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 - 백 일곱 번째 이야기

조짐을 보고 판단하라.

2010. 4. 1. (목)

작은 일에서 큰 의미 찾는 자는 흥하고
쉬운 일에서 어려움을 생각지 않는 자는 망한다.

   
 

圖大於細者興   忘難於易者亡
도대어세자흥   망난어이자망

- 주세붕(周世鵬),〈이상잠(履霜箴)〉,《무릉잡고(武陵雜稿)》

[해설]

  위 글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며 청백리(淸白吏)인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 1495 ~ 1554)이 중종(中宗) 23년(1528)에 지어 올린 〈이상잠(履霜箴)〉중의 일부입니다.

  이상(履霜)이란 《주역(周易)》 곤괘(坤卦)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른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일의 조짐을 보고 미리 그 화(禍)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저자는 “조짐을 두려워하고 기미부터 잘 막아라. 조짐을 살피지 못하면 어두운 결과를 낳고 기미를 막지 못하면 위험에 처한다. 일찍부터 잘 판단해야지 처음에 잘못 판단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바로 조짐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서리가 내릴 때 얼음이 얼 것을 알고 대비한다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아직 얼음도 얼지 않았는데 서리 좀 내린 걸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인가?’라고 말한다면 얼음이 얼고 난 뒤에는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털끝만큼 벌어졌을 때 천 리 만 리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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