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매괘(歸妹卦 )

 

귀매는 가면 흉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歸妹 征 凶 无攸利]

○ ‘귀매는 가면 흉하다’는 것은, 괘상(卦象)으로써 말하면 소녀(少女)인 태(兌)가 장남(長男)인 진(震)을 따르는 것이고, 괘덕(卦德)으로써 말하면 여자인 태(兌)가 기뻐하고 남자인 진(震)이 동하는 것인데, 이는 모두가 정(正)이 아니므로 가면 흉한 것이다. 숭산 조씨(嵩山晁氏)가 말하기를, “이효와 사효가 양효로서 음의 자리에 있으니, 남자가 바르지 않음으로써 여자를 따르는 상이 있는 것이다. 오효가 음효로서 양의 자리에 있으니, 여자가 바르지 않음으로써 남자를 따르는 상이 있는 것이다. 이는 모두 바름을 잃은 것이므로 가면 흉한 것이 된다.” 하였다.
내가 또 이에 대해서 일찍이 미루어 생각해 보건대, ‘정흉(征凶)’은 삼효와 사효 두 효를 위주로 하여 말한 것인데, 이는 괘가 이루어진 것이 삼효와 사효가 사귀는 데에서 말미암았기 때문이다. 삼효가 바르지 않으면서 열(說)인 태체(兌體)에 있고, 사효가 바르지 않으면서 동(動)인 진체(震體)에 있으니, 바르지 않은 여자로서 바르지 않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는 정욕(情欲)에 감통된 것으로 흉(凶)한 도이다. 그러므로 가면 흉한 것이다.
‘무유리(无攸利)’에 대해서 숭산 조씨가 운운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건대, 삼효를 가리켜서 말한 것으로, 몽괘(蒙卦) 삼효의 “몸을 두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不有躬 无攸利]”고 한 것과 같은 뜻이다.

단에 이르기를, “귀매는 천지의 대의(大義)이다.” 하였다.[彖曰 歸妹 天地之大義也]

○ ‘천(天)’은 하체(下體)인 건(乾)을 가리키고, ‘지(地)’는 상체인 곤(坤)을 가리킨다. 삼효와 사효가 사귀어서 괘가 이루어졌으므로 천지의 대의라고 한 것이다.

상에 이르기를, “못 위에 우레가 있음이 귀매이니, 군자가 보고서 마침을 영구하게 하여 피폐해질 줄을 안다.” 하였다.[象曰 澤上有雷 歸妹 君子以 永終 知敝]

○ 우레가 동하는 것은 일정하지 않은데 못이 그에 따르는 것은 끝이 없다. 군자가 못 위에 우레가 있는 귀매괘의 상을 보고서 그 마침을 영구하게 하여 피폐해지는 바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초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되 잉첩(媵妾)으로 함이니, 절름발이가 걸어가는 격이다.[初九 歸妹以娣 跛能履]

○ ‘제(娣)’는 태(兌)의 상이다. ‘파(跛)’는 초효가 아래에 있으니 족(足) 상이다. 초효가 가운데가 아니어서 감이 가운데가 아니므로 절름발이가 되는 것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손(巽)은 고(股)가 되는데, 태(兌)는 손(巽)의 반체인바, 파(跛)의 상이 있는 것이다.” 하였다. 초구가 양효로서 양의 자리에 있는데, 양은 건(健)이 된다. 그러므로 능히 걸을 수가 있는 것이다.

구이는 애꾸눈이 능히 보는 것이다.[九二 眇能視]

○ ‘묘(眇)’는 호체인 이(離)의 목(目) 상이다. 이효는 정(正)이 아니어서 보는 것이 바르지 않으니 애꾸눈인 ‘묘(眇)’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응이 있으므로 능히 보는 것이다.

육삼은 누이동생을 시집보냄에 천첩(賤妾)으로 보내니, 다시 되돌아와 잉첩이 되어야 한다.[六三 歸妹以須 反歸以娣]

○ ‘수(須)’는 천첩으로, 태(兌)의 상이다. ‘제(娣)’ 역시 태(兌)의 상이다. 삼효가 이효의 위에 있으면서 이효를 따라서 가니, 다시 되돌아와서 잉첩이 되는 ‘반귀이제(反歸以娣)’의 상이 있는 것이다.

구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냄에 혼기가 지남이니, 지체하여 돌아감이 때가 있어서이다.[九四 歸妹愆期 遲歸有時]

○ ‘건기(愆期)’는 진(震)의 상을 취하였다. 절초 제씨(節初齊氏)가 말하기를, “《시경(詩經)》 패풍(邶風) 포유고엽(匏有苦葉)에 ‘선비가 아내를 데려오려면, 얼음이 풀리기 전에 해야 한다.[士如歸妻 迨氷未泮]’ 하였고, 《가어(家語)》에 ‘서리가 내리면 혼인이 많고, 얼음이 풀리면 형살을 그친다.[霜降多婚 氷泮殺止]’ 하였는데, 진(震)은 얼음이 풀리는 것이므로 혼기(婚期)가 지났다는 뜻인 ‘건기(愆期)’라고 한 것이다.” 하였다. ‘유시(有時)’는, 사효가 변하면 곤(坤)이 되는데 곤은 상강(霜降)이 되고, 초효가 정응(正應)이 된다.

육오는 제을(帝乙)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낸 것이니, 적처(嫡妻)의 소매가 잉첩(媵妾) 소매의 아름다움만 못한바, 달이 거의 보름이 된 듯이 하면[六五 帝乙歸妹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良 月幾望]

○ ‘제을(帝乙)’은 오효의 군(君) 상이다. ‘군(君)’은 오효의 상이다. ‘몌(袂)’에 대해서 쌍호 호씨가 말하기를, “세 양효가 건(乾)으로 옷[衣]이다. 가운데 두 효는 음과 양인바, 서로 옷소매인 몌(袂)가 되는 상이다.” 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건대, 삼효는 이효의 위에 있는데 짝이 되는 획(畫)이 나누어 솟아 있으니 몌(袂) 상이 있는 것이다. ‘제(娣)’는 삼효를 가리킨다. 삼효는 태체(兌體)이다. ‘양(良)’은 세 양획이 건(乾)으로 옷이 되는데, 오효는 옷 밖에 있고 삼효는 옷 안에 있으니 아릅답게 꾸미는 상이 된다. ‘월(月)’은 호체인 감(坎)의 상이다. 오효는 감체(坎體)의 맨 위에 있어서 이미 다 찼다. ‘기(幾)’라고 이른 것은 경계하는 말이다.

상육은 여자가 광주리를 받드나 담겨진 것이 없다. 남자가 양(羊)을 베나 피가 없다.[上六 女承筐无實 士刲羊无血]

○ ‘여(女)’는 상효가 음효인 상이다. ‘광(筐)’은 진(震)의 죽(竹) 상이다. ‘승(承)’은 진(震)의 반체인 간(艮)의 수(手) 상이다. ‘무실(无實)’은 음(陰)의 허(虛) 상이다. ‘사(士)’는 삼효를 가리킨다. ‘양(羊)’은 태(兌)의 상이다. ‘규(刲)’는 이(離)의 병(兵) 상이다. 이(離)의 병(兵)이 태(兌)의 양(羊) 위에 있으니 양을 베는 ‘규양(刲羊)’의 상이 있는 것이다. ‘혈(血)’은 감(坎)의 상이다. 감(坎)의 혈(血)이 위에 있는데 이(離)가 건괘(乾卦)가 되니 피가 없는 ‘무혈(无血)’의 상이 있는 것이다.

[주D-001]숭산 조씨(嵩山晁氏) : 송나라 조열지(晁說之)를 가리킨다. 자가 이도(以道)이며, 호가 경우(景迂)이다. 서화에 능하였고, 육경(六經)에 통달하였는데 역(易)에 더욱더 뛰어났다. 저서로는 《유언(儒言)》, 《조씨객어(晁氏客語》가 있다.
[주D-002]숭산 조씨가 운운하였다 : 숭산 조씨가 말하기를, “상괘(上卦)는 육오(六五)가 음효로서 양효인 구사(九四)를 타고 있으며, 하괘(下卦)는 육삼(六三)이 음효로서 양효인 구이(九二)를 타고 있으니, 남편으로서 부인에게 굽히고 부인으로서 남편을 제압하는 상이 있다. 그러므로 이로운 바가 없는 것이다.” 하였다.
[주D-003]절초 제씨(節初齊氏) : 원나라의 학자로 자가 각옹(覺翁)인 제몽룡(齊夢龍)을 가리킨다.
[주D-004]양(良)은 …… 건(乾)으로 : 이 부분은 원문이 ‘艮三陽乾爲衣’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良三陽乾爲衣’로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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