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집_

계몽전의_

 

5음(音)이 날[日]을 맡음

 

<납음도(納音圖)〉는 《소문(素問)》에 나타나 있다. 그 설명에 이르기를, “이는 곧 돌아서 서로 궁(宮)이 되는 법이다. 한 진(辰) 가운데에 각기 5음씩 들었으니, 12진이면 60음이 들었다. 예를 들어 말하면, 자(子)라는 진(辰)에, 갑자(甲子)는 금(金), 병자(丙子)는 수(水), 무자(戊子)는 화(火), 경자(庚子)는 토(土), 임자(壬子)는 목(木)인 것과 같은 것이다. 《한지(韓志)》에서 ‘같은 유(類)에서 짝[妻]을 얻고, 여덟을 건너서 서로 생(生)한다.’라고 한 것이 납음법(納音法)이다. 예를 들면, 갑자는 지(支)와 간(干)이 모두 양(陽)이므로, 거만하여 조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을축(乙丑)과 짝이 되는 것이니, 을축은 간(干)과 진(辰)이 모두 음이다. 그 나머지 자리도 다 같다.” 하였다.

 


여덟을 건너서 서로 생한다고 한 것은, 갑자 앞의 여덟째 자리 아래에서 임신(壬申) 금(金)이 나고, 또 여덟을 건너 아래에서 경진(庚辰) 금(金)이 난다. 그런 뒤에 왼쪽으로 가서 화(火)를 향하고, 화에 이르러서는 전례에 의하여 여덟 간격을 건너서 화를 생하고, 화를 세 번 아래에서 생한 뒤에 목(木)에 이르고, 목을 세 번 아래에서 생한 뒤에 수(水)에 이르고, 수를 아래에서 세 번 생한 뒤에 토에 이르며, 토를 세 번 아래에서 생한 뒤에 금에 이르면, 곧 한 바퀴가 된다. 다시 갑오(甲午)로부터 위에서 금을 생하여 차례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여덟을 건너 자(子)가 난다는 것은 아래와 위의 두 자리를 제하고 한 말이다. 여덟을 건넌다는 것은 여덟 번째 자리가 아니다. 갑자(甲子)로부터 계유(癸酉)에 이르기까지 전체수가 모두 열이니, 이는 갑(甲)이 한 바퀴 도는 기운이다. 금(金)을 먼저 하는 이유는 오행 가운데서 금의 소리가 가장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支)와 간(干)은 동(東)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남으로 향하나, 5음은 서(西)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가서, 우행(右行)은 마땅히 좌행(左行)이라 할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남으로 향한다. 양은 자(子)에서 나기 때문에 아래로 나게 되며, 음이 오(午)에서 나기 때문에 위로 나게 되는 것이니,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고, 땅의 기운은 위로 올라감을 말한 것이다. 생하는 것이 세 차례에 그치는 것은 3원(元)의 뜻이다.
○ 지금 고찰하건대, 오음(五音)은 오행의 음성(音聲)이다. 토는 궁(宮), 금은 상(商), 목은 각(角), 화는 치(徵), 수는 우(羽)가 되기 때문에, 이 그림에는 오행으로만 구분하여 납음(納音)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곧, 역가(曆家)에서 쓰는 배일법(配日法)과 음양가에서 쓰는 추수법(推數法)인데, 그 법이 양휘(楊輝)가 지은 《양씨산법(楊氏算法)》에 상세하므로 아울러 아래에 밝힌다.
양휘의 60갑자 납음을 일으키는 예
갑(甲)ㆍ기(己)ㆍ자(子)ㆍ오(午)는 9인 것과 같은 식으로 수(數)를 쌓아서, 수가 5에 차면 버리고, 남는 수를 셈하여 납음을 명한다. 대개 쇠와 나무는 스스로 소리를 내므로, 목은 3, 금은 4로 본래 수(數)를 쓰고, 물은 흙을 만나야 소리를 내고, 불은 물을 만나야 소리를 내며, 흙은 불로 구우면 소리를 내기 때문에, 화는 수(水)의 본래 수 1을 쓰고, 수는 토의 본래 수 5를 쓰며, 토는 화의 본래 수 2를 써서 납음으로 삼는다.
갑ㆍ기ㆍ자ㆍ오을ㆍ경ㆍ축ㆍ미병ㆍ신(申)ㆍ인ㆍ신(辛)정ㆍ임ㆍ묘ㆍ유무ㆍ계ㆍ진ㆍ술사ㆍ해수ㆍ화화ㆍ토목ㆍ목금ㆍ금토ㆍ수본신수(本身數)ㆍ차음수(借音數)
갑9 술5 을8 해4 [火] 합해서 26인데, 25를 빼고 남은 1, 즉 수(水)의 수를 빌려 음(音)으로 한다.
병7 자9 정6 축8 [水] 합해서 30인데, 25를 빼고 남은 5, 즉 토(土)의 수를 빌려 음으로 한다.
무5 인7 기9 묘6 [土] 합해서 27인데, 25를 빼고 남은 2, 즉 화(火)의 수를 빌려 음으로 한다.
경8 진5 신7 사4 [金] 합해서 24인데, 20을 빼고 남은 4가 본음(本音)이 된다.
임6 오9 계5 미8 [木] 합해서 28인데, 25를 빼고 남은 3이 본음이 된다.

[주D-001]소문(素問) : 중국 최고(最古)의 의학책이다. 황제(黃帝)가 지었다고 하나, 진한(秦漢) 시대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학설이 통설이다. 《황제소문(黃帝素問)》이라고도 하며 《황제내경(黃帝內逕)》18권 가운데 앞의 9권에 해당한다.
[주D-002]진(辰) : 지지(地支)와 같은 말로, 자(子)ㆍ축(丑)ㆍ인(寅)ㆍ묘(卯)ㆍ진(辰)ㆍ사(巳)ㆍ오(午)ㆍ미(未)ㆍ신(申)ㆍ유(酉)ㆍ술(戌)ㆍ해(亥)로 되어 있다.
[주D-003]간(干) : 천간(天干)을 말하는 것으로,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辛)ㆍ임(壬)ㆍ계(癸)이다.
[주D-004]본래 수(數) : 수=1, 화=2, 목=3, 금=4, 토=5로 하도(河圖)에서 안 쪽에 있는 점의 숫자에 의한 것이다.

퇴계집_

계몽전의_

 

 

[본도서(本圖書) 제1]

 

 

하도(河圖) 낙서(洛書) 구설(舊說)을 인용한 바로는, 말의 등에 있는 선모(旋毛)에 별의 형상과 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림[圖]이라 이르고, 거북의 등에 갈라진 무늬가 자획(字畫)과 같기 때문에 글[書]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임천 오씨(臨川吳氏 오징(吳澄))의 말이다.
○ 명당편(明堂篇)
294(二九四), 753(七五三), 618(六一八)은 석 자씩 잇대어야 마땅하다. 대개 낙서를 가로 잘라서 셋으로 나누어 말한 것이니, 구궁(九宮)을 모범으로 삼아 주(州)를 구획하고 농지를 정(井) 자 모양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명당(明堂)의 제도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 ‘의견’이란 자기의 뜻인 소견을 말하는 것인데, 어떤 본(本)에는 ‘의(意)’가 ‘억(臆)’으로 되어 있는데 옳지 않다. 주자가 육자정(陸子靜)과 더불어 ‘의견’을 논한 곳에서 성의(誠意)와 무의(毋意)를 인용해서 말하였으니, 억(臆) 자의 뜻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건착도(乾鑿度) 구설(舊說)에, 건착도는 《역위(易緯)》에 속한 책 이름이라 하였다.

[주C-001]본도서(本圖書) : 《역학계몽》의 제1편 제목이다.
[주D-001]역위(易緯) : 연대 미상의 책이다. 한나라 때 정현(鄭玄)이 주를 단 책이 가장 유명하다. 《주역》의 상(象)과 수(數)를 풀어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데 쓰이는 책들이다.

계몽전의

[계몽전의 서(啓蒙傳疑序)]

 

내가 살피건대, 《역학계몽(易學啓蒙)》에서는 심오하고 찬란한 이치를 마치 해와 별처럼 밝게 드러내었고 여러 유자들의 변론과 해석 또한 모두 정밀하고 두루 통하여 더 이상 유감이 없다. 그러나 이수(理數)의 학문은 너무 넓고 미묘하며, 복잡하고 착란하여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 겹을 뚫으면 또 한 겹이 있어서 연구할수록 더욱 끝이 없다. 더구나 사람의 소견이 서로 다르지 않을 수 없음에랴. 인자(仁者)가 볼 때에는 인(仁)이라고 이르고, 지자(知者)가 볼 때에는 지(知)라고 이르니, 반드시 참작하고 고치고 한 뒤라야 그 취지의 귀결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삼은 말이 혹 구해 보기 어려운 책에서 나온 것이어서, 반드시 상고하고 논하여야만 그 참뜻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 것이다. 이러므로 의심나고 어려운 것 중에 또 의심나고 어려운 것이 생기고, 주해(註解)한 것에다 또 주해가 필요하게 된다. 심오한 의미를 밝히지 않을 수 없고, 인본(印本)의 그릇된 것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으며, 곱하고 나누는 법을 상세히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늙고 병들어 정신이 혼미하니, 비록 약간 생각하여 얻은 것이 있더라도 곧 다시 잊어버리고는 까마득히 애초에 그 비슷한 것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때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끝내 여기에서 더 나아감이 없을까 두렵다. 요 몇 년 이래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혹 생각하다가 깨우침이 있거나, 옛글을 살펴서 증거를 찾을 때마다 기록해 두었더니, 이것이 쌓여서 여러 권이 되었다. 이는 참고하여 열람하기에 편리하게 하고 잊어버리는 데 대비하고자 해서일 뿐이었고, 이것으로 옛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은 것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원락자(苑洛子)의 책 《의견(意見)》을 보니 《역학계몽》에 기여한 공이 있다 하겠으나, 그 또한 근세에 구하기 어려운 책이다. 다만 그 그림이 너무 잗달아 그다지 밝혀낸 것이 없으며, 해설이 너무 어려워 남다른 논의를 제시하기를 좋아하였다. 지금 그 요의(要義)의 몇몇 조목을 골라 드러내었고 그 나머지는 보이지 못하였으니, 보는 이가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 운대진일 수기(雲臺眞逸 주자의 호 手記)
수기는 수록(手錄), 수편(手編), 수교(手校) 등과 같은 것이다. 서울에 윤광일(尹光溢)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항상 말하기를,

“수(手) 자는 일(逸) 자에 붙여야 하니, 진일수(眞逸手)가 바로 회암(晦菴)의 별호이다.”

하였으나, 내가 듣고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그 뒤에 정호음(鄭湖陰)의 서자 아무개가 또 그 집에 중국본《계몽(啓蒙)》이 있는데, 그 주석(注釋)에, 바로 ‘수(手) 자’를 호라 하였으니 윤씨의 말과 같다고 하였다. 윤이 크게 기뻐하여 자기 말에 증거가 있음을 자랑하였다. 그러나 결국에 그것이 뜻과 이치에 맞지 않아서 믿을 수 없어, 호음공(湖陰公)에게 그 원본을 빌려 보고자 하였으나, 병으로 인하여 실행하지 못하고 온 것이 한이 된다. ○ 뒤에 우경선(禹景善 우성전(禹性傳))이 또 한 본(本)을 얻었는데, 윤과 정(鄭)의 말과 같다고 편지로 질문하므로, 내가 전설(前說)을 고집하고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얼마 후에 우(禹)가 또 선본(善本)을 얻어서 대조해 보니, 전에 말한 윤ㆍ정과 우가 처음 본 책에는 수(手) 자 밑에 기(記) 자가 빠졌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오해하여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주D-001]원락자(苑洛子)의 책 의견(意見) : 원락자는 명나라 때의 한방기(韓邦奇 : 1479~1555)의 호이며, 그는 《역학계몽의견(易學啓蒙意見)》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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