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동계(參同契)》 수장(首章)의 해석
약천집 > 약천집 제29권 > 잡저(雜著)
건(乾)과 곤(坤)은 역(易)의 문호(門戶)이고 여러 괘(卦)의 부모이며, 감(坎)과 이(離)는 광곽(匡郭)이 되어 곡(轂)을 움직이고 축(軸)을 바로잡는다. 암수 네 괘(卦)로 풀무〔槖籥〕를 만들어 음(陰)과 양(陽)의 도를 뒤덮으니, 수레를 잘 모는 자가 승묵(繩墨)을 기준하여 함비(銜轡 고삐와 재갈)를 잡고 규구(規矩)를 바로잡아 궤철(軌轍)을 따르는 것과 같아서 중앙에 있으면서 밖을 제재한다.
건과 곤은 음과 양이다. 문호는 나가고 들어옴을 말하고, 부모는 낳고 이룸을 말한다. 감과 이는 수(水)와 화(火)이다. 광곽은 《주역(周易)》〈계사전(繫辭傳)〉의 이른바 ‘범위(範圍)’라는 위(圍)와 같으니, 포괄함을 말한다. 감(坎)은 곤(坤)으로써 건(乾)을 포함하고 이(離)는 건으로써 곤을 포함하니, 이것이 이른바 광곽이란 것이다. 곡(轂)은 수레바퀴의 가운데 부분으로 축(軸)을 받아들이는 곳이고, 축은 곡 가운데를 가로로 관통하여 바퀴를 돌게 하는 것이다. 탁약은 풀무라는 말이니, 탁(槖)은 약(籥)을 받아들이는 바깥의 독(櫝)이고 약은 탁을 고동시키는 안의 관(管)인바, 비어 있으면서 쓰임이 됨을 말한 것이다.
건은 호(戶)가 되고 곤은 문(門)이 되며, 건은 아버지가 되고 곤은 어머니가 되며, 감(坎)은 곡(轂)을 음으로 삼고 축(軸)을 양으로 삼으며, 이(離)는 곡을 양으로 삼고 축을 음으로 삼는다. 건과 감은 수컷이고 곤과 이는 암컷이며, 건과 곤은 탁(槖)이고 감과 이는 약(籥)이니, 이는 모두 비유를 취하여 형용한 것이다. 승묵과 규구는 바로 음과 양이 나아가고 물러나는 징후이고 수와 화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순서이며, 함비(銜轡)와 궤철(軌轍)은 바로 수와 화를 운반하는 법이고 음과 양을 순환시키는 자취이다. 가운데에 처하여 밖을 제제한다는 것은 바로 천군(天君) 즉 마음이 주재하여 온몸이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주역》에 이르기를 “하늘에 있으면 상(象)을 이루고 땅에 있으면 형체를 이룬다.” 하였으니, 이것을 사람에게 비유하면 머리의 귀와 눈은 위에서 상을 이룬 것이고, 배의 오장육부는 아래에서 형체를 이룬 것이다. 이는 〈설괘전(說卦傳)〉의 이른바 “하늘과 땅이 자리를 정했다.”는 것이고 소자(邵子)의 이른바 “한 몸에도 역시 한 건곤이 있다.”는 것이며, 바로 여기의 이른바 ‘문호와 부모’라는 것이니, 바로 하늘과 땅의 본체이다.
사람의 한 몸은 다만 기(氣)와 혈(血)뿐이니, 무릇 발로되면 천식(喘息) 즉 숨결이 되고 쌓이면 따뜻함이 되어서, 소리 내고 말하고 발로 걷고 손으로 돌리는 따위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에 속한다. 그리고 내놓으면 침〔涎唾〕이 되고 감추면 정수(精髓)가 되어서 눈물과 땀, 윤기 나는 털과 윤택한 피부 따위에 이르기까지 모두 혈에 속한다. 기의 근본을 찾아보면 신장(腎臟)에 있고 혈의 근본을 찾아보면 심장에 있으며, 신장이 비록 기의 근본이 되나 실로 천일(天一)의 수(水)가 되기 때문에 기가 이르는 바에 물이 또한 불어나며, 심장이 비록 혈의 근본이 되나 실로 지이(地二)의 화(火)가 되기 때문에 혈이 행하는 바에 불이 또한 치성한 것이니, 이는 〈설괘전〉의 이른바 “물과 불이 서로 쏘아도 꺼지지 않는다.〔水火不相射〕”는 것이고 -‘射’는 음이 ‘석’이니, 물과 불이 아래에서 타고 위에서 끓지만 서로 꺼지게 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혹은 음이 ‘사’라고도 하니 범하는 것이니 이는 서로 해치지 않는 것이고, 혹은 음이 ‘역’이라고도 하니 이는 서로 싫어하지 않는 것이니, 두 가지 뜻이 모두 통한다. 물과 불은 본래 상극(相剋)인 물건이지만 미제괘(未濟卦)의 물과 불 같아서 중간에 물건이 가로막고 있어서 도리어 서로 쓰임이 되는 것이다.- 주자(周子)의 이른바 “음을 낳고 양을 낳아서 서로 그 뿌리가 된다.〔生陰生陽 互爲其根〕”는 것으로 바로 여기서의 이른바 ‘광곽과 곡과 축’이란 것이니 바로 음과 양의 쓰임이다. 이 장(章)은 바로 책의 첫 부분이고 여러 말의 첫머리이니, 만일 이것을 분명히 안다면 남은 것은 유추하여 알 수 있을 것이다.
참동계(參同契) : 도가(道家)의 서적으로 양생술(養生術)의 일종인데, 한나라 때 위백양(魏伯陽)이 지은 것이다. 참동계란 《주역(周易)》과 황로(黃老) 사상, 노화(爐火) 세 가지를 참고하여 하나로 만든 것으로, 노화는 연단술(煉丹術)을 이른다. 이 책에서는 감(坎)ㆍ이(離)ㆍ수(水)ㆍ화(火)와 용(龍)ㆍ호(虎)ㆍ연(鉛)ㆍ홍(汞) 등에 관해 많이 말하였다.
감(坎)과……되어 : 광곽(匡郭)은 《참동계》의 주(註)에 “감은 월(月), 이(離)는 일(日), 광(匡)은 바름이다. 옛말에 광성(匡城)이란 말이 있는데 오늘날 광곽이란 말과 같은 것으로 곧 성곽이란 말이다. 이것은 해와 달이 수레바퀴처럼 도는 것을 비유함이다.” 하였다.
천일(天一)의 수(水) :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서는 천일(天一)에서 수(水)가 생기고, 지이(地二)에서 화(火)가 생기고, 천삼(天三)에서 목(木)이 생기고, 지사(地四)에서 금(金)이 생기고, 천오(天五)에서 토(土)가 생긴다. 일(一)은 기수(奇數)로서 양(陽)에 해당하므로 즉 천수(天數)를 말하고, 이(二)는 우수(耦數)로서 음(陰)에 해당하여 지수(地數)가 되는바, 천지 음양의 자연적인 기우(奇耦)의 수(數)를 말한 것이다.
주자(周子)의……것 : 주자는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킨다. 그가 지은 〈태극도설(太極圖說)〉에 “태극이 동하여 양을 낳아 동이 극에 달하면 정하고, 정하여 음을 낳아 정이 극에 달하면 다시 동한다. 한 번 동하고 한 번 정함이 서로 그 뿌리가 된다.〔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 互爲其根〕”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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