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 상전(繫辭上傳)
그러므로 귀천(貴賤)을 진열함은 위(位)에 있고, 소대(小大)를 정함은 괘(卦)에 있고, 길흉(吉凶)을 분별함은 사(辭)에 있다.[是故 列貴賤者 存乎位 齊小大者 存乎卦 辨吉凶者 存乎辭]
○ ‘열(列)’이란 사람들이 늘어서는 것이다. 대개 귀천을 판별하여 늘어서게 하려고 하면 육효의 자리를 보아서 알 수 있음을 이른 것이다. 아래도 같다.
○ 이 이하에서는 역(易)을 쓰는 것을 말하였다.
그러므로 괘(卦)에는 작음과 큼이 있고, 사(辭)에는 험함과 평탄함이 있으니, 사(辭)라는 것은 각각 그 향하는 바를 가리킨 것이다.[是故 卦有小大 辭有險易 辭也者 各指其所之]
○ 각각 향하는 바를 가리킨다는 설은 제가(諸家)의 설과 같이 보면 윗글의 뜻과 연결되니, 그 이치가 더 나은 것 같다.
○ 주(註)에 주자(朱子)가 운운하였다. 주자의 뜻은, 대괘(大卦)의 사(辭)는 평이하고 소괘(小卦)의 사는 험난한 것은 각각 괘가 향하는 바를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제가의 설은 아마도 주자의 본뜻이 아닌 듯하다.
위로는 천문(天文)을 관찰하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를 살핀다. 그러므로 유명(幽明)의 원인을 안다.[仰以觀於天文 俯以察於地理 是故 知幽明之故]
○ 천(天)은 양(陽)이므로 밝고, 지(地)는 음(陰)이므로 어둡다. 천지를 살펴서 유명의 원인을 아는 것을 이른 것이다. 본의(本義)에 나오는 주야(晝夜)와 남북(南北)의 설은, 천지에는 또 각각 음양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인자(仁者)는 그를 보고서 인(仁)이라 이르고, 지자(知者)는 그를 보고서 지(知)라 이른다.[仁者見之 謂之仁 知者見之 謂之知]
○ 주자가 말하기를, “인자가 그를 보고서 인이라 이르는 것은 단지 발생(發生)하는 곳만을 본 것이고, 지자가 그를 보고서 지라고 이르는 것은 단지 수렴(收斂)하는 곳만 본 것이다.” 하였다.
낳고 낳음을 역(易)이라 이른다.[生生之謂易]
○ 이하에서는 서(書)를 말하였다.
변(變)을 통함을 일이라 한다.[通變之謂事]
○ 주에서 건안 구씨(建安丘氏)가 말한 ‘변(變)’ 자의 뜻은 주자가 말한 변 자의 뜻과 같지 않다.
음(陰)하고 양(陽)하여 헤아릴 수 없음을 신(神)이라 한다.[陰陽不測之謂神]
○ 주에서 주자가 말하기를, “장횡거(張橫渠)의 설이 아주 좋다. 일(一)이기 때문에 신묘한 것이다.” 운운하였는데, ‘일(一)’은 하나의 도리(道理)이다.
건(乾)은 그 고요함이 전일하고 그 동함이 곧다. 이 때문에 큼이 생긴다. 곤(坤)은 그 고요함이 합하고 그 동함이 열린다. 이 때문에 넓음이 생긴다.[夫乾 其靜也專 其動也直 是以大生焉 夫坤 其靜也翕 其動也闢 是以廣生焉]
○ 주에 나오는 잠실 진씨(潛室陳氏)의 설은 비록 주자가 말한 뜻은 아니지만 몹시 기이한바 역시 하나의 설이 될 수 있다.
광대(廣大)는 천지(天地)에 배합하고, 변통(變通)은 사시(四時)에 배합한다. 음양(陰陽)의 뜻은 일월(日月)에 배합하고, 이간(易簡)의 선(善)은 지덕(至德)에 배합한다.[廣大 配天地 變通 配四時 陰陽之義 配日月 易簡之善 配至德]
○ 주에 나오는 평암 항씨(平庵項氏)의 설을 보면, 제1절에서는 역(易)의 이치를 통괄해서 논하였는데, 역(易)은 광대(廣大)하여 멀게는 포괄하지 않는 것이 없고, 가깝게는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제2절에서는 건곤(乾坤)을 나누어서 말하면서 광(廣)이 되고 대(大)가 되는 이유에 대해 말하였는데, 건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없고 곤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어서, 어느 한 사물도 건과 곤의 이치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주자의 뜻과는 다른 듯하다.
성인(聖人)이 천하의 동함을 보고서는 그 회통(會通)함을 관찰하여 떳떳한 예를 행하였다.[聖人 有以見天下之動 而觀其會通 以行其典禮]
○ 주에서 주자의 말 가운데 ‘비대각도대관(批大卻導大窾)’이라 하였는데, 비(批)는 치는 것이고, 대각(大卻)은 뼈와 살이 서로 만나는 부분이고, 도(導)는 결에 따라서 가르는 것이고, 관(窾)은 텅 빈 것이다. 뼈마디 사이에는 자연 크게 빈틈이 나 있는 곳이 있는 법이다.
건(乾)의 책수(策數)가 216이고, 곤(坤)의 책수가 144이다. 그러므로 모두 360이니, 기년(期年)의 날수에 해당된다.[乾之策 二百一十有六 坤之策 百四十有四 凡三百有六十 當期之日]
○ 노양(老陽)의 괘륵(掛扐) 12에서 4를 진(進)하면 소음(少陰)이 되어 괘륵이 16이 된다. 과설(過揲) 36에서 4를 퇴(退)하면 소음이 되어 과설이 32가 된다. 진(進)이라는 것은 합(合)하는 것이고, 퇴(退)라는 것은 떼어 내는[離] 것이다. 노음(老陰)의 괘륵 24에서 4를 퇴하면 소양(少陽)이 되어 괘륵이 20이 된다. 과설(過揲) 24에서 4를 진하면 소양이 되어 과설이 28이 된다. 퇴라는 것은 떼어 내는 것이고, 진이란 것은 합하는 것이다.
상(上) 하(下) 두 편의 책수(策數)가[二篇之策]
○ 주에서 주자의 말 가운데 ‘도협측구(倒筴側龜)’라는 것이 있다. 《예기(禮記)》 곡례 하(曲禮下)에, “임금 앞에서 점대[筴]를 거꾸로 놓거나 거북껍질[龜]을 뒤엎어 놓거나 하면 주벌(誅罰)을 받는다.” 하였는데, 그 주에 “복서(卜筮)를 맡은 관원은 거북껍질과 점대를 받들어서 주선(周旋)하는 자이다. 그런데 임금 앞에서 거꾸로 놓거나 뒤집어 놓는 일이 있다면, 이는 그 직책을 공경히 수행하지 않아 임금을 능멸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주벌을 내리는 것이다.” 하였으며, 방씨(方氏)는 말하기를, “점대에는 위와 아래가 있으므로 도(倒)라 하였고, 거북껍질에는 앞과 뒤가 있으므로 측(側)이라 하였다.” 하였다.
이끌어서 편다.[引而伸之]
○ ‘인신(引伸)’의 뜻은 아마도 단지 점을 쳐서 얻는 한 괘에만 있는 듯하다.
○ ‘인신’은 여섯 획을 가리킨다. ‘제9장(第九章)’의 장(章) 아래에 나오는 본의(本義)에 ‘태복과 서인의 관직[大卜筮人之官]’이라 하였는데, 《주례(周禮)》를 살펴보면, 태복(大卜)은 복서(卜筮)를 통틀어서 관장하고, 복사(卜師)와 서인(筮人)은 각각 거북점[龜]과 시초점[策]을 나누어서 관장한다.
○ 주에 나오는 쌍호 호씨의 설은 비록 주자의 뜻과는 다르지만 논한 바가 요령(要領)을 얻었으니, 역시 좋다.
동하는 자는 그 변(變)을 숭상한다.[以動者 尙其變]
○ ‘변(變)’은 괘효(卦爻)의 변화이다. 오씨(吳氏)가 말하기를, “‘동(動)’이란 것은 변화를 인하여 점괘를 얻은 것이다.” 하였다.
그 명령을 받음이 메아리와 같다.[其受命也如嚮]
○ 본의(本義)에 “재(宰)가 오른쪽에서 명령을 돕는다.[宰自右贊命]” 하였는데, ‘재(宰)’는 유사(有司)로서 정교(政敎)를 주관하는 자이고, ‘찬(贊)’은 보좌하는 것이고, ‘명(命)’은 고하는 것으로, 주인을 보좌하여 점치는 것을 고하는 것이다.
삼(參)으로 세고 오(伍)로 세어 변하며, 그 수를 교착(交錯)하고 종합(綜合)한다.[參伍以變 錯綜其數]
○ 본의(本義)에 “적을 엿보고 변화를 살펴본다.[窺敵制變]” 하였는데, 《순자(荀子)》 의병(義兵)을 살펴보면, ‘제(制)’ 자가 ‘관(觀)’ 자로 되어 있다.
○ 또 “삼과 오의 징험을 맞춘다.[偶參伍之驗]” 하였는데, 내 생각에 ‘우(偶)’ 자는 ‘합(合)’ 자여야 할 듯하다.
○ 또 “반드시 삼으로 세고 오로 센다.[必參而伍之]” 하였는데, 본주(本註)에 “세 경(卿)과 다섯 대부(大夫)에게 다시 의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였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나온다.- 《사기색은(史記索隱)》에는 이르기를, “삼(參)은 세 경(卿)을 이르고, 오(伍)는 다섯 대부(大夫)를 이른다. 세 경과 다섯 대부로 하여금 다시 의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였다. -《사기》 권88 몽염열전(蒙恬列傳)에 나온다.
○ 또 “삼오(參伍)함이 실수하지 않는다.[參伍不失]” 하였는데, 본주에 “서로서로 엇갈려서 참작하여 사정(事情)을 밝게 아는 것이다.” 하였다.
○ 또 “그 값을 삼오(參伍)하여 유(類)로써 서로 기준한다.[參伍其價 以類相準]” 하였는데, 《한서(漢書)》 권76 조광한열전(趙廣漢列傳)을 보면, “조광한이 말값[馬價]의 귀천(貴賤)을 알고자 할 경우, 먼저 소값을 물어보고 그 값을 삼오하여 유로써 서로 기준하였다. 그러면 말값의 귀천을 실제의 값과 틀리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하였다.
○ 주(註)에서 주자가 ‘장(章), 부(蔀), 기(紀), 원(元)’이라 하였다. 살펴보건대, 《한서(漢書)》 권22 율력지 하(律曆志下)를 보면, 19세(歲) 동안에 7윤(閏)이 있으며, 절기가 고르게 되는 것을 1장(章)으로 삼는다. 윤(閏)이 다하면 세(歲)가 부(蔀)의 첫머리가 된다. 《시경(詩經)》의 주소(注疏)를 보면, 72세가 1부(蔀)가 되고, 20부가 1기(紀)가 된다. 율력지를 보면, 4617세가 1원(元)이 된다.
무릇 역(易)은 성인이 깊음을 다하고 기미를 살피는 것이다.[夫易 聖人之所以極深而硏幾也]
○ 지극히 정(精)하므로 깊음을 다하고, 지극히 변하므로 기미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을 닫음을 곤(坤)이라 이르고, 문을 엶을 건(乾)이라 이른다.[是故 闔戶 謂之坤 闢戶 謂之乾]
○ 주자가 본의(本義)에서는 역(易)의 이치에 대해서 범범히 논하였는데, 소주(小註)에서 “서(書)도 역시 이와 같다.[書亦如此]”고 이른 것은 아마도 호씨(胡氏)의 주(註)와 같다는 말인 듯하다.
○ 주에서 평암 항씨(平庵項氏)가 운운하였다. 항씨가 이 장(章)에 대해서 논한 것을 보면, 위 두 단락의 경우는 주자와 뜻이 같지 않다. 그런데 유독 이 단락에서 논한 것만은 전적으로 복서(卜筮)의 뜻에 대하여 말하였는바, 본의(本義)와 서로 합치된다. 그러므로 취한 것이다.
○ 항씨의 주에 ‘고경패참(枯莖敗槧)’이라 하였는데, 참(槧)은 나뭇조각을 깎아내어 글씨를 쓸 수 있게 만든 것으로, 판(版)의 길이는 3척(尺)이다.
그러므로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이 팔괘(八卦)를 낳는다.[是故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 본의(本義)에 나오는 ‘서례(序例)’는 본의(本義)의 서례(序例)이다.
그러므로 법(法)과 상(象)은 천지(天地)보다 더 큰 것이 없고, 변(變)과 통(通)은 사시(四時)보다 더 큰 것이 없다. 상(象)이 매달려 밝게 드러남은 일월(日月)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크고 높음은 부귀(富貴)보다 더 큰 것이 없다. 물건을 구비하며 씀을 지극히 하며 기물(器物)을 이루어서 천하를 이롭게 함은 성인(聖人)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어지러운 것을 상고하고 숨은 것을 찾아내며 깊은 것을 탐색하고 먼 것을 오게 하여 천하의 길흉(吉凶)을 정하고 천하의 힘써야 할 일을 이룸은 시귀(蓍龜)보다 더 큰 것이 없다.[是故 法象 莫大乎天地 變通 莫大乎四時 懸象著明 莫大乎日月 崇高 莫大乎富貴 備物 致用 立成器 以爲天下利 莫大乎聖人 探賾索隱 鉤深致遠 以定天下之吉凶 成天下之亹亹者 莫大乎蓍龜]
○ 주에 나오는 운봉 호씨의 설이 아마도 본뜻을 얻은 듯하다.
역(易)에 이르기를,
“하늘로부터 돕는지라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 하였는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우(祐)는 도움이니, 하늘이 돕는 것은 순(順)함이요, 사람이 돕는 것은 신(信)이다. 신을 행하여 순함을 생각하고 또 어진 이를 높인다.” 하였다.[易曰 自天祐之 吉无不利 子曰 祐者助也 天之所助者順也 人之所助者信也 履信思乎順 又以尙賢也]
○ 대유(大有)가 지극한데도 무위(無位)의 자리에 있으니, 이는 겸양하여 자리를 차지하지 않은 것으로, 순(順)하기를 생각하는 뜻이다. 대유괘의 오효가 부신(孚信)인데, 그것을 밟고 있으니 신(信)을 밟고 있는 것이다. 오효가 문명(文明)인데, 뜻이 오효를 따르니 어진 이를 숭상하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성인의 뜻을 볼 수 없단 말인가?” 하였고, “성인이 상(象)을 세워 뜻을 다하고, 괘(卦)를 베풀어 정위(情僞)를 다하고, 사(辭)를 달아 그 말을 다하였다.” 하였다.[子曰 書不盡言 言不盡意 然則聖人之意 其不可見乎 子曰 聖人 立象 以盡意 設卦 以盡情僞 繫辭焉 以盡其言]
○ 주에 나오는 임천 오씨(臨川吳氏)의 설은 앞 장(章)의 주에 나오는 전조(錢藻)의 설과 내용이 같다. ‘진의(盡意)’ 이상은 복희씨(伏羲氏)의 일이고, ‘진정위(盡情僞)’ 이상은 문왕(文王)의 일이며, ‘진언(盡言)’ 이상은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의 일이다. 논한 바가 극히 분명하나, 아마도 주자의 뜻은 아닌 듯하다.
[주D-001]본의(本義)에 …… 설 :
본의에 “천문(天文)은 주야(晝夜)와 상하(上下)가 있고, 지리(地理)는 남북(南北)과 고심(高深)이 있다.” 하였다.
[주D-002]건안 구씨(建安丘氏)가 …… 뜻 : 건안 구씨는 ‘변(變)’ 자를 괘(卦)의 변화라고 하였다.[주D-003]잠실 진씨(潛室陳氏)의 설 :
잠실 진씨는 남송(南宋)의 학자인 진식(陳埴)을 가리킨다. 자가 기지(器之)이며, 영가(永嘉) 사람이다. 어려서 섭적(葉適)에게서 수학하다가 뒤에 주희(朱熹)에게 배웠다. 저서로는 《우공변(禹貢辯)》, 《홍범해(洪範解)》, 《목동집(木童集)》 등이 있다.
잠실 진씨가 말하기를, “전일함[專], 곧음[直], 합함[翕], 열림[闢]에 대해서는 괘획(卦畫)으로 논하여야 한다. 괘획이 처음 생겨났을 적에는 오직 건(乾)의 한 기(奇)만 있고 다른 사물은 없다. 이것은 그 체(體)이며 그 전일함이다. 얼마 있다가 막 동(動)하면 곧음이 이루어져서 낳고 낳음을 그치지 않는다. 괘획이 이미 생겨났으면 건(乾)의 여러 괘가 차례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유독 곤(坤)만은 뒤에 있으면서 건(乾)의 여러 괘 속에 감싸여 있는 탓에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것은 그 체(體)이며 그 합함이다. 이것이 동함에 이르러서는 곤(坤)의 여러 괘가 비로소 건(乾)의 여러 괘 속으로부터 열려져서 나온다. 그리하여 드디어 하나인 건이 둘로 나뉘어진다.” 하였다.
[주D-004]평암 항씨(平庵項氏)의 설 :
평암 항씨가 말하기를. “무릇 역(易)은 광(廣)이고 대(大)로, 이 장(章)의 총목(總目)이다. 멀다고 하여 막지 않는 것은 바로 곧음[直]과 열림[闢]이다. 가까운데도 고요하고 바름은 바로 전일함[專]과 합함[翕]이다. 천지의 사이에 갖추어진 것은 바로 대생(大生)과 광생(廣生)이다. 역(易)의 도(道) 됨은 하나[一]인 양(陽)과 둘[兩]인 음(陰)일 뿐이다. 건(乾)은 바로 하나이다. 고요하여서 하나를 지키면 그 사(事)가 전일해져서 닫히지 않는 것이 없다. 동하여서 하나를 쓰면 그 행(行)이 곧아져서 열리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건(乾)이 만물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곤(坤)은 바로 둘이다. 둘이 닫혀진 것이 흡(翕)으로, 말하자면 건(乾)과 더불어서 함께 닫히는 것이다. 둘이 열리는 것이 벽(闢)으로, 말하자면 건(乾)과 더불어서 함께 열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곤(坤)이 만물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대(大)는 통할하지 않는 것이 없고, 광(廣)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다. 넓고 큰 것[廣大]으로부터 쉽고 간단한 것[易簡]에 이르렀으니, 그 말의 순서가 넓은 것에서 요약된 것으로 나아간 것이다. 온 천하에서 지극히 큰 것은 천지(天地)이고, 지극히 변하는 것은 사시(四時)이고, 지극히 정(精)한 것은 일월(日月)이고, 지극히 선(善)한 것은 지덕(至德)이다. 역(易)이란 책에는 이 네 가지가 갖추어져 있다. 그러니 어찌 갖추어졌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주D-005]주자의 말 :
이 부분은 주가가 회통(會通)의 뜻을 설명하면서 옛날의 이름난 백정인 포정(庖丁)이 소를 잡을 적에 쓰는 방법을 가지고 비유하여 설명한 말이다.
[주D-006]노양(老陽)의 …… 것이다 :
노양의 책수(策數)는 12이고, 소음(少陰)의 책수는 16이고, 노음(老陰)의 책수는 24이고, 소양(少陽)의 책수는 28이다. 괘륵(掛扐)은, 괘(掛)는 점대를 손가락 사이에 거는 것이고, 늑(扐)은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이다. 과설(過揲)은 손에 괘륵하고 남은 점대의 숫자를 말한다.
[주D-007]복서(卜筮) :
길흉을 판단하기 위하여 거북껍질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을 복(卜)이라고 하고, 시초(蓍草)를 사용하여 점을 치는 것을 서(筮)라고 한다.
[주D-008]쌍호 호씨의 설 :
쌍호 호씨가 말하기를, “살펴보건대, 4096괘는 이에 초연수(焦延壽)의 변괘(變卦)의 법이다.” 하였다.
[주D-009]장(章) …… 원(元) :
고대의 역법(曆法)에 의하면 19년이 1장(章)이 되고, 4장이 1부(蔀)가 되고, 20부가 1기(紀)가 되고, 60부가 1원(元)이 된다.
[주D-010]19세(歲) …… 있으며 : 이 부분이 원문에는 ‘十七歲七閏’으로 되어 있는데, 《한서(漢書)》에 의거하여 ‘十九歲七閏’으로 바로잡았다.[주D-011]운봉 호씨의 설 :
운봉 호씨가 말하기를, “이들 여섯 가지의 공용(功用)이 모두 크다. 성인(聖人)이 그들의 큼을 빌려서 시귀(蓍龜)의 공용이 큼을 형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이것으로써 끝맺음을 한 것이다.” 하였다.
[주D-012]하늘로부터 …… 없다 : 대유괘(大有卦) 상구(上九)의 효사(爻辭)이다.
[주D-013]임천 오씨(臨川吳氏)의 설 :
임천 오씨가 말하기를, “‘입상(立象)’은 희황(羲皇)의 괘획(卦畫)을 말하는바, 이로써 보여 준 것이다. ‘진의(盡意)’는 말이 없으면서도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걱정하는 뜻이 그 속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설괘(設卦)’는 문왕(文王)이 중괘(重卦) 즉 육십사 괘의 이름을 설립한 것을 말한다. ‘진정위(盡情僞)’는 육십사 괘의 이름이 천하 사물의 정(情)을 다하기에 충분함을 이른다. 그 정(情)이 성(性)에 근본하여 착한 것을 ‘정(情)’이라 하고, 그 정(情)이 성(性)에 위배되어 착하지 못한 것을 ‘위(僞)’라고 한다. ‘사(辭)’는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의 단사(彖辭)와 효사(爻辭)로, 이로써 고해 주는 것이다. 희황의 괘획에서 뜻을 다하였으며, 문왕이 또 괘의 상(象)을 인하여서 괘의 이름을 설립하여 정위(情僞)를 다하였다. 그러나 괘가 비록 이름이 있으나 사(辭)가 없었다. 이에 또 단사와 효사를 달았으니, 그 말을 다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였다.
[주D-014]전조(錢藻)의 설 :
전조는 송(宋)나라 사람으로, 자가 순로(醇老)이며, 시독학사(侍讀學士)를 지냈다. 계사 상전 제11장에 “역(易)에 사상(四象)이 있으면 보여 주는 것이요, 말을 다는 것을 고해 주는 것이요, 길흉(吉凶)을 정함은 결단한 것이다.[易有四象 所以示也 繫辭焉 所以告也 定之以吉凶 所以斷也]”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에서 전조가 말하기를, “그 상(象)이 있으면서 그 사(辭)가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뜻만을 보일 수 있을 뿐으로, 성인(聖人)께서 후세 사람들이 잘 알 수 없을까 두려워하였다. 이에 사(辭)를 달아서 고해 주었으며, 그 사(辭)를 정하여서 결단해 주었다. ‘시(示)’라고 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볼 수 있게 한 것이고, ‘고(告)’라고 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알 수 있게 한 것이며, ‘단(斷)’이라고 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심스러운 바가 없게 한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