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집(農巖集)》 은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의 문집인 《농암집(農巖集)》을 국역한 것이다. 김창협은 아우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과 더불어 농연(農淵) 형제로 병칭되며 당대의 문운(文運)을 주도하는 한편, 철학사에서도 낙론(洛論)의 종장으로 추숭되기도 하였던 인물이다. 또한 그는 안동 김씨(安東金氏) 그중에서도 속칭 장동 김씨(壯洞金氏)의 일원으로서 숙종대의 치열했던 정치적 상황에서 갈등했던 노론(老論)의 정치가이기도 하였으니, 정치ㆍ철학ㆍ문학 등 어느 한 방면에서도 소홀히 여길 수 없는 비중을 지니고 있다.
[1.제목] 가흥(可興)을 지나는데 강물이 맑디맑아 내 마음을 기쁘게 하다.
머나먼 길 급하게 달려오자니 / 汩汩赴脩塗
불안해 객의 시름 쌓이더니만 / 搖搖積旅思
골짝 강에 홀연히 정신 깨이어 / 峽江忽寤懷
한가로이 말고삐 늦춰 잡는다 / 聊以緩長轡
구불구불 길 하나 이어졌지만 / 綿延雖一路
굽이마다 느낀 정취 다르고말고 / 回轉每殊致
울퉁불퉁 기암괴석 여기 또 저기 / 磊磊奇石見
반짝반짝 흰 모래 덮이었는데 / 炯炯素沙被
깊은 물엔 비단 무늬 펼쳐져 있고 / 縠文布淵淪
빠른 여울 화살보다 한층 더 빨라 / 竹箭讓湍駛
구름 태양 번갈아 서로 비추니 / 雲日遞相照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치로구나 / 景氣多變異
뉘 알았으리 사행길 고달픔 속에 / 不謂原隰勞
강변의 은자 흥취 함께 누릴 줄 / 兼領滄洲事
평소부터 이런 정취 좋아했기에 / 平生篤斯好
감탄하며 깊은 마음 쏟아낸다네 / 喟焉注深寄
물길을 거스르며 어디 향하나 / 溯洄終何向
청풍 고을 한벽루(寒碧樓) 그곳이라오 / 碧樓在延跂
- 가흥(可興) : 충청북도 중원군(中原郡) 가금면(可金面)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가흥창(可興倉)은 조창(漕倉)이 있던
곳으로, 경상도 북부의 여러 고을과 충청도 일원의 전세(田稅)를 이곳에 모아 남한강(南漢江)의 수로를 이용하여 서울로
수송하였는데, 덕흥창(德興倉), 경원창(慶原倉)이라고도 한다.
[2.제목] 강기슭에 물결을 스치는 수양버들이 있어 지나가는 배를 덮었다.
기슭 누운 수양버들 금빛으로 단장하고 / 臥岸垂楊黃嚲金
긴긴 가지 나날이 강 빛 함께 푸르러 가 / 長條日與綠江深
뱃머리에 펼쳐진 봄빛 지금 이러하니 / 舟前春色今如此
한벽루 어귀에도 봄을 막지 못하리라 / 寒碧樓頭恐不禁
[3.제목] 달밤에 배 안에서 한벽루(寒碧樓)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를 감상하며 율시 한 수를 짓다.
누 위의 피리소리 격이 높은데 / 樓上吹初好
배 안에서 듣노라니 더욱 시원해 / 舟中度更寒
텅 빈 강 그 울림이 자연스럽고 / 江空易成響
먼 안개 아스라이 끝이 없는 듯 / 煙遠似無端
맑은 소리 강변의 풍혈에 닿고 / 淸籟連風穴
흐르는 음 월탄까지 울려 퍼진다 / 流音溯月灘
뜻이 통한 아양곡 여기 있으니 / 峨洋今在此
거문고 굳이 애써 탈 것이 없네 / 綠綺未須彈
[4.제목] 응청각에서 또 ‘호(壺)’ 자 운을 얻어 짓다.
한벽루라 누각 위에 한 병 술 앞에 놓고 / 寒碧樓頭酒一壺
술 마시는 높은 흥취 봄 강물이 있음이라 / 含杯高興在春湖
강변에 두루 핀 꽃 하양 땅의 오얏이요 / 岸花開徧河陽李
모래 위 나는 물새 섭현 고을 오리로세 / 沙鳥飛依葉縣鳧
주렴 아래 방울 둬도 관아의 공무 없고 / 簾下掣鈴無簿牒
수령 함께 휘호(揮毫)하는 선비들도 많다네 / 席前揮筆盛文儒
이다음 지금 이 일 쓸쓸히 추억하며 / 異時此事空相憶
금병산(錦屛山) 외로이 지는 해를 마주하리 / 閒對屛山落日孤
- 하양(河陽) 땅의 오얏 : 진(晉)나라 반악(潘岳)이 하양 현령(河陽縣令)으로 있을 때 온 고을에 복사나무와 오얏나무를
심어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곳곳에 꽃이 만발하였다 한다. 《白孔六帖》
- 섭현(葉縣) 고을 오리 :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도술을 지닌 왕교(王喬)가 섭현 영(葉縣令)을 지내면서 매월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언제나 조정에 와서 명제를 알현하였다. 그가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자주 오고 또 수레도
타지 않았으므로, 이를 이상하게 여긴 명제가 비밀리에 태사(太史)에게 그 진상을 알아보라고 명했는데, 태사가,
그가 오는 시기에 한 쌍의 들오리가 동남방에서 날아온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들오리가 다시 날아오는 때를 기다렸
다가 그물로 덮쳤는데, 그물 속에는 몇 해 전에 황제가 상서대(尙書臺) 관원들에게 하사한 가죽신 한 짝만 있었다고
한다. 《後漢書 卷82上 方術列傳 王喬》 작자가 현재 물오리가 노는 남한강 상류 청풍부에서 왕교처럼 한적한 벼슬살이
를 한다는 뜻에서 인용한 것이다.
- 주렴 …… 없고 : 당(唐)나라 때 지방 관청에서 문밖에 쇠방울을 매달아 두고 수령에게 보고할 일이 있으면 방울을 잡아
당겨 울림으로써 사람이 수령을 불러내는 것을 대신하였다 한다. 곧 지금 청풍부에 공무가 한가함을 말한 것이다.
[5.제목] 자익이 배에 오르기 전에 한벽루(寒碧樓) 앞의 배나무 한 그루를 읊었는데, 홍생(洪生)과 함께 그에 화답하다.
한벽루라 누각 앞에 한 그루 버드나무 / 寒碧樓前一株柳
금병산의 안개를 천 가지가 얽어맸네 / 千條綰盡錦屛煙
봄바람아 부질없이 왜 저리 길러냈나 / 春風長得空如許
가는 사람 탄 배를 잡아매지 못할 것을 / 不繫歸人下瀨船
- 금병산(錦屛山)의 …… 얽어맸네 : 버드나무 잎이 다 자라 무성한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청풍광의리 > 청풍 한벽루(寒碧樓) 관련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곡집(杜谷集) - 寒碧樓 (0) | 2021.09.26 |
---|---|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 청풍 한벽루에 올라[登淸風寒碧樓] (0) | 2021.09.26 |
[기묘록보유 (己卯錄補遺)] - 최운 전(崔澐傳) (0) | 2021.09.26 |
[고산유고(孤山遺稿)] - 한벽루 벽 위의 주 문절의 시에 차운하다 (0) | 2021.09.26 |
[고산유고(孤山遺稿)] - 부친을 대신해서 정언 강대진에게 차운하여 답하다 (0) | 2021.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