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전서 제125권 노론하전(魯論夏箋) 4 요왈편(堯曰篇)
대저 성현의 천만 마디 말씀은 수기(修己)와 치인(治人) 두 가지 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치를 하는 것은 치인에 해당되고, 명(命)을 알고 예(禮)를 알고 말[言]을 아는 것은 수기에 해당되니, 수기는 치인의 본(本)이고 치인은 수기의 용(用)입니다. 그러나 성왕이 서로 전수한 통서(統緖)와 심법(心法) 또한 몰라서는 안 되므로 요왈 한 장을 특별히 종정(從政)과 지명(知命) 두 장의 머리에 게시하여 합하여 한 편으로 만들어 《논어》의 종조리(終條理)로 만들었으니, 문하 제자들의 뜻이 어찌 우연한 것이겠습니까.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답] 요왈 한 편에서 당(唐), 우(虞), 하(夏), 은(殷), 주(周) 때에 탄식하며 명한 말, 대중들에게 맹세한 뜻, 조처하고 시행한 일 등을 두루 서술하여 부자가 계승한 통서를 밝혔으니, 만약 부자가 그 지위를 얻어 그 도를 행하였다면 《논어》 20편은 장차 방훈(放勳)의 요전(堯典), 중화(重華)의 순전(舜典)이 되었을 것이고, 우(禹)의 대우모(大禹謨)가 되고 탕(湯)의 탕고(湯誥)가 되고 무왕(武王)의 무성(武成) 등 여러 편이 되었을 것이다. 그 심법이 말미암은 바를 따져 보면 《논어》가 바로 《서전(書傳)》이고 《서전》이 바로 《논어》이니, 지위를 얻고 도를 행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이제 삼왕(二帝三王)의 다스림은 도에 근본하고 이제 삼왕의 도는 마음에 근본하니, 마음이 있는 바가 바로 도가 있는 곳이며, 도가 있는 바가 바로 다스림이 있는 곳이다. 이제 삼왕의 다스림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부자의 도에서 찾지 않아서는 안 되고, 부자의 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이제 삼왕의 마음에서 찾지 않아서는 안 된다. 지금 만약 그대의 설을 따라서 억지로 치통과 도통으로 구분한다면, 문왕과 주공이 이 장에 들지 못한 것은 혹 그럴 법도 하지만, 무왕의 성(聖)이 실로 문왕을 계승하였고 부자의 성이 또한 주공을 이었으니, 장차 문왕과 주공이 이 장에 들지 못하였다 하여 부자 또한 여기에 들지 못할 것인가? 이 장의 편집 방법은 분명히 문인 제자들이 전성(前聖)을 송술(誦述)한 부자의 말씀을 공경히 쓴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본래 주 부자의 정론(定論)이 있다.
편의 끝에 실린 ‘천명을 안다[知命]’는 가르침으로 말하자면 수장(首章)의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움을 품지 않는다[不知不慍]’는 뜻과 서로 표리(表裏)가 연관되고 시말(始末)이 호응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움을 품지 않는 것은 바로 《주역》의 ‘남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번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수장의 질문에 답하면서 문언(文言) 초구(初九)의 문장을 인용하여 반복해서 말한 바 있다. 용덕(龍德)은 성인의 덕인데, 부자는 그 덕을 지니고도 하위(下位)에 있었다. 그 도를 지키면서 세상을 따라서 변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감추고 당시에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믿고 스스로 즐기면서 가(可)하다고 판단되면 움직이고 어려움을 알고서 피하였으니, 그 지킴이 굳건하여 빼앗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나는 곳에 교화가 이루어지고 마음에 두고 있으면 신묘(神妙)한 효과가 나타나며 민생을 세워 주면 서고 덕으로 인도하면 백성이 따르고 인정(仁政)으로 편안하게 해 주면 모여들고 예악으로 고무시키면 백성들이 화(和)하여 천지와 그 공을 함께하였으니, 이것이 또 이른바 ‘용덕(龍德)을 가지고 정중(正中)에 처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좋게 만들면서도 자랑하지 않고 덕이 넓어 교화시키며 자신을 바로잡아 물(物)이 바르게 되니, 비록 임금의 지위는 아니라도 임금의 덕인 것이다. 대저 《주역》 책은 복희(伏羲), 문왕, 주공, 공자 네 성인이 만든 것인데, 《논어》의 처음과 끝이 《주역》의 뜻과 말로써 일맥상통하니, 학자가 그 은미한 뜻을 추구하고 그 정미한 뜻을 탐구한다면 복희ㆍ문왕ㆍ주공ㆍ공자의 심법을 또 만분의 일이라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주역》을 읽으려면 먼저 《논어》를 읽어야 한다.
자료 :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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