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아흔 아홉 번째 이야기
2012년 12월 6일 (목)
고양이에게 생선을...

쥐구멍의 쥐는 잡지 않고서
늘 소반 위의 고기만 훔쳐 먹는구나
고기가 없으니 내 배는 굶주리고
쥐가 있으니 내 곡식 도적질 당하네
너를 기르는 건 도적을 잡으라는 뜻인데
어찌하여 너 스스로 도적이 되느뇨
속 시원하게 한 대 때려서
멀리 큰길가로 내쫓았더니
빙빙 돌며 끝내 가지 않다가
몰래 마루 밑으로 들어와 숨었네
너의 교활함은 참으로 밉거니와
시를 지어 깊이 꾸짖어 보노라

不捉穴中鼠 불착혈중서
常偸盤上肉 상투반상육
無肉餒我腹 무육뇌아복
有鼠竊我粟 유서절아속
養汝要捉賊 양여요착적
奈汝自作賊 내여자작적
快意一痛打 쾌의일통타
遠逐大路側 원축대로측
佪偟終不去 회황종불거
暗入床下伏 암입상하복
狡黠良可惡 교힐양가오
題詩寄深責 제시기심책

- 임광택(林光澤, 1714~1799)
<고양이를 꾸짖다[責猫]>
《쌍백당유고(雙栢堂遺稿)》


고양이를 기르는 이유는 쥐를 잡으라는 것인데, 저놈의 고양이는 잡으라는 쥐는 잡지 않고 늘 밥상의 고기만 노리고 있다가 훔쳐 먹습니다. 그 덕에 내 배는 고프고 창고의 곡식은 축이 나니, 그 꼴이 얼마나 미우면 저놈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시원하게 한 대 때려서 내쫓았을까요. 그런데 고양이란 놈, 멀리 가지도 않고 주위를 빙빙 돌다가 어느 틈에 마루 밑으로 들어와 숨어버립니다.

그런 고양이가 기가 막혀 저자가 고양이를 꾸짖는 시를 썼습니다. 네 본분이 무엇인지 좀 알고 제대로 행동하라는 말씀. 그런데 이 시가 고양이만 꾸짖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운 백성을 보살피라고 높은 자리에 앉혔더니 정작 백성의 뒤통수나 치고 협박하고 뜯어내고 …… 예나 지금이나 제 본분을 망각하고 이렇게 권력과 지위를 악용하여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인간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고양이라면 차라리 시원하게 한 대 때려주기라도 하련만...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