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 > 성호사설 제3권 > 천지문(天地門) >칙도획괘(則圖畫卦)
구양수(歐陽修)는 도서(圖書)를 믿지 아니하여 괴망(恠妄)으로 여겼다. 비록 하도(河圖)를 본떠서 팔괘(八卦)를 그렸다지만, 선유(先儒)의 해석은 단지 1에서 10에 이르는 숫자에 그쳤을 뿐, 다시 그 1ㆍ6ㆍ2ㆍ8 등 방위의 차서는 밝히지 않았으니 하도를 본떴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전(大傳)》에, “우러러서 보고, 굽어서 살피고, 가까운 데서 취(取)하고, 먼 데서 취하며, 조수(鳥獸)의 문채(文采)와 땅의 마땅함을 보아 이에서 비로소 팔괘(八卦)를 그렸다.” 했다. 또한 하도에 언급하지 않음은 어찌된 것인가? 이것을 가지고 혹시 뒷사람의 의혹을 가져올 것을 두려워한 때문이다.
위(魏 3국의 하나임) 나라 명제(明帝) 청룡(靑龍) 연간에 장액군(張掖郡) 유곡구(柳谷口)의 물에서 보석으로 된 그림을 등에 진 영귀(靈龜)가 솟아나와 내의 서쪽에 서 있는데, 석마(石馬)ㆍ봉황ㆍ기린ㆍ백호(白虎)ㆍ희우(犧牛)ㆍ황결(璜玦)ㆍ팔괘ㆍ열수(列宿)ㆍ혜패(彗孛 혜성(慧星))의 형상이 있었다. 사람들이 구공(歐公)으로 하여금 이를 보게 하지 못한 것이 한(恨)스럽다고 말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본디 이같은 이치가 있는 것인데, 그 거북ㆍ용(龍)ㆍ석문(石文) 등에 나타남이 무엇이 족히 의심스러우랴?
이제 하도를 본다면 1ㆍ3ㆍ7ㆍ9는 서북에 놓여 있고, 2ㆍ4ㆍ6ㆍ8은 동남에 놓여 있어서 모두 왼편으로 돌며, 생수(生數)는 안에 있고, 성수(成數)는 밖에 있다. 이것은 곧 태극(太極)의 상(象)이다. 서북에 놓여 있는 것이 동남으로 물러가 있고, 동남에 놓여 있는 것이 서북으로 물러가 있음은 양의(雨儀)의 상(象)이다. 1ㆍ3이 2ㆍ4와 서로 대(對)하고, 7ㆍ9가 6ㆍ8과 서로 대함은 곧 사상(四象)이다. 그렇다면 진일(震一)ㆍ감삼(坎三)ㆍ간칠(艮七)ㆍ건구(乾九)ㆍ손이(巽二)ㆍ이사(離四)ㆍ태육(兌六)ㆍ곤팔(坤八) 이것은 자연의 세(勢)이다. 그런 뒤에 음양이 교접하지 않으면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감(坎)ㆍ가(離)가 서로 바뀌고, 간(艮)ㆍ태(兌)가 서로 바뀐 이것이 소위 하도를 본떠서 괘(卦)를 그리는 설이다. 주 부자(朱夫子) 앞에서 질정할 수 없음을 한스럽게 여긴다. 또 별도로 자세한 말이 있으나 덧붙이지 않는다.
[주D-001]하도(河圖) : 복희씨(伏羲氏) 때에 황하(黃河)에서 용마(龍馬)가 등에 지고 나왔다는 그림임.
[주D-002]우러러 보고, …… 그렸다 : 이 말은 《주역(周易)》 계사 하(繫辭下)에, “仰則觀象於天 俯則觀法於地 觀鳥獸文與地之宜 近取諸身 遠取諸物 於是始作八卦”라는 말이 보임.
[주D-003]황결(璜玦) : 황(璜)은 반원형(半圓形)의 패옥(珮玉), 결(玦)은 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고 한쪽이 트인 패옥임.
[주D-004]양의(兩儀) : 음(陰)과 양(陽)을 말함.
[주D-005]사상(四象) : 노양(老陽)ㆍ소양(少陽)ㆍ노음(老陰)ㆍ소음(少陰)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오행(五行)의 금(金)ㆍ목(木)ㆍ수(水)ㆍ화(火)로 보는 견해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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