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변증설(고전간행회본 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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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이,《주역(周易)》에 이른바 ‘정기(精氣)가 물(物)이 되고 유혼(遊魂)이 변(變)이 된다.’ 하였으니, 그 ‘유혼이 변이 된다.’는 것이 바로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혼(魂)은 간(肝)에 소장되어 있고 간은 피[血]를 주관하는데, 피가 밤이면 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이 잠을 잘 때면 혼이 그 가운데 떠다니면서 꿈이 되는 것이니, 꿈이란 곧 혼이 변화한 것이라고 여겼다. 또는 생각하기를, 사람의 장부(臟腑)에도 각기 하나의 세계(世界)가 있는데, 꿈도 그 가운데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혼이 의탁한 바에 따라 꿈을 이루어 변화(變化)가 무궁(無窮)한 것이니, 꿈은 곧 혼이 변한 것이라고 여긴다. 진인(眞人)은 꿈이 없다고 하나, 어찌 그렇겠는가.
〈인상편(人相篇)〉에 이르기를,
하였다.
위개(衛玠)가 꿈에 대해 묻자, 악광(樂廣)이 꿈은 상(想)과 인(因)에서 생긴다고 하였다. 그러나 숙손목(叔孫穆)은 소[牛]가 이르기 전에 수우(竪牛)의 모양을 꿈속에서 보았고, 조인(曹人)은 공손강(公孫彊)이 태어나기 이전에 공손 강의 이름을 꿈속에서 들었으니, 그렇다면 상(想)과 인(因)을 또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영추경(靈樞經)》에 의하면, 황제(黃帝)가 꿈에 대해서 묻자, 기백(歧伯)이 꿈에는 각기 그 원인이 있다고 대답하였고,《내경(內經)에는, 오장(五臟)의 허실(虛實)을 꿈으로 삼았으며, 열어구(列禦寇)의《列子》에는 각몽편(覺夢編)이 있으니, 대체로 상고할 만한 것이다. 무릇 경사(經史)에서 꿈을 말한 것이 매우 많은데, 이를테면《서경(書經)》태서(泰誓)에,
하였으니, 임금을 치는 것은 큰일인데, 꿈에다 의탁을 하였지만, 꿈을 그 누가 믿겠는가. 이것이 곧《여씨춘추(呂氏春秋)》에 실린 백이(伯夷)ㆍ숙제(叔齊)의 말로서,
는 것이다. 그리고《좌전(左傳)》소공(昭公) 7년조, 위(衛) 나라 사조(史朝)의 말에,
하였으니, 이 당시에 벌써 이런 말이 있었고 보면, 꿈도 천하에 포고(布告)할 수 있었던 것인가.
방이지(方以智)의《물리소지(物理小識)》에 이르기를,
“왕소부(王少夫)가 말하기를 ‘꿈은 바로 지(智)의 그림자로서, 연(緣)과 인(因)으로 얽매인 것이 마치 얽매인 말[馬]과 같은데, 누워 있으면 밖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경락(經絡)이 지나치면 곧 벗어졌다가도 또한 순종하고, 그 신[神]은 어둡지 않아서 나갔다가도 되돌아와서 형체(形體)에게 고(告)하며, 형체를 떠난 물건들이 문득 전후(前後)를 통한다. 그래서 나는 너의 꿈을 꾸고 너는 나의 꿈을 꾸어 두 형체가 서로 간격이 없고, 혹은 천리를 넘어가기도 하여 반드시 서로 함께 있지만은 않으며, 응험이 수년 뒤에까지 있고 명(命)을 받는 것이 마치 메아리와 같다. 오직 마음이 조작한 것인데, 또 무엇을 의심하겠는가.’ 했다.”
하였다. 도서(道書)에는 시해몽유법(尸解夢游法)ㆍ유선몽(游仙夢)ㆍ몽요지사(夢邀知事) 등의 글이 있고, 진미공(陳眉公 미공은 진계유(陳繼儒)의 호)의 비급(祕笈)의 《진주선(珍珠船)》에는 통몽법(通夢法)이 있고, 《통명기(洞冥記)》에는 회몽초(懷夢草)가 있고,《영흠(靈廞)》에는 치몽부(致夢符)가 있는데, 모두가 황당(荒唐)하여 불경(不經 정도(正道)에 어그러짐)한 것이다.
또 꿈을 점치는 글이 있는데,《주례(周禮)》춘관(春官)에 이르기를,
하였는데, 그 주(注)에 의하면, 정씨(鄭氏)가 말하기를,
하였다.《주례》춘관의 점몽(占夢)은 오로지 한 관청(官廳)이 되어 일월(日月)ㆍ성신(星辰)으로 육몽(六夢)의 길흉(吉凶)을 점쳤는데, 그 점몽조에 이르기를,
하였는데, 그 주에 의하면, 사맹(舍萌)이란 석채(釋菜)와 같은 뜻이요, 증(贈)이란 보낸다[送]는 뜻이라고 하였다. 진(晉)ㆍ위(魏) 시대의 방기(方技)도 오히려 혹 있으나, 지금 사람들이 다시 유의(留意)하지 않으므로 그 학(學)이 거의 끊어질 지경이다.
《진서(晉書)》속석전(束晳傳)을 상고해보니, 진(晉) 나라 태강(太康 진 무제(晉武帝)의 연호) 2년(281)에 급군(汲郡) 사람 부준(不準)이 위 양왕(魏襄王)의 묘(墓)를 도굴(盜堀)하여 죽서(竹書) 수십 거(車)를 얻었는데, 그 중의 쇄어(瑣語) 11편(篇)은 제국(諸國)의 복몽(卜夢)의 요괴(妖怪)와 상서(相書)였다고 하였다.《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 칠략(七略)의 잡점(雜占) 십팔가(十八家) 중에는 황제(黃帝)와 감덕(甘德)의 점몽(占夢)을 으뜸으로 기재해 놓았는데,《황제장류점몽(黃帝長柳占夢)》이 11권이고,《감덕장류점몽(甘德長柳占夢)》이 20권이다.
일찍이 보건대, 중국(中國)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술(著述) 가운데 꿈을 설명한 것이 많되 역력하게 증험이 있어, 마치 하나하나가 모두 응험이 있었던 춘추(春秋) 시대의 점서(占筮)와 같으니 이상하다. 지금에 있는 해몽서(解夢書)를 주공(周公)이 지은《해몽통서(解夢通書)》라고 하나, 근세(近世)의 무복자(巫卜者)들의 위작(僞作)인 듯하다. 어찌 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또 한 가지 증거가 있다. 이를테면, 환(幻)이란 깨어 있을 때[覺時]의 꿈이요, 꿈이란 잠들었을 때[睡中]의 환상(幻想)이다. 황제(黃帝)의 화서(華胥)의 꿈과 양왕(襄王)의 고당(高唐)의 일은 꿈의 환상이고,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을 본 일과 부자(夫子)가 주공(周公)을 본 일은 꿈의 진실이다.
그러나 후세(後世)의 논(論)으로 말한다면, 천지(天地)가 한번 잠을 자는 데 있어 부생(浮生)은 꿈과 같으니, 다시 어찌 이러쿵저러쿵 어지러이 꿈을 이야기하겠는가. 모두가 꿈속에서 꿈을 설명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위개(衛玠)가 …… 생긴다 : 진(晉) 나라 때 위개(衛玠)가 악광(樂廣)에게 꿈을 묻자, 악광이 “꿈은 곧 상(想)이다.” 하므로, 위개가 “형(形)과 신(神)이 서로 접(接)하지 않고 꿈을 꾸는데, 어찌 상이겠는가?” 하니, 악광이 “인(因)이다.” 하였다.
숙손목(叔孫穆)은 …… 보았고 : 목(穆)은 춘추(春秋) 시대 노(魯) 나라 숙손표(叔孫豹)의 시호. 숙손표가, 꿈에 하늘이 몸을 꼭 눌러 이길 수가 없는 순간, 돌아보니 얼굴이 새카만 데다 등은 구부정하고, 눈은 우묵한 데다 입은 돼지 주둥이처럼 생긴 사람이 있으므로, 호칭하기를 “소[牛]야 나를 도와다오.” 하여, 마침내 몸을 누르고 있는 하늘을 이겼다. 그 후 부인(婦人)을 얻은바, 부인이 데리고 온 자식이 꿈에 보았던 그 사람과 똑같이 생겼으므로, 이름을 묻지도 않고 대뜸 “소야” 하고 부르자, 그가 “예" 하고 대답하므로 드디어 그를 수(豎 : 소신(小臣))로 삼았다는 고사이다. 수우(豎牛)의 수는 벼슬이고 우는 이름이다. 《左傳 昭公 4年》
조인(曹人)은 …… 들었으니 : 춘추 시대 조(曹) 나라 사람의 꿈에, 여러 군자(君子)들이 사궁(社宮 : 토지(土地)의 신(神)을 제사하는 어전(御殿))에 모여 서서 조 나라를 패망시킬 것을 꾀하자, 조숙(曹叔) 진탁(振鐸 : 조 나라의 시조(始祖)임)이 “공손강(公孫彊)을 기다려서 하자.”고 청하니 모두 그를 허락하였다. 조 나라 사람은 이 꿈을 깨고 나서 공손강이란 사람이 있는가를 찾아보았으나 그때는 없었으므로, 자기 자식에게 경계하기를 “내가 죽은 뒤에 너는 공손강이 정사(政事)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떠나버려라.” 하였는데, 뒤에 조백양(曹伯陽)이 즉위(卽位)하여 아주 사냥을 좋아하자, 과연 조비(曹鄙) 사람 공손강이 또 사냥을 좋아하여, 흰 기러기를 잡아다가 조백양에게 바치고 총애를 받아 국정(國政)을 도맡기까지 하였다. 《左傳 哀公 7年》
황제(黃帝)의 화서(華胥)의 꿈 : 황제가 낮잠을 자다가 꿈에, 화서씨(華胥氏)의 나라에 가서 놀았는데, 그 나라는 군장(君長)이 없는데도 아주 태평하게 잘 살더라는 고사이다. 《列傳 黃帝》
양왕(襄王)의 고당(高唐)의 일 : 초(楚) 나라의 양왕이 일찍이 고당(高唐)에서 놀다가 낮잠을 자는데, 꿈에 한 여인(女人)이 와서 “저는 무산(巫山)의 여자로서, 임금님이 여기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왔으니, 원컨대 침석(枕席)을 같이해 주십시오.” 하므로, 양왕이 그 여인과 정을 통했다는 고사이다.
고종(高宗)이 …… 본 일 : 부열(傅說)은 은 고종(殷高宗) 때의 현상(賢相). 은 고종이 어느 날, 성인(聖人)을 얻는 꿈을 깨고 나서, 꿈에 본 그 인상(人相)을 그리게 하여 이를 찾았던바, 아침내 부암(傅巖)의 들에서 부열을 찾았다고 한다.
부자(夫子)가 …… 본 일 : 부자는 공자(孔子)를 가리킨다. 《論語 述而》에 의하면 공자가 “내가 매우 쇠(衰)해졌구나. 내가 꿈에 주공을 보지 못한 지 오래다.” 한 주(注)에 “공자가 젊었을 적에는 항상 주공(周公)의 도(道)를 행하려는 뜻이 있었기 때문에 꿈속에서라도 혹 주공을 보았는데, 다 늙도록 그 도를 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이 마음마저도 없어져서 다시는 꿈에 주공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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