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집 > 양촌선생문집 제13권 > 기류(記類)
오대산 사자암 중창기(五臺山獅子庵重創記)
건문(建文) 3년 봄 정월 신미일(辛未日)에 계운신무 태상왕 전하(啓運神武太上王殿下 조선 태조)께서 내신(內臣) 판내시부사(判內侍府事) 이득분(李得芬)을 시켜 참찬 문하부사(參贊門下府事) 신(臣) 권근(權近)을 명소(命召)하여 전지(傳旨)하기를,
하였다.
신 권근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불씨(佛氏)의 도(道)는 자비로 만물을 구제하는 것인데, 그 설이 매우 근거가 있어 한(漢) 나라 이래로 당시의 군주들이 존숭하여 믿지 않은 이가 없었다.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태상왕 전하께서 신무(神武)하신 자품으로 천운에 맞추어 나라를 창건하여 곧 동방(東方)을 차지하시고, 유신(維新)의 정사를 펴, 깊은 인(仁)과 후한 은택으로 계책을 남기어 후손들을 복되게 하심이 지극하였다고 하겠다. 온갖 정사[萬機]가 번거로움이 싫으셔서 성왕(聖王)에게 전위(傳位)하시고 불승(佛乘 불교 경전)에 전심(專心)하여 부지런히 받들고 믿어 궁벽한 산의 정상에 이르기까지 옛 암자 터를 물어보아 유명한 절을 세우시고, 머나먼 천리 길을 친히 옥체(玉體)를 수고롭혀 순행(巡行)하여 임하시니, 산골의 숲이 광채가 나고 연하(煙霞)가 빛깔이 달라졌으니, 이 산이 생긴 이래 일찍이 있지 않던 일이다.
옛적에 신라(新羅)의 두 왕자(王子)가 이 산에 들어왔던 것이 지금까지 미담(美談)으로 전하여 오고 있는데, 하물며 지금 전하(殿下)께서 창업(創業)하신 임금이요 태상왕(太上王)의 존귀하신 몸으로 이곳까지 멀리 승여(乘輿)를 몰아 친히 임행(臨幸)하셨음에랴. 이제부터는 산야(山野)의 늙은이들이 한없이 재미나게 이야기하여 이 산의 중요함을 증가하게 될 것이니, 마땅히 헌원씨(軒轅氏)가 패자(貝茨)에서 노닌 것이나, 목왕(穆王)이 요지(瑤池)에 간 것과 더불어 짝이 되어 다같이 한이 없이 후세에 전하여 일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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