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祭文)
다섯 방위(方位)의 신에게 비를 내려주기를 기도한 제문
동방
나라가 하늘 동쪽 자리잡아서 / 國於天東
바다의 신령에게 의지해 살며 / 賴海之神
공경스런 마음으로 신령 섬겨서 / 敬共以事
제사지냄 게으르게 하지 않았네 / 不懈明禋
이번에 내려진 심한 가뭄에 / 今玆之旱
우리 백성 한 사람도 안 남았으니 / 靡遺黎民
바라건대 비를 흠뻑 내려 뿌려서 / 願洒餘波
넓고 넓은 우리 들판 적셔 주소서 / 澤我畇畇
남방
들판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여서 / 俶載南畝
논밭에다 온갖 곡식 씨 뿌렸는데 / 播厥百穀
훈풍이 제때에 불지 않아서 / 薰風不時
가뭄 재앙 이리도 혹독하여라 / 旱熯斯酷
논밭은 갈라져서 거북등 같고 / 田疇龜拆
농부들은 들판에서 통곡을 하니 / 農者野哭
부디 이를 불쌍하게 여기시어서 / 尙監矜玆
타는 논밭 촉촉하게 적셔 주소서 / 俾焦得沃
중앙
신령스런 숭산이 진산 되었고 / 神嵩作鎭
강수와 한수가 경계가 됐네 / 江漢爲紀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 토함은 / 興雲吐霧
그건 바로 신령님의 능사이건만 / 乃神能事
어찌하여 우리 백성들로 하여금 / 胡俾我民
바싹 말라 죽어 가게 하시나이까 / 枯乾以死
산 속에서 구름 기운 토해 내어서 / 觸石寸合
천리토록 비를 흠뻑 내려 주소서 / 沛然千里
서방
우리 백성 그 무슨 죄가 있어서 / 我民何辜
얼마 전에 병란으로 시달렸는데 / 新刳於兵
어찌 차마 이처럼 아니 돌보아 / 胡寧忍此
가뭄 재앙 유행되게 하시나이까 / 旱災流行
밝은 신령 위에서 내려보시니 / 明神降監
반드시 저의 정성 굽어살피사 / 必諒微誠
때맞추어 단비를 흠뻑 내려서 / 甘澍以時
가을 추수 거둘 수 있게 하소서 / 庶幾西成
북방
아득한 북쪽 땅 깊숙한 그곳 / 朔方幽都
천일이 그것을 낸 것이라네 / 天一所生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그 공을 / 潤物之功
그 누가 신령님과 다투오리까 / 疇與神爭
하늘이 노여움을 내리시어서 / 逢天憚怒
지금 한창 패망을 시키고 있네 / 耗斁方丁
그 죄는 못난 제게 내려주시고 / 罪則寡躬
잔약한 우리 백성 살려 주소서 / 活我殘氓
또
동방
이번에 내려진 가뭄 재앙은 / 今玆之旱
내가 하늘 잘못 섬겨 내리는 건데 / 由予不天
백성들이 실로 무슨 죄가 있어서 / 民實何辜
슬프게도 구렁텅서 죽어 가는가 / 可哀顚連
만물을 살아나게 하는 그 공은 / 生物之功
밝으신 신령께서 주관하시니 / 明神主焉
바라건대 단비를 내려주시되 / 願賜膏液
천리토록 두루 흠뻑 뿌려 주소서 / 千里沛然
남방
생각건대 그 무슨 죄가 있기에 / 自惟何戾
이처럼 혹독하게 가뭄 내리나 / 致旱斯酷
논밭은 갈라져서 거북등 됐고 / 田疇拆裂
노인네와 어린이들 울부짖누나 / 老幼號哭
만물을 길러 주는 시절 당하여 / 長養之節
신령께서 그 덕을 잃으셨으니 / 神爽厥德
깨끗하게 올리는 이 제사 받고 / 願予明禋
어서 빨리 단비 듬뿍 내려주소서 / 亟降甘澤
중앙
가뭄 맡은 귀신이 사납게 굴어 / 旱魃爲虐
한 달이 넘도록 가뭄 안 그쳐 / 彌月不已
불쌍하고 불쌍한 우리 백성들 / 哀我赤子
죽을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네 / 大命近止
신령 실로 사람에게 의지하는데 / 神實依人
어찌 차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 胡寧忍此
정성에는 하늘도 사무치나니 / 誠無不格
믿는 바는 하늘 이치 오직 그거네 / 所恃者理
서방
봄철 농사 이미 모두 망치었으니 / 東作已愆
가을 되어 풍년 들 가망이 없네 / 西成無望
짙은 구름 일지만 비 아니 오니 / 密雲不雨
어느 쪽 방향부터 비가 오려나 / 云自何方
마음과 생각을 깨끗이 하고 / 齊心潔慮
우러러 하늘에다 하소연하네 / 仰呼穹蒼
바라노니 신령께선 하소연 들어 / 冀垂神聽
재앙 바꿔 상서가 되게 하소서 / 轉灾爲祥
북방
북녘이라 아득하고 아득한 그곳 / 朔方幽墟
음기운이 모여 있는 궁궐이 있네 / 積陰之宮
마른 것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건 / 噓枯潤物
그건 실로 신령님의 공덕이라네 / 實惟神功
강과 호수 그득한 물 넘실거리니 / 江湖淼然
하늘이 비 안 준다 누가 말하나 / 誰曰天封
원하노니 비를 한번 내려 뿌려서 / 願決一派
우리 백성 마음을 위로하소서 / 慰我三農
또
구망(句芒)
만물을 처음으로 싹틔우는 건 / 發生資始
그건 바로 신령님의 직분이건만 / 乃神之職
어찌하여 비 한 방울 아니 내려서 / 胡不霑濡
이처럼 혹심하게 가뭄 내리나 / 致旱斯酷
흉한 재앙 몇 해 동안 계속되어서 / 凶災連歲
도랑물 바싹 말라 참혹도 하매 / 溝瘠慘目
향기로운 제수를 마련하여서 / 潔我膋薌
신령님께 비 내리길 기원합니다 / 祈神靈液
축융(祝融)
만물을 길러 주는 시절 당하여 / 時當長養
가뭄 귀신 방자하게 뜻을 펼치매 / 旱魃肆志
뭉게구름 일어나지 아니하여서 / 雲不油然
곡식 이삭 모두 다 말라 죽었네 / 苗則枯矣
불쌍하게 우리의 백성들 모두 / 哀我民生
목숨이 거의 다 죽게 됐으니 / 大命近止
바라건대 하늘의 은하를 터서 / 願決天潢
온 천리에 비를 듬뿍 내려주소서 / 一霈千里
후토(后土)
두터운 땅 만물을 싣고 있나니 / 坤厚載物
그 덕은 지극하고 지극도 하여 / 至哉其德
들판에다 백곡을 씨 뿌리는 걸 / 播厥百穀
신령께서 도우심에 힘입었다네 / 賴神之力
이번에 내려진 심한 가뭄에 / 今玆旱暵
모든 곡식 다 타 죽게 생기었으니 / 擧將焦爛
바라건대 단비를 내려주어서 / 庶降甘澍
우리 백성 논밭을 적셔 주소서 / 歆我旣灌
욕수(蓐收)
곡식 심은 다음에야 추수를 하고 / 稼而後穡
곡식 익은 다음에야 거두는 건데 / 成而後收
논밭에다 씨 뿌리지 못하였으니 / 種不入土
추수할 가망이 어찌 있으리 / 何望有秋
우리 백성 양식 없어 배를 곯는 건 / 我民之飢
생각건대 신령님의 수치이거니 / 惟神之羞
서쪽 들에 짙은 구름 일으키어서 / 密雲西郊
우리 백성 걱정하지 말게 하소서 / 毋重我憂
후직(后稷)
가뭄 재앙 이미 몹시 혹심한 탓에 / 旱旣太甚
곡식 이삭 이 때문에 익지 못하여 / 穀用不成
앞으로는 신령님을 섬김에 있어 / 將事明神
제수조차 마련하지 못하게 됐네 / 莫供粢盛
신령께선 이것을 걱정하시어 / 神其念玆
우리들의 정성에 감복을 하사 / 格我微誠
하토를 기름지고 윤택케 하여 / 膏潤下土
죽어 가는 우리 백성 살려 주소서 / 活彼遺氓
현명(玄冥)
천일에서 수가 처음 생기는 바로 / 天一生水
그건 실로 여기에서 시작되나니 / 實始於此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그 공을 / 潤物之功
신령님이 아니면 누굴 믿으리 / 非神何恃
강과 호수 오랫동안 봉해 두어서 / 江湖久封
도랑물과 시냇물이 모두 말랐네 / 溝澮皆涸
공경스레 올리는 제사 흠향해 / 享此恭禋
어서 속히 큰 은택을 내려주소서 / 亟施玄澤
내용 중의 ‘증부도사득일서(贈浮屠師得一序)’는 제9권의 ‘현등산(懸燈山)의 득일노사(得一老師)에게 준 서문(序文)’과 내용이 같고, ‘석자헌원씨(昔者軒轅氏)’와 ‘천하지소위보자(天下之所謂寶者)’로 시작되는 두 편의 책문(策文)은 제10권 중에 있는 책문과 내용이 동일하므로 속고에서는 번역하지 않았다.
[주D-001]아득한 …… 것이라네 :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있어서 천일(天一)에서 수(水)가 생기고, 지이(地二)에서 화(火)가 생기고, 천삼(天三)에서 목(木)이 생기고, 지사(地四)에서 금(金)이 생기고, 천오(天五)에서 토(土)가 생긴다고 하는데, 수(水)가 북방에 해당되므로 한 말이다.
[주D-002]구망(句芒) : 옛날의 목신(木神) 이름이며, 동방을 맡은 신이다.
[주D-003]축융(祝融) : 고대의 화신(火神) 이름으로, 남방을 맡은 신이다.
[주D-004]후토(后土) : 고대에 토지(土地)를 맡은 신의 이름이다.
[주D-005]욕수(蓐收) : 고대의 금신(金神) 이름으로, 서방을 맡은 신이다.
[주D-006]후직(后稷) : 옛날에 농사를 맡은 신의 이름이다.
[주D-007]현명(玄冥) : 고대의 수신(水神) 이름으로, 북방을 맡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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