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을 전파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필사(筆寫)와 간행(刊行)의 방법이 있고, 간행에는 목판(木板)에 새겨서 인쇄하는 방법과 활자(活字)로 인쇄하는 방법이 있다.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시대의 『무구정광다라니경(無垢淨光陀羅尼經)』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목판 인쇄술이 발전하여 왔다는 것을 알려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은 1377년 청주(淸州)의 흥덕사(興德寺)에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사용하여 인쇄한 책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뛰어난 인쇄술을 발전시켜 왔다.
조선 시대에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고려 시대보다 훨씬 많은 문헌이 저술되고 간행되었다. 선조(先祖)의 업적을 잘 선양하고 계승하는 것이 효(孝)라는 관념이 형성되어 선조의 문집(文集)을 목판으로 새겨 간행하는 풍조가 성행하게 되었다. 필사의 경우에는 한꺼번에 많은 책을 베낄 수가 없으며, 필사하는 과정에서 종종 많은 오자(誤字)가 생기기도 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활자는 여러 장을 한꺼번에 찍어낼 수 있으나, 한 번 판(版)을 짜서 인쇄하면 활자의 재활용을 위하여 바로 판을 해체하므로 다시 찍어낼 수 없다. 이에 반해 목판은 처음에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한 번 판각(板刻)하면 오랜 기간을 보관해 두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원하는 수량을 신속하게 찍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목판에 새겨 간행하는 것을 ‘수전(壽傳)’, ‘구전(久傳)’, ‘영전(永傳)’ 등으로 부르며 선호하였던 까닭이다.
이 시는 한말의 학자 면우(俛宇) 곽종석이 1878년 도산서원(陶山書院)을 방문하여 장판각(藏板閣)에 보관되어 있던 『퇴계집(退溪集)』의 책판(冊板)을 보고 감회를 읊은 시이다. 『퇴계집』이 간행된 지 몇 백 년이 흐른 뒤였지만, 책판이 여전히 보관되어 있어 하루에 일천 장(張)도 찍어 낼 수 있었기에 써도써도 고갈되지 않는 ‘무진장(無盡藏)’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2007년에 유네스코에서는 목판 인쇄가 지닌 문화사적 가치에 주목하여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의 책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였고,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유교(儒敎) 책판의 등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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