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전서 제102권
경사강의(經史講義) 39 ○ 역(易) 2 |
[가인괘(家人卦)] |
가인괘(家人卦)에서는 길(吉)하다고 말한 것이 많다. 육이(六二)에서는 “바르고 길할 것이다.”라고 하였고 구삼(九三)에서는 “후회하고 위태하나 길할 것이다.”라고 하였고 구오(九五)에서는 “근심이 없어서 길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유독 육사(六四)에서만 “집을 부유하게 한다.”고 한 아래에 “크게 길하다.”고 한 것은 어째서인가? 가정생활을 하는 도리는 진실로 그 부(富)를 보유함이 귀한 것이기는 하나, 남자와 여자가 제자리를 올바르게 지키며 각각 그 법도를 따르면 가인(家人)으로서의 길함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을 것이므로 부유하고 부유하지 않음은 거론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음으로서 음의 자리에 있는데 어찌하여 부유한 상(象)이 되는가?
[김희조가 대답하였다.]
가인괘에서 “길하다.”고 말한 것은 진실로 하나 둘이 아닌데 유독 육사에서 “집을 부유하게 한다.”고 한 아래에 특별히 대(大) 자 하나를 더하여 길한 상징이 가장 큰 것을 나타냈다고 하신 그 말씀은 진실로 옳습니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을 고찰해 보면 “두 번째가 부(富)이다.”라고 하였고 《시경(詩經)》 노송(魯頌)에는 “너로 하여금 수명을 누리고 부유하게 한다.”라고 하였으니, 가정생활의 도리가 부유함보다 더 앞서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창름(倉廩)의 옥백(玉帛)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만약에 가도(家道)가 올바르지 못하면 그 창름의 옥백을 비록 보유하려고 해도 될 수가 있겠습니까. 반드시 남자는 밖에서 바른 위치를 지키고 여자는 안에서 바른 위치를 지켜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집안에 가득해야 바야흐로 그 부유함을 보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육사(六四) 효(爻) 하나는 가도의 가장 올바름을 얻은 것이므로, 성인이 특별히 대(大) 자 하나를 덧붙여서 이 효의 길함이 “후회하고 위태하나 길할 것이다.”라고 한 것과 “근심이 없어서 길할 것이다.”라고 한 것보다 더 나은 뜻으로 표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예기(禮記)》를 고찰해 보면 “부자(父子)간에 돈독하고 형제(兄弟)간에 화목하고 부부(夫婦)간에 화합한 것은 집안이 살찐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한마디 말도 “집을 부유하게 하고, 크게 길하다.”고 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富) 자를 유독 이 효에서만 제시한 이유는 손(巽)은 설괘전(說卦傳)에 의하면 “이익을 가까이하여 세 배의 이득을 남긴다.”고 하였으니 부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손의 아래 획이 변하면 건(乾)이 되는데 건은 설괘전에 의하면 금(金)과 옥(玉)이 되므로 역시 부의 상징이니, 효사(爻辭)에서 말한 것도 그러한 의미일 것입니다.
가인괘에서 “길하다.”고 말한 것은 진실로 하나 둘이 아닌데 유독 육사에서 “집을 부유하게 한다.”고 한 아래에 특별히 대(大) 자 하나를 더하여 길한 상징이 가장 큰 것을 나타냈다고 하신 그 말씀은 진실로 옳습니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을 고찰해 보면 “두 번째가 부(富)이다.”라고 하였고 《시경(詩經)》 노송(魯頌)에는 “너로 하여금 수명을 누리고 부유하게 한다.”라고 하였으니, 가정생활의 도리가 부유함보다 더 앞서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창름(倉廩)의 옥백(玉帛)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만약에 가도(家道)가 올바르지 못하면 그 창름의 옥백을 비록 보유하려고 해도 될 수가 있겠습니까. 반드시 남자는 밖에서 바른 위치를 지키고 여자는 안에서 바른 위치를 지켜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집안에 가득해야 바야흐로 그 부유함을 보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육사(六四) 효(爻) 하나는 가도의 가장 올바름을 얻은 것이므로, 성인이 특별히 대(大) 자 하나를 덧붙여서 이 효의 길함이 “후회하고 위태하나 길할 것이다.”라고 한 것과 “근심이 없어서 길할 것이다.”라고 한 것보다 더 나은 뜻으로 표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예기(禮記)》를 고찰해 보면 “부자(父子)간에 돈독하고 형제(兄弟)간에 화목하고 부부(夫婦)간에 화합한 것은 집안이 살찐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한마디 말도 “집을 부유하게 하고, 크게 길하다.”고 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富) 자를 유독 이 효에서만 제시한 이유는 손(巽)은 설괘전(說卦傳)에 의하면 “이익을 가까이하여 세 배의 이득을 남긴다.”고 하였으니 부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손의 아래 획이 변하면 건(乾)이 되는데 건은 설괘전에 의하면 금(金)과 옥(玉)이 되므로 역시 부의 상징이니, 효사(爻辭)에서 말한 것도 그러한 의미일 것입니다.
“근심이 없어서 길하다.”고 한 것에 대해 《정전》에서는 “근심과 수고를 하지 않아도 천하가 다스려진다.”고 하였고 《본의》에서는 “근심과 걱정을 하지 않아도 길함을 기필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혹자는 “만약에 불순(不順)할 것을 걱정하여 지나치도록 강하게 다스리면 엄격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전》과 《본의》의 말을 따르면 근심을 하지 않아도 다스려지고 근심을 하지 않아도 길하다는 것이 되며, 혹자의 말을 따르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야 길하다는 것이 되는데, 어느 말이 옳은가?
[이면긍(李勉兢)이 대답하였다.]
성인(聖人)이 몸가짐을 공손하게 하고 제가(齊家)를 잘하게 되면 왕도(王道)에 이르는 것은 애당초 걱정할 것이 없지만, 가인(家人)들이 불순(不順)하고 부정(不正)하여 근심스러운 일이 있게 되면 다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개 이 구오(九五)에서 “왕이 가도(家道)를 지극히 함이니 근심이 없어서 길하다.”고 한 것은 성왕(聖王)이 집안에 본보기가 된 것을 지극히 말한 것이니, 진실로 문왕(文王)이 아니고서는 거기에 해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문왕이 임금이 되고 태사(太姒)가 후비(后妃)가 되며 왕계(王季)가 아버지가 되고 태임(太任)이 어머니가 되며 무왕(武王)이 아들이 되고 읍강(邑姜)이 며느리가 되어 서로 사랑하며 집안을 다스렸으니, 이것이 이른바 “걱정이 없는 자는 그 문왕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엄격함과 희희덕거림을 말할 게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전》과 《본의》에서는 모두 “근심과 수고가 없다.”고 하고 또는 “근심과 걱정이 없다.”고 풀이한 것입니다. 만약에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야 길하다.”고 한다면 걱정 그 자체는 비록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애당초 걱정이 있음은 면치 못하는 것이니, 이것이 어찌 성왕이 가도를 지극히 하는 것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구오는 강건(剛健)하면서도 중정(中正)한데, 어찌 지나치게 강할 것을 염려하여 지나치게 강한 데 대한 경계를 해야 하겠습니까. 아마도 《정전》과 《본의》를 따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성인(聖人)이 몸가짐을 공손하게 하고 제가(齊家)를 잘하게 되면 왕도(王道)에 이르는 것은 애당초 걱정할 것이 없지만, 가인(家人)들이 불순(不順)하고 부정(不正)하여 근심스러운 일이 있게 되면 다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개 이 구오(九五)에서 “왕이 가도(家道)를 지극히 함이니 근심이 없어서 길하다.”고 한 것은 성왕(聖王)이 집안에 본보기가 된 것을 지극히 말한 것이니, 진실로 문왕(文王)이 아니고서는 거기에 해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문왕이 임금이 되고 태사(太姒)가 후비(后妃)가 되며 왕계(王季)가 아버지가 되고 태임(太任)이 어머니가 되며 무왕(武王)이 아들이 되고 읍강(邑姜)이 며느리가 되어 서로 사랑하며 집안을 다스렸으니, 이것이 이른바 “걱정이 없는 자는 그 문왕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엄격함과 희희덕거림을 말할 게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전》과 《본의》에서는 모두 “근심과 수고가 없다.”고 하고 또는 “근심과 걱정이 없다.”고 풀이한 것입니다. 만약에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야 길하다.”고 한다면 걱정 그 자체는 비록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애당초 걱정이 있음은 면치 못하는 것이니, 이것이 어찌 성왕이 가도를 지극히 하는 것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구오는 강건(剛健)하면서도 중정(中正)한데, 어찌 지나치게 강할 것을 염려하여 지나치게 강한 데 대한 경계를 해야 하겠습니까. 아마도 《정전》과 《본의》를 따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이상은 가인괘(家人卦)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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