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 - 백 서른 다섯 번째 이야기

옥(玉)처럼 만들려면

2010. 10. 14. (목)

내가 너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너를 안정시키려는 것이며,
내가 너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은 너를 구원하려는 것이다.

   
 

吾所以窘汝者。乃所以安汝也。吾所以陷汝者。乃所以拯汝也。
오소이군여자。내소이안여야。오소이함여자。내소이증여야。

- 강희맹(姜希孟 1424~1483),〈도자설(盜子說)〉,《사숙재집(私淑齋集)》

[해설]

  어느 도둑이 자기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쳤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도둑질하는 기술을 다 배우고 나자 자만하여 세상에 자신을 능가할 자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그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부잣집에 도둑질을 하러 가서, 그 집의 보물 창고에 아들을 가두고는 일부러 소리를 내어 집 주인에게 발각되도록 한 뒤에 자신은 먼저 나왔습니다. 혼자 창고에 갇힌 아들은 잡히지 않기 위해 쥐 소리를 내기도 하고 연못에 돌을 던져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등 온갖 꾀를 부려 겨우 탈출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아버지를 원망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아버지가 말하기를, “이제야 네가 천하의 뛰어난 도둑이 되었다. 곤궁함과 울분은 사람의 의지를 강하게 하고 사람의 사랑을 성숙하게 만든단다. 내가 너를 위태롭게 만든 것은 너를 안정시키고자 한 것이었으며, 내가 너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너를 구원하고자 한 것이었다.”라고 하였습니다.

  송(宋)나라의 학자 장재(張載)는 〈서명(西銘)〉에서 “가난과 걱정 속에 처하게 함은 너를 옥처럼 다듬어 훌륭하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라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혹독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극복한 뒤에 돌이켜보면, 그 어려움은 자신을 단련시키는 과정이었다고 생각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지혜롭게 극복한다면, 어느덧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양기정(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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