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 - 백 쉰 두 번째 이야기

원칙과 대의

2011. 2. 17. (목)

쇠와 돌처럼 굳은 충성(忠誠) 

해와 달처럼 높은 대의(大義)
하늘 땅도 알고 있고 

귀신에게도 떳떳하거늘
옛 성현의 도를 따르려다 

지금 세상과 어긋나 버렸으니
슬프다 백대나 지난 뒤라야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至誠矢諸金石。大義懸乎日月。天地鑑臨。鬼神可質。
지성시저금석。대의현호일월。천지감림。귀신가질。

 

蘄以合乎古。而反盭於今。嗟百世之後。人知我心。
기이합호고。이반려어금。차백세지후。인지아심。

- 김상헌(金尙憲 1570~1652)

  <청음김선생묘명(淸陰金先生墓銘)>
 《청음집(淸陰集)》

[해설]

  남양주 덕소의 석실(石室)이란 마을은 조선후기 대표적 명문집안인 안동김씨가 대대로 살아온 곳입니다. 그 뒷산에 청음(淸陰) 김상헌의 묘소가 있는데, 손자 김수증(金壽增)이 큼직한 글씨로 새긴 비석이 묘소 앞에 서 있습니다. 청음이 병자호란으로 청나라 심양에 잡혀가 있을 때 손수 지은 자찬묘명(自撰墓銘)입니다. 일생의 행적을 작은 글씨로 자세히 기록해 놓은 여느 묘비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청음은 이 묘명에서 굳고 높은 자신의 충성심과 대의가 천지와 귀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옛 성현이 제시한 원칙을 실천하려다 지금은 이역 땅에서 갇혀 지내는 몸이 되었지만, 후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평가해 줄 것이라 확신하였습니다. 현실의 이익보다는 척화론(斥和論)을 통해 자신이 지켜온 원칙을 끝까지 주장했던 청음의 기개와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글입니다.

  요즘의 정치는 당리당략에 의해 원칙도 없이 정책을 공약하고, 또 이미 해 놓은 국민과의 약속을 이런저런 현실적 이유를 대며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어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청음이 이를 본다면 과연 무어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합니다.

글쓴이
최채기(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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