知天下, 不규유,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不行 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문을 나오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들창으로 엿보지 않아도 천도를 본다. 나가는 거리 가 멀수록 알게 되는 범위는 작아진다. 그러므로 무위 자연의 성인은 가지 않아도 알고, 보지 않아도 환하고, 하노라 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四十八.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 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학문을 하면 지식이 날로 늘어가지만, 도를 닦으면 갖고 있는 것이 날로 줄어든다. 주 고 줄어 무위에 이르는데, 무위의 경지에 이르면 모든 것을 성취한다.

천하를 취하려면 항상 무사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무사하지 못하고 일을 꾸미게 되면 천하를 취할 수 없는 것이다.

 

四十九.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信者 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聖人在天下, 爲天下渾其心, 聖人皆孩 之.

 

성인은 상심이 없고 백성들의 마음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나는 선한 자를 선하다 하 고, 불선한 자도 선하다고 하는데, 덕은 선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 있는 자를 신이라 하고, 불신한 자도 또한 신이라 한다. 덕은 신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천하에 대한 태도 는, 흡흡하여 천하를 위하여 그 마음을 혼돈하게 한다. 백성들은 모두 그 이목을 성인에 게 집중하지만, 성인은 이들을 모두 어린아이처럼 무지, 무욕하게 한다.

 

五十. 出生入死, 生之徒十有三, 死之徒十有三, 人之生, 動之死地, 亦十有三, 夫何故, 以其生生之厚, 蓋聞善攝生者, 陸行不遇시虎, 入軍不被甲兵, 無 所投其角, 虎無所措其爪, 兵無所容其刃, 夫何故, 以其無死地.

 

세상 사람들은 흔히 살 곳을 나와 죽을 곳으로 들어가는데, 사실 장수하는 사람도 열 에 셋은 되고, 요절하는 사람도 열에 셋은 되고, 살 수 있는 인생을 공연히 움직여 사지 로 들어가는 사람도 또한 열에 셋은 된다. 왜 그러느냐? 그 인생을 사는 데 너무 집착하 기 때문이다. 내가 듣기로는 삶을 기르기를 잘하는 사람은 육지를 여행해도 외뿔소와 호 랑이를 만나지 않고, 군대에 들어가도 갑병을 입지 않는다. 들소도 그 뿔을 들이댈 틈이 없고, 호랑이도 발톱을 들이댈 곳이 없고, 병기도 그 칼날을 댈 곳이 없다. 어째서 그럴 까? 그에게는 죽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五十一.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是以萬物莫不存道而貴德, 道之尊, 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故道生之, 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養之覆 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元德.

 

도가 만물을 낳고, 도의 공덕이 만물을 기르고, 만상의 형태가 나타나고, 그 형태있는 것의 질서가 이루어지니, 그러므로 만물은 모두 도를 존숭하고 그 공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도와 그 공덕의 존귀함은 누가 명령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자연 히 그렇다.

그런데 도가 만물을 낳고, 그 도의 공덕이 만물을 기르고, 이를 신장하고, 양육하고, 안정시키고, 충실하게 하고, 기르고, 비호한다. 도는 만물을 낳지만 자기 소유로 삼지 않 고, 공덕은 만물을 육성하면서도 뽐내지 않고, 성장시키면서도 지배자로 자처하지 않는 데, 이러한 것을 현묘한 덕이라고 하는 것이다.

 

五十二. 天下有始, 以爲天下母, 旣得其母, 以知其子,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 身不殆,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勤,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見小曰明, 守柔曰强,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是爲習常.

 

천하에 처음, 즉 도가 있는데, 그것이 천하의 어머니이다. 이미 그 어머니를 알면 또한 그 아들, 즉 만물을 알거니와, 이미 그 아들을 알고서 또한 그 어머니를 지키면 몸이 다 하기까지 위태롭지 않다.

그 구멍, 즉 이목구비를 통한 욕망을 막고, 그 정욕이라는 문을 다드면 몸이 다하기까 지 고단하지 않은데, 그 구멍을 열어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을 계속하면 몸이 다하기까지 구원받지 못한다.

소를 보는 것을 명이라 하고, 유를 지키는 것을 강이라 하는데, 인간의 영지의 빛을 사용하여 그 명에 복귀하면, 몸에 재앙을 남기는 일이 없다. 그런데 이것을 상도에 들어 간다고 하는 것이다.

 

五十三. 使我介然有知, 行於大道, 唯施是畏, 大道甚夷, 而民好徑, 朝甚除, 田 甚蕪, 倉甚虛, 服文綵, 帶利劍, 厭飮食, 財貨有餘, 是謂道과, 非道也哉.

 

나로 하여금 개연히 조그만 지혜가 있다고 하면 무위의 대도를 걸어, 단지 사도에 빠 지지 않을까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무위의 대도는 매우 평탄하건만, 그래도 사람들은 사도로 가려 한다.

그리하여 조정은 더러워지고, 논밭은 황폐하고, 창고는 비었는데도, 아름답게 채색된 옷을 입고, 날카로운 칼을 차고, 맛있는 음식에 물리고, 재화가 남아돌아간다. 이런 것을 도둑질한 영화라고 한다. 그것이 어찌 무위의 대도가 되겠는가.

 

五十四. 善建者不拔, 善抱者不脫, 子孫以祭祀不輟, 修之於身, 其德乃眞, 修之 於家, 其德乃餘, 修之於鄕, 其德乃長, 修之於國, 其德乃豊, 修之於天下, 其 德乃普, 故以身觀身, 以家觀家, 以鄕觀鄕, 以國觀國, 以天下觀天下, 吾何以 知天下然哉, 以此.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안은 것은 탈락되지 않아, 자손이 이 불발불탈의 도로 써 길이 제사를 계속할 수가 있다. 이 도로 자신을 수양하면 그 덕이 참되고, 이 도로 가정을 보살피면 그 덕이 여유가 있고, 이 도로 고을을 보살피면 그 덕이 장구하고, 이 도로 나라를 다스리면 그 덕이 풍성하고, 이 도로 천하를 다스리면 그 덕이 두루 미친 다. 그러므로 수신하는 길로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 수가 하는 길로 가정형편을 보고, 위 향하는 길로 향리의 실정을 보고, 치국하는 길로 국정을 살피고, 천하를 다스리는 길로 천하의 사세를 샆힌다. 내가 무엇으로 천하가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느냐 하면, 즉 이것 으로 가능하다.

 

五十五. 含德之厚, 比於赤子, 蜂 蛇不 , 猛獸不據, 攫鳥不搏, 骨弱筋柔而 握固, 未知牝牡之合而全作, 精之至也, 終日號而不 , 和之至也, 知和曰常, 知常曰明, 益生曰祥, 心使氣曰强, 物壯則老, 謂之不道, 不道早已.

 

마음에 깊이 덕을 덕을 간직한 사람은 어린아이에 비교할 수 있다. 벌, 전갈, 독사도 쏘지 못하도, 맹수도 잡지 못하고, 사나운 새도 할퀴지 못한다.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 러우나, 손아귀의 힘은 강하다. 아직 남녀의 교합을 모르는데도 성기가 발기하는 것은 정기가 완전하기 때문이고, 하루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음양의 조화가 완전하 기 때문이다. 조화를 아는 것을 참이라 하고, 참을 아는 것을 명이라고 한다. 생명을 억 지로 유익하게 하려는 것을 재앙이라고 말하고, 마음으로 기력을 부리는 것을 강하다고 하거니와, 만물은 강대해지면 곧 노쇠한다. 이런 것을 도에 어긋난다고 하는 데, 도에 어 긋나면 곧 앞길이 막힌다.

 

五十六.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分, 和其光, 同其 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 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욕망의 구멍을 막고, 정욕의 문 을 닫고, 기를 쓰고 달려드는 태도를 누르고, 그런 태도에 의한 여러 가지 얽힘을 풀고, 자기의 영지의 빛을 부드럽게 하여, 그 빛을 더럽히는 자에 동화하는데, 이것을 도와의 현묘한 합일이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도의 체득자와는 친할 수도 없고, 이를 소원할 수도 없고, 이익을 줄 수도 없고, 해를 가할 수도 없고,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

 

五十七. 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 吾何以知其然哉, 以此, 天下多忌 諱, 而民彌貧, 民多利器, 國家滋昏, 人多伎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 有,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 而民自樸.

 

정도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기계로써 군대를 움직이고, 무위 무사로써 천하를 지배한 다. 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무위 자연의 도, 이것에 의해서 안다. 천하에는 금령이 많은데, 백성은 점점 가난해지고, 백성들에게 문명의 이기가 많아지면 나라는 점 점 혼란해지고, 사람들에게 기교가 많아지면 기괴한 물건이 많이 제작되고, 법령이 점점 정비되면 도둑은 오히려 많아진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하기를, 내가 무위 자연이면 백성은 자연히 교화되고, 내가 고요한 것을 좋아하면 백성은 저절로 바르게 되고, 내가 무위 무사이면 백성은 자연히 넉넉해지 고, 내가 무욕이면 백성은 자연히 순박하게 된다고 했다.

 

五十八. 其政悶悶, 其民淳淳, 其政察察, 其民缺缺,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 伏, 孰知其極, 其無正, 正復爲奇, 善復爲妖, 人之迷, 其日固久, 是以聖人方 而不割, 廉而不 , 直而不肆, 光而不燿.

 

그 정치가 민민하면 그 백성이 순박하고, 그 청치가 찰찰하면 그 백성의 순박성이 상 실된다.

화라는 것은 사실은 복이 의지하는 바이고, 복이라는 것은 사실인즉 화가 잠복하는 곳 이니, 누가 그 끝을 알 것이냐. 그러므로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정상적인 것은 없다. 정상 적인 것도 곧 기괴한 것이 되고, 훌륭하다고 보았던 것도 또한 요괴스러운 것으로 되니, 인류가 이 상대의 진리를 잃어버린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자기가 방정하다고 해서 남을 절단하려 하지 않고, 자기가 깨끗하다 고 해서 남을 깎지 않고, 자기가 곧다고 해서 방종하지 않고, 자기에게 영지의빛이 있다 고 해서 남에게 자랑하지 않는다.

 

五十九. 治人事天莫若嗇, 夫唯嗇, 是以早服, 早服, 謂之重積德, 重積德, 則無 不克, 無不克, 則莫知其極, 莫知其極, 可以有國, 有國之母, 可以長久, 是謂 深根固 , 長生久視之道.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는 색만한 것이 없다. 오직 색한 것, 이것을 조복, 즉 일찍 도에 복종하는 것이라 한다. 조복하는 것, 이것을 거듭하여 덕을 쌓는 것이라고 한다. 거듭하여 덕을 쌓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면 그 극한 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그 극한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면 그것으로 나라를 보유 할 수 있다. 나라를 보유하는 어머니, 즉 색은 나라를 장구하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을 뿌 리가 깊고 튼튼하여 장생불사 하는 길이라고 한다.

 

六十. 治大國, 若烹小鮮, 以道리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 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대국을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찌는 것과 같다. 도로써 천하에 임하면, 그 귀신이 신령력을 내리지 않는다. 그 귀신이 신령력을 내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신령력이 사 람을 상하지 않는다. 그 신령력이 사람을 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도 또한 사람을 상하지 않는다. 대저 둘이 서로 상하지 않으니, 덕이 모두 백성에게 돌아간다.

 

六十一.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牝常以靜勝牡, 以靜爲下, 故大國以 下小國, 則取小國,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 故或下以取, 或下而取, 大國不 過欲兼畜人, 小國不過欲入事人, 夫兩者各得其所欲, 大者宜爲下.

 

대국은 하류이며 천하만물이 만나는 곳이니, 천하의 빈이다. 빈은 항상 고요한 것으로 써 무에 이기고, 고요한 것으로써 겸하한다. 그러므로 대국이 소국에 겸하하면 곧 소국 을 취하고, 소국이 대국에 겸하하면 곧 대국을 취한다. 그러므로 혹은 겸하하여 취하기 도 하고, 혹은 아래에 처하므로 취하기도 한다. 대국은 백성을 겸양하려는 것이고, 소국 은 큰 데 들어가 남을 섬기려는 것이니, 대저 양자가 각각 그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하면, 대국이 마땅히 겸하해야 한다.

 

六十二. 道者, 萬物之奧, 善人之寶, 不善人之所保, 美言可以市, 尊行可以加 人, 人之不善, 何棄之有, 故立天下, 置三公, 雖有拱壁以先駟馬, 不如坐進此 道, 古之所以貴此道者何, 不曰以求得, 有罪以免邪, 故爲天下貴.

 

도라는 것은 만물의 오인데, 선인의 보배이며, 불선인의 보배로 삼는 바이다. 훌륭한 말은 진실로 팔 수 있고, 훌륭한 행실은 진실로 남에게 가할 수 있다. 사람의 불선함도 버릴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천자를 세워서 삼공을 둘 때에는 공벽으로 사마에 앞세움이 잇다 해도, 앉아서 이 도를 나아가게 함만 같지 못하다. 옛날부터 이 도를 귀 하게 여기는 까닭은 무엇인가. 구하면 얻고, 죄가 있으면 면한다고 하지 않느냐. 그러므 로 천하의 존귀한 것이라 하는 것이다.

 

六十三.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 大小多少, 報怨以德, 圖難於其易, 爲大於其 細,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 大,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무위를 행하고 무사를 경영하고 맛없는 것을 맛솝고, 작은 것을 크게 하고, 적은 것을 많게 하고 원한을 갚기를 덕으로써 하고, 어려운 일을 그 쉬운 데서 도모하고, 큰 것을 그 사소한 데서부터 행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사소한 데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성인은 결코 큰 것을 행하려 하지 않으며, 그러기에 능히 그 큰 것을 성취한다. 대저 경솔한 승낙은 반드시 신뢰도가 낮고, 쉽다는 것이 많으면 반드시 어려운 것이 많다. 그러므로 성인은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 어렵다 고 본다. 그러기에 싥제로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

 

六十四. 其安易持, 其未兆易謀, 其脆易泮, 其微易散, 爲之於未有ㅡ 治之於未 亂, 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 爲者敗 之, 執者失之, 是以聖人無爲故無敗, 無執故無失, 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 之, 愼終如始, 則無敗事, 是以聖人欲不欲, 不貴難得之貨, 學不學, 復衆人之 所過, 以輔萬物之自然, 而不敢爲.

 

그 안정된 것은 유지하기 쉽고, 그 징조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도모하기 쉬우면, 그 무른 것은 녹이기 쉬우며, 그 미세한 것은 흩뜨리기 쉽다. 일은 생기기 전에 처리하고, 어지럽기 전에 다스린다. 한아름 되는 나무도 호말에서 생기고, 9층의 누대도 한 삼태기 의 흙에서 일어나고, 천리의 길도 발밑의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작위하는 자는 샐패하 고, 꽉 잡으려는 자는 놓친다. 그러므로 성인은 작위하지 않으므로 실패하지 않으며, 집 착하지 않으므로 잃지 않는다. 백성들이 일을 할 적에, 항상 거의 다 되어 가다가 실패 한다. 끝을 조심하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곧 일에 실패하는 경우가 없다. 그러므로 성인 은 무욕을 원하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히 여기지 않으며, 불학을 배워서 중인의 잘못 하는 바를 회복하고, 그리하여 만물의 자연을 도울 뿐 작위하지 않는다.

 

六十五. 古之善爲道者, 非以明民, 將以愚之, 民之難治, 以其智多, 故以智治 國, 國之賊, 不以智治國, 國之福, 知此兩者亦稽式, 常知稽式, 是謂元德, 元 德深矣遠矣, 與物反矣, 然後乃至大順.

 

옛날의 도를 잘 닦은 자는 백성들을 총명하게 하려하지 않고, 장차 이를 어리석게 하 려 했다. 백성들을 다스리기 어려움은 그들에게 지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혜로 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라의 적이고, 지혜로써 나라를 다스리지 않음은 나라의 복이 다. 그런데 이 두가지를 아는 것도 또한 법도니, 항상 이 법도를 아는 것, 이를 현덕이라 한다. 현덕은 깊고도 멀어서 세속과는 반대인데, 그런 후에야 대순에 이른다.

 

六十六.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欲上民, 必以 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是以 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강과 바다가 백곡의 왕인 까닭은, 그것이 진실로 겸하함으로써 능히 백곡의 왕인 것이 다. 그러므로 백성들의 위에 서려고 하면 반드시 말로써 이에 겸하하고, 백성들의 앞에 서려고 하면 반드시 몸으로써 이의 뒤에 선다. 그러기에 성인은 뒤에 있어도 백성들이 무겁다고 하지 않으며, 앞에 있어도 백성들이 방해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가 그를 추대하기를 즐거워하며 싫어하지 않는다. 누구하고도 싸우려 하지 않으므로 천하에 이와 능히 싸울 자가 없다.

 

六十七. 天下皆謂我道大, 似不肖, 夫唯大, 故似不肖, 若肖久矣, 其細也夫, 我 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慈故能勇, 儉故能 廣, 不敢爲天下先, 故能成器長, 今舍慈且勇, 舍儉且廣, 舍後且先, 死矣, 夫 慈以戰則勝, 以守則固, 天將救之, 以慈衛之.

 

천하가 모두 이르기를 나의 도는 크기는 하지만 불초한 것 같다고 한다. 대저 오직 크 기 때문에 불초한 것 같다. 만일 현명하다면 그 작은 것이 오래였으리라.

나에게 세 가지 보배가 있다. 잘 간직하여 이를 보배로 삼는다. 그 첫째는 자비요, 둘 째는 검소함이요, 셋째는 감히 천하의 앞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자비하므로 능히 용기 가 잇으며, 검소하므로 능히 널리 베풀 수 있고, 감히 천하의 앞장이 되지 않으므로 능 히 기량있는 자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자비를 버리고도 또한 용감하 려 하고, 검소를 버리고도 널리 베풀려고 하고, 뒤에서 따르지 않으면서 또한 앞장서려 고 하는데, 그러면 죽을 것이다.

대저 자비는 이것으로 싸우면 곧 이기고, 이것으로 지키면 견고하다. 하늘이 장차 이 를 구하고자 자비로써 이를 지킨다.

 

六十八.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 之德, 是謂用人之力, 是謂配天古之極.

 

진실로 선비인 자는 사납지 않으며, 정말로 잘 싸우는 자는 화내지 않으며, 진실로 적 을 이기는 자는 맞붙지 않으며, 사람을 잘 부리는 자는 그의 아래가 된다. 이것을 부쟁 의 더이라 하며, 이것을 남의 힘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 하며, 이것을 천도에 합한다 하 거니와, 옛날의 지극한 도이다.

 

六十九. 用兵有言, 吾不敢爲主而爲客, 不敢進寸而退尺, 是謂行無行, 攘無臂, 無敵, 執無兵,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감히 주가 되지 않고 객이 되며, 감히 한 치 전진하지 않고 한 자 후퇴한다 했다. 이것을 가지 않는데도 가고, 팔이 없는데도 걷어붙이고, 무기 가 없는데도 이를 잡고, 적이 없는데고 다가가는 것이라 한다.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 다 더 큰 화는 없으니, 적을 가볍게 보면 나의 보배는 거의 다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므 로 거병하여 서로 칠 때에도, 전쟁의 비애를 느끼는 자가 승리한다.

 

七十. 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言有宗, 事有君, 夫唯無知, 是以不我知, 知我者希, 則我者貴, 是以聖人被褐懷玉.

 

나의 말은 매우 알기 쉽고 매우 행하기 쉬운데도, 천하에 잘 아는 자도 없고 잘 행하 는 자도 없다. 말에는 근원이 있고 일에는 통솔자가 있거늘, 대저 오직 알지 못하니, 그 러므로 나를 알지 못한다. 나를 아는 자는 드물고, 나를 따르려는 자도 귀한지라, 그러므 로 성인은 조의를 걸치고 구슬을 간직하고 있다.

 

七十一. 知, 不知, 上, 不知, 知, 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聖人不病, 以其病 病, 是以不病.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최상이고,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 다. 대저 오직 병을 병으로 생각하니, 그러므로 병이 아니다. 성인에게는 병이 없는데, 그 병을 병으로 생각하니, 그러므로 병이 없는 것이다.

 

七十二. 民不畏威, 則大威至, 無押其所居, 無厭其所生, 夫唯不厭, 是以不厭, 是以聖人自知不自見, 自愛不自貴, 故去彼取此.

 

백성이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곧 대위가 온다. 백성은 그 사는 곳에 친함이 없고, 그 사는 바에 만족하지 않는다. 대저 만족해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만족하지 않아 서로 싸운다. 그래서 성인은 스스로 잘 알면서도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도 스스로 존귀하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를 버리고 이를 취한다.

 

七十三.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此兩者或利或害, 天之所惡, 孰知其故, 是 以聖人猶難之, 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不召而自來, 然而善謀, 天網恢恢, 疏而不失.

 

감행하는 데 용감하면 곧 죽이고, 감행하지 않는 데 용감하면 곧 살린다. 이 양자는 혹은 이롭고 혹은 손해라 한다. 하늘이 미워하는 바를, 누가 그 까닭을 알 것인가. 그러 므로 성인도 오히려 어렵다고 본다.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으면서 잘 이기고, 말하지 않으면서 잘 응하고,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천연하여 잘 도모한다. 천망은 희희하여, 성긴 듯하나 놓치지 않는다.

 

七十四.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 敢,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 , 夫代大匠 者, 希有不傷 其手矣.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어찌 죽음으로써 이를 두렵게 하랴. 비록 백성들 이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여, 그래서 부정을 저지르는 자를 내가 잡아서 죽일 수 잇다 한 들, 누가 감히 이를 행할 것인가. 항상 사살자가 있어서 죽이는 것이니, 대저 사살자를 대신하여 죽이는 것, 이것을 대장을 대신하여 나무를 찍는 것이라 하거니와, 대장을 대 신하여 나무를 찍다가 그 손을 다치지 않는 자는 드물다.

 

七十五. 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그 관상이 세금을 먹음이 많음으로써, 이 때문에 굶주리는 것 이다. 백성들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을 그 관상이 작위있음으로써, 그 때문에 다스리기 힘들다. 백성들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그 생을 구함이 너무 두터워, 이 때문에 죽은을 가볍게 여긴다. 대저 단지 생으로써 작위함이 없는 자는, 이것이 생을 귀히 여기 는 자보다 나은 것이다.

 

七十六.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 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兵, 强大處下, 柔弱處上.

 

사람이 날 적에는 유약하고, 죽으면 견강하다. 만물 초목이 살았을 때는 부드럽고, 그 것이 죽으면 말라서 딱딱하다. 그러므로 견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 유약한 것은 삶의 무 리이다. 이리하여 병기도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도 강하면 곧 꺾인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있고, 유약한 것은 위에 있는 것이다.

 

七十七.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不足者補之, 天之道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是以聖人爲而不恃, 功成而不處, 其不欲見賢.

 

하늘의 도는 마치 활대를 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놓은 것은 이를 누르고, 낮은 것 은 이를 놓이고, 여유가 있는 것은 이를 덜고, 부족한 것은 이를 보충한다. 하늘의 도는 여유가 있는 것을 덜어내어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데, 사람의 규범은 그렇지 않아 부족 한데서 덜어내어 여유가 있는 것에게 바친다. 그런데 누가 진실로 여유가 있어서 천하에 봉사할 것인가. 오직 유도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고도 자랑하지 않고, 큰 공을 이루고도 않지 않으며, 그 현명함을 나타내려 하지 않는다.

 

七十八. 天下莫柔弱於水, 而功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弱之勝强, 柔 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不 祥, 是謂天下王, 正言若反.

 

천하에 물보다 유약한 것은 없으나 견강을 치는 자로서 진실로 이보다 나은 자 없는 것은, 어떤 것으로도 이를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 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은 천하에 모르는 자가 없지만, 진실로 실행하는 자는 없다. 그러므로 성인이 이르기를 "나라의 오욕을 인수하는 것, 이를 사직의 주인이라 하 고, 나라의 불행을 인수하는 것, 이를 천하의 왕이라 한다."고 했다. 마른 말은 일견 진 실에 반대되는 것 같다.

 

七十九.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 有德司 契, 無德司徹, 天道無親, 常與善人.

 

큰 원한은 화해하여도 반드시 남는 원한이 있으니 어찌 참으로 선처했다고 할 것인가.

그러므로 성인은 할부의 왼쪽만을 잡아 남을 책하지 않는다. 속담에 덕이 있는 자는 할 부를 맡고, "덕이 없는 자는 철을 맡는다"고 했다. 천도에는 친소가 없는데 항상 선인에 편드는 것이다.

 

八十. 小國寡民, 使有什佰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 無所乘 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使人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 俗,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不相往來.

 

작은 나라에 적은 백성, 여러 가지 기물이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게 하고, 백성으로 하여금 죽음을 중하게 여겨 멀리 이사하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긴 하지만 이를 탈 곳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긴 하지만 진열할 곳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묶어 약속의 표시로 사용하고, 그 음식을 달게 먹고, 그 의복을 아름답게 입고, 그 거처 에 안주하고, 그 풍속을 즐거워한다. 이웃나라를 서로 바라보고, 닭과 개의 소리가 서로 들려도, 백성이 늙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八十一.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 不積, 旣以爲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 선한 자는 달변이 아니고, 달변인 자는 선하지 않으며, 지식이 있는 자는 박학하지 않으며, 박학인 자는 지식이 없 다. 선인은 축적하지 않으며, 이미 남을 위하므로 자기는 더욱 여유가 있으며, 이미 남에 게 주므로 자기는 더욱 많아진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할 뿐 해하지 않으며, 성인의 도 는 남을 위할 뿐 싸우지 않는다.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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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綱五倫(삼강오륜)


三綱(삼강)


君爲臣綱(군위신강)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것이 근본 도리 이고,


父爲子綱(부위자강)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근본 도리 이고,


夫爲婦綱(부위부강)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근본 도리 이다.


五倫(오륜)


君臣有義(군신유의) 임금과 신하는 의리가 있어야하고,


父子有親(부자유친) 아버지와 아들은 친함이 있어야하고,


夫婦有別(부부유별)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하고,


長幼有序(장유유서) 어른과 어린이는 차례가 있어야하며,


朋友有信(붕우유신) 벗과 벗은 믿음이 있어야한다.



朱子十悔訓(주자십회훈)


不孝父母死後悔(불효부모사후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不親家族疏後悔(불친가족소후회)

가족에게 친절치 않으면 떨어진 뒤에 뉘우친다.


少不勤學老後悔(소불근학노후회)

젊을때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安不思難敗後悔(안불사난패후회)

편할때 어려움을 생각치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


富不儉用貧後悔(부불검용빈후회)

넉넉할때 아껴쓰지 않으면 가난한 후에 뉘우친다.


春不耕種秋後悔(춘불경종추후회)

봄에 종자를 심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


不治垣墻盜後悔(불치원장도후회)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도적 맞은 후에 뉘우친다.


色不謹愼病後悔(색불근신병후회)

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후에 뉘우친다.


醉中妄言醒後悔(취중망언성후회)

술취한 때 망언된 말은 술깬 뒤에 뉘우친다.


不接賓客去後悔(부접빈객거후회)

손님을 접대하지 않으면 간 뒤에 뉘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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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字小學(사자소학)


父生我身(부생아신)하시고: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母鞠我身(모국아신)이로다: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다.

腹以懷我(복이회아)하시고: 배로써 나를 품어 주시고

乳以哺我(유이포아)로다 : 젖으로써 나를 먹여 주셨다.


以衣溫我(이의온아)하시고: 옷으로써 나를 따뜻하게 하시고

以食飽我(이식포아)로다 : 밥으로써 나를 배부르게 하셨다.

恩高如天(은고여천)하시고: 은혜는 높기가 하늘과 같으시고

德厚似地(덕후사지)하시니: 덕은 두텁기가 땅과 같으시다.



爲人子者(위인자자)가 : 사람의 자식된 자가

曷不爲孝(갈불위효)리오 : 어찌 효도를 하지 않겠는가

欲報其德(욕보기덕)인댄 : 그 은덕을 갚고자 하면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 하늘처럼 다함이 없다.



晨必先起(신필선기)하야 : 벽에는 반드시 먼저 일어나

必洗必漱(필선필수)하며 : 반드시 세수하고 반드시 양치질하며,

昏定晨省(혼정신성)하고 : 저녁엔 잠자리를 정하고 새벽엔 문안을 살피고,

冬溫夏淸(동온하정) 하라: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게 해 드려라.



父母呼我(부모호아)어시든: 부모님께서 나를 부르시거든

唯而趨進(유이추진)하고 : 빨리 대답하고 달려 나가고

父母使我(부모사아)어시든: 부모님께서 나를 부리시거든

勿逆勿怠(말역말태)하라 : 거스르지 말고 게을리하지 말라.



父母有命(부모유명)이어시든: 부모님께서 명하는 것이 있으시거든

俯首敬聽(부수경청)하라 : 머리를 숙이고 공경히 들어라.

坐命坐聽(좌명좌청)하고 : 앉아서 명하시면 앉아서 듣고

立命立聽(입명입청)하라 : 서서 명하시면 서서 들어라.



父母出入(부모출입)이어시면: 부모님께서 출입하시거든

每必起立(부필기립)하라 : 매번 반드시 일어나 서라.

父母衣服(무모의복)을 : 부모님의 의복을

勿踰勿踐(물유물천)하라 : 넘어 다니지 말고 밟지 말라.



父母有疾(부모유질)이어시면: 부모님께서 병을 앓으시거든

憂而謀瘳(우이모추)하라 : 근심하고 낫게 하기를 꾀하라.

對案不食(대안불식)이어시든: 밥상을 대하시고서 잡수시지 않으시거든

思得良饌(사득양찬)하라 : 좋은 음식을 장만할 것을 생각하라.



出必告之(출필곡지)하고 : 밖에 나갈 때에는 반드시 아뢰고

反必面之(반필면지)하라 : 돌아오면 반드시 뵈어라.

愼勿遠遊(신물원유)하고 : 부디 먼 곳에 가서 놀지 말며

遊必有方(유필유방)하라 :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이 있게 하라.



出入門戶(출입문호)어든 : 문호를 출입할 때에는

開閉必恭(개폐필공)하라 : 문을 여닫기를 반드시 공손하게 하라.

勿立門中(물립문중)하고 : 문 한가운데 서지 말고

勿坐房中(물좌방중)하라 : 방 한가운데 앉지 말라



行勿慢步(행물만보)하고 : 걸어갈 때에 걸음을 거만하게 걷지 말고

坐勿倚身(좌물의신)하라 : 앉을 때에 몸을 기대지 말라

口勿雜談(구물잡담)하고 : 입으로는 잡담을 하지 말고

手勿雜戱(수물잡희)하라 : 손으로는 장난을 하지 말라.



膝前勿坐(슬전물좌)하고 : 부모님 무릎 앞에 앉지 말고

親面勿仰(친면물앙)하라 : 부모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라.

須勿放笑(수물방소)하고 : 모름지기 큰소리로 웃지 말고

亦勿高聲(역물고성)하라 : 또한 큰소리로 말하지 말라.



侍坐父母(시좌부모)어든 : 부모님을 모시고 앉아 있거든

勿怒責人(물노책인)하라 : 성내어 다른 사람을 꾸짖지 말라.

侍坐親前(시좌친전)이어든: 부모님 앞에 모시고 앉아 있거든

勿踞勿臥(물거물와)하라 : 걸터앉지 말며 눕지 말라.



獻物父母(헌물부모)어든 : 부모님께 물건을 바치거든

跪而進之(궤이유지)하라 : 꿇어앉아서 올려라.

與我飮食(여아음식)이어시든 : 나에게 음식을 주시거든

跪而受之(궤이수지)하라 : 꿇어앉아서 받아라.



器有飮食(기유음식)이라도: 그릇에 음식이 있어도

不與勿食(불여물식)하라 : 주시지 않으면 먹지 말라.

若得美味(약득미미)어든 : 만약 맛있는 음식을 얻으면

歸獻父母(귀헌부모)하라 : 돌아가 부모님께 드려라.



衣服雖惡(의복수악)이나 : 의복이 비록 나쁘더라도

與之必著(여지필저)하라 : 주시면 반드시 입어라.

飮食雖厭(음식수염)이나 : 음식이 비록 먹기 싫더라도

與之必食(여지필식)하라 : 주시면 반드시 먹어라.



父母無衣(부모무의)어시든 : 부모님이 입으실 옷이 없으시면

勿思我衣(물사아의)하며 : 내가 입을 옷을 생각지 말며

父母無食(부모무식)이어시든: 부모님이 드실 음식이 없으시거든

勿思我食(물사아식)하라 : 내가 먹을 음식을 생각지 말라.



身體髮膚(신체발부)를 : 신체와 머리털과 피부를

勿毁勿傷(물훼물상)하라 : 훼손하지 말며 상하지 말라.

衣服帶靴(의복대화)를 : 의복과 허리띠와 신발을

勿失勿裂(물실물렬)하라 : 잃어버리지 말며 찢지 말라.



父母愛之(부모애지)어시든: 부모님께서 사랑해 주시거든

喜而勿忘(희이물망)하라 : 기뻐하며 잊지 말라.

父母責之(부모책지)어시든: 부모님께서 꾸짖으시거든

反省勿怨(반성물원)하라 : 반성하고 원망하지 말라.



勿登高樹(물등고수)하라 : 높은 나무에 올라가지 말라

父母憂之(부모우지)시니라 : 부모님께서 근심하시느니라.

勿泳深淵(물영심연)하라 : 깊은 연못에서 헤엄치지 말라

父母念之(부모념지)시니라 : 부모님께서 염려하시느니라.

勿與人鬪(물여인투)하라 : 남과 더불어 다투지 말라

父母不安(부모불안)이시니라:부모님께서 불안해하시느니라.



室堂有塵(당실유진)이어든: 방과 거실에 먼지가 있거든

常必灑掃(상필쇄소)하라 : 항상 반드시 물 뿌리고 청소하라.

事必稟行(사필품행)하고 : 일은 반드시 여쭈어 행하고

無敢自專(무감자전)하라 : 감히 자기 멋대로 하지 말라.

一欺父母(일사부모)면 : 한번이라도 부모님을 속이면

其罪如山(기죄여산)이니라: 그 죄가 산과 같다.



雪裏求筍(설리구순)은 :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한 것은

孟宗之孝(맹종지효)요 : 맹종의 효도이고,

剖 得鯉(부득리)는 : 얼음을 깨고서 잉어를 잡은 것은

王祥之孝(왕상지효)니라 : 왕상의 효도이다.



我身能賢(아신능현)이면 : 내 몸이 능히 어질면

譽及父母(예급부모)니라 : 명예가 부모님께 미치느니라.

我身不賢(아신불현)이면 : 내 몸이 어질지 못하면

辱及父母(욕급부모)니라 : 욕이 부모님께 미치느니라.



追遠報本(추원보원)하야 : 먼 조상을 추모하고 근본에 보답하여

祭祀必誠(제사필성)하라 : 제사를 반드시 정성스럽게 지내라.

非有先祖(비유선조)면 : 선조가 계시지 않았으면

我身曷生(아신갈생)이리오: 내 몸이 어디서 생겨났겠는가



事親如此(사친여차)면 : 부모를 섬기는 것이 이와 같으면

可謂孝矣(가위효의)니라 : 효도한다고 이를 수 있다.

不能如此(불능여차)면 : 능히 이와 같이 하지 못하면

禽獸無異(금수무이)니라 : 금수와 다름이 없느니라.



學優則仕(학우즉사)하야 : 학문이 넉넉하면 벼슬을 해서

爲國盡忠(위국진충)하라 :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敬信節用(경신절용)하야 : 조심해서 미덥게 일하며 재물을 아껴 써서

愛民如子(애민여자)하라 : 백성을 사랑함은 자식과 같게 하라.



人倫之中(인륜지중)에 : 인륜의 가운데에

忠孝爲本(충효위본)이니 : 충과 효가 근본이 되니

孝當竭力(효당갈력)하고 : 효도는 마땅히 힘을 다해야 하고

忠則盡命(충즉진명)하라 : 충성은 목숨을 다해야 한다.



夫婦之倫(부부지륜)은 : 부부의 인륜은

二姓之合(이성지합)이니 : 두 성씨가 합한 것이니

內外有別(내외유별)하야 :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서

相敬如賓(상경여빈)하라 : 서로 공경하기를 손님처럼 하라.



夫道和義(부도화의)요 : 남편의 도리는 온화하고 의로운 것이요

婦德柔順(부덕유순)이니라: 부인의 덕은 유순한 것이니라.

夫唱婦隨(부창부수)면 : 남편이 선창하고 부인이 이에 따르면

家道成矣(가도성의)리라 : 가정의 법도가 이루어 질 것이다.



兄弟姉妹(형제자매)는 : 형제와 자매는

同氣而生(동기이생)이니 : 한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兄友弟恭(형우제공)하야 :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히하여

不敢怨怒(불감원노)니라 : 감히 원망하거나 성내지 말아야 한다.



骨肉雖分(골육수분)이나 : 뼈와 살은 비록 나누어 졌으나

本生一氣(본생일기)요 : 본래 한 기운에서 태어났으며,

形體雖異(형체수이)나 : 몸의 모양새는 비록 다르나

素受一血(소수일혈)이니라: 본래 한 핏줄을 받았느니라.



比之於木(비지어목)하면 : 나무에 비유하면

同根異枝(동근이지)며 : 뿌리는 같고 가지는 다른 것과 같고,

比之於水(비지어수)하면 : 물에 비유하면

同源異流(동원이류)니라 : 근원은 같고 흐름은 다른 것과 같다.



兄弟怡怡(형제이이)하야 : 형제는 서로 화합하여

行則雁行(행즉안행)하라 : 길을 갈 때는 기러기 떼처럼 나란히 가라.

寢則連衾(침즉연금)하고 : 잠잘 때에는 이불을 나란히 덮고

食則同牀(식즉동상)하라 : 밥 먹을 때에는 밥상을 함께 하라.



分毋求多(분모구다)하며 : 나눌 때에 많기를 구하지 말며

有無相通(유무상통)하라 :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라.

私其衣食(사기의식)이면 : 형제간에 자기들의 의복과 음식을 사사로이하면

夷狄之徒(이적지도)니라 : 오랑캐의 무리이다.



兄無衣服(형무의복)이어든: 형이 의복이 없거든

弟必獻之(제필헌지)하고 : 아우가 반드시 드리고,

弟無飮食(제무음식)이어든: 아우가 음식이 없거든

兄必與之(형필여지)하라 : 형이 반드시 주어라.



一杯之水(일배지수)라도 : 한 잔의 물이라도

必分而飮(필분이음)하고 : 반드시 나누어 마시고

一粒之食(일립지식)이라도: 한 알의 음식이라도

必分而食(필분이식)하라 : 반드시 나누어 먹어라.



兄雖責我(형수책아)나 : 형이 비록 나를 꾸짖더라도

莫敢抗怒(막감항노)하고 : 감히 항거하고 성내지 말고.

弟雖有過(제수유과)나 : 아우가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須勿聲責(수물성책)하라 : 모름지기 큰소리로 꾸짖지 말라.



兄弟有善(형제유선)이어든: 형제간에 잘한 일이 있으면

必譽于外(필예우외)하고 : 반드시 밖으로 칭찬하고,

兄弟有失(형제유실)이어든: 형제간에 잘못이 있으면

隱而勿揚(은이물양)하라 : 숨겨 주고 드러내지 말라.



我有歡樂(아유환락)이면 :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면

兄弟亦樂(형제역락)하고 : 형제들도 즐거워하고,

我有憂患(아유우환)이면 : 나에게 근심과 걱정이 있으면

兄弟亦憂(형제역우)니라 : 형제들도 근심하느니라.



雖有他親(수유타친)이나 : 비록 다른 친척이 있으나

豈若兄弟(개약형제)리오 : 어찌 형제간과 같겠는가.

兄弟和睦(형제화목)이면 : 형제가 화목하면

父母喜之(부모희지)시니라: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느니라.



事師如親(사사여친)하야 : 스승 섬기기는 어버이와 같이 해서

必恭必敬(필공필공)하라 : 반드시 공손히 하고 반드시 공경하라.

先生施敎(선생시교)어시든: 선생님께서 가르침을 베풀어주시거든

弟子是則(제자시즉)하라 : 제자들은 이것을 본받아라.



夙興夜寐(숙흥야매)하야 :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서

勿懶讀書(물나독서)하라 :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勤勉工夫(근면공부)하면 : 공부를 부지런히 힘쓰면

父母悅之(부모열지)시니라: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느니라.



能孝能悌(능효능제)가 : 부모께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할 수 있는 것은

莫非師恩(막비사은)이니라: 스승의 은혜 아닌 것이 없느니라.

能知能行(능지능행)이 : 알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것은

總是師功(총시사공)이니라: 모두 스승의 공이니라.



長者慈幼(장자자유)하고 : 어른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幼者敬長(유자경장)하라 : 어린이는 어른을 공경하라.

長者之前(장자지전)엔 : 어른의 앞에서는

進退必恭(진퇴필공)하라 : 나아가고 물러날 때 반드시 공손히 하라.



年長以倍(연장이배)어든 : 나이가 많아 곱절이 되거든

父以事之(부이사지)하고 : 아버지로 섬기고

十年以長(십년이장)이어든: 열 살이 더 많으면

兄以事之(형이사지)하라 : 형으로 섬겨라.



我敬人親(경노인친)이면 : 내가 다른 사람의 어버이를 공경하면

人敬我親(인경아친)하고 : 다른 사람이 내 어버이를 공경하고,

我敬人兄(아경인형)이면 : 내가 다른 사람의 형을 공경하면

人敬我兄(인경아형)이니라: 다른 사람이 내 형을 공경하느니라.



人之在世(인지재세)에 : 사람이 세상에 있으면서

不可無友(불가무우)니 : 친구가 없을 수 없으니

以文會友(이무회우)하고 : 글로써 벗을 모으고

以友輔仁(이우보인)하라 : 벗으로써 인을 도와라.



友其正人(우기정인)이면 : 그 바른 사람을 벗하면

我亦自正(아역자정)이요 : 나도 저절로 바르게 되고,

從遊邪人(종유사인)이면 : 간사한 사람을 따라서 놀면

我亦自邪(아역자사)니라 : 나도 저절로 간사해 진다.



蓬生麻中(봉생마중)이면 : 쑥이 삼 가운데서 자라나면

不扶自直(불부자직)이요 : 붙들어주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지고

白沙在泥(자사재니)면 : 흰모래가 진흙에 있으면

不染自汚(불염자오)니라 : 물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더러워지느니라.



近墨者黑(근묵자흑)이요 :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近朱者赤(근주자적)이니 : 주사(朱砂)를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게 되니

居必擇隣(고필택린)하고 : 거처할 때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就必有德(취필유덕)하라 : 나아갈 때엔 반드시 덕있는 사람에게 가라.



擇而交之(택이교지)면 : 사람을 가려서 사귀면

有所補益(유소보익)하고 : 도움과 유익함이 있고,

不擇而交(불택이교)면 : 가리지 않고 사귀면

反有害矣(반유해의)니라 : 도리어 해가 있느니라.



朋友有過(붕우유과)어든 : 친구에게 잘못이 있거든

忠告善導(충고선도)하라 : 충고하여 착하게 인도하라.

人無責友(인무책우)면 : 사람이 잘못을 꾸짖어 주는 친구가 없으면

易陷不義(역함불의)니라 : 의롭지 못한데 빠지기 쉬우니라.



面讚我善(면찬아선)이면 : 면전에서 나의 착한 점을 칭찬하면

諂諛之人(첨유지인)이요 : 아첨하는 사람이고,

面責我過(면책아과)면 : 면전에서 나의 잘못을 꾸짖으면

剛直之人(강직지인)이니라: 굳세고 정직한 사람이다.



言而不信(이언불신)이면 : 말을 하되 미덥지 못하면

非直之友(비직이우)니라 : 정직한 친구가 아니다.

見善從之(견선종지)하고 : 착한 것을 보면 그것을 따르고

知過必改(지과필개)하라 :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



悅人讚者(열인찬자)는 : 남의 칭찬을 좋아하는 자는

百事皆僞(백사개위)며 : 온갖 일이 모두 거짓이고,

厭人責者(염인책자)는 : 남의 꾸짖음을 싫어하는 자는

其行無進(기행무진)이니라: 그 행동에 진전이 없다.



元亨利貞(원형이정)은 : 원 형 이 정은

天道之常(천도지상)이요 : 천도의 떳떳함이고

仁義禮智(인의예지)는 : 인 의 예 지는

人性之綱(인성지강)이니라: 인성의 벼리이다.



父子有親(부자유친)하며 :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고,

君臣有義(군신유의)하며 :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으며,

夫婦有別(부부유별)하며 :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분별이 있으며,

長幼有序(장유유서)하며 :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으며,

朋友有信(붕우유신)이니 : 벗과 벗 사이에는 신의가 있으니,

是謂五倫(이위오륜)이니라: 이것을 일러 오륜이라고 한다.

君爲臣綱(군위신강)이요 :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父爲子綱(부위자강)이요 :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夫爲婦綱(부위부강)이니 :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니,

是謂三綱(이위삼강)이니라: 이것을 일러 삼강이라고 한다.

人所以貴(인소이귀)는 : 사람이 귀한 이유는

以其倫綱(이기륜강)이니라: 오륜과 삼강 때문이다.



足容必重(족용필중)하며 : 발의 용모은 반드시 무겁게 하며,

手容必恭(수용필공)하며 : 손의 용모는 반드시 공손하게 하며,

目容必端(목용필단)하며 : 눈의 용모는 반드시 단정히 하며,

口容必止(구용필지)하며 : 입의 용모는 반드시 듬직히 하며,

聲容必靜(성용필정)하며 : 소리의 용모는 반드시 조용하게 하며,

頭容必直(두용필직)하며 : 머리의 용모는 반드시 곧게 하며,

氣容必肅(기용필숙)하며 : 숨쉴 때의 용모는 반드시 엄숙히 하며,

立容必德(입용필덕)하며 : 서 있는 모습은 반드시 덕이 있게 하며,

色容必莊(색용필장)이니 : 얼굴 용모는 반드시 씩씩하게 할 것이니,

是曰九容(시왈구용)이니라: 이것을 말해서 구용이라고 한다.



視必思明(시필사명)하며 : 볼 때에는 반드시 밝게 볼 것을 생각하며,

聽必思聰(청필사총)하며 : 들을 때에는 반드시 총명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며,

色必思溫(색필사온)하며 : 얼굴빛은 반드시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貌必思恭(모필사공)하며 : 용모는 반드시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言必思忠(언필사충)하며 : 말은 반드시 성실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事必思敬(사필사공)하며 : 일은 반드시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疑必思問(의심사문)하며 : 의심나는 것은 반드시 물을 것을 생각하며,

忿必思難(분필사란)하며 : 분노가 날 때에는 반드시 후환을 생각하며,

見得思義(견득사의)니 : 얻을 것을 보면 의를 생각해야 하니,

是曰九思(시왈구사)니라 : 이것을 말해서 구사라고 한다



非禮勿視(비례물시)하며 :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非禮勿聽(비례물청)하며 : 예가 아니 면 듣지 말며,

非禮勿言(비례물언)하며 :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非禮勿動(비례물동)이니라: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行必正直(행필정직)하고 :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하고

言則信實(언즉신실)하며 : 말은 미덥고 성실하게 하며,

容貌端正(용모단정)하고 : 용모는 단정하게 하고

衣冠整齊(의관정제)하라 : 의관은 바르고 가지런하게 하라.



居處必恭(거처필공)하고 : 거처할 때에는 반드시 공손히 하고

步履安詳(보리안상)하라 : 걸음걸이는 편안하고 침착히 하라.

作事謀始(작사모시)하고 : 일을 할 때에는 시작을 잘 계획하고

出言顧行(출언고행)하라 : 말을 할 때에는 행실을 돌아 보라.



常德固持(상덕고지)하고 : 떳떳한 덕을 굳게 지키고

然諾重應(연약중응)하라 : 승낙을 할 때에는 신중히 대답하라.

飮食愼節(음식신절)하고 : 먹고 마실 때에는 삼가고 절제하고

言語恭遜(언어공손)하라 : 언어를 공손히 하라.



德業相勸(덕업상권)하고 : 덕업은 서로 권하고,

過失相規(과실상규)하며 : 과실은 서로 타이르며,

禮俗相交(예속상교)하고 : 예스러운 풍속은 서로 사귀고,

患難相恤(환난상휼)하라 : 재앙과 어려운 일은 서로 구휼하라.



貧窮困厄(빈공곤액)에 : 빈궁과 재액이 있을 때에는

親戚相救(친척상구)하며 : 친척들이 서로 구원해 주며,

婚姻死喪(혼인사상)에 : 혼인과 초상에는

相扶相助(상부상조)하라 : 이웃끼리 서로 도와라.



修身齊家(수신제가)는 :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은

治國之本(치국지본)이요 :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고

讀書勤儉(독서근검)은 : 책을 읽으며 부지런하고 검소함은

起家之本(기가지본)이니라: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다.



忠信慈祥(충언자상)하고 : 충실하고 신용 있고 자상하며

溫良恭儉(온양공검)하라 : 온순하고 어질고 공손하고 검소하게 하라.

人之德行(인지덕행)은 : 사람의 덕행은

謙讓爲上(겸양위상)이니라: 겸손과 사양이 제일이다.



莫談他短(막담타단)하고 :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靡恃己長(미시기장)하라 :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己所不欲(기소불욕)을 : 자기가 하고 싶지 아니한 것을

勿施於人(물시어인)하라 : 남에게 베풀지 말라.



積善之家(적선지가)는 : 선행을 쌓은 집안은

必有餘慶(유필여경)이요 : 반드시 뒤에 경사가 있고.

不善之家(불선지가)는 : 불선을 쌓은 집안은

必有餘殃(필유여앙)이니라: 반드시 뒤에 재앙이 있다.



損人利己(손인이기)면 : 남을 손해보게 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終是自害(종신자해)니라 : 마침내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禍福無門(화복무문)하야 : 재앙과 복은 특정한 문이 없어

惟人所召(유인소소)니라 : 오직 사람이 불러들인 것이다.



嗟嗟小子(차차소자)아 : 아, 소년들이여

敬受此書(경수차서)하라 : 공경히 이 책을 받들어라.

非我言耄(비아언모)라내 : 나의 말은 늙은이의 망녕이 아니라

惟聖之謨(유성지막)시니라: 오직 성인의 가르치심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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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印經 (심인경) 해설



[참고로 이 글은 『同人』지(1997년 7월호, 홍역학회), 『대산주역강의1』(대산 김석진, 한길사), 『스승의 길 주역의 길』(대산 김석진, 한길사, 2001)을 전적으로 참조하여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필요에 따라 한 문장씩 해설을 붙이고, 나중에 전체 해설을 붙였습니다. 혹 사리에 부합되지 못한 내용은 전적으로 제 우매의 소치이므로 널리 질책 바랍니다. - 家苑]


上藥三品 神與氣精

최상의 약 세 가지 품질은 신과 기와 정이다.


恍恍惚惚 杳杳冥冥

황황하고 홀홀하고 묘묘하고 명명하다.


[해설] 노자 도덕경 제21장에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 杳兮冥兮 其中有精”에서 나오는 말과 같다. 황황홀홀은 눈이 부셔, 있기는 있으나 걷잡을 수 없는 휘황찬란한 공간적인 모습이고, 묘묘명명은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 없는 아득한 시간적인 모습이다. 만물이 나기 이전의 태극을 묘사한 것으로 도덕경 제14장에 나오는 視之不見 聽之不聞 搏之不得과 같은 내용이다.


存無守有 頃刻而成

없는 것을 존하게 하고 있는 것을 지킴은 잠깐 동안에 이루어짐이라.


回風混合 百日功靈

바람을 돌려 섞어 합하여 (이룬) 백일의 공은 신령스럽다.


[해설]주역 重風巽괘 대상전에 “君子ㅣ 以하야 申命行事하나니라”하였듯이 하늘은 바람을 통해서 명령을 내린다. 한번 불고 마는 것이 아니라 自彊不息하면서 끝까지 하는 것이 신명행사이며 그렇게 이룬 공이므로 신령스럽다. 巽괘는 주역 57번째 괘인데 간지상으로 57번째가 庚申이며 이는 金氣이다. 고쳐서 편다는 뜻이 들어 있다. 계속 부는 바람은 세상을 바꾸고 공을 이룬다. 홍범구주에서 볼 수 있듯이 때맞춰 부는 바람(時風)은 성인의 공덕이다. 천지의 공덕을 더불어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성인으로 자강불식하면서 공을 이룰 수 있다. 여기서 백일이라 하면 한 계절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가운데 土의 자리는 바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태극의 자리로 四季를 중재하는 자리이기도 하며 土生金의 이치(風과 庚申의 관계)로 삼복더위에 엎드려 있다가 가을 기운을 지고 나오는 金은 바로 기운이 단단히 뭉친 것으로 인체에서는 丹田에 모여진다.


黙朝上帝 一紀飛昇

묵묵히 상제를 조회하는데 12년만에 날아오른다.


[해설]一紀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12地支이므로 12년이 원칙이나 정성을 다하면 12개월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1차는 ‘存無守有’ 제2차는 ‘回風混合’ 제3차는 ‘黙朝上帝’의 경지에 오른다. 그것은 목성이 12년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地雷復의 天地之心을 회복하여 진실무망한 하늘의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옛날에 천자는 12년마다 한번씩 하늘과 땅에 제사지내는 봉선의식을 거행했다.


知者易悟 昧者難行

아는 자는 쉽게 깨닫지만 어두운 자는 행하기 어렵다.


履踐天光 呼吸育淸

하늘의 빛을 밟고 밟아 호흡하여 맑은 기운을 길러야 한다.


出玄入牝 若亡若存

현으로 나가고 빈으로 들어오기를 없는 것도 같고 있는 것도 같이하여야 한다.


[해설]도덕경 제6장에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에서 볼 수 있듯이, 玄은 상단전을, 牝은 하단전을 가리킨다.


綿綿不節 固蒂深根 (蒂=蔕꼭치체)

면면히 이어지도록 하면 꼭지가 굳어지고 뿌리가 깊어진다.


[해설]도덕경 제59장에 “可以長久 是謂深根固 長生久視之道”에 보이듯이 뿌리가 깊숙하면 자연히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는 것과같이 공부도 근본공부를 해야 한다. 오장육부가 튼튼해지려면 앞서 나온 呼吸育淸을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入水不溺 入火不焚

물에 들어가고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


人各有精 精合其神

사람이 각각 정이 있는데 정은 그 신과 합한다.


神合其氣 氣合體眞

신은 그 기와 합하고 기는 체와 합하는데 진기라야 한다.


不得其眞 皆是强名

그 진을 얻지 못하고 모두 어거지로 이름만 붙인다.


神能入石 神能飛形

신은 능히 돌에 들어가고 신은 능히 형체도 날게 한다.


神依形生 精依氣盈

신은 형체에 의지해 생하고 정은 기에 의지해 꽉 찬다.


[해설]주역 계사전에 “形而上者를 謂之道요 形而下者를 謂之器라”와 같이 形이 있은 다음에 상적인 神과 하적인 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精도 기운에 의지하는 것이니 기가 다하면 精도 자연 말라 없어지게 된다.


不彫不殘 松柏靑靑

떨어지지도 않고 쇠잔하지도 않는 소나무 잣나무의 청청불변이다.


[해설]논어에 “歲寒然後에야 知松柏之後彫”라 하듯이 영원히 푸르름을 나타낸다.


三品一理 妙不可聽

세 가지 품질의 하나의 이치로 신묘해서 들으려 하나 들을 수 없다.


[해설]일원적 삼원론으로 태극에서 셋으로 분화되는(一析三極) 황홀묘명한 경지를 말한다. 주역의 “神也者는 妙萬物而爲言者也”와 천부경의 “一妙衍萬往萬來”의 妙함과 통한다.


其聚卽有 其散卽零

그것을 모으면 있게 되고 그것을 흩으면 無로 돌아간다.


七竅相通 竅竅光明

일곱 구멍이 서로 통하고 구멍구멍이 광명하다.


[해설]천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양체가 있고 음체가 있는데 耳目口鼻 七竅(귀 둘, 눈 둘, 입 하나, 코 둘)는 하늘 자리인 양체에 있어 정신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배설하는 二竅(前陰, 後陰)는 음체로 땅에 다 쏟아내는 것이다. 구멍은 통해야 하는데 구멍이 상통해야만 광명해진다.


聖日聖月 照耀金庭

성스러운 해와 성스러운 달이 금정(이마)에 비치고 비친다.


[해설]해는 乾之精이고, 달은 坤之精으로 해와 달 모두 건곤의 성스러운 정기이다. 괘로는 해는 離虛中괘(☲)이고, 달은 坎中連괘(☵)이다.


一得永得 自然身輕

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 것이니 자연 몸이 가벼워진다.


[해설]몸은 가벼워야 건강한 것이다. 한 번 神 氣 精을 얻으면 영원히 얻어 신선이 되는 것이다.


太和充溢 骨散寒瓊

크게 조화를 이루고 차고 넘쳐서 뼈가 확 풀리고 시원한 구슬과 같이 된다.


[해설]주역 乾괘 彖傳에 “保合大和”처럼 크게 조화를 이루면 換骨奪胎를 하는 것이다.


得丹卽靈 不得卽傾

단을 얻으면 신령스러워지고 얻지 못하면 기울어진다.


丹在身中 非白非靑

단이 몸 속에 있으니 희지도 않고 푸르지도 않다.


[해설]금강경 제26분 法身非相分 四句偈에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라고 한 것과 같이 이 신묘한 이치는 色聲香味觸法의 六境으로 포착되는 것이 아니다. 非東靑非西白의 陰陽不測인 것이다.


誦之萬遍 妙理自明

이것을 만 번만 외면 묘리가 스스로 밝아진다.


[해설]아무리 어려운 경계도 다가갈 수 있는 수행방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심인경을 만번만 외우면 묘한 이치가 현현한다 했으니(一妙衍萬往萬來) “上士聞道 勤而行之”요 “神而明之 存乎其人”이라!


[전체 해설]


心이란 글자 그대로 天地人 三才(心의 점 셋 : ・・・)속에서 싹텄다(乙)는 뜻이다. 주역 지뢰복(地雷復)괘 단전(彖傳)에 “復은 其見天地之心乎인져(복에 그 천지의 마음을 볼진저)”라고 했듯이 心은 천지의 거짓없는 마음을 가리킨다.


천지에는 마음이 있고 復其見天地之心의 기가 있으므로 천지 기운(氣運)이란 천지 마음 속에서 생겨 나온다. 천지의 마음이 바르고 떳떳하면 그 속에서 나오는 기도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생기(生氣)를 발휘하여 영원토록 만물을 생육하지만 『황제음부경』에서 볼 수 있듯이 만약에 사기(邪氣)로 운행하고 살기(殺氣)를 발휘하게 되면(天發殺氣) 위로 하늘에서는 성수(星宿)가 그 위치를 상실하게 되고(移星易宿) 아래로 땅에서는 용사(龍蛇)가 불시에 육지로 나오게 되어(龍蛇起陸)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소천지’라고 하는 사람 또한 천지 마음과 기를 받아서 나왔기 때문에 마음(心) 있고 기(氣)가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천지의 속일 수 없는 공변된 마음(天理之公)과 기운을 타고 났으면서도 각각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기질의 사사로움(形氣之私)과 인욕의 사사로움(人欲之私)에 가려 공변된 마음을 속이며 살고 있다.


사람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질의 기가 생기게 된다. 즉 마음을 잘 쓰면 좋은 질의 기가 나오고, 잘못 쓰게 되면 나쁜 질의 기가 나온다. 욕심 미움 포악함과 사랑 즐거움 평화로움 등 모두가 마음 속에서 나오는 기의 작용이므로 먼저 그 기의 원천이 되는 마음을 안정하고 수양하며 양질의 기를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천지 마음을 깨치고 기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함과 동시에 내 마음을 천지 마음과 같이하며 내 기운을 천지 기운에 부응할 때 천인합일(天人合一)이 되어 자연히 기도가 (氣道)가 하나로 합치되는 것이다(合氣道).


마음에서 생산되는 기는 곧 몸(體)에 충만하여 체를 움직이니 心은 本이요, 體는 末이 된다(物有本末). 그러므로 本인 心이 어지러우면 末인 體가 편할 수 없다(其本이 亂而末治者ㅣ 否矣라). 즉 나무뿌리가 병들면 가지가 무성할 수 없듯이 기로 차 있는 몸이 병드는 것은 氣의 기본인 心氣가 불편해서이다.


心氣는 사람의 실체적 존재이지만 이는 직접 느낄 수가 없고 다만 감정으로 느끼게 된다. 감정은 心에 뿌리를 둔 감정과 氣에 뿌리를 둔 감정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氣에 뿌리를 둔 감정은 이기심과 자만심 그리고 소유욕이나 명예욕 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욕구가 충족될 때에는 기쁜 감정이 일어나지만, 그 원하는 것이 성사되지 않을 때에는 슬픈 감정이 유발된다.

기에 근원을 둔 감정은 그 욕구가 충족되어 설사 기쁜 감정이 표출된다 하더라도 진정한 기쁨은 되지 못한다. 그것은 그 기쁨 자체가 상대적이고 비교적인 기쁨이기 때문이이다.


예를 들어 30평짜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그보다 못한 18평짜리에 비해 기쁘겠지만 다른 이가 50평짜리를 샀다고 하면 그 전에 느꼈던 기쁨이 힘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또한 이러한 기쁨은 남과 더불어 같이 나눌 수 있는 게 아닌 일방적인 기쁨이며, 욕구를 충족하는 싸움에서 승리한 쪽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지만 패배한 쪽은 증오심을 갖게 되는 편협한 기쁨이다.


마음(心)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감정에도 슬픔과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억울하고 원통해서 나오는 슬픔이 아니고 인정과 사랑 속에서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인 것이다. 예를 들면 철부지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서 우물에 빠졌을 때 그 아이와 무관한 사람일지라도 딱하고 측은한 마음이 생겨 아이를 구하려고 달려가는 마음, 다리 부러진 제비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흥부의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측은지심에서 슬픔이 기쁨으로 바뀐다.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그것을 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 아무런 목적도 없고 대가성도 없는 가운데 도움을 주는 기쁨이야말로 가식도 비교도 없이 남과 더불어 같이 나누는 진정한 기쁨이요, 자비인 것이다.


우리가 학문을 한다는 것은 잘못나간 마음을 찾아 본연의 마음을 회복하는데 있다. 印(손톱 조 爪 + 병부절 卩)이란 글자는 도장을 한번 찍으면 다시 바꿀 수 없듯이 마음도 한번 찍어 놓으면 속일 수 없는 것이니, 천지의 마음을 타고난 사람도 수행을 거듭하여 천지의 마음과 여합부절(如合符節)해야 한다.


이는 곧 『주역』에서 말하는 精義入神이며, 『중용』에서 말하는 至誠如神이며, 『대학』에서 말하는 至善의 경지이다. 心印經은 바로 이러한 뜻을 내포하고,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는 수행 방편의 글이다.


『心印經』은 처음에 ‘上藥三品은 神與氣精이라’ 했다. 이 세상의 최고의 선약은 神 氣 精 세 가지라 하였다. 이 약은 형이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 작용하여 형이하적인 육체를 지배하여 건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삼품이라고 하는 神 氣 精은 元神 元氣 元精인데, 精은 하단전에 머무르고, 氣는 중단전에 머무르고, 神은 상단전에 머무른다. 그리하여 사람마다 정이 있고(人各有精), 정은 신과 합하며(精合其神), 신은 기와 합하고(神合其氣), 기는 체와 합하여 진기를 이룬다(氣合體眞). 그런데 사람들이 이 진기를 얻지 못하면서(不得其眞) 어거지로 기라고 이름만 붙이는(皆是强名)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는 본시 眞氣라야 하며 이 진기는 곧 천지자연의 기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천지자연의 기운을 타고 나왔기 때문에 진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잘못하여 그 기를 상실한다. 그러므로 삼위일체인 神 氣 精을 하나로 기름과 동시에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을 모르고서, 먹고 마시는 것만을 주로 하는 까닭에 지나치게 체력만 왕성해져 기본이 되는 천지기운이 쇠퇴하게 되고, 지엽적인 체는 한계에 도달하여 바람에 낙엽이 쉬 떨어지듯 병들고 죽어간다.


『心印經』은 대자연의 천지기운을 호흡하고 스스로의 기운을 길러 소자연의 자아완성을 이룸과 동시에 무병장수하며 그 남아도는 기운으로 타인의 질병까지도 고쳐주는 것이다. 또한 체내에 순환하는 기를 원활하게 하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천지기운과 인체의 기가 서로 통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터득하며, 궁극에는 천지기운과 자신의 기운이 하나임을 깨닫게 하는 氣功의 실천적 학문이다(履踐天光 呼吸育淸).


『心印經』을 공부하면 생체 자연적인 氣를 터득하고 조절함으로써 원활한 생리작용을 도모하고 동시에 생명활동의 본질을 알게 된다. 하늘에 기가 있고 땅에 기가 있기에 사람에게도 기가 있는 것이니 즉 천지기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내 기운이 곧 천지기운이요, 천지기운이 곧 내 기운이라는 생각으로 천지기운과 교차하면서 하나로 바르게 길러야 한다(天下之動은 貞夫一者也ㅣ라). 그래서 氣는 천도의 떳떳함(天道之常)이요, 인체의 떳떳함(人體之常)이라 할 수 있으니 中正으로 조절하면서 길러야 한다(當位以節 中正以通).


천기가 어긋나면 바람이 불고 비오듯이(天若改常 不風卽雨), 사람도 기의 조절이 잘못되면 병들거나 죽는다(人若改常 不病卽死). 그래서 우리는 기가 차다, 기가 막힌다, 기가 죽는다, 기절했다, 기가 넘친다. 기가 살아났다, 기세등등하다, 기승을 부린다 등 氣에 대한 말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다.


사람에겐 눈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는데, 보이는 것은 몸 피부 골격 등이며,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과 氣이다. 마음과 氣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엄연히 존재하면서 보이는 것을 지배한다. 그러므로 사람의 몸을 끌고 다니는 원동력은 마음과 氣이다.


천지는 기운이 쌓이고(天地絪縕), 산천은 기운이 통하고(山澤通氣), 남녀는 정기가 얽히어(男女媾精), 만물이 나오고 사람이 생기는 조화를 이룬다(萬物生焉). 그래서 『주역』에 산과 못이 기운을 통한 뒤에야 능히 변화하며 만물을 이룬다(山澤이 通氣然後에야 能變化하야 旣成萬物也하나니라)고 했다.


이를 미루어 생각하면 氣는 태극운동에 의해 최초로 발생하는 음양의 두 기운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음양의 氣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서 보이는 體를 이루며 활동하도록 한다. 또한 음기운은 서늘하고 양기운은 따뜻하다.


그리고 이 음양은 水氣 火氣 木氣 金氣 土氣라고 하는 五行의 기로 분산된다. 水氣는 춥고(冬), 火氣는 덥고(夏), 木氣는 따뜻하고(春), 金氣는 서늘하고(秋), 土氣는 습하다(四季). 바로 이 음양오행의 기가 천지자연의 기이며, 이 음양오행의 기를 사람이 타고 나왔으므로, 사람의 몸에 기가 있으면 살아있는 몸이고, 기가 없으면 죽은 몸인 것이다.


체내에 충만한 것이 氣이고,체내에 군림하여 기를 조절하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만 있고 기가 약하면 무기력해 나태해지고, 氣만 왕성하고 마음이 약하면 기승을 부려 미쳐 날뛰게 될 것이다. 기와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몸이 편안하여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뿌리가 되는 마음을 수양하여 견고히 하고, 가지가 되는 氣를 잘 길러 튼튼하게 하여(固蒂深根) 면면히 이어지도록(綿綿不節)해야 한다.


천지자연의 氣에 의해 태어난 사람은 그 기운의 힘으로 먹고 뛰고 말하고 울고 웃고 듣고 보면서 살아가다가 기운이 끊어지면 자연히 모두가 끝이 난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겉모습이 천태만상으로 다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氣에 의해 살고 죽고 한다. 그러므로 천둥번개를 치는 기운이나 손을 꼼짝거리고 눈을 깜빡이는 기운이 다 같은 기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천지기운이란 공허한 태극에서 태극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양의 기운이며, 이 음양이 곧 태극에서 나와 만물을 내기 때문에 태극이 음양의 모체가 되고, 동시에 만물의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우주만물은 크거나 작거나 모두가 氣 아님이 없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氣는 크게 元氣 精氣 眞氣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元氣란 先天之氣를 말함이니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받은 기운이고, 精氣란 後天之氣로 음식물의 섭취와 호흡을 통해 산화하면서 나오는, 요즈음 말로 에너지이다. 그러므로 음식물의 섭취와 호흡을 통해 精氣를 계속 생산하지 않으면 연료의 불이 꺼지는 것처럼 생명의 불인 元氣가 사라진다.


『心印經』에서 가르쳐주는 氣는 바로 마음의 안정 속에서 자생하는 眞氣를 이름이니, 마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마음의 수양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을 氣質이라고 하는데 이 眞氣를 세 가지로 나누면 精 氣 神이 되고, 이 세 가지를 마음으로 조절하여 眞氣로 만들어내면, 높은 차원의 기로써 『心印經』에서 말하는 心氣合一이 된다.


심기합일을 이룰 때 비로소 사람의 몸도 건강해진다. 그런데 만약 기의 욕망이 자리잡아 모든 감정을 지배하게 되면 측은지심이 발생할 수 있는 天心, 곧 本心을 망각하고, 몸에 客氣가 충만하여 가슴이 우울해지며 항시 만족스럽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체에 火가 성하게 되어 점차 狂氣로 흐르게 된다.


이때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되도록 하여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 수승화강이란 신장(腎臟)에 있는 물(水)이 위로 오르고, 위 심장(心臟)에 있는 불(火)이 아래로 내려 수(精) 화(神)가 서로 사귐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 안에서 불은 임맥(任脈)을 통하여 하강하고, 물은 독백(督脈)을 통하여 상승하는 가운데 신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건강을 유지한다.


이와 같이 수화가 交通하게 되면 물의 근원인 하복부가 불을 받아들이게 되어 훈훈해지고 따라서 하체가 강해지며, 불의 근원인 상체가 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지고 입(口)안에는 달고 향기로운 침이 생긴다. 이것을 玉泉이라고 하는데, 이 옥천인 침을 삼키면 下丹田에 깊숙이 들어가 精이 더욱 충만해짐과 동시에 腎과 心의 원활한 교제가 이루어져, 中丹田의 氣 또한 원활하게 순환하고 유통하게 되어 몸이 무병 건강하게 된다.


원래 사람은 물(液)에서 태어나 살다가 물이 마르면 죽는다. 그러므로 젊어서는 물이 풍부하여 살이 윤택하고 정신이 맑다가 늙으면 물이 마르고 불이 동하므로 피부가 거칠고 정신이 흐트러진다. 즉 물은 고요하고 불은 흐트러지며, 물은 생명의 자양분이 되고 불은 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염증(炎症) 담증(痰症)이라고 하듯이, 병의 대부분의 십병구염(十病九炎) 또는 십병구담(十病九痰)으로 모두 열(火)을 동반한다. 肝炎 肺炎 濕痰 등에 모두 ‘불 화(火)’자가 든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땅 위의 모든 생물도 활동기의 봄이 되면 물을 뽑아 올려 태양의 빛을 받아 잎이 나오고 꽃이 핀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물이 아래로 새버려 낙엽이 지고 앙상해진다.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를 내려 대지 위에 말라붙은 생물들을 소생하게 해주듯이, 수승화강은 자연현상인 것이다. 우리가 자연현상을 받아들여 지키면 자연과 더불어 영원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망각하고, 버리고 떠나면 비자연적 현상을 초래하게 되어 단기간에 쇠락해버린다.


다시 말해 수승화강이 되지 못하여 神氣精이 제각각 놀게 되면 아랫배와 수족이 냉하고 精이 약해지며 위로는 열을 받아 입에 침이 마르고 입맛이 쓰며 머리가 멍하고 아프다. 또한 여러 가지로 기막힌 현상이 일어나게 되어, 가슴과 머리가 동시에 압박감과 긴장감을 받으므로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음식도 잘 소화하지 못하고 목이 뻣뻣해지며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각종 성인병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神 氣 精의 중심이 되는 기를 잘 다스려 神과 精을 잘 통하게 하면 크게 조화를 이뤄 뼈가 확 풀리고 시원한 구슬을 움직이듯 몸이 가뿐해진다(太和充溢 骨散寒瓊).


이렇게 내 몸에 진기를 얻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은 이 세상에 살면서 남을 유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 첫째는 양심이요, 둘째는 건강이요, 셋째는 능력이다.


양심이 없으면 남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남에게 폐를 끼치며, 능력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양심을 찾는 것이고, 정신을 아래 단전에 모으고 기를 수련하는 것은 수승화강을 이룸과 동시에 자신을 건강하게 하고 남을 유익하게(홍익인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양심과 正氣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어 사람이 세상을 사는 보람을 갖게 되며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 그리고 완성된 후천세계를 살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기본은 太極에 있으니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만물을 낳는다. 그러므로 태극은 만물의 근원이요 생명의 원천이다.


사람의 생명은 개인적 생명으로 시작되었지만 개인적 생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태극의 생명원리에까지 연결된다. 이것은 바로 모든 생명체가 태극의 생명원리에 의해 창조되고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태극의 생명원리는 태극운동에 의한 음양조화의 원리이며 그 기준은 생명활동의 질서이고 목적은 건강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건강치 못하면 조화의 원리를 파괴하고 활동의 질서를 문란케 하기 때문에 건강하기 위해서는 생명원리에 의거한 생활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


사람에게 조화의 원리와 생활의 질서가 적용되면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이목구비(耳目口鼻)의 조화를 이루게 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며 가정에 적용되면 부모 형제 처자의 조화를 이루어 가정이 화목하고, 사회에 적용되면 남녀 노소 장유의 조화를 이루어 사회가 평화로워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극의 원리를 통하여 참된 질서의식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곧 자신을 수양하고 나아가 남을 유익하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이며, 그 뿌리는 태극에 있다. 『心印經』또한 이 태극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자료: 경연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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啓蒙篇 

(계몽편 ; 조선 후기 장혼(張混)이 어린이 교육용으로 지은 책)


<首篇>


上有天하고 下有地하니 天地之間에 有人焉하고 有萬物焉하니 日月星辰者는 天之所係요 (上 ; 위 상, 有 ; 있을 유, 天 ; 하늘 천, 下 ; 아래 하, 地 ; 땅 지, 之 ; 갈 지, -의 지, 間 ; 사이 간, 人 ; 사람 인, 焉 ; 어찌 언, 어조사 언, 萬 ; 일만 만, 物 ; 만물 물, 日 ; 해 일 , 날 일, 月 ; 달 월, 星 ; 별 성, 辰 ; 별 신(진), 者 ; 놈 자, 것 자, 所 ; 바 소, 係 ; 걸릴 계)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땅이 있으니,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고, 만물이 있으니 해와 달과 별들은 하늘에 걸려있는 바요


江海山嶽者는 地之所載요 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者는 人之大倫也니라 (江 ; 강 강, 海 ; 바다 해, 山 ; 뫼 산, 嶽 ; 큰 산 악, 載 ; 실을 재, 父 ; 아버지 부, 子 ; 아들 자, 君 ; 임금 군, 臣 ; 신하 신, 夫 ; 지아비 부, 婦 ; 아내 부, 長 ; 어른 장, 幼 ; 어릴 유, 朋 ; 벗 붕, 友 ; 벗 우, 大 ; 큰 대, 倫 ; 인륜 륜, 也 ; 어조사 야)

강과 바다와 산들은 땅이 실은 바요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벗들의 관계는 사람의 큰 윤리이니라.


以東西南北으로 定天地之方하고 以靑黃赤白黑으로 定物之色하고 以酸鹹辛甘苦로 定物之味하고 (以 ; 써 이, 東 ; 동녘 동, 西 ; 서녘 서, 南 ; 남녘 남, 北 ; 북녘 북, 定 ; 정할 정, 方 ; 모 방, 방위 방, 靑 ; 푸를 청, 黃 ; 누를 황, 赤 ; 붉을 적, 白 ; 흰 백, 黑 ; 검을 흑, 色 ; 빛 색, 酸 ; 초 산, 실 산, 鹹 ; 짤 함, 辛 ; 매울 신, 甘 ; 달 감, 苦 ; 쓸 고, 味 ; 맛 미)


동서남북으로 천지의 방위를 정하고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고 검은 것으로 만물의 색깔을 정하고 시고 짜고 맵고 달고 쓴 것으로 만물의 맛을 정했으며


以宮商角徵羽로 定物之聲하고 以一二三四五六七八九十百千萬億으로 總物之數니라 (宮 ; 집 궁, 商 ; 헤아릴 상, 角 ; 뿔 각, 徵 ; 부를 징(오음에서는 치), 羽 ; 깃 우, 聲 ; 소리 성, 一 ; 한 일, 二 ; 두 이, 三 ; 석 삼, 四 ; 넉 사, 五 ; 다섯 오, 六 ; 여섯 륙, 七 ; 일곱 칠, 八 ; 여덟 팔, 九 ; 아홉 구, 十 ; 열 십, 百 ; 일백 백, 千 ; 일찬 천, 萬 ; 일만 만, 億 ; 억 억, 總 ; 거느릴 총, 묶을 총, 數 ; 셀 수)

궁상각치우로 만물의 소리를 정하고, 일이삼사오륙칠팔구십백천만억으로 만물의 수를 묶어 정하니라.


<天篇>


日出於東方하여 入於西方하니 日出則爲晝요 日入則爲夜니 夜則月星이 著見焉하나니라 (出 ; 날 출, 於 ; 어조사 어, -에서 어, 則 ; -하면 즉, 법 칙, 爲 ; 될 위, 할 위, 晝 ; 낮 주, 夜 ; 밤 야, 著 ; 분명할 저, 見 ; 드러날 현)

해가 동쪽에서 솟아오르고 서쪽으로 들어가니 해가 나오면 낮이 되고 해가 들어가면 밤이 되니 밤이면 달과 별이 분명히 드러나니라.


天有緯星하니 金木水火土五星이 是也요 有經星하니 角亢氐房心尾箕 斗牛女虛危室壁 奎婁胃昴畢觜參 井鬼柳星張翼軫 二十八宿가 是也니라 (緯 ; 씨줄 위, 金 ; 쇠 금, 木 ; 나무 목, 水 ; 물 수, 火 ; 불 화, 土 ; 흙 토, 是 ; 이 시, 經 ; 날줄 경, 角 ; 뿔 각, 별 이름 각, 亢 ; 목 항, 별 이름 항, 氐 ; 근본 저, 房 ; 방 방, 心 ; 마음 심, 尾 ; 꼬리 미, 箕 ; 키 기, 斗 ; 말 두, 牛 ; 소 우, 女 ; 계집 녀, 虛 ; 빌 허, 危 ; 위태할 위, 室 ; 집 실, 壁 ; 벽 벽, 奎 ; 별 이름 규, 婁 ; 별 이름 루, 胃 ; 밥통 위, 昴 ; 별 이름 묘, 畢 , 마칠 필, 觜 ; 별 이름 자, 參 ; 간여할 참, 井 ; 우물 정, 鬼 ; 귀신 귀, 柳 ; 버들 류, 張 ; 베풀 장, 翼 ; 날개 익, 軫 ; 수레 진, 宿 ; 묵을 숙, 별자리 수)

하늘에는 씨줄에 해당하는 별이 있으니 금성, 목성, 수성, 화성, 토성의 다섯 별이 이것이요, 날줄에 해당하는 별이 있으니 각성, 항성, 저성, 방성, 심성, 미성, 기성, 두성, 우성, 여성, 허성, 위성, 실성, 벽성, 규성, 누성, 위성, 묘성, 필성, 자성, 참성, 정성, 유성, 성성, 장성, 익성, 진성의 스물여덟 별자리가 이것이니라.


一晝夜之內에 有十二時하니 十二時會而爲一日하고 三十日이 會而爲一月하고 十有二月이 合而成一歲니라 (內 ; 안 내, 時 ; 때 시, 會 ; 모일 회, 合 ; 합할 합, 成 ; 이룰 성, 歲 ; 해 세)

하루의 낮과 밤 안에 열두 시가 있으니 열두 시가 모여서 하루가 되고, 삼십일이 모여서 한 달이 되고 열두 달이 합하여 한 해를 이루나니라.


月或有小月하니 小月則二十九日이 爲一月이요 歲或有閏月하니 有閏則十三月이 成一歲니라 (或 ; 혹 혹, 혹은 혹, 小 ; 작을 소, 閏 ; 윤달 윤)

달에는 혹 작은 달이 있나니 작은 달이면 스무아흐레가 한 달이 되고, 한 해에도 혹 윤달이 있나니 윤달이 있으면 열석 달이 한 해를 이루나니라.


十二時者는 卽地之十二支也니 所謂十二支者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也요 (時 ; 때 시, 者 ; 놈 자, 卽 ; 곧 즉, 之 ; 갈 지, ~의 지, 支 ; 가를지, 所 ; 바 소, 謂 ; 이를 위, 子 ; 아들 자, 첫째 지지(쥐) 자, 丑 ; 둘째 지지(소) 축, 寅 ; 셋째 지지(범) 인, 卯 ; 넷째 지지(토끼) 묘, 辰 ; 다섯째 지지(용), 巳 ; 여섯째 지지(뱀) 사, 午 ; 일곱째 지지(말) 오, 未 ; 여덟째 지지(양) 미, 申 ; 아홉째 지지(원숭이) 신, 酉 ; 열째 지지(닭) 유, 戌 ; 열한째 지지(개) 술, 亥 ; 열두째 지지(돼지) 해)

열두 시라는 것은 곧 지지의 열두 갈래이니, 이른바 열두 갈래라는 것은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이다.


天有十干하니 所謂十干者는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也니라 (天 ; 하늘 천, 有 ; 있을 유, 干 ; 방패 간, 천간 간, 甲 ; 첫째 천간 갑, 껍질 갑, 乙 ; 둘째 천간 을, 새 을, 丙 ; 셋째 천간 병, 남쪽 병, 丁 ; 넷째 천간 정, 사내 정, 戊 ; 다섯째 천간 무, 己 ; 여섯째 천간 기, 자기 기, 庚 ; 일곱째 천간 경, 辛 ; 여덟째 천간 신, 매울 신, 壬 ; 아홉째 천간 임, 癸 ; 열째 천간 계)

하늘에는 열 개의 천간이 있으니 이른바 열개의 천간이라는 것은 갑을 병정무기경신 임계이니라.


天之十干이 與地之十二支로 相合而爲六十甲子하니 所謂六十甲子者는 甲子乙丑丙寅丁卯로 至壬戌癸亥가 是也니라. (與 ; 더불어 여, 相 ; 서로 상, 合 ; 합할 합, 而 ; 말 이을 이, 爲 ; 할 위, 될 위, 至 ; 이를 지, 是 ; 이 시)

하늘의 십간이 땅의 십이지와 더불어 서로 합하여 육십갑자가 되는데, 이른바 육십갑자라는 것은 갑자, 을축, 병인, 정묘로(부터 시작하여) 임술, 계해에 이르는 (육십 개의 단위) 이것이니라.


十有二月者는 自正月二月로 至十二月也라. 一歲之中에 亦有四時하니 四時者는 春夏秋冬이 是也니라. (自 ; 스스로 자, 부터 자, 正 ; 바를 정, 歲 ; 해 세, 亦 ; 또 역, 春 ; 봄 춘, 夏 ; 여름 하, 秋 ; 가을 추, 冬 ; 겨울 동)

열두 달이라는 것은 정월, 이월에서부터 십이월에 이르는 것이라. 한 해 중에는 또한 사시(네 철)가 있으니 사시라는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이것이니라.


以十二月로 分屬於四時하니 正月二月三月은 屬之於春하고 四月五月六月은 屬之於夏하고 七月八月九月은 屬之於秋하고 十月十一月十二月은 屬之於冬하니 (以 ; 써 이, 分 ; 나눌 분, 屬 ; 붙일 속, 속할 속, 於 ; 어조사(에, 에서) 어)

열두 달로써 네 철에 나누어 속하니 정월, 이월, 삼월은 봄에 속하고, 사월, 오월, 유월은 여름에 속하며, 칠월, 팔월, 구월은 가을에 속하고, 시월, 십일월, 십이월은 겨울에 속하니


晝長夜短而天地之氣大暑면 則爲夏하고 夜長晝短而天地之氣大寒이면 則爲冬이니 春秋則晝夜長短이 平均하되 而春氣는 微溫하고 秋氣는 微涼이니라. (晝 ; 낮 주, 長 ; 길 장, 夜 ; 밤 야, 短 ; 짧을 단, 氣 ; 기운 기, 大 ; 큰 대, 暑 ; 더울 서, 則 ; 곧 즉, ~이면 즉, 寒 ; 찰 한, 平 ; 평평할 평, 均 ; 고를 균, 微 ; 작을 미, 溫 ; 따뜻할 온, 涼 ; 서늘할 량)

낮이 길고 밤이 짧아져서 하늘과 땅의 기운이 크게 더워지면 곧 여름이 되고, 밤이 길고 낮이 짧아져서 하늘과 땅의 기운이 크게 추워지면 곧 겨울이 되는 것이니, 봄과 가을이면 낮과 밤의 길고 짧음이 평평하여 고르지만(서로 같지만), 봄의 기운은 조금 따뜻하고 가을의 기운은 조금 서늘하니라.


春三月盡이면 則爲夏하고 夏三月盡이면 則爲秋하고 秋三月盡이면 則爲冬하고 冬三月盡이면 則復爲春이니 四時相代而歲功成焉이니라. (春 ; 봄 춘, 三 ; 석 삼, 月 ; 달 월, 盡 ; 다할 진, 則 ; 곧 즉, 법칙 칙, 爲 ; 할 위, 될 위, 夏 ; 여름 하, 秋 ; 가을 추, 冬 ; 겨울 동, 復 ; 돌아올 복, 다시 복, 四 ; 넉 사, 時 ; 때 시, 相 ; 서로 상, 代 ; 대신할 대, 번갈아 대, 而 ; 말 이을 이, 歲 ; 해 세, 功 ; 공 공, 보람 공, 일 공, 成 ; 이룰 성, 焉 ; 어조사 언)

봄 석 달이 다하면 여름이 되고, 여름 석 달이 다하면 가을이 된다. 가을 석 달이 다하면 겨울이 되고, 겨울 석 달이 다하면 다시 봄이 되니, 네 철은 서로 번갈아 (돌아가면서) 한 해의 일을 이루어낸다.


春則萬物始生하고 夏則萬物長養하고 秋則萬物成熟하고 冬則萬物閉藏하나니 然則萬物之所以生長收藏이 無非四時之功也니라. (萬 ; 일만 만, 物 ; 물건 물, 始 ; 처음 시, 生 ; 날 생, 長 ; 길 장, 자랄 장, 養 ; 기를 양, 熟 ; 익을 숙, 閉 ; 닫을 폐, 藏 ; 감출 장, 然 ; 그럴 연, 之 ; 갈 지, 所 ; 바 소, 以 ; 써 이, 收 ; 거둘 수, 無 ; 없을 무, 非 ; 아닐 비, 也 ; 어조사 야)

봄이면 만물이 처음 생겨나고, 여름이면 만물이 자라난다. 가을이면 만물이 익게 되고, 겨울이면 만물이 닫히고 감추어진다. 그런 즉 만물이 나서 자라고 거두어 감추어지는 까닭은 네 계절의 공이 아닌 것이 없다.


<地篇>


地之高處便爲山이요 地之低處便爲水니 水之小者를 謂川이요 水之大者를 謂江이요 山之卑者를 謂丘요 山之峻者를 謂岡이니라. (地 ; 땅 지, 高 ; 높을 고, 處 ; 곳 처, 便 ; 편할 편, 곧 변, 山 ; 뫼 산, 低 ; 낮을 저, 水 ; 물 수, 小 ; 작을 소, 者 ; 놈 자, 것 자, 謂 ; 이를 위, 川 ; 내 천, 大 ; 큰 대, 江 ; 강 강, 卑 ; 낮을 비, 丘 ; 언덕 구, 峻 ; 높을 준, 岡 ; 산등성이 강)

땅의 높은 곳이 곧 산이 되고 땅의 낮은 곳이 곧 물이 된다. 물의 작은 것을 내라 부르고 물의 큰 것을 강이라고 이른다. 산의 낮은 것을 언덕이라 부르고 산의 높은 것을 산등성이라 이른다.


天下之山이 莫大於五嶽하니 五嶽者는 泰山崇山衡山恒山華山也요 天下之水가 莫大於四海하니 四海者는 東海西海南海北海也니라. (天 ; 하늘 천, 下 ; 아래 하, 莫 ; 없을 막, 於 ; 어조사 (에, 에서, 보다) 어, 五 ; 다섯 오, 嶽 ; 큰 산 악, 泰 ; 클 태, 崇 ; 높을 숭, 衡 ; 저울대 형, 恒 ; 항상 항, 華 ; 꽃 화, 海 ; 바다 해, 東 ; 동녘 동, 西 ; 서녘 서, 南 ; 남녘 남, 北 ; 북녘 북)

천하의 산이 오악보다 큰 것이 없으니 오악이라는 것은 태산, 숭산, 형산, 항산, 화산이요, 천하의 물이 사해보다 큰 것이 없으니 사해라는 것은 동해, 서해, 남해, 북해이니라.


山海之氣가 上與天氣相交면 則興雲霧하고 降雨雪하며 爲霜露하고 生風雷니라. 暑氣蒸鬱이면 則油然而作雲하여 沛然而下雨하고 (氣 ; 기운 기, 上 ; 위 상, 與 ; 더불어 여, 交 ; 사귈 교, 興 ; 일어날 흥, 雲 ; 구름 운, 霧 ; 안개 무, 降 ; 내릴 강, 항복할 항, 雨 ; 비 우, 雪 ; 눈 설, 霜 ; 서리 상, 露 ; 이슬 로, 風 ; 바람 풍, 雷 ; 우레 뢰, 暑 ; 더울 서, 蒸 ; 찔 증, 鬱 ; 답답할 울, 油 ; 기름 유, 뭉게뭉게 유, 作 ; 지을 작, 沛 ; 늪 패, 주룩주룩 패, 下 ; 아래 하)

산과 바다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 하늘의 기운과 더불어 어울리면 구름과 안개가 일어나고 비와 눈을 내리며 서리와 이슬이 생기고 바람과 우레가 일어난다. 더운 기운이 찌는 듯이 답답해지면 뭉게뭉게 구름이 생겨나서 주룩주룩 비를 내리고


寒氣陰凝이면 則露結而爲霜하고 雨凝而成雪이라. 故로 春夏에 多雨露하고 秋冬에 多霜雪하니 變化莫測者는 風雷也니라. (寒 ; 찰 한, 陰 ; 그늘 음, 어두울 음, 凝 ; 엉길 응, 結 ; 맺을 결, 故 ; 까닭 고, 연고 고, 多 ; 많을 다, 變 ; 변할 변, 化 ; 될 화, 測 ; 잴 측, 헤아릴 측)

차가운 기운이 어둡게 엉기면 이슬이 맺히고 서리가 되며, 비가 맺히고 눈이 되니라. 그러므로 봄과 여름에 비와 이슬이 많고, 가을과 겨울에 서리와 눈이 많으니 변화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것은 바람과 우레니라.


 古之聖王이 劃野分地하여 建邦設都하시니 四海之內에 其國有萬이요 而一國之中에 各置州郡焉하고 州郡之中에 各分鄕井焉하며 (古 ; 옛 고, 之 ; 갈 지. -의 지, 聖 ; 성스러울 성, 王 ; 임금 왕, 劃 ; 그을 획, 나눌 획, 野 ; 들 야, 分 ; 나눌 분, 地 ; 땅 지, 建 ; 세울 건, 邦 ; 나라 방, 設 ; 베풀 설, 세울 설, 都 ; 도읍 도, 四 ; 넉 사, 海 ; 바다 해, 內 ; 안 내, 其 ; 그 기, 國 ; 나라 국, 有 ; 있을 유, 萬 ; 일만 만, 而 ; 말 이을 이, 一 ; 한 일, 中 ; 가운데 중, 各 ; 각각 각, 置 ; 둘 치, 州 ; 고을 주, 郡 ; 고을 군, 焉 ; 종지사 언, 鄕 ; 시골 향, 井 ; 우물 정, 사방 일리의 땅 정)

옛날의 성스러운 임금이 들과 땅을 나누어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건설하니 온 세상 안에 그 나라가 만이요, 한 나라 안에 각각 주와 군을 두고, 주와 군 안에 각각 향과 정을 나누며


爲城郭하여 以禦寇하고 爲宮室하여 以處人하고 爲耒耜하여 敎民耕稼하고 爲釜甑하여 敎民火食하고 作舟車하여 以通道路하시니라. (爲 ; 할 위, 城 ; 성 성, 郭 ; 성곽 곽, 以 ; -써 이, 禦 ; 막을 어, 寇 ; 도둑 구, 宮 ; 집 궁, 室 ; 집 실, 處 ; 살 처, 人 ; 사람 인, 耒 ; 쟁기 뢰, 耜 ; 보습 사, 敎 ; 가르칠 교, 民 ; 백성 민, 耕 ; 밭 갈 경, 稼 ; 심을 가, 釜 ; 가마 부, 甑 ; 시루 증, 火 ; 불 화, 食 ; 밥 식, 作 ; 지을 작, 舟 ; 배 주, 車 ; 수레 차, 通 ; 통할 통, 道 ; 길 도, 路 ; 길 로)

성곽을 만들어 도둑을 막고 집을 지어 사람이 살게 하고 쟁기와 보습을 만들어 백성에게 밭 갈고 심는 것을 가르치며, 가마솥과 시루를 만들어 백성에게 불에 익혀 먹게 가르치고, 배와 수레를 만들어 도로에 통행하게 하니라.


金木水火土는 在天에 爲五星이요 在地에 爲五行이니 金은 以爲器하고 木은 以爲宮하고 穀生於土하여 取水火爲飮食하니 則凡人日用之物이 無非五行之物也니라. (金 ; 쇠 금, 木 ; 나무 목, 水 ; 물 수, 火 ; 불 화, 土 ; 흙 토, 在 ; 있을 재, -에서 재, 天 ; 하늘 천, 爲 ; 할 위, 될 위, 五 ; 다섯 오, 星 ; 별 성, 地 ; 당 지, 行 ; 갈 행, 器 ; 그릇 기, 穀 ; 곡식 곡, 生 ; 날 생, 於 ; -에서 어, 取 ; 취할 취, 飮 ; 마실 음, 食 ; 밥 식, 則 ; 법칙 칙, 곧 즉, 凡 ; 무릇 범, 모두 범, 日 ; 해 일, 用 ; 쓸 용, 物 ; 만물 물, 無 ; 없을 무, 非 ; 아닐 비, 五 ; 다섯 오, 也 ; 어조사(종지사) 야)

쇠와 나무와 물과 불과 흙은 하늘에서 별(이름)이 되고, 땅에서 오행이 되니, 쇠는 그릇(도구)이 되고 나무는 집이 되고 곡식은 땅에서 자라나서 물과 불을 취하여 음식이 되니, 곧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쓰는 물건들이 오행에서 나온 물건이 아닌 것이 없느니라.


五行이 固有相生之道하니 金生水하고 水生木하고 木生火하고 火生土하고 土生金하고 金復生水하니 五行之相生也가 無窮하여 而人用不竭焉이니라 (固 ; 굳을 고, 본디 고, 有 ; 있을 유, 가질 유, 相 ; 서로 상, 道 ; 길 도, 이치 도, 復 ; 다시 부, 돌아올 복, 窮 ; 다할 궁, 竭 ; 다할 갈)

오행이 본디 서로 낳아주는 이치를 가지니 쇠는 물을 낳고 물은 나무를 낳고 나무는 불을 낳고 불은 흙을 낳고 흙은 쇠를 낳고 쇠는 다시 물을 낳으니 오행의 서로 낳아줌이 끝이 없어서 사람이 써도 다하지 않는 것이니라.


五行이 亦有相克之理하니 土克水하고 水克火하고 火克金하고 金克木하고 木克土하고 土復克水하니 乃操其相克之權하여 能用其相生之物者는 是人之功也니라. (亦 ; 또 역, 克 ; 이길 극, 理 ; 다스릴 리, 이치 리, 乃 ; 이에 내, 操 ; 잡을 조, 權 ; 저울 권, 권세 권, 能 ; 능할 능, 者 ; 놈 자, 것 자, 是 ; 옳을 시, 이 시, -이다 시, 功 ; 공로 공)

오행이 또한 서로 이기는 이치를 가지니 흙은 물을 이기고 물은 불을 이기고 불은 쇠를 이기고 쇠는 나무를 이기고 나무는 흙을 이기고 흙은 다시 물을 이기니 이에 그 서로 이기는 권세를 잡아서(이용하여) 능히 서로 낳아주는 물건을 쓰는(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의 공로이니라.


<物篇> (사물 편)


天地生物之數가 有萬其衆이로되 而若言其動植之物이면 則草木禽獸蟲魚之屬이 最其較著者也니라. (天 ; 하늘 천, 地 ; 땅 지, 生 ; 날 생, 살 생, 物 ; 만물 물, 之 ; 갈 지, -의 지, 數 ; 셀 수, 有 ; 있을 유, 萬 ; 일만 만, 其 ; 그 기, 衆 ; 무리 중, 而 ; 말 이을 이, 若 ; 만약 약, 言 ; 말씀 언, 動 ; 움직일 동, 植 ; 심을 식, 則 ; 법칙 칙, 곧 즉, 草 ; 풀 초, 木 ; 나무 목, 禽 ; 날짐승 금, 獸 ; 짐승 수, 蟲 ; 벌레 충, 魚 ; 고기 어, 屬 ; 무리 속, 最 ; 가장 최, 較 ; 견줄 교, 著 ; 드러날 저, 者 ; 놈 자, 也 ; 어조사 야)

하늘과 땅에 살아있는 만물의 수가 만 가지 무리가 있으되 만약 그 동식물을 말해보자면 풀과 나무, 새와 짐승, 벌레와 고기의 무리가 그 중에서 가장 드러난 것들이니라.


飛者는 爲禽이요 走者는 爲獸요 鱗介者는 爲蟲魚요 根植者는 爲草木이니라. (飛 ; 날 비, 爲 ; 할 위, 될 위, 走 ; 달릴 주, 鱗 ; 비늘 린, 介 ; 끼일 개, 갑옷 개, 根 ; 뿌리 근)

나는 것은 새가 되고 달리는 것은 짐승이 되며 비늘과 단단한 껍질이 있는 것은 벌레와 고기가 되고 심어져 뿌리내린 것은 풀과 나무이니라.


飛禽은 卵翼하며 走獸는 胎乳하며 飛禽은 巢居하고 走獸는 穴處하며 蟲魚之物은 化生者最多而亦多生於水濕之地니라. (卵 ; 알 란, 翼 ; 날개 익, 胎 ; 아이 밸 태, 乳 ; 젖 유, 巢 ; 집 소, 깃들일 소, 居 ; 살 거, 穴 ; 구멍 혈, 處 ; 살 처, 化 ; 될 화, 모양이 바뀔 화, 多 ; 많을 다, 於 ; 어조사(에,에서) 어, 水 ; 물 수, 濕 ; 축축할 습)

나는 새는 알을 낳고 날개가 있으며, 달리는 짐승은 새끼를 배고 젖을 먹이며, 나는 새는 둥지에서 살며, 달리는 짐승은 굴에서 살며, 벌레와 고기들은 부화하여 생겨나는 것이 가장 많고 또한 물이나 축축한 곳에서 사느니라.


春生而秋死者는 草也요 秋則葉脫而春復榮華者는 木也라 其葉蒼翠요 其花五色이니 其根深者는 枝葉이 必茂하고 其有花者는 必有實이니라. (春 ; 봄 춘, 秋 ; 가을 추, 死 ; 죽을 사, 葉 ; 입 엽, 脫 ; 벗을 탈, 復 ; 돌아올 복, 다시 부, 蒼 ; 푸를 창, 翠 ; 비취색 취, 花 ; 꽃 화, 五 ; 다섯 오, 色 ; 빛 색, 深 ; 깊을 심, 枝 ; 가지 지, 必 ; 반드시 필, 茂 ; 우거질 무, 實 ; 열매 실)

봄에 나서 가을에 죽는 것은 풀이요,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졌다가 봄이 되어 다시 꽃 피는 것은 나무라. 그 잎은 푸르고 그 꽃은 다섯 빛깔이니 그 뿌리가 깊은 것은 가지와 잎이 반드시 무성하고 그 꽃이 있는 것은 반드시 열매가 있느니라.


虎豹犀象之屬은 在於山하고 牛馬鷄犬之物은 畜於家하니 牛以耕墾이요 馬以乘載요 犬以守夜요 鷄以司晨이요 犀取其角이요 象取其牙요 虎豹는 取其皮니라. (虎 ; 범 호, 豹 ; 표범 표, 犀 ; 물소 서, 象 ; 코끼리 상, 在 ; 있을 재, 山 ; 뫼 산, 牛 ; 소 우, 馬 ; 말 마, 鷄 ; 닭 계, 犬 개 견, 畜 ; 기를 축, 家 ; 집 가, 以 ; 써 이, 어조사(-으로써) 이, 耕 ; 밭 갈 경, 墾 ; 따비할 간, 개간할 간, 乘 ; 탈 승, 載 ; 실을 재, 守 ; 지킬 수, 夜 ; 밤 야, 司 ; 맡을 사, 晨 ; 새벽 신, 取 ; 취할 취, 角 ; 뿔 각, 牙 ; 어금니 아, 송곳니 아, 皮 ; 가죽 피)

호랑이와 표범, 물소와 코끼리의 무리는 산에 있고, 소와 말, 닭과 개 등은 집에서 기르는 것이니, 소로써 밭을 갈고 개간하며 말로써 타고 실으며 개로써 밤을 지키며 닭으로써 새벽을 알리는 것이요, 물소는 그 뿔을 취하고 코끼리는 그 송곳니를 취하며 호랑이와 표범은 그 가죽을 취하니라.


山林에 多不畜之禽獸하고 川澤에 多無益之蟲魚라 故로 人以力殺하고 人以智取하여 或用其毛羽骨角하고 或供於祭祀賓客飮食之間이니라. (林 ; 수풀 림, 多 ; 많을 다, 不 ; 아닐 불, 川 ; 내 천, 澤 ; 못 택, 無 ; 없을 무, 益 ; 이익 익, 故 ; 연고 고, 人 ; 사람 인, 力 ; 힘 력, 殺 ; 죽일 살, 智 ; 슬기 지, 或 ; 혹 혹, 用 ; 쓸 용, 毛 ; 털 모, 羽 ; 깃 우, 骨 ; 뼈 골, 供 ; 이바지할 공, 祭 ; 제사 제, 祀 ; 제사 사, 賓 ; 손님 빈, 客 ; 손님 객, 飮 ; 마실 음, 食 ; 먹을 식, 間 ; 사이 간)

산의 숲 속에는 기를 수 없는 짐승이 많고, 강과 못에는 무익한 벌레와 고기가 많은지라. 그래서 사람은 힘써 (그것들을) 죽이고, 사람들은 지혜로 (그것들을) 취하여 혹 그 털과 깃털, 뼈와 뿔을 쓰고, 혹 제사와 손님접대와 음식 등에 이바지하기도 하니라.


走獸之中에 有麒麟焉하고 飛禽之中에 有鳳凰焉하고 蟲魚之中에 有靈龜焉하고 有飛龍焉하니 此四物者는 乃物之靈異者也 故로 或出於聖王之世하나니라. (中 ; 가운데 중, 麒 ; 기린 기, 麟 ; 기린 린, 焉 ; 어조사 언, 鳳 ; 봉새 봉, 凰 ; 봉황새 황, 靈 ; 신령 령, 龜 ; 거북 구, 龍 ; 용 룡, 此 ; 이 차, 四 ; 넉 사, 乃 ; 이에 내, 異 ; 다를 이, 也 ; 어조사 야, 出 ; 날 출, 聖 ; 성스러울 성, 王 ; 임금 왕, 世 ; 누리 세, 세상 세)

달리는 짐승 중에 기린이 있고, 나는 새 중에 봉황이 있으며, 벌레와 고기 중에 신령한 거북이 있고, 나는 용이 있으니, 이 네 가지 동물은 동물 중에 신령스럽고 특이한 것이라. 그래서 간혹 성스러운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에 나타나느니라.


稻粱黍稷은 祭祀之所以供粢盛者也요 豆菽麰麥之穀은 亦無非養人命之物이라 故로 百草之中에 穀植이 最重이요 (稻 ; 벼 도, 粱 ; 기장 량, 黍 ; 기장 서, 稷 ; 기장 직, 祭 ; 제사 제, 祀 ; 제사 사, 之 ; 갈 지, 어조사(의) 지, 所 ; 바 소, 以 ; 써 이, 어조사(으로) 이, 供 ; 이바지할 공, 粢 ; 제물 곡식 자, 盛 ; 번성할 성, 담을 성, 者 ; 놈 자, 也 ; 어조사(이다) 야, 豆 ; 콩 두, 菽 ; 콩 숙, 麰 ; 보리 모, 麥 ; 보리 맥, 穀 ; 곡식 곡, 亦 ; 또 역, 無 ; 없을 무, 非 ; 아닐 비, 養 ; 기를 양, 人 ; 사람 인, 命 ; 목숨 명, 物 ; 만물 물, 故 ; 까닭 고, 百 ; 일백 백, 草 ; 풀 초, 中 ; 가운데 중, 植 ; 심을 식, 最 ; 가장 최, 重 ; 무거울 중)

벼와 기장 등은 제사에서 제물로 차리는 곡식이요, 콩과 보리 등의 곡식도 또한 사람의 목숨을 기르는 물건이라. 그래서 온갖 풀 중에 곡식이 가장 중요한 것이요


犯霜雪而不凋하고 閱四時而長春者는 松柏也니 衆木之中에 松柏이 最貴니라. (犯 ; 범할 범, 霜 ; 서리 상, 雪 ; 눈 설, 而 ; 말 이을 이, 不 ; 아니 불, 凋 ; 시들 조, 閱 ; 살필 열, 四 ; 넉 사, 時 ; 때 시, 長 ; 길 장, 春 ; 봄 춘, 松 ; 소나무 송, 柏 ; 잣나무 백, 衆 ; 무리 중, 木 ; 나무 목, 貴 ; 귀할 귀)

서리와 눈에도 시들지 않고 네 철을 둘러보아 길이 푸른 것은 소나무와 잣나무이니 여러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와 잣나무가 가장 귀하니라.


梨栗枾棗之果가 味非不佳也로되 其香芬芳이라 故로 果以橘柚爲珍하고 (梨 ; 배 리, 栗 ; 밤 율, 枾 ; 감 시, 棗 ; 대추 조, 果 ; 열매 과, 味 ; 맛 미, 佳 ; 아름다울 가, 其 ; 그 기, 香 ; 향기 향, 芬 ; 향기로울 분, 芳 ; 꽃다울 방, 橘 ; 귤나무 귤, 柚 ; 유자 유, 爲 ; 할 위, 珍 ; 보배 진)

배, 밤, 감, 대추 등의 과실은 맛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그 향기가 좋기 때문에 과실은 귤과 유자를 보배로 치고


蘿蔔蔓菁諸瓜之菜가 種非不多也로되 其味辛烈이라 故로 菜以芥薑爲重하나니라. (蘿 ; 무 라, 蔔 ; 무 복, 蔓 ; 덩굴 만, 菁 ; 무 청, 諸 ; 여러 제, 瓜 ; 오이 과, 菜 ; 나물 채, 種 ; 씨 종, 多 ; 많을 다, 辛 ; 매울 신, 烈 ; 매울 열, 芥 ; 겨자 개, 薑 ; 생강 강)

무와 오이 등 여러 채소의 종류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그 맛이 맵기 때문에 겨자와 생강을 중요하게 치는 것이라.


水陸草木之花에 可愛者甚繁이로되 而陶淵明은 愛菊하고 周濂溪는 愛蓮하고 富貴繁華之人은 多愛牧丹하나니 (水 ; 물 수, 陸 ; 뭍 륙, 花 ; 꽃 화, 可 ; 가히 가, 愛 ; 사랑 애, 甚 ; 심할 심, 繁 ; 많을 번, 陶 ; 질그릇 도, 淵 ; 못 연, 明 ; 밝을 명, 菊 ; 국화 국, 周 ; 두루 주, 濂 ; 내 이름 렴, 溪 ; 시내 계, 蓮 ; 연꽃 련, 富 ; 넉넉할 부, 貴 ; 귀할 귀, 華 ; 꽃 화, 人 ; 사람 인, 牧 ; 칠 목, 丹 ; 붉을 단, 牧丹 ; 모란)

물과 뭍에 사는 초목의 꽃 중에 좋아할 만한 것이 매우 많지마는, 도연명(도잠)은 국화를 좋아하고, 주염계(주돈이)는 연꽃을 좋아하고, 부귀하고 번화한 사람들은 많이들 모란을 좋아하나니


淵明은 隱者라 故로 人以菊花로 比之於隱者하고 濂溪는 君子라 故로 人以蓮花로 比之於君子하고 (隱 ; 숨을 은, 比 ; 견줄 비, 於 ; 어조사(에, 에서) 어, 君 ; 임금 군, 子 ; 아들 자)

도연명은 은자라 그래서 사람들이 국화로 은자에 비유하고, 주염계는 군자라 그래서 사람들이 연꽃으로 군자에 비유하고


牧丹은 花之繁華者라 故로 人以牧丹으로 比之於繁華富貴之人이니라.

모란은 꽃 중에서 번화한 것이라 그래서 사람들이 모란으로 번화하고 부귀한 사람에 비유하니라.


物之不齊는 乃物之情이라 故로 以尋丈尺寸으로 度物之長短하고 以斤兩錙銖로 稱物之輕重하고 以斗斛升石으로 量物之多寡니라. (齊 ; 가지런할 제, 乃 ; 이에 내, 情 ; 뜻 정, 본성 정, 尋 ; 찾을 심, 여덟 자 심, 丈 ; 길이의 단위(길) 장, 尺 ; 자 척, 寸 ; 마디 촌, 치 촌, 度 ; 헤아릴 탁, 短 ; 짧을 단, 斤 ; 무게의 단위 근, 兩 ; 두 량, 무게의 단위 냥, 錙 ; 저울 눈 치, 무게의 단위 치, 銖 ; 무게의 단위 수, 稱 ; 일컬을 칭, 저울 칭, 輕 ; 가벼울 경, 斗 ; 말 두, 斛 ; 열 말 곡, 升 ; 되 승, 石 ; 돌 석, 섬 석, 量 ; 헤아릴 량, 多 ; 많을 다, 寡 ; 적을 과)

만물이 가지런하지 않은 것은 만물의 본성이라. 그러므로 길이의 단위(심, 장, 척, 촌)로 만물의 길고 짧음을 헤아리고, 무게의 단위(근, 냥, 치, 수)로 만물의 가볍고 무거움을 저울질하며, 분량의 단위(두, 곡, 승, 석)로 만물의 많고 적음을 헤아리는 것이라.


算計萬物之數는 莫便於九九하니 所謂九九者는 九九八十一之數也니라. (算 ; 셀 산, 計 ; 꾀 계, 셀 계, 萬 ; 일만 만, 數 ; 셀 수, 수 수, 莫 ; 없을 막, 便 ; 편할 편, 於 ; 어조사(-보다) 어, 九 ; 아홉 구, 所 ; 바 소, 謂 ; 이를 위, 八 ; 여덟 팔, 十 ; 열 십, 一 ; 하나 일)

만물의 수를 세는 데는 구구셈보다 편한 것이 없으니 이른바 구구셈이라는 것은 구구 팔십일까지 셈하는 것이니라.


<人篇> (사람에 대한 부분)


萬物之中에 惟人이 最靈하니 有父子之親하며 有君臣之義하며 有夫婦之別하며 有長幼之序하며 有朋友之信이니라. (萬 ; 일만 만, 物 ; 만물 물, 之 ; 갈 지, 어조사(-의) 지, 中 ; 가운데 중, 惟 ; 생각할 유, 오직 유, 人 ; 사람 인, 最 ; 가장 최, 靈 ; 신령 령, 有 ; 있을 유, 父 ; 아비 부, 子 ; 아들 자, 親 ; 친할 친, 君 ; 임금 군, 臣 ; 신하 신, 義 ; 옳을 의, 夫 ; 지아비 부, 婦 ; 아내 부, 며느리 부, 別 ; 나눌 별, 다를 별, 長 ; 길 장, 어른 장, 幼 ; 어릴 유, 序 ; 차례 서, 朋 ; 벗 붕, 友 ; 벗 우, 信 ; 믿을 신)

만물 중에 오직 사람이 가장 신령스러우니 아버지(부모)와 아들(자식)의 친함이 있고 임금과 신하의 옳음이 있으며, 남편과 아내의 다름이 있고 어른 과 어린이의 차례가 있으며 벗들 사이에 믿음이 있기 때문이니라.


生我者爲父母요 我之所生이 爲子女요 父之父爲祖요 子之子爲孫이요 與我同父母者爲兄弟요 (生 ; 날 생, 我 ; 나 아, 者 ; 놈 자, 爲 ; 할 위, 될 위, 母 ; 어미 모, 所 ; 바 소, 女 ; 딸 녀, 祖 ; 할아버지 조, 孫 ; 손자 손, 與 ; 더불어 여, 同 ; 한 가지 동, 兄 ; 맏이 형, 弟 ; 아우 제)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요 내가 낳은 것은 자녀이고 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이며 아들의 아들은 손자요 나와 더불어 부모가 같은 사람은 형제다.


父母之兄弟爲叔이요 兄弟之子女爲姪이요 子之妻爲婦요 女之夫爲婿니라. (叔 ; 아저씨 숙, 姪 ; 조카 질, 妻 ; 아내 처, 婿 ; 사위 서)

부모의 형제는 아저씨이요 형제의 아들딸은 조카이며 아들의 아내는 며느리이고 딸의 남편은 사위니라.


有夫婦然後에 有父子하니 夫婦者는 人道之始也라 故로 古之聖人이 制爲婚姻之禮하여 以重其事하시니라. (然 ; 그러할 연, 後 ; 뒤 후, 道 ; 길 도, 始 ; 처음 시, 也 ; 어조사 야, 故 ; 옛 고, 연고 고, 古 ; 옛 고, 聖 ; 성인 성, 制 ; 지을 제, 婚 ; 혼인할 혼, 姻 ; 혼인 인, 禮 ; 예절 례, 以 ; 써 이, 重 ; 무거울 중, 其 ; 그 기, 事 ; 일 사)

부부가 있은 다음에 아비와 아들이 있는 것이니 부부라는 것은 사람이 사는 길의 처음이니라. 그러므로 옛날의 성인이 혼인하는 예절을 만들어서 그 일(혼인)을 중요하게 하시니라.


人非父母면 無從而生이요 且人生三歲然後에 始免於父母之懷라 故로 欲盡其孝면 則服勤至死하고 父母沒이면 則致喪三年하여 以報其生成之恩이니라. (非 ; 아닐 비, 無 ; 없을 무, 從 ; 좇을 종, 而 ; 말 이을 이, 且 ; 또 차, 三 ; 석 삼, 歲 ; 해 세, 免 ; 면할 면, 於 ; 어조사(에,에서) 어, 懷 ; 품 회, 欲 ; 하고자 할 욕, 盡 ; 다할 진, 孝 ; 효도 효, 則 ; 곧 즉, 服 ; 입을 복, 勤 ; 부지런할 근, 至 ; 이를 지, 死 ; 죽을 사, 沒 ; 가라앉을 몰, 죽을 몰, 致 ; 이를 치, 힘쓸 치, 喪 ; 죽을 상, 초상 상, 年 ; 해 년, 報 ; 갚을 보, 成 ; 이룰 성, 恩 ; 은혜 은)

사람은 부모가 아니면 좇아서 태어날 수가 없는 것이요, 또 사람은 태어나 세 살이 된 후에 비로소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그러므로 그 효도를 다 하고자 한다면 곧 돌아가시기까지 부지런히 힘써 섬기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곧 상례를 삼년 동안 치러서 그 낳아 길러준 은혜를 보답하는 것이니라.


耕於野者는 食君之土하고 立於朝者는 食君之祿이니 人이 固非父母則不生이요 亦非君則不食이라. (耕 ; 밭갈 경, 野 ; 들 야, 食 ; 먹을 식, 土 ; 흙 토, 立 ; 설 립, 朝 ; 아침 조, 조정 조, 祿 ; 녹봉 록, 固 ; 굳을 고, 진실로 고, 亦 ; 또 역)

들에서 밭가는 사람은 임금의 땅을 갈아 먹고 살며, 조정에 서는(벼슬하는) 사람은 임금의 녹봉(봉급)을 받아서 먹고 사는 것이니, 사람이 참으로 부모가 아니면 태어나지 못하는 것이요, 또한 임금이 아니면 먹고 살 수가 없는 것이니라.


故로 臣之事君을 如子之事父하여 唯義所在에 則舍命效忠이니라. (事 ; 일 사, 섬길 사, 如 ; 같을 여, 唯 ; 오직 유, 舍 ; 집 사, 머무를 사, 命 ; 목숨 명, 명령 명, 效 ; 본받을 효, 바칠 효, 忠 ; 충성 충)

그러므로 신하가 임금을 섬기기를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과 같이하여 오직 옳음이 있는 곳에 명령이 머물게 하고 충성을 바쳐야 하는 것이니라.


人於等輩에 尙不可相踰어든 況年高於我하고 官貴於我하고 道尊於我者乎아. (人 ; 사람 인, 於 ; 어조사 어, 等 ;가지런할 등, 輩 ; 무리 배, 尙 ; 높일 상, 오히려 상, 不 ; 아닐 불, 可 ; 옳을 가, 相 ; 서로 상, 踰 ; 넘을 유, 況 ; 하물며 황, 年 ; 해 년, 高 ; 높을 고, 我 ; 나 아, 官 ; 벼슬 관, 貴 ; 귀할 귀, 道 ; 길 도, 이치 도, 尊 ; 높을 존, 者 ; 놈 자, 乎 ; 어조사 호)

사람이 (서로) 비슷한 무리에서도 오히려 서로 (함부로) 넘을 수 없거늘, 하물며 나이가 나보다 높고 벼슬이 나보다 귀하고 도덕이 나보다 존경스러운 사람에게 대해서이겠는가.


故로 在鄕黨則敬其齒하고 在朝廷則敬其爵하며 尊其道而敬其德이 是禮也니라. (故 ; 까닭 고, 在 ; 있을 재, 鄕 ; 시골 향, 黨 ; 무리 당, 마을 당, 則 ; 곧 즉, -면 즉, 敬 ; 공경할 경, 其 ; 그 기, 齒 ; 이 치, 나이 치, 朝 ; 아침 조, 廷 ; 조정 정, 爵 ; 잔 작, 벼슬 작, 而 ; 말 이을 이, 德 ; 덕 덕, 是 ; 이 시, 禮 ; 예도 례, 也 ; 어조사 야)

그러므로 시골 마을에서는 그 나이 든 이를 공경하고 조정에서는 그 벼슬 높은 이를 공경하며 그 도덕이 높은 이를 존경하는 것이 이 예도니라.


曾子曰 君子는 以文會友하고 以友輔仁이라 하시니 蓋人不能無過而朋友有責善之道라. (曾 ; 일찍 증, 子 ; 아들 자, 曰 ; 가로 왈, 君 ; 임금 군, 以 ; 써 이, 文 ; 글월 문, 會 ; 모일 회, 友 ; 벗 우, 輔 ; 도울 보, 仁 ; 어질 인, 蓋 ; 덮을 개, 대개 개, 能 ; 능할 능, 無 ; 없을 무, 過 ; 지날 과, 허물 과, 朋 ; 벗 붕, 有 ; 있을 유, 責 ; 꾸짖을 책, 善 ; 착을 선, 之 ; 갈 지, -의 지)

증자가 말하기를,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어짊을 돕는다고 하시니 대개 사람이 허물이 없을 수 없으니 친구가 꾸짖어 착하게 하는 도리를 갖는 것이니라.


故로 人之所以成就其德性者는 固莫大於師友之功이라 雖然이나 友有益友하고 亦有損友하니 取友를 不可不端也니라. (所 ; 바 소, 成 ; 이룰 성, 就 ; 나아갈 취, 性 ; 성품 성, 固 ; 굳을 고, 진실로 고, 莫 ; 없을 막, 大 ; 큰 대, 師 ; 스승 사, 功 ; 공로 공, 雖 ; 비록 수, 然 ; 그러할 연, 益 ; 더할 익, 亦 ; 또 역, 損 ; 덜 손, 取 ; 취할 취, 端 ; 바를 단)

그러므로 사람이 그 덕성을 이루는 까닭은 진실로 스승과 벗의 공로보다 큰 것이 없는 것이라. 비록 그러하나 벗에는 유익한 벗이 있고 또한 해로운 벗이 있나니 벗을 사귀는 것은 바르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니라.


同受父母之餘氣하여 以爲人者이 兄弟也라 且人之方幼也에 食則連牀하고 寢則同衾하여 (同 ; 한 가지 동, 受 ; 받을 수, 父 ; 아비 부, 母 ; 어미 모, 餘 ; 남을 여, 氣 ; 기운 기, 以爲 ; -이 되다, 兄 ; 맏 형, 弟 ; 아우 제, 且 ; 또 차, 方 ; 모 방, 바야흐로 방, 幼 ; 어릴 유, 食 ; 먹을 식, 連 ; 이을 련, 牀 ; 상 상, 寢 ; 잠 잘 침, 衾 ; 이불 금)

부모의 남은 기운을 함께 받아 사람이 된 것이 형제라. 또 사람이 바야흐로 어릴 적에 먹을 때는 상을 이어 먹고, 잘 때는 한 이불을 덮고 자서


共被父母之恩者이 亦莫如我兄弟也라 故로 愛其父母者는 亦必愛其兄弟니라. (共 ; 함께 공, 被 ; 이불 피, 恩 ; 은혜 은, 如 ; 같을 여, 愛 ; 사랑 애, 必 ; 반드시 필)

부모의 은혜를 함께 받은 것이 또한 내 형제와 같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또한 반드시 그 형제를 사랑하느니라.


宗族이 雖有親疎遠近之分이나 然이나 推究其本하면 則同是祖先之骨肉이니 (宗 ; 마루 종, 근본 종, 族 ; 겨레 족, 親 ; 친할 친, 疎 ; 트일 소, 멀 소, 遠 ; 멀 원, 近 ; 가까울 근, 分 ; 나눌 분, 推 ; 옮길 추, 究 ; 궁구할 구, 本 ; 밑 본, 祖 ; 조상 조, 先 ; 먼저 선, 骨 ; 뼈 골, 肉 ; 고기 육)

종족이 비록 친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멀거나 가까운 차이가 있지만 그 근본을 따져보면 같은 조상의 골육을 물려받은 것이니


苟於宗族에 不相友愛하면 則是忘其本也라 人而忘本이면 家道漸替리라. (苟 ; 진실로 구, 忘 ; 잊을 망, 家 ; 집 가, 漸 ; 점점 점, 替 ; 쇠퇴할 체)

진실로 종족에게 서로 우애롭게 하지 않으면 이는 그 근본을 잊어버린 것이라. 사람으로서 근본을 잊으면 집안의 도리가 점점 쇠퇴해지니라.


父慈而子孝하며 兄愛而弟敬하며 夫和而妻順하며 事君忠而接人恭하며 與朋友信而撫宗族厚면 可謂成德君子也니라. (慈 ; 사랑 자, 孝 ; 효도 효, 夫 ; 지아비 부, 和 ; 화할 화, 妻 ; 아내 처, 順 ; 순할 순, 事 ; 일 사, 섬길 사, 君 ; 임금 군, 忠 ; 충성 충, 接 ; 사귈 접, 恭 ; 공손할 공, 與 ; 더불어 여, 信 ; 믿을 신, 撫 ; 어루만질 무, 厚 ; 두터울 후, 謂 ; 이를 위)

부모는 사랑하고 자식은 효도하며 형은 사랑하고 아우는 공경하며 남편은 화목하며 아내는 순응하며 임금을 섬기는 데는 충성하고 사람을 사귀는 데는 공경하며 친구와 더불어는 신의가 있고 종족을 돌보는 데 후덕하다면 가히 덕을 갖춘 군자라고 말할 수 있느니라.


凡人稟性이 初無不善하여 愛親敬兄忠君弟長之道가 皆已具於吾心之中하니 固不可求之於外面이요 而惟在我力行而不已也니라. (凡 ; 무릇 범, 稟 ; 줄 품, 初 ; 처음 초, 善 ; 착할 선, 長 ; 긴 장, 어른 장, 皆 ; 모두 개, 已 ; 이미 이, 具 ; 갖출 구, 吾 ; 나 오, 心 ; 마음 심, 中 ; 가운데 중, 求 ; 구할 구, 外 ; 밖 외, 面 ; 낯 면, 惟 ; 생각 유, 오직 유, 力 ; 힘 력, 行 ; 갈 행, 행할 행)

무릇 사람의 품성이 처음에는 착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하며 임금에 충성하고 어른을 존경하는 도리가 모두 내 마음 속에 이미 갖추어져 있으니 진실로 바깥에서 구할 것이 아니요, 오로지 내가 힘써 행하여 그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니라.


人非學問이면 固難知其何者爲孝며 何者爲忠이며 何者爲弟며 何者爲信이라 (非 ; 아닐 비, 學 ; 배울 학, 問 ; 물을 문, 難 ; 어려울 난, 知 ; 알 지, 何 ; 어찌 하)

사람이 배우고 묻지 않으면 진실로 어찌하는 것이 효도가 되며 어찌하는 것이 충성이 되며 어찌하는 것이 공경이 되며 어찌하는 것이 신의가 되는지를 알기 어려운 것이라.


故로 必須讀書窮理하여 求觀於古人하고 體驗於吾心하여 得其一善하여 勉行之면 則孝弟忠信之節이 自無不合於天敍之則矣리라. (須 ; 모름지기 수, 讀 ; 읽을 독, 書 ; 책 서, 窮 ; 다할 궁, 理 ; 이치 리, 觀 ; 볼 관, 古 ; 옛 고, 體 ; 몸 체, 驗 ; 증험할 험, 得 ; 얻을 득, 勉 ; 힘쓸 면, 節 ; 마디 절, 自 ; 스스로 자, 合 ; 합할 합, 天 ; 하늘 천, 敍 ; 차례 서, 베풀 서, 則 ; 법칙 칙, 矣 ; 어조사 의)

그러므로 반드시 책을 읽고 이치를 궁리하여 옛 사람에게서 보기를 구하고 내 마음에 체험하여 그 중 가장 좋은 것을 얻어서 힘써 행하면 효도와 공경과 충성과 신의의 중요한 부분이 저절로 하늘이 베푼 법칙과 합치지 않은 것이 없으리라.


收斂身心이 莫切於九容하니 所謂九容者는 足容重하며 手容恭하며 目容端하며 口容止하며 聲容靜하며 頭容直하며 氣容肅하며 立容德하며 色容莊이니라.

(收 ; 거둘 수, 斂 ; 거둘 렴, 身 ; 몸 신, 切 ; 끊을 절, 九 ; 아홉 구, 容 ; 얼굴 용, 足 ; 발 족, 重 ; 무거울 중, 手 ; 손 수, 目 ; 눈 목, 口 ; 입 구, 止 ; 그칠 지, 聲 ; 소리 성, 靜 ; 고요할 정, 頭 ; 머리 두, 直 ; 곧을 직, 肅 ; 엄숙할 숙, 정중할 숙, 立 ; 설 립, 色 ; 빛 색, 莊 ; 엄숙할 장)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아홉 가지 모양보다 절실한 것이 없으니, 이른바 아홉 가지 모양이라는 것은 발의 모양은 무거우며 손의 모양은 공손하며 눈의 모양은 단정하며 입의 모양은 다물려 있으며 소리의 모양은 조용하며 머리의 모양은 똑 바르며 기운의 모양은 정중하며 선 모양은 덕스러우며 얼굴빛의 모양은 엄숙한 것이니라.


進學益智가 莫切於九思하니 所謂九思者는 視思明하며 聽思聰하며 色思溫하며 貌思恭하며 言思忠하며 事思敬하며 疑思問하며 忿思難하며 見得思義니라. (進 ; 나아갈 진, 益 ; 이익 익, 더욱 익, 智 ; 슬기 지, 지혜 지, 思 ; 생각 사, 視 ; 볼 시, 明 ; 밝을 명, 聽 ; 들을 청, 聰 ; 총명할 총, 溫 ; 따뜻할 온, 貌 ; 얼굴 모, 言 ; 말씀 언, 疑 ; 의심할 의, 忿 ; 성낼 분, 見 ; 볼 견, 義 ; 옳을 의)

배움에 나아가 더욱 지혜롭기는 아홉 가지 생각보다 절실한 것이 없으니, 이른바 아홉 가지 생각이라는 것은 보는 데는 밝기를 생각하고 들을 때는 총명하기를 생각하며 얼굴빛은 따뜻하기를 생각하며 얼굴 모양은 공손하기를 생각하며 말은 충직하기를 생각하며 섬기기는 공경하기를 생각하며 의심이 날 때는 묻기를 생각하며 분할 때는 어려울 것을 생각하며 이득을 보았을 때는 정의로움을 생각하는 것이니라.

<推句>


天高日月明이요 地厚草木生이라 (天 ; 하늘 천, 高 ; 높을 고, 日 ; 날 일, 月 ; 달 월, 明 ; 밝을 명, 地 ; 땅 지, 厚 ; 두터울 후, 草 ; 풀 초, 木 ; 나무 목, 生 ; 날 생)

하늘이 높아 해와 달은 밝고, 땅이 두터워 풀과 나무가 자란다.


月出天開眼이요 山高地擧頭라 (出 ; 날 출, 開 ; 열 개, 眼 ; 눈 안, 山 ; 뫼 산, 擧 ; 들 거, 頭 ; 머리 두)

달이 뜨니 하늘이 눈을 떴고,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들었다.


東西幾萬里요 南北不能尺이라 (東 ; 동녘 동, 西 ; 서녘 서, 幾 ; 몇 기, 萬 ; 일만 만, 里 ; 마을 리, 거리 리, 南 ; 남녘 남, 北 ; 북녘 북, 不 ; 아닐 불, 能 ; 능할 능, 尺 ; 자 척, 잴 척)

동서는 몇 만 리요 남북은 잴 수가 없다.


天傾西北邊이요 地卑東南界라 (傾 ; 기울 경, 邊 ; 가 변, 卑 ; 낮을 비, 界 ; 지경 계)

하늘은 서북쪽 가가 기울었고 땅은 동남쪽 지경이 낮다.


春來梨花白이요 夏至樹葉靑이라 (春 ; 봄 춘, 來 ; 올 래, 梨 ; 배 리, 花 ; 꽃 화, 白 ; 흰 백, 夏 ; 여름 하, 至 ; 이를 지, 樹 ; 나무 수, 葉 ; 잎 엽, 靑 ; 푸를 청)

봄이 오니 배꽃이 (피어) 하얗고, 여름이 되니 나뭇잎이 푸르다.


秋涼黃菊發이요 冬寒白雪來라 (秋 ; 가을 추, 涼 ; 서늘할 량, 黃 ; 누를 황, 菊 ; 국화 국, 發 ; 필 발, 冬 ; 겨울 동, 寒 ; 찰 한, 白 ; 흰 백, 雪 ; 눈 설)

가을이 서늘해지니 누런 국화가 피고, 겨울이 차가우니 흰눈이 내린다.


日月千年鏡이요 江山萬古屛이라 (千 ; 일천 천, 年 ; 해 년, 鏡 ; 거울 경, 江 ; 강 강, 古 ; 옛 고, 屛 ; 병풍 병)

해와 달은 천년 동안 (비추는) 거울이고, 강과 산은 만고에 (둘러있는) 병풍이다.


東西日月門이요 南北鴻雁路라 (門 ; 문 문, 鴻 ; 큰 기러기 홍, 雁 ; 기러기 안, 路 ; 길 로)

동쪽과 서쪽은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문이고 남쪽과 북쪽은 기러기가 다니는 길이다.


春水滿四澤이요 夏雲多奇峰이라 (水 ; 물 수, 滿 ; 찰 만, 四 ; 넉 사, 澤 ; 못 택, 雲 ; 구름 운, 多 ; 많을 다, 奇 ; 기이할 기, 峰 ; 봉우리 봉)

봄물은 사방의 연못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


秋月揚明輝요 冬嶺秀孤松이라 (秋 ; 가을 추, 揚 ; 오를 양, 輝 ; 빛날 휘, 嶺 ; 재 령, 秀 ; 빼어날 수, 孤 ; 외로울 고, 松 ; 소나무 송)

가을 달은 돋아 올라 밝게 비추고, 겨울 고개 마루에 외로운 소나무 빼어났다.


日月籠中鳥요 乾坤水上萍이라 (籠 ; 대그릇 롱, 中 ; 가운데 중, 鳥 ; 새 조, 乾 ; 하늘 건, 坤 ; 땅 곤, 上 ; 위 상, 萍 ; 부평초 평)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요, 하늘과 땅은 물 위에 뜬 부평초다.


白雲山上蓋요 明月水中珠라 (白 ; 흰 백, 雲 ; 구름 운, 山 ; 뫼 산, 上 ; 위 상, 蓋 ; 덮을 개, 明 ; 밝을 명, 中 ; 가운데 중, 珠 ; 구슬 주)

흰 구름은 산 위를 덮은 모자요, 밝은 달은 물 속에 비친 구슬이다.


月爲宇宙燭이요 風作山河鼓라 (爲 ; 할 위, 될 위, 宇 ; 집 우, 宙 ; 집 주, 燭 ; 촛불 촉, 風 ; 바람 풍, 作 ; 지을 작, 만들 작, 河 ; 물 하, 鼓 ; 북 고)

달은 우주의 촛불이 되고, 바람은 산과 강을 북으로 만든다.


月爲無柄扇이요 星作絶纓珠라 (無 ; 없을 무, 柄 ; 자루 병, 扇 ; 부채 선, 星 ; 별 성, 絶 ; 끊을 절, 纓 ; 갓끈 영)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별은 끈이 끊어진 구슬을 만들었다.



雲作千層峰이요 虹爲百尺橋라 (層 ; 층 층, 虹 ; 무지개 홍, 橋 ; 다리 교)

구름은 천 층의 봉우리를 만들었고,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되었다.


秋葉霜前落이요 春花雨後紅이라 (秋 ; 가을 추, 葉 ; 잎 엽, 霜 ; 서리 상, 前

; 앞 전, 落 ; 떨어질 락, 춘 ; 봄 춘, 花 ; 꽃 화, 雨 ; 비 우, 後 ; 뒤 후, 紅 ; 붉을 홍)

가을 잎은 서리가 오자 떨어지고, 봄꽃은 비 온 뒤에 붉다.


春作四時首요 人爲萬物靈이라 (時 ; 때 시, 首 ; 머리 수, 人 ; 사람 인, 物 ; 물건 물, 靈 ; 신령 령)

봄은 네 계절의 처음이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水火木金土요 仁義禮智信이라 (水 ; 물 수, 火 ; 불 화, 木 ; 나무 목, 金 ; 쇠 금, 土 ; 흙 토, 仁 ; 어질 인, 義 ; 옳을 의, 禮 ; 예도 례, 智 ; 슬기 지, 信 ; 믿을 신)

(오행은) 물과 불과 나무와 쇠, 그리고 흙이요, (오상은) 어짊과 옳음과 예절과 슬기, 그리고 믿음이다.


天地人三才요 君師父一體라 (天 ; 하늘 천, 地 ; 땅 지, 人 ; 사람 인, 三 ; 석 삼, 才 ; 재주 재, 君 ; 임금 군, 師 ; 스승 사, 父 ; 아비 부, 體 ; 몸 체)

하늘, 땅, 사람은 세상의 가장 중요한 세 요소이고,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뚱이다.


天地爲父母요 日月似兄弟라 (母 ; 어미 모, 似 ; 같을 사, 兄 ; 맏이 형, 弟 ; 아우 제)

하늘과 땅은 부모가 되고, 해와 달은 형제와 같다.


夫婦二姓合이요 兄弟一氣連이라 (夫 ; 남편 부, 婦 ; 아내 부, 姓 ; 겨레 성, 합 ; 합할 합, 氣 ; 기운 기, 連 ; 이을 련)

부부는 두 성(겨레)이 합친 것이요, 형제는 한 기운이 이어진 것이라.


父慈子當孝요 兄友弟亦恭이라 (慈 ; 사랑할 자, 子 ; 아들 자, 當 ; 당할 당, 마땅히 당, 孝 ; 효도 효, 友 ; 벗 우, 우애 우, 亦 ; 또 역, 恭 ; 공손할 공)


父母千年壽요 子孫萬世榮이라 (壽 ; 목숨 수, 오래 살 수, 孫 ; 손자 손, 世 ; 누리 세, 대 세, 榮 ; 영화 영)

부모는 천년 동안 오래 살고, 자손은 만대에 이르도록 영화를 누리기를.


愛君希道泰요 憂國願年豊이라 (愛 ; 사랑 애, 君 ; 임금 군, 希 ; 바랄 희, 道 ; 길 도, 泰 ; 클 태, 편안할 태, 憂 ; 근심 우, 國 ; 나라 국, 願 ; 원할 원, 年 ; 해 년, 豊 ; 풍성할 풍)

임금을 사랑하여 길(정치)이 편안하기를 바라고, 나라를 근심하여 풍년 들기를 원한다.


妻賢夫禍少요 子孝父心寬이라 (妻 ; 아내 처, 賢 ; 어질 현, 夫 ; 남편 부, 禍 ; 재앙 화, 少 ; 적을 소, 孝 ; 효도 효, 寬 ; 너그러울 관)

아내가 어질면 남편이 재앙을 당함이 적고, 자녀가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子孝雙親樂이요 家和萬事成이라 (雙 ; 짝 쌍, 親 ; 친할 친, 부모 친, 樂 ; 즐거울 락, 家 ; 집 가, 和 ; 화할 화, 萬 ; 일만 만, 事 ; 일 사, 成 ; 이룰 성)

자녀가 효도하면 부모가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思家淸宵立이요 憶弟白日眠이라 (思 ; 생각할 사, 淸 ; 맑을 청, 宵 ; 밤 소, 立 ; 설 립, 憶 ; 생각할 억, 弟 ; 아우 제, 白 ; 흰 백, 日 ; 해 일, 眠 ; 잠잘 면)

집을 생각하니 맑은 밤에도 (잠 못 들어) 섰고, 아우를 생각하니 대낮에도 (꿈에라도 보고 싶어서) 잠이 든다.


家貧思賢妻요 國亂思良相이라 (貧 ; 가난할 빈, 思 ; 생각할 사, 國 ; 나라 국, 亂 ; 어지러울 란, 良 ; 좋을 량, 어질 량, 相 ; 서로 상, 재상 상)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


綠竹君子節이요 靑松丈夫心이라 (綠 ; 푸를 록, 竹 ; 대 죽, 君 ; 임금 군, 節 ; 마디 절, 절개 절, 靑 ; 푸를 청, 松 ; 소나무 송, 丈 ; 어른 장)

푸른 대는 군자의 절개요, 푸른 솔은 대장부의 마음이라.


人心朝夕變이요 山色古今同이라 (朝 ; 아침 조, 夕 ; 저녁 석, 變 ; 변할 변, 色 ; 빛 색, 古 ; 옛 고, 今 ; 이제 금, 同 ; 한가지 동, 같을 동)

사람의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변하고, 산빛은 옛날과 지금이 한가지라.


江山萬古主요 人物百年賓이라 (江 ; 강 강, 물 강, 主 ; 주인 주, 物 ; 만물 물, 물건 물, 百 ; 일백 백, 年 ; 해 년, 賓 ; 손님 빈)

강과 산은 만고(오랜 세월)의 주인이요, 인물은 백년 동안의 손님이다.


世事琴三尺이요 生涯酒一盃라 (世 ; 세상 세, 누리 세, 事 ; 일 사, 琴 ; 거문고 금, 尺 ; 자 척, 生 ; 날 생, 涯 ; 물가 애, 酒 ; 술 주, 盃 ; 잔 배)

세상일은 석 자의 거문고요(거문고에 부치고), 생애(의 고달픔)는 한 잔 술이라. (한 잔 술에 부친다.)


山靜似太古요 日長如少年이라 (靜 ; 고요할 정, 似 ; 같을 사, 太 ; 클 태, 日 ; 해 일, 長 ; 길 장, 如 ; 같을 여)

산이 고요하니 마치 태곳적 같고, 해가 기니 소년으로 머물러 있을 것 같다.


靜裏乾坤大요 閒中日月長이라 (裏 ; 속 리, 乾 ; 하늘 건, 坤 ; 땅 곤, 閒 ; 한가할 한, 中 ; 가운데 중)

고요한 가운데 하늘과 땅이 큼을 알고, 한가한 중에 세월이 길다는 것을 느낀다.


耕田埋春色이요 汲水斗月光이라 (耕 ; 밭갈 경, 田 ; 밭 전, 埋 ; 묻을 매, 春 ; 봄 춘, 汲 ; 물길을 급, 斗 ; 말 두, 光 ; 빛 광)

밭을 갈아엎어서 봄빛을 묻고, 물을 길어서 달빛을 말로 퍼 올린다.


西亭江上月이요 東閣雪中梅라 (西 ; 서녘 서, 亭 ; 정자 정, 東 ; 동녘 동, 閣 ; 문설주 각, 집 각, 雪 ; 눈 설, 梅 ; 매화 매)

서쪽 정자에는 강 위에 뜬 달이요, 동쪽 집에는 눈 속에 핀 매화라.


飮酒人顔赤이요 食草馬口靑이라 (飮 ; 마실 음, 酒 ; 술 주, 顔 ; 얼굴 안, 赤 ; 붉을 적, 食 ; 먹을 식, 草 ; 풀 초, 馬 ; 말 마, 口 ; 입 구, 靑 ; 푸를 청)

술 마시니 사람의 얼굴은 붉고, 풀을 먹으니 말의 입은 푸르다.


白酒紅人面이요 黃金黑吏心이라 (白 ; 흰 백, 紅 ; 붉을 홍, 面 ; 얼굴 면, 黃 ; 누를 황, 金 ; 쇠 금, 黑 ; 검을 흑, 吏 ; 벼슬아치 리)

흰 술은 사람의 얼굴을 붉게 하고 황금은 벼슬아치의 마음을 검게 한다.


老人扶杖去하고 小兒騎竹來라 (老 ; 늙을 로, 扶 ; 붙들 부, 杖 ; 지팡이 장, 去 ; 갈 거, 兒 ; 아이 아, 騎 ; 말탈 기, 來 ; 올 래)

늙은이는 지팡이를 짚고 가고 어린애는 대를 타고 온다.


男奴負薪去하고 女婢汲水來라 (男 ; 사내 남, 奴 ; 종 노, 負 ; 질 부, 薪 ; 섶나무 신, 女 ; 계집 녀, 婢 ; 여자 종 비, 汲 ; 물길을 급)

남자 종은 섶나무를 지고 가고, 여자 종은 물을 길어서 온다.


洗硯魚呑墨이요 煮茶鶴避煙이라 (洗 ; 씻을 세, 硯 ; 벼루 연, 魚 ; 고기 어, 呑 ; 삼킬 탄, 墨 ; 먹 묵, 煮 ; 삶을 자, 茶 ; 차 다, 鶴 ; 두루미 학, 避 ; 피할 피, 煙 ; 연기 연)

벼루를 씻으니 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차를 달이니 학이 연기를 피한다.


松作延客蓋요 月爲讀書燈이라 (松 ; 소나무 송, 作 ; 지을 작, 延 ; 끌 연, 客 ; 손님 객, 蓋 ; 덮을 개, 爲 ; 할 위, 될 위, 讀 ; 읽을 독, 書 ; 책 서, 燈 ; 등잔 등)

소나무는 손님을 맞아들이는 지붕이 되고, 달은 책을 읽는 등불이 된다.


花落憐不掃요 月明愛無眠이라 (花 ; 꽃 화, 落 ; 떨어질 락, 憐 ; 불쌍히 여길 련, 掃 ; 쓸 소, 明 ; 밝을 명, 愛 ; 사랑 애, 無 ; 없을 무, 眠 ; 잠잘 면)

꽃이 떨어지니 아까워서 쓸지 않고, 달이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이 오지 않는다.


月作雲間鏡이요 風爲竹裡琴이라 (雲 ; 구름 운, 間 ; 사이 간, 鏡 ; 거울 경, 風 ; 바람 풍, 裡 ; 속 리, 琴 ; 거문고 금)

달은 구름 사이에 (둥근) 거울이 되고, 바람은 대숲 속에서 거문고가 된다.


掬水月在手요 弄花香滿衣라 (掬 ; 움킬 국, 在 ; 있을 재, 手 ; 손 수, 弄 ; 희롱할 롱, 香 ; 향기 향, 滿 ; 찰 만, 衣 ; 옷 의)

물을 움키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五夜燈前晝요 六月亭下秋라 (五 ; 다섯 오, 夜 ; 밤 야, 燈 ; 등잔 등, 前 ; 앞 전, 晝 ; 낮 주, 六 ; 여섯 육, 月 ; 달 월, 亭 ; 정자 정, 下 ; 아래 하, 秋 ; 가을 추)

오야(음력 정월14부터 18일까지)는 등불 앞이 낮처럼 밝고, 유월은 정자 밑이 가을이라.


歲去人頭白이요 秋來樹葉黃이라 (歲 ; 해 세, 去 ; 갈 거, 人 ; 사람 인, 頭 ; 머리 두, 白 ; 흰 백, 來 ; 올 래, 樹 ; 나무 수, 葉 ; 잎 엽, 黃 ; 누럴 황)

세월이 가니 사람의 머리가 하얗고, 가을이 오니 나뭇잎이 누렇다.


雨後山如沐이요 風前草似醉라 (雨 ; 비 우, 後 ; 뒤 후, 山 ; 뫼 산, 如 ; 같을 여, 沐 ;

머리감을 목, 風 ; 바람 풍, 前 ; 앞 전, 草 ; 풀 초, 似 ; 같을 사, 醉 ; 취할 취)

비온 뒤에 산은 머리감은 것 같고, 바람 앞에 풀은 취한 것 같구나.


人分千里外요 興在一杯中이라 (分 ; 나눌 분, 千 ; 일천 천, 里 ; 마을 리, 거리 리, 外 ; 바깥 외, 興 ; 일어날 흥, 흥 흥, 在 ; 있을 재, 杯 ; 잔 배, 中 ; 가운데 중)

사람은 천 리 밖에 헤어졌는데, 흥은 한 잔 술 속에 있구나.


春意無分別이요 人情有淺深이라 (春 ; 봄 춘, 意 ; 뜻 의, 無 ; 없을 무, 別 ; 나눌 별, 情 ; 뜻 정, 정 정, 有 ; 있을 유, 淺 ; 얕을 천, 深 ; 깊을 심)

봄뜻은 차별이 없고, 인정은 깊고 얕음이 있구나.


花落以前春이요 山深然後寺라 (花 ; 꽃 화, 落 ; 떨어질 락, 以 ; 써 이, 前 ; 앞 전, 春 ; 봄 춘, 山 ; 뫼 산, 然 ; 그러할 연, 後 ; 뒤 후, 寺 ; 절 사)

꽃이 떨어지기 전은 봄이요, 산이 깊은 다음에 절이 있구나.


山外山不盡이요 路中路無窮이라 (外 ; 밖 외, 不 ; 아니 부, 盡 ; 다할 진, 路 ; 길 로, 窮 ; 다할 궁, 끝날 궁)

산 밖에 산이 다함이 없고, 길속에 길이 끝이 없구나.


日暮蒼山遠이요 天寒白屋貧이라 (日 ; 날 일, 暮 ; 저물 모, 蒼 ; 푸를 창, 遠 ; 멀 원, 天 ; 하늘 천, 寒 ; 찰 한, 白 ; 흰 백, 屋 ; 집 옥, 貧 ; 가난할 빈)

날이 저무니 푸른 산이 멀고 날씨가 차가우니 하얀 집이 가난하구나.


小園鶯歌歇이요 長門蝶舞多라 (小 ; 작을 소, 園 ; 동산 원, 鶯 ; 꾀꼬리 앵, 歌 ; 노래 가, 歇 ; 그칠 헐, 長 ; 길 장, 門 ; 문 문, 蝶 ; 나비 접, 舞 ; 춤출 무, 多 ; 많을 다)

작은 동산에 꾀꼬리 소리 그쳤고, 큰 문 안에는 춤추는 나비가 많구나.


風窓燈易滅이요 月屋夢難成이라 (風 ; 바람 풍, 窓 ; 창 창, 燈 ; 등잔 등, 易 ; 쉬울 이, 滅 ; 꺼질 멸, 月 ; 달 월, 屋 ; 집 옥, 夢 ; 꿈 몽, 難 ; 어려울 난, 成 ; 이룰 성)

바람 부는 창에 등잔불이 쉽게 꺼지고, 달빛 비치는 집에 꿈을 이루기 어렵구나.


日暮鷄登塒오 天寒鳥入簷이라 (日 ; 날 일, 暮 ; 저물 모, 鷄 ; 닭 계, 登 ; 오를 등, 塒 ; 홰 시, 天 ; 하늘 천, 寒 ; 찰 한, 鳥 ; 새 조, 入 ; 들 입, 簷 ; 처마 첨)

날이 저무니 닭이 홰에 오르고, 날이 차가우니 새가 처마 밑에 든다.


野曠天低樹요 江淸月近人이라 (野 ; 들 야, 曠 ; 빌 광, 天 ; 하늘 천, 低 ; 낮을 저, 樹 ; 나무 수, 江 ; 강 강, 淸 ; 맑을 청, 近 ; 가까울 근, 人 ; 사람 인)

들이 텅 비어 하늘이 나무에 낮게 드리웠고, 강이 맑으니 달이 사람 가까이 비치는구나.


風驅群飛雁이요 月送獨去舟라 (風 ; 바람 풍, 驅 ; 몰 구, 群 ; 무리 군, 飛 ; 날 비, 雁 ; 기러기 안, 送 ; 보낼 송, 獨 ; 홀로 독, 去 ; 갈 거, 舟 ; 배 주)

바람은 무리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달은 홀로 가는 배를 보낸다.


細雨池中看이요 微風木末知라 (細 ; 가늘 세, 雨 ; 비 우, 池 ; 못 지, 中 ; 가운데 중, 看 ; 볼 간, 微 ; 작을 미, 木 ; 나무 목, 末 ; 끝 말, 知 ; 알 지)

가랑비를 못 속에서 보고, 약한 바람을 나무 끝에서 안다.


花笑聲未聽이요 鳥啼淚難看이라 (花 ; 꽃 화, 笑 ; 웃음 소, 聲 ; 소리 성, 未 ; 아닐 미, 聽 ; 들을 청, 鳥 ; 새 조, 啼 ; 울 제, 淚 ; 눈물 루, 難 ; 어려울 난, 看 ; 볼 간)

꽃이 웃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가 울지만 눈물은 보이지 않구나.


白鷺千點雪이요 黃鶯一片金이라 (白 ; 흰 백, 鷺 ; 해오라기 로, 千 ; 일천 천, 點 ; 점 점, 雪 ; 눈 설, 黃 ; 누럴 황, 鶯 ; 꾀꼬리 앵, 片 ; 조각 편, 金 ; 쇠 금, 금 금)

흰 해오라기 떼는 천 점의 눈이요, 노란 꾀꼬리는 한 조각 황금이다.


桃李千機錦이요 江山一畫屛이라 (桃 ; 복숭아 도, 李 ; 오얏 리, 機 ; 틀 기, 錦 ; 비단 금, 江 ; 강 강, 畫 ; 그림 화, 屛 ; 병풍 병)

복사나무와 오얏나무는 천 틀의 비단이요, 강과 산은 한 폭의 그림 병풍이다.


鳥宿池邊樹요 僧敲月下門이라 (鳥 ; 새 조, 宿 ; 잘 숙, 池 ; 못 지, 邊 ; 가 변, 樹 ; 나무 수, 僧 ; 중 승, 敲 ; 두드릴 고, 月 ; 달 월, 下 ; 아래 하, 門 ; 문 문)

새는 못 가 나무에서 자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棹穿波底月이요 船壓水中天이라 (棹 ; 노 도, 穿 ; 뚫을 천, 波 ; 물결 파, 底 ; 밑 저, 船 ; 배 선, 壓 ; 누를 압, 水 ; 물 수, 中 ; 가운데 중, 天 ; 하늘 천)

노는 물결 아래 달을 뚫고, 배는 물에 비친 하늘을 누른다.


高山白雲起요 平原芳草綠이라 (高 ; 높을 고, 山 ; 뫼 산, 白 ; 흰 백, 雲 ; 구름 운, 起 ; 일어날 기, 平 ; 평평할 평, 原 ; 언덕 원, 芳 ; 꽃다울 방, 草 ; 풀 초, 綠 ; 초록 록)

높은 산에 흰 구름이 일어나고 평평한 들판에 향기로운 풀이 푸르구나.


水連天共碧이요 風與月雙淸이라 (水 ; 물 수, 連 ; 이를 연, 天 ; 하늘 천, 共 ; 함께 공, 碧 ; 푸를 벽, 風 ; 바람 풍, 與 ; 더불어 여, 月 ; 달 월, 雙 ; 쌍 쌍, 淸 ; 맑을 청)

물은 하늘에 잇대어 함께 푸르고, 바람은 달과 더불어 짝하여 맑구나.


山影推不出이요 月光掃還生이라 (山 ; 뫼 산, 影 ; 그림자 영, 推 ; 밀 추, 不 ; 아니 불, 出 ; 날 출, 月 ; 달 월, 光 ; 빛 광, 掃 ; 쓸 소, 還 ; 돌아올 환, 生 ; 날 생)

산 그림자는 밀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은 쓸어도 다시 살아난다.


水鳥浮還沒이요 山雲斷復連이라 (水 ; 물 수, 鳥 ; 새 조, 浮 ; 뜰 부, 還 ; 돌아올 환, 沒 ; 가라앉을 몰, 雲 ; 구름, 斷 ; 끊을 단, 復 ; 다시 부, 連 ; 이을 련)

물새는 떴다가 다시 가라앉고, 산에 걸린 구름은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진다.


月移山影改요 日下樓痕消라 (月 ; 달 월, 移 ; 옮길 이, 山 ; 뫼 산, 影 ; 그림자 영, 改 ; 고칠 개, 日 ; 해 일, 下 ; 아래 하, 樓 ; 다락 루, 痕 ; 자취 흔, 消 ; 사라질 소)

달이 옮아가니 산 그림자가 바뀌고, 해가 지니 다락의 자취가 없어진다.



天長去無執이요 花老蝶不來라 (天 ; 하늘 천, 長 ; 길 장, 去 ; 갈 거, 無 ; 없을 무, 執 ; 잡을 집, 花 ; 꽃 화, 老 ; 늙을 로, 蝶 ; 나비 접, 不 ; 아니 불, 來 ; 올 래)

하늘은 멀어 가도 잡히는 게 없고, 꽃이 늙으니 나비가 오지 않는다.


初月將軍弓이요 流星壯士矢라 (初 ; 처음 초, 月 ; 달 월, 將 ; 장수 장, 軍 ; 군사 군, 弓 ; 활 궁, 流 ; 흐를 유(류), 星 ; 별 성, 壯 ; 씩씩할 장, 士 ; 선비 사, 矢 ; 화살 시)

초승달은 장군의 활이요, 흐르는 별은 씩씩한 무사의 화살이라.


掃地黃金出이요 開門萬福來라 (掃 ; 쓸 소, 地 ; 땅 지, 黃 ; 누를 황, 金 ; 쇠 금, 出 ; 날 출, 開 ; 열 개, 門 ; 문 문, 萬 ; 일만 만, 福 ; 복 복, 來 ; 올 래)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


鳥逐花間蝶이요 鷄爭草中蟲이라 (鳥 ; 새 조, 逐 ; 쫓을 축, 花 ; 꽃 화, 間 ; 사이 간, 蝶 ; 나비 접, 鷄 ; 닭 계, 爭 ; 다툴 쟁, 草 ; 풀 초, 中 ; 가운데 중, 蟲 ; 벌레 충)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고, 닭은 풀 가운데 벌레와 다툰다.


鳥喧蛇登樹요 犬吠客到門이라 (喧 ; 시끄러울 훤, 蛇 ; 뱀 사, 登 ; 오를 등, 樹 ; 나무 수, 犬 ; 개 견, 吠 ; 짖을 폐, 客 ; 손님 객, 到 ; 이를 도)

새는 뱀이 나무에 기어오르자 시끄럽고, 개는 손님이 문에 이르자 짖는다.



高峯撐天立이요 長江割地去라 (高 ; 높을 고, 峯 ; 봉우리 봉, 撑 ; 버틸 탱, 天 ; 하늘 천, 立 ; 설 립, 長 ; 길 장, 江 ; 강 강, 割 ; 나눌 할, 가를 할, 地 ; 땅 지, 去 ; 갈 거)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버티고 섰고, 긴 강은 땅을 나누며 흘러가네.


碧海黃龍宅이요 靑松白鶴樓라 (碧 ; 푸를 벽, 海 ; 바다 해, 黃 ; 누를 황, 龍 ; 용 룡, 宅 ; 집 택, 靑 ; 푸를 청, 松 ; 소나무 송, 白 ; 흰 백, 鶴 ; 두루미 학, 樓 ; 다락 루)

푸른 바다는 누런 용의 집이요, 푸른 소나무는 흰 두루미의 누각이다.


月到梧桐上이요 風來楊柳邊이라 (月 ; 달 월, 到 ; 이를 도, 梧 ; 오동나무 오, 桐 ; 오동나무 동, 上 ; 위 상, 風 ; 바람 풍, 來 ; 올 래, 楊 ; 버들 양, 柳 ; 버들 류, 邊 ; 가 변)

달이 오동나무 위에 떠오르고, 바람은 버드나무 가에 불어온다.


群星陣碧天이요 落葉戰秋山이라 (群 ; 무리 군, 星 ; 별 성, 陣 ; 진칠 진, 落 ; 떨어질 락, 葉 ; 잎 엽, 戰 ; 싸울 전, 秋 ; 가을 추, 山 ; 메 산)

별무리는 하늘에 진을 쳤고, 단풍잎은 가을 산에서 (붉게 물들어) 전쟁하는 듯하다.


潛魚躍淸波요 好鳥鳴高枝라 (潛 ; 잠길 잠, 魚 ; 고기 어, 躍 ; 뛸 약, 淸 ; 맑을 청, 波 ; 물결 파, 好 ; 좋을 호, 鳥 ; 새 조, 鳴 ; 울 명, 高 ; 높을 고, 枝 ; 가지 지)

잠긴 고기는 맑은 물결에 뛰놀고, 좋은 새는 높은 가지에서 운다.


雨後澗生瑟이요 風前松奏琴이라 (雨 ; 비 우, 後 ; 뒤 후, 澗 ; 산골 물 간, 生 ; 날 생, 瑟 ; 비파 슬, 風 ; 바람 풍, 前 ; 앞 전, 松 ; 소나무 송, 奏 ; 아뢸 주, 연주할 주, 琴 ; 거문고 금)

비 온 뒤에 산골 물은 비파소리를 내고, 바람 앞에 소나무는 거문고를 연주한다.


馬行千里路요 牛耕百畝田이라 (馬 ; 말 마, 行 ; 갈 행, 千 ; 일천 천, 里 ; 마을 리, 거리 단위 리, 牛 ; 소 우, 耕 ; 밭갈 경, 百 ; 일백 백, 畝 ; 이랑 무, 田 ; 밭 전)

말은 천리 길을 가고, 소는 백 이랑 밭을 간다.


馬行駒隨後요 牛耕犢臥原이라 (駒 ; 망아지 구, 隨 ; 따를 수, 犢 ; 송아지 독, 臥 ; 엎드릴 와, 原 ; 언덕 원)

말이 가니 망아지가 뒤를 따르고,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는 언덕에 엎드려 있다.


狗走梅花落이요 鷄行竹葉成이라 (狗 ; 개 구, 走 ; 달릴 주, 梅 ; 매화 매, 竹 ; 대 죽, 成 ; 이룰 성)

개가 달아나니 매화(같이 생긴 똥)가 떨어졌고, 닭이 가니 댓잎(같은 발자국)이 생겼구나.


竹筍黃犢角이요 蕨芽小兒拳이라 (筍 ; 죽순 순, 黃 ; 누를 황, 角 ; 뿔 각, 蕨 ; 고사리 궐, 芽 ; 싹 아, 小 ; 작을 소, 兒 ; 아이 아, 拳 ; 주먹 권)

죽순은 누런 송아지의 뿔이요, 고사리 싹은 어린아이의 주먹이다.


天淸一雁遠이요 海闊孤帆遲라 (淸 ; 맑을 청, 雁 ; 기러기 안, 遠 ; 멀 원, 海 ; 바다 해, 闊 ; 트일 활, 孤 ; 외로울 고, 帆 ; 돛 범, 遲 ; 느릴 지)

하늘이 맑으니 한 마리 기러기가 멀고, 바다가 확 트이니 한 척 돛단배가 느리다.


花發文章樹요 月出壯元峰이라 (發 ; 필 발, 文 ; 글월 문, 章 ; 글 장, 樹 ; 나무 수, 出 ; 날 출, 壯 ; 씩씩할 장, 元 ; 으뜸 원, 峰 ; 봉우리 봉)

문장 나무에 꽃이 피었고, 장원 봉우리에 달이 돋았다. (문장 실력을 발휘하여 장원급제를 했다.)


柳色黃金嫩이요 梨花白雪香이라 (柳 ; 버들 유, 色 ; 빛 색, 嫩 ; 엷을 눈, 梨 ; 배나무 리, 雪 ; 눈 설, 香 ; 향기 향)

버들 빛깔은 엷은 황금색이요, 배꽃은 향기로운 흰눈이다.


綠水鷗前鏡이요 靑松鶴後屛이라 (綠 ; 푸를 록, 水 ; 물 수, 鷗 ; 갈매기 구, 前 ; 앞 전, 鏡 ; 거울 경, 靑 ; 푸를 청, 松 ; 소나무 송, 鶴 ; 두루미 학, 屛 ; 병풍 병)

푸른 물은 갈매기 앞에 거울이요, 푸른 솔은 두루미 뒤에 병풍이다.


雨磨菖蒲刀하고 風梳楊柳髮이라 (磨 ; 갈 마, 菖 ; 창포 창, 蒲 ; 창포 포, 刀 ; 칼 도, 梳 ; 빗 소, 髮 ; 머리털 발)

비는 창포 칼을 갈고, 바람은 버들 머리칼을 빗질한다.


鳧耕蒼海去하고 鷺割靑山來라 (鳧 ; 오리 부, 蒼 ; 푸를 창, 鷺 ; 해오라기 로, 割 ; 나눌 할)

오리는 푸른 바다를 갈면서 가고, 해오라기는 푸른 산을 가르며 날아온다.


花紅黃蜂鬧요 草綠白馬嘶라 (紅 ; 붉을 홍, 蜂 ; 벌 봉, 鬧 ; 시끄러울 료, 草 ; 풀 초, 綠 ; 초록빛 록, 嘶 ; 울 시)

꽃이 붉으니 누런 벌이 시끄럽고, 풀이 푸르니 흰 말이 운다.


山雨夜鳴竹이요 草蟲秋入牀이라 (夜 ; 밤 야, 鳴 ; 울 명, 蟲 ; 벌레 충, 入 ; 들 입, 牀 ; 침상 상)

산에 오는 비는 밤이 되자 대를 울리고, 풀벌레는 가을이 되니 침상으로 뛰어든다.


遠水連天碧이요 霜楓向日紅이라 (遠 ; 멀 원, 連 ; 이을 련, 碧 ; 푸를 벽, 霜 ; 서리 상, 楓 ; 단풍나무 풍, 向 ; 향할 향, 日 ; 해 일)

먼 물은 하늘에 닿을 듯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하여 붉다.


山吐孤輪月이요 江含萬里風이라 (山 ; 뫼 산, 吐 ; 토할 토, 孤 ; 외로울 고, 輪 ; 바퀴 륜, 含 ; 머금을 함, 風 ; 바람 풍)

산은 외롭고 둥그런 달을 토해 놓았고, 강은 만 리를 불어가는 바람을 머금었다.



露凝千片玉이요 菊散一叢金이라 (露 ; 이슬 로, 凝 ; 엉길 응, 千 ; 일천 천, 片 ; 조각 편, 玉 ; 구슬 옥, 菊 ; 국화 국, 散 ; 흩을 산, 叢 ; 모일 총, 떨기 총, 金 ; 쇠 금, 금 금)

이슬은 천 개의 구슬로 엉기었고, 국화는 한 떨기의 금으로 흩어져 있다.


白蝶紛紛雪이요 黃鶯片片金이라 (白 ; 흰 백, 蝶 ; 나비 접, 紛 ; 어지러울 분, 雪 ; 눈 설, 黃 ; 누를 황, 鶯 ; 꾀꼬리 앵)

흰 나비는 어지럽게 내리는 눈이요, 노란 꾀꼬리는 조각조각 날리는 금이다.


洞深花意懶요 山疊水聲幽라 (洞 ; 골짜기 동, 深 ; 깊을 심, 花 ; 꽃 화, 意 ; 뜻 의, 懶 ; 게으를 나, 山 ; 뫼 산, 疊 ; 겹쳐질 첩, 水 ; 물 수, 聲 ; 소리 성, 幽 ; 그윽할 유)

골짜기가 깊으니 꽃 (필) 뜻이 게으르고, 산이 겹치니 물소리가 그윽하다.


氷解魚初躍이요 風和雁欲歸라 (氷 ; 얼음 빙, 解 ; 풀 해, 魚 ; 고기 어, 初 ; 처음 초, 躍 ; 뛸 약, 風 ; 바람 풍, 和 ; 화할 화, 雁 ; 기러기 안, 欲 ; 하고자 할 욕, 歸 ; 돌아갈 귀)

얼음이 녹으니 고기가 처음으로 뛰고, 바람이 따뜻하니 기러기가 돌아가려 하는구나.


林風涼不絶이요 山月曉仍明이라 (林 ; 수풀 림, 涼 ; 서늘할 량, 不 ; 아닐 부, 絶 ; 끊을 절, 月 ; 달 월, 曉 ; 새벽 효, 仍 ; 인할 잉, 明 ; 밝을 명)

숲에 바람이 부니 서늘함이 끊이지 않고, 산에 달이 돋으니 새벽이 그로 인해 밝다.


竹筍尖如筆이요 松葉細似針이라 (竹 ; 대 죽, 筍 ; 죽순 순, 尖 ; 뾰족할 첨, 如 ; 같을 여, 筆 ; 붓 필, 松 ; 소나무 송, 葉 ; 잎 엽, 細 ; 가늘 세, 似 ; 같을 사, 針 ; 바늘 침)

죽순은 붓같이 뾰족하고, 솔잎은 바늘처럼 가늘다.


魚戲新荷動이요 鳥散餘花落이라 (魚 ; 고기 어, 戲 ; 장난칠 희, 新 ; 새 신, 荷 ; 연 하, 動 ; 움직일 동, 鳥 ; 새 조, 散 ; 흩을 산, 餘 ; 남을 여, 花 ; 꽃 화, 落 ; 떨어질 락)

고기가 장난치니 새로 나온 연이 움직이고, 새들이 흩어지니 남은 꽃이 떨어진다.


琴潤絃猶響이요 爐寒火尙存이라 (琴 ; 거문고 금, 潤 ; 젖을 윤, 絃 ; 악기 줄 현, 猶 ; 오히려 유, 響 ; 울림 향, 爐 ; 화로 로, 寒 ; 찰 한, 火 ; 불 화, 尙 ; 아직 상, 存 ; 있을 존)

거문고가 젖었으나 줄에는 오히려 소리가 나고, 화로가 식었으나 불은 아직 남아 있다.


春北秋南雁이요 朝西暮東虹이라 (春 ; 봄 춘, 北 ; 북녘 북, 秋 ; 가을 추, 南 ; 남녘 남, 朝 ; 아침 조, 西 ; 서녘 서, 暮 ; 저물 모, 東 ; 동녘 동, 虹 ; 무지개 홍)

봄에는 북쪽으로 가을에는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요, 아침에는 서쪽에 저녁에는 동쪽에 뜨는 무지개라.


柳幕鶯爲客이요 花房蝶作郞이라 (柳 ; 버들 류, 幕 ; 막 막, 鶯 ; 꾀꼬리 앵, 爲 ; 될 위, 客 ; 손 객, 花 ; 꽃 화, 房 ; 방 방, 蝶 ; 나비 접, 作 ; 지을 작, 郞 ; 사나이 랑)

버드나무 장막에 꾀꼬리가 손님이 되었고, 꽃의 방에는 나비가 신랑이 되었구나.



日華川上動이요 風光草際浮라 (日 ; 날 일, 華 ; 빛 화, 川 ; 내 천, 上 ; 위 상, 動 ; 움직일 동, 風 ; 바람 풍, 光 ; 빛 광, 草 ; 풀 초, 際 ; 사이 제, 浮 ; 뜰 부)

햇빛은 냇물 위에 움직이고(반짝이고), 바람 빛은 풀 사이에 떴다.


明月松間照요 淸泉石上流라 (明 ; 밝을 명, 月 ; 달 월, 松 ; 소나무 송, 間 ; 사이 간, 照 ; 비출 조, 淸 ; 맑을 청, 泉 ; 샘 천, 石 ; 돌 석, 流 ; 흐를 류)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추고, 맑은 샘은 돌 위에 흐른다.


靑松夾路生이요 白雲宿簷端이라 (靑 ; 푸를 청, 夾 ; 낄 협, 路 ; 길 로, 生 ; 날 생, 白 ; 흰 백, 雲 ; 구름 운, 宿 ; 묵을 숙, 簷 ; 처마 첨, 端 ; 끝 단)

푸른 소나무를 끼고 길이 생겼고,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렀다.


荷風送香氣요 竹露滴淸響이라 (荷 ; 연 하, 送 ; 보낼 송, 香 ; 향기 향, 氣 ; 기운 기, 露 ; 이슬 로, 滴 ; 물방울 적, 響 ; 소리 향)

연꽃에 부는 바람은 향기를 보내오고, 대나무 이슬이 방울져 떨어지니 맑은 소리가 난다.


谷直風來急이요 山高月上遲라 (谷 ; 골 곡, 直 ; 곧을 직, 來 ; 올 래, 急 ; 급할 급, 高 ; 높을 고, 遲 ; 늦을 지)

골이 곧으니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급하고, 산이 높으니 달이 돋아 오르는 것이 늦구나.


蟋蟀鳴洞房이요 梧桐落金井이라 (蟋 ; 귀뚜라미 실, 蟀 ; 귀뚜라미 솔, 鳴 ; 울 명, 洞 ; 골 동, 굴 동, 梧 ; 오동나무 오, 桐 ; 오동나무 동, 落 ; 떨어질 락, 金 ; 쇠 금, 井 ; 우물 정)

귀뚜라미는 깊숙한 방에서 울고, 오동잎은 우물에 떨어진다.


山高松下立이여 江深沙上流라 (下 ; 아래 하, 立 ; 설 립, 江 ; 강 강, 深 ; 깊을 심, 沙 ; 모래 사, 流 ; 흐를 류)

산은 높아도 소나무 아래에 섰고, 강은 깊어도 모래 위를 흐른다.


花開昨夜雨요 花落今朝風이라 (開 ; 열 개, 필 개, 昨 ; 어제 작, 夜 ; 밤 야, 雨 ; 비 우, 今 ; 이제 금, 朝 ; 아침 조)

어제 밤비에 꽃이 피었고,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떨어진다.


大旱得甘雨하고 他鄕逢故人이라 (大 ; 큰 대, 旱 ; 가물 한, 得 ; 얻을 득, 甘 ; 달 감, 他 ; 남 타, 다를 타, 鄕 ; 시골 향, 逢 ; 만날 봉, 故 ; 옛 고, 人 ; 사람 인)

큰 가뭄에 단비가 내리고,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났다.


畫虎難畫骨이요 知人未知心이라 (畫 ; 그림 화, 虎 ; 범 호, 難 ; 어려울 난, 骨 ; 뼈 골, 知 ; 알 지, 未 ; 아닐 미, 心 ; 마음 심)

호랑이를 그렸으나 뼈를 그리기는 어렵고, 사람은 알지만 그 마음을 알지는 못한다.


水去不復回요 言出難更收라 (水 ; 물 수, 去 ; 갈 거, 不 ; 아니 불, 復 ; 다시 부, 回 ; 돌아올 회, 言 ; 말씀 언, 出 ; 날 출, 更 ; 다시 갱, 收 ; 거둘 수)

물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고, 말은 (입 밖으로) 나가면 다시 거두기 어렵다.


學文千載寶요 貪物一朝塵이라 (學 ; 배울 학, 文 ; 글월 문, 載 ; 실을 재, 해 재, 寶 ; 보물 보, 貪 ; 탐할 탐, 物 ; 물건 물, 朝 ; 아침 조, 塵 ; 티끌 진)

글을 배우는 것은 천년 동안의 보물이요, 재물을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다.


文章李太白이요 筆法王羲之라 (章 ; 글 장, 李 ; 오얏 리, 성 리, 太 ; 클 태, 白 ; 흰 백, 筆 ; 붓 필, 法 ; 법 법, 王 ; 임금 왕, 성 왕, 羲 ; 숨 희, 之 ; 갈 지)

문장은 (잘 짓기로는) 이태백이요, 글씨를 쓰는 모범으로는 왕희지다.


一日不讀書면 口中生荊棘이라 (一 ; 한 일, 日 ; 날 일, 讀 ; 읽을 독, 書 ; 책 서, 口 ; 입 구, 中 ; 가운데 중, 生 ; 날 생, 荊 ; 가시나무 형, 棘 ; 가시 극)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속에 가시가 생긴다.


花有重開日이나 人無更少年이라 (花 ; 꽃 화, 有 ; 있을 유, 重 ; 거듭 중, 開 ; 필 개, 無 ; 없을 무, 更 ; 다시 갱, 少 ; 적을 소, 젊을 소, 年 ; 해 년, 나이 년)

꽃은 거듭 피는 날이 있으나,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되지는 않는다.


白日莫虛送하라 靑春不再來니라 (白 ; 흰 백, 莫 ; 없을 막, 말라 막, 虛 ; 빌 허, 送 ; 보낼 송, 靑 ; 푸를 청, 春 ; 봄 춘, 再 ; 두 재, 거듭 재, 來 ; 올 래)

좋은 날들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라. 청춘이 다시 오지는 않는다.

童蒙先習 (동몽선습) (조선 중종 때 김안국이 지은 아동교육용 책)


御製童蒙先習序(御 ; 어거할 어, 다스릴 어, 製 ; 지을 제, 童 ; 아이 동, 先 ; 먼저 선, 習 ; 익힐 습, 序 ; 차례 서, 서문 서)

임금이 지은 동몽선습의 서문


夫此書는 卽東儒所撰也라 總冠以五倫하고 復以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로 列之于次하며(夫 ; 지아비 부, 대개 부, 此 ; 이 차, 書 ; 쓸 서, 책 서, 卽 ; 곧 즉, 東 ; 동녘 동, 儒 ; 선비 유, 所 ; 써 이, 五 ; 다섯 오, 倫 ; 인륜 륜, 復 ; 다시 부, 父 ; 아비 부, 子 ; 아들 자, 君 ; 임금 군, 臣 ; 신하 신, 婦 ; 아내 부, 長 ; 어른 장, 幼 ; 어릴 유, 朋 ; 벗 붕, 友 ; 벗 우, 列 ; 벌일 렬, 之 ; 갈 지, 어조사 지, 于 ; 어조사 우, 次 ; 다음 차)

대개 이 책은 곧 우리나라 선비가 지은 것이라. 개괄해 보면, 오륜을 맨 처음에 놓고 다시 부자, 군신, 부부, 장유, 붕우를 그 다음에 늘어놓았다.


而其自太極肇判으로 三皇五帝夏殷周漢唐宋以至皇朝에 歷代世系를 纖悉備錄하고(而 ; 말 이을 이, 其 ; 그 기, 自 ; 스스로 자, 부터 자, 太 ; 클 태, 肇 ; 시작할 조, 判 ; 판가를 판, 三 ; 석 삼, 皇 ; 임금 황, 五 ; 다섯 오, 帝 ; 임금 제, 夏 ; 여름 하, 나라이름 하, 殷 ; 성할 은, 나라이름 은, 周 ; 두루 주, 나라이름 주, 漢 ; 한수 한, 나라이름 한, 唐 ; 당나라 당, 宋 ; 송나라 송, 至 ; 이를 지, 朝 ; 아침 조, 조정 조, 歷 ; 지낼 력, 代 ; 대신할 대, 시대 대, 世 ; 누리 세, 대 세, 系 ; 이를 계, 纖 ; 가늘 섬, 悉 ; 다 실, 備 ; 갖출 비, 錄 ; 기록할 록)

그리고 세상이 처음 열릴 때부터 삼황오제와 하, 은, 주, 한, 당, 송에서 (지금)황제의 나라에 이르기까지에 역대 계통을 모두 갖추어 세세히 기록하고


逮夫我東하여는 始檀君으로 歷三國하여 至于我朝에 亦爲俱載하니 文雖約이나 而錄則博하고 卷雖小나 而包則大라(逮 ; 미칠 체, 我 ; 나 아, 우리 아, 始 ; 처음 시, 檀 ; 박달나무 단, 國 ; 나라 국, 亦 ; 또 역, 爲 ; 할 위, 俱 ; 함께 구, 갖출 구, 文 ; 글월 문, 雖 ; 비록 수, 約 ; 묶을 약, 간략할 약, 則 ; 곧 즉, 博 ; 넓을 박, 卷 ; 책 권, 小 ; 작을 소, 包 ; 쌀 포, 大 ; 큰 대)

우리 동방에 이르러는 단군으로부터 삼국을 거쳐 우리 왕조(조선)에 이르기까지 또한 모두 실었으니 글은 비록 간략하지만 기록한 것은 넓고 책은 비록 작지만 포함한 것은 크다.


其況堯舜之道는 孝弟而已라 舜之命契에 以五品爲重하니 此文之冠以五倫者가 其意宏矣로다(況 ; 하물며 황, 堯 ; 요임금 요, 舜 ; 순임금 순, 道 ; 길 도, 孝 ; 효도 효, 弟 ; 아우 제, 공경할 제, 已 ; 이미 이, 그칠 이, 命 ; 목숨 명, 명령할 명, 契 ; 맺을 계, 사람이름 설, 品 ; 물건 품, 등급 품, 重 ; 무거울 중, 者 ; 놈 자, 意 ; 뜻 의, 宏 ; 클 굉, 矣 ; 어조사 의)

게다가 요순의 도는 효도와 공경일 따름이라. 순임금이 설에게 명하여 다섯 가지를 중요하게 하였으니 이 글에서 오륜을 맨 처음에 둔 것은 그 뜻이 크구나.

噫라 孝於親然後에 忠於君하며 弟於兄然後에 敬于長하니 以此觀之면 五倫之中에 孝弟爲先이라(噫 ; 탄식할 희, 아 희, 於 ; 어조사(에) 어, 親 ; 어버이 친, 然 ; 그럴 연, 後 ; 뒤 후, 敬 ; 공경할 경, 于 ; 어조사 우, 觀 ; 볼 관, 中 ; 가운데 중)

아, 부모에게 효도한 연후에 임금에게 충성하며, 형에게 공경한 연후에 어른을 존경할 수 있는 것이니 이로 본다면 오륜 가운데에서 효도와 공경이 먼저인 것이라.


雖然이나 詩讚文王曰 於緝熙敬止라하니 敬者는 成始終徹上下之工夫也라 故로 大學要旨는 卽敬字也요 中庸要旨는 卽誠字也라(詩 ; 시 시. 讚 ; 기릴 찬, 王 ; 임금 왕, 曰 ; 가로되 왈, 緝 ; 이을 집, 熙 ; 빛날 희, 止, 발 지, 머물 지, 成 ; 이룰 성, 終 ; 끝날 종, 徹 ; 뚫을 철, 上 ; 위 상, 下 ; 아래 하, 工 ; 장인 공, 故 ; 연고 고, 學 ; 배울 학, 要 ; 요구할 요, 긴요할 요, 旨 ; 맛있을 지, 뜻 지, 字 ; 글자 자, 庸 ; 쓸 용, 범상할 용, 誠 ; 정성 성)

비록 그러하나 <시경>에 문왕을 기려서 말하기를 “공경함을 이어 그치지 않았다”고 하였으니 공경이라는 것은 처음과 끝을 이루고 위와 아래를 꿰뚫는 공부라. 그러므로 대학의 요지는 곧 ‘공경’이라는 글자요, 중용의 요지는 곧 ‘정성’이라는 글자라.


誠敬이 亦於學問에 車兩輪鳥兩翼者也라 今予於此書에 以誠敬二字로 冠于篇首하노라(問 ; 물을 문, 車 ; 수레 차, 兩 ; 두 량, 輪 ; 바퀴 륜, 鳥 ; 새 조, 翼 ; 날개 익, 今 ; 이제 금, 予 ; 나 여, 篇 ; 책 편, 首 ; 머리 수)

정성과 공경이 또한 학문에 있어서 차의 두 바퀴나 새의 두 날개와 같은 것이라. (그래서) 지금 내가 이 책에서 정성과 공경 두 글자로 책머리에 쓰노라.


誠然後에 能免書自我自하고 敬然後에 可以欽體欽遵하니 學豈可忽乎哉리오(能 ; 능할 능, 免 ; 면할 면, (勉과 통함), 欽 ; 공경할 흠, 體 ; 몸 체, 遵 ; 좇을 준, (欽體欽遵은 공경히 받든다는 뜻) 豈 ; 어찌 기, 忽 ; 소홀히 할 홀, 乎 ; 어조사 호, 哉 ; 어조사 재)

정성스런 연후에 능히 노력하여 자신을 쓸 수 있고 공경한 연후에 가히 (임금을) 공경히 받들 수 있으니 배움을 어찌 가히 소홀히 하리오.


予又於卷下 國初開創 受號朝鮮之文에 慨然追慕하며 三復興感也로다 (又 ; 또 우, 初 ; 처음 초, 開 ; 열 개, 創 ; 비롯할 창, 受 ; 받을 수, 號 ; 이름 호, 朝 ; 아침 조, 鮮 ; 고울 선, 慨 ; 개탄할 개, 追 ; 좇을 추, 慕 ; 그리워할 모, 三 ; 석 삼, 興 ; 일어날 흥, 感 ; 느낄 감)

나는 또 하권에서 우리나라의 처음 개국한 것과 조선이라는 국호를 받은 글에 느껴서 추모하며 두 번 세 번 감동을 일으키는 바이로다.


噫라 繼繼承承하사 重熙累洽의 寔是至仁盛德과 深恩隆惠가 垂裕後昆之致니 (繼 ; 이을 계, 承 ; 받들 승, 重 ; 무거울 중, 거듭 중, 累 ; 묶을 루, 洽 ; 적실 흡, 寔 ; 참으로 식, 是 ; 이 시, 옳을 시, 仁 ; 어질 인, 盛 ; 번성할 성, 德 ; 덕 덕, 深 ; 깊을 심, 恩 ; 은혜 은, 隆 ; 융성할 융, 惠 ; 은혜 혜, 垂 ; 드리울 수, 裕 ; 넉넉할 유, 昆 ; 맏 곤, 致 ; 이를 치)

아, 대대로 이어서 이 지극히 인자하고 덕스러움을 거듭 빛내어 펼치어서 깊고 융성한 은혜가 후손에게 두텁게 미칠 것이니


繼體之君은 式體至德하여 兢兢業業하며 誠心調劑하여 至于蕩蕩하며 誠心愛民하여 永保元元하면 則吾國其庶幾也며 吾國이 其庶幾也인저(式 ; 범 식, 본받을 식, 競 ; 겨룰 경, 業 ; 일 업, 心 ; 마음 심, 調 ; 고를 조, 劑 ; 배합할 제, 蕩 ; 쓸 탕, 넓을 탕, 愛 ; 사랑 애, 民 ; 백성 민, 永 ; 길 영, 保 ; 지킬 보, 元 ; 근본 원, 吾 ; 나오, 庶 ; 여러 서, 幾 ; 거의 기)

근본(왕권)을 이은 임금은 본바탕을 본받고 덕에 이르러 부지런히 힘쓰고 성심으로 조절하여 두루 넓게 성심을 다하여 백성을 사랑하고 근본을 길이 보전하면 우리나라가 거의 (태평)하게 될 것이며 거의 (태평)하게 될 것이라.


且我東禮義가 雖因箕聖之敎나 三韓以後에 幾乎泯焉이라 入于我朝하며 禮義畢擧하고 文物이 咸備어늘 (且 ; 또 차, 禮 ; 예의 예, 義 ; 옳을 의, 因 ; 인할 인, 箕 ; 키 기, 聖 ; 성스러울 성, 敎 ; 가르칠 교, 韓 ; 나라이름 한, 泯 ; 없어질 민, 焉 ; 어조사 언, 入 ; 들 입, 畢 ; 마칠 필, 擧 ; 들 거, 오를 거, 物 ; 만물 물, 咸 ; 모두 함, 備 ; 갖출 비)

또 우리 동방의 예의가 비록 기자 성인의 가르침으로 비롯되었으나 삼한 이후에 거의 없어졌다가 우리나라(조선)에 들어와서야 예의가 마침내 일어나고 문물이 모두 갖추어졌지만


惜乎라 述者之猶遺乎此哉여 嗟爾小子아 益加勉旃也夫인저 峕玄黓閹茂朝月上浣에 命芸館而廣印하고 作序文於卷首하니라 (惜 ; 아까울 석, 述 ; 지을 술, 서술할 술, 猶 ; 오히려 유, 遺 ; 잃을 유, 嗟 ; 탄식할 차, 爾 ; 너 이, 小 ; 작을 소, 子 ; 아들 자, 益 ; 더할 익, 이익 익, 加 ; 더할 가, 勉 ; 힘쓸 면, 旃 ; 깃발 전, 어조사 전, 峕 ; 때 시(時와 같음), 玄 ; 검을 현, ; 검을 익, (玄은 세차로 壬에 해당) ; 내시 엄, 궁문 엄, 茂 ; 우거질 무, (茂는 세차로 戌에 해당) 月 ; 달 월, 浣 ; 빨 완, 열흘 사이 완)

아깝다. (이 글을) 지은 사람은 여기에서 오히려 (이름을) 잃어 버렸구나. 자, 너희 어린이들은 더욱 노력할 것인저. 때는 임술년 일월 상순에 운관(校書館)에 명하여 널리 찍고 책머리에 서문을 지었노라.



童蒙先習

(童 ; 어린이 동, 蒙 ; 어릴 몽, 先 ; 먼저 선, 習 ; 익힐 습) 어린이가 먼저 익혀야 할 책


天地之間萬物之衆에 惟人이 最貴하니 所貴乎人者는 以其有五倫也라 (天 ; 하늘 천, 地 ; 땅 지, 之 ; 갈 지, -의 지, 間 ; 사이 간, 萬 ; 일만 만, 物 ; 물건 물, 衆 ; 무리 중, 惟 ; 생각 유, 오직 유, 人 ; 사람 인, 最 ; 가장 최, 貴 ; 귀할 귀, 所 ; 바 소, 乎 ; 어조사 호, 者 ; 놈 자, 以 ; 써 이, 其 ; 그 기, 有 ; 있을 유, 五 ; 다섯 오, 倫 ; 인륜 륜, 也 ; 어조사 야)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무리에서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니 사람에게서 귀한 바는 오륜(다섯 가지 인륜)이 있기 때문이라.


是故로 孟子曰 父子有親하며 君臣有義하며 夫婦有別하며 長幼有序하며 朋友有信이라 하시니 (是 ; 이 시, 故 ; 까닭 고, 孟 ; 맏 맹, 子 ; 아들 자, 曰 ; 가로되 왈, 父 ; 아비 부, 親 ; 친할 친, 君 ; 임금 군, 臣 ; 신하 신, 義 ; 옳을 의, 夫 ; 남편 부, 婦 ; 아내 부, 別 ; 다를 별, 長 ; 어른 장, 幼 ; 어릴 유, 序 ; 차례 서, 朋 ; 벗 붕, 友 ; 벗 우, 信 ; 믿을 신)

이런 까닭으로 맹자가 말하기를, 아버지와 아들은 친함이 있으며 임금과 신하는 옳음이 있으며 남편과 아내는 다름이 있으며 어른과 아이는 차례가 있으며 친구 사이에는 신의가 있는 것이라 하시니


人而不知有五常則其違禽獸 不遠矣리라 然則父慈子孝하며 君義臣忠하며 夫和婦順하며 兄友弟恭하며 朋友輔仁然後에 方可謂之人矣니라 (而 ; 말 이을 이, 不 ; 아닐 불, 知 ; 알 지, 常 ; 항상 상, 則 ; 곧 즉, 違 ; 어길 위, 다를 위, 禽 ; 새 금, 獸 ; 짐승 수, 遠 ; 멀 원, 矣 ; 어조사 의, 然 ; 그럴 연, 慈 ; 사랑 자, 孝 ; 효도 효, 忠 ; 충성 충, 和 ; 화할 화, 順 ; 따를 순, 兄 ; 맏 형, 弟 ; 아우 제, 恭 ; 공손할 공, 輔 ; 도울 보, 仁 ; 어질 인, 後 ; 뒤 후, 方 ; 바야흐로 방, 可 ; 가히 가, 謂 ; 이를 위)

사람이면서 오상(오륜)이 있는 줄 모르면 짐승과 다를 바가 멀지 않느니라. 그런즉 부모는 사랑하고 자녀는 효도하며 임금은 정의롭고 신하는 충성하며 남편은 화합하고 아내는 따르며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경하며 친구는 서로 어질기를 도운 연후에 바야흐로 가히 사람이라고 이를 것이라.


父子有親 (부모와 자식은 친함이 있다)


父子는 天性之親이라 生而育之하고 愛而敎之하며 奉而承之하고 孝而養之하나니 (性 ; 성품 성, 生 ; 날 생, 育 ; 기를 육, 愛 ; 사랑 애, 敎 ; 가르칠 교, 奉 ; 받들 봉, 承 ; 이을 승, 받들 승, 養 ; 기를 양, 봉양할 양)

부모와 자식은 하늘에서 타고난 육친이라 (부모는) 낳아서 길러주고 사랑하여 가르치며 (자식은) 받들어 이으며 효도하고 봉양하나니


是故로 敎之以義方하야 弗納於邪하며 柔聲以諫하야 不使得罪於鄕黨州閭하나니 (方 ; 모 방, 방법 방, 弗 ; 아닐 불, 納 ; 바칠 납, 들일 납, 於 ; 어조사 어, 邪 ; 간사할 사, 사악할 사, 柔 ; 부드러울 유, 聲 ; 소리 성, 諫 ; 간할 간, 使 ; 하여금 사, 得 ; 얻을 득, 罪 ; 허물 죄, 鄕 ; 시골 향, 黨 ; 무리 당, 州 ; 고을 주, 閭 ; 마을 려)

이런 까닭으로 (부모는) 옳은 방법으로 가르쳐서 사악함에 들지 않게 하며 (자식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하여 시골 마을에서 허물을 짓지 않게 하는 것이니


苟或父而不子其子하며 子而不父其父하면 其何以立於世乎리오 雖然이나 天下에 無不是底父母라 父雖不慈나 子不可以不孝니 (苟 ; 진실로 구, 或 ; 간혹 혹, 何 ; 어찌 하, 무엇 하, 立 ; 설 립, 世 ; 세상 세, 雖 ; 비록 수, 下 ; 아래 하, 無 ; 없을 무, 底 ; 밑 저, 바탕 저, 母 ; 어미 모)

진실로 간혹 부모가 되어 그 자식을 자식으로 대하지 않으며 자식이 되어 그 부모를 부모로 대하지 아니하면 그 무엇으로써 이 세상에 서리오. 비록 그러하나 천하에 부모에게 바탕을 두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이라. 부모가 비록 사랑하지 않으나 자식이 불효를 할 수는 없으니


昔者에 大舜이 父頑母嚚하야 嘗欲殺舜이어늘 舜이 克諧以孝하사 烝烝乂하야 不格姦하시니 孝子之道 於斯에 至矣로다 (昔 ; 옛 석, 大 ; 큰 대, 舜 ; 순임금 순, 頑 ; 완고할 완, 嚚 ; 어리석을 은, 嘗 ; 일찍 상, 欲 ; 하고자 할 욕, 殺 ; 죽일 살, 克 ; 이길 극, 능히 극, 諧 ; 화합할 해, 烝 ; 찔 증, 많을 증, 乂 ; 벨 예, 어질 예, 格 ; 바로잡을 격, 대적할 격, 姦 ; 간사할 간, 나쁠 간, 道 ; 길 도, 斯 ; 이 사, 至 ; 이를 지, 지극할 지)

옛날에 순 임금이 아버지는 완고하고 (새)어머니는 어리석어서 일찍이 순을 죽이고자 하거늘 순이 효도로써 능히 화합하고 어질게 대처하여 간악함에 맞서지 아니하니 효자의 길이 이에 지극한 경지에 이른 것이로다.


孔子曰 五刑之屬이 三千이로되 而罪莫大於不孝라 하시니라 (孔 ; 구멍 공, 성 공, 刑 ; 형벌 형, 屬 ; 엮을 속, 속할 속, 三 ; 석 삼, 千 ; 일천 천, 莫 ; 없을 막, 於 ; -보다 어)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다섯 가지 형벌에 속한 것이 삼 천 가지지만 불효보다 큰 죄는 없다고 하셨다.


君臣有義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정의로움이 있다)


君臣은 天地之分이라 尊且貴焉하며 卑且賤焉하니 尊貴之使卑賤과 卑賤之事尊貴는 天地之常經이며 古今之通義라 (分 ; 나눌 분, 尊 ; 높을 존, 且 ; 또 차, 貴 ; 귀할 귀, 焉 ; 어조사 언, 卑 ; 낮을 비, 賤 ; 천할 천, 使 ; 부릴 사, 事 ; 섬길 사, 經 ; 날실 경, 조리 경, 古 ; 옛 고, 今 ; 이제 금, 通 ; 통할 통, 義 ; 뜻 의)

임금과 신하는 하늘과 땅으로 나누어진 것이라. (임금은) 높고 또 귀하며 (신하는) 낮고 또 천하니 존귀한 임금은 비천한 신하를 부리고 비천한 신하는 존귀한 임금을 섬기는 것이 하늘과 땅의 변함없는 도리이며 옛날과 지금에 두루 통하는 뜻이라.


是故로 君者는 體元而發號施令者也오 臣者는 調元而陳善閉邪者也라 會遇之際에 各盡其道하야 同寅協恭하야 以臻至治하나니 (體 ; 몸 체, 元 ; 으뜸 원, 근본 원, 發 ; 필 발, 號 ; 부를 호, 施 ; 베풀 시, 令 ; 명령 령, 調 ; 고를 조, 陳 ; 늘어놓을 진, 善 ; 착할 선, 閉 ; 닫을 폐, 會 ; 모일 회, 遇 ; 만날 우, 際 ; 사이 제, 때 제, 各 ; 각각 각, 盡 ; 다할 진, 同 ; 한가지 동, 寅 ; 동료 인, 協 ; 합할 협, 臻 ; 이를 진, 治 ; 다스릴 치)

이런 연고로 임금은 주체의 근본이며 호령을 발하여 명령을 하는 자이고, 신하는 (일을) 주선하는 책임자로 착한 것을 펴고 사악한 것을 막는 자이라. (임금과 신하가) 만났을 적에는 각각 그 도리를 다하여 (신하는) 동료와 함께 공경하여 지극한 정치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니


苟或君而不能盡君道하며 臣而不能修臣職이면 不可與共治天下國家也니라 (能 ; 능할 능, 修 ; 닦을 수, 職 ; 벼슬 직, 직분 직, 與 ; 더불어 여, 共 ; 함께 할 공, 國 ; 나라 국, 家 ; 집 가)

진실로 혹 임금이 능히 임금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며 신하가 능히 신하의 직분을 해내지 못한다면 더불어 천하의 국가를 함께할 수가 없는 것이니라.


雖然이나 吾君不能을 謂之賊이니 昔者에 商紂暴虐이어늘 比干이 諫而死하니 忠臣之節이 於斯에 盡矣로다 孔子曰 臣事君以忠이라 하시니라 (吾 ; 나 오, 賊 ; 도적 적, 商 ; 헤아릴 상, 나라이름 상, 紂 ; 주 임금 주, 暴 ; 사나울 포, 虐 ; 사나울 학, 比 ; 견줄 비, 干 ; 방패 간, 死 ; 죽을 사, 節 ; 마디 절, 절개 절)

비록 그러하나 내 임금이 (임금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을 일러 도적이라 하나니 옛날에 상나라의 주임금이 포학하거늘 비간이 간하다가 죽으니 충신의 절개가 이에 다한(한껏 드러난) 것이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신하는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는 것이라고 하셨다.


 夫婦有別 (남편과 아내는 다름이 있다)


夫婦는 二姓之合이라 生民之始며 萬福之原이니 行媒議婚하며 納幣親迎者는 厚其別也라. (夫 ; 지아비 부, 婦 ; 아내 부, 姓 ; 성 성, 合 ; 합할 합, 生 ; 날 생, 民 ; 백성 민, 始 ; 처음 시, 萬 ; 일만 만, 福 ; 복 복, 原 ; 근원 원, 行 ; 갈 행, 행할 행, 媒 ; 중매 매, 議 ; 의논할 의, 婚 ; 혼인할 혼, 納 ; 바칠 납, 幣 ; 예물 폐, 親 ; 친할 친, 迎 ; 맞이할 영, 者 ; 놈 자, 것 자, 厚 ; 두터울 후, 其 ; 그 기, 別 ; 나눌 별, 다를 별, 也 ; 어조사 야)

남편과 아내는 두 종족의 결합이라. 백성을 낳은 처음이며 온갖 복의 근원이니 중매를 행하여 혼사를 의논하고 예물을 드리고 친히 맞아 오는 것은 그 다르게 함의 두터운 것이다.


是故로 娶妻하되 不娶同姓하며 爲宮室하되 辨內外하여 男子는 居外而不言內하고 婦人은 居內而不言外하나니 (是 ; 옳을 시, 이 시, 故 ; 옛 고, 까닭 고, 娶 ; 장가들 취, 妻 ; 아내 처, 同 ; 한 가지 동, 爲 ; 할 위, 宮 ; 집 궁, 室 ; 집 실, 방 실, 辨 ; 분별할 변, 나눌 변, 內 ; 안 내, 外 ; 바깥 외, 男 ; 사내 남, 子 ; 아들 자, 居 ; 있을 거, 살 거, 而 ; 말 이을 이, 言 ; 말씀 언)

이런 까닭으로 아내를 얻되 같은 종족(성)에 장가들지 않으며 집을 마련하되 안과 밖을 갈라서 남자는 밖에 살며 안의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부인은 안에 살며 바깥일을 말하지 아니하나니


苟能莊以涖之하여 以體乾健之道하고 柔以正之하여 以承坤順之義면 則家道正矣거니와 (苟 ; 진실로 구, 能 ; 능할 능, 莊 ; 엄숙할 장, 以 ; 써 이, 涖 ; 다다를 위(리), 임할 위, 之 ; 갈 지, 어조사 지, 體 ; 몸 체, 乾 ; 하늘 건, 健 ; 튼튼할 건, 道 ; 길 도, 柔 ; 부드러울 유, 正 ; 바를 정, 承 ; 받들 승, 坤 ; 땅 곤, 順 ; 순할 순, 義 ; 옳을 의, 則 ; 법칙 칙, 곧 즉, 家 ; 집 가, 矣 ; 어조사 의)

(남편은) 진실로 능히 엄숙하게 임하여 하늘같이 씩씩한 도리를 바탕으로 하고, (아내는) 부드럽고 바르게 하여 땅처럼 순한 길로 받들면 집안의 가풍이 바로 설 것이지만


反是而夫不能專制하여 御之不以其道하고 婦乘其夫하여 事之不以其義하여 昧三從之道하고 有七去之惡이면 則家道索矣리라. (反 ; 도리어 반, 專 ; 오로지 전, 制 ; 지을 제, 御 ; 다스릴 어, 乘 ; 탈 승, 事 ; 일 사, 昧 ; 어두울 매, 從 ; 좇을 종, 有 ; 있을 유, 去 ; 갈 거, 惡 ; 악할 악, 索 ; 꼬일 삭)

이와 반대로 남편이 집안을 전제하지 못하여 그 도리로써 다스리지 못하고 아내가 그 남편을 타고 바르지 않은 길로 일을 처리하여 삼종지도를 모르고 칠거지악이 있게 되면 집안의 가풍은 꼬이게 된다.


須是夫敬其身하여 以帥其婦하고 婦敬其身하여 以承其夫하여 內外和順이라야 父母其安樂之矣니라. (須 ; 모름지기 수, 敬 ; 공경할 경, 身 ; 몸 신, 帥 ; 장수 수, 거느릴 수, 和 ; 화할 화, 父 ; 아비 부, 母 ; 어미 모, 安 ; 편안 할 안, 樂 ; 즐길 락)

모름지기 남편은 그 자신을 공경하여 그 아내를 거느리고, 아내는 그 몸을 공경하여 그 남편을 받들어서 안과 밖이 화합하고 순종하여야 부모가 그것을 편안하게 여길 것이다.


昔者에 郤缺이 耨이거늘 其妻饁之하되 敬하여 相待如賓하니 夫婦之道가 當如是也니라 子思曰 君子之道 造端乎夫婦라 하시니라. (昔 ; 예 석, 郤 ; 성 극, 缺 ; 이지러질 결, 이름 결, 耨 ; 김맬 누, 饁 ; 들밥 엽, 相 ; 서로 상, 待 ; 기다릴 대, 如 ; 같을 여, 賓 ; 손님 빈, 當 ; 마땅히 당, 思 ; 생각할 사, 君 ; 임금 군, 造 ; 만들 조, 端 ; 바른 단, 실끝 단, 乎 ; 어조사 호)

옛날에 극결이 밭에서 김을 매는데 그 아내가 들밥을 가져가되 공경하여 손님같이 대하니 부부의 도리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니라. 자사가 말하기를, 군자의 도리는 부부에서부터 그 실마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長幼有序 (어른과 아이는 차례가 있다)


長幼는 天倫之序라 兄之所以爲兄과 弟之所以爲弟는 長幼之道에서 所自出也라. 蓋宗族鄕黨에 皆有長幼하니 不可紊也라. (長 ; 길 장, 어른 장, 幼 ; 어릴 유, 天 ; 하늘 천, 倫 ; 인륜 륜, 序 ; 차례 서, 兄 ; 맏 형, 所 ; 바 소, 弟 ; 아우 제, 自 ; 스스로 자, 出 ; 날 출, 蓋 ; 덮을 개, 대개 개, 宗 ; 마루 종, 근본 종, 族 ; 겨레 족, 鄕 ; 시골 향, 黨 ; 무리 당, 마을 당, 皆 ; 모두 개, 可 ; 옳을 가, 紊 ; 어지러울 문)

어른과 아이는 하늘이 정한 인륜의 순서라. 형이 형 되는 까닭과 아우가 아우 되는 까닭은 어른과 아이의 도리에서 절로 나오는 것이라. 대개 겨레붙이와 시골 마을에 모두 어른과 아이가 있으니 어지럽힐 수 없는 것이라.


徐行後長者를 謂之弟요 疾行先長者를 謂之不弟니 是故로 年長以倍則父事之하고 十年以長則兄事之하고 五年以長則肩隨之니 (徐 ; 천천히 서, 行 ; 갈 행, 後 ; 뒤 후, 疾 ; 병 질, 빠를 질, 先 ; 먼저 선, 年 ; 해 년, 倍 ; 곱 배, 事 ; 섬길 사, 肩 ; 어깨 견, 隨 ; 따를 수)

천천히 어른 뒤에 가는 자를 아우라 이르고, 빨리 가서 어른보다 먼저 가는 자를 공손치 않다고 하나니, 이런 까닭으로 나이가 곱절로 많으면 아버지뻘로 섬기고 나이가 십년이 많으면 형으로 섬기고 나이가 오년이 많으면 어깨를 나란히 하여 따르니라.


長慈幼하며 幼敬長然後에야 無侮少陵長之弊하여 而人道正矣리라. (慈 ; 사랑 자, 然 ; 그럴 연, 侮 ; 업신여길 모, 少 ; 적을 소, 젊을 소, 陵 ; 언덕 릉, 능멸할 릉, 弊 ; 해질 폐, 폐단 폐)

어른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는 어른을 공경한 연후에야 젊은이를 업신여기고 어른을 능멸하는 폐단이 없어져서 사람의 도리가 바로 설 것이라.


而況兄弟는 同氣之人이라 骨肉至親이니 尤當友愛요 不可藏怒宿怨하여 以敗天常也니라. (況 ; 하물며 황, 氣 ; 기운 기, 骨 ; 뼈 골, 肉 ; 고기 육, 至 ; 이를 지, 지극할 지, 親 ; 친할 친, 육친 친, 尤 ; 더욱 우, 友 ; 벗 우, 愛 ; 사랑 애, 藏 ; 감출 장, 怒 ; 성낼 노, 宿 ; 묵을 숙, 怨 ; 원망할 원, 敗 ; 깨뜨릴 패, 常 ; 항상 상, 법 상)

하물며 형제는 (부모의) 기운을 함께 받아 태어난 사람이라 뼈와 살이 같은 지극히 가까운 육친이니 더욱 마땅히 우애하여야 할 것이요 성냄을 숨기거나 묵은 원망을 지녀서 천륜을 깨뜨려서는 아니 될 것이라.


昔者에 司馬光이 與其兄伯康으로 友愛尤篤하여 敬之如嚴父하고 保之如嬰兒하니 兄弟之道 當如是也니라. (司 ; 맡을 사, 馬 ; 말 마, 光 ; 빛 광, 與 ; 줄 여, 더불어 여, 伯 ; 맏 백, 康 ; 편안할 강, 篤 ; 도타울 독, 嚴 ; 엄할 엄, 保 ; 지킬 보, 嬰 ; 갓난 아이 영, 兒 ; 아이 아)

옛날에 사마광이 그 형 백강과 더불어 우애가 더욱 두터워서 형을 공경하여 엄한 아버지같이 하고 (형은) 그를 보호하여 갓난아이같이 하니 형제의 도리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느니라.


孟子曰 孩提之童이 無不知愛其親이며 及其長也하여는 無不知敬其兄也라 하시니라. (孟 ; 맏 맹, 성 맹, 曰 ; 가로되 왈, 孩 ; 어린애 해, 提 ; 잡을 제, 이끌 제, 童 ; 아이 동, 知 ; 알 지, 及 ; 미칠 급, 이를 급)

맹자가 말하기를, 아우를 이끌고 가는 아이가 그 부모를 사랑하는 것을 모르지 않으며, 그가 자라기에 이르러서는 그 형을 공경하기를 모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朋友有信(친구 사이에는 신의가 있다)


朋友는 同類之人이라 益者 三友요 損者 三友니 友直하고 友諒하며 友多聞이면 益矣요 友便辟하며 友善柔하며 友便佞이면 損矣니라. (朋 ; 벗 붕, 友 ; 벗 우, 同 ; 한 가지 동, 類 ; 무리 류, 之 ; 갈 지, 어조사(의) 지, 人 ; 사람 인, 益 ; 더할 익, 이익 익, 者 ; 놈 자, 것 자, 三 ; 세 삼, 損 ; 덜 손, 直 ; 곧을 직, 諒 ; 믿을 량, 多 ; 많을 다, 聞 ; 들을 문, 矣 ; 어조사 의, 便 ; 편할 편, 辟 ; 허물 벽, 善 ; 착할 선, 잘할 선, 柔 ; 부드러울 유, 佞 ; 아첨할 녕)

친구는 같은 무리의 사람이라. 유익한 것이 세 가지 벗이요, 해로운 것이 세 가지 벗이니,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성실한 사람을 벗하며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고, 치우친 사람을 벗하고 부드럽게 비위를 맞추는 사람을 벗하며 말재주만 뛰어난 사람을 벗하면 해로우니라.


友也者는 友其德也라 自天子로 至於庶人히 未有不須友以成者하니 其分이 若疎而其所關이 爲至親하니 (也 ; 어조사 야, 其 ; 그 기, 德 ; 덕 덕, 自 ; 스스로 자, -부터 자, 天 ; 하늘 천, 子 ; 아들 자, 至 ; 이를 지, 於 ; 어조사(-에) 어, 庶 ; 여러 서, 未 ; 아닐 미, 有 ; 있을 유, 不 ; 아닐 불, 須 ; 모름지기 수, 以 ; 써 이, 成 ; 이룰 성, 分 ; 나눌 분, 若 ; 같을 약, 만약 약, 疎 ; 성길 소, 而 ; 말 이을 이, 所 ; 바 소, 關 ; 빗장 관, 爲 ; 할 위, 될 위, 親 ; 친할 친)

벗이라는 것은 그 덕성을 사귀는 것이라. 황제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모름지기 벗으로써 (자신을) 완성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그 몫이 성긴 것 같지만 관련되는 바가 지극히 가까운 것이니


是故로 取友를 必端人하며 擇友를 必勝己니 要當責善以信하며 切切偲偲하여 忠告而善道之하다가 不可則止니라 (是 ; 이 시, 故 ; 까닭 고, 取 ; 취할 취, 必 ; 반드시 필, 端 ; 바를 단, 擇 ; 가릴 택, 勝 ; 이길 승, 나을 승, 己 ; 자기 기, 要 ; 구할 요, 當 ; 마땅히 당, 責 ; 꾸짖을 책, 善 ; 착할 선, 信 ; 믿을 신, 切 ; 끊을 절, 偲 ; 굳셀 시, 忠 ; 충성 충, 告 ; 알릴 고, 道 ; 길 도, 이끌 도, 可 ; 옳을 가, 則 ; 곧 즉, 止 ; 그칠 지)

이런 까닭에 벗을 사귈 때에는 반드시 단정한 사람을 사귀며, 벗을 가릴 때에는 반드시 나보다 나은 사람을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 마땅히 믿음으로써 꾸짖어 좋은 일을 하게하며 간절하고 굳세게 충고하여 착함으로 이끌다가 안 되면 그치는 것이니라.


苟或交遊之際에 不以切磋琢磨로 爲相與하고 但以歡狎戱謔으로 爲相親이면 則安能久而不疎乎리오 (苟 ; 진실로 구, 或 ; 혹 혹, 交 ; 사귈 교, 遊 ; 놀 유, 際 ; 사이 제, 磋 ; 갈 차, 琢 ; 쫄 탁, 磨 ; 갈 마, 相 ; 서로 상, 與 ; 더불어 여, 但 ; 다만 단, 歡 ; 기쁠 환, 狎 ; 친할 압, 戱 ; 희롱할 희, 謔 ; 희롱할 학, 安 ; 평란할 안, 어찌 안, 能 ; 능할 능, 久 ; 오랠 구)

진실로 혹 서로 사귈 때에 절차탁마(인격도야)로 서로 함께하지 아니하고, 다만 기뻐하고 친하며 희롱하는 것으로 서로 가까이 한다면, 어찌 능히 오래도록 소원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昔者에 晏子與人交하되 久而敬之하니 朋友之道가 當如是也니라 孔子曰 不信乎朋友면 不獲乎上矣리라 信乎朋友 有道하니 不順乎親이면 不信乎朋友矣라하시니라 (昔 ; 예 석, 晏 ; 늦을 안, 敬 ; 공경할 경, 如 ; 같을 여, 孔 ; 구멍 공, 성 공, 乎 ; 어조사(-에) 호, 獲 ; 얻을 획, 上 ; 위 상, 順 ; 순할 순, 親 ; 어버이 친)

옛날에 안자(안영)는 사람과 사귀되 오래 되어도 그를 공경하니, 벗을 사귀는 길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친구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윗사람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리라. 친구에게 믿음을 얻는데 길이 있으니, 어버이에게 순종하지 아니하면 친구에게 믿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하시니라.


總論 (전체를 논의함)


此五品者는 天敍之典而人理之所固有者라 人之行이 不外乎五者而唯孝爲百行之源이라 (此 ; 이 차, 五 ; 다섯 오, 品 ; 물건 품, 敍 ; 차례 서, 典 ; 법 전, 理 ; 다스릴 리, 도리 리, 固 ; 굳을 고, 行 ; 갈 행, 外 ; 밖 외, 唯 ; 오직 유, 孝 ; 효도 효, 百 ; 일백 백, 모든 백, 源 ; 근원 원)

이 다섯 가지 일은 하늘이 차례지은 법칙이고 사람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도리라. 사람의 행실이 이 다섯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오직 효도가 모든 행실의 근원이라.


是以로 孝子之事親也는 鷄初鳴이어든 咸盥漱하고 適父母之所하여 下氣怡聲하여 問衣燠寒하며 問何食飮하며 (以 ; 까닭 이, 事 ; 섬길 사, 鷄 ; 닭 계, 初 ; 처음 초, 鳴 ; 울 명, 咸 ; 다 함, 盥 ; 대야 관, 漱 ; 양치질할 수, 適 ; 나아갈 적, 氣 ; 기운 기, 怡 ; 기쁠 이, 聲 ; 소리 성, 問 ; 물을 문, 衣 ; 옷 의, 燠 ; 따뜻할 욱, 寒 ; 찰 한, 何 ; 어찌 하, 食 ; 먹을 식, 飮 ; 마실 음)

이런 까닭에 효자가 어버이를 섬길 때에는 첫닭이 울면 모두 세수하고 양치질하며, 부모가 계신 곳에 나아가 기운을 낮추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옷이 따뜻한지 추운지를 여쭈며, 무엇을 잡수시고 마시고 싶은지를 여쭈며,


冬溫而夏凊하며 昏定而晨省하며 出必告하며 反必面하며 不遠遊하며 遊必有方하며 不敢有其身하며 不敢私其財니라 (冬 ; 겨울 동, 溫 ; 따뜻할 온, 夏 ; 여름 하, 凊 ; 서늘할 청, 昏 ; 어두울 혼, 定 ; 정할 정, 晨 ; 새벽 신, 省 ; 살필 성, 出 ; 날 출, 反 ; 되돌릴 반, 面 ; 낯 면, 遠 ; 멀 원, 遊 ; 놀 유, 方 ; 모 방, 방향 방, 敢 ; 감히 감, 身 ; 몸 신, 私 ; 사사로울 사, 財 ; 재물 재)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드리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돌봐드리고 새벽에는 안부를 여쭈며, 외출할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부모님을 대면하며, 멀리 나가 놀지 않으며 나가 놀되 반드시 일정한 장소를 두며, 감히 자기 몸을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감히 재물을 자기 것으로 사유하지 않느니라.


父母愛之어시든 喜而不忘하며 惡之어시든 懼而無怨하며 有過어시든 諫而不逆하고 三諫而不聽이어시든 則號泣而隨之하며 (愛 ; 사랑 애, 喜 ; 기쁠 희, 忘 ; 잊을 망, 惡 ; 미워할 오, 懼 ; 두려워할 구, 無 ; 없을 무, 怨 ; 원망할 원, 過 ; 지날 과, 허물 과, 諫 ; 간할 간, 逆 ; 거스를 역, 聽 ; 들을 청, 號 ; 부르짖을 호, 泣 ; 울 읍, 隨 ; 따를 수)

부모님께서 나를 사랑해 주시거든 기뻐하고 잊지 않으며 미워하시거든 두려워하고 원망하지 않으며, 부모님께서 잘못을 저지르시면 말리되 거스르지 않으며 세 번 간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으시거든 부르짖고 울면서 따르며,


 怒而撻之流血이라도 不敢疾怨하며 居則致其敬하고 養則致其樂하고 病則致其憂하고 喪則致其哀하고 祭則致其嚴이니라 (怒 ; 성낼 노, 撻 ; 매질할 달, 流 ; 흐를 류, 血 ; 피 혈, 疾 ; 병 질, 미워할 질, 居 ; 있을 거, 致 ; 보낼 치, 養 ; 기를 양, 樂 ; 즐거울 락, 病 ; 병 병, 憂 ; 근심할 우, 喪 ; 죽을 상, 哀 ; 슬플 애, 祭 ; 제사 제, 嚴 ; 엄숙할 엄)

(부모님께서) 노하여 종아리를 때려 피가 흐르더라도 감히 미워하거나 원망치 않으며, 거처할 때에는 공경함을 다하고, 봉양할 때는 즐거움을 극진히 하고, 병환이 드셨을 때는 근심을 극진히 해야 하고, 상을 당해서는 슬픔을 극진히 하고, 제사 지낼 때는 엄숙함을 다해야 하니라.


若夫人子之不孝也는 不愛其親이요 而愛他人하며 不敬其親이요 而敬他人하며 惰其四肢하여 不顧父母之養하며 (若 ; 만약 약, 夫 ; 지아비 부, 대개 부, 他 ; 다른 타, 남 타, 惰 ; 게으를 타, 四 ; 넉 사, 肢 ; 팔다리 지, 顧 ; 돌아볼 고)

만약 대개 부모님께 불효하는 자식은 자기 어버이는 사랑하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은 사랑하며, 자기 어버이는 공경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은 공경하며, 팔다리를 게을리 하여 부모님에 대한 봉양을 돌아보지 않으며,


博奕好飮酒하여 不顧父母之養하며 好貨財하며 私妻子하여 不顧父母之養하며 從耳目之好하여 以爲父母戮하며 好勇鬪狠하여 以危父母니라 (博 ; 너를 박, 노름 박, 奕 ; 클 혁, 바둑 혁, 好 ; 좋을 호, 酒 ; 술 주, 貨 ; 재화 화, 妻 ; 아내 처, 從 ; 좇을 종, 耳 ; 귀 이, 目 ; 눈 목, 戮 ; 죽일 륙, 욕보일 륙, 勇 ; 날쌜 용, 鬪 ; 싸움 투, 狠 ; 사나울 한, 危 ; 위태할 위)

노름이나 바둑,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여 부모님의 봉양을 돌아보지 않으며, 재물을 좋아하고 처자식만을 사랑해서 부모님의 봉양을 돌아보지 않으며, 이목의 좋아함을 좇아 부모를 욕되게 하며, 용맹을 좋아하여 싸우고 사나워서 부모님을 위태롭게 하니라.


噫라 欲觀其人의 行之善不善인대 必先觀其人之孝不孝니 可不愼哉며 可不懼哉아 (噫 ; 탄식할 희, 欲 ; 하고자 할 욕, 觀 ; 볼 관, 其 ; 그 기, 人 ; 사람 인, 行 ; 갈 행, 행할 행, 之 ; 갈 지, 어조사 지, 善 ; 착할 선, 不 ; 아닐 불, 必 ; 반드시 필, 先 ; 먼저 선, 孝 ; 효도 효, 可 ; 옳을 가, 가할 가, 愼 ; 삼갈 신, 哉 ; 어조사 재, 懼 ; 두려워할 구)

아! 그 사람의 행실이 착한지 아닌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이 효도하는지 아닌지를 살펴볼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으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苟能孝於其親이면 則推之於君臣也와 夫婦也와 長幼也와 朋友也에 何往而不可哉리오 然則孝之於人에 大矣로되 而亦非高遠難行之事也라 (苟 ; 진실로 구, 能 ; 능할 능, 於 ; 어조사 어, 親 ; 친할 친, 어버이 친, 則 ; 법칙 칙, 곧 즉, 推 ; 옮을 추, 밀 추, 君 ; 임금 군, 臣 ; 신하 신, 也 ; 어조사 야, 夫 ; 지아비 부, 婦 ; 아내 부, 長 ; 긴 장, 어른 장, 幼 ; 어릴 유, 朋 ; 벗 붕, 友 ; 벗 우, 何 ; 어찌 하, 往 ; 갈 왕, 而 ; 말 이을 이, 然 ; 그러할 연, 大 ; 큰 대, 矣 ; 어조사 의, 亦 ; 또 역, 非 ; 아닐 비, 高 ; 높을 고, 遠 ; 멀 원, 難 ; 어려울 난, 事 ; 일 사)

진실로 그 어버이에게 효도한다면 그 마음을 군신과 부부와 장유와 붕우에게 옮겨감에 어떤 경우에 적용한들 옳지 않음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효도는 사람에게 중대한 것이로되 또한 높고 원대하여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然이나 自非生知者면 必資學問而知之니 學問之道는 無他라 將欲通古今하며 達事理하여 存之於心하며 體之於身이니 可不勉其學問之力哉아 玆用摭其歷代要義하여 書之于左하노라 (自 ; 스스로 자, 生 ; 날 생, 知 ; 알 지, 者 ; 놈 자, 資 ; 재물 자, 밑천 자, 學 ; 배울 학, 問 ; 물을 문, 道 ; 길 도, 無 ; 없을 무, 他 ; 다를 타, 將 ; 장차 장, 通 ; 통할 통, 古 ; 옛 고, 今 ; 이제 금, 達 ; 통달할 달, 理 ; 이치 리, 存 ; 있을 존, 心 ; 마음 심, 體 ; 몸 체, 身 ; 몸 신, 勉 ; 힘쓸 면, 力 ; 힘 력, 玆 ; 이 자, 用 ; 쓸 용, 摭 ; 주울 척, 歷 ; 지낼 력, 代 ; 대신할 대, 세대 대, 要 ; 구할 요, 긴요할 요, 義 ; 옳을 의, 뜻 의, 書 ; 쓸 서, 于 ; 어조사 우, 左 ; 왼 좌)

그러나 스스로 나면서부터 (이치를) 아는 이가 아니라면 반드시 학문에 바탕하여 (이치를) 아는 것이니 학문하는 길(목적)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장차 고금의 사리를 통달하여 마음속에 보존하며 몸으로 체득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니 학문하는 힘을 (기르는 데) 노력하지 않겠는가. 이에 역대의 중요한 의리를 뽑아서 다음에 기록해 둔다.


蓋自太極肇判하여 陰陽始分으로 五行이 相生에 先有理氣라 人物之生이 林林總總하더니 於是에 聖人이 首出하사 繼天立極하시니 天皇氏와 地皇氏와 人皇氏와 有巢氏와 燧人氏가 是爲太古니 在書契以前이라 不可考로다 (蓋 ; 덮을 개, 대개 개, 太 ; 클 태, 極 ; 다할 극, 肇 ; 시작할 조, 判 ; 나눌 판, 陰 ; 그늘 음, 陽 ; 볕 양, 始 ; 처음 시, 分 ; 나눌 분, 五 ; 다섯 오, 行 ; 갈 행, 相 ; 서로 상, 有 ; 있을 유, 氣 ; 기운 기, 物 ; 만물 물, 물건 물, 林 ; 수풀, 總 ; 묶을 총, 是 ; 이 시, 聖 ; 성인 성, 首 ; 머리 수, 出 ; 날 출, 繼 ; 이을 계, 天 ; 하늘 천, 立 ; 설 립, 皇 ; 임금 황, 氏 ; 성 씨, 地 ; 땅 지, 巢 ; 집 소, 燧 ; 부싯돌 수, 在 ; 있을 재, 契 ; 맺을 계, 以 ; 써 이, 前 ; 앞 전, 考 ; 살필 고)

대개 태극이 처음으로 나누어져서 비로소 음과 양이 된 이후에 오행이 서로 생겨남에 먼저 이치와 기운이 있었다. 사람과 물건이 많이 생겨나더니 이에 성인이 먼저 나타나서 하늘의 뜻을 계승하여 인간의 표준을 세웠으니, 천황씨와 지황씨와 인황씨와 유소씨와 수인씨, 이들이 태고시절이다. 서계문자가 나타나기 이전이기 때문에 살펴볼 수가 없다.


伏羲氏始畫八卦하며 造書契하여 以代結繩之政하시고 神農氏作耒耜하며 製醫藥하시고 (伏 ; 엎드릴 복, 羲 ; 숨 희, 畫 ; 그림 화, 八 ; 여덟 팔, 卦 ; 걸 괘, 造 ; 지을 조, 結 ; 맺을 결, 繩 ; 줄 승, 政 ; 정사 정, 神 ; 귀신 신, 農 ; 농사 농, 作 ; 지을 작, 耒 ; 쟁기 뢰, 耜 ; 보습 사, 製 ; 지을 제, 醫 ; 의원 의, 藥 ; 약 약)

복희씨가 처음으로 여덟 괘를 긋고 서계문자를 만들어 결승문자로 시행하던 정사를 대신했고, 신농씨가 쟁기와 보습을 만들며 의술과 약을 만들고,


黃帝氏用干戈하며 作舟車하며 造曆算하며 制音律하시니 是爲三皇이니 至德之世라 無爲而治하니라 (黃 ; 누를 황, 帝 ; 임금 제, 干 ; 방패 간, 戈 ; 창 과, 舟 ; 배 주, 車 ; 수레 차, 曆 ; 책력 역, 算 ; 셀 산, 制 ; 만들 제, 音 ; 소리 음, 律 ; 법 률, 爲 ; 할 위, 될 위, 三 ; 석 삼, 至 ; 이를 지, 지극할 지, 德 ; 덕 덕, 世 ; 세상 세, 治 ; 다스릴 치)

황제씨가 방패와 창을 사용하며 배와 수레를 만들었으며 달력과 셈을 만들며 음률을 제정하였으니 이들을 삼황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본성이 지극히 순박하여) 지극한 덕이 행해지던 세상이라 (인위적인 정치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도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


少昊와 顓頊과 帝嚳과 帝堯와 帝舜이 是爲五帝라 皐夔稷契이 佐堯舜하여 而堯舜之治 卓冠百王이라 孔子定書에 斷自唐虞하시니라 (少 ; 적을 소, 昊 ; 하늘 호, 顓 ; 전단할 전, 頊 ; 삼갈 욱, 嚳 ; 고할 곡, 堯 ; 요임금 요, 舜 ; 순임금 순, 五 ; 다섯 오, 皐 ; 언덕 고, 夔 ; 조심할 기, 稷 ; 기장 직, 契 ; 사람이름 설, 佐 ; 도울 좌, 卓 ; 뛰어날 탁, 冠 ; 갓 관, 百 ; 일백 백, 王 ; 임금 왕, 孔 ; 구멍 공, 성 공, 子 ; 아들 자, 선생님 자, 定 ; 정할 정, 斷 ; 끊을 단, 唐 ; 당나라 당, 요임금 당, 虞 ; 헤아릴 우, 순임금 우)

소호와 전욱과 제곡과 요임금, 순임금을 다섯 황제라 일컫는다. 고요와 기와 직과 설이 요임금과 순임금을 보좌했으니 요임금과 순임금의 다스림이 모든 왕의 으뜸이 되었다. 공자께서 <서경>을 산정하심에 요순시대로부터 단정하셨다.


夏禹와 商湯과 周文王武王이 是爲三王이니 歷年이 或四百하며 或六百하며 或八百하니 (夏 ; 여름 하, 나라이름 하, 禹 ; 우임금 우, 商 ; 헤아릴 상. 나라이름 상, 湯 ; 끓을 탕, 탕임금 탕, 周 ; 두루 주, 나라이름 주, 文 ; 글월 문, 王 ; 임금 왕, 武 ; 굳셀 무, 年 ; 해 년, 或 ; 혹은 혹, 四 ; 넉 사, 六 ; 여섯 육, 八 ; 여덟 팔)

하나라 우왕과 상나라 탕왕과 주나라 문왕 무왕을 삼왕이라 일컫는다. 지난 해(왕조의 수명)가 어떤 경우는 400년이며 어떤 경우는 600년이며 어떤 경우는 800년이었으니


三代之隆을 後世莫及이요 而商之伊尹傅說과 周之周公召公이 皆賢臣也라 周公이 制禮作樂하시니 典章法度가 粲然極備하더니 (隆 ; 융성할 융, 後 ; 뒤 후, 莫 ; 없을 막, 及 ; 미칠 급, 伊 ; 저 이, 尹 ; 다스릴 윤, 傅 ; 스승 부, 說 ; 말씀 설, 사람이름 열, 公 ; 공변될 공, 召 ; 부를 소, 皆 ; 모두 개, 賢 ; 어질 현, 禮 ; 예도 례, 樂 ; 풍류 악, 典 ; 법 전, 章 ; 글 장, 法 ; 법, 度 ; 법도 도, 粲 ; 밝을 찬, 備 ; 갖출 비)

삼대 시절에 융성했던 문물을 후세에는 미치지 못했고 상나라의 이윤이나 부열, 주나라의 주공과 소공이 모두 뛰어난 신하였다. 주공이 예악을 제작하셨으니 전장과 법도가 지극히 찬란하게 갖추어졌다.


及其衰也하여 五覇摟諸侯하여 以匡王室하니 若齊桓公과 晉文公과 宋襄公과 秦穆公과 楚莊王이 迭主夏盟하니 王靈이 不振하니라 (及 ; 미칠 급, 衰 ; 쇠할 쇠, 覇 ; 으뜸 패, 摟 ; 끌어 모을 루, 諸 ; 여러 제, 侯 ; 제후 후, 匡 ; 바로잡을 광, 室 ; 집 실, 若 ; 같을 약, 齊 ; 가지런할 제. 제나라 제, 桓 ; 푯말 환, 晉 ; 나아갈 진, 진나라 진, 宋 ; 송나라 송, 襄 ; 도울 양, 秦 ; 벼 이름 진, 진나라 진, 穆 ; 화목할 목, 楚 ; 가시나무 초, 초나라 초, 莊 ; 엄숙할 장, 迭 ; 갈마들 질, 번갈아 질, 主 ; 주인 주, 임금 주, 盟 ; 맹세할 맹, 靈 ; 신령 령, 振 ; 떨칠 진)

주나라가 쇠미함에 미쳐 다섯 패자가 제후들을 이끌어 왕실을 바로 세웠으니 이를테면 제나라 환공, 진나라 문공, 송나라 양공, 진나라 목공, 초나라 장왕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중국의 맹약을 주도하였으니 왕실의 위엄이 떨쳐지지 못했다.


孔子以天縱之聖으로 轍環天下하사 道不得行于世하여 刪詩書하시며 定禮樂하시며 贊周易하시며 (縱 ; 세로 종, 내보낼 종, 轍 ; 바퀴자국 철, 環 ; 고리 환, 돌 환, 下 ; 아래 하, 得 ; 얻을 득, 刪 ; 깎을 산, 詩 ; 시 시, 贊 ; 도울 찬, 易 ; 바꿀 역)

공자는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서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다니셨으나 도(가르침)가 세상에서 시행되지 않아서 <시경>과 <서경>을 정리하시며 예와 악을 정하시며 <주역>을 해설하시며


修春秋하사 繼往聖, 開來學하시고 而傳其道者는 顔子曾子라 事在論語하니라 曾子之門人이 述大學하니라 (修 ; 닦을 수, 春 ; 봄 춘, 秋 ; 가을 추, 繼 ; 이을 계, 往 ; 갈 왕, 開 ; 열 개, 來 ; 올 래, 傳 ; 전할 전, 顔 ; 얼굴 안, 성 안, 曾 ; 일찍 증, 성 증, 論 ; 말 할 논, 語 ; 말씀 어, 門 ; 문 문, 述 ; 지을 술)

춘추를 편수하셔서 지나간 성인을 계승하고 후세의 학자들을 인도하셨고, 그 도를 전수받은 이는 안자와 증자이다. 이런 사실은 <논어>에 (기록되어) 있다. 증자의 문인이 <대학>을 기술하였다.


列國則曰魯와 曰衛와 曰晉과 曰鄭과 曰趙와 曰蔡와 曰燕과 曰吳와 曰齊와 曰宋과 曰陳과 曰楚와 曰秦이니 干戈日尋하여 戰爭不息하여 遂爲戰國하니 秦楚燕齊韓魏趙 是爲七雄이라 (列 ; 벌일 렬, 國 ; 나라 국, 則 ; 법칙 칙, 곧 즉, 曰 ; 가로되 왈, 魯 ; 노둔할 노, 나라이름 노, 衛 ; 지킬 위, 나라이름 위, 晉 ; 나아갈 진, 나라이름 진, 鄭 ; 나라이름 정, 趙 ; 나라이름 조, 蔡 ; 나라이름 채, 燕 ; 제비 연, 나라이름 연, 吳 ; 나라이름 오, 齊 ; 가지런할 제, 나라이름 제, 宋 ; 나라이름 송, 陳 ; 늘어놓을 진, 나라이름 진, 楚 ; 가시나무 초, 나라이름 초, 秦 ; 벼이름 진, 나라이름 진, 干 ; 방패 간, 戈 ; 창 과, 日 ; 날 일, 尋 ; 찾을 심, 이을 심, 戰 ; 싸울 전, 爭 ; 다툴 쟁, 不 ; 아닐 불, 息 ; 쉴 식, 遂 ; 이룰 수, 드디어 수, 爲 ; 할 위, 될 위, 韓 ; 나라이름 한, 魏 ; 나라이름 위, 是 ; 옳을 시, 이 시, 七 ; 일곱 칠, 雄 ; 수컷 웅, 뛰어날 웅)

열국은 노 위 진 정 조 채 연 오 제 송 진 초 진나라 등이니 방패와 창이 날마다 이어져 전쟁이 끊이지 않아 마침내 전국시대가 되었으니 진 초 연 제 한 위 조의 일곱 나라를 전국칠웅이라 일컫는다.


孔子之孫子思 生斯時하사 作中庸하시고 其門人之弟孟軻 陳王道於齊梁하사 道又不行하여 作孟子七篇하시되 而異端縱橫功利之說이 盛行이라 吾道不傳하니라 (孔 ; 구멍 공, 성 공, 子 ; 아들 자, 존칭 자, 之 ; 어조사(의) 지, 孫 ; 손자 손, 思 ; 생각할 사, 生 ; 날 생, 斯 ; 이 사, 時 ; 때 시, 作 ; 지을 작, 中 ; 가운데 중, 庸 ; 쓸 용, 범상할 용, 其 그 기, 門 ; 문 문, 人 ; 사람 인, 弟 ; 아우 제, 孟 ; 맏 맹, 軻 ; 굴대 가, 王 ; 임금 왕, 道 ; 길 도, 於 ; 어조사(에,에서) 어, 梁 ; 들보 량, 나라이름 량, 又 ; 또 우, 行 ; 갈 행, 행할 행, 篇 ; 책 편, 而 ; 말 이을 이, 異 ; 다를 이, 端 ; 바를 단, 실마리 단, 縱 ; 늘어질 종, 방종할 종, 橫 ; 가로 횡, 功 ; 공로 공, 利 ; 이로울 리, 說 ; 말씀 설, 盛 ; 담을 성, 성할 성, 吾 ; 나 오, 傳 ; 전할 전)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이 시기에 태어나 <중용>을 지었고, 그 문인의 제자인 맹가가 제나라와 양나라에서 왕도정치에 대하여 진술하였는데 도가 또 시행되지 못하여 <맹자> 7편을 저술하였으나, 이단과 종횡(합종연횡)과 공리의 학설이 성행해서 우리 유학의 도가 전해지지 못하였다.


及秦始皇하여 呑二周 滅六國하며 廢封建爲郡縣하며 焚詩書, 坑儒生하니 二世而亡하니라 (及 ; 미칠 급, 始 ; 처음 시, 皇 ; 임금 황, 呑 ; 삼킬 탄, 二 ; 두 이, 周 ; 두루 주, 나라이름 주, 滅 ; 멸망할 멸, 六 ; 여섯 육, 廢 ; 그만둘 폐, 封 ; 봉할 봉, 建 ; 세울 건, 郡 ; 고을 군, 縣 ; 매달 현, 고을 현, 焚 ; 불사를 분, 詩 ; 시 시, 書 ; 쓸 서, 책 서, 坑 ; 구덩이 갱, 묻을 갱, 儒 ; 선비 유, 世 ; 누리 세, 대 세, 亡 ; 망할 망)

진시황 시대에 이르러서는 (동서) 두 주나라를 병탄하고 여섯 제후국을 멸망시키며, 봉건제도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시행하며 시서를 불태우고 유생들을 구덩이 속에 파묻어 죽이니 (2대인) 2세 황제 때에 멸망하였다.


漢高祖起布衣成帝業하여 歷年四百하되 在明帝時하여 西域佛法이 始通中國하여 惑世誣民하니라 蜀漢과 吳와 魏 三國이 鼎峙而諸葛亮이 仗義扶漢하다가 病卒軍中하니라 (漢 ; 한수 한, 나라이름 한, 高 ; 높을 고, 祖 ; 조상 조, 할아비 조, 起 ; 일어날 기, 布 ; 베 포, 衣 ; 옷 의, 成 ; 이룰 성, 帝 ; 임금 제, 業 ; 일 업, 사업 업, 歷 ; 지낼 력, 年 ; 해 년, 四 ; 넉 사, 百 ; 일백 백, 在 ; 있을 재, 明 ; 밝을 명, 時 ; 때 시, 西 ; 서녘 서, 域 ; 지경 역, 佛 ; 부처 불, 法 ; 법 법, 通 ; 통할 통, 中 ; 가운데 중, 惑 ; 미혹할 혹, 誣 ; 무고할 무, 民 ; 백성 민, 蜀 ; 나라이름 촉, 三 ; 석 삼, 鼎 ; 솥 정, 峙 ; 우뚝 솟을 치, 諸 ; 모든 제, 葛 ; 칡 갈, 亮 ; 밝을 량, 仗 ; 의지할 장, 義 ; 옳을 의, 扶 ; 도울 부, 病 ; 병 병, 卒 ; 군사 졸, 죽을 졸, 軍 ; 군사 군)

한나라 고조가 포의로 일어나 황제의 위업을 이루어서 왕조의 수명이 4백년에 이르렀는데 명제 때에 서역의 불교가 처음으로 중국에 유통하여 세상을 미혹시키고 백성들을 속였다. 촉한과 오와 위의 세 나라가 솥발처럼 대치하고 있었는데, 제갈량이 의리를 지켜 한나라를 부지하다가 병이 들어 군중에서 죽었다.


晉有天下에 歷年百餘하되 五胡亂華하니 宋齊梁陳에 南北分裂이러니 隋能混一하되 歷年三十하니라 (有 ; 있을 유, 가질 유, 天 ; 하늘 천, 下 ; 아래 하, 餘 ; 남을 여, 五 ; 다섯 오, 胡 ; 오랑캐 호, 亂 ; 어지러울 란, 華 ; 꽃 화, 화려할 화, 南 ; 남녘 남, 北 ; 북녘 북, 分 ; 나눌 분, 裂 ; 찢을 렬, 隋 ; 수나라 수, 能 ; 능할 능, 混 ; 섞을 혼, 혼합할 혼)

진나라가 천하를 다스려서 왕조의 수명이 100여 년에 이르렀는데 다섯 오랑캐나라가 중화를 어지럽히니 송 제 양 진에 남북으로 분열되었다. 수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였으나 왕조의 수명이 30년에 그쳤다.


唐高祖와 太宗이 乘隋室亂하여 化家爲國하여 歷年三百하니라 後梁과 後唐과 後晉과 後漢과 後周 是爲五季니 朝得暮失하여 大亂이 極矣라 (唐 ; 당나라 당, 太 ; 클 태, 宗 ; 마루 종, 乘 ; 탈 승, 室 ; 집 실, 化 ; 될 화, 家 ; 집 가, 後 ; 뒤 후, 季 ; 끝 계, 말년 계, 朝 ; 아침 조, 得 ; 얻을 득, 暮 ; 저물 모, 失 ; 잃을 실, 極 ; 다할 극, 矣 ; 어조사 의)

당나라 고조와 태종이 수나라 왕실의 어지러움을 틈타 한 집안을 일으켜 나라로 만들어 왕조의 수명이 300년에 이르렀다. 후량과 후당과 후진과 후한과 후주를 오계라고 하니, 아침에 나라를 얻었다가 저녁이면 잃어버려서 크게 혼란함이 극도에 이르렀다.


宋太祖立國之初에 五星이 聚奎하여 濂洛關閩에 諸賢이 輩出하니 若周敦頤와 程顥와 程頤와 司馬光과 張載와 邵雍과 朱熹가 相繼而起하여 以闡明斯道로 爲己任하되 身且不得見容하고 而朱子集諸家說하사 註四書五經하시니 其有功於學者 大矣로다 (立 ; 설 립, 初 ; 처음 초, 星 ; 별 성, 聚 ; 모일 취, 奎 ; 별이름 규, 濂 ; 물이름 렴, 洛 ; 강이름 락, 關 ; 빗장 관, 閩 ; 종족이름 민, 賢 ; 어질 현, 輩 ; 무리 배, 出 ; 날 출, 若 ; 만약 약, 敦 ; 도타울 돈, 頤 ; 턱 이, 程 ; 단위 정, 성 정, 顥 ; 클 호, 司 ; 맡을 사, 馬 ; 말 마, 光 ; 빛 광, 張 ; 베풀 장, 성 장, 載 ; 실을 재, 邵 ; 고을 이름 소, 雍 ; 누그러질 옹, 朱 ; 붉을 주, 熹 ; 성할 희, 相 ; 서로 상, 繼 ; 이을 계, 以 ; 써 이, 闡 ; 열 천, 明 ; 밝을 명, 己 ; 자기 기, 任 ; 맡길 임, 身 ; 몸 신, 且 ; 또 차, 見 ; 볼 견, 당할 견,容 ; 얼굴 용, 담을 용, 集 ; 모을 집, 註 ; 풀이할 주, 經 ; 날줄 경, 경전 경, 學 ; 배울 학, 者 ; 놈 자, 大 ; 큰 대)

송나라 태조가 국가를 세운 초기에 다섯 별이 규성에 모여 염 락 관 민에 여러 현인들이 배출되었으니, 주돈이와 정호와 정이와 사마광과 장재와 소옹과 주희 같은 학자들이 서로 이어 나타나 이 유학의 도를 밝히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로 삼았지만 자기 몸조차도 용납되지 못했다. 주자가 제가의 학설을 모아서 사서와 오경을 주해하였으니 배우는 자들에게 끼친 공이 크다.


然而國勢不競하여 歷年三百하니 契丹과 蒙古과 遼와 金이 迭爲侵軼하고 而及其垂亡하여 文天祥이 竭忠報宋하다가 竟死燕獄하니라 (然 ; 그럴 연, 勢 ; 기세 세, 競 ; 다툴 경, 굳셀 경, 契 ; 맺을 계, 丹 ; 붉을 단, 契丹 ; 부족이름 거란, 蒙 ; 입을 몽, 古 ; 옛 고, 遼 ; 멀 요, 金 ; 쇠금, 迭 ; 갈마들 질, 侵 ; 침노할 침, 軼 ; 번갈아 질, 垂 ; 드리울 수, 끝 수, 文 ; 글월 문, 성 문, 祥 ; 상서로울 상, 竭 ; 다할 갈, 忠 ; 충성 충, 報 ; 갚을 보, 竟 ; 다할 경, 死 ; 죽을 사, 獄 ; 감옥 옥)

그러나 국가의 힘이 강하지 못하여 왕조의 수명이 300년에 그쳤으니 거란과 몽골과 요와 금이 차례대로 침략하고 끝내 망하게 되자 문천상이 충성을 다하여 송나라에 보답하다가 마침내 연경의 옥에서 죽었다.


胡元이 滅宋하고 混一區宇하여 綿歷百年하니 夷狄之盛이 未有若此者也로다 天厭穢德이라 大明이 中天하사 聖繼神承하시니 於千萬年이로다 (元 ; 으뜸 원, 區 ; 지경 구, 宇 ; 집 우, 綿 ; 솜 면, 이어질 면, 夷 ; 오랑캐 이, 狄 ; 오랑캐 적, 未 ; 아닐 미, 此 ; 이 차, 也 ; 어조사 야, 厭 ; 싫을 염, 穢 ; 더러울 예, 德 ; 큰 덕, 어진 행위 덕, 聖 ; 성스러울 성, 神 ; 귀신 신, 承 ; 이을 승, 받들 승, 於 ;어조사 어, 감탄사 오)

오랑캐 원나라가 송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여 면면히 백년을 이어갔으니 오랑캐가 세력을 떨침이 이 때만한 적이 없었다. 하늘이 더러운 덕을 싫어하셨는지라 대명이 하늘 한 가운데로 떠올라 성인과 신인이 계승하였으니 아! 천만년을 이어가리로다.


嗚呼라 三綱五常之道가 與天地로 相終始하니 三代以前에는 聖帝明王과 賢相良佐가 相與講明之라 故로 治日이 常多하고 亂日이 常少하더니 三代以後에는 庸君暗主와 亂臣賊子가 相與敗壞之라 故로 亂日이 常多하고 治日이 常少하니 其所以世之治亂安危와 國之興廢存亡이 皆由於人倫之明不明如何耳라 可不察哉아 (嗚 ; 탄식소리 오, 呼 ; 부를 호, 綱 ; 벼리 강, 常 ; 항상 상, 與 ; 줄 여, 더불어 여, 地 ; 땅 지, 終 ; 끝 종, 代 ; 대신할 대, 세대 대, 前 ; 앞 전, 良 ; 좋을 양, 佐 ; 도울 좌, 講 ; 익힐 강, 故 ; 옛 고, 연고 고, 治 ; 다스릴 치, 多 ; 많을 다, 少 ; 적을 소, 君 ; 임금 군, 暗 ; 어두울 암, 主 ; 주인 주, 임금 주, 臣 ; 신하 신, 賊 ; 도둑 적, 敗 ; 질 패, 무너질 패, 壞 ; 무너질 괴, 所 ; 바 소, 以 ; 까닭 이, 世 ; 누리 세, 대 세, 安 ; 편안할 안, 危 ; 위태할 위, 興 ; 일어날 흥, 廢 ; 폐할 폐, 存 ; 있을 존, 皆 ; 모두 개, 由 ; 말미암을 유, 倫 ; 인륜 륜, 如 ; 같을 여, 何 ; 어찌 하, 耳 ; 귀 이, 따름 이, 可 ; 옳을 가, 가할 가, 察 ; 살필 찰, 哉 ; 어조사 재)

아! 삼강오상의 도리는 천지와 더불어 시종을 함께하니 삼대 이전에는 성스러운 임금, 명철한 군주와 어진 재상과 뛰어난 보좌관들이 서로 함께 강론하여 밝혔다. 그 때문에 다스려진 날이 항상 많았고 어지러운 날이 항상 적었는데 삼대 이후에는 용렬한 임금, 어두운 군주들과 국가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신하와 집안의 도리를 해치는 자식들이 서로 함께 그것을 무너뜨렸다. 그 때문에 어지러운 날이 항상 많고 다스려진 날이 항상 적었다. 그래서 세상이 다스려지고 어지러우며 편안하고 위태로운 것과 나라가 일어나고 폐지되며 보존되고 멸망하는 까닭은 모두 인륜이 밝혀졌느냐 밝혀지지 않았느냐가 어떠한지에서 말미암는다.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


東方에 初無君長하더니 有神人이 降于太白山檀木下어늘 國人이 立以爲君하니 與堯로 竝立하여 國號를 朝鮮이라하니 是爲檀君이라 (東 ; 동녘 동, 方 ; 모 방, 방향 방, 初 ; 처음 초, 無 ; 없을 무, 君 ; 임금 군, 長 ; 길 장, 어른 장, 有 ; 있을 유, 神 ; 귀신 신, 신령스러울 신, 人 ; 사람 인, 降 ; 내릴 강, 于 ; 어조사 우, 太 ; 클 태, 白 ; 흰 백, 山 ; 뫼 산, 檀 ; 박달나무 단, 木 ; 나무 목, 下 ; 아래 하, 國 ; 나라 국, 立 ; 설 립, 以 ; 써 이, 爲 ; 할 위, 以爲 ; ~으로 삼다, 與 ; 더불어 여, 堯 ; 요임금 요, 竝 ; 아우를 병, 나란히 병, 號 ; 부를 호, 이름 호, 朝 ; 아침 조, 鮮 ; 고울 선, 是 ; 옳을 시, 이 시)

동방에 처음에는 임금이 없었는데 신령스런 사람이 태백산 박달나무 아래로 내려오자 나라 사람들이 (그의 아들을) 임금으로 삼았다. (중국의) 요임금과 더불어 나란히(같은 시대에) 즉위하여 국호를 조선이라고 했으니 이가 단군이다.


周武王이 封箕子于朝鮮하신대 敎民禮義하여 設八條之敎하시니 有仁賢之化하더라 (周 ; 두루 주, 나라이름 주, 武 ; 굳셀 무, 王 ; 임금 왕, 封 ; 봉할 봉, 箕 ; 키 기, 子 ; 아들 자, 존칭 자, 敎 ; 가르칠 교, 民 ; 백성 민, 禮 ; 예도 례, 義 ; 옳을 의, 設 ; 베풀 설, 八 ; 여덟 팔, 條 ; 가지 조, 조목 조, 之 ; 갈 지, 어조사(~의) 지, 仁 ; 어질 인, 賢 ; 어질 현, 化 ; 될 화, 교화할 화)

주나라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하자 (기자가) 백성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여덟 조목의 가르침을 베풀었으니 어진 사람(기자)의 교화가 있었다.


燕人衛滿이 因盧綰亂하여 亡命來하여 誘逐箕準하고 據王儉城하더니 至孫右渠하여 漢武帝討滅之하고 分其地하여 置樂浪臨屯玄菟眞蕃四郡하다 昭帝以平那玄菟로 爲平州하고 臨屯樂浪으로 爲東府二都督府하다 (燕 ; 제비 연, 나라이름 연, 衛 ; 지킬 위, 滿 ; 찰 만, 因 ; 인할 인, 盧 ; 밥그릇 노, 성 노, 綰 ; 얽을 관, 亂 ; 어지러울 란, 亡 ; 망할 망, 달아날 망, 命 ; 목숨 명, 來 ; 올 래, 誘 ; 꾈 유, 逐 ; 쫓을 축, 準 ; 평평할 준, 據 ; 의거할 거, 儉 ; 검소할 검, 城 ; 성 성, 至 ; 이를 지, 孫 ; 손자 손, 右 ; 오른쪽 우, 渠 ; 도랑 거, 漢 ; 한수 한, 帝 ; 임금 제, 討 ; 칠 토, 滅 ; 멸망할 멸, 分 ; 나눌 분, 其 ; 그 기, 地 ; 땅 지, 置 ; 둘 치, 樂 ; 즐길 락, 풍류 악, 浪 ; 물결 랑, 臨 ; 임할 임, 屯 ; 진칠 둔, 玄 ; 검을 현, 菟 ; 새삼 토, 眞 ; 참 진, 蕃 ; 우거질 번, 四 ; 넉 사, 郡 ; 고을 군, 昭 ; 밝을 소, 平 ; 평평할 평, 那 ; 어찌 나, 州 ; 고을 주, 府 ; 곳집 부, 二 ; 두 이, 都 ; 도읍 도, 督 ; 살펴볼 독)

연나라 사람 위만이 노관의 난리를 피하여 망명해 와서 기준을 유인하여 쫓아내고 왕검성을 차지하였는데 손자인 우거왕대에 이르러 한나라 무제가 토벌하여 멸망시키고 그 영토를 분할하여 낙락 임둔 현토 진번의 사군을 두었다. 소제가 평나와 현토를 합쳐서 평주로 만들고 임둔과 낙랑을 동부의 두 도독부로 만들었다.


箕準이 避衛滿하여 浮海而南하여 居金馬郡하니 是爲馬韓이라 秦亡人이 避入韓이어늘 韓이 割東界以與하니 是爲辰韓이라 弁韓則立國於韓地하니 不知其始祖年代라 是爲三韓이라 (避 ; 피할 피, 浮 ; 뜰 부, 海 ; 바다 해, 而 ; 말 이을 이, 南 ; 남녘 남, 居 ; 있을 거, 金 ; 쇠 금, 馬 ; 말 마, 韓 ; 나라이름 한, 秦 ; 나라이름 진, 入 ; 들 입, 割 ; 쪼갤 할, 界 ; 지경 계, 與 ; 줄 여, 辰 ; 별 진, 弁 ; 고깔 변, 則 ; 곧 즉, 於 ; 어조사(~에, ~에서) 어, 不 ; 아니 부, 知 ; 알 지, 始 ; 처음 시, 祖 ; 할아비 조, 조상 조, 年 ; 해 년, 代 ; 시대 대, 三 ; 석 삼)

기준이 위만을 피해 바다에 떠서 남쪽으로 내려와 금마군에 정착했으니 이것이 마한이다. 진나라에서 망명한 사람이 (노역을) 피하여 한나라로 들어오자 한나라가 동쪽 영토를 분할하여 제공하니 이것이 진한이다. 변한은 곧 한나라의 영토에 나라를 세웠으니 그 시조와 연대를 알 수 없다. 이것이 삼한이다.


新羅始祖赫居世는 都辰韓地하여 以朴爲姓하고 高句麗始祖朱蒙은 至卒本하여 自稱高辛之後로라하여 因姓高하고 百濟始祖溫祚는 都河南慰禮城하여 以扶餘로 爲氏하여 三國이 各保一隅하여 互相侵伐하더니 (新 ; 새 신, 羅 ; 비단 라, 赫 ; 붉을 혁, 居 ; 있을 거, 世 ; 누리 세, 朴 ; 순박할 박, 姓 ; 성 성, 高 ; 높을 고, 句 ; 글귀 구, 麗 ; 고울 려, 朱 ; 붉을 주, 蒙 ; 덮어쓸 몽, 至 ; 이를 지, 卒 ; 군사 졸, 本 ; 밑 본, 自 ; 스스로 자, 稱 ; 일컬을 칭, 辛 ; 매울 신, 後 ; 뒤 후, 百 ; 일백 백, 濟 ; 건널 제, 溫 ; 따뜻할 온, 祚 ; 복 조, 河 ; 물 하, 南 ; 남녘 남, 慰 ; 위로할 위, 扶 ; 도울 부, 餘 ; 남을 여, 氏 ; 성 씨, 各 ; 각각 각, 保 ; 지킬 보, 隅 ; 모퉁이 우, 互 ; 서로 호, 相 ; 서로 상, 侵 ; 침노할 침, 伐 ; 칠 벌)

신라의 시조 혁거세는 진한의 땅에 도읍을 정하여 박을 성씨로 삼고,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은 졸본에 이르러 스스로 고신씨의 후예라고 일컬어 그에 따라 고를 성씨로 삼았고 백제의 시조인 온조는 하남 위례성을 도읍지로 정하여 부여를 성씨로 삼아서 삼국이 각각 한 모퉁이를 차지하여 서로 공격하였다.


其後에 唐高宗이 滅百濟高句麗하고 分其地하여 置都督府하여 以劉仁願 薛仁貴로 留鎭撫之하니 百濟는 歷年이 六百七十八年이요 高句麗는 七百五年이라 (唐 ; 당나라 당, 宗 ; 마루 종, 劉 ; 성 류, 願 ; 원할 원, 薛 ; 성 설, 貴 ; 귀할 귀, 留 ; 머무를 류, 鎭 ; 진압할 진, 撫 ; 어루만질 무, 歷 ; 지낼 력, 六 ; 여섯 륙, 七 ; 일곱 칠, 十 ; 열 십, 八 ; 여덟 팔, 五 ; 다섯 오)

그 뒤에 당나라 고종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그 영토를 분할하여 도독부를 설치하여 유인원과 설인귀로 하여금 머물러서 진무케 하였으니 백제는 왕조의 수명이 678년에 이르렀고 고구려는 705년이었다.


新羅之末에 弓裔叛于北京하여 國號를 泰封이라하고 甄萱이 叛據完山하여 自稱後百濟로라 하다 新羅亡하니 朴昔金三姓이 相傳하여 歷年이 九百九十二年이라 (末 ; 끝 말, 弓 ; 활 궁, 裔 ; 후손 예, 叛 ; 배반할 반, 北 ; 북녘 북, 京 ; 서울 경, 泰 ; 클 태, 甄 ; 질그릇 견, 萱 ; 원추리 훤, 完 ; 완전할 완, 自 ; 스스로 자, 昔 ; 옛 석, 傳 ; 전할 전, 九 ; 아홉 구)

신라의 말기에 궁예가 북경에서 반란을 일으켜 국호를 태봉이라 하였고 견훤이 반란을 일으켜 완산주를 점거하여 스스로 후백제라고 일컬었다. 신라가 멸망하니 박 석 김의 세 성씨가 서로 왕위를 전수하여 왕조의 수명이 992년에 이르렀다.


泰封諸將이 立麗祖하여 爲王하니 國號를 高麗라하여 剋殘群凶하고 統合三韓하여 移都松嶽이러시니 至于季世하여 恭愍이 無嗣하고 僞主辛禑가 昏暴自恣하며 而王瑤不君하여 遂至於亡하니 歷年이 四百七十五年이라 (諸 ; 여러 제, 將 ; 장수 장, 剋 ; 이길 극, 殘 ; 해칠 잔, 죽일 잔, 群 ; 무리 군, 凶 ; 흉할 흉, 統 ; 큰 줄기 통, 다스릴 통, 合 ; 합칠 합, 移 ; 옮길 이, 松 ; 소나무 송, 嶽 ; 큰 산 악, 季 ; 끝 계, 恭 ; 공손할 공, 愍 ; 근심할 민, 嗣 ; 이을 사, 僞 ; 거짓 위, 主 ; 임금 주, 禑 ; 복 우, 昏 ; 어두울 혼, 暴 ; 사나울 폭, 恣 ; 방자할 자, 瑤 ; 아름다운 옥 요, 遂 ; 마침내 수)

태봉의 여러 장수들이 고려의 시조(왕건)를 세워서 왕으로 삼으니 국호를 고려라고 하여 여러 흉악한 인물들을 이겨 없애고 삼한을 통합하여 도읍을 송악으로 옮겼다. (고려의) 말년에 이르러 공민왕에게 후사가 없고 가짜 임금 신우가 어둡고 포악하며 스스로 방자하였으며 왕요(공양왕)가 임금 노릇을 못하여 마침내 망하기에 이르니 왕조의 수명이 475년이었다.


天命이 歸于眞主하니 大明太祖高皇帝賜改國號曰朝鮮이어시늘 定鼎于漢陽하사 聖子神孫이 繼繼繩繩하사 重熙累洽하사 式至于今하시니 實萬世無疆之休삿다 (天 ; 하늘 천, 命 ; 명령 명, 歸 ; 돌아갈 귀, 于 ; 어조사 우, 眞 ; 참 진, 主 ; 주인 주, 明 ; 밝을 명, 祖 ; 할아비 조, 高 ; 높을 고, 皇 ; 임금 황, 帝 ; 임금 제, 賜 ; 줄 사, 改 ; 고칠 개, 國 ; 나라 국, 號 ; 이름 호, 朝 ; 아침 조, 鮮 ; 고울 선, 定 ; 정할 정, 鼎 ; 솥 정, 漢 ; 한수 한, 陽 ; 볕 양, 聖 ; 성스러울 성, 神 ; 귀신 신, 孫 ; 손자 손, 繼 ; 이을 계, 繩 ; 줄 승, 重 ; 거듭 중, 熙 ; 빛날 희, 累 ; 여러 루, 洽 ; 적실 흡, 式 ; 법 식, 至 ; 이를 지, 今 ; 이제 금, 實 ; 열매 실, 萬 ; 일만 만, 世 ; 대 세, 無 ; 없을 무, 疆 ; 지경 강, 休 ; 쉴 휴, 아름다울 휴)

천명이 진정한 임금에게 돌아가니 명나라 태조 고황제가 국호를 조선이라고 고쳐 내리자 한양에 도읍을 정하여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자손들이 끊임없이 계승하여 (교화가) 거듭 빛나고 여러 번 (백성에게) 스며들어서 법식이 지금에 이르니 실로 만세토록 끝없을 아름다움이로다.


於戲라 我國이 雖僻在海隅하여 壤地褊小하나 禮樂法度와 衣冠文物을 悉遵華制하여 人倫이 明於上하고 敎化行於下하여 風俗之美 侔擬中華하니 華人이 稱之曰小中華라하니 玆豈非箕子之遺化耶리오 嗟爾小子는 宜其觀感而興起哉인저 (於 ; 어조사 어, 戲 ; 탄식할 희, 我 ; 나 아, 雖 ; 비록 수, 僻 ; 치우칠 벽, 在 ; 있을 재, 海 ; 바다 해, 隅 ; 모퉁이 우, 壤 ; 흙 양, 地 ; 땅 지, 褊 ; 좁을 편, 禮 ; 예도 례, 樂 ; 풍류 악, 法 ; 법 법, 度 ; 법도 도, 衣 ; 옷 의, 冠 ; 갓 관, 文 ; 글월 문, 物 ; 만물 물, 悉 ; 다 실, 遵 ; 좇을 준, 華 ; 꽃 화, 制 ; 마를 제, 倫 ; 인륜 륜, 敎 ; 가르칠 교, 化 ; 될 화, 行 ; 행할 행, 風 ; 바람 풍, 俗 ; 풍속 속, 美 ; 아름다울 미, 侔 ; 가지런할 모, 擬 ; 비슷할 의, 稱 ; 일컬을 칭, 玆 ; 이 자, 豈 ; 어찌 기, 非 ; 아닐 비, 箕 ; 키 기, 遺 ; 끼칠 유, 耶 ; 어조사 야, 嗟 ; 탄식할 차, 爾 ; 너 이, 宜 ; 마땅할 의, 其 ; 그 기, 觀 ; 볼 관, 感 ; 느낄 감, 興 ; 일으킬 흥, 起 ; 일어날 기, 哉 ; 어조사 재)

아! 우리나라가 비록 궁벽하게 바다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영토가 좁고 작지만 예악법도와 의관문물을 모두 중화의 제도를 따라 인륜이 위에서 밝혀지고 교화가 아래에서 시행되어 풍속의 아름다움이 중화와 비슷하니 중국 사람들이 (우리를) 일러 작은 중화라고 하니 이 어찌 기자(箕子)가 끼쳐준 교화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 너희들은 마땅히 보고 느껴서 떨치고 일어설지어다.

 

자료 : 경연학당 자료를 활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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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해설은 사단법인 동방문화진흥회 '同人'紙 1991년 11월호에 실린 利田 이응국님의 해설과 2001년 7월호에 실린 靑皐 이응문님의 해설을 그대로 종합 정리한 것으로, 다소 어려운 말투는 쉽게 풀이하면서 옮겨 적었음을 먼저 밝힌다.- 家苑]


천부경은 천제환국(天帝桓國 :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조선의 단군을 말한다. 단황제(檀皇帝)를 단군이라 부름은 스스로를 중국의 변방 제후국으로 낮춰 부르는 이름이므로 여기서는 단황제라 칭한다.) 시대의 구전심서(口傳心書)이다.

단황제가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서 神市를 건설한 이래로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전래되어 온 천부경은 천리(天理)와 부합(符合)되는, 즉 부절(符節)과 같은 경(經)이라 할 수 있는데, 오랜 옛날에 천심(天心)으로 마음을 삼아서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덕으로써 덕을 삼아서 하늘을 받들었던 것아니, 아마도 이 글은 크게는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서 혹은 인민의 교화수단으로서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고, 작게는 수신(修身)에 관한 요결문(要訣文)으로 사용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천부경은 비록 81자로 된 단독 경전이긴 하지만 그 속에는 천리가 온전히 함축되어 있음을 막연하나마 느낄 수가 있으며, 참으로 우리 민족의 경전으로서 만세토록 전할 수 있는 진경(眞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묘향산의 석벽에서 천부경을 탑본했던 운초(雲樵) 계연수(桂延壽) 선생은 이 천부경 속에 환단상전(桓檀相傳)의 삼일심법(三一心法)이 들어 있다고 역설하셨고, 남사고(南師古, 서기 1509∼1571) 선생의 '격암유록' 등에 천부경을 운위한 것만 보아도 경문의 무궁한 조화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두 분뿐이랴. 수많은 사람이 천부경에 대해 주해를 달았지만 열거하지 않았을 뿐이다.

천고의 진경 천부경에 대해서 야산선사(也山 李達 : 1889∼1958, 평생 스승없이 홀로 학문과 수도에 정진하여 일찍이 사서삼경을 비롯한 제가의 학문에 두루 막힘이 없었으며 특히 동양학문의 본바탕이 되는 '주역'에 온 힘을 기울여 그 심오한 뜻을 다 통하였으므로 훗날 '이주역'이라는 별호를 얻기까지 하였다.

 

주역에 대한 대표적인 학설로는 공자께서 비전(秘傳)한 선후천의 교역이치를 최초로 밝힌 乾九五圖說과 先後天考定說 등 다수가 있으며, 주역 원리를 바탕으로 동서양의 양력과 달력의 장점을 수렴한 새로운 시대의 책력인 '경원력(庚元歷 : 1944년 갑신년 창제 반포)과 '대학' 경전의 어긋난 순서를 바로잡은 '대학착간고정(大學錯簡攷正 : 1957 정유년)' 등이 선생의 평생 역작으로 손꼽히며 이 밖에 '야산선생문집'이 있다.) 역시 남다른 관심을 가진 분이시다. 그러나 선사께서 대둔산이나 부여 은산에서 누누이 천부경을 해설하시고 사상을 드높이셨으련만 그것이 문자로 기록되지 아니하고 다만 도면 형식의 글만 문집 속에 남아 있으니 그저 애석하게 여길 뿐이다.

부여 은산에 삼일학원(三一學院)을 세우고 제자를 가르치실 때, 언덕 한 모퉁이에 '단황척강지위(檀皇陟降之位)'라 새겨진 비석을 세우고 단을 만들어 단황의 뜻을 높이 기리고 매년 음력 10월 3일에 천제(天祭)를 지내셨던 사실만 보아도 단황을 지극히 봉숭했음을 엿볼 수 있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천부경은 단황의 통치서이자 심서(心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염(念)하고 송(誦)하는 가운데 마음으로 느껴서 알 수 있는 것이지 논리적으로 이해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부경을 계속 염송하는 중에 개안(開眼)이 되더라는 이야기는 천부경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경지를 대변해 주는 말이다.


[해설]


一始无始一

: 하나(1 : 太極)에서 비롯되나 무(0 : 无極)에서 비롯되는 하나이고
(혹은 '일의 시는 무라 하나를 비롯하니라'로 해석할 수 있다.)


一은 태극(太極)이며 천일(天一) 지일(地一) 인일(人一)의 일이니 '하나'의 뜻으로 하늘을 가리킨 말이다. 옛 사람들은 하늘을 둥글다 하여 원(圓, ㅇ)으로 형상하였고, 이 하늘을 축소시켜 말할 때는 점(點, ·)을 찍었으며, 하늘을 무한히 넓혀 말할 때는 일(一)자로 표현하였다. '하늘 천(天)'자의 글자가 바로 이 같은 의미에서 一과 大의 합성자로 이루어진 것이며 우주 만유(宇宙萬有)의 종시(終始)는 하늘, 즉 일(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바로 『주역』에서는 "大哉라 乾元이여 萬物이 資始하나니..."라 한 것이다.

그러나 태극(太極)은 다름아닌 무극(无極)이다. 무극과 태극은 모습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의미라는 뜻이다. 대개 유(有)는 무(無)에서 생기고 무(無)는 유(有)에서 생긴다.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無極而太極"이라 하였고,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도 "無는 名天地之始요 有는 名萬物之母라(무는 천지의 시작을 이르고 有는 만물의 어머니를 이른다)" 말씀한 바와도 같은 뜻이다. 『도덕경』에 "유는 무에서 생한다(有生於無, 40장)."하는 글이 있듯이 만약 무(無)가 없다면 유(有)가 없고 유(有)가 없은즉 무(無)는 의미가 없다.

또한 『도덕경』에는 "하늘이 일一을 얻음으로써 맑게 되고(天得一以淸), 땅이 일一을 얻음으로써 편안하게 되고(地得一以寧), 신이 一을 얻음으로써 신령하게 되고(神得一以靈), 골짜기가 一을 얻음으로써 채워지고(谷得一以盈), 만물이 一을 얻음으로써 생겨나고(萬物得一以生), 왕후가 一을 얻음으로써 천하를 바로한다(侯王得一以爲天下正)"고 하였다.

선천팔괘의 첫머리에 하늘괘인 일건천(一乾天)이 오고 주역 64괘의 머릿괘로 중천건(重天乾)이 처하는 것에서 一이 태극인 동시에 곧 하늘을 대표함을 알 수 있다.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일즉무욕(一則無慾)'이라 하신 말씀은 바로 유무(有無)의 관계를 적절하게 밝히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 글을 지을 때에 '일시무시일'은 무에서 유가 생한다는 의미요 '일종무종일'은 유는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析三極 无盡本

: 셋(三才 : 天才, 地才, 人才)으로 지극히 나뉘는데(三極 : 天極, 地極, 人極),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


하나가 둘을 낳지만 그 둘은 합하여 다시 하나를 낳음으로써 셋으로 나뉘며, 이 셋을 天地人 三才라 한다. 삼재는 기본 바탕이 셋으로 이루어짐을 말하고 이 삼재가 지극히 작용함을 가리켜 三極이라고 한다. 하나가 셋으로 쪼개어 나뉘는 것은 양수가 양수로 나아가고 음수가 음수로 나아가 一而三 二而四가 되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법도에 의한다.

복희씨가 팔괘를 시획한 원리도 삼재의 원리에 바탕하고 있으며, 이 소성팔괘를 중첩한 대성괘도 삼재의 도에 따라 하늘의 음양, 땅의 강유, 사람의 인의를 표상하는 여섯 가지 위(位)를 갖추고 있다.

천부경에는 三字가 여덟 차례(八回) 언급되고 있는데, 이것은 삼팔목도(三八木道)를 상징한다. 태극의 極이나 석삼극의 析은 모두 동방의 木道와 관련된다. 우리나라의 환인(桓因)과 환웅(桓雄)과 단군(檀君)으로 이어지는 세 계보 또한 삼목(三木)이고 공자께서 주역 단전에 목도(木道)를 언급한 괘 또한 셋(風雷益卦의 木道乃行, 風水渙卦의 乘木有功, 風澤中孚卦의 乘木舟虛)이다.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 하늘 하나(一 : 천극)가 그 첫 번째(一)가 되고, 땅 하나(一 : 지극)가 그 두 번째가 되며, 사람 하나(一 : 인극)가 그 세 번째가 된다.
(혹은 '하늘은 하나를 얻어 첫째가 되고, 땅도 하나를 얻되 둘째가 되며 사람도 하나를 얻되 셋째가 되니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삼재 중에서 각기 그 하나가 됨을 밝히는 한편 그 차례(생성 전개)가 하늘이 나온 다음 땅이 나오고, 땅이 나온 다음 사람이 나옴을 설명하고 있다.
천개어자(天開於子) 지벽어축(地闢於丑) 인생어인(人生於寅)의 순서와 같이 선중후(先中後)의 순서가 있는 것이다. 노자는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는다)"고 말씀하셨다.


一積十鉅 无궤化三 (*궤는 櫃에서 木을 뺀 글자로 '무너지다'는 뜻을 나타냄)

: 하나(一)가 쌓여서 열(十 : 시방 즉 상하팔방)로 톱질하니, 무너짐이 없는 셋(三 : 천지인 三界인 천계 지계 인계)을 화하여 이룬다.


하나가 계속 쌓이면 마침내 끝가는 수인 열(十)을 이루니, 곧 열로 톱질하는 것이다. 열을 말한 것은 열 다음에는 다시 하나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열로 톱질한다는 것은 시방세계에 두루 통한다는 뜻도 된다.

비록 셋으로 나뉘어도 그 근본 하나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무너짐이 없는 셋을 이룬다는 것은 천도와 지도와 인도 즉 삼재의 도가 행해지고 천계와 지계와 인계 즉 삼계가 화성됨을 이른다.

하도(河圖)의 수리(數理)로 살피면 생수인 1 2 3 4 5는 천도(天界), 성수인 6 7 8 9 10은 지도(地界), 그 수가 각기 짝하여 생성하는 수화목금토는 인도(人界)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 하늘은 둘(二 : 음양)로써 그 셋(三)이 되고, 땅은 둘(二 : 강유)로써 그 셋(三)이 되며, 사람이 둘(二 : 인의)로써 그 셋이 된다.


천지인 삼재가 각기 一生二法에 따라 음양 두 가지로 나뉘며, 그 순서에 있어서는 천개(天開) 지벽(地闢) 인생(人生)의 차례에 따라 하늘이 제일 앞서고 땅이 뒤따르며 마지막에 사람이 나온다.

주역 설괘전에 "하늘의 도를 세우니 음과 양이요, 땅의 도를 세우니 유와 강이요, 사람의 도를 세우니 인과 의니, 삼재를 아울러 둘로 하니라(立天之道曰 陰與陽이요 立地之道曰 柔與剛이요 立人之道曰 仁與義니 兼三才而兩之라)"고 하였다. 음양은 천도의 氣, 강유는 지도의 質, 인의는 인도의 性에 해당한다.


大三合六 生七八九

: 셋을 크게 하여 여섯으로 합하고, (이 여섯이) 일곱과 여덟과 아홉(七八九)을 낳는다


앞서 天二(음양) 地二(강유) 人二(인의)를 말하였으니, 셋이 여섯으로 늘어남을 뜻한다. 주역에 "육효를 그림으로써 괘를 이루고, 육위로써 문채를 이룬다(六劃而成卦하고 六位而成章이라)"하 하였고, 또한 "六爻之動은 三極之道라"고 했으니 천지인 삼재의 도는 육으로써 나타난다는 말이다.

六은 곧 六虛 六合 六位 六爻의 六을 이르는데, 사상적으로는 만물의 모체가 되는 노음수(태음수)에 해당한다. 7은 소양수, 8은 소음수, 9는 노양수(태양수)이다. 삼천양지(三天兩地)의 수리로 팔괘를 살피면 어머니인 곤괘(坤卦 : )는 6이 되고 아버지인 건괘(乾卦 : )는 9가 되며, 세 아들괘( )는 각기 7이 되고 세 딸괘( )는 각기 8이 됨을 알 수 있다. 양실음허(陽實陰虛) 즉 양은 실하고 음은 허한 것이다. 괘상을 살펴보아도 6이 7 8 9의 모체가 됨이 자연히 나타난다. 7 8 9를 모두 더한 24 또한 노음책수에 해당한다.

또한 六에 天一一을 더하면 七이 되고, 地一二를 더하면 八이 되고 人一三을 더하면 九가 된다. 이는 천지인 삼재를 각각 삼변하여 물(物)을 이룸을 설명한 것이니, 天才는 삼변해서 건삼련(乾三連 : ) 三(1×3=3)으로 이루어지고 地才는 삼변해서 곤삼절(坤三絶 : ) 六(2×3=6)으로 이루어지며 人才는 삼변해서 지천태(地天泰) 九(3×3=9)로 이루어짐을 설명한 것이라 하겠다.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이 구규(九竅)로 이루어졌고, 마음 또한 태양의 밝음과 같으며 태양의 수는 九이므로 사람의 몸과 마음이 모두 구수(九數)로 이루어졌음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수의 十은 체(體)요 九는 용(用)으로서 천지자연의 조화는 종시를 이루며 순환하는데 낙서(洛書)의 구수(九數)와 부합이 된다.


運三四 成環五七

: 셋(三)과 넷(四)으로써 수레를 굴리며(운전하며), 다섯(五)과 일곱(七)으로써 이루고 돌아간다(순환한다)
(혹은 '삼사로 운행하고 오칠로 고리를 이룬다'로 해석할 수 있다.)


셋은 삼변(三變), 넷은 사시(四時)와 통한다. 각기 세 달씩 춘하추동 사계를 이루는 것이 運三四의 이치이니 태극에 해당하는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의 마디 또한 이 運三四를 상징한다. 또 사방에 중앙을 합한 五方이어야 온전한 체를 이루게 되고, 여기에 상하를 더한 일곱으로써 공간구면을 이루게 되니, 이를 成環五七이라고 한다.

낙서의 구궁수(九宮數)에 기초한 서경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살피면 5를 황극(皇極)이라고 하였다. 황극은 곧 큰 중심을 말하는데, 육효로 이루어진 대성괘를 살펴보아도 다섯 번째 자리가 중심이 되는 군위(君位)에 해당한다.

여섯으로써 대성괘의 위(位)를 이루는데, 극즉반(極則反)하여 다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 일곱으로써 상징된다. 예를 들면 수뢰둔(水雷屯)괘의 상효는 곧 이를 뒤집어 도전(倒顚)한 산수몽(山水蒙)괘의 초효가 되는데, 이는 칠일래복(七日來復)의 도이다.

불가(佛家)의 108 법수(法數)와 관련해 동주학당의 최석기씨는 運三四와 成環五七의 관계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三(三才)에 四(四時, 四方)를 곱하면 十二가 되고 여기에 九를 곱하면 一百八이 된다."고 하였으며, "五와 七을 더하여 이 十二로 一百八에 주환(周環)하는 것이 구궁(九宮)을 이루었으니 매궁(每宮)에 十二란 것은 일일의 십이시와 일년의 십이월과 일원(一元)의 십이회(十二會)이다."고 하였다. 일일, 일년, 일원의 법수로서의 108을 '경(經)'이라 한다면 12는 '위(緯)'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으로 설명하자면 주역은 64괘로 되어 있지만 도전괘와 부도전괘로 합하면 36괘가 되며 상하경으로 각각 18괘씩 이루어졌는데 괘당 육효씩이므로 상경 108효 하경 108효를 이루고 있다. 생각건대 108이란 수의 의미는 예를 들면 일년이 365일로 이루어진 것처럼 108의 수도 마디로 고리를 이루는 법수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

: 하나(一)가 신묘하게 펼쳐져 만 갈래로 가고 만 갈래로 오니, 그 쓰임(用 : 변화작용)은 변하지만 근본(一 : 본체원리)은 움직이지 않는다.


태극에 해당하는 본체 一이 무궁무진한 조화작용을 행하니 만왕만래이다. "散之在理則有萬殊하고 統之在道則無二致라" 흩어서 이치에 두면 만가지로 다름이 있고 거느려 도에 두면 두 가지로 다다름이 없으니(一致), 그 작용은 무한히 변화하지만 그 근본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주역에도 "천지의 도는 바르게 보는 것이요 일월의 도는 바르게 밝히는 것이요 천하의 동함은 무릇 하나에 바루어짐이라(天地之道는 貞觀者也ㅣ오 日月之道는 貞明者也ㅣ오 天下之動은 貞夫一者也ㅣ라)"고 하였다.

또한 근본 중심은 부동(不動)이다. 수를 헤아림에 있어서도 중심에 해당하는 것은 수를 말하지 않으니, 이를 '虛一無爲 皇極不語數'라고 한다. 즉 하늘의 별자리를 셀 적에 북극성을 뺀 채 28宿라 하고, 바둑판의 361점 가운데 1점을 뺀 나머지 360점을 주천상수(周天常數)로 보며, 괘효를 뽑는 시초의 50책수(大衍數)에서 1책을 뺀 나머지 49로써 용책을 삼는 것이다.


本心本 太陽昻明

: 본심(본래의 마음)이 근본(一)이니, 태양과 같이 빛나고 밝다


사람의 마음은 만왕만래로 용변(用變)하여 육욕칠정이 있지만 그 본래의 진성(眞性) 즉 본심은 부동(不動)의 본(本)인 것이다. 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한 것이 성품이 되니 그 근본인 마음의 실체는 밝은 하늘의 태양과 같이 찬란하고 광명한 것이다.

소강절 선생은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에서 "사람은 천지 가운데에 있고 마음은 사람 가운데에 있다(人居天地之中하고 心居人之中이라)"고 하였으며 또한 "마음이 태극이다(心爲太極)"라고 하였는데, 태극은 일(一)로서 마음 또한 일(一)의 의미가 되니 마음은 곧 만사만물의 본원이 되는 것이다.

一은 마음의 본체요 九는 마음의 극(極)한 용수(用數)이다. 태양(太陽)의 밝은 신명(神明)이 마음 속에 거주하고 하늘의 태양처럼 사방을 비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사상(四象)에서 태양의 수는 九가 되므로 마음을 '태양(9)앙명'으로 비유한 것이다. 마음이란 결국 하늘에서 비롯된 것임과 하늘 닮은 것임을 표현한 것이며, 마음 구수(九數)를 다한 구구팔십일(九九八十一)자로써 천부경을 지은 뜻은 천부경 81자 모두가 심법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人中天地一

: 사람 속에서 하늘과 땅이 하나(一)로 되니
(혹은 '사람은 천지 가운데 하나라')


천지는 본체로서 항상하지만 사람을 용수(用數)로 삼아 도를 이룬다. 그러므로 만약 사람이 천지만물과 더불어 일체를 삼을 수만 있다며 그는 천지와 더불어 함께 자리잡으며 만물을 화육할 수 있다 하니 이른바 『중용』에서 말하는 "致中和면 天地ㅣ 位焉하며 萬物이 育焉하니라"한 뜻이 이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능히 그 성품을 다하면 人의 성품을 다하는 것이고, 人의 성품을 다하면 곧 物의 성품을 다하게 되어서, 사람이 천지와 더불어 삼재일합을 이루는 것이다.


一終无終一

: 하나(一)로 끝마치나 무로 마치는 하나(一)이다
(혹은 '일의 종은 무니 하나를 마침이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술했듯이 도(道)는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유가에서는 '일관(一貫)'을 말하고, 불가에서는 '귀일(歸一)'을 말하며, 도가에서는 '수일(守一)을 말할 뿐이니 옛 분들은 무욕(無慾)으로써 정정(定靜)을 주장하며 하나를 기르려 힘썼던 것이다.

『중용』에 "誠은 物의 終始가 되므로 誠이 없으면 物이 없다"고 하였다. 誠은 주역의 이른바 成言乎艮을 이르니, 만물의 終과 始가 艮보다 성한 곳이 없다고 하였다. 『대학』에도 한결같이 至善에 그치는 至於至善을 삼강령의 마지막에 놓음으로써 大學之道 즉 학문하는 도의 최종 목표가 이 一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천부경의 수신용법(修身用法)이 바로 이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자료출처 : 경연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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