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편협한 사의(私意)로 남을 꾸짖으면 꾸지람을 들은 자가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어 피할 길이 없게 하기 때문이다. 너그럽고 공정하게 남을 꾸짖으면 꾸지람을 들은 자가 화를 내는 경우가 적다. 이는 상대에게 주선(周旋)할 길이 있고 변통할 방도가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정한 사람이라야 만민을 교화할 수 있다. 너그럽고 공정한 사람은 대기(大氣)의 운행 원리를 따르고, 백성을 통어하는 원리를 밝게 알고, 사람들을 대하는 원리에 통달하여,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간결하고도 쉬운 방법으로 인도한다. 혹 잘못을 하라도 자각할 수 있도록 깨우쳐 주니, 어찌 비난하고 헐뜯으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겠는가. 혹 사리를 모르는 행동을 하더라도 고유한 본성을 따라 인도하니, 어찌 잘난 척하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겠는가.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전달하고, 시기가 아직 이르지 않았으면 사람을 기다리면서 정기를 모아둔다. 온화하게 속박을 풀어 주고, 항상 사람에게 여지가 있게 하니, 세상에 지극히 교화하기 어려운 자가 아니라면 어찌 불선(不善)을 즐거워할 사람이 있겠는가.
반면 편협한 사람은 남을 꾸짖을 때에 상대가 자신의 편협한 사심을 따르면 기뻐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를 낸다. 사람을 쓰고 사람을 가르치는 데에 있어서도 모두 그러하다. 은밀한 일을 말하기 좋아하면서 항상 남들이 알까 봐 두려워하고, 때때로 오기(忤氣)를 건드려서 사람의 분노를 격발한다. 겉으로는 아첨하는 태도를 짓지만 몰래 남을 해치는 습성을 감추고 있으니, 이런 습성에 젖으면 남에게 꾸지람을 받기에도 바쁠 텐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꾸짖을 수 있겠는가. 대개 남을 꾸짖는 데는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요, 피아(彼我)를 달리해서는 안 된다. 자연의 운행 원리를 거스르면 꾸짖어서 따르게 하고, 국가와 사회의 안녕을 해치면 꾸짖어서 돕게 하고, 인도(人道)를 닦지 않으면 꾸짖어서 익히고 행하게 해야 한다. 이는 천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행하는 도리요, 나 혼자 행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로써 요구하되 선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사람을 꾸짖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고, 상대에게 아집을 버리고 내 의견을 따르라고 요구하면서 일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람을 꾸짖는 도리가 아니다. 만약 남을 꾸짖어서 감복시킬 수 있다면 사람 쓰는 방법을 반 이상은 터득한 것이다.
[원문]
以偏狹私意責人, 則人多慍怒, 以其驅納窮谷, 無路回避也; 以恢洪公正責人, 則人鮮慍怒, 以其周旋有路, 變通有術也. 是以公正人, 可以敎化萬姓. 上順大氣運化, 次明統民運化, 下達交接運化, 示以不可違越, 導以簡易方便. 或有差誤之端, 代其自覺而曉牖之, 何嘗有非毁之心? 或有罔昧之事, 因其固有而先後之, 何嘗有矜伐底意? 力不及處, 用人以傳達; 期未臻時, 需人而聚精, 和解人之縛束, 常留人之餘韻, 如非天下最難化, 豈有人間樂不善?
若夫偏私人, 責於人也, 順其偏私則喜, 違於偏私則怒, 至於用人敎人, 莫不皆然. 喜談隱密事, 常畏人知, 時發觸忤氣, 常激人忿, 作之爲諂柔之態, 藏之爲暗毒之習. 以此染着, 不暇受責於人, 何以責之於人? 蓋責人之道, 宜有一定準的, 不可彼我異同耳. 違逆運化, 責之使承順; 戕害治安, 責之使裨益; 不修人道, 責之使習行, 是乃天下人所同行之道, 非我一人所獨行之事. 責以人生當行, 而不開向善之路, 是不識責人之術; 責以捨爾從我, 而不遵一定之準, 此非責人之道. 苟於責人, 果得感服, 用人之方, 斯過半矣.
-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책인(責人)」, 『인정(人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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