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도원류(太極圖源流) 수수(授受)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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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太極)이란 명칭이, 《주역》 계사(繫辭)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도(圖)는 있지 않았고, 또 별도로 도를 만들어 전수했다는 설도 듣지 못했는데, 죽타(竹坨) 주이준(朱彝尊)의 비로소 태극도수수고(太極圖授受攷)가 있으니 그 설은 다음과 같다. “한(漢) 나라 이래 여러 선비들이 《역(易)》에는 언급하였으나 태극에 대해서는 미치지 않았고, 오직 도가(道家)의 《상방대통진원묘경(上方大洞眞元妙經)》에 태극과 삼오(三五)에 대한 설이 있었고, 당(唐) 나라 개원(開元 721~741) 시대에 명황(明皇)이 그 서(序)를 지었다. 동촉(東蜀 동천 東川) 위기(衛琪)의 주(注)에, ‘《옥청무극동선경(玉淸无極洞仙經)》에는, 무극(无極)과 태극에 대한 여러 도(圖)들이 부가되어 있다.’ 하였다.
진자앙(陳子昂) 감우(感遇 도(道)를 깨달았다는 뜻) 시를 보면,

태극이 하늘과 땅을 생하고 / 太極生天地
삼원이 폐와 흥을 가름한다 / 三元更廢興
지정이 진실로 여기에 있는데 / 至精諒斯在
삼오를 뉘 능히 징험하겠는가 / 三五誰能徵

라 하였는데, 삼오란 율력지(律曆志 달력에 관한 법칙)의 음ㆍ양(陰陽)을 근본하였고, 지정이란 위백양(魏佰陽)의 《참동계(參同契)》에 근본한 것이다. 그렇다면, 태극도에 대한 설은 당 나라의 군신(君臣)이 이미 먼저 알았던 것이다.
진단(陳摶)이 화산(華山)에 은거(隱居)할 때, 일찍이 무극도(无極圖)를 여러 바위에 새겨 네 자리의 환(圜)을 만들었는데, 오행(五行)은 가운데에 위치하였고, 차례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도록 되어 있다. 그 중에 첫째는 현빈의 문[玄牝之門]이고, 둘째는 정(精)을 수련하여 기(氣)에 화(化)하고 기를 수련하여 신(神 도가에서는 정ㆍ기ㆍ신을 3보(寶)라 이름)에 화하며, 셋째는 오행(五行)이 자리를 정함이니 오기(五氣)가 원(元)에 모이는 것이고, 넷째는 음양이 배합함이니 감(坎)에 취해다가 이(離)에 메우는 것이고, 맨 위에는 신을 수련하여 허(虛)에 돌아 갔다가 다시 무극에 돌아가기 때문에, 무극도라 이른다는 것인데, 이는 방사(方士 신선의 술(術)을 닦는 사람.)들의 수련하는 술(術)로서, 서로 전수해 온 바다.
이를, 진단은 여암(呂嵒)에게, 여암은 종리권(鍾離權)에게 받았고, 종리권은 그 설을 위백양에게 얻었고, 위백양은 그 본지(本旨)를 하상공(河上公)에게 들었는데, 도가에서는 자못 천성(千聖)이 좀처럼 전하지 않는 비법으로 과시해 왔다.
그 후에 원공(元公)이 이를 취택하여, 그 자리를 바꿔 네 자리의 환(圜)을 만들었는데, 오행이 그 가운데에 위치하였고, 차례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 보도록 되어 있다. 맨 위는 무극이며 태극이고, 둘째는 음과 양의 배합으로서, 양은 동(動)하고 음은 정(靜)한 것이며, 셋째는 오행(五行)의 정해진 자리로서, 오행이 제각기 하나의 성(性)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넷째는 건(乾)의 도(道)는 남(男)을, 곤(坤)의 도는 여(女)를 이루는 것이고, 맨 밑에는 만물(萬物)을 화생(化生)하므로 이름을 태극도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극의 본지가 끝내 없어지지 않았으므로 여러 선비들이 그 설을 미루고 넓혀 온 것이다.
남헌 장씨(南軒張氏)는, ‘이는 원공(元公) 스스로 터득한 묘리(妙理)로서, 두 정 선생(程先生 명도(明道) 정호(程顥)와 이천(伊川) 정이(程頤)를 이름.)에게 직접 전수하였으므로, 맹씨(孟氏 맹자(孟子)) 이후에 처음 있었던 바이다.”라 하였고, 회암 주자(晦庵朱子)는 “선생(先生 주돈이(周敦頤)를 이름)의 학(學)은, 그 묘리가 태극도 하나에 갖추어져 있다.”고 하였다.
또 산양(山陽) 사람 도정(度正)이 지은 원공 연표(元公年表)에는, ‘경력(慶曆 송 인종의 연호) 6년(1046)에 선생이 건주(虔州) 흥국현(興國縣) 지사(知事)로 있을 때 정공 향(程公珦 정 호와 정이의 아버지)이 잠시 남안(南安) 원[倅]으로 있으면서 선생과 친구가 되었고 또 두 아들로 하여금 선생을 사사(師事)케 하였는데, 그때 명도(明道)는 15세이고 이천(伊川)은 14세였다. 그 후에 선생이 태극도를 만들어 명도와 이천에게 주었고, 다른 사람은 태극도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6년에는 선생이 전운사(轉運使) 왕규(王逵)의 천거에 의하여 빈현(彬縣) 지사로 이임되었는데, 그 후부터 두 정자(程子)가 원공과 서로 만났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니, 어디서 도(道)를 수수(授受)했단 말인가.”
이천이 지은 명도의 행장(行狀)에, “선생의 학(學)은, 15~16세 때부터 하남(河南) 주무숙(周茂叔)이 논도(論道)한다는 말을 듣고, 드디어 과거 공부가 싫어졌다. 개연(慨然)히 구도(求道)의 뜻이 있었으나 그 요점을 얻지 못하여 백가서(百家書)를 두루 열람하고 석ㆍ노(釋老 석씨(釋氏)와 노자(老子))의 문에 출입하기를 몇십 년 만에 마음을 육경(六經)에 돌려 탐구하여 비로소 도를 얻었다.”고 하였다.
이 글을 추려 보면, 두 정자는 원공에게 수업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야 어찌, ‘구도(求道)하는 데에 그 요점을 얻지 못하고 다시 석ㆍ노의 문에 출입했다.’고 하였겠는가.
또한, 반흥(潘興)이 지은 원공 묘표(墓表)에도, 두 정자의 사사(師事)한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고, 명도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 제자와 친구인 범순부(范淳夫)ㆍ주공염(朱公掞)ㆍ형화숙(邢和叔)ㆍ유정부(游定夫) 등이 서술한 그의 행장에도 모두 원공을 사사했다는 말이 없는데, 다만 유사립(劉斯立)만이, ‘주무숙을 좇아 학(學)을 물었다.’고 하였으니, 이는 공자(孔子)가 예(禮)를 노자(老子)에게, 악(樂)을 장홍(萇弘)에게, 관(官)을 염자(郯子)에게 물었다는 말과 같을 뿐, 수업했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여숙(呂與叔 이름은 대림(大臨)) 《동견록(東見錄)》에는, ‘주무숙에게도 함께 수업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제자로서 스승을 칭할 때, 그 자(字)는 바로 글에까지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사마군실(司馬君實)ㆍ장자후(張子厚)ㆍ소요부(邵堯夫)에게는 모두 선생이라 칭하고, 원공에게는 바로 그 자를 부르는가 하면, 궁선객(窮禪客 참선(參禪)하는 사람)으로 지목까지 하였으니, 더욱 제자로서는 그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원공의 처음 이름은 돈실(惇實)인데, 그 후에 영종(英宗)의 번저(藩邸 송 영종이 복왕(濮王) 윤양(允讓)의 아들로 있을 때) 때 이름을 피하여 돈이(惇頤)로 고쳤다. 원공이 과연 학(學)을 이천(伊川)에게 전수했다면 이천도 아래 이름자를 원공의 이름과 같이 하지 않았어야 할 것인데, 이천이 피하지 않았다.
또한, 주자(朱子)가 지은 정정사(程正思) 묘표(墓表)에, “이천의 아래 이름자가 원공과 같으므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청한 바가 있었다.”고 했는데, 두 정자가 어찌 정정사만 못하여 그 이름자를 그냥 두었겠는가. 아무튼, 모두 의심쩍은 일들이다.

모서하 기령(毛西河奇齡)의 《경문(經問)》 가운데 이공(李塨)이 물은 글에는, “태극도설(太極圖說)에 대한 유의(遺議) 중에, ‘《상방대통진원묘경품(上方大洞眞元妙經品)》이 있다.’고 하였고, 당(唐) 나라 현종(玄宗 즉 명황(明皇))이 지은 서(序)에, ‘진원성주상방개화무극태상영보천존(眞元聖主上方開化无極太上靈寶天尊)의 전한 바라고 칭했다.’ 하였는데, 제가 도장(道藏 도가서(道家書)를 갈무리한 곳)을 뒤져 보아도 《진원묘경품》이란 책이 없으므로 감히 묻는 바이니, 선생께서 왕초당(王草堂 왕복례(王復禮)의 호)을 만나 물어 보겠습니까?”라고 했다.
살피건대, 그 책은 항주(杭州) 오산(吳山) 화덕묘(火德廟) 도장(道藏) 안에 비장된 각본(刻本)으로, 왕초당이 찾아내어 가져갔는데, 그 책 이름과 도(圖)와 현종의 서(序)가 기록되어 있었으며, 그 도는 내한(內翰 즉 한림학사) 주진(朱震)이 소흥(紹興 남송 고종(南宋高宗)의 연호. 1131~1161) 연간에 임금에게 올린 주자(周子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와 똑같았다.
《진원묘경품》에 있는 태극삼원도(太極三元圖)는 이러하다.


음의 정(靜) ○과 양의 동(動) ○은 바로 《참동계》정기가(鼎器歌)에 이른, “음은 위로 정(靜)하고 양은 아래로 달린다.”라는 것이고, 또 주자(朱子) 주에, “선천도(先天圖) 진단(陳摶)의 선천도도 여기에 근본하였음. 는 건곤남북(乾坤南北)ㆍ감리동서(坎離東西)이다.”라는 것이다.
또한, ●은 바로 《참동계》에 이른, ‘감리 광곽도(坎離匡郭圖)’란 것이다. 《참동계》 첫장에, ‘감리 광곽’이란 말이 있는데, 도(圖) 가운데 조그만 ○은 감리((坎離)의 태(胎)이며, 좌측 은 이(離) 가운데의 흑(黑)이고 우측 은 감(坎) 가운데의 백(白)이기 때문이다.


은 바로 《참동계》에 이른, ‘지정도(至精圖)’란 것이다. 《참동계》 오행역극장(五行逆克章)에, ‘삼오여일 천지지정(三五與一天地至精)’ 이란 말이 있는데, 도 가운데 삼오란, 하늘과 땅의 생수(生數)가 다만 3ㆍ5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하늘이 5로 토(土)를 생(生)하므로 하나의 5가 되고, 하늘이 3으로 목(木)을 생하는 것이 땅이 2로 화(火)를 생하는 것과 합하므로 또 하나의 5가 되고, 땅이 4로 금(金)을 생하는 것이 하늘이 1로 수(水)를 생하는 것과 합하므로 또 하나의 5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정(至精)이란 것이다.
○○○은 《진원묘경품》 중에서 아주 적합한 것인데, 《참동계》 두 가지 도(圖)와 이 삼원(三元)을 합해서 총칭 태극삼원도라 한 것이다.
삼원이란 《한서(漢書)》 율력지(律曆志)에, “태극의 원기(元氣)가 3을 포함하여 1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태극이 자(子)ㆍ축(丑)ㆍ인(寅) 삼원을 포함하여 일원(一元)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니, 즉 천(天)ㆍ지(地)ㆍ인(人) 삼재(三才)이다. 그리고 진원(眞元)이란, 남(男)을 이루고 여(女)를 이루는 것과 만물이 화생(化生)하는 것을 합하여 태극삼원도를 만들었으므로, 이른바 진원이다.
그렇다면, 송(宋) 나라 사람들의 태극도는 본시 《진원묘경품》의 것과 부합된 것인데, 진단은 《진원묘경품》에서, 《진원묘경품》은 《참동계》에서 근본했음이 분명하다.
그 증거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唐) 나라 진자앙(陳子昻)의 18장(章) 감우시(感遇詩) 중 첫장에,

태극이 하늘과 땅을 생한다./太極生天地

는 등 네 구가 있는데, 《참동계》에서는 일찍이 한(漢) 나라 이후로 나온 세 가지 도(圖)가 없이 태극이라 이름한 것이고, 진단의 태극도는 진자앙이 보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당 나라 중[僧] 규봉(圭峯)의 《선원전집(禪源詮集)》에 열 겹의 도(圖)가 그려졌는데, 그 중에 은 아리야식(阿犁耶識)이란 것으로 바로 태극이며, 좌측 은 각(覺)이 되고 우측 은 불각(不覺)이란 것으로 바로 감리(坎離)이기 때문이다.
중 중주(中洲) 문집에는, “이것이 바로 《태극진원도》이다. 건괘(乾卦) 중에 구오 효(九五爻)는 태극이고 용구 무수(用九無首)는 무극이다. 감(坎) 가운데는 바로 인심지위(人心之危 《중용》 서문의 한 대목)이니 그 가운데는 흑업(黑業 흑점(黑點)을 이름)이 있기 때문이고, 이(離) 가운데는 바로 도심지미(道心之微 역시 《중용》 서문의 한 대목)이니 그 가운데는 백업(白業 즉, 백점(白點)을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중 자운(慈雲)의 《관정기(灌頂記)》에도, “부처[佛]는 흑백업(黑白業)이 있다. 진(眞)과 백(白)으로 각(覺)을 삼고 망(妄)과 불각(不覺)으로 흑(黑)을 삼는다.” 하였고, 달마(達磨) 역시, “삼가 백업을 닦아야 한다.” 하였으니, 도가(道家)와 석가(釋家)에서도 태극을 가지고 원론(圓論)한 것이다.
청(淸) 나라 완연경(阮揅經)도 태극과 북극(北極)의 논이 있다.
그 설에, “태극이란 건곤(乾坤)과 천지(天地)가 모두 함께 하는 극(極)이므로, 북극을 제외하면 따로 극이라 이를 게 없다.”고 했는데, 《이아(爾雅)》에, “북극은 북신(北辰)을 이른 것이다.” 했으며, 《주역》 계사에, “역(易)이 태극이 있다.”라는 우번(虞翻)의 주에는, ‘태극은 바로 태일(太一)이다.’ 했고, 정강성(鄭康成 정현(鄭玄)의 자) 《건착도(乾鑿度)》 주에는, “태일이란 북신(北辰)의 신명(神名)이다.”고 했다.
정씨(鄭氏)는 비록 태일이 구궁(九宮 태을수법(太乙數法)을 이름)을 윤행(輪行)하는 법을 들어 말한 것이지만, 태극이 바로 태일이고 태일이 바로 북신이고 북신이 바로 북극인즉 이게 진실로 고설(古說 예로부터 확정되어 온 말)인 것이며, 《주역》 계사에, “역(易)이 태극이 있어 양의(兩儀 음양(陰陽))를 생하고 양의가 사상(四象 태양(太陽)ㆍ태음(太陰)ㆍ소양(少陽)ㆍ소음(少陰))을 생하고 사상이 팔괘(八卦 건(乾)ㆍ감(坎)ㆍ간(艮)ㆍ손(巽)ㆍ진(震)ㆍ이(离)ㆍ곤(坤)ㆍ태(兌))를 생한다.” 했은즉, 팔괘는 사시(四時 춘(春)ㆍ하(夏)ㆍ추(秋)ㆍ동(冬))에 근본하고 사시는 천지(天地)에 근본하고 천지는 태극에 근본한 것이다. 공자(孔子)의 말이 구절마다 뚜렷한데, 후세의 선비들이 그 실(實)을 버리고 허(虛)를 구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것이 천지의 실상(實象)인 것이다.
우서(虞書 《서경》의 한 편명)에, “선(璿)으로 만든 기(璣)와 옥(玉)으로 만든 형(衡)을 살펴 칠정(七政)을 다스린다.”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혼천의(渾天儀 옛적 천체(天體) 관측에 쓰던 기계)이다. 북극을 중심으로 하여 천지를 측정하는 법이 주비(周髀)와 서로 통한다.
“천체도 둥글고 지체(地體)도 둥글다.”는 말이 《대대기》(大戴記) 증자천원(曾子天圓) 편에 나타났으니, 역시 공자의 말이다. 하늘과 땅이 모두 북극으로 추(樞)를 삼는바, 하늘의 빙빙 도는 이치가 바로 땅의 매어 있는 이치이므로, 북극을 중심으로 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태극이 아니면 양의를 생할 수 없는바, 양의란 또 하늘과 땅을 이름이다. 땅은 원(圓)하게 위치하여 추락되지 않고 하늘은 돌면서 땅을 포괄(包括)하여 떳떳함이 있다.
“양의가 사상을 생한다.”는 것은 사시(四時)를 이름인데, 하늘의 황도(黃道)적도(赤道)가 땅의 원(圓)과 서로 유행(流行)하여 사시를 이루므로 춘ㆍ하ㆍ추ㆍ동은 바로 동ㆍ서ㆍ남ㆍ북이다. 사상이 팔괘를 생하는 것인즉, 사방(四方)으로써 팔괘의 위치를 정하므로, 설괘전(說卦傳 《주역》 계사 중의 한 전(傳))에, “제(帝 하늘의 주재(主宰)를 이름)가 진(震)에서 나왔다.” 는 대문 이하가 모두 그 위치를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건ㆍ곤은 천ㆍ지로서 정남(正南)과 정북(正北)에 위치해야 당연한데, 어찌 건은 서북(西北)으로, 곤은 서남(西南)으로 되어 있는 것인가. 이것이 즉, “태극이 바로 북극이다.” 는 실상이다.
지체(地體)는 반듯하고 둥근 것이다. 중국(中國)은 적도(赤道) 북쪽에 위치하였고 북극은 그 남쪽에 비뚤어지게 위치했는데 북극이 지중(地中)으로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
그냥 혼원체(渾元體)로 논한다면, 다만 적도 위선(緯線)의 안팎에서 북극의 높고 낮음을 분별할 수 있고, 양극(兩極 남극과 북극)의 경선(經線)은 마치 참외[瓜]의 곧은 금[直㾗]과 같으므로, 본시 곳곳마다 극(極)의 중심부에 해당하여 비뚤어짐이 없다.
그러나 홍황(洪荒)이 열려 중국에 이르렀은즉, 중국의 지세(地勢)는 가로 뻗쳐 있는 황하(黃河)로 기지점(起止點)을 삼아야 한다.
만일 낙양(洛陽)을 중국의 중심지로 삼아, 북쪽 하늘이 북극에 바로 닿아 있다고 본다면, 낙양 남북 지대에 해당하는 경선(經線)이 가장 높은 지척(地脊 땅의 등마루로서 원줄기)으로 되어, 동에서 나오는 물은 동으로 흐르고 서에서 나오는 물은 서로 흘러야 할 것인데, 어찌 하수(河水)와 낙수(洛水)가 모두 서에서 동으로 흘러가는 것인가. 하수와 낙수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것만 보아도 중국의 지세는 동쪽으로 바다와 가까워, 옛날 성인(聖人)이, “그 지세가 동으로 비뚤어졌다.” 하였다.
그러므로 하수의 근원이 서에서 시작하여 동과 서로 나눠 흐르는 곳을 북극의 경선(經線)이라 하며 가장 높은 지척(地脊)으로 보아야 한다. 옛날에 성인이 중국에 처하여, 그 의상(儀象)을 측정했으므로, 건을 서북에, 곤을 서남에 배치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곤괘(坤卦)의 곤(字)자도 고문(古文)에는 巛으로 되었다. 巛은 순(順)의 뜻인데, 대지(大地)의 유형(流形)이 서에서 동으로 된 것을 상징한 것으로, 순(順)함의 지극함이다. 그렇지 않고 낙양을 북극의 경선에 해당시킨다면 낙양 이서(以西)는 모두 순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태극과 건곤의 실상인 것이다.
또한 낙양이 비록 중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고 하지만, 사시(四時)의 대중(大中)이 서남에 있으므로 곤을 반드시 서남에 배치한 것이다. 또한 건은 높고 곤은 낮으므로, 건이 서북에 있은즉 곤은 반드시 서남에 있어 서로 응해야 한다.
설괘전(說卦傳)에, 팔괘의 방위를 정서ㆍ서북ㆍ정북ㆍ동북ㆍ정동ㆍ동남ㆍ정남 등으로 분정하면서, 건과 태(兌)에 대해서는 서남이니 정남이니 분명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지세가 과연 동쪽으로 비뚤어졌다면 하수와 낙수 이서로는 그 지세가 제대로 되지 못했을 것이므로, 만일 건을, 서북에 비뚤어지게 위치한 북극이 서남에 위치한 곤에 하림(下臨)한 방위에 배치하여 지척(地脊)을 삼고, 감(坎)ㆍ간(艮)ㆍ진(震)ㆍ손(巽)ㆍ이(離) 다섯 괘를 동쪽 방면에 위치하지 않으면 태극의 실상이 나타나지 못할 것을 성인이 염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극이 바로 태극이란 것이다.
《설문(說文)》 왕육(王育)의 설에, “하늘은 서북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무(无)라 한다. 옛날에 성인이 북극을 건태(乾兌)의 서북에 위치해 놓은 것은, 모두 용심(用心)의 정밀한 곳이므로, 이와 같은 기이한 글자를 만들어 오로지 《주역》에 사용한 바이다.” 라고 했다.
그러나 이 무(无)는 하늘의 서북을 이른 것이고, 태극을 무로 간주한 말은 아닌데, 왕필(王弼)은 이 무를 태극으로 주장하여 부실(不實)하기가 이를 데 없으니, 노ㆍ장(老莊 노자와 장자(莊子))의 허무(虛無)한 학(學)을 숭상한 때문이다.
이업흥(李業興)은 태극을 유(有)라 하고 무극을 곡학(曲學)이라 배척했다. 이는 《위서(魏書)》 유림전(儒林傳)과 유아(游雅)에 나타났다.
또 진희전(陳喜傳)을 보면 “유아(游雅)에, ‘역(易) 송괘(訟卦)에, 「천(天)과 수(水)가 위(違)하여, 행(行)한다.」했으므로 총령(蔥嶺) 이서(以西)에는 물이 모두 서쪽으로 흐른다.’ 했으니, 이로 미루어 본다면 역(易)의 파급(波及)된 바는 총령 이동(以東)이라 하겠다. 유아의 이 설은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본지(本旨)와 은근히 부합되므로, 충분히 천(天)과 수(水)의 뜻이 발명되었다.” 라고 했으나, 진기의 이 말은 억지에 불과하다.

소자(邵子 소옹(邵雍)을 이름.)는 “마음이 태극이다.” 하였고, 청 나라 남회(南滙) 사람 오성흠(吳省欽 자는 충지(充之))의 《백화초고(白華初稿)》에도, “마음이 태극이다.”라는 논(論)이 있다.
그 논에, “태극이란 이름이 《주역》 계사에서 비롯되었으나, 도가의 《상방대통진원묘경》에 태극 삼오의 설이 있은 후부터 당 명황이 서(序)를 지어 세상에 유행되었고, 진자앙은 감우(感遇)시에서,
태극이 하늘과 땅을 생하고,/太極生天地
삼오를 뉘 능히 징험할까./三五誰能徵
라고 했는데, 삼오의 설은 모두들, 위백양 《참동계》에서 근본했다고 한다. 진단이 새겨 놓은 무극도도 서로 전해 오기를, 위백양의 것을 조종으로 삼았다고 하다가, 주자(周子)의 태극도설에 이르러 그 이치가 소연(昭然)히 다시 밝아졌다. 아무튼 태극이란 나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마음의 신명(神明)한 것이 만유(萬有)를 통할하는 것이므로, ‘신(神)을 수련하고 허(虛)에 돌아간다.’는 것과 전혀 다르다. 이것이 소자(邵子)가 이른, ‘마음이 태극이다.’라는 것이다. 성(性)과 지각(知覺)이 합하여 마음이라는 이름이 있게 된바, 그 본체(本體)는 지극히 허(虛)하고 지극히 영(靈)하여 담연(湛然)히 가운데에 있는데, 만물이 모두 다 갖춰졌다. 그러므로 마음을 떼어 놓고 이치만 말한다면 이치가 분산되어 돌아갈 곳이 없게 되고, 이치를 떼어 놓고 마음만 말한다면 마음이 방탕하여 의거할 곳을 잃게 된다. 극이란 집의 척량(脊樑)과 같은 것이다. 또한 하늘에는 남극과 북극이 있는데, 지상(地上)의 숭산(嵩山)이 꼭 하늘의 중극(中極)에 해당된다. 무엇이든 중앙을 심(心)이라고 하는바, 마음이 사람의 몸에 있는 것은 마치 척량이 집에 있는 것과 북신(北辰)이 성(星)에 있는 것과 같으므로, 범위내를 벗어나 범위외에서 구할 수 없다. 진실로 나의 마음의 소재(所在)만 구한다면 태극도 곧 거기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란 형(形)의 군(君)이며 신명(神明)의 주(主)이다. 혹자는 ‘마음은 체(體)도 방향도 없고 태극은 형(形)도 상(象)도 없으므로, 마음을 위주하면 공허(空虛)한 데 빠지기가 쉽다.’고 하는가 하면, 도가(道家)의 무리들은 무극과 태극을 제멋대로 이리저리 부회(附會)한다 하지만, 천하에 마음을 떠나서 이치를 말할 수 없고 이치를 떠나서 마음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것이 바로 마음이고 바로 이치이다.’ 하는 경지(境地)는 성(聖)과 신(神 《맹자》진심 하(盡心下) 제25장 참조)의 태극이고, ‘마음을 말미암아 이치를 본다.’[見理]는 것은, 대현(大賢) 이하의 태극이란 것이다. 배우는 이는 만물이 각기 태극을 가졌다는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물건마다 각기 태극을 가졌다는 이치에 대하여, 큰 차이[逕庭]가 있다고 보거나, 혹은 막연한 말[河漢]로 간주한다면 나의 마음을 볼[見心] 수 없고, 태극도 거의 쉬어버리게 된다. 《서경》에, ‘백성에게 중(中)을 건(建)한다.’ 하였고, 또, ‘임금이 그 극(極)을 건했다.’ 하였으니, 건은 입(立)의 뜻이고, 중과 극은 모두 이치의 극진한 것이다. 하늘과 땅이 나눠지기 이전에는 태극이 하늘과 땅에 있고 나의 마음에 있지 않지만, 하늘과 땅이 사람을 낸 이후에는 태극이 나의 마음에 있어, 하늘과 땅 사이에 꽉 찰[塞于天地之間]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란 하늘과 땅의 마음이고, 마음이란 하늘과 땅의 극(極)이며, 수(數)와 이치가 갖춰져 만사(萬事)가 응함에 이르러서는 호연(浩然)히 확충되지 않음이 없고 이연(釐然)히 관통되지 않음이 없어, 할 일을 다하게 되지 않겠는가. 배우는 이는 괜히 그 마음을 좁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태극에 대한 정론(正論)이다.

청 나라 여릉(廬陵) 사람 왕세업(王世業) 자는 검삼(儉三) 호는 항재(恒齋)의 《주역상의(周易象意)》에, “태극이란 아직 나눠지지 않은 음양이고, 음양이란 이미 판별된 태극이다.” 하여, 그 의론이 매우 자세하고 그 뜻이 매우 분명하다.
그 설에, “태극이란 아직 나눠지지 않은 음양이고 음양이란 이미 판별된 태극이다. 이미 판별되었다는 것은 남(男)은 양, 여(女)는 음으로서 각기 태극의 반절 체[半體]를 가진 것이고, 남과 여의 반절 체가 합하여 서로 교감(交感)해야만 태극의 형(形)이 완전하게 되므로, 태극도의 중간에 하나의 백점(白點)이 바로 그 교감된 자리이다. 사람이 태어날 적에는 두 개의 신(腎)에 의하게 되므로, 두 개의 신이 교합되어야만 태극도 완전하게 된다. 선경(仙經)에, ‘두 개의 신 중간에 두 가지 양상(樣相)이 있는 게 아니다. 그 중간에 의탁해 있는 한 점[一點]은 바로 양정(陽精)뿐인 것이다. 양정이란 명문(命門)의 한 양(陽)으로서 두 음(陰)의 사이를 주재(主宰)하여 사람의 명맥(命脈)을 조종한다.’라 하였고, 소자(邵子)는, ‘무극 이전에는 음이 양을 포함하고 상(象)이 있은 이후에는 양이 음을 포함했다.’고 했으니, 알[卵]의 흰자위가 노란자위를 싸고 과일의 살[肉]이 씨를 가리운 것은 모두 음이 양을 포함한 상(象)이고 알이 품어져 새끼가 되고 씨가 심어져 싹이 나는 것은 양이 음으로 갈라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도 맨 처음 태(胎)를 가졌을 적에는 양기(陽氣)가 들어감에 따라 음혈(陰血)이 그 외부를 둘러싸고, 이미 태어났을 적에는 양(陽)이 발달됨에 따라 살[肉]이 온몸에 돌므로, 그 이치를 얼마든지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치의 은미(隱微)한 것을 일의 현저(顯著)한 것에 대증(對證)하면 천하에 궁구하지 못할 이치가 없고, 도(道)의 큰 것을 사물(事物)의 작은 것에 비교하면 역시 깨닫지 못할 도가 없는 것이다. 건(乾)은 정(靜)할 적에는 전일(專一)하고 동(動)할 적에는 꼿꼿하며, 곤(坤)은 정할 적에는 오므려지고 동할 적에는 벌어지므로, 남녀의 남녀가 된 까닭을 천지ㆍ음양의 상(象)으로 징험해 본다면 어찌 마음과 눈앞에 요연(瞭然)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천지의 사이가 태허(太虛)라는 것만 알고, 태허의 그 즈음은 전혀 공기(空氣)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흙을 공기 속에 달아[懸] 놓고 씨앗을 그 속에 심는다면 무슨 식물이든지 싹이 트고 줄기가 성장할 것이다. 추워야 할 때에 공기가 없으면 춥지 못하고 더워야 할 때에 공기가 없으면 덥지 못하므로 허(虛)의 즈음에는 모두 실(實)한 것인데, 석씨(釋氏)들은 실한 것까지 허한 것으로 간주하니, 그 도를 알지 못한 지가 오래이다. 땅만큼 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하늘의 기(氣)가 이르면 땅이 받아들이고, 오직 허한 것이기 때문에 만물이 거기에 뿌리를 박게 되는 것인데, 그 뿌리가 깊어질수록 땅은 여전히 실 그대로이다. 여(女)는 음의 체이며 지(地)의 질(質)이다. 남녀의 교합이 끝난 뒤에는 여자의 배[腹]가 어찌 갑자기 실해지지 않겠는가. 자궁의 태가 날로 불어나고 달로 자라나 마치 기성(箕星)과 두성(斗星)처럼 거추장스러워지지만 끝내 배가 터지지 않고 더욱 커지다가 달[月]이 차 해산(解産)하고 나면 배가 다시 본래의 실로 돌아가므로, 그 자취[迹]는 허한 듯하면서도 그 기(氣)는 매우 실한 것임을 여기에서 알 수 있다. 그 자취가 허한 듯하므로 3백 84효(爻)가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고, 그 기가 매우 실하므로 3백 84효 안에는 무엇이든지 포함되어 있다. 항상 서로 기(氣)의 변화 가운데에 융합되어 있으면서, 일체를 자연의 운행에 맡기므로, 기에는 수(數)도 의탁해 있다. 수는 1에서 시작되고[始] 2에서 갈라지고[分] 4에서 열려가[開] 8에서 분산되므로[散] 16ㆍ32ㆍ64도 되고 또 4천 96까지도 되어 다함이 없는데, 1은 태극이고 2는 음양이고 4는 사상(四象)이다. 선천(先天)은 기(氣)의 상(象)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니, 기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4에서 그쳐, 하늘에는 일(日)ㆍ월(月)ㆍ성(星)ㆍ신(辰)이 되고 땅에는 수(水)ㆍ화(火)ㆍ토(土)ㆍ석(石)이 되므로,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고 땅에 사방(四方)이 있고 사람에게 사지(四肢)가 있는 것이 모두 여기에 근본한다. 4가 그 가운데 들어 있으므로, 수가 다시 5를 이루어 후천(後天)이 열렸는데, 후천은 기의 상이 이미 나타난 것이다. 기가 이미 나타났기 때문에 또 6을 이룬 것이니, 양명(陽明 6기(氣) 중의 하나)은 태양(太陽)과 소양(少陽) 가운데 끼어 있어, 양이 극히 성한 것이므로 명(明)이라 하고, 궐음(厥陰 6기 중의 하나)은 태음(太陰)과 소음(少陰)의 마지막으로, 음이 변하여 역(逆)이 된 것이므로 궐(厥)이라 한다.”고 했다.
대개, 후천이 이미 열린 뒤에는 온갖 복잡 미묘한 일들을 6기(氣)가 아니고는 그 변화를 다할 수 없는 것인즉, 6도 5에서 변화한 것이다.

한(漢) 나라 장하(張遐) 자는 자원(子遠)으로 여간(餘干) 사람. 동한(東漢) 때 진번(陳蕃)과의 문답이 있음. 의 태극론이 있었는데, 그 설이 특이하다.
장하가 스승 서치(徐穉)와 함께 진번(陳蕃)을 찾아갔는데, 마침 곽태(郭泰)와 오병(吳炳)도 자리에 있었다. 서치가, “이는 장하인데, 역리(易理)를 안다.”고 소개했다. 진번이 역리를 묻자, 장하가, “역(易)은 정해진 체(體)가 없으므로 그저 태극이라 이름한 것인바, 태는 지극히 큼을 이르고 극은 지요(至要)함을 이른다.”고 대답했다.
대개, 지극히 크고 지극히 주요한 것이 혼돈(混沌 홍황(洪荒)과 같은 뜻) 가운데서 제1차로 동하여 음양을 생한 것을 말함이다. 음양이란 기(氣)이므로, “이치는 기를 생하고 기는 이치에 의탁해 있다.”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한 나라 때에는 태극을, 지극히 크고 지극히 주요한 것으로 본 것이다.

청 나라 조길사(趙吉士)의 무극과 태극론도 매우 순수하고 분명하다.
대충 살펴보면, “태극이란 바로 이치를 이름이다. 그 체(體)가 혼돈(混沌)하여 이름할 수 없으므로 또 무극이라 일렀을 뿐, 태극의 위에 다시 하나의 무극이 있다는 것이 아니며, 태극 이외에 별도로 무극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복희(伏羲)는 맨 처음 효(爻)만 그어 놓았고, 문왕(文王)은 건원(乾元 즉 건괘(乾卦)의 단사(彖辭)를 이름)을 붙여 태극의 이치를 암시했을 뿐, 분명히 설명되지 않았다가, 공자(孔子)에게 이르러 태극이라 이름하였고, 염계(濂溪) 주자(周子)에게 이르러 무극과 태극의 뜻이 자세하게 되었다. 복희와 문왕의 극(極)을 말하지 않은 것은 음양이 생긴 이후를 좇아 논해야 하고, 공자가 태극을 말한 것과 주자가 무극을 말한 것은 음양이 생기기 이전을 좇아 추구해야 한다. 무극을 말하지 않으면 태극이 한 가지 것으로 되어 능히 만화(萬化)의 체가 될 수 없고 태극을 말하지 않으면 무극이 공적(空寂)에 빠져 만물(萬物)의 용(用)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치만은 한 가지이므로, 음양이 본디 태극이고 태극이 본디 무극인 것이다. 나는 홍범(洪範 《서경》의 한 편명)에서 말한 황극(皇極)을 태극으로 본 상산(象山 송(宋) 나라 육구연(陸九淵)의 호)을 가장 이상하게 여긴다. 황극은 전혀 사람만을 들어 말한 것이므로 후천이고, 태극은 천지와 만물을 통합해서 말한 것이므로 선천인 것이다. 극이란 이름은 같지만, 극이 된 바는 같지 않은데, 상산이 모두 하나로 보았으니, 무극에 대한 췌언(贅言)이라고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으니, 상산의 병통에 적중한 말이라 하겠다.
양용수(楊用脩)의 무극론에는, “《급총주서》에, ‘정인(正人)에게는 유극(有極)만한 것이 없고 도(道)에는 무극만한 것이 없다.’고 했으니, 정당한 말이다. 정인에 대한 유극이란, ‘그 극에 회(會)하여 그 극에 돌아가리라.’는 뜻이고, 도에 대한 무극이란, ‘그 물(物)을 생함이 헤아릴 수 없고, 또 유구(悠久)는 다함이 없다.’라는 뜻이다.”고 하였다. 이 말이 매우 현오(玄奧)하므로, 마땅히 뽑아내어 밝혀야 하겠다.
그렇다면, 무극이란 명칭은 주자(周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제가(諸家)의 태극을 논한 것으로 본다면, 태극을 분열하여 대역(大易)의 태극으로도 만들고 도가(道家)의 태극으로도 만들고 석가(釋家)의 태극으로도 만들고 하늘의 태극으로도 만들고 사람의 태극으로도 만들었다.
그 설들이 너무도 분분하여 전수해 온 연원(淵源)에 대한 근거가 정확하지 못하므로, 천고(千古)의 의심거리가 되겠지만, 태극이란 일본만수(一本萬殊)의 이치이므로, 마침내는 만수일본(萬殊一本)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제가의 설들이 다르지만, 마침내는 태극의 한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무극이란 바로 태극의 이치로서 계속 순환되어 끝이 없음을 이름이다. 만일 무극을 유극(有極)으로 본다면 천지와 태극의 이치가 없어지게 되는데, 어찌 다시 태극이 있겠는가.
우리나라에도 율곡 선생(栗谷先生 이이(李珥))의 《태극문답(太極問答)》과 정한강(鄭寒岡 구(逑))의 《태극문변(太極問辨)》 두 권과 한남당(韓南塘 원진(元震))의 태극도해설(太極圖解說)이 있는데, 《경의기문록(經義紀聞錄)》 가운데 나타났다.

태극도원류(太極圖源流) …… 변증설 : 태극도(太極圖)란 말이 생긴 원인부터 시작하여 그 전수(傳受)에 대한 내용과 그 증빙 문헌까지 열거하였다. 처음에는 진단(陳摶)의 무극도(无極圖)가 방사(方士)들의 술서(術書)로 되어 여암(呂嵒)ㆍ종리권(鍾離權)ㆍ하상공(河上公) 등에 의해 전해왔는데, 그 후 원공(元公)에 이르러 그 위차를 변동함으로 인해 태극도가 되었다는 설을 들었으며, 그 방증에 대한 것으로는 동촉(東蜀) 위기(衛琪)의 주석과 진자앙(陳子昂)의 감우시(感遇詩) 등을 들었다. 그리고 태극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해설하는가 하면 도형(圖形)까지 삽입되어 태극으로부터 시작된 천지 도수와 음양 이치의 논법이 정연히 나타나 있다.
주이준(朱彝尊) : 자는 석창(錫鬯). 청(淸) 나라 사람으로 고증학(考證學)에 능하였고, 《폭서정전서(曝書亭全書)》ㆍ《경의고(經義考)》ㆍ《일하구문(日下舊聞)》 등 저서가 있다.
진자앙(陳子昂) : 자는 백옥(伯玉), 당 무후(唐武后) 때 사람. 문장이 정아(正雅)하여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이하가 모두 추종(推宗)하였고, 《진습유집(陳拾遺集)》이 있다.
위백양(魏伯陽) : 한(漢) 나라 사람으로, 도술(道術)을 좋아하였고, 《참동계(參同契)》와 《오행상류(五行相類)》 등 저서가 있는데, 그 논설이 《주역》과 비슷하지만 《주역》의 효상(爻象)만 빌려 선술(仙術)을 수련하는 법을 다루었다.
진단(陳摶) : 자는 도남(圖南). 무당산(武當山) 구실암(九室巖)에 은거하다가 화산(華山)으로 옮겼는데, 백여 일씩이나 잠들어 일어나지 않았고, 송 태종(宋太宗)이 매우 존경하여 희이선생(希夷先生)이란 호를 주었으며, 《지현편(指玄篇)》 81장을 지어 수양ㆍ도인(修養導引)과 선단(仙丹)을 채취하는 법을 말하였다.
현빈의 문[玄牝之門] : 《노자》에, “현(玄)은 그 작용이 미묘하고 심오(深奧)한 것이고, 빈(牝)은 암컷이 새끼를 낳듯이 도(道)가 만물을 내는 것이다.”고 하였다.
여암(呂嵒) : 당 나라 사람, 자는 동빈(洞賓), 별호(別號)는 순양자(純陽子). 세칭 8선(仙)의 하나라고 불리우는데, 종남산(終南山)에서 선도를 얻었고 검술에도 신통하였다.
종리권(鍾離權) : 당 나라 사람. 호는 화곡자(和谷子), 또는 진양자(眞陽子), 또는 운방선생(雲房先生). 기골이 기이하고 신장이 8척(尺)이 넘었으며, 노인(老人)을 만나 선결(仙訣)을 받았고, 또 화양진인(華陽眞人)과 상선(上仙) 왕현보(王玄甫)를 만나 도를 얻은 다음 공동산(崆峒山)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하상공(河上公) : 한(漢) 나라 때 선인(仙人)으로 그 성(姓)은 전해지지 않았고, 문제(文帝) 때 하수(河水) 가에 초옥(草屋)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원공(元公) : 송(宋) 나라 주돈이(周敦頤)의 시호.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濂溪). 여산(廬山) 연화봉(蓮華峯) 밑에 거주하였으며, 마음이 쇄락(灑落)하여 광풍 제월(光風霽月)과 같았다고 한다.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通書)》를 지어 송 나라 성리학(性理學)의 조종이 되었다.
이천 : 이천(伊川) 이하 ‘의심쩍은 일이다’까지 29행은 《폭서정집(曝書亭集)》 태극도수수고(太極圖授受考)에는 위의 글과 동일한 자체로 되어 있으나, 오주는 소자쌍행(小子雙行)으로 처리하였으므로 본 역에서도 오주의 의사대로 따랐다.
이공(李塨) : 청 나라 사람, 호는 서곡(恕谷). 모기령(毛奇齡)을 좇아 악률(樂律)을 강론하였고 그 학(學)은 실용(實用)을 주로 하였으며, 경의(經義)를 해석하는 데 송 나라 선비와 그 의견이 달랐고 저서로는 《역》ㆍ《시》ㆍ《춘추》ㆍ사서의 《전주(傳注)》등 다수가 있다.
달마(達摩) : 양 무제(梁武帝) 때 고승(高僧). 본시 남천축(南天竺)의 왕자로 성은 찰제리(刹帝利)인데, 갈대[蘆]를 밟고 강을 건너 위(魏) 나라에 들어와 숭산(崇山) 소림사(少林寺)에 주석(住錫)하면서 9년 동안 벽(壁)을 향하여 도를 얻고 선종(禪宗)의 제 1조(祖)가 되었으며, 양 무제(梁武帝) 대동(大同) 초기에 입적(入寂)하였다.
완연경(阮揅經) : 완원(阮元)을 이름. 자는 백원(伯元), 호는 운대(芸臺). 항상 학술(學術)을 제창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삼았고, 저서로 《연경실집(揅經室集)》 등이 있다.
우번(虞翻) : 삼국 시대 오(吳) 나라 사람. 학문을 좋아하고 기개(氣槪)가 있었으며, 《주역》에 정통하고 《역주(易注)》와 《노자》ㆍ《논어》ㆍ《국어(國語)》의 《훈주(訓注)》를 서술하였다.
《건착도(乾鑿度)》 : 당(唐) 이전의 경문(經文)을 수록하여 설명한 2권의 책자로, 역위(易緯)의 하나이며 정현(鄭玄)이 주석하였다.
칠정(七政) : 일(日)ㆍ월(月)ㆍ금(金)ㆍ목(木)ㆍ수(水)ㆍ화(火)ㆍ토성(土星) 이 일곱 가지가 하늘에 운행할 때 지(遲)가 있고 속(速)이 있고 순(順)이 있고 역(逆)이 있는 것이, 마치 임금이 해야 하는 정사(政事)가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주비(周髀) : 고대(古代) 산술(算術)의 하나. 고대 천문가(天文家)에 주비ㆍ선야(宣夜)ㆍ혼천(渾天)의 3가(家)가 있었다.
대대기(大戴記) : 전한(前漢) 대덕(戴德) 지음. 고례(古禮) 2백 4편을 85편으로 깎았다.
황도(黃道) : 지구에서 보면 이 대원(大圓)의 위를 태양이 1년 동안에 한 바퀴 도는 것. 적도(赤道)와 만나는 점(點)을 춘분점(春分點)과 추분점(秋分點)이라고 함. 《한서(漢書)》에, “日有中道 月有九行 中道者 黃道也”라고 보인다.
적도(赤道) : 지구의 적도와 천구(天球)가 맞닿는 가상선(假想線). 《한서》에, “赤道二 出黃道南”이라고 보인다.
북극이 …… 않는다 : 왕번(王番) 혼천설(渾天說)에, “北極 出地三十六度 南極 入地三十六度 而崇高 正當天之中極”이라고 보인다.
위선(緯線) : 지구상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하여 가정(假定)한 선(線). 적도와 평행으로 지표(地表)를 일주(一周)한다.
경선(經線) : 남극과 북극을 연결한 지구 표면에 그은 가정(假定)의 직선(直線).
홍황(洪荒) : 개벽 초에 천지가 아직 갈라지지 않은 모양. 《운급칠첨(雲笈七籤)》에, “昔儀未分之時 號曰二源 溟滓鴻濛 如鷄子狀 名曰混沌”이라고 보인다.
총령(蔥嶺) : 파미르 고원(高原). 중국ㆍ인도ㆍ아프가니스탄ㆍ소련의 접촉 지대.
백성에게 …… 한다 : 《서경》중훼지고(仲虺之誥)의 한 대문.
임금이 …… 건했다 : 《서경》홍범(洪範)의 한 대문.
하늘과 …… 했다 : 《맹자》공손추 상(公孫丑上) 제2장의 한 대문을 인용한 것으로, “其爲氣也 至大至剛 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間”이라고 보인다.
기성(箕星)과 …… 거추장스러워지지만 : 《시경》대동(大東) 제7장의 말. 실상이 없다는 뜻으로 인용한다.
6기(氣) : 태양 한수(太陽寒水)ㆍ소음 군화(少陰君火)ㆍ소양 상화(少陽相火)ㆍ궐음 풍목(厥陰風木)ㆍ양명 조금(陽明燥金)ㆍ태음 습토(太陰濕土).
《급총주서(汲冢周書)》 : 10권으로 되었음. 진대(晉代) 총부(冢部) 사람 부준(不準)이 위 양왕(魏襄王)의 무덤에서 얻었다는 고서(古書).
그 …… 돌아가리라 : 《서경》홍범의 한 대문.
그 …… 없다 : 《중용》제26장의 두 대문으로, 성인은 천지와 같다는 것과, 천지의 도(道)는 쉼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원방수(圓方數)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4)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1 - 경전류 1 > 역경(易經)

 

무릇 수(數)는 모두 낙서(洛書) 에서 기인되었다.
낙서에 있어 사정(四正)삼천(參千 3으로 곱해 나감)의 수이므로, 1로부터 3이 되고 3으로부터 9가 되고 9로부터 27이 되고 27로부터 다시 81이 되며, 그 사우(四隅 2로 곱해 나감.)양지(兩地)의 수이므로, 2로부터서 4가 되고, 4로부터서 8이 되고 8로부터 16이 되고 16으로부터 다시 32가 되며, 그 중궁(中宮 5로 곱함.)은 3과 2[兩]의 합한 것이므로, 5로부터 25를 얻고, 25로부터 1백 25를 얻어 무궁한 데에 이르도록 변하지 않으니, 이 세 가지는 천(天)ㆍ지(地)ㆍ인(人)의 수를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왕(先王)이 관(官)을 설치하고 직분을 나누며 나라를 세우고 토지[野]를 경영하는 데에 이를 형상한 것이다.
조정에 있어서는 하늘을 형상한 까닭에, 밖으로 3공(公)ㆍ9경(卿)ㆍ27대부(大夫)ㆍ81원사(元士)의 반열이 있고, 안으로는 3비(妃)ㆍ9빈(嬪) 27세부(世婦)ㆍ81어첩(御妾)의 직(職)을 두었으며, 토지[野]에 있어서는 땅을 형상한 까닭에, 8가(家)가 한 정(井)을 함께 하고 4정(井)이 읍이 되고 4읍(邑)이 구(邱)가 되고 4구가 전(甸)이 되는데, 1전은 64정(井)으로서 수레 1승(乘 말 네 필이 딸림.)을 징출(徵出)하는 제도를 두었으며, 국중(國中)에서는 사람을 법받는 까닭에, 5백 가(家)가 당(黨)이 되고 5당이 주(州)가 되고 5주가 향(鄕)이 되어 백성의 처소를 정하고, 5백 인(人)이 여(旅)가 되고 5여가 사(師)가 되고, 5사가 군(軍)이 되어 군사 뽑는 법을 두었다.
또한 모든 것을 제작하여 후세에 전한 바로는, 악률(樂律 풍악의 5음(音)과 12율(律)을 이름)은 천수(天數)를 응용하였고 역괘(易卦 주역의 8괘를 이름)는 지수(地數)를 응용하였고 복조(卜兆 거북점의 조짐을 말함)는 인수(人數)를 응용하였다.
양자운(揚子雲 한 나라 양웅(揚雄)의 자) 의 《태현경(太玄經)》은 천수(天數)를 사용했는데 음양(陰陽)이 착란되었고, 사마온공(司馬溫公 온공은 송 나라 사마광(司馬光)의 봉호)은 인수(人數)를 사용했는데 오행(五行 금ㆍ목ㆍ수ㆍ화ㆍ토)이 국한되었다.
3×3의 수는 바로 낙서(洛書)의 수인데, 예로부터 낙서를 말한 이들이 다 오행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克)의 이치만을 말하지만, 3×3 두 자는 가장 그 신묘(神妙)함을 다한 것이다. 신성(神聖)한 우(禹) 임금이 펴 놓은 삼재(三才 천(天)ㆍ지(地)ㆍ인(人)을 이름)의 이치도 또한 3에서 3으로 곱하여 구주(九疇 《서경》의 홍범(洪範)을 이름)를 만든 것이다.
4×4의 수는 바로 《주역》 호괘(互卦)의 수이다. 역괘에는 64괘가 있는데, 그 중에 4효(爻)를 제곱[自乘]하면 16을 얻으니, 소자(邵子)가 말한, 4상(象)이 서로 교호(交互)하여 16사(事)를 이룬다.”는 것이다.
5×5의 수는 옛날 거북 점[龜卜]의 수로서 오행(五行)에서 시작된 것인데, 홍범(洪範)에서 말한, “우(雨)ㆍ제(霽)ㆍ몽(夢)ㆍ역(驛)ㆍ극(克)이다.” 한 것이 이것이다. 5를 제곱하면 25가 되는데, 그 법이 지금은 비록 전하지 않으나 홍범에 대해서는 《주례주소(周禮註疏)》에서 상고할 수 있다.
6×6의 수는 바로 갑자(甲子)의 수로서 간지(干支)를 서로 곱하면 60에서 끝나는 것이다.
7×7의 수는 시초(蓍草)의 수인데, 대연(大衍)의 수 50에서 그 사용되는 수는 49에 그친다. 대개 1년 3백 65일, 4분 일(日)의 1을 일법(日法) 4로 곱[乘]하면 1천 4백 61의 수를 얻는데, 그것을 월법[月法] 30으로 제(除)하면 48이 나눠져 10분의 7을 얻었으니, 48은 시초(蓍草)의 설책수(揲策數)로 3백 60일(日)의 정수에 응하고, 10분의 7은 시초의 괘책수(掛策數)로 5일(日) 4분일(日)의 1에 응하여 일법(日法)으로 승하면 1천 4백 61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공자 계사전(繫辭傳)에, 이기(二氣 음양을 말함)와 사시(四時)와 기월(朞月)과 윤법(閏法)을 형상한 것도 대개 이것이다.
8×8의 수는 괘수(卦數)이니 이것을 곱하면 64가 되고, 9×9의 수는 산법(算法)의 총수(總數)이다. 수(數)에는 10이 있으나 사용하는 데에는 9에서 그치므로, 10에 이르면 1로 돌아가는 것은, 10은 자리가 없는 까닭이다. 이는 수의 승(乘)ㆍ제(除)와 소(消)ㆍ장(長)에 끝이 없는 것으로, 예수(隸首)가 지은 《구장(九章)》은 복희(伏羲)가 그은 팔괘와 그 공로가 같다는 것이다.
낙서(洛書)는 삼천(參天)ㆍ양지(陽地)의 수인데, 중오(中五)는 사람의 위치이며, 홍범에는, “세우기를 황극(皇極)으로써 한다.”고 하였는데, 삼천ㆍ양지는 그 이치가 여기에서 취해진 것이며, 하도(河圖)는 천기(天奇)ㆍ지우(地耦)의 수이고 중궁(中宮)은 태극(太極)인데, 태극의 전체는 사람에 갖추어져 있다.
홍범의 하늘을 본받고 땅을 법받아 그 위치가 중앙에 이루어진 것도, 이치가 여기에 갖추어진 것이며, 하도의 수는 기수와 우수로 각각 서로 차례가 되어 시(始)와 종(終)을 삼으며, 낙서의 수는 기수와 우수로 각각 승(乘)이 되어 시와 종을 삼는다.
그러므로 하도에는, 양수(陽數)는 북(北)에서 시작하여 서(西)에서 끝나고, 음수(陰數)는 남(南)에서 시작하여 동(東)에서 끝나며, 낙서에는, 양수는 북에서 시작하여 남에서 끝나고 음수는 서남에서 시작하여 동북에서 끝난다. 하도는 순수만 있고 역수는 없으며, 낙서는 양은 순수하고 음은 역수한다. 하도의 음양은 그 장(長)할 때는 다 순수하고 그 소(消)할 때는 다 역수하며, 낙서의 양은 승(乘)할 때는 순수하고 제(除)할 때는 역수하고, 음은 승할 때는 역수하고 제할 때는 순수한다.
하도의 1ㆍ3ㆍ7ㆍ9와 2ㆍ4ㆍ6ㆍ8은 다 순수로 세어가는 것이므로 하도는 좌로 펴나간[左行]다는 것이다. 낙서의 1과 6이 합하여 7이 되고 2와 7이 합하여 9가 되고 4와 9가 합하여 3이 되고 3과 8이 합하여 1이 되며, 2와 9가 합하여 1과 상대하고 4와 3이 합하여 7과 상대하고, 8과 1이 합하여 9와 상대하고, 6과 7이 합하여 3과 대하는 것은 다 역수로 세어가므로, 낙서는 우로 펴 나간다[右行]는 것이다.
1×1은 1이 되어 나눌 수 없는 까닭에 그 모양이 원(圓)하여 하늘이 되고, 2×2는 4가 되어 나눠짐이 분명한 까닭에 그 모양이 방(方)하여 땅이 된다.
또한 원(圓) 속에 3각(角 세 개의 각(角))을 넣으면 삼천(參天)이 되고 방(方) 속에 쌍현(雙弦 두 개의 현(弦))을 넣으면 양지(兩地)가 되는 때문에 1과 4는 하늘과 땅의 체(體)가 되고 삼(參)과 양(兩)은 하늘과 땅의 용(用)이 되므로, 모든 수가 이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낙서의 9는 1과 맞서고 8은 2와 맞서고 7은 3과 맞서고 6은 4와 맞서고 5는 스스로 맞서게 되었는데, 대개 개방(開方)의 근원인 것이다.
대연(大衍)의 수는 50인데 49만이 사용되는 것은, 대개 1에서 5까지 제곱[衍]하면 55가 되는데, 그 중에 천일(天一)과 지이(地二)는 수의 시작이므로 제외하여 제곱을 하지 않고 3ㆍ4ㆍ5의 수만 제곱하면 바로 50이 된다.
3을 제곱하면 구(句)가 되고 4를 제곱하면 고(股)가 되고 5를 제곱하면 현(弦)이 되는데, 세 개의 수가 합해져도 방(方)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49를 사용하는 것이다. 49는 7의 제곱한 수요 7은 3과 4가 합한 수인데, 3과 4는 구ㆍ고의 표준인 까닭에 방과 원의 표준도 되는 것이다.
무릇 원의 안과 밖에 방이 생김과 방의 안팎에 원이 생김은 그 적(積)이 항상 원은 4이고 방은 3이기 때문에 49의 쌓임이 방이 된다.
안에 원을 함(含)함은 적(積) 36반(半)이니 방이 14를 얻고, 원(圓)이 11을 얻게 되며, 안에 방을 함(含)하면 적이 24반이니 원이 11을 얻고 방이 7을 얻게 된다.
3은 원(圓)으로 천수(天數)이고 4는 방(方)으로 지수(地數)이며 5는 삼(參)과 양(兩)의 합한 것으로 인수(人數)이고 7은 3과 4의 합한 것으로 역시 인수이다.
무릇 물건의 원(圓)한 것은 6수인데 6으로써 1을 포함한 것으로, 그 안을 비우면 6이 되고 그 안을 채우면 7이 되며, 물건의 방한 것은 8로써 1을 포함한 것으로, 그 안을 비우면 8이 되고 그 안을 채우면 9가 되는데, 양은 실(實)하고 음은 허(虛)한 것으로서 9와 7은 양수가 되고 6과 8은 음수가 된다.
그러면 음ㆍ양의 순전한 것은 다만 7과 8이다. 9수가 비록 노양(老陽)이지만, 실은 방이 쌓여 이루어진 것인즉 양이 장차 변하여 음이 되고, 6수가 비록 노음(老陰)이지만 바로 원이 쌓여 얻어진 것인즉 음이 장차 변하여 양이 될 것이므로, 《역경》에, “7일은 순전한 양이 되고 8일은 순전한 음이 되는 것이며, 용구(用九)와 용육(用六)은 음ㆍ양의 변이 되는 것이다.”고 한 것이 이것이다.
3각은 비록 수가 9이고 형상이 건(乾)이지만, 3각형으로 구(句)와 고(股)를 만든다면 한 번 변하여 정방형(正方形)이 되고, 6각은 비록 수가 6이고 형상이 곤(坤)이지만 6각형은 직경으로 1획, 둘레로 3획만 그으면 역시 한 번 변하여 혼원(渾圓)이 된다.
방과 원이 서로 변하고 하늘과 땅이 서로 합하는 현묘한 극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천지의 도는 오직 이치와 수일 뿐이다. 이치가 없으면 알 수가 없고 수가 없으면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앞에서도 변증한 바가 있지만 지금 변증한 바는 하도ㆍ낙서와 역수(易數)의 서로 연관된 원리를 겸해서 변증한 것이다.

[주C-001]원방수 …… 변증설 : 원(圓)ㆍ방(方)의 수를 변증한 것으로서, 원은 기수(奇數) 3, 방은 우수(偶數) 4를 기본으로 한 수. 여기에서는 이 수를 근본으로 하여 관직 분포, 토지 구획, 음양 역수 등의 모든 정수(定數)가 이뤄졌음을 들었는데, 특히 중요시되는 것은 숫자 풀이에 있어 원의 안과 밖에서 방형(方形)을 내는 것으로서, 원에서 방형을 만든 면적은 10분의 4가 되고, 방형에서 원을 만든 면적은 10분의 3이 되기 때문에 원사(圓四)ㆍ방삼(方三)이라 한 것이다. 이리하여 방ㆍ원의 용도는 다양하다. 음양에 있어서는 방은 음이고 원은 양이며, 천지에 있어서는 방은 지이고 원은 천이며, 숫자에 있어서는 방은 결수(缺數) 즉 홀수이며, 원은 만수(滿數) 즉 짝수여서 방이 원을 이루기도 하고 원이 방을 이루기도 하니, 그 변화가 음양 오행(陰陽五行)과 같다.
낙서(洛書) : 중국 고대 주(周) 나라 문왕(文王) 때 낙수(落水)에서 거북이 등에 지고 나온 그림을 가리킨다.
사정(四正) : 동ㆍ서ㆍ남ㆍ북의 정방위(正方位)를 말함. 간지(干支)로는 자(子)ㆍ오(午)ㆍ묘(卯)ㆍ유(酉)이고, 팔괘(八卦)로는 감(坎)ㆍ이(離)ㆍ진(震)ㆍ손(巽)에 해당한다.
삼천(參天) : 낙서의 동ㆍ서ㆍ남ㆍ북에 배열(排列)된 수로, 북 1, 남 9, 동 3, 서 7의 기수(奇數) 중에서 1ㆍ3 양수(陽數)를 말한다.
사우(四隅) : 네 정방위의 간방(間方). 동남간방ㆍ서남간방ㆍ서북간방ㆍ동북간방임. 간지로는 축인(丑寅)ㆍ진사(辰巳)ㆍ미신(未申)ㆍ술해(戌亥)이고 팔괘로는 간(艮)ㆍ손(巽)ㆍ곤(坤)ㆍ건(乾)에 해당한다.
양지(兩地) : 낙서 사우(四隅)에 배열된 수인 2ㆍ4ㆍ6ㆍ8 중에서 2ㆍ4의 음수(陰數)를 말한다.
중궁(中宮) : 낙서의 중앙 5수를 말함. 이 5수는 삼천(參天)ㆍ양지(兩地)의 수가 합하여 된 수이다.
팔가동정(八家同井) : 중국 고대 주(周) 나라에서 서민에게 토지를 분배해 주던 법. 곧 9백 묘(畝) 땅을 정(井) 자로 경계를 갈라 둘레의 8백 묘를 서민 여덟 집이 사전(私田)으로 하여 각기 경작을 하고 중앙의 1백 묘는 공전(公田)이라 하여 여덟 집이 함께 경작하여 나라 조세(租稅)로 바치던 제도(制度)이다.
상생과 상극 : 상생은 금생수(金生水)ㆍ수생목(水生木)ㆍ목생화(木生火)ㆍ화생토(火生土)ㆍ토생금(土生金)이고, 상극은 금극목(金克木)ㆍ목극토(木克土)ㆍ토극수(土克水)ㆍ수극화(水克火)ㆍ화극금(火克金)을 말한다.
호괘(互卦) : 《주역》64괘 중에 노음(老陰) 곤괘(坤卦)와 노양(老陽) 건괘(乾卦)를 제외하고는 모두 호괘를 이룰 수 있다. 가령 규괘(睽卦)라면, 초구(初九)ㆍ구이(九二)ㆍ육삼(六三)으로 된 내괘(內卦) 태(兌)와, 구사(九四)ㆍ육오(六五)ㆍ상구(上九)로 된 외괘(外卦) 이(離) 중에서 초구와 상구효를 제외한 구이에서 위로 육오까지 합하면 이괘(離卦)가 되고 다시 육삼에서 위로 육오까지 합하면 감괘(坎卦)가 되므로 이것을 호괘라 한다. 그러므로 이 중간의 4효(爻)를 4로 곱하면 16괘를 얻게 되고, 16을 더[加]하면 32괘를 얻게 되고, 32를 더하면 64괘가 되니, 16+16은 음괘 16과 양괘 16을 말함이요 32+32 역시 음ㆍ양괘를 가리킴이다.
상(象) : 태양(太陽)ㆍ소음(少陰)ㆍ소양(少陽)ㆍ태음(太陰)을 말한다.
갑자(甲子) : 갑과 자는 간(干)과 지(支)의 시작. 갑자로부터 계해(癸亥)까지 60이 된다.
시초(蓍草) : 신령한 풀의 이름. 이 풀은 처음 싹돋을 때부터 50개의 잎이 똑같이 나와 자란다 함. 50은 대연(大衍)의 수이므로, 그 풀을 가지고 산대를 삼아 점쳤다.
대연(大衍)의 수 : 하도(河圖) 중앙의 5수와 지(地)의 10수를 곱하여 얻어진 수다.
일법(日法) : 1년 3백 65일 9백 40분 날[日]의 4분의 1을 말한다. 《書經 堯典》
설책수(揲策數) : 6효(爻) 점을 할 때 시초(蓍草) 48개의 줄기를 양손에 나눠 가지고, 네 줄기씩 세어가는 것을 말한다.
괘책수(卦策數) : 6효 점을 할 때, 시초를 세어가기 전에 시초 한 줄기를 뽑아 약지(藥指)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끼는 것을 가리킨다.
예수(隸首) : 상고(上古) 시대 황제(黃帝)의 신하 이름. 그는 황제의 명으로 《구장(九章)》 산술법을 지었는데, 곧 방전(方田)ㆍ속미(束米)ㆍ차분(差分)ㆍ소광(少廣)ㆍ상공(商功)ㆍ균수(均輸)ㆍ영부족(嬴不足)ㆍ방정(方程)ㆍ구고(句股)이다.
세우기를 …… 한다 : 《서경(書經)》 홍범 구주(九疇) 오황극에 있는 말로, 임금이 백성을 다스리되 모든 표준을 세우기를 중앙 황극(皇極)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임금은 모든 정무를 오직 중용으로 지공무사해야 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인도(人道)의 표상(表象)을 말한다.
양수 …… 끝나며 : 하도(河圖)에 배열(排列)된 수(數)의 운행을 말한 것으로, 양수(陽數)나 음수(陰數)가 모두 순수(順數)함을 지적한 것이다. 양수 1은 북에서 시작하여 서쪽에서 마치고, 음수는 남에서 시작하여 역시 순수하여 동에서 마친다.
양수 …… 끝난다 : 낙서(洛書)에 배열된 수의 운행을 말한 것으로, 하도의 음수 양수가 다 순수하는데 반해 이것은 양은 순수하고 음은 역수한다.
3을 …… 현 : 구ㆍ고ㆍ현(句股弦)은 산법(算法)의 일종. 직각(直角)의 양변과 고와 구의 위 양끝에 잇대어 그은 선을 말한다. 구는 수직(豎直), 고(股) 밑의 평행선(平行線)을 말한다.
용구(用九)와 용육(用六) : 용구는 건(乾) 6양이 모두 음으로 변함을 말함이요, 용육은 곤(坤) 6음이 모두 양으로 변함을 말함이다. “用九天德不可爲首也”라 하고, 주에, ‘言陽剛不可爲物先 故六陽皆變而吉’ 하였으며, “用六永貞以大終也”라 하고, 그 주에, ‘初陰後陽故曰大終’이라 하였다. 《周易 乾ㆍ坤卦》

시초(蓍草)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11)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1 - 경전류 1 > 역경(易經)

 

《역(易)》에, “하늘이 신물(神物)을 내니 성인이 그를 법받았다.” 했다. 시초가 뿌리는 하나이고 줄기는 1백 개인데, 그것을 둘로 나누어 사용하면 각각 50개가 되니, 이것은 대연수(大衍數)가 되는 것이다. 이 시초가 즉 하늘이 낸 신물인데, 성인이 이를 법받아 대연수로 사용하니, 참으로 변화의 도(道)는 신명이 하는 것인 줄 알겠다. “그윽이 신명을 도와 시초를 만들고, 하늘의 수 삼(三)을 더하고 땅의 수 이(二)를 더하여, 그 50수에 의하여 변화를 음양에 보아 괘를 세우고, 강유를 발휘해서 효를 만들었다.”했고, “시초의 덕은 둥글어 신통하고, 괘의 덕은 모져서 지혜로우며, 육효의 뜻은 변역하여 길흉을 고해 준다.”하였으니, 시초의 수와 괘효를 상으로 분리할 수 없음을 볼 수 있다. 책(策 점치는 산대)은 시초의 줄기 수이니, 《곡례》에, “책이 시가 된다.” 한 것이 바로 이것이며, 시초는 책수(策數)를 늘린 것이니, 《역》의 대전(大傳)에, “건ㆍ곤 두 편의 책이다.” 한 것은 바로 산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현재 남아 있는 시초의 숫자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시초를 세는 방법은, 언제나 세 번을 세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 것이 모두 13책이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이 36책이면 이것은 노양의 효가 되며, 세 번을 세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 것이 모두 17책이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이 32책이면 이것은 소음의 효가 되며, 세 번을 세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 것이 모두 21책이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이 28책이면 이것은 소양의 효가 되며, 세 번을 세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 것이 모두 25책이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이 24책이면 이것은 노음의 효가 되는 것이다. 웅붕래(熊朋來)가 지은 《시설론(蓍揲論)》이 있고 《역》전에 서의가 있으니, 참고할 만한 것들이다.
곡례에, “복(卜 거북으로 점치는 것)과 서(筮 시초로 점치는 것)를 서로 거듭하지 않는다.”한 것은 대개 거북으로 점치는 사람과 시초로 점치는 사람이 제각기 전문으로 맡은 직책이 있었기 때문에, 오직 거북점만이 거북점을 거듭할 수 있고, 시초점만이 시초점을 거듭할 수 있다. 만일에 거북점을 가지고 시초점을 거듭하게 한다거나, 시초점을 가지고 거북점을 거듭하게 한다면, 그 점치는 방법이 서로 통할 수 없는 것이다.
《예기》에, “시초점을 먼저 하고 거북점을 뒤에 한다.” 하였고, 홍범(洪範)에, “거북점도 길[從]하고, 시초점도 길하다.”는 말이 있으니, 이것을 보면 시초점과 거북점을 실로 둘 다 병용했던 것이다. 다만 옛날 사람들이 큰 일을 거북점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큰 일은 거북점으로 하고, 작은 일은 시초점으로 한다.” 말하였고, 《좌전》에 이것에 의하여, “시초점은 짧고, 거북점은 길다.”고 말하였으니, 두 가지를 한꺼번에 점쳤을 때에는 거북점을 따르는 것으로 주장을 삼았던 것이다.
《역》에는 시초점과 거북점에 대해 모두 그 훌륭한 덕을 칭찬하여, 본래에는 높고 낮음이 없었는데, 시초점이 짧고 거북점이 길다는 것은 대개 시속의 전설로부터 시작되어, 시초점과 거북점을 드디어 경중(輕重)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다만 거북점은 상(象)만을 주장하고 시초점은 수(數)만을 주장하니, 상이란 오행을 연구하는 것이요, 수란 두 체[二體 상괘(上卦) 하괘(下卦)]를 보는 것이다. 점을 올바로 쳐서 올바로 아는 것은, 역시 점치는 사람의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순(舜)이 “거북점도 길하고 시초점도 길하다.”고 말하였으니, 그렇다면 당ㆍ우(唐虞) 이전에도 두 가지 점치는 법이 모두 다 있었을 것이다. 혹은 “복희씨(伏羲氏)가 맨 먼저 거북점을 만들었고, 신농씨(神農氏)가 맨 먼저 시초점을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역시 증거 없는 억설(臆說)일 뿐이다. 이상의 말한 것은 시초를 가지고 써먹는 것만 말한 것이니, 다만 써먹는 것만 말하고 본체를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다만 한 가지만 알고 두 가지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울러 시초의 본체를 말한다.
시초는 신농 본경(神農本經 《본초강목(本草綱目)》을 가리킴.)에 처음으로 보이는데, 그 성질과 맛이 사람의 원기를 더하고 창자를 채우고 눈을 밝힌다. 《설저(說儲)》에는, “복희와 문왕의 무덤 위에 모두 시초가 난다.” 하였다.
복희씨 능묘(陵墓)는 《사기》에는 “남군(南郡)에 있다.” 하였고, 황보밀(皇甫謐)은, “누구는 산양(山陽) 고평현(高平縣)에 있다고 한다.” 하였고, 《여도비고(輿圖備考)》에는, “섬서성(陝西省) 진주(秦州)에 있다.“ 하였고, 청나라 《일통지(一統志)》에는 “진주 회령현(淮寧縣)에 있으니, 바로 옛 완구(宛丘)다.” 하였고, 또는, “연주(袞州) 어대현(魚臺縣)에 있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복희의 무덤이 모두 다섯 곳인데, 다섯 능에 다 시초가 나는 것일까? 주 나라 문왕의 능은 옹주(雍州) 함양현(咸陽縣)에 있다. 상고하건대, 《청회전(淸會典)》과 《일통지》에, “회령으로 복희의 능이라 하고, 함양으로 문왕의 능이라 하여 모두 관원을 보내어 제사지낸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회령의 복희의 능과 함양의 문왕 능 위에 시초가 나는가 보다
반거연(潘去然)은 “공림(孔林)의 시초가 여섯 모다.” 하였고, 《물리소지》에도 “또한 공림 시초가 여섯 모다.” 했다. 《물리소지》에 방중리(方中履)가 말하기를, “시호(蓍蒿)ㆍ인진(茵蔯)ㆍ애(艾)ㆍ유(薷)가 모두 다북쑥 종류인데, 시초는 오래 묵어서 끝 부분이 밑둥보다 크기 때문에 신명의 도움이 시초에 돌아오는 것이다. 한 줄기가 곧바로 올라가서 백 년을 묵으면 줄기가 백 개가 되고 길이가 여덟 자가 되며, 복희와 공자의 묘 위에 나는데 공림의 시초는 여섯 모졌으니, 지금의 인진과 호(蒿)가 바로 시초다.” 했다.
《자서》에, “시초는 쑥 종류로서 시초점을 치는 데 사용한다. 천 년이 되면 뿌리 하나에 줄기는 백 개가 되며, 그 아래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 지키고 있다.” 하였다. 호(蒿)는 봉(蓬)의 종류니 봉호(蓬蒿)는 어란초(禦亂草)다. 공자의 묘는 노(魯) 나라 곡부현 궐리 공림(曲阜縣闕里孔林)에 있다.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이 저술한 《지봉유설》에, “옛날에 시초를 사용하여 점을 쳤는데, 상고하건대 《본초》에, “시초는 사철쑥과 비슷하고 꽃은 국화꽃과 같다.” 했으며, 또 “밑둥 하나에 줄기가 백 개다.” 했는데, 지금 사람들이 그 모습이 같은 것은 구하지 않고, 꼭 밑둥 하나에 줄기가 백 개인 것만을 구하다가 구하지 못하면 “시초는 우리나라에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니, 이것은 잘못이다. 교수(敎授) 박자우(朴子羽)가, “요전에 채마밭에서 이상한 풀을 보았으니, 한 뿌리에 30~40줄기인데 사철쑥과 비슷하나 사철쑥은 아니다. 잎이 가늘고 길며, 꽃은 국화꽃처럼 생겼는데 엷은 자주색이다. 그래서 《본초도경(本草圖經)》을 대교해 보니, 이것이 시초임에 의심이 없다.”고 하였다. 옛날에 어느 부인이 시초를 베어 땔감을 만들다가 쑥이 하도 많아 비녀를 쑥 속에 잃고 못 찾았다. 의방(醫方)에, “시초는 실지로 약에 쓰이니, 지금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 것인데도, 이것이 시초인 줄을 아는 사람이 없다. 대개 시초는 희귀한 물건은 아니다. 다만 그 오래 묵은 것을 취하여 길ㆍ흉을 점치기 때문에 천 년 묵어서 밑둥 하나에 줄기 백 개인 것을 구하기 어려울 뿐이다.” 하였다.
상고하건대, 시초가 밑둥 하나에 줄기가 백 개라고 말하지만 어느 것이고 다 그런 것은 아니어서, 혹은 백 개에 맞지 않고 수십 줄기도 되며 여남은 줄기도 되며 대여섯 줄기가 되어도 역시 시초라 부른다. 어쨌던 오래 묵어서 줄기가 많은 것을 귀중품으로 여긴다. 인진(茵蔯)ㆍ호(蒿)는 우리나라 명칭으로 다위직이(多魏直伊)인데, 곳곳마다 있어서 밭에나 들에 많이 자라고 있으니, 이 쑥을 시초라고 한다면 비록 수레에 싣도록 채취한다 하여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묘(正廟) 경술년(1790)에 영재(泠齋) 유득공(柳得恭)이 별사(別使)를 따라 연경(燕京)에 들어갔을 때 부자(夫子)의 72대손인 연성공(衍聖公) 공헌배(孔憲培)를 만나 보니, 연성공이 공자묘 위에 난 시책 50개를 기증했었다. 영재가 귀국하여 마침내 딴 사람의 소유가 되어서 지금은 누구에게 소장돼 있는지 모르지만, 공자의 묘 위에 난 시초가 다행히도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으니, 어찌 보배가 아니랴? 시초점을 아는 사람이 없는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시초(蓍草)에 대한 변증설 : 점을 칠 때 사용하는 풀을 변증한 것. 시초와 같은 형태를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다북쑥[茵蔯]에 비해 말하면서 즉 다북쑥이 시초라는 것을 주장했으며, 아울러 거북점[龜卜]과의 비교와 점치는 방법까지 들었다. 그리고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을 비롯하여 역대 제가(諸家)들이 말한 모든 시초에 대한 자료를 들어 변증하고 그 자료에 대해 논평까지 곁들였다.
하늘이 …… 법받았다 : 계사 상(繫辭上) 제11장에 보이는 문구로서, 성인(聖人)이 《역》을 짓게 된 네 가지 즉 “天生神物 天地變化 天垂象 河出圖洛出書” 중에 한 가지 신물(神物)은 즉 시ㆍ구(蓍龜)를 가리킨다.
그윽이 …… 만들었다 : 《주역》설괘전(說卦傳) 제1장을 인용한 것. 성인이 《역》을 지은 과정과 그 공효를 말하였다.
시초의 …… 준다 : 계사 상 제11장에 보임. 즉 시초의 변화 무방(無方)한 것, 괘의 정리(定理)가 있는 것, 효가 변역(變易)하는 것을 말하였다.
건ㆍ곤 …… 책이다 : 계사 상에, “乾之策二百一十有六 坤之策百四十有四 凡三百有六十 當期之日 二篇之策 萬有一千五百二十 當萬物之數也"에서 인용되었다.
복 …… 않는다 : 거북점을 쳐서 불길할 때 다시 시초점을 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거북점 …… 길하다 : 《서경(書經)》 홍범(洪範) 계의(稽疑)에 보인다.
큰 …… 한다 : 《예기(禮記)》 표기(表記)에 보인다.
시초점 …… 길다 : 《좌전(左傳)》 희공(僖公) 4년 조에 보인다.
거북점 …… 길다 : 《서경》대우모(大禹謨) 편에 보인다.
《설저(說儲)》 : 명(明) 나라 진우모(陳禹模)의 저서. 초집 8권, 2집 8권으로 되었는데, 내용은 대개 불교(佛敎)를 찬양한 것이 많다.
《물리소지(物理小識)》 : 청(淸) 나라 방이지(方以智)의 저서. 방중리(方中履)는 방이지의 아들인데, 본문에 “중리가 말했다.”는 것은 기록의 착오인 듯하다.
유득공(柳得恭) : 본관은 문화(文化), 자는 혜풍(惠風)ㆍ혜보(惠甫) 호는 영재(泠齋). 이덕무(李德懋)ㆍ박제가(朴齊家)ㆍ서이수(徐理修) 등과 규장각 검서(奎章閣檢書)로 발탁되어 4검서라 일컬었고, 북학파에 속하는 실학자로서 저서에는 《영재집(泠齋集)》이 전한다.

왕필(王弼)의 역리(易理)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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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필(王弼)이 청담(淸談)하던 세상에 태어나 《역(易)》을 해설하고 이치를 말하였으니, 그의 훌륭함은 칭찬할 만한데 미공(眉公) 진계유(陳繼儒)가 폄(貶)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공이, “《역》의 묘리는 획(畫)에 있는데, 왕필은 이치만을 말하여 송 나라 학자들에게 상수(象數)의 문을 열어 《역》이 드디어 하나의 처음과 끝이 있는 책처럼 되었으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하였다.
상고하건대, 《주역약례(周易略例)》는 진(晉) 나라 왕 필의 저서인데, 유가(儒家)에서는 비록 그가 노(老 노담(老聃))ㆍ장(莊 장주(莊周))을 따라 공리(空理)만으로 《역》을 말했다고 하여 비웃지만 그의 글과 말이 명백하고 깨끗하여 읽을 만한 책이다. 형도(邢璹)는, “《약례》가 크게는 한 권의 전체 뜻을 모았고 적게는 6효의 득실(得失)을 밝혀, 승승역순(承乘逆順)의 이치와 응변정위(應變情僞)의 단서가 쓰임에 행(行)과 장(藏)이 있고 말이 험하고 평탄함이 있으니,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하늘과 땅의 진리를 모두 알고 귀신의 이치를 헤아려 나라와 가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하였으니, 대개 독실히 믿었던 것이다. 그의 《약례명상(略例明象)》에, “상이란 뜻을 표출(表出)하는 것이요, 말이란 상을 밝히는 것이다.” 했고, 형도의 주에, “건(乾)은 변화하는 것이며 용(龍)이란 바로 변화하는 물건이니, 건의 상(象)을 알려면 용이라는 것을 빌어서 건을 밝혀야 하고, 용을 알려면 말[言]을 빌려서 용을 나타내어야 하니, 용은 곧 뜻을 나타낸 것이다.” 하였으며, 《약례》에, “말이란 상을 밝히는 것이니 상이 밝으면 말은 버려야 하고, 상이란 뜻을 나타내는 것이니 뜻이 나타나면 상은 버려야 한다. 이것은 마치 덫이란 토끼를 잡는 것이니 토끼를 잡으면 덫을 버리고, 통발이란 물고기를 잡는 것이니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란 상을 구하는 덫이요, 상이란 뜻을 구하는 통발이다.” 했고, 그 주에, ‘용상(龍象)을 얻으면 그 말은 버려도 되고, 건상(乾象)을 얻으면 그 용을 버릴 수 있다.’ 하였다. 《약례(略例)》에는, “유(類)로 미루면 상이 될 수 있고, 뜻에 맞으면 증거가 될 수 있으니, 뜻이 참으로 건(健)에 있으면 어찌 꼭 말[馬]이어야 하며, 유가 참으로 순(順)에 있으면 어찌 꼭 소[牛]이어야 하느냐.” 했다. 어떤 사람은 말은 건에만 일정해져 있다 하나, 상고하건대 비괘(賁卦)에, “말은 있어도 건은 없으니, 위설(僞說)이 많이 퍼져서 다 적을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의 말이 이치에 맞으니, 미루어 책 읽는 법을 삼아야 한다.“ 하였으니, 세상에서 그의 말한 격조(格調)가 후세처럼 난만(爛漫)하지 못하고 노ㆍ장의 학이라 말하여 배척할 수 있겠는가? 공평한 마음으로 자세히 읽어보면 지극한 이치를 찾아볼 수 있으니, 진(晉) 나라 때의 청담이라 하여 죄를 주고 공격해서는 안될 것이다.


왕필(王弼)의 …… 변증설 : 본 변증설은 주로 노장(老莊) 학자인 왕필이 지은 《주역약례》에 대해 훌륭한 저서로 인정, 이에 대해 부당하게 여긴 진계유(陳繼儒)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한편, 이를 독실히 믿었던 형도(邢璹)의 말을 많이 인용하여 그 내용이 명백하고 깨끗하여 읽을 만하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주역약례(周易略例)》 : 명단(明彖)ㆍ명효통변(明爻通變)ㆍ명괘적변통효(明卦適變通爻)ㆍ명상(明象)ㆍ변위(辯位) 약례하(略例下)ㆍ괘략(卦略)으로 되어 있으며, 당 나라 때 사문조교(四門助敎)로 있던 형도(邢璹)가 주를 냈다.
《약례》 …… 바로 잡을 수 있다. : 《주역약례》서문에 보인다.
건(乾)은 …… 것이다. : 이는 《주역》건괘(乾卦)의 건의 상(象)을 용(龍)으로 표현했으니, 용이란 변화 무쌍한 것으로서 건의 변화가 이와 같음을 말한 것이다.
물고기를 …… 버리는 것 : 《장자》 외물편(外物篇)에,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이란 말이 보인다.
말은 …… 없다 : 《주역》비괘 육사효사(六四爻辭)에, “賁如皤如 白馬翰如 匪寇婚媾"란 말이 보인다.

길흉(吉凶) 회린(悔吝)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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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은 길흉(吉凶)ㆍ회린(悔吝)의 도가 있다. 오는 일을 아는 점[卜]은 전혀 기미(幾微)에 있는데, 기미의 징험할 수 있는 것은 길흉과 회린일 따름이다. 선을 행하면 길한 법이니, 길이란 마음의 편안한 곳이요, 불선을 행하면 흉한 법이니, 흉이란 마음의 편치 못한 곳이다.
흉한 데로부터 길한 데로 가는 것은 곧 회니, 회란 마음속에 깨달음이 있어 반드시 고치려고 하고, 길한 데서부터 흉한 데로 향하는 것은 곧 인(吝)이니, 인이란 마음속에 부끄러워하는 바가 있어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대저, 길이란 상서롭고 화평한 기운이므로 봄에 속한다. 그러나 길한 뒤에는 반드시 뜻을 멋대로 부리고 감정만을 따라 행하는 일이 있어 부끄러움이 있게 되며, 인 역시 봄이 지난 뒤에 여름이 되어 성한 양기는 이미 극도에 이르고 미미한 음기가 싹트는 것과 같다. 흉이란 참혹하고 살벌한 기운이므로 가을에 속한다. 그러나 흉한 뒤에는 반드시 부끄럽고 한스럽게 여기고 깨달음에 있어 허물 고치기를 생각하게 되며, 회 역시 가을이 지난 뒤에 겨울이 되어 음의 도가 이미 궁하고 하나의 양기가 회복되는 것과 같다.
허물 고치기를 부끄러워하여 그른 일을 한다면 화를 불러들이는 것이므로, 인하면 반드시 흉함을 이루게 되는 것이 마치 여름이 지나간 뒤에 가을이 되어 음의 기운이 점점 성하면 반드시 꺾이고 상함을 당하는 것과 같고, 허물을 고쳐 착한 데에 옮기는 것은 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회하면 반드시 길함을 이루게 되는 것이 마치 겨울이 지난 뒤에는 봄이 되어 양의 기운이 점점 자라나면 아름답고 화평한 것을 순조롭게 이루는 것과 같다.
이 네 가지 밖에도 또 이른바, ‘무구(無咎 허물이 없다는 뜻)다.’는 것이 있으니, 곧 사시(四時)에 충기(沖氣)가 있는 것과 같고, 또 오행(五行)에 토(土)가 있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하루도 길흉 회린 속에 있지 않은 날이 없고 또 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데로 가려 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러나 흉한 것을 피하려는 마음이 승(勝)하면 반드시 해로운 데 이르러 구차하게 면하려 하고, 길한 것을 따르는 마음이 승하면 반드시 이로운 데 이르러 요행을 구하려 한다.
오직 군자의 마음만은 그렇지 않아, “나는 무구(無咎)를 구할 따름이다.” 한다. 무구를 구하는 자는 그 길할 수 있는 도를 닦되, 길한 것은 꼭 얻으려는 데에 마음이 없고, 이미 길한 데에 이르더라도 무구하려는 마음에 걱정하고 두려워하여 항상 존재하며, 흉한 것에 이르는 도를 버리되 또한 흉한 것을 꼭 피하려는 데에 뜻이 없고, 불행히 흉하게 되더라도 그 무구하려는 마음에 놀라고 애태워 항상 편안하다. 이는 다 떳떳한 이치로 말한 것이다. 세상에는 진실로 악한 것을 하고도 길함을 얻는 자가 있고, 착한 일을 했는데도 흉함을 만나는 자가 있으나, 이는 변고요 떳떳한 이치는 아니니, 변고는 떳떳한 것을 이기지 못한다. 때문에, “정(貞)이 승(勝)한다.”하였다.
정이란 떳떳함이니, 떳떳한 것으로 이김을 삼는 것을 말한 것이다.
천하의 움직임은 기수(氣數)가 참치(參差 일정하지 않고 차질이 남)하고 인사(人事)가 착유(錯糅 어긋나고 뒤섞임)하여, 진실로 어지럽고 고르지 않다. 그러나 떳떳한 도리로써 이김을 삼는다면 그 떳떳이란 것이 어찌 한 이치 밖에 벗어남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천하의 움직임은 하나에 항상하는 것이다.[天下之動貞夫一者也]” 하였다.
우(禹)는 “도에 순하면 길하고 거스림을 따르면 흉하나니, 오직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다.”하였고, 익(益)은, “가득하면 덜림을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 법이니, 이것이 곧 하늘의 도이다.”하였고, 성탕(成湯)은, “하늘의 도는 착한 자에게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 화를 내린다.”하였고, 이윤(伊尹)은, “오직 상제(上帝)는 한 군데에 고정되지 않으사 착한 일을 하면 많은 상서를 내려 주고 불선한 일을 하면 많은 재앙을 내린다.” 하였으니, 이것을 이르되, ‘하나에 항상한다.’는 것으로, 그 도가 언제나 천고(千古)에 펴져 있는 것이다. 저 간사한 자의 복됨과, 허물이 없는 자의 재앙은 다 우연의 소치이므로 오래지 않아 그 떳떳함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재화와 복됨은 나오는 문이 별도로 있지 않고 오직 사람 자신들이 부르는 것이다.” 한 것은 바로 이를 이름인저.

[주C-001]길흉 …… 변증설 : 이는 《주역》계사 상(繫辭上) 제3장, “吉良者言乎其失得也 悔吝者言乎其小疵也"에서 인용된 문구를 변증한 것으로, 실패 소득의 상(象)과 근심 걱정의 상을 말하였다. 여기에서는 이것을 선악(善惡)에 비유하여, 선을 행하면 길하고 악을 행하면 흉하다는 이치를 들고, 또 계절에 비하여 길(吉)은 봄, 흉(凶)은 가을에 붙여 변동될 수 있다는 이치를 들었다.
기미(幾微) : 은미(隱微)하여 아직 나타나지 않은 현상을 말한다.
충기(沖氣) : 중간 기운을 말함. 춘ㆍ하ㆍ추ㆍ동(春夏秋冬) 사시(四時)를 오행(五行)으로 나눠보면, 춘목(春木)ㆍ하화(夏火)ㆍ추금(秋金)ㆍ동수(冬水)뿐, 토(土)가 빠졌으므로 네 계절 중에서 각 중월(仲月)인 2월ㆍ5월ㆍ8월ㆍ11월을 토왕(土旺) 행사의 달로 정하고 그 기간은 각각 18일씩임. 즉 무구(無咎)를 사시(四時)의 충기와 오행의 토(土)로 본 것이다.
정(貞)이 승(勝)한다. : 《주역》계사 하 “吉凶者 貞勝者也”의 주에, ‘정은, 정(正)이며 상(常)이니, 만물은 그 정한 것으로 떳떳함을 삼는다.’ 하였다.
천하의 …… 것이다. : 계사 하에, “천지의 도는 정(貞)히 관(觀)하는 것이요, 일월(日月)의 도는 정히 명(明)하는 것이요, 천하의 동은 일(一)에 정하는 것이다.” 하였다.
도에 …… 같다 : 우(禹) 임금이 신하 익(益)과 대화한 중의 한 대문으로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보인다.
가득하면 …… 도이다. : 익(益)은 우 임금의 신하의 한 사람. 《서경》 대우모(大禹謨)에 나온다.
하늘의 …… 내린다. : 《서경》탕고(湯誥)에 나온다.
오직 …… 내린다. : 이윤(伊尹)은 탕(湯) 임금의 신하. 《서경》 이훈(伊訓)에 보인다.

괘상(卦象)을 그릴 때 밑에서부터 그어서 위로 올라감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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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글씨를 쓸 때에는 반드시 위로부터 아래로 써내리고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써 가는 것은 곧 자연의 이치인데, 지금 괘상을 그릴 때에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그으니 이것은 무슨 이치인가?
음양의 기운이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는 것은 곧 이치이다. 동지(冬至) 때에는 추운데 샘물이 따뜻한 것은 아래 흙이 항조(亢燥)해져서 양의 기운이 아래에서 생기기 때문이요, 하지(夏至) 때에는 더운데 샘물이 유독 찬 것은 아래 흙이 진습(津濕)해서 음의 기운이 아래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겨울은 어찌하여 따뜻하지 않은가? 양의 기운이 땅에 있어서 나오지 못하고 음의 기운이 죄다 위로 밀려나기 때문에 추운 것이다. 여름은 어찌하여 춥지 않은가? 음의 기운이 땅에 있어 올라오지 못하고 양의 기운이 죄다 위로 밀려나기 때문에 더운 것이다.
태허(太虛 우주(宇宙). 즉 공간을 말함) 가운데는 한 기운이 왕래함에 지나지 않으므로 한 괘를 잘라 6계단으로 만들면 사라지고[消] 자라나는[長] 차례를 볼 수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나무가 먼저 뿌리에서부터 시작되고 사람이 먼저 신장(腎臟)에서부터 비롯되는 것도 모두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이치이다. 또한 현저한 것으로, 우레와 구름과 바람과 비가 위로 하늘에 행하는데 그 근본인즉 다 땅으로부터 올라간 것이며, 한 해의 기운은 위로 직상(直上)하고 태허의 기운은 옆으로 퍼지는 것이다.
괘에는 비록 그 수에서 하나의 획을 더하거나 줄이려 하되 그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괘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생겨서 먼저 그은 것이 초효(初爻), 중간이 차효(次效), 끝이 곧 상효(上爻)이니, 이것이 《역(易)》의 차서이다.
그러나 그 근본 이치를 연구해 보면 역시 태(胎)에서 기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생물들이 태 속에 있을 때는 거꾸로 생겨나지[倒生] 않는 것이 없다. 아래로부터 생겨나는 것은 괘효의 차서이지만 태를 조화(造化)하는 이치와 은연 중에 부합되니, 지극한 이치는 자연에 부합되는 법이다.
무릇 풀과 나무와 여러 곡식의 열매도 다 거꾸로 생겨나서 머리가 그 줄기에 매어졌는데, 열매의 위인 꼭지 달린 부분이 도리어 뿌리가 되는 것이며, 사람과 새짐승의 포태하는 데에도 머리가 다 스스로 아래로 있으니, 여기에서 충분히 하늘과 땅 조화의 뜻을 볼 수 있다.
《역》이란 역수(逆數)를 뜻한 것이다. 괘를 긋는 것이 애래로부터 생기니, 어찌 역수란 것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괘상(卦象)을 …… 변증설 : 괘획(卦畫)을 그을 때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은 음양의 기운이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이치를 따른 것임을 변증했는데, 이로써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워지는 이치이며, 나무가 뿌리부터 시작되고 사람이 신장(腎臟)부터 생기는 이치를 밝혀 《역》의 이치는 자연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항조(亢燥) : 동지(冬至)가 되면 1양이 처음으로 생겨 땅속에 눌려 있으므로 모든 음기가 자연히 위로 밀려나와 기후는 차지만, 샘물은 땅속에 눌려 있는 양에 의하여 따뜻한 것이다. 동지에 해당되는 지뢰복괘(地雷復卦)만 보아도 알 수 있다. 1양이 아래에 있고 5음이 위에서 누르고 있으므로 압축이 심하여 땅속은 따뜻한 반면에 5음이 땅 위로 배출되어 온 천지가 추운 것이다.
진습(津濕) : 하지(夏至)가 되면 1음이 처음으로 생겨 땅속에 잠복해 있으므로 모든 양기가 지상으로 밀려나와 기후는 몹시 덥지만 지하의 샘물은 차갑다. 역시 하지에 해당되는 천풍구괘(天風姤卦)를 보아도 동지와의 반대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혼(魂)이 유산하여 변(變)이 됨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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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易經)》에, “혼이 유산하여 변화된다.[游魂爲變]” 하였다. 여기서 “정기가 어리어 물체가 된다.[精氣爲物]” 함은 무형(無形)에서 유형(有形)을 낳음이요, “혼이 유산하여 변화된다.”함은 유형에서 무형으로 변화됨을 말하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재아(宰我)에게, “골육이 지하(地下)에서 썩으면 흙으로 변하고 그 기운이 위로 올라 흩어져 소명(昭明)ㆍ훈호(焄蒿)ㆍ처창(悽愴)이 된다.”고 하였다.
서씨(徐氏)가, “양기(陽氣)는 혼이 되어 몸에 붙음으로써 사람이 사는 것이니, 골육이 썩으면 그 혼이 의지할 데가 없으므로 곧 위로 흩어져 혹은 환하게 밝은 기운이 되며, 혹은 후끈한 냄새의 기운이 되며, 혹은 무서운 기운이 되는 것이다.” 했으니, 이는 대개 양기는 가볍고 맑아 위로 떠올라 양(陽)을 따르려 해서일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유혼이 변화된다.”는 정상이 갖추어 있다는 것이니, 연릉 계자(延陵季子)는 그 아들을 장사지내면서, “골육이 다시 흙으로 돌아감은 명(命)이로되, 혼기(魂氣)는 가지 않는 곳이 없다.” 하였으며, 장자(張子 호는 횡거(橫渠) 이름은 재(載)) 《정몽(正夢)》에, “태허(太虛 우주)에는 기(氣)가 없을 수 없으니, 기가 모여서 만물이 되고 만물이 흩어져 태허로 돌아간다. 이 이치를 따라서 만물이 나고 드는 것이니, 다 자연의 법으로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은 그 사이에서 도(道)를 다하고 따라 체험하여 구애되지 않는 자이니, 정신을 보존함이 그 지극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런데, 진무기(陳無己 무기는 사도(師道)의 자임)는 ‘유혼이 변화된다’는 것으로써 윤회(輪廻)의 설을 삼았다. 이구혜씨(理究惠氏)는 “경방(京房)의 건전(乾傳)에, ‘정수기순(精粹氣純)이 곧 유혼이다.” 했는데, 육적(陸績)의 주에, ‘음이 극도에 달해 양도(陽道)를 박멸하다가 양도를 전멸할 수 없으므로 양도를 회복시키나 양도가 아직 본위(本位)에 회복되지 못한 때문에 유혼의 선두가 된다’ 했으며, 박암(樸菴)의 《역설(易說)》에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인 때문에 유혼이 있게 된다.’ 했다.” 하였다. 여중목(呂仲木 이름은 남(柟))이 이 말을 변론하기를, “오래 살고 죽지 않으면 사람이 많아서 세상이 어떻게 용납하겠으며 영원히 죽고 환생하지 않으면 귀신 또한 너무 많을 것이다.” 하였다. 무릇 등불이 꺼지고 다시 켜지는 것은 앞의 켜졌던 등불이 아니며, 구름이 끼어 비가 내리는 것은 앞의 내렸던 비가 아니니, 사람이 죽고 낳는 것을 어찌 전생의 사람이라 하겠는가?
천지 사이에 충만한 것이 기(氣)이다. 그 기가 성한 것이 신이 되니, 신은 곧 천지의 원기요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그러므로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으며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되, 만물의 주체가 되어 빠뜨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재계하고 옷차림을 깨끗이하여 제사를 받들고 신이 위에 계신 것처럼, 옆에 계신 것처럼 여기게 한다.”하였으니, 성인이 귀신의 정상을 아는 것이 이러하다.

혼(魂)이 …… 변증설 : 《역경(易經)》 계사 상(繫辭上)의, “仰以觀於天文 俯以察於地理 是故知幽明之故 原始反終 故知死生之說 精氣爲物 游魂爲變 是故 知鬼神之情狀"에서 인용된 것으로서, 즉 혼백이 흩어져 귀신이 되어 돌아간다는 것.
정기가 …… 된다. : 유혼위변(游魂爲變)과 대조적인 것으로, 음정과 양기가 쌓여 물체가 이루어지는 것.
골육이 …… 된다. : 재아(宰我)가 말한 귀신(鬼神)의 말 끝에 공자(孔子)가 대답한 것으로서, 주자(朱子)의 주석에, “소명(昭明)은 귀신이 나타나는 것 또는 광채가 빛나는 것이며, 훈호(焄蒿)는 기운이 증발하는 것 또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며, 처창(悽愴)은 정신이 옹송그려지는 것 또는 늠름한 것이다. [如鬼神之光露處是昭明 其氣蒸上處是焄蒿 使人精神束然是悽愴 又曰昭明是光耀底 焄蒿是袞然底 悽愴是凜然底]” 하였고, 또 “소명은 빛의 등속이고, 훈호는 기운의 촉감이고, 처창은 《한서(漢書)》에 이른바, ‘신군이 이르며 그 바람이 써늘하다.’는 뜻과 같다. [昭明乃光景之屬
골육이 …… 없다. : 오(吳) 나라 계찰(季札)이 그 아들을 장사지내면서 천명이었음을 말한 것으로서, 골육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음(陰)이 내려감을 말함이요, 혼기는 가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은 양(陽)이 위로 올라감을 말한다. 《禮記 檀弓下》
《정몽(正蒙)》 : 송(宋) 나라 장재(張載)가 지은 책 이름. 전 10권으로 되어 《사고제요(四庫提要)》 유가류(儒家類)에 포함되어 있다.
보려고 …… 한다 : 《중용(中庸)》 귀신장(鬼神章)에서 인용된 말로서,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 만물의 주체가 되어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은, 귀신이란 무형무성(無形無聲)한 것이지만 물건의 체가 되어 빼놓지 않는다는 것이요,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재계하고 …… 신이 옆에 있는 것처럼 여기게 한다.”는 것은 그의 나타남이 너무나 소저(昭著)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두렵게 한다는 뜻이다.

12벽괘(辟卦)로 사람의 시종을 비유한 데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14)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1 - 경전류 1 > 역경(易經)

 

대역(大易 역리(易理)의 전체를 뜻함.)의 상형(象形)이 만물을 포괄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12벽괘(辟卦)에 이르러서는 그 체용(體用)이 광대하여 그 순환(循環)이 끝이 없고 두루 유통하여 쉬지 않는데, 그 소식 영허(消息盈虛)의 이치를 탐구해 보면 더욱 신묘 불측(神妙不測)하여, 크게는 천지의 시종(始終)을 형상하고 작게는 만물의 소장(消長)을 형상하므로 생각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깝게 자기 몸에서 취하여 그 법칙을 본다면 아무리 우매(愚昧)한 사람이라도 남이 깨우쳐 줌을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그 사람의 몸에 형성된 것을 구체적으로 논하여 한편으로 재성보상(裁成補相)의 도를 삼고, 한편으로 참찬위육(參贊位育)의 공을 삼으려 한다. 천지의 조화는 자신의 신명을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천지의 조화도 거의 멸식될 것이다.
사람이란 것은 천지의 마음[心]이요, 만물의 영장(靈長)이다. 소 부자(邵夫子 부자는 높임말. 이름은 옹(雍))는 “그 마음으로 하늘의 뜻을 대신하며, 입으로 하늘의 말을 대신하며, 손으로 하늘의 공교함을 대신하며, 몸으로 하늘의 일[事]을 대신하여 천지를 다스리고 조화를 출입시킨다.” 하였으니, 장하도다 이말이여! 먼저 자기 한 몸에 조화시킬 줄을 알지 못하면 어찌 천지에 참여할 수 있으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천지 음양의 기운과 부모의 정혈(精血)이 서로 응결되어 포태(胞胎)되기 마련인데, 이때 건도(乾道)는 남자를 이루고, 곤도(坤道)는 여자를 이루어 그 형체가 갖추어졌다가 기운이 충족하면 인간에 태어나게 되니, 이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사람의 얼굴에 이미 팔괘(八卦)의 형상이 나타나게 되니, 이마가 둥글고 턱이 모난 것은 천지가 그 위치를 정한 것이요, 코가 산같이 높고 입이 못같이 깊은 것은 산ㆍ택(山澤)이 기운을 통한 것이요, 눈이 밖으로 빛나고 혀 밑에서 진액이 나는 것은 수ㆍ화(水火)가 서로 해하지 못함이요,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고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은 뇌ㆍ풍(雷風)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다.
건(乾)은 머리가 되므로 머리는 둥글어 하늘을 형상하였고, 하늘에는 칠성(七星)이 있으므로 머리에는 일곱 구멍이 있으며, 건금(乾金)이 감수(坎水)를 생(生)하므로 머리털이 검게 자란다. 이(離)는 눈[目]이 되므로 눈은 밖으로 밝으며 안으로 어둡다. 이괘(離卦)의 생김새가 바깥은 양(陽)이요 안은 음(陰)이니, 병(丙)은 왼쪽 눈이 되고 정(丁)은 오른쪽 눈이 된다. 털은 감수(坎水)에 속하였으므로 눈썹[眉]도 수(水)에 속하였는데, 눈썹이 다른 털에 비해 짧은 것은 화(火 눈을 가리킴)가 아래에 있고, 수(水 눈썹을 가리킴)가 위에 있어서 수화가 서로 극(克)하기 때문이다. 감(坎)은 귀[耳]가 되고 함(陷)이 되어 굴(窟)이 있으므로 귀에는 구멍이 있고, 달바퀴[月輪]가 있으므로 귀가 그것을 형상하였다. 감괘(坎卦)의 상은 중간이 이어졌으므로 안은 양이요 밖은 음이기 때문에 귀는 안으로 밝다. 간(艮)은 산이 되어 코가 일어난 것이 산과 같고, 산맥이 낮은 곳은 택(澤)이 되며 천(泉)이 되므로 코에는 구멍이 있는데, 왼쪽 구멍은 양기(陽氣)가 출입하고 바른쪽 구멍은 음기가 출입하는 것이다. 태(兌)는 입[口]이 되고 입은 못[澤]이 되며 못의 기운은 비가 되고 구름이 되므로 입가에 수염이 나는 것이 빗발 같으니, 이것은 모두 사람의 형체가 괘를 형상한 것의 대략이다.
다시 벽괘(辟卦)로써 그 성쇠를 형상하는 것이 또한 가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태어나서 탯줄을 끊게 되면 한 점의 진기(眞氣)가 기혈(氣穴)에 붙어서 코로 쉼쉬고 눈방울이 단정하게 되니 이것이 하늘에서 받은 성품이다. 이 성품이 몸에 붙어서 낮에는 두 눈에 있고 이환(泥丸 두뇌)에 저장되며, 밤에는 양신(兩腎 콩팥)에 있고 단정(丹鼎)에 비축되어 오장(五臟)을 기르며[乳養] 기운은 육부(六腑)에 조화된다. 그러므로 약한 뼈가 차차 굳어지고 연한 살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은 정(精)의 지극한 것이며, 보는데 눈을 깜작이지 아니하며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화(和)의 지극한 것이다.
숨을 쉬며 나날이 자라서 16세가 되면 천지의 진기 3백 60수(銖)를 얻고 원래 타고난 부모의 원기[祖氣] 24수(銖)와 합하여 3백 84수를 얻어 1주천(周天)의 조화를 이룩하며 1근(斤)의 단약(丹藥)을 얻게 되니, 이것은 주역에 3백 84효와 부합된다.
대개 아이가 처음 어미에게서 갓 태어나면, 아기[赤子]는 혼돈 순정(混沌純靜)한 기운이 음에 속하여 곤(坤 )괘가 되며, 1세로부터 3세까지는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1양이 복(復 )괘에서 나온 것이며, 5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그 양이 임(臨 )괘에서 나온 것이며, 8세가 되면 또 원기 46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3양이 태(泰 )괘에서 나온 것이며, 11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4양이 대장(大壯 )괘에서 나온 것이며, 13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5양이 쾌(夬 )괘에서 나오게 되며, 16세가 되면 또 원기 64수가 자라게 되니 이것은 6양이 건(乾 )괘에서 나오게 된다.
이것은 순양(純陽)이 완전히 한 근(斤)의 온전한 수를 얻게 되어 스스로 건건(乾健)의 체(體)를 이루게 되며, 삼원(三元)이 모이고 오행(五行)이 갖추게 되어 애욕(愛慾)에 얽매이며 음사(陰私)에 탐닉(貪溺)하게 되는 것이다. 양이 다하여 한 번 동하면 괘가 변하여 이(離 )괘가 되기 때문에 남자는 16세가 되면 진정(眞精)이 통하며, 여자는 14세가 되면 월경[天癸]이 있게 되니, 이후부터는 음기가 점차 자라나고 양기가 점점 줄어든다. 16세부터 24세가 되면 진원(眞元) 64수가 소모되니 이것은 1음이 구(姤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32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2음이 돈(遯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40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3음이 비(否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48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4음이 관(觀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56세가 되면 또 진원 64수가 소모하게 되니 이것은 5음이 박(剝 )괘에서 나오게 된 것이요, 64세가 되면 진원 64수와 천지부모의 근원인 24수를 합한 3백 84수가 모두 소모되니, 이것은 6음이 곤(坤 )괘에서 나온 것으로 순음한 근의 전체수가 완전히 소모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괘로써 인간의 시종(始終)을 부합시킨 것이다.
6양에서 시작하여 6음에서 마치니 양은 더하고 음은 감하여, 더하면 살고 감하면 죽으니, 그 살고 죽는 이치가 12괘에 붙어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인하여 수련하면 1백 일 만이면 다시 원기 64수를 얻어 복괘의 1양이 생함을 얻게 될 것이며, 1천 2백 일이 되어서 복괘ㆍ임괘ㆍ태괘ㆍ대장괘ㆍ쾌괘ㆍ건괘를 지나게 되어 6양이 회복되고 3백 84수인 한 근의 완전한 수를 얻게 되니, 이것이 반환(返還)의 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괘에 붙여서 사람에게 형상을 취함이 크다고 하겠다.

12벽괘(辟卦)로 …… 변증설 : 12벽괘(辟卦)로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변증한 말. 12벽괘는 즉 12월을 괘(卦)에 붙인 명칭인데, 정월은 태괘(泰卦), 2월은 대장괘(大壯卦), 3월은 쾌괘(夬卦), 4월은 건괘(乾卦), 5월은 구괘(姤卦), 6월은 돈괘(遯卦), 7월은 비괘(否卦), 8월은 관괘(觀卦), 9월은 박괘(剝卦), 10월은 곤괘(坤卦), 11월은 복괘(復卦), 12월은 임괘(臨卦). 《協紀辨方書 原本一 十二月 辟卦》
재성보상(裁成補相) : 그른 것을 제재하여 바른 것으로 이루며, 부족함을 보충해 돕는 것. 《한서(漢書)》 율력지(律曆志)에, “后以裁成天地之道補相天地之宜”라고 보인다.
참찬위육(參贊位育) : 천지에 참여하여 귀천 상하가 그 위치를 안정하고 만물이 육생하는 것. 《중용(中庸)》에, “致中和天地位焉 萬物育焉”이라 보인다.
머리털이 검게 자란다. : 건(乾)은 오행(五行)의 금(金)에 속하고, 감(坎)은 오행의 수(水)에 속하여, 오행상생(五行相生) 법에 금은 수를 생하고 [金生水], 수는 방위로 북방, 오색(五色) 중 흑(黑)에 해당되므로 머리가 검게 자란다는 것이다.
단정(丹鼎) : 원래 도가(道家)에서 약을 달이는 그릇인데, 여기에는 단전(丹田)의 오기인 듯함. 단전은 하복부 즉, 남자는 정낭(精囊), 여자는 자궁(子宮)이 있는 곳이다.
수(銖) : 무게의 단위, 기장[黍] 10개의 무게를 1유(絫)라 하고 10유가 1수(銖), 24수가 1냥(兩), 16냥이 1근(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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