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서원과 종사(從祀, 문묘(文廟))가 모두 난잡하니, 괴이한 일입니다. 이른바 환국(換局)이라는 것은 제 생각에는 그럴 일이 없을 듯합니다. 대개 판국이라는 것이 존재한 뒤라야 저편과 이편이 서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니, 만약 판국이 깨지면 어느 곳에서 다툴 수 있겠으며, 어떤 물건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근래에 조정의 일을 보건대, 분란이 이미 극에 달하여 백성들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니, 외방의 감사(監司), 병사(兵使), 목사(牧使), 수령(守令)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한(西漢)의 말기에는 안에서부터 어지러워져 백성들이 심하게 병들지 않았으므로 중흥(中興)을 이룰 수 있었지만, 동한(東漢)의 경우에는 위아래가 모두 어지러웠으므로 나라가 망하였습니다. 오늘날의 형세로 보면 위아래가 모두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더구나 살육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양쪽의 칼날이 서로를 향하고 있으니, 이는 옛날에 없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박두한 화를 또한 어찌하겠습니까? 近來書院與從祀。俱是亂雜。可怪。所謂換局。弟意以爲似無是事。夫局存然後彼此可以互換。若局破則何處可爭。何物可換耶。近觀朝家事。紛亂已極。全不顧念民事。外方監兵牧守剝虐方始。西漢之末亂自內而民不甚病。故中興。東漢則上下俱亂故國亡。今日之勢。將上下俱亂矣。況殺戮之心。兩劍相向。此則古之所無也。已迫頭之禍也柰何。
- 윤추(尹推, 1632∼1707), 「여나명촌서(與羅明邨書)」,『농은유고(農隱遺稿)』 제3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