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헌선생문집 제1권_
부(賦)_
공중누각부(空中樓閣賦)
괘에 진이 위에 있고 건이 아래에 있는 것을 대장이라 하니 / 卦震上乾下曰大壯
궁실을 지을 때에 이것을 보고 들보기둥과 들보를 만들게 되었다오 / 制宮室棟宇之有作
침전과 관사를 차례로 일으키지만 / 紛寢殿館舍之迭起
누각보다 더 상쾌한 것은 없네 / 最莫快乎爲樓爲閣
그러나 경영하여 세움이 땅을 떠나지 못하니 / 然營建不離乎下土
저 사방이 어찌 막힘이 없겠는가 / 伊四方豈得無限隔
만약 공중에 한 누각이 있다면 / 若有一樓閣兮于空中
어찌 그 사통팔달함을 따르겠는가 / 孰如其四通八達
그 이름을 기이하게 여기고 멀리 생각하면서 / 奇其號而遐想
그 실제를 아득한 속에 연구한다오 / 究厥實於沖漠
이것은 흙과 나무와 쇠와 돌로 재목을 만든 것이 아니니 / 玆非土木金石之爲材
또한 어찌 칼과 톱과 먹줄을 쓰겠는가 / 亦何用夫刀鉅繩墨
상서로운 오성이 규성(奎星)에 모여 / 祥五星之聚奎
천운이 송 나라에 열려졌네 / 天啓運於宋德
좋은 정기 모여 철인을 우뚝이 탄생시키니 / 儲精會淑兮挺生哲人
한 세상의 영걸이라오 / 蓋一世之英特
기운이 맑고 바탕이 순수하여 / 氣淸質粹兮
우주를 담당하고 / 宇宙擔當
마음이 웅장하고 뜻이 호걸스러워 / 心雄志豪兮
천지를 파악하였네 / 天地把握
몇 년 동안 겨울에도 화롯불을 쬐지 않고 여름에도 부채질을 하지 않으면서 / 幾年冬而不爐夏而不扇
호정을 나가지 않고 시초와 거북점을 쳐보지 않으며 / 不出戶庭不假蓍龜
다만 고요한 속에서 공부하였네 / 止在靜裏而做得
누대는 누대가 아닌 누대였고 / 爲樓也不樓之樓
각은 각이 아닌 각이라오 / 爲閣也不閣之閣
그 경영한 것은 / 其所以爲經營也
태허를 점거하여 터를 열고 / 則占太虛而開基
마음의 솜씨를 운용하여 일을 하였네 / 運心匠而辦役
선천에서 법을 얻고 / 得成法於先天
복희의 괘효에서 묘한 기틀을 얻어 / 契妙機於羲畵
무극의 태극을 종주로 하고 / 宗無極之太極
마침내 이것을 법으로 삼았네 / 遂以爲其極
둘에서 넷으로 나누어지고 넷에서 여덟으로 나누어진 것은 / 二而四四而八者
바로 소성의 법이며 / 卽其小成之法也
육십사괘와 삼백팔십사효는 / 六十四三百八十四者
바로 대성의 업이라오 / 乃其大成之業也
고명하고 박후한 천지의 이치를 다하고 / 際高明博厚之覆載
시작도 없고 종말도 없는 경지를 궁구하였네 / 窮無始無終之區域
건곤에 자리하여 상하가 정해지고 / 位乾坤上下以定
감리를 문으로 하여 좌우가 나열되니 / 門坎离左右斯列
산과 못이 이에 기운을 통하고 / 山澤於是乎通氣
우레와 바람이 때에 따라 서로 이르렀네 / 雷風以時而相薄
북쪽으로는 발로 천근을 밟고/ 北可以足躡天根
남쪽으로는 손으로 월굴을 더듬었네 / 南可以手探月窟
동서의 황도와 아홉 길은 / 東西黃道與九行
또한 삼광의 출입을 통할 수 있었다오 / 亦可以通三光之出入
물건을 관찰할 적에 / 其所以觀夫物也
음양이 상을 이룬 것은 해와 달과 성신이요 / 則陰陽成象者日月星辰
강유가 바탕을 이룬 것은 물과 불과 흙과 돌이었네 / 剛柔成質者水火土石
더위와 추위, 낮과 밤이 오고 가며 / 暑寒晝夜之來往
비와 바람, 이슬과 우레가 서로 번갈아드네 / 雨風露雷之交錯
사물에는 성정과 형체가 있고 / 物焉而性情形體
유별에는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과 풀과 나무가 있네 / 彙焉而飛走草木
눈과 귀와 코와 입을 내 갖추었고 / 目耳鼻口焉我具
색깔과 소리와 기운과 맛을 밖에서 감촉하였네 / 色聲氣味焉外觸
원·형·이·정은 하늘에 있는 떳떳한 도이며 / 元亨利貞兮在天常道
인·의·예·지는 사람의 아름다운 덕이라오 / 仁禮義智兮爲人懿德
세상의 변은 황제와 왕패이며 / 世變則皇帝王覇
사업은 도덕과 공력이라오 / 事業則道德功力
춘·하·추·동은 일년의 절서이고 / 春夏秋冬兮一歲節序
역·서·시·춘추는 이 도의 기축이네 / 易書詩春秋兮斯道機軸
가까이 보면 해와 달과 날과 때를 나눌 수 있고 / 近觀則歲月日辰之可分
멀리 보면 원과 회와 운과 세를 포괄하였네 / 遠視則元會運世之包括
이(二)는 나뉘어 사(四)가 되지 않을 수 없고 / 二不得不分爲四
사(四)는 나뉘어 팔(八)이 되지 않을 수 없으니 / 四不得不分爲八
이 사와 팔을 가지고 횡으로 보고 종으로 보면 / 用是四八橫看竪看
크고 작고 굵고 가는 것이 / 大小巨細
어느 것인들 실정을 숨길 수 있겠는가 / 孰或逃得
나아가고 물러가고 보존되고 망함과 / 進退存亡
길하고 흉하고 뉘우치고 부끄러움이 / 吉凶悔吝
은미한 것에 관계없이 / 無微無隱
마음과 눈에 밝게 보이네 / 昭在心目
이치에 있으면 혼연하여 조짐이 없고 / 在理則渾然無眹
수가 되면 백천만억이 되어 / 爲數則百千萬億
달관하고 궁극히 보는 가운데에 모두 있으니 / 莫不畢會於達觀窮視之中
어찌 털끝만큼인들 가리우고 숨김이 있겠는가 / 焉有毫毛之掩匿
이는 우주에 누각이 되어 / 此其爲樓閣乎宇宙者
바로 공중에 우뚝이 선 것이라오 / 乃於空中焉是立
주인옹은 평상시에는 공을 가지고 희롱하는 여가에 / 主人翁居業則弄丸餘暇
바람을 타고 벼락을 채찍질하며 자취가 없는 곳에 정신이 놀고 있었네 / 駕風鞭霆兮神遊無迹
관직을 맡아서는 산중 사람의 네 가지 일 하였으니 / 官守有山人四事
바람과 꽃과 눈과 달 감상하는 것이었지 / 品題者風花雪月
한가한 가운데 지금과 옛날을 살펴보니 / 閒中今古兮
송 나라의 늦은 해였고 / 宋代晩日
취한 속에 건곤을 굽어보니 / 醉裏乾坤兮
한 안락와라오 / 一窩安樂
가슴 속의 조화는 / 胸中造化兮
격양집(擊壤集)의 시는 귀신의 실상을 빼앗고 / 擊壤吟咏神鬼情奪
마음 위에 경륜함에 / 心上經綸兮
황극경세의 규모가 스스로 각별하였네 / 皇極經世規模自別
다만 한스러운 것은 세상이 말세가 되어 / 獨恨夫世到叔季
이미 이 불세출의 누각이 있었으나 / 旣有此不世出之樓閣
위로 남훈전의 뜰을 잇지 못하고는 / 而不得上接乎南薰殿陛
한 세상의 빈 기물이 되어 / 俾作一世之空器
맑은 그늘이 억조창생에게 미치지 못한 것이라오 / 淸陰不及乎億兆蒼赤
나와 같이 몽매한 사람은 / 如余蒙生
또 누각을 공중으로 칭한 것을 의심하니 / 又疑夫樓閣以空中爲稱
평지에 있는 사람들이 / 其奈平地上人
사다리를 타지 않으면 올라가기 어려움을 어찌 하겠는가 / 不階梯難能登躐也
[주D-001]북쪽으로는 발로 천근을 밟고 : 천근(天根)은 《주역》의 복괘(復卦)를 가리키고 월굴(月窟)은 구괘(姤卦)를 가리킨다. 동지(冬至)에는 한 양(陽)이 처음 아래에서 생기는데 이것을 복괘라 하며, 하지(夏至)에는 한 음(陰)이 처음 아래에서 생기는데 이것을 구괘라 하는바, 동지는 자월(子月)이므로 북쪽이라 하고, 하지는 오월(午月)이므로 남쪽이라 한 것이다.
[주D-002]남훈전 : 당(唐) 나라 때에 있었던 대궐 이름으로 순(舜) 임금이 지은 시가(詩歌)의 ‘남풍지훈(南風之薰)’에서 따온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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