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헌선생속집 제4권_

잡저(雜著)_

 

손괘(損卦)와 익괘(益卦)의 이름에 대한 설

간(艮)이 위에 있고 태(兌)가 아래에 있는 것이 손(損)이고, 손(巽)이 위에 있고 진(震)이 아래에 있는 것이 익(益)임

 

대성(大成)의 괘에 간(艮)이 위에 있고 태(兌)가 아래에 있으면 손(損)이라 하고, 손(巽)이 위에 있고 진(震)이 아래에 있으면 익(益)이라 하는바, 괘를 이름한 뜻은 공자(孔子)의 단전(彖傳)에 대강을 말하였고 정자(程子)의 역전(易傳)과 주자(朱子)의 본의(本義)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제 두 괘의 상(上)·하(下)의 체를 가지고 보면 간이 위에 있고 태가 아래에 있는 손괘는 손해됨이 비록 하체(下體)에 있으나 유익함이 상체(上體)에 있고, 손이 위에 있고 진이 아래에 있는 익괘는 유익함이 비록 하체에 있으나 손해됨이 상체에 있다.
그렇다면 손괘 또한 상체의 유익함이 있는데 괘의 이름을 반드시 손이라 하고, 익괘 또한 상체의 손해됨이 있는데 괘의 이름을 반드시 익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손은 모두 손해됨이 아니요 익은 모두 유익함이 아닌데, 손과 익의 괘 이름을 모두 하체의 손해되고 유익함에서 취하고, 상체의 손해되고 유익함에서 취하지 않은 것은 성인의 뜻이 깊고 또 큰 것이다.
천하의 손해는 아래에 있는 손해보다 더 나쁜 것이 없고 천하의 유익은 아래에 있는 유익보다 더 중한 것이 없다. 그런데 윗자리에 있는 자들은 매양 아랫사람의 것을 덜어내어 윗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데 마음을 두어, 아랫사람들이 손해 보는 것이 천하의 큰 병통이 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윗사람에게 돌아오는 손해를 따지지 않고 반드시 아랫사람들이 유익함을 얻는 것을 떳떳한 도리로 여기는 자가 매우 적다.
어찌 위에 있는 손해는 국가에 나쁠 것이 없고 국가의 큰 유익은 항상 아랫사람들의 유익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으며, 위에 있는 유익함은 단지 고식(姑息)의 유익일 뿐이요 아래에 있는 유익함이 장구한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두 괘의 이름을 취함에 있어서 모두 아래에 있는 것을 가지고 오로지 취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천하와 국가의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만약 성인이 손괘와 익괘의 이름을 지은 뜻을 모른다면 되겠는가.

[주D-001]대성(大成)의 괘 : 대성은 크게 이루어진 것으로, 3획(畫)의 괘인 팔괘(八卦)를 소성(小成)으로보아 6획의 괘인 육십사괘(六十四卦)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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