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回)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20)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3 - 석전류 2 > 석전잡설(釋典雜說)
어떤 사람이 내게 묻기를 “일찍이 윤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장제(蔣濟)는 죽은 아들을 구사(謳士 악인(樂人)으로 광대 따위) 손아(孫阿)에게 부탁하였고, 양호(羊祜)는 금환(金環)을 이씨(李氏)의 집 뽕나무에서 찾았으며, 진희이(陳希夷)는 남암(南菴)의 후신이라는 지목이 있었고, 소동파(蘇東坡)도 다시 태어났다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치를 모르겠으니, 그대는 부디 나를 가르쳐 주게나.” 하였다.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그대가 날마다 윤회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내게 묻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였더니, 그 질문한 사람이 당황하여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하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깨우쳐 주었다. “지금 그대가 질문한 것은 바로 불교의 윤회를 가리킨 것이다. 내가 이르는 윤회란 바로 우주(宇宙)의 윤회를 가리킨 것이다. 성인(聖人)은 천지의 원리를 통달하고 만물의 실정을 미루어 알아 이(理)ㆍ기(氣)로써 윤회를 논하여 ‘끝없이 순환(循環)하여 갔다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다.’ 하였으니, 이는 윤회에 대하여 크게 타개해 놓은 말이다. 이런 이치 이외에는 다시 별다른 이치가 없다.
말하자면 한 번 닫혔다가 한 번 열리고 한 번 열렸다가 한 번 닫히는 것은 천지의 윤회요, 한 번 갔다가 한 번 오고 한 번 왔다가 한 번 가는 것은 고금(古今)의 윤회요, 한 번 다스려졌다가 한 번 어지러워지고 한 번 어지럽다가 한 번 다스려지는 것은 역사의 윤회요, 한 번 태어났다가 한 번 죽고 한 번 죽었다가 한 번 태어나는 것은 사람의 윤회이다.
아, 그런데 저 불교는 유독 지옥(地獄)의 인과보응(因果報應)의 설(說)만을 가지고 윤회라 일러, 이치에 틀린 학설을 가지고 올바른 이치를 파괴하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우리 유교에서 몹시 배척한 것이다.
가령 불교의 논리처럼 된다 하더라도 또 괴이스러운 것이 있다. 불교에서 본 것은 새ㆍ짐승ㆍ벌레ㆍ고기 따위들이 물이나 육지에서 서로 변화되는 것을 보고서 윤회라고 말한 것이다. 이를테면 상어[鯊]가 호랑이로 변하고 호랑이가 상어로 변하며, 상어가 사슴으로 변하고 메기[鮎]가 수달[獺]로 변하며, 꿩이 큰 조개로 변하고 참새가 참조개로 변하며, 굼벵이가 매미로 변하고 메뚜기가 닭으로 변하며, 죽순이 뱀으로 변하고 뱀이 자라로 변하는 따위를 가리킨 것이니, 어찌 이런 것을 윤회로 삼아 동식물들이 변화되는 과정 속에 사람을 억지로 가입시킬 수 있겠는가? 모든 동식물이 서로 변하는 것 역시 천지의 생생(生生)하는 조화이거니, 어찌 사람의 윤회에 관여되겠는가?
지옥(地獄)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불교를 낭패시킬 수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가령 온 천하 사람들이 다 나쁜 짓을 한다면 지옥이 윤회하지 못하여 쓸모가 없을 것이요, 또 온 천하 사람들이 다 착한 일을 한다면 지옥이 윤회하지 못하여 역시 쓸모가 없을 것이다. 지옥이 쓸모가 없게 되면 윤회도 없어져 불교가 윤회에 대한 권세를 가만히 앉아서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내가 말한 윤회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천지의 자연 조화에 맡겨두어 만고에 언제나 존재하여 보태려고 해도 안 되고 감하려고 해도 안 되며, 없애버리려고 해도 안 되고 깨뜨려 버리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을 가리킨 것이니, 어느 누가 윤회의 조화 속을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진무기 사도(陳無己師道 사도는 자이다)가, 떠도는 영혼이 변(變)이 된다는 것으로 윤회의 학설을 삼자, 여중목 염(呂仲木枏 중목은 자이다)이 그 말을 변론하여 이르기를 “사람이 영원히 살고 죽지 않는다면 인구가 많게 될 것이니 세상에 어떻게 다 용납할 것인가? 또 영원히 죽어버려 변화되지 않는다면 또 귀신이 많게 될 것이다. 등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진 것은 전일의 등불이 아니요, 구름이 일고 무지개가 나타나 비가 온 것도 전일의 비가 아닌데,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이 어찌 전생의 몸이겠는가?” 하니, 이치가 과연 그렇다. 그리고 진강(陳剛)의 윤회에 대하여 배척한 말은 발본색원(拔本塞源)한 논설이라 할 수 있다.
진강의 말에 “석가가 천축국(天竺國)을 다스림에 있어 땅은 작으나 재물이 많으므로, 이웃 나라의 침략을 받아 거의 지탱할 수 없게 되자, 그는 나라를 버리고 망명하였다. 그는 마침 내 궤술을 써서 이웃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생각으로 지옥(地獄)의 인과보응설(因果報應說)을 창작하여 ‘너희들은 지금 인명을 해치고 살생하였으니 죄악이 가득차 지옥의 재앙을 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져 다시 방아에 찧이고 갈리는 고초를 받을 것이요, 또 짐승으로도 변하여 털도 나고 뿔도 나 몸으로 죄값을 치르게 되고 고기는 사람에게 먹히게 되어 영원히 아비지옥(阿鼻地獄)으로 떨어져 뛰어 올라올 수 없을 것이다.’ 하였다. 그러자 이웃 나라들은 지옥설을 혹신하여 크게 감화되고 아울러 전의 잘못까지 후회하여, 12년 사이에 석가의 국토ㆍ국민ㆍ처자ㆍ보물 등을 되돌려 주었다. 그래서 석가는 비로소 본국으로 돌아와 다시 부귀를 누렸다.” 하였다. 이로 보면 윤회는 바로 석가가 인심을 현혹시키는 일시적인 술책이었다.
비록 그렇지만 윤회하여 보응(報應)을 받는다는 말이 한번 나온 이후로, 천하에는 과연 수많은 괴이한 일들이 발생하여 석가의 거짓말과 우연히 합치되자, 세상 사람들은 더욱 윤회를 혹신하여 생각을 고치지 아니하니, 이것이 한 가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저 백기(白起)와 진회(秦檜)가 보응을 받았다는 일은 더욱 사람들로 하여금 의혹을 자아내게 한다.
오(吳) 나라 진담(陳琰)의 《광원잡지(曠園雜志)》에는 “요동(遼東)에 어느 동씨(董氏)가 강희(康熙) 초년에 번치령(繁峙令)이 되었다. 그는 일찍이 말하기를 ‘내가 집에 있을 적에 이웃 사람이 돼지 한 마리를 도살하여 털을 벗기는데, 돼지 겨드랑 밑에 흰 털로 진(秦) 나라 장수 백기(白起)란 네 글자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했다.” 하였고, 방중리(方中履)의 《물리소지(物理小識)》에는 “경사(京師)의 현령궁 도사(顯靈宮道士)가 생선 한 마리를 샀는데, 생선의 배에 진 나라 백기의 아내라고 씌어 있었고, 연경(燕京) 어구에 사는 오여익(鄔汝翼)은 만력(萬曆) 병자(丙子)에 항주(杭州)에서 놀다가 백정 집에 들어가니, 돼지를 도살하여 털을 다 벗겼는데, 그 돼지 배에 ‘진회의 10대째 후신이라’는 등의 글자가 씌어 있었다.” 하였다. 《광원잡지》에도 오여익의 기록이 실려 있으니, 이런 것들이 어찌 괴이한 일이 아닌가?
이상의 윤회에 대한 말이 또 불교의 육도(六道) 윤회와는 같지 않지만, 역시 윤회설에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윤회에 대한 말이 굉장히 많지만 너무 허황하다.
청(淸) 나라 수원(隨園) 원매(袁枚)의 《자불어(子不語)》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강희(康熙) 3년에 절강(浙江) 사람 방문목(方文木)이 바다에 배를 띄웠다가 갑자기 바람을 만나 어느 한 곳에 닿으니, 궁전(宮殿)이 우뚝하게 서 있고 그 위에는 비새전(毗賽殿)이란 세 글자가 씌어 있었다. 그래서 방문목이 대단히 놀라 비새전 밖에서 고개를 숙이고 땅에 엎드리자, 하피(霞帔 구름 무늬가 수놓인 의복)를 입은 두 사람이 그를 안내하여 비새전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엔 장두왕(長頭王 머리 길이가 3척이 되는 왕이라 한다)이 앉아 있었다.
장두왕의 면류관은 큰 나무통처럼 생겼는데 진주(珍珠)가 사방으로 드리워졌고 수염에서는 뿌드득뿌드득 서로 부딪쳐 소리가 났다. 장두왕이 방문목에게 ‘너는 절강 사람인가?’ 하고 묻자, 방문목이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장두왕이 ‘여기까지 거리가 50만 리나 된다.’ 하면서, 방문목에게 밥을 내려주었는데 쌀이 대추 크기만 하였다. 그제야 방문목은 왕이 신령(神靈)인 줄 알고 꿇어앉아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자 장두왕은 시신(侍臣)을 돌아보면서 이르기를‘차례 첫 번째의 반고황제(盤古皇帝 중국 태고 시대의 임금)에 대한 완성된 문안(文案)을 가져다 방문목에게 한번 조사해 보도록 하라.’ 하니, 방 문목은 대단히 놀라 머리를 조아리면서 반고황제가 몇 분이나 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두왕이 대답하기를 ‘천지는 시초도 없고 종말도 없어 12만년이 되면 그때마다 반고황제가 한 사람씩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하늘에 올라와 조회한 반고황제가 1억여 명이 넘는데, 내가 어떻게 그 수효를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다만 원회운세(元會運世)에 대한 학설은 이미 송(宋) 나라 강절(康節) 소요부(卲堯夫 요부는 소옹(卲雍)의 자)가 천기를 누설해 설명하여 버렸으니,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간 개벽(開闢)을 모두 천제(天帝)가 봉행하였는데, 차례 첫 번째 개벽의 완성된 문안에 있어서는 아직껏 설명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바람으로 너를 데려다가 이 개벽에 대한 까닭을 설명하여 세상 사람들을 깨우쳐 주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였다.
그러나 방문목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러자 장두왕은 ‘내 우선 네게 묻겠는데,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재앙을 내리는 것이 어째서 보응을 받는 자도 있고 보응을 받지 못하는 자도 있으며, 천지의 귀신(鬼神)이 어째서 신령스러운 것도 있고 신령스럽지 못한 것도 있으며, 선술(仙術)을 닦고 부처를 배움에 있어 어째서 성공한 자도 있고 성공하지 못한 자도 있는가? 또 홍안(紅顔) 미인은 팔자가 기구한 것인데 어째서 기구하지 않는 자도 있고, 재주 있는 사람은 운명이 곤궁한 것인데 어째서 곤궁하지 않는 자도 많은가? 그리고 한 번 마시고 한 번 먹는 것도 어째서 미리 정해진 것이 있고, 일식(日食)을 하고 산이 무너진 것도 어째서 겁운(刦運)이 있는가? 또 길흉 화복을 잘 추산하는 자가 어째서 운명을 알고도 흉화를 모면하지 못하며,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는 자에게 하늘이 어째서 벌을 내리지 않는지 그 까닭을 아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나 방문목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장두왕은 ‘아, 지금 세상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것은 모두 완성된 문안대로이다. 차례 첫 번째 세계가 개벽됨에 있어서도 12만 년 동안에 있었던 인물과 역사 역시 조물주가 마음을 써서 조작한 것이 아니다. 자연적으로 기화(氣化)의 변천함을 따라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며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한 것이다. 비유하건대 물을 쏟아 땅에 떨어뜨리면 자연적으로 모나거나 둥근 자국이 형성되는 것과 같으며, 어린애들이 바둑놀이를 할 적에 손 가는대로 바둑알을 놓는 것과 같다.
이처럼 자연적으로 정하여진 뒤에는 마침내 하나의 판본(板本)이 작성되어 장부(帳簿)가 나오고 철주(鐵鑄)도 만들어졌다. 그래서 천지가 개벽될 때에는 천제(天帝)가 이 성안(成案)된 책을 가지고 교대하여, 두 번째 개벽하는 천제에게 인계해 주어 그 성안대로 따라 봉행하도록 하여 털끝만큼도 변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의 뜻이 하늘의 마음과 가끔 틀려 가지런하지 않고 또 세상 사람들이 종일토록 바쁘게 서두르는 것이, 마치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가 꼭두각시놀이를 할 적에 남모르는 가운데 허수아비를 조종하는 실이 있는 것과 같아, 성공하고 실패하며 공교하고 졸한 것 등이 오래 전부터 이미 정하여졌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모르고 있을 뿐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그러자 방문목이 황연(恍然)히 묻기를 ‘그렇다면 지금에 이르는 삼황(三皇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여와(女媧)를 가리킨다.)ㆍ오제(五帝 황제(黃帝)ㆍ전욱(顓頊)ㆍ제곡(帝嚳)ㆍ요(堯)ㆍ순(舜)을 가리킨다)는 바로 전 세상에 있었던 삼황ㆍ오제이며, 지금 21사(史) 중에 있는 역사도 바로 전 세상의 21사 중에 있었던 역사입니까?’ 하니, 장두왕은 ‘그렇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신(侍臣)이 무슨 책 한 권을 받들고 왔는데, 그 책 위에 ‘강희(康熙) 3년에 절강(浙江) 사람 방문목이 바다에 배를 띄워 비새국(毗賽國)으로 올 것이다. 그는 미리 정하여진 천기(天機)를 세상에 누설(漏洩)시켜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다함께 깨우치도록 할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절강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 ’고 씌어져 있었다. 그러자 방문목이 절하며 감사하였고 작별할 때에 눈물을 흘리니, 장두왕이 손을 저으면서 ‘그대는 왜 그러느냐? 앞으로 12만 년 뒤에는 내가 너와 다시 여기 비새전에서 만나게 될 것인데, 어찌 울 필요가 있느냐?’ 하였다. 그리고는 조금 있다가 웃으면서 ‘내가 실수하였다. 내가 실수하였어! 이렇게 한번 우는 것도 역시 12만 년 중에 이미 이런 두 줄기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안(成案)에 등록된 대로 따라 우는 것이니, 내가 꼭 울지 말도록 권할 것이 없다.’ 하였다.
이어 방문목이 장두왕의 나이를 물으니, 좌우의 시신이 ‘왕은 차례 첫 번째 반고황제(盤古皇帝)와 함께 출생하였지만, 앞으로 천만 번째의 반고황제와도 함께 죽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방문목이 ‘왕이 죽지 않는다면 천지가 훼멸할 때에는 왕은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고 물으니, 장두왕이 ‘나는 사신(沙身 모래로 된 신체)이기 때문에 수없는 겁운을 지나도 괴멸되지 않는다. 천지 만물들은 훼멸하여 모래로 변하여 없어지지만, 나는 아주 괴멸된 곳에 먼저 가서 거처하고 있기 때문에 겁화(刦火)도 나를 불태울 수 없고 홍수(洪水)도 나를 침몰시킬 수 없다. 그런데 모진 바람이 회오리쳐 불어오므로 위로는 구천(九天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까지 오르고 아래로는 구연(九淵 연못의 가장 깊은 곳)에까지 들어가게 되니 퍽 괴롭게 느껴진다. 이리하여 수만 년 동안을 무미하게 앉아 있으면서 반고황제가 세상에 나올 때만을 기다리게 되니, 날짜가 너무나 많게 느껴져 퍽 싫증이 난다.’고 대답하였다. 장두왕이 말을 마치고 나서 입으로 기운을 내불어 방문목에게 불어주니, 문목은 공중을 타고 떠나오게 되어 옛날대로 바다의 배 위에 도착하여 1개월 남짓 걸려 절강으로 돌아왔다. 방문목이 이런 일을 모서하(毛西河)에게 이야기하니, 서하는 ‘사람들이 모든 일마다 미리 정하여진 줄만을 알고 미리 정하여진 원인은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 이 이야기를 듣고서야 환하게 깨달았다.’ 하였다. 이상의 이야기를 삼가 살펴보건대 우언(寓言)만은 아닌 것 같다. 《남북사(南北史)》에도 이미, 비새왕(毗賽王)은 만고토록 죽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그 이야기도 전혀 근거가 없지 않는 것으로 안다.” 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어찌 윤회(輪回) 중에서 가장 큰 윤회가 아니겠는가? 수원(隨園) 원매(袁枚)가 윤회를 논한 것이 극히 이치가 있다. 그러나 윤회설을 배척하여 깨뜨리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수원의 《신제해(新齊諧)》에 이르기를 “귀신에게 윤회가 없다고 한다면 옛날부터 지금까지 귀신들이 날마다 증가되어 앞으로는 천지에 다 수용할 수 없게 될 것이요, 귀신에게 윤회가 있다고 한다면 여기서 죽자마자 저기에서 태어나 바로 형체를 바꾸어 나와서 세상에는 귀신이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장사하는 남자와 농사짓는 아낙네까지도 가끔 다시 태어나므로 윤회되지 않는 자가 없을 성싶은 반면에, 묵은 언덕이나 버려진 무덤에서는 가끔 귀신이 나타나므로 또 윤회되지 않는 자도 있는 성싶다. 나의 표형(表兄 외종형(外從兄)을 말한다) 안천석(安天石)이 일찍이 병으로 누워있는 중에 영혼이 잠시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가 윤회 문제를 가지고 저승의 호적 맡은 관리에게 질문하니, 그 관리가 대답하기를 ‘윤회되는 자도 있고 윤회되지 않는 자도 있는데 대개 세 가지가 있으니, 좋은 일을 하여 보(報)를 받은 것과, 죄(罪)를 지어 보를 받은 것과, 은혜나 원망이 있어 보를 받은 것이 그것이다. 넋이 묘허(墓墟)에 떠돌아다니다가 남은 기운이 점점 사라지면 마치 이슬이나 물거품처럼 잠깐 있다가 없어지고, 마치 한화(閑花)나 야초(野草)처럼 절로 피었다 떨어지는 꼴이 되는 것은 윤회가 될 수 없고, 혹 의지할 곳 없는 혼백(魂魄)이 남의 태(胎)에 감입(感入)한 것을 투생(偸生)이라 하고, 수행(修行)이 높은 고승(高僧)이나 도사(道士) 같은 이들이 남의 형체를 빌려 대대로 전생(轉生)하는 것을 탈사(奪舍)라 하는데, 이는 다 우연(偶然)이므로 윤회의 상리(常理)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며, 신령(神靈)이 하강(下降)하여 성대(盛代)를 보좌하거나 마괴(魔怪)가 수없이 생겨나 종횡, 살겁(殺刦)하는 경우도 이 또한 기수(氣數)로 이루어진 것이니 윤회로 논할 수 없다.’ 하였다. 안천석(安天石)은 본디 윤회를 믿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나, 병이 나은 후에는 늘 이 말을 들어 남에게 고(告)하기를 ‘그의 말에 의거하건대, 이는 명부(冥府)를 파고 들어가 보아야만이 그 이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했다.” 하였다.
아마 수원(隨園)도 윤회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단하지 못하고 말한 것이니, 도리어 한 늙은 화상(和尙 중의 존칭)의 격언(格言)을 취하는 것보다 못하다.
안계(安溪) 이광지(李光地)가 말하기를 “예봉화상(銳峯和尙)의 속성(俗姓)은 양씨(楊氏)인데, 어려서는 유학(儒學)을 공부하다가 조금 장성하여서는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어느 날 예봉화상은 그 스승에게 ‘사람과 새ㆍ짐승이 순환하여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데 참으로 그런 이치가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스승인 중은 ‘그런 것은 질문할 것도 없는 것이다. 불법(佛法)에서 천지를 관찰하는 것은 심법(心法)을 가지고 관찰할 뿐이다. 사람이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우물쭈물하는 동안에 생각이 갖가지로 변멸(變滅)하여, 여러 번 사람이 되기도 하고 또 여러 번 새ㆍ짐승이 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하였다.
그 말을 자세히 연구해 보면, 그 중은 진작 윤회에 대한 이치를 깨달은 자이다. 사람이 세상에 생존할 때에도 새나 짐승으로 윤회한 자가 많은데, 어찌 꼭 죽은 뒤에 새나 짐승으로 윤회하는 것을 죄다 거론할 나위가 있겠는가?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옷을 따뜻하게 입어 안일한 생활만 하고 가르침이 없다면, 이는 곧 새나 짐승에 가깝다.” 하였다. 이는 아성(亞聖)의 말이기 때문에 말을 박절하게 아니하고 가깝다[近]는 글자로 비유한 것이다. 가령 지금 사람이 그에 대해 말을 한다면 가깝다는 글자를 된다[爲]는 글자로 고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너무 심한 자로 말한다면, 새나 짐승만도 못하다고 쓸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윤회에 대하여 무엇을 의심하여 질문할 바가 있겠는가? 그대는 옛사람이 지금 사람과 같고 전세(前世)가 후세(後世)와 같은 것을 모르는가? 세세(世世)로 끊임없이 생생(生生)하여 오늘날만 그런 것이 아니니, 윤회에 대한 이치를 다른 데서 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장제(蔣濟)는 …… 부탁하였고 : 삼국(三國) 시대 위(魏)의 장제가 영군장군(領軍將軍)이 었을 때, 그의 부인 꿈에 죽은 아들이 나타나 울면서 “내가 살았을 적엔 경상(卿相)의 자손이었으나, 지금은 지하(地下)에서 말할 수 없는 모진 곤욕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태묘(太廟)의 서쪽에 사는 구사(謳士) 손아(孫阿)가 곧 태산 영(泰山令)으로 부름을 받을 예정이니, 나를 아버지께 말씀 드리어 손아에게 잘 부탁해서 나에게 좋은 자리를 얻게 하도록 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 꿈을 깬 부인이 남편에게 그 사실을 얘기하자 장제는 성품이 강직하여 “꿈속의 일을 신경 쓸 게 없다.”고 일축하였으나, 부인이 그런 꿈을 다시 꾸게 되자 장제가 사람을 보내어 태묘(太廟) 근처에서 손아라는 사람을 수소문한 끝에 과연 그런 사람을 찾은 다음 그의 형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꿈에 아들이 말해 준 형상고 독같으므로, 장 제가 그제야 울면서 “하마터면 우리 아이를 저버릴 뻔 했다.” 하고는 손아에게 그 꿈 얘기를 빠짐없이 하자, 손아는 곧 죽게 되는 것은 겁내지 않고 우선 태산령이 되는 것에 기뻐서 “그러면 장군의 아드님은 무슨 직책을 드릴까요.? 하므로, 장제가 “지하에서 제일 좋은 직책을 부탁하오.” 하니, 손아가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하였는데, 과연 그후 얼마 안되어 손아가 죽은 다음 한 달쯤 후에 죽은 아들이 다시 꿈에 나타나 “저는 벌써 녹사(錄事)의 직책으로 옮겼습니다.” 했다 한다.《三國志卷14 蔣濟傳 注》
양호(羊祜)는 …… 찾았으며 : 진(晉) 나라 때 양호가 5세 되던 해에 한번은 느닷없이 유모(乳母)에게 내가 갖고 놀던 금환(金環)을 가져오라고 하자, 유모가 “너에게 원래 이런 물건이 없었지 않느냐.” 하니, 양 호가 곧장 이웃 이씨(李氏) 집 동쪽 담벼락에 서 있는 뽕나무 사이에서 금환을 찾았다. 그러자 그 집 주인이 “이것은 우리 죽은 아이가 잃은 물건인데, 왜 가져가느냐.” 하므로, 유모가 이씨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한, 이씨가 매우 슬퍼하였는데, 사람들은 그를 이상히 여겨 “이씨의 아들이 곧 양호의 전신(前身)이었다.”하였다.《晉書 卷34 羊祜傳》
진희이(陳希夷)는 …… 있었고 : 진희이는 송(宋) 나라 때 은사(隱士)인 진단(陳摶)을 가리키는 말로, 그가 임금으로부터 희이선생(希夷先生)이라 사호(賜號) 받은 데서 비롯된 것이고, 남암(南菴)은 누구를 가리킨 말인지 자세하지 못하다.
소동파(蘇東坡)도 …… 있다 : 동파는 송(宋) 나라 때의 문장가 소식(蘇軾)의 호인데,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은 자세하지 못하다.
떠도는 …… 된다 : 《주역(周易)》 계사 상(繫辭上)에 “떠도는 영혼이 변이 된다.” 한 주에 “음양의 정기(精氣)가 모아져 물체(物體)를 이루는데, 모아지는 것이 극도에 달하면 흩어져서 떠도는 영혼이 된다.” 하였다.
백기(白起)와 …… 받았다 : 백기는 전국(戰國) 시대 진 나라 장수로, 조괄(趙括)의 군사와 싸워 대파(大破)시킨 뒤 항복해 온 군졸 40만 명을 땅속에 묻어 죽인 일이 있고, 진회(秦檜)는 송말(宋末)의 정승으로 금(金)과의 굴욕적인 화약(和約)을 체결하기 위해 주전파(主戰派)인 악비(岳飛)를 죽이고, 장준(張浚)ㆍ조정(趙鼎) 등을 귀양보냈으며, 당시의 충신양장(忠臣良將)들을 거의 다 죽이고서 화약을 성립시켰던 일이 있는데, 보응(報應)을 받았다는 설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못하다.
육도(六道) : 중생(衆生)이 업인(業因)에 따라 윤회(輪回)하는 길을 여섯으로 나눈 것. 즉 지옥도(地獄道)ㆍ아귀도(餓鬼道)ㆍ축생도(畜生道)ㆍ아수라도(阿修羅道)ㆍ인간도(人間道)ㆍ천상도(天上道)이다.
원회운세(元會運世) :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황극경세전수도설(皇極經世全數圖說)에 의하면 “천지 시종(天地始終)의 수(數)는 원(元)인데 원의 수는 1이고, 월(月)은 회(會)인데 회의 수는 12이고, 성(星)은 운(運)인데 운의 수는 3백 60이고, 진(辰)은 세(世)인데 세의 수는 4천 3백 20이니, 1원이 12회ㆍ3백 60운ㆍ4천 3백 20세를 거느리고 있다. 1세가 30년이고 1원의 수는 통틀어 12만 9천 6백 년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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